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플
1. 개요
🧇 / Waffle
와플(Waffle)은 밀가루 반죽을 전용 팬에 부어 구운 과자다. 와플이라는 단어는 네덜란드어 Wafel(바펠)에서 유래했으며, 미국에 소개되면서 공식적인 명칭이 되었다.
2. 특징
중세 시대 유럽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며, 본디 팬케이크를 만들다 실수로 고기 망치로 굽고있었던 팬케이크 반죽을 누른 것에서 기원한다. 와플 특유의 요철(凹凸)모양이 특징이다.
밀가루에[1] 베이킹 파우더와[2] 소금, 달걀, 설탕, 우유 등을 섞어 만든 반죽에 '와플 판(waffle iron)'이라고 하는 격자무늬가 새겨진 두 장의 틀 사이에 반죽을 흘려 붓고 구워 만들며, 보통 두 장의 와플 사이에 잼이나 시럽, 크림, 아이스크림 등을 발라 먹는다. 격자 모양으로 만드는 이유는 시럽이나 크림 등이 흘러넘치는 것을 막아 풍부하게 얹어 먹기 위해서이다.
14세기의 와플은 웨이퍼(wafer)와 더 비슷했다. 웨이퍼와 와플의 이름이 비슷한건 그 때문이다. 당시의 와플은 발효시키지 않은 반죽을 납작하게 구운 것으로 요즘 와플보다 훨씬 더 바삭바삭했다. 재밌는 것은 16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와플을 파는 노점이 많았는데, 노점 간 거리가 2미터를 유지하는 법이 있었다는 것이다. 와플은 신분에 관계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호밀을 넣은 와플을, 부자나 귀족들은 우유와 달걀을 넣어 맛을 낸 밀가루 와플을 먹었다.
와플이 미국으로 전해진 것은 1620년대로 생각된다.[3] 하지만 1725년 영국 궁정 요리사 로버트 스미스가 "왕실의 요리"를 펴내기 전까지 와플이라는 단어는 영어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 뉴욕에서 와플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1700년대 중반에서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와플 파티는 세련된 사교 모임의 한 형식이었다고 한다. 와플이 아침식사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도 이와 비슷한 시기이다. 아침 식사로 단 음식을 먹는 것은 서양의 풍습이었는데, 이에 따라 와플에 달고 맛있는 토핑을 얹어 먹었다. 이때 버터와 메이플 시럽, 꿀 등을 올려먹기 시작했고, 때로는 콩팥 스튜도 올렸다고 한다.
재즈 시대의 뉴욕에서 재즈 연주자들은 달콤한 토핑과 영양 많은 토핑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모두 먹는 것을 택하여 와플 위에 프라이드 치킨을 올리고 거기에 메이플 시럽을 뿌렸다고 한다.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늦고, 아침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에 공연이 끝났기 때문에 식사 대용이었다고 한다. 로스코 레스토랑에서 닭튀김과 와플의 조합이 1938년에 처음 개발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19세기 요리책과 문헌들에 이미 등장을 하기 때문에 그 신뢰성이 의심된다.
3. 종류
워낙 유명한 음식이라 여러 바리에이션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대중적인 세 가지만 서술한다.
3.1. 리에주 와플
'''Gaufre de Liège'''
벨기에의 리에주 지방에서 유래한 형태의 와플. 두툼하고 격자의 크기도 큰 것이 특징이다.
가장 큰 특징은 바삭바삭 씹히는 '펄슈가'가 들어있다는 것. 펄슈가는 설탕을 뭉친 뒤 고온에서도 잘 녹지 않게 처리한 것으로 마치 진주 같다고 하여 펄슈가라고 한다. 설탕이 녹으면 캐러멜화 되면서 갈색이 된다. 펄슈가는 녹지 않아서 하얗고 동그란 결정 그대로 유지되어 베어 물었을 때 그 알갱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익힌 와플에서 대략 지름 5-6 mm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 호떡같은 질감으로 쫄깃한 편인데 이게 프랑스의 크레페와 상당히 유사하다. 시판제품 중 로투스의 벨기에 와플에서 이 펄 슈가를 볼 수 있긴 한데 다만 펄슈가 제품의 쫄깃한 질감은 재현이 안 되어 있다.
