클롭슈톡 사건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외전 2권 <별을 부수는 자> 3장
-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3~4화
- 우주력 795년, 제국력 486년 표준력 3월 21일(테러), 표준력 3월 30일 ~ 5월 2일(반란 진압)
본 항목은 소설판 & 코믹스판 설명으로 OVA판 설명은 빌헬름 폰 클롭슈톡 문서를 참조하기 바란다.
2. 사건의 배경
클롭슈톡 후작가는 은하제국의 개국과 함께 그 역사가 시작된 명문귀족이었다. 개조인 알브레히트는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 은하연방 국회의원 시절부터 도왔으며, 국가혁신동맹 서기장으로 은하제국 건국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새로운 제국이 들어서자 그동안의 공을 인정받은 알브레히트는 내각서기관장, 재무상서를 역임하다 공화주의자들에게 암살당한 내무상서 에른스트 팔스트롱 백작의 후임으로 임명되어 훗날 '''피의 롤러'''라 불리는 대규모 공화파 숙청을 주도했다.
클롭슈톡 가문은 루돌프 대제 이후 약 스무세대에 걸쳐 무려 여섯 명의 국무상서와 한 명의 황후를 배출하고, 일곱 명이 황실과 혼인을 맺는 등 가문을 순탄하게 유지해 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 은하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4세가 아직 대공이던 시절 선제 오토프리트 5세 황제때 벌어진 대규모 제위계승 다툼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가세가 기울어버렸다.
선제 오토프리트 황제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훗날 프리드리히 4세로 즉위하는 차남 프리드리히는 술, 여자, 도박 등 주색잡기에 빠진 한심한 모습을 보인 탓에 황위 계승경쟁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었다. 클롭슈톡 후작을 포함한 제국의 유력 귀족들은 당연히 프리드리히를 비웃고 이를 숨기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장남 리하르트와 삼남 클레멘츠가 서로 반목하며 황위를 노리다 공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클레멘츠가 리하르트를 모함해 리하르트가 죽은 뒤후, 뜻하지 않게 클레멘츠가 모함한 사실이 들통나 클레멘츠는 자유행성동맹으로 도주하려 했으나, 셔틀 폭발사고로 사망해 같이 몰락한 거였다. 두 아들의 골육상잔에 충격을 받은 오토프리트는 쓰러졌고, 결국 오래 못가 죽었다.
이리하여 그 누구도 생각치도, 예상치도 못하게 차남 프리드리히가 제국의 새로운 황제, 프리드리히 4세로 즉위하게 되고, 프리드리히를 비웃던 귀족들은 너나 할 것없이 살 길을 찾아 새로운 황제 폐하에게 충성을 다짐했다. 그러나 클롭슈톡 후작은 너무 지나치게 프리드리히를 괄시한 탓에 황제 본인보다 황제 주변에 붙은 측근들의 표적이 되어 귀족계에서 매우 깔끔하게 제거되었다. 클롭슈톡 후작과 친분이 있던 귀족들은 즉각 태도를 바꿔 후작을 모른 척 했고 이미 맺어진 약혼이나 진행중이던 혼담도 어떤 이유도 없이 파혼, 취소 통보를 받아야만 했다. 물론 목숨이랑 재산이 남은게 어디겠냐만은. [1]
갖은 수모를 받은 후작은 이후 수십 년간 영지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귀족들도 차츰 후작을 기억 밖의 인물로 인식하며 그렇게 귀족들 사이에서도 잊혀진 인물이 되었던 후작은 30년이나 시간이 흐른 시점에 기나긴 침묵을 깨고 밖으로 나와 황실에는 영지를 바치고, 정부에는 막대한 헌금을 지불하며, 유력 대귀족들에게는 귀중한 예술품 등을 선물하며 매우 살갑게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당연히 사교계로 복귀하기 위한 후작의 피나는 노력으로 인식되었으며 특히 황실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 귀중한 예술품을 선물받은 제국 필두의 대귀족,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흡족한 반응과 함께 기꺼이 후작을 자신의 저택에서 열릴 저녁 파티에 초대했다. 그렇게 후작은 30년만에 다시 은하제국의 명문귀족들과 군인들이 모이는 사교파티에 복귀할 수 있었다.[2]
