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한마리
1. 개요
대파, 양파 등과 함께 끓여낸 육수에 토막낸 닭을 넣어서 후추, 향신료, 마늘, 생강 등과 함께 전골 형식으로 끓인 후, 김치와 양념장으로 간을 하고 떡이나 칼국수 사리를 넣어 끓여서 겨자 양념 간장에 찍어먹는 요리다.
일본어로 タッカンマリ 라고 표기한다.
2. 특징
후술하겠지만 이름도 일반명사스럽고, 전국에 널리 퍼지지 않은 서울 구도심 지역에서 주로 먹는 음식이라 종로, 동대문을 비롯한 이른바 성저십리 안쪽을 자주 왕래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음식이다. 오히려 한국인보다는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각종 고궁들과 북촌한옥마을들이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거의 필수로 들르게 되는 일본이나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더 유명한 한국 음식. #1, #2 #3
외국인들 때문에 유명해진 닭한마리 식당을 찾아가서 먹어보면, 저렴한 것도 아니면서 딱 예상 그대로의 맛인데 왜 그렇게 인기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게다가 유명세로 인한 배짱 장사를 하는 곳도 있어 몇몇 인기 식당은 시간이 지나도 아래의 스티븐 비건의 예에서 보듯 외국인한테만 인기 있는 곳으로 남아있는 편이다. 닭곰탕, 삼계탕 등 비슷한 닭요리가 많은 것도 선호도가 높지 않은 이유.
칼국수처럼 나중에 사리를 넣어서 먹기도 하며, '닭한마리 칼국수'라고 아예 '칼국수'까지 붙여서 간판을 내세운 곳도 많다. 시킬 때부터 "닭 하나 사리 하나" 식으로 닭과 칼국수를 세트로 시키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닭칼국수로 오해당하기도 하나, 닭칼국수와는 차이가 있다. 닭칼국수는 김치나 향신채소가 전혀 안 들어가거나 조금만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애초부터 국수 요리로 나온 칼국수에 비해 닭한마리에 사리로 넣어먹는 경우는 훨씬 진하고 국물 양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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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전골 냄비에 여럿이서 먹는 데다가 고기를 먹을 때에도 양념을 개인이 알아서 하도록 되어있어서, 국물을 먹을 때 부먹 찍먹급의 입맛 차이에 따른 논쟁이 벌어지기 쉽다. 식객에서도 이 내용을 담았는데, 순수한 육수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일행 중 한 명이 김치나 양념장을 넣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닭한마리는 식성이 비슷한 사람과 같이 먹는 편이 분쟁이 적고 좋다.
3. 다른 닭 요리들과의 차이점
삼계탕, 닭곰탕, 닭칼국수, 닭백숙 등과 착각당하기도 하는데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아무래도 요리 이름이라고 쉽게 연상되지 않는 음식 이름이 문제인 듯하다. 그냥 조리법대로 '닭전골' 이라고 이름이 붙었으면 삼계'탕', 닭곰'탕' 처럼 쉽게 조리법과 요리가 연결되었을 텐데 말이다.
닭한마리는 쉽게 말하면 그냥 닭 전골, 내지는 닭도리탕 맑은 국물 버전[1] 이다. 당연히 탕 요리인 삼계탕이나 닭곰탕, 고기만 나오는 백숙과는 다른 요리일 수 밖에 없다.
삼계탕과 비교하자면 삼계탕은 당귀, 인삼, 대추, 찹쌀 등을 닭 뱃속에 넣고 푹 끓여 나오지만, 닭한마리는 전골 형식으로 먹기 때문에 국물 맛부터 차이가 난다. 삼계탕 쪽이 훨씬 국물 맛이 진하다. 한 마리가 통째로 요리되어 나오는 삼계탕과 달리 부위별로 썰어져 나온다는 점도 차이점. 비슷한 이유로 닭백숙과도 차이가 있다. 닭칼국수와 비교하자면 닭한마리에 면 사리를 넣어먹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면이 들어가있지는 않으며, 닭칼국수는 닭고기를 잘게 찢어서 넣는 것이고, 닭한마리는 토막난 닭 부위들이 통째로 들어간다.
결정적으로 닭한마리에는 위 닭 요리들에는 없는 전용 소스가 있으며, 진한 깍두기나 배추김치가 주로 나오는 다른 요리들과 달리 닭한마리는 담백한 국물에 어울리도록 배추 물김치를 주로 곁들여 먹는다.