브뤼셀 와플과 함께 길거리에서 호떡 팔듯이 팔며, 대개는 시럽을 잔뜩 뿌리거나 아예 푹 담갔다 꺼내 먹는 것이 일상적.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경우는 위에 올라가는 토핑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 생크림 위에 바나나 혹은 딸기를 올린다. 극단적인 조합으로 와플과 아이스크림에 벨기에 초콜릿 시럽과 초콜릿 크런치를 넣어 먹는 것도 가능.
로투스에서 나온 벨기에식 와플이 바로 이런식으로 1개에 1300원 정도로 팔고 있다. 초콜릿은 1500원.
이디야에서 팔고 있는 와플도 이 종류이다.
3.2. 브뤼셀 와플
'''Gaufre de Bruxelles'''
리에주 와플과 함께 양대산맥...이라고 하기엔 인지도가 많이 밀린다. 리에주 와플과 달리 사각진 게 특징이며, 쫄깃하지 않고 스펀지 케이크처럼 폭신한 식감이라고 한다.[4] 리에주 와플처럼 생크림에 바나나나 딸기 등 여러 토핑을 얹어먹으며, 길거리에서 상인들이 많이 판다. 맛은 브뤼셀보다 리에주가 훨씬 맛이 좋다고 한다. 줄리안 퀸타르트 왈, 벨기에 사람들도 브뤼셀 와플보다는 리에주를 더 많이 좋아한다고.[5]
이쪽도 로투스에서 나온 제품이 있다.
3.3. 아메리카 와플
벨기에 와플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생긴 것으로 미국의 와플답게 동그랗고 크다.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은 한번 보고 오자. 특유의 격자 무늬는 그대로 있다. 미국 남부에선 주로 베이컨, 소시지, 달걀후라이 등을 곁들여서 아침식사로 먹는다고 한다. 아메리카 와플은 미국인들이 단 맛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답게 와플부터 시럽까지 전체적으로 달게 해 먹는 것이 특징인데, 남부 미국인들은 와플에 치킨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벨기에 와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아메리카 와플이 밀가루떡맛만 난다고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3.4. 벨기에 외의 사례
스트로프바펄 만드는 법
떡으로 와플 모양을 만든 '떡플'이라는 요리도 있다. 일본어로는 떡을 뜻하는 '餅(モチ, 모치)'와 섞어서 '모플(モッフル)'이라고 한다..
터키에서는 격자 무늬가 없는 것도 와플이라고 부른다. 이쪽은 크레페(터키어: grep)보다 두툼한 간식용 빵을 와플이라고 부르며 달달한 크림과 과일, 꿀, 캐러멜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네덜란드에서는 '스트룹와플'(stroopwafel. 영어식 발음으로, 네덜란드 현지에선 '스트로프바펄'/stroːpʋaːfəl/이라고 한다.)을 먹는다. stroop(시럽이란 뜻)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장의 얇은 와플 사이에 캐러멜 시럽을 넣어 만드는데, 주로 뜨거운 커피나 차 컵에 올려 데워 먹는다. 홀란드 이북으로는 검약을 강조한 문화 탓인지[6] 대체로 스트룹와플이나 'Knipertie'처럼 얇거나 바삭한 와플이 주류이며 (이 형태가 변형되어 한국인들이 아는 웨하스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벨기에마냥 부드러운 와플은 찾기 힘들다. 원두커피나 차를 많이 마시는 국가에서 인기가 많아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폴란드에서 제조한 토피넥(Tofinek) 스트룹와플이 유명해지고 있다.
와플의 응용으로 와플 한 장을 반으로 접어 만든 와플파이가 있으며, 한국에서는 와플하면 대부분 이것을 떠올린다.
크라운제과의 '버터와플'은 와플과 전병의 중간 정도 되는 과자라 할 수 있다. 진짜 와플과 비교하자면 위의 스트룹와플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 콘도 원래는 와플이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상점과 와플을 파는 상점이 나란히 있었는데 계절이 여름이라 아이스크림이 너무 잘 팔려 아이스크림 재고가 동나기도 전에 컵이 전부 바닥나서 재고가 남았는데도 아이스크림을 못 팔자 옆에 있던 와플가게 사장이 와플은 따뜻해서 안 팔리는데 와플을 컵처럼 주면 자네도 좋고 나도 좋겠네 하고 반농담식으로 투정부린 게 대박을 쳤다고 한다.