하지만 후작은 무려 30년이란 시간 동안 자숙이 아닌 자신이 당한 수모와 굴욕, 설움을 곱씹으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그리고 보복에 나서기로 결심한 시점부터 그동안 모아온 재산을 과감하게 쏟아붓기 시작했다. 게다가 다른 귀족들은 후작이 보여준 성의에 이미 입이 찢어질 정도로 넘어가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떠한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여기에는 30년간 버로우했던 인물이 설마 무슨 일을 저지르겠냐는 식으로 생각했던 것도 큰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3. 폭탄테러
3월 21일, 지금까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사교계로의 대대적인 복귀를 꾀한 클롭슈톡 후작은 30년만에 은하제국 예비역 대장의 예복을 갖추고 브라운슈바이크 저택에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파티에 참여한 노귀족처럼 위장했지만 가방에 강력한 폭탄을 위장시키고 있었다. 차가운 정치적 투쟁이 벌어지던 시절도 아니고 '귀하신 몸'들이 대거 참석하는 자리에서 몸수색이란 존재하지도 않았고 그 누구도 클롭슈톡 후작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3]
공작은 여기저기 초청장을 보냈고 그런 가운데 라인하르트도 초청장을 받았다. 이런 자리에 오고싶지 않았던 라인하르트였지만 그래도 모처럼 황제도 오고하니 이런 자리에 얼굴만이라도 드러내야 한다는 키르히아이스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둘 다 황제 프리드리히 4세에 대하여 증오를 품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얼굴을 피하면 귀족계의 입소문에 시달릴테고 자칫 안네로제에게 안좋은 말이 오고갈 수도 있음을 둘 다 파악한 것이었다. 초청받은 귀족이거나 장군급 인사가 아니면 들어갈 수도 없었기에 키르히아이스는 바깥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한편, 클롭슈톡 후작은 파티에 제대로 참여하지도 않고 안내받은 자리에 폭탄가방만을 남겨둔 뒤 빠르게 파티장을 빠져나갔다. 후작의 목표는 황제와 주변 측근 귀족들. 자리가 비워져 있자 주최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아주 잠깐 후작을 찾았으나 일단 후작의 가방이 있어 크게 의심치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한 귀족부인이 갑자기 쓰러졌고, 일단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과정에서 비어있는 클롭슈톡 후작의 자리에 잠시 앉혀두기로 결정했다. 이에 급히 가방을 현관에 있는 소지품 보관소로 옮기는 도중에 폭탄이 터졌다.
현장에서 10여 명이 즉사,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부상자의 3할 정도는 곧 죽은 사람들을 뒤따라갈 중상을 입었다. 그나마 이것도 폭탄을 현관으로 막 내간 참에 터져서 적게 죽은 것이지, 본래대로 후작의 좌석[4] 에서 터졌다면 최고위 대귀족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참극이 터졌을 것이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가벼운 상처를 입고[5] 목숨을 건졌으며 파티에 참석했던 라인하르트 폰 뮈젤 역시 폭탄이 터진 장소와 좀 동떨어진 곳에 있었던 덕분에 먼지를 뒤집어 쓴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상해를 입지 않았다. 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4세는 파티 참석을 위해 황궁에서 공작 저택으로 오던 중 '갑작스런 복통'으로 인해 급히 환궁하여 파티에 참석하지 못해 변을 피할 수 있었다.[6]
저택 경비를 명령받아 임무에 충실하던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준장이 즉시 사태 수습 및 범인 색출에 나서 유력 용의자들을 추려냈고 얼마 안 가 파티 중 자리를 비운 18명의 용의자 중 폭발물 소지가 의심되고 가장 먼저 파티장을 빠져나간 클롭슈톡 후작이 범인으로 지명되었다.
