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마
1. 소개
軍馬, steed. 군용으로 사용되는 말. 보통 좁은 의미인 기병이 타거나 전차를 모는 용도로 쓰는 말을 뜻한다.[2]A horse, a horse, my kingdom for a horse!
말을 다오, 말을 다오. 말을 가져오면 내 왕국을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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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사
고대 전차 시대부터 썼으며 기병의 역사와 함께한 대표적인 인간 군대가 사용한 인간을 제외한 동물이다. 처음에는 '''덩치도 작고''' 타는 방법도 어려워서 어렸을 때부터 말을 타는 유목민족들이 아닌 이상 전차를 운용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안장과 등자처럼 보다 편하게 말에 탈 수 있는 마구가 등장하였고, 말도 품종개량을 통해서 '''체격이 커지면서'''[3] 여러가지 마구와 함께 사람을 싣고도 전력질주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전차 대신 말에 직접 타는 기병이 대세가 되었다.
각국의 기병대가 보통 제2차 세계대전까지 존속했으므로 군마 역시 그때까지 각국이 사용했다. 사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호전 때부터 전투의 주력 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정찰, 통신, 연락 등의 임무 수행과 병참, 보급에는 여전히 말을 이용했다. 오히려 전쟁의 규모가 커져서 수요도 더 늘어났으며, 철도 덕분에 막대한 양의 건초와 식수 소모를 감당할 수 있어서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대규모의 군마를 운용할 수 있었다. 1차대전 4년 동안 영국과 프랑스는 매년 수십만필의 군마를 수입해야 했고, 손실한 군마만 약 9백만 필에 이른다.[4] 참호전으로 고착된 서부전선과 달리 러시아 제국과 독일이 맞서 싸우던 동부 전선에선 기병들을 주축으로 한 기동전이 벌여졌고 이후 적백내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타찬카라는 군마가 끄는 기관총 탑재 수레도 등장했을 정도.
2차대전 초, 중반에도 말은 여전히 중요한 운송수단 및 보급수단이었으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도 후방 게릴라나 적 패잔병 토벌 등의 임무에 기병대가 말을 타고 기관단총이나 카빈 등을 다루며 싸우기도 했다. 이런 경우, 총탄에 취약한 말을 보호하려고 사람이 쓰는 방탄복을 몇 개 합쳐서 입히기도 했다고 한다.
의외로 독일군 역시 기계화 비율이 높지 않아서[5] 말을 타고 이동하는 부대가 많았다. 기갑사단과 기갑척탄병 사단, 공군 야전사단을 제외한 거의 모든 보병사단들은 말이 병참수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병사단에 배속된 트럭들은 150mm 중곡사포의 견인이나 군단~연대 수준의 물자수송에나 배당되고 보병들은 일부 전투단을 제외하면 걸어서 행군해야 했으며, 심지어 105mm 야포를 말들이 견인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바르바로사 작전 당시 러시아 특유의 지옥같은 라스푸티차와 겨울 혹한에 의해 수 많은 군마들이 희생되었으며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 포위된 독일군들은 굶주린 나머지 군마들을 먹어치웠을 정도였다.
소련군의 경우에도 T-34를 위시로 한 수 많은 전차들을 생산했음에도 기병 부대들을 애용했고[6] 특히 카자크 기병 부대가 포위된 독일군을 잔인하게 도륙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반 코네프도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
대한민국 국군 역시 한국 전쟁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기병이 존재하였다. 말은 주로 일본 순사들이 이용하다 광복 후에 남겨진 것들을 회수하여 편성했다고 한다. 적 후방에서 게릴라전을 펼쳐 진격을 늦추고 보병에 대한 돌격 전술로 화려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소모된 군마를 재보급할 방법이 없어서 결국 부대가 해체되어 기갑부대에 편입되었다.
