삵
1. 개요
영어로는 Leopard Cat, 한자로는 石虎, 학명은 ''Prionailurus bengalensis'' (Kerr, 1792)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아종은 ''Prionailurus bengalensis euptilura'' 혹은 ''Prionailurus bengalensis euptilurus''이다. 혼동하기 쉬운 유럽삵(Wildcat)의 학명은 ''Felis silvestris''이다.
다른 말로 '''살쾡이'''라고도 한다.[2] 삵 자체의 어원은 밝혀진 게 없으나 살쾡이의 어원은 산+고양이, 삵(15세기 중세 한국어로 ᄉᆞᆰ)과 고양이의 합성어로 19세기에 나타난다.(삵괭이→살쾡이).
고양잇과에 속하는 맹수로 분위기가 고양이와 닮았다. 하지만 몸무게 8~13 kg 몸길이 55~90 cm, 꼬리길이 25~32.5 cm, 뒷다리 12.2 cm 정도 되는 덩치로 일반적인 품종 고양이보다는 눈에 띄게 큰 편이고, 고양이를 제외한 고양잇과 동물처럼 귀 뒤쪽에 흰 반점이 있다. 또한 꼬리가 고양이에 비해 굵으며, 머리에 일자형태의 줄무늬가 존재한다. 그리고 귀가 일반적인 고양이보다 작다. 주로 러시아 서남부, 중국 동북부, 타이완, 수마트라, 자바 섬, 보르네오, 말레이 반도, 인도차이나 반도, 인도 아대륙, 대한민국, 일본 쓰시마섬 등지에 분포한다.
대한민국에 서식하는 삵은 가축으로 기르는 고양이와 형태가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서로 속이 다를 뿐만 아니라[3]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즉 삵은 약간 야생성 강한 고양이가 아니라, 개와 늑대의 관계보다 훨씬 먼 관계이다. 역사적으로 현재의 고양이는 실크로드를 타고 서역에서 들어온 외래종이고 살쾡이는 선사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 살아온 동물이다.
한국에서는 고양이와 삵이 한 지역에서 섞여 서식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여 경쟁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이들 간에 교잡종이 발생된다거나[4] 이러한 혼형 개체군이 형성되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고 한다.(출처)[5] 다만, Felis 속과 분리가 비교적 최근(1939년)에 이루어진 바람에, 오래된 국내 서적에서는 아직까지 Felis로 표기된 경우가 있다(Pocock, 1939).
위에 언급한 유럽 삵과 한국 삵은 분류학적으로 다른 속임에도 불구하고 유전적 근연 관계는 몹시 가깝다. 삵과 P. bangalensis euptilura의 nucleotide Tamura-Nei distance는 0.00로 나타났고[6] 고양이와 삵간에는 0.12였으며, 유럽삵(wildcat)과 삵 간에는 0.01로 나타났다. 삵은 집고양이와 교잡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McOrist 등, 1991) 집고양이와 삵 사이에 실험적인 교잡보고(Menotti-Raymond 등, 1999)도 있다.(출처)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육식동물로서 주로 밤에 활동하며 직접 먹이를 잡아 먹는다. 주로 설치류와 작은 새, 물고기를 먹지만 경우에 따라 오리, 기러기, 갈매기등의 물새를 잡아먹기도 하고 매우 드물게 사슴이나 고라니, 심지어 멧돼지 새끼나 두루미[7] 도 잡는다. 새끼는 한 번에 4~5마리씩 낳으며, 수명은 10~15년 정도이다. 고양잇과에 속하는 동물답게 아주 몸놀림이 빠르며 나무도 잘 탄다. 다만 검독수리 같이 삵을 잡아먹는 맹금류도 있다.[8]
쓰시마 섬의 마스코트이자 특산종이기도 한데, 쓰시마 야마네코라 부른다. 일본 본토에는 이러한 살쾡이가 없고, 오키나와에 이리오모테삵 정도가 있을 뿐이다.
고양이가 요물이라는 누명(...)을 쓴 것처럼, 삵 또한 성질이 난폭하거나 사악하거나 한 인물을 표현하는 데에 악용(?)되기도 한다. 살쾡이 자체가 야생동물이기도 하다 보니 성격이 포악하기 때문.