은하제국 역사에서 대귀족, 황족까지 엮인 암살 시도는 딱히 새로운 것도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보통 '불손한 공화주의자'들의 음모로 포장되어 진범을 밝히지 않고 은폐하곤 했으나 이번에는 워낙 범인이 명백하다보니 치안당국이 즉각 출동해 클롭슈톡 후작가로 향했으나 저택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고용인들만이 당황한 채 남아있었을 뿐. 후작은 이미 폭탄이 폭발하는 시간에 맞춰 대귀족답게 누구보다 우선적으로[7] 자가용 우주선을 탄채 영지로 도망간 뒤였다.
4. 토벌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이 도주해버렸다. 제국 정부는 당연히 클롭슈톡의 작위를 박탈하고 반역자로 선언했다. 클롭슈톡 후작도 이제 자신에게 남은건 '완전한 파멸' 뿐이란 것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영지의 사병, 용병 등을 긁어모아 철저한 항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에 라인하르트가 황제를 알현하고 진압군 사령관을 자청했으나, 브라운슈바이크가 먼저 나서서 이미 윤허를 받은 뒤였다. 사실 브라운슈바이크는 현역이 아닌 예비역 상급대장이었으므로 진압군을 이끌 자격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내 집에서 일어난 사건"인데다 "피해자인 우리 귀족들의 손으로 복수를!"이라는 명분을 내세웠기에 이를 인정하여 일시적 현역복귀 명령과 함께 진압군을 이끌게 됐다. 더불어 여기에는 황제의 배려도 있었다. 토벌군에 플레겔 남작을 비롯한 문벌귀족들이 다수 참가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이들이 라인하르트의 지휘를 선뜻 받아들일 리가 없었던 것이다. 라인하르트도 황제의 뜻을 알자 납득한다.
이에 따라 토벌군은 3월 30일에 오딘을 출발하여 클롭슈톡 후작령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이 귀족나리들이 워낙 무능해서 고작해야 용병으로 구성된 경비대 밖에 없는 후작령 하나를 진압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려 5월 2일에야 오딘에 귀환하였다. 토벌군이 원체 오합지졸이었던데다가 지상전에서는 반란군이 지리적인 이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전 경험이 없는 귀족 사병들을 위해서 전투기술 고문으로 참전한 볼프강 미터마이어와 오스카 폰 로이엔탈은 짜증이 치솟은 나머지 1주일 동안 손수건을 여러 차례 집어던졌다고. 미터마이어는 아예 "나에게 지휘권을 주면 3일 안에 끝장을 보겠다!"고 분노할 정도였다. 그나마 후작의 군재에 대한 묘사가 없기 망정이지 군재가 있었다면 반란은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8]
함대전으로 달라진 코믹스판에서도 이들의 무능은 어김없이 나오는데, 한 귀족 사령관은 기함에 애인을 데리고 와서 전투를 보며 좋아라 웃어댔다. 참모들은 황당해했으며 불만이 가득하면서도 로이엔탈은 그 사령관에게 최선을 다하여 작전안을 제시하지만 죄다 무시당한다. 다만 그 애인이 로이엔탈을 보고 추파를 던지고 로이엔탈도 미소지으며 응수하는 묘사가 나온다. 미터마이어는 그냥 다짜고짜 레일 캐논을 쏴대라는 다른 사령관 곁에서 레일 캐논을 쏴대는 건 무익한 에너지 낭비일 뿐이라고 충고하며 적에게 뒤처지기 전에 발퀴레를 발진해야 한다고 진언했지만 그 사령관이란 작자는 난데없이 "우리 가문은 황후도 배출한 명문가니 닥치고 레일 캐논을 쏴!" 라는 소리만 지껄일 뿐이었다. 미터마이어는 속으로 "이 작자들은 이기고 싶긴 한건가? 나한테 지휘권이 있다면 세 시간 안으로 끝낼 수 있다..."라고 중얼거리며 물러서야 했다.