국물 외에 백숙과의 차이점은 내장이 안 들어가는 백숙과 달리 닭한마리에는 내장을 넣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온전한 한 마리가 되니까. 닭똥집(모래집=모이주머니=근위), 염통이 흔히 한 마리분 이상 들어가며, 어떤 집에서는 창자까지 넣는다. 내장, 특히 창자까지 넣는 집은 비린내를 잡기 위해 마늘, 파, 마늘잎 등 향신채소를 많이 넣고 국물 간을 세게 한다.
하위 호환으로 닭 내장탕이라는 게 있는데, 서대문구 유진상가 부근이라든지 서울 시내 강북 지역 구 시가지의 저렴한 선술집에서 안주로 팔던 것인데, 닭과 내장을 닭도리탕처럼 얼큰하게 끓여 내되 고기는 거의 안 들어가고 내장과 닭발, 때로 암탉 뱃속에 든 미성숙한 알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국밥 형태의 것, 닭도리탕에 가까운 것, 감자가 들어가 돼지등뼈 감자탕과 가까운 것 등 지역과 가게에 따라 변형이 많으며, 뭐가 정통 레시피다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안주로 하거나 밥 비벼 먹던 서민 음식이고, 비주얼이 그다지 좋지 않다 보니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고, 그것만 하는 전문점이라고 할 만한 데도 많지 않다. 80년대에는 두셋이 먹을 한 냄비에 5000원대였고, 2010년대에는 2인분 중짜에 18000원 이상, 닭도리탕과 비슷하게 받는다. 국밥 형식의 것은 아직은 만 원이 안 된다.
4. 유래와 발전
정확히 무엇이 기원인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대략 1970년대의 서울 중부 근처의 한 식당에서 즉석으로 부르던 명칭을 근간으로 한다. 닭백숙을 빨리 먹으려는 손님들이 "닭 한 마리 주소!"라고 말하던 것이 굳어져 그대로 '닭한마리'가 고유명사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닭백숙과 차이점은 고기가 부위별로 잘라내져 나온다는 게 다른데, 빠르게 끓이기 위해 기존 닭백숙과는 달리 닭을 부위별로 잘라내 서빙했고, 완성된 음식을 내놓는 것이 아닌 일단 초벌로 내놓고 손님이 직접 끓여먹도록 했다는 가설이 있다. 이런 식으로 요리 재료나 방식 없이 작명된 것으로 비슷한 음식은 해장국이 있다.
어찌되었든 종로, 을지로 근처 이른바 서울 구도심 부근에서 유래된 요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도 동대문, 종로, 을지로 부근엔 닭한마리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많으며, 관광차 온 외국인 손님들이 맵지 않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한국식 닭 요리로 각광받고 있다. 그 부근 식당의 특성상 큰 세숫대야 같은 양은냄비에 끓이는 풍경이 가장 익숙하다.
이제는 작은 닭을 써서라도 1인분을 많이 파는 삼계탕이나 닭도리탕 등과는 달리, 닭한마리는 아직까지 혼자서 먹기는 쉽지 않은 음식이다. 음식 이름이 '닭한마리'이다 보니 1마리를 넣은 게 최소 단위인 곳이 많다. 더 많이 시키고 싶을 때에는 "닭 한 마리 반", "닭 두 마리" 식으로 추가하게 된다. 삼계탕도 반 마리만 넣어서 반계탕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으니, 나중에 1인분이 보편화되면 '닭반마리'도 생길지 모르겠다.
몇 안 되는 '서울 고유의 음식'이라 부를 만한 음식이다. 개화기 이전까지 '서울'의 범위는 굉장히 좁았고, 서울 사람이라고 분류할 만한 집단도 거의 없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과 한국전쟁 직후의 '서울'만 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었으며, 서울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은 이촌향도 시기인 1970년대 이후부터다. 물론 서울에 거주하는 왕실의 궁중 요리나 고위 사대부 집안의 음식도 엄밀히 따지면 '서울 음식'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이런 '높으신 분들'이 아닌 '서울의 일반인'들이 먹는 '서울 음식'이라고 명명할 요리는 딱히 없었던 것. 즉 닭한마리는 '서울'이라는 지역이 지역적 정체감을 만들어나간 이후에 생긴 초창기의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닭한마리는 아직 전국적으로 유명한 상태는 아니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편. '닭한마리'라는 이 애매한 이름도 그렇고, 표기법도 정해진 것은 없다. 조리법대로 이름을 붙이자면 '대파닭전골' 식이 되거나, 닭한마리엔 칼국수가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기에 '닭칼국수'라고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지만, 칼국수보다는 고기가 메인인 요리여서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가게에 따라서 칼국수만 넣어서 '닭칼국수', 고기까지 있는 건 '닭한마리'로 메뉴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다.