남아프리카 육군이나 로디지아군도 게릴라 소탕을 위해 기병을 상당한 수준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애당초 이 지역은 철도도 협궤이고 도시를 제외하면 도로망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말을 대량 운용할 수 밖에 없다. 중국군과 몽골군은 지금도 도로 사정이 매우 열악한 산악지역에서 군마를 운용하고 있다.
3. 도태
말이라는 동물의 특성상 덩치에 비해 인간보다 약한 짐승인데다가 겁을 잘 먹었고, 무엇보다 식사량, 그러니까 '''유지비가 엄청나서'''[7] 초원이 아닌 이상 현지에서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없다. 초원이라도 며칠만 있으면 더 이상의 사료 공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초원의 원주민들이 가축을 키울 때 유목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그렇게 입맛대로 옮겨다니며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전쟁이 조금이라도 장기화되면 말이 목마르고 굶주려서 죽거나 약해지므로 전투, 운송, 보급 등이 다 막히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때문에 대규모의 기병을 운용할 경우, 말에게 먹일 건초는 현대의 연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전략물자로 다루어졌다. 차량을 가동하려면 막대한 양의 연료가 필요한 것처럼, 인간이 먹을 식량뿐만 아니라 말린 풀도 잔뜩 싣고 다녀야 했다는 것. 전쟁을 위해 군량과 함께 마초를 항상 대량으로 비축하였고, 최대한 부피를 줄이기 위해 건조시킨 후 잘게 부수어 뭉쳤다. 이렇게 해도 초식동물인 말의 특성상 식사가 매우 오래걸렸기 때문에 빠른 소화흡수를 위해 보리와 콩 등의 사람이 먹을 곡물도 공급해야했다. 결국,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와 같이 약해진 말들을 먼저 도축해서 군량으로 삼는 경우도 있었다.
이후로 군마는 자동차와 철도 등의 발달을 계기로 차차 도태되었다.[8] 결정적으로 냉전의 형성과 함께 대량살상무기의 3축으로 등장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는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시 대량으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해졌고 해당 무기들의 고위력과 유독성은 더 이상 군마들을 활용할 수 없을 지경으로 만들었다.[9]
이런 이유로 인해 기병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차량화보병이나, APC나 IFV 등을 타는 기계화보병, 그리고 전차와 같은 기갑부대로 바뀌었으며, 군마는 보통 의장대가 의례적인 행사에 동원하는 것과 육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의 교육 과목 중에 승마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하기 위한 용도가 고작이다. 기병 쓸일도 없는데 뭐하러 가르치나 싶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의 낙후된 지역에서는 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의 작전을 위해서 말을 탈 줄은 알아야 한다.[10]
4. 실사용
현재는 도태 상태지만, 숲이나 산처럼 차량이 다니기 힘든 지역에서는 아직 수송용으로 쓰이기도 하며, 미국에서도 경찰들이 넒은 숲을 순찰할 때는 말을 타기도 한다. 게다가 물에 들어가면 기름칠 새로 해야하는 차량보다 말이 돈과 관리가 적게 드는 경우가 있기에, 여전히 특수한 지형에서는 소수의 말을 운용하는 경우도 있다. 영미권에선 도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기마 순찰대를 볼수 있는데, 차량보다 높은 시야를 확보할수 있고, 교통 체증이 일어나도 비교적 유연하고 안전하게 비집고 이동할수 있어서 교통량이 많은 대도시에서 의외로 쓸모가 많다. 시카고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 트럼프 타워 앞에서 심심찮게 소규모 시위가 일어나는데, 기마경찰이 그 주변을 배회하면서 상황변화를 보고하는걸 볼수있다.
아직도 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군마의 활용도가 높다. 때문에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이나 몽골군 등에서도 군마를 기병이 타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군도 의외로 비교적 최근인 80년대까지 실사용 목적의 군마를 운용했었다. 주로 차량진입이 힘든 격오지에 물자를 수송하는 용도. 황금마차가 진짜 마차였던 시대도 있었던 것이다. 82년 이후로 해체되었고 이후로는 기병을 운용하고 있지 않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의장용과 생도들의 선택과목 중 하나인 승마 교육용으로 20여마리를 기르는 정도. 말의 사육과 교육을 담당하는 군마대 대장은 대위가 맡고 있으며, 당연하지만 한직이다.