이들의 무능함은 끝이 없는 듯했지만 반란군에 비해 토벌군이 전력에서 우세했던 만큼 그럭저럭 진압도 끝났고 역모의 주동자였던 후작이 독약으로 자살하면서 사태는 완전히 종결된다. 다만 코믹스에서는 원작과 달리 우주에서 함대전을 벌이며, 클롭슈톡 후작 역시 전함에 탄 채 전사, 아니 스스로 자살한다. 이젠 틀렸다고 피신을 독촉하는 부하들의 진언을 거부하고 프리드히리 4세에 대한 원망을 유언처럼 쏟아내고 전함에 남았기 때문이다.
일단 전투가 끝나자 귀족군들은 후작령의 민간인들을 상대로 강도, 강간, 폭행 등 온갖 못할 짓을 다 하고 다녔다. 실전이 벌어지는 전투 중에는 벌벌 떨던 패거리일수록 여기에는 더 열을 올렸다.[9] 이들을 말리고 민심수습과 전후뒷정리를 해야 할 제국의 귀족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한 팔 거들고 나서는 등 막장짓에 참여하자 여기에 정나미가 떨어진 로이엔탈은 아예 막으려고 하지도 않았고,[10] 미터마이어는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귀족들의 만행을 저지하려 했으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로이엔탈은 이렇게 무시했지만 통신을 통해 이런 짓에 대하여 혐오감을 퍼부으면서 분노하는 미터마이어에 공감했고, 오래 안가 미터마이어가 귀족장교를 죽여 체포 구금되었다는 통신을 듣고 놀라지만 곧바로 역시 그 친구라면 그럴 줄 알았다고 공감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얼른 구금된 미터마이어를 면회하게 되었다. 교도관이 안된다고 했지만 로이엔탈은 '미터마이어 소장은 당당한 제국군 제독이다! 황제 이외, 제독급 장성을 수감할 수 있느냐?'고 엄격하게 따져 결국 면회를 할 수 있었다. 구금된 미터마이어에게 로이엔탈은 "뭘 봤기에 이랬나? 강간? 약탈? 살해?" 라고 말하는데 이 3가지 모두였다.
미터마이어가 본 것은 코르푸트 가문의 대위 한 사람이었다. 그 대위는 어느 노부인을 '''강간'''하려 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노부인이 자신의 반지를 삼키자 '''목을 갈라 그 반지를 꺼내기 까지 했다.''' 이는 시리우스 전역 당시 라그랑 시티에서 지구군에 의해서 벌어진 블러디 나이트가 연상되는 장면이다. 이걸 본 미터마이어는 분노로 이성이 날아갈 정도였지만 침착하게 가해자인 대위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 그래도, 겨우 이성을 유지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대위가 아퍼할 정도로 힘을 다해 손목을 잡았다. 그 손을 놓은 뒤에 미터마이어는 "이 노부인을 이렇게 끔찍하게 죽이지 않았더라면 귀관의 목숨이 위험했나? 어디 그 이유 좀 듣고 싶다."라고 따져들지만 이 무개념 귀족은 잘난 집안 내력을 자랑하면서 뻔뻔하게 굴었다. 자신이 대귀족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5촌조카라며 느긋해했지만 미터마이어에겐 그야말로 이성을 날릴 소리였고, 미터마이어는 군율에 의거하여 군의 명성을 더럽힌 죄로 귀관을 즉결처형한다고 대위에게 차디차게 선포한다.
이 선포에 느긋해하던 대위는 그제서야 공포에 질린다. 분노한 미터마이어의 눈빛은 그 어떤 가문의 위세를 들이대는 것으로 막을 수 없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대위가 한다는 소리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만나게 해달라는 애원 뿐이었다. 싸늘한 미터마이어의 눈빛에 같이 좋아라 학살을 돕고 낄낄거리던 같은 귀족장교 동료들도 겁에 질려 나서지도 못했고 도와달라는 듯이 보던 대위에게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비로소 죽음이 닥쳐온다는 걸 느낀 대위는 절망에 휩싸이고 만다. 이에 미터마이어는 먼저 총을 쏠 기회를 준다고 하자 대위는 굳은 듯이 있다가 자신이 끔살한 노부인 시체를 잠깐 보더니 발악하듯이 블래스터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먼저 블래스터를 꺼내 쏘려던 게 대위 자신인데 늦게 뽑은 미터마이어의 블래스터는 정확하게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대위를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냐고 생각했지만 대위의 블라스터 빔은 빗나갔고 미터마이어의 블래스터 빔은 대위의 이마 가운데를 궤뚫어 즉사시켰다.