정말로 '닭 1개'를 뜻할 때야 '닭 한 마리'로 띄어 써야 하겠지만 하나의 요리명으로 굳어졌으니 '닭한마리'라고 붙여서 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5. 매체에서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도 2016년 6월 4일 닭곰탕, 삼계탕과 함께 방영되었다.
수요미식회 149회(2017년 12월 6일 방영)에서도 닭한마리를 중심으로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닭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많긴 했지만. 동대문 앞이 유명하다고 소개되었다.
2017년 11월에는 러브 라이브! Aqours 성우진이 내한하여 닭한마리를 먹었는데, 의외로 한국에서도 닭한마리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이 닭한마리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진한 맛에 다양한 먹는 방법 때문에 한국인보다 외국인, 특히 일본인들에게 더 유명한 서울의 음식으로, μ's의 호시조라 린 역 성우 이이다 리호가 2016년에 생일 팬미팅에서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았으며, 일본에는 없기 때문에 한국 올 때마다 먹는다는 설명까지 해주었다.
프로듀스 48에서도 아키모토 야스시가 한성수와의 첫 대면에서 닭한마리를 먹었다. 아키P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라고 한다.
미야자키 미호 역시 닭한마리를 매우 즐겨 먹는다고 한다.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을 정도인데, 실제로 2018년 12월 9일 '한류라보' 방송에서 직접 후지와라 토모키와 같이 닭한마리 먹방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도 동대문에서 먹은 적 있는데. SNS에 남긴 사진을 보고 찾아간 열혈 팬이 있었다고 한다.
노기자카46의 마츠무라 사유리도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
친한파로 유명한 칸쟈니∞의 요코야마 유도 닭한마리를 좋아하며, 크로니클F에서 좋아하는 라멘에서 タッカンマリ(닭한마리)에 칼국수면을 넣어 다데기를 푼 라멘을 추천했다.
그놈은 흑염룡의 주인공 백수정은 닭한마리 집 딸이다.
6. 스티븐 비건
미국의 대북정책특별대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2] 도 평양에서 서울로 돌아온 직후 닭한마리를 먹으며 화제에 올랐다. 비건은 한국 방문시마다 꼭 먹으러 가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닭한마리에 꽂힌 것으로 보인다. 2019년 5월 방문시에도, # 8월 방문시에도 닭한마리를 먹었다. 광화문의 한 가게의 단골이 되었는데, '''정작 현지 주민들이나 닭한마리 미식가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는 못 하는 집'''이라고 한다. 물론 입맛이라는 게 주관적이니 대부분 사람들에겐 별로인 맛이 본인에겐 딱 맞을 수 있다.
2019년 12월에 방한했을 때도 그 식당에서 또 먹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완전히 푹 꽂힌 듯하다. 비건 본인의 말에 의하면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끓여 주시던 치킨 수프[3][4] 를 떠올리게 한다나. 급기야는 미국의 '어머니의 날' 기념으로 직접 만들어 아내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그리고 2020년 7월 방한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해 식당에 못 가니까 아예 주한미대사관에 요리사를 초청했다. # 이 만찬은 비건 부장관의 코로나 19 PCR 검사 결과 통보가 좀 늦어지면서 취소될 뻔 했으나, 결국은 먹었다고 한다. 2020년 12월 8일 마지막 방한엔 코로나가 유행 중이라 방역 차원상 저녁에 식당을 빌려서 닭한마리를 먹게 되었다.
이처럼 비건 부장관이 한국에 올 때마다 닭한마리를 즐겨먹다 보니, "이름이 비건(채식주의자)인데 닭을 먹니?" 라는 식의 농담이 인터넷상에서 어김 없이 나돌곤 한다. 물론 비건 문서를 참조하면 알겠지만 그 비건과는 철자가 다르다.
심지어 언론이나 한국인들에게 비건 부장관 관련 기사에서 닭한마리 에피소드가 없으면 허전할 정도.
[1] 백종원은 골목식당에서 이렇게 '맑은 닭도리탕'이라고 표현했다.[2] 특별대표에서 승진.[3] 폴란드계 미국인인 비건이 먹던 치킨 수프가 Rosół(로수우)라는 음식이다. 야채 약간과 닭고기를 넣은 국물에 국수(파스타)를 말아먹는 것까지 놀랍도록 똑같다. [4] 미국에서 치킨 수프는 감기에 걸렸을 때나 기운이 없을 때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다. 한국으로 치면 열이 날 때 땀 내면서 배부르게 먹고 푹 자라고 삼계탕이나 갈비탕을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유명한 자기계발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도 아플 때 먹는 닭고기 수프처럼 인생이 힘들 때 힐링이 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의미로 제목을 지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