5. 기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의 기병대는 큰 규모와 용맹성 등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현재도 서부극에서 기병대 출신 주인공은 거의 클리셰이다.
6.25 전쟁에서 UN 연합군 중 미군 쪽에서 활약한 군마로서 레클리스란 말이 유명하다. 원래는 서울 신설동 서울경마장에서 경주마로 지냈었다.
2012년에는 군마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워 호스(War Horse)가 개봉했다.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작중 배경은 기병의 황혼기인 제1차 세계대전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4호 전차를 군마라고 불렀다.[11]
위 항목에 미국 경찰들이 종종 군마를 타고 다닌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미국에서 가장 흔한 경찰차 차종 중 하나인 닷지 차저에서의 'Charger'도 군마라는 뜻의 옛말이다. '군마를 타고 다닌다'는 게 '진짜' 군마 이외에도 다른 방향으로도 사실이 되는 셈.
현대에도 기병의 명칭을 사용하는 부대 중 대표적으로 미 육군의 제1기병 사단이 있다. 1921년 형성된 사단으로 초기엔 당연히 군마들을 대량으로 운용하는 기병 부대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 전쟁에선 보병 사단으로, 베트남 전쟁에선 대량의 UH-1, AH-1, CH-47 헬리콥터를 운용하는 공중 강습 사단으로, 현대에선 M1A2 전차와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AH-64 공격 헬리콥터를 운용하는 기갑 사단으로 변모했다. 그럼에도 전통차원에서 기병 사단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유지중. 부대 마크에도 말이 그러져 있다.
[1] 여담으로 문명 5에서 기마술을 연구하면 나오는 단어이다.[2] 원칙적으로 군에서 쓰이는 모든 말은 군마이다. 일례로, 포를 끄는 말 또한 만마(輓馬: 수레를 끄는 말)라고 해서 군마의 일종으로 포함되며, 좁은 의미의 군마는 다른 군마와 구별하기 위해 전마 또는 전투마라고 하기도 한다.[3] 군마는 보통 400~700kg씩 나갔으며, 심하면 1톤 가까이(!) 나간다! [4] 이 시절에 전차(트램)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 전에는 말이 끄는 마차가 더 인기있었는데 전쟁 때문에 말과 마부들이 징집되면서 트램이 대신하게 된 것.[5] 통념과 다르게 기계화 비율이 가장 높았던 군대는 미군이다.독일군은 하노마그 하프트랙도 부족했는데 미군은 대부분의 사단이 '''M3 하프트랙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러고도 썩어 넘친 나머지 랜드리스로 영국군과 소련군에도 대량으로 뿌려댔다.''' [6] 기갑 부대가 빠른 기동력으로 독일군을 포위시킨 것은 좋은데 후속 보병 부대가 그 기동력을 못따라가 포위망이 강화되기도 전에 독일군의 반격에 의해 무너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던게 문제였다. 그래서 기갑 부대 못지 않은 빠른 기동력으로 포위망을 강화할 수 있는 기병 부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것.[7] 물의 경우에는 인간의 약 10배, 사료는... 상상을 초월할 양이 필요했다.[8] 다만, 철도의 경우에는 선로를 깔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었기에 군마를 완전히 도태시키지는 못했다.[9] 이런 이유로 냉전 이후 등장한 기갑 장비들 대다수가 화생방 방호 능력을 전제로 설계된다.[10] 12 솔져스 참조[11] 정확히는 하인츠 구데리안. 판터나 티거보다 양도 많고 신뢰성도 높아 필요한 순간에 바로 동원 가능한 믿을 만한 병기라서 그렇게 평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