이 소식을 들은 브라운슈바이크는 노발대발하면서 미터마이어를 죽이려했다.[11] 하지만, 심복인 안스바흐 준장이나 슈트라이트 준장이 아무리 황명을 받은 사령관이라 해도 은하제국의 장군을 황제의 재가없이 멋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이 있기에 함부로 그러면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말려서 일단 수감조치만 내렸다.
소장이라면 적어도 고위장교 간부 수용시설에 수감되어야 하는데 미터마이어가 일반 잡졸급이 수감되는 시설에 갇혀져 있던 면회와서 본 로이엔탈은 이대로 두다간 미터마이어가 위험해질 것을 알고 이럴 경우, 비슷한 권력으로 맞서야 함을 알았기에 라인하르트에게 찾아간다. 하지만 그냥 가지 않고 제국 군 고위부라든지 곳곳에 통신을 보내 미터마이어 소장이 갑자기 죽으면 이는 암살로 규정하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버렸다. 이러니 브라운슈바이크 가는 섣불리 미터마이어를 암살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로이엔탈은 손수 라인하르트에게 찾아가서 이 모든 걸 설명하고 미터마이어를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당시 라인하르트는 제국군 대장으로 얼마든지 고위관사에서 머물 수 있었지만 스스로 검소한 하숙집에서 키르히아이스와 같이 살고 있었다. 로이엔탈이 그 하숙집에 최대한 빨리 가서 도착하던 날만 해도 폭풍우가 부는 밤중이었다. 1분 1초가 급했기에 대충 비옷만 입고 서둘러 와 한밤중에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하다면서 모든 걸 설명한 로이엔탈에게 라인하르트는 제국 최고 대귀족에 맞서는 가혹한 조건인데 댓가가 뭐 있냐는 말을 한다. 로이엔탈은 즉시 저와 미터마이어와 그리고 젊은 장교들의 충성이라고 답하는데 그 눈빛은 당당했다. 마지막으로 라인하르트는 골덴바움 왕조를 어찌 여기고 있냐는 질문을 하는데, 그 뜻을 정확하게 파악한 로이엔탈은
라인하르트의 야심을 이해하고 돕겠다는 대답이기에 라인하르트는 군말없이 돕기로 한다."5세기에 걸쳐 골덴바움 왕조라는 노쇠해진 몸에는 고름이 찌들고 있습니다. 외과수술이 필요합니다."
라인하르는 침묵으로 이에 대답했다. 로이엔탈의 표정과 언동에 엿보이는 날카로움이 금발 젊은이에게는 기분 좋게 느껴졌다.
"수술이 성공한다면 환자가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지금은. 어차피 누구나 불로불사는 아니니까요. 루돌프 대제조차......"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외전 2권 <별을 부수는 자>, 김완, 이타카(2011), p.130~131
이 무렵, 수감생활 당시 미터마이어는 꾸준히 운동도 하고 지냈으며 식사는 화려한 식사가 아니라도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OVA에선 스프와 빵,고기 경단과 채소,소스가 나온다.) 1/3 정도만 먹고 남겼다. 오죽하면 교도관이 "독살이라도 당할까봐 무서운 거요?"라고 이상하게 여기자 "내가 그런 걸 겁낼 사람으로 보이나? 그저 살찌면 마누라가 싫어해서 그렇지."라고 가볍게 대꾸했다.