2. 애완용
삵 역시 고양이보다 좀 더 야생성이 강하기는 하지만 어릴 때부터 사람이 키우면 충분히 같이 살 수 때문에 해외에서는 삵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명색이 맹수인데, 일단 고양잇과여서인지 길들인 삵은 '''사람 한정'''으로 온순하다는 모양이다. 개처럼 사람과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논다. 물론, '''사람 한정'''이다. 다른 동물(특히 만만하게 생긴 '''말티즈 따위의 소형견, 집고양이, 햄스터, 이구아나 등의 작은 애완동물 등등''')을 보면 순식간에 '''참살한다.''' 이 때문에 애완용으로 기르는 삵 외의 '''다른 애완동물을 같이 기르는 행위가 불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지금의 고양이들의 직접적 조상들이 실크로드를 타고 넘어오기 전까지 선사시대, 삼국시대에는 쥐를 알아서 잡아먹도록 집에서 살쾡이를 키웠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고양이가 한국에 유입되기 전부터 고양이과 동물을 집이나 곡식보관소에서 쥐 잡으라고 키운 가야 토기 같은 유물도 발견된다. 그리고 의외로 현대에도 삵을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대략 1980년대 초까지 산골에서는 그럭저럭 볼 수 있는 짐승이라서 간혹 시골집에서 기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것은 요즘 도시와 같이 반려묘 혹은 애완동물로서 사람이 끼고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며 키우는 형태는 아니고, 그저 새끼를 주워 돌봐 주다가 그냥 자연스레 집 앞마당 한켠에 터 잡고 살게 되는 식이었다. 굳이 반려/애완동물이라는 개념보다는 그냥 산짐승 새끼를 들여 가축처럼 적당히 길렀다는 듯. 사실 시골에서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삵뿐 아니라 그냥 고양이도 동네와 앞뒷산을 하루종일 마음대로 돌아다니다가 알아서 집에 돌아와서 주인이랑 놀다가 잠 자는 식으로 풀어서 기르는 경우가 많았고, 집고양이/길고양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제법 있었기에 그와 유사한 관계였던 듯하다.
TV 동물농장에서도 통발에 갇혀 다 죽어가다 사람이 구해줘서 같이 사는 삵이 나왔는데, 사람한테 길들여지니 거의 고양이라고 할 수준.[9] 당시 출연한 야생동물 전문가도 "이렇게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삵은 처음 본다." 하며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링크) 다만 이 삵은 결국 방사를 위해 구조자와 떨어져 훈련을 받게 되었다.
벵갈고양이를 진짜 삵으로 오인하는 때도 있으니 조심. 벵갈고양이는 '''가축 고양이와 삵의 교배종'''이라서 육안으로는 삵과 매우 비슷하다.
3. 한국에서
과거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무척 흔하게 볼 수 있는 맹수였는데, 1970년대 이후 쥐와 벌레 잡기 열풍이 불면서 엄청난 숫자의 삵이 쥐약과 살충제에 의해 희생되었다.[10] 이 무렵의 쥐약은 현재와 달리 직접적인 독성물질이어서 쥐약을 먹은 쥐나 새 등을 삵이나 여우 등이 사냥하면 그 독성이 옮겨지는 바람에 애초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꽤 많이 발생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산간이나 오지가 개발되고 삵들의 터전이 줄어들면서, 숫자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거기에 최근에는 '''로드킬,''' 즉 야간에 산악도로 등지에서 차에 치여 죽은 삵도 증가했다.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포유류 2급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11] 주요 서식지로는 강원도 산간 지방이나 비무장지대, 우포늪 그리고 시화호 등지이며 그 외에 경상남도 진주시의 진양호 공원에 10여마리가 생존해 있다고 한다.[12]
또 삵은 위의 글과 상반되어 보이지만 서식환경이 다른 대형맹수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까다롭지 않으며 적응력이 강한 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자연환경이 그럭저럭 보존된 웬만한 시골지역에 터를 잡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추세대로 세월이 흐르면 적당한 때에 급격히 개체수가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예로부터 한국에서 살아 온 맹수이고, 조선 시대의 민화나 그림에도 곧잘 출연했던 동물이기도 하다. 과거 포수들이 간식거리로 잡아 구워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기가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한다.