2019년 말부터 한국에서 크루아상을 와플팬에 눌러서 만든 ‘크로플’이 유행하고 있다. 크기는 리에주 와플과 비슷하고 식감은 쫄깃한 맛보다는 페이스트리 느낌이 난다.
4. 기타
- K리그 최초의 벨기에 국적 외국인 선수이자 '와플 폭격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케빈 오리스는 한국에서 파는 벨기에식 와플은 진짜 벨기에식 와플이 절대 아니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 와플을 사먹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와플 기계는 토머스 에디슨이 고안한 것으로 강릉시에 있는 에디슨과학박물관에서 그 당시 물건을 직접 볼 수 있다.[7] 상당히 놀라운 점은 와플 기계가 나온지 근 한 세기 가까이 되어가지만 모양이 지금도 거의 같다는 점이 역시 발명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현대인들이 와플 하면 바로 딱 떠올리는 모양을 각인시킨 장본인일 수도 있지만...
- 나이키 특유의 신발 밑창의 요철 모양은 와플의 틀에서 고안했다. 나이키의 창립자가 아들에게 와플을 만들어주는 과정에서 틀에 반죽 대신 고무를 부어보면 어떨까 하는 황당무계한 생각에서 비롯하였다고 한다(...). 근데 원리를 생각해 보면 꼭 황당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와플의 원리 자체가 부재료 등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니 그 원리는 마찰력을 높이는 신발 밑창으로도 적용 가능한 것.
- 전 NC 다이노스 소속의 1루수인 에릭 테임즈가 한국을 와서 엄청 좋아하는 먹거리. 와플이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음식이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먹는다고 하지만 자기 인스타그램에 와플에 대한 무한 애정을 과시했다.
- 영어로 와플이라는 단어는 동사로 사용할경우 "주저하다, 머뭇거리다"라는 의미가 있다.
- 옷감 중에서 가로세로로 골이 파인 옷감을 와플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로 스웨트셔츠를 만드는 데 쓴다.
- 2020년 하반기에서 2021년 상반기 와플 기계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 컨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삼각김밥을 넣거나, 전을 부치거나, 인절미를 넣어 먹는 등 이색 조리법으로 인기를 끄는 듯.
5. 창작물
- 뾰로롱 꼬마마녀의 민트의 애완동물 펭귄인 와플이 여기에서 따왔다고 한다.
- 심슨 가족의 호머 심슨은 '문 와플(Moon Waffle)'이라는 것을 만들어먹은 적이 있다. 와플쿠커에 캐러멜, 와플믹스, 훈연액을 때려부어 구운 뒤 다 눌러붙은 반죽을 버터에 감싸서 먹었다. 요리 유튜버 'Binging with Babish'가 이 요리를 직접 재현해 만들어먹었다.
- ONE ~빛나는 계절로~의 사토무라 아카네는 일반인들은 입도 못 댈 정도로 와플을 엄청나게 달게 만들어서 먹는다고 한다.
- 작은 눈의 요정 슈가에서는 슈가가 와플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 우주 스파이 짐에서는 짐(우주 스파이 짐)이 처음으로 먹은 지구의 음식이다. 딱 한 조각만 먹었다. [9]
- 모데카이저가 와플을 좋아한다.
[1] 일반적으로 간식용은 박력분이지만 중력이나 강력으로 사용하는 와플도 있다.[2] 이스트를 사용하여 발효하는 와플도 존재.[3] 이때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니라 영국의 식민지였다.[4] 리에주와 달리 달걀 흰자가 주재료이기 때문.[5]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벨기에 편 中.[6] 영국처럼 개신교 금욕주의 탓에 반 강제로 검소한 음식만 먹어야 했다.[7] 1박 2일 시즌 1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 직접 못 가시는 분은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 과학 박물관 홈페이지 사이버 전시실에서 에디슨 와플기라는 이름으로 찾아볼 수 있다.[8] 로고의 모습이 와플을 한 입 베어문 모습이니 이름도 그렇고 딱 봐도 애플패러디[9] 그것 때문에 셀(우주 스파이 짐)이 울고불고 더 먹으라고 떼를 쓴다. 결국 짐(우주 스파이 짐)은 와플을 더 먹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