하지만 암살을 하지 못해도 고문기술자를 고용한 플레겔과 미터마이어가 죽인 코르푸트 대위의 형이 찾아오게 되는데 타이밍좋게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를 데리고 온 로이엔탈이 도착하면서 사살당할뻔한 미터마이어를 구해낸다. 이 부분에서 상세한 건 플레겔 문서를 참고할 것.
여하튼 이 인연으로 훗날 신제국을 개국하는 공신들의 인맥이 형성되었다.[12]
여담으로, 이 사건보다 60여 년 전에 있었던 빌렌슈타인 공작의 반란사건 때에도 미터마이어처럼 귀족군의 폭주를 막으려 한 개념 공무원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파견되었던 재무성 공무원은 공작 저택 내에 존재하는 '''인력으로 운반할 수 있는 모든 물품'''에 재무성 딱지를 붙여 제국 정부 소유의 자산임을 분명히 했다. 불행히도 딱지를 붙이지 않은 세 자리수에 달하는 빌렌슈타인 공작의 애첩들은 미쳐 날뛰는 약탈 미수범들의 분풀이 대상이 되고 말았다.
직무에 충실했던 상으로 재무성 차관에게 표창과 금일봉을 받은 이 공무원은 실제 토벌군 간부들의 압력으로 징병 연령을 넘겼음에도[13] 사병으로 징집되어 최전선으로 보내졌는데, 군부의 기대에 어긋나게도 6년의 군복무[14] 를 마치고 살아서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클롭슈톡 사건에서는 이런 "모범적인 공무원"이 없었기 때문에 제국 재무부가 회수한 반역자의 재산은 부동산과 명의가 확실한 금융자산뿐이었다.
더불어 대역죄인 클롭슈톡 후작과 그 무리를 성공적으로 토벌한 브라운슈바이크는 공을 인정받아 제국원수에 서임됐다.(…)[15]
이와는 여담으로 어찌보면 클롭슈톡 후작은 상당히 바보짓을 한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프리드리히 4세는 성품이 그다지 악랄한건 아니었기 때문에 클롭슈톡 후작이 평생 후작령에 짱박혀 살았다면 평생 잉여로 살아갔을지언정 이렇게 처참하게 몰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결과적이지만 작품 끝까지 살아남았다면 그토록 꼴보기 싫었던 프리드리히 4세가 죽는것도 보았을 것이고 귀족놈들이 몰락해버리는것도 봤을것이다. 어찌보면 본인이 라인하르트를 적극 서포터해서 브라운슈바이크고 리텐하임이고 몰락하는데 일조했을지도 모를 일. 비록 어디에도 끼어들지 않아 권력에 다시 돌아올 일은 없다고 해도 목숨과 많은 재산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5. 만약 클롭슈톡 후작이 성공했다면?
크게 두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황제가 복통이 없이 브라운슈바이크 저택에 도착했을 경우에는 그 즉시 은하제국은 혼돈 그 자체가 되었을 것이다. 은하제국 내 가장 강대한 3세력인 귀족의 우두머리 브라운슈바이크와 신흥 무력집단인 로엔그람 그리고 황제까지 한꺼번에 제거 되었기 때문에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후계 문제로 골치를 앓을듯한데 이 상황은 원래 스토리에서 프리드리히 4세 승하 이후에서 브라운슈바이크와 라인하르트가 빠진 상태이다. 즉 리텐하임과 리히텐라데만 남은 것인데 이 둘이 타협을 해서 후계자를 세울 것인가 아니면 대립을 해서 후계자를 세울 것인가로 갈릴듯하다. 물론 브라운슈바이크는 죽었지만 그 잔존세력들이 모여서 또다른 파벌을 이룰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경우 삼파전으로 가든가 브라운슈바이크 잔존세력+리텐하임VS리히텐라데로 가거나 리히텐하데가 둘 중 한 세력과 손을 잡고 다른쪽을 누르거나[16] 아니면 리히텐라데가 교묘하게 두 세력을 이간질해 두 세력끼리 싸운 후에 이긴 쪽이 리히텐라데와 대결하는 구도로 갔을듯하다.