현재는 해수구제사업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맹수들이 전멸한 한국에선 담비, 너구리 등과 함께 최상위 포식동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상당히 넓은 영역을 차지하며 특히 경쟁자인 길고양이는 삵의 영역에 얼씬도 못한다.
2012년 7월 23일, 부산 시내에서 어린 삵이 잡혔다.(관련기사)
중국, 일본, 대한민국 등의 동북아시아권에서는 요괴로도 등장. 여우에 비해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인간으로 둔갑한 뒤 학식 높은 사람에게 가 지식으로 발라버리다가 비가 올 것을 예견했다가 정체를 들켜[13] 본모습으로 돌아간 뒤 도망쳤다거나. 임방(1640 ~ 1724)이 저술한 야담집 「천예록(天倪錄)」에 수록된 이야기들 중 "손에 잡았던 살쾡이를 놓치고 안타까워하다(手執怪狸恨開握)"[14] 라는 이야기에서는 김수익(金壽翼)의 아내로 둔갑하였으나 김수익에게 진짜 아내와 같이 손목을 붙잡혀있다가 날이 새자 변신이 풀려 도망쳤다는 내용.(#)
4. 고양이?
외양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고양이의 습성과 매우 비슷하다. 좁은 틈에 끼어있는걸 좋아하는 것도 여느 고양이와 다를 바 없다.
고양이와 하도 비슷하다 보니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는데, 그 녀석이 너무 사나워서 결국 안락사를 시켰다.[15] 근데 그 동물병원의 높으신 분이 와서 보더니 "야, 이건 '''고양이가 아니라 살쾡이'''란 말이야!"해서 충공깽. 2011년에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해 키우다가 알고 보니 삵이었던 일도 있었다. 이후 종복원센터로 옮겨져 자연방사 되었다. 하지만 그 전에 종복원센터와 환경청은 이 삵들을 자연방사할 때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전혀 지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위에 링크된 글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 두 번째 글에 관련 얘기가 나온다.
5천여 년 전 신석기 시대 중국에서는 삵을 고양이 대용으로 길들여 가축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동을 통해 고양이가 도입되면서 더 이상 가축화되지 않았다고.
애완 고양이가 엄청나게 거대할 경우 농담으로 살쾡이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예시)
네이버에 삵을 치면 '고양이인 줄 알고 키웠더니', '개인 줄 알고 키웠더니'가 자동검색어로 뜬다.(...)
푸른거탑에서 마성의 짬타이거로 등장해서 처음 발견한 김호창 상병이 마성에 걸려 몰래 키우려 했다. 그러나 김재우 병장이 이를 발견하고 행보관에게 알리려고 했으나, 김 병장마저 결국 그 마성에 걸려 행보관에게 알리지 않고 놔주었으나, 이를 은혜를 갚으려는 줄로 알고 김 병장을 따르게 되고 할 수 없이 김 병장이 '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몰래 키우게 됐다.[16] 하지만 성장하면서 귀여운 면은 사라지고 사납게 돌변해서 구해준 김 병장까지 막 공격하는데, 나중에는 소대원들의 생활관까지 무단으로 점거해서 소대원들이 겁에 질려 생활관에 들어가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행보관이 데려온 다른 중대의 행보관에 의해 고양이가 아니라 살쾡이라는 게 드러났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기겁. 그 후, 없애버리라는 행보관의 말에 자기가 책임지겠다며 그 날 밤에 김 병장에 의해 부대 야산에 방생되어 김 병장 곁을 떠나는 듯 했지만, 매일 밤마다 찾아와서 생닭, 꿩 등등의 동물을 김 병장 앞에 놓아서 은혜갚기를 시전한다. 그때마다 김 병장은 짬이가 가져온 동물들을 생으로 먹는 연기를 해야 했다. 다만 진짜 삵을 데려다 훈련시키고 촬영하기는 어려웠기에 삵과 외모가 비슷한 아기 고양이와 삵 모형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모든 동물의 성격이 다 같을 수는 없기에 완전 고양이 같은 삵도 존재한다. 통발 속에 있던 삵 새끼를 구해준뒤 완전 고양이처럼 변했다. 아니 고양이보다는 강아지같은 영락없는 개냥이다. 동물농장의 본편을 보면 마치 개처럼 아저씨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도 보인다. 해당 개체는 이미 반 야생 상태로 주인공 아저씨가 작업을 위해 컨테이너에 올때마다 나타난다고 한다. 아무래도 야생 동물이기에 방생을 하기했지만, 딱히 키우는 것도 아니었고, 도시도 아닌 한적한 시골인데도 굳이 보냈어야 했냐며, 동물농장 제작진들을 비판하고 있다. 거기다 나비는 결국 로드킬을 당해 죽었다는 제보가 나오고 있다.
5. 기타
- 김동인의 소설 〈붉은 산〉의 등장인물 정익호의 별명이기도 하다.
- 야구선수 김진우의 별명. 이유는 싸이월드 일기에 삶을 삵이라고 쓰는 바람에...
- Sdorica에 등장하는 NPC 양귀와 히마와리도 삵이다. 여기서는 삵을 석호라고 부른다.
- 조디와 아기사슴에서 조디가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들과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잡은 여러 동물들을 구워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살쾡이의 간을 먹으면 무서움을 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며 조디에게 먹기를 권하고 먹고는 맛있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삵은 북미에서는 살지 않으므로 번역자가 위에 언급된 밥캣 등의 다른 동물과 혼동한게 아닌가 싶다.
- 인도, 스리랑카에 서식하는 종인 붉은점박이삵(Rusty-spotted cat, Prionailurus rubiginosus)은 몸길이 35~48cm, 체중은 0.9~1.6kg 정도로 일반적인 집고양이보다도 작다. 캡쳐
[1] 위 사진은 ''Prionailurus bengalensis borneoensis'' Brongersma, 1936(보르네오 계통으로 국내에 서식하는 삵과는 외양상 차이가 있다)[2] 그 전에는 '삵괭이'라고 표기했지만 1989년 3월 새로운 한글 맞춤법이 시행되면서 '살쾡이'로 표기되었다.[3] 삵은 Prionailurus로 삵속, 고양이는 Felis로 고양이속이다.[4] 삵과는 다른 종이긴 하지만 같은 고양이과인 서벌은 고양이와 교잡할 수 있다.[5] 반면 똑같이 야생동물에서 가축화된 개는 조상 늑대와 교잡이 가능하고 그 후손들도 계속 번식 가능할 정도로 유전자가 가깝다. 사실상 외형을 포함한 일부 달라진 특징을 제외하면 개는 늑대의 아종으로 같은 종이다(...).[6] 국내 삵과 동북아 아종은 같다고 이해하면 된다.[7] 성체도 방심하면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에 두루미들이 거의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동물이 삵이다.[8] 다만 부상의 위험이 커서 잘 시도하지는 않는다.[9] 먹잇감인 토끼를 쳐다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쳐서 그 토끼에게 공격받고 겁먹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겁을 준 토끼가 자신이 먹으려던 사료를 먹으려고 다가오자 눈치만 봤을 정도. [10] 이때 대한민국 늑대는 쥐약을 먹고 개체가 엄청나게 줄어드는 바람에 멸종되었다고 전해진다.[11] 천연기념물로는 지정되어 있지 않다.[12] EBS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적도 있다. 삵 외에 천연기념물인 수달도 있는 곳.[13] 정확히는 진짜 정체를 들킨 게 아니라 그 학식 높은 남자가 농담삼아 말한 것.[14] 참고로 한자 狸는 일본에선 너구리를 가리키지만, 원래 중국에서는 살쾡이를 의미하는 한자로 사용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요괴 중에는 네코마타와 비슷한 요괴로 살쾡이가 요괴화한 션리(仙狸)란 요괴가 있다.)[15] 주인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아 행적을 모르는 개체인데 비정상적으로 공격성이 두드러지는 경우, 광견병에 감염되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임의로 안락사시키는 경우가 일부 있다.[16] 정확히는 김호창 상병이 김재우 병장보다 먼저 이름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