그리고 키르히아이스는 은하영웅전설 5의 엔딩처럼 안네로제와 혼인하여 평범한 일생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황제의 후궁'''을 일개 평민출신에게 내 줄순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하급귀족이라고 무시당하던 황제의 후궁이고 그 황제가 죽어서 미망인이 되어버린 터에 이제 궁궐에서 스스로 나오길 바랐을 가능성이 큰 안네로제다. 무엇보다 은하제국에는 새 황제가 즉위하면 선제의 후궁에게 금전을 내리고 후궁에서 폐하는 것이 관례였으므로 안네로제는 좋든 싫든 궁을 나와야 하며, 이미 끈 떨어진 여인과 평민 출신에 중령에 불과한 군인을 어느 귀족이 눈여겨 보겠는가. 문벌귀족들은 안네로제가 키르히아이스와 맺어지든 말든 신경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로 황제가 복통에 의해 황궁으로 환궁하고 폭탄이 예정대로 터졌을 경우에는 좀 더 예측하기가 쉬운데, 일단 귀족세력은 리텐하임 후작을 주축으로 모여들 가능성이 크다.[17] 또한 하급귀족과 평민으로 이루어진 라인하르트 원수부는 라인하르트는 사망, 키르히아이스는 자신의 친우이자 주군이 폭사했으므로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군무에서 은퇴할 가능성이 크고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 등 훗날 원수부의 핵심인사 중 상당수는 그 당시 라인하르트와 만나지도 못했기에 등장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어느 쪽으로든 로엔그람 왕조는 등장하지 못하는 것. 자유행성동맹으로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1] 농담이 아니고 일반적인 황제였다면 클립슈톡 후작같은 경우는 어떤 명목으로든 처형당하고 재산도 몰수되는 게 보통이다. 다른 귀족들이 클립슈톡과 인연을 끊은 것도 단지 클립슈톡과 연관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점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고 내버려둔 황제의 관대함에 감사해도 모자랄 상황이다. 사실 프리드리히 4세가 이토록 귀족사회에서 괄시받았던 건 그가 젊은 시절부터 주색에 빠지고 평민에게까지 머리를 숙이는 등, 행실까지 못난 같잖은 왕족이었던 탓도 지대했다. 그래도 프리드리히 4세가 성격은 좋은 편이라 후작이 영지에 짱박혀 사는거로 끝난걸로 보인다.[2] 애니판에서는 브라운슈바이크에게 거대한 루돌프 대제의 초상화를 선물했는데 브라운슈바이크도 "있다는건 들어봤는데 본적은 없다." 라면서 그 크기에 놀랐을 정도. 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도 클롭슈톡 후작을 우대해줄 생각따윈 없었다.[3] 라인하르트의 참석 때문에 밖에서 대기하던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정도가 '''평소 기억에 없던 인물이 보여 누구인지''' 정도의 관심을 보였다.[4] 황제가 앉았을 자리에서 겨우 대여섯 자리 건너였다.[5] 하지만 심복인 안스바흐가 달려와 "공작님! 어디 계십니까!"라고 외칠 때, 공작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여기있다! 안스바흐.. 날 도와다오..."라고 외쳤다. 부상은 가벼웠지만 정신적 충격이 컸을 듯. 더불어 자기가 주최한 파티에 테러를 가한 것에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 미치하라 카츠미판 코믹스에선 눈을 뜨고 피투성이로 죽은 귀부인 시신이 바로 옆에 딱 붙어있었으니, 제대로 트라우마를 안겨줬을 듯 하다. 결국 안스바흐가 도와줘서 일어서자 마자 버럭 소리를 지르며 범인은 클롭슈톡 후작이라고 일갈한다. 이윽고 감히 이런 짓을 저질렀다며 역성을 낸다.[6] 리히텐라데는 황제가 엘리자베트 폰 브라운슈바이크의 생일파티에 참석할 때도 "특정 귀족이 주최하는 파티장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자칫 정치적인 의도로 보일 수 있다 하여 반대하였다. 황제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자신의 사위이고 '''외손녀의 생일파티'''이기도 하니 참석을 이해해 달라며 리히텐라데를 달랬을 정도. 이날 역시 파티장에 참석하던 중 복통을 이유로 황궁으로 돌아가 브라운슈바이크의 체면도 살리고 리히텐라데의 평소 우려도 해소해준 것으로 보인다.[7] 아무리 정치적으로 위세를 잃었어도 대귀족은 대귀족이라, 클롭슈톡 후작의 전용우주선은 우주공항의 허가를 기다리는 수많은 일반 서민들을 무시하고 우선적으로 이륙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8] 심지어 이건 나은 수준이고 카스트로프 동란은 진압에 무려 반년이 걸렸다. 거기다가 세번이나 토벌대를 보내고서 두번이나 패퇴하는 추태를 보였다. 더군다나 이때의 토벌대는 무능한 귀족군 따위가 아니라 정규군이었다. 정규군조차 군재가 조금 있는 카스트로프를 치려다 두번이나 패퇴했는데 무능한 귀족군 따위는 클롭슈톡 후작이 군재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탈탈 털리고도 남았을 것이다.[9] 실제 전쟁에서도 비슷하다. 대개 통제가 부족하고 군기가 해이한 경우 대민범죄가 잘 일어난다.[10] 사실 로이엔탈도 민간인 약탈같은건 혐오하고 부하가 그랬더라면 가차없이 손수 쏴죽일 터지만(그냥 군물품을 훔쳐 횡령한 부하조차도 군말없이 손수 쏴죽인 로이엔탈이다.) 않지만 괜시리 귀족하고 엮여봐야 좋을 일이 없어서 말리지 않았다.[11] 물론 이름도 잘 모르는 먼 친척의 죽음 따위에 관심이 없었고 진짜 관심을 가진건 그 대위가 자신의 이름을 댔는데도 죽였다는거였다.[12] 라인하르트, 키르히아이스,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훗날 노이에란트 전역 종결 이후 라인하르트는 미터마이어에게 그때 인물들 중에 우리 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탄한다. [13] 이미 군복무를 마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면제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14] 그런데 제국군의 일반 병역은 2년이다.[15]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랬기에 미터마이어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당시 브라운슈바이크는 공을 인정받아(?) 원수에 서임될 수 있었다/ 로이엔탈이 라인하르트와 손 잡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먼 친척을 죽인 일로 옥살이 중인 미터마이어의 구출작전에 나섰기에 이 일에 더 깊이 연관되었다간 자신이 원수 자리에 오르지 못할 것을 염려한 브라운슈바이크가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난 것이다. 군무상서 에렌베르크 원수는 이런 걸 전해주면서도 은근히 절은 귀족들 객기가 문제였고, 무엇보다도 미터마이어 소장의 군법에 의거한 처형도 전혀 탓할 게 없다라고 말한다. 브라운슈바이크는 분노했지만, 나중에 복수할 기회는 주겠다는 에렌베르크의 말을 듣고 겨우 물러난다. 하지만, 죽은 대위의 형인 코르푸트 자작은 이런 복수할 기회도 살리지 못하고 애꿎은 부하들과 같이 죽은 아우를 따라간다..[16] 이 경우엔 브라운슈바이크 잔존세력과 손잡는게 나을 것이다.[17] 이것에 대해 리텐하임이 같이 폭사했다면? 의견도 있으나 원작에서는 이 모임에 리텐하임이 참가했다는 것도 나오지 않으며, 앙숙인 브라운슈바이크가 주최하는 이 모임에 리텐하임이 당연히 나올 일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황제인 프리트리히 4세도 나왔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황제폐하도 참석하시는데 '감히' 후작따위가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되긴 한다. 물론 브라운슈바이크가 초청하지 않았다는 선택지도 고를 수 있겠지만 서로 사이는 나빠도 어찌됐든 인척지간인데 초대장조차 안 띄운다는건 너무하다는 입소문이 날 수도 있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