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가운데땅)
1. 개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종족이다. 일루바타르의 두 번째 자식으로 가운데땅에서 유일하게 말하는 종족으로 남을 것으로 운명지어졌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첫째 자손 요정들은 점차 서쪽으로 떠나게 되고 일루바타르의 양자 난쟁이와 엔트들은 수가 점차 줄어들게 되어 제4시대와 함께 인간의 시대가 시작된다.
2. 특징
요정에 비해 인간은 약하고 병에 잘 걸리며 악에 쉽게 유혹된다. 더 아름답거나 재주가 좋거나 무예가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오직 인간만이 받은 일루바타르의 선물이 있었는데 바로 죽음이었다.[1][2] 정확히는 일루바타르가 발라들의 노래를 세상의 형상으로 비추었을 때 인간의 시대가 도래하는 부분에 이르러 비춤을 멈춰버려서 그들의 운명은 노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웠다. 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세상에 얽매여 떠나지 못 하는 발라와 요정들과 달리 인간들은 죽음으로써 아르다를 떠날 수 있었고 그 이후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만웨와 만도스, 그리고 물론 일루바타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3] 인간이 받은 이 선물에 대해 요정들과 발라들마저 부러워했다.
그러나 모르고스가 인간들의 마음을 어둡게 물들였고, 인간들은 점차 죽음을 선물보다는 저주로 여기게 되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제2시대의 누메노르인들 사이에서 절정에 달하여 그들은 불사를 얻고자 하는 욕심으로 발리노르를 침공하게 된다. 그 결과 그들과 그들의 땅은 멸망하였고 죽음이라는 저주가 실제로 그들에게 닥쳐왔다.
3. 역사
인간이 정확히 언제,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인간들은 요정이 깨어나고 나서도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태양의 제1시대 제1년 1월 1일 가운데땅 동부 힐도리엔(Hildórien)에서 깨어난다. 이들은 스스로를 태양의 자식이라 불렀으며 달과 별을 사랑한 요정들와 달리 태양을 사랑했다. 태양의 시대 초기에는 태양이 서쪽에서 떠올랐기 때문에, 이들은 점차 서쪽을 향해 퍼져나가게 된다.
벨레리안드에 도착한 인간 무리는 요정들과 협력하여 모르고스에 대항하였지만 제1시대가 흘러가면서 대부분의 인간들이 요정을 배신하였고, 최초의 세 가문만이 남아 요정들과 함께 싸웠다. 제2시대와 제3시대를 거쳐 대부분의 요정들이 가운데땅을 떠나면서 실질적으로 가운데땅의 역사는 인간이 주도하게 되었으며, 제3시대 말에 사우론을 물리치고 제4시대를 열면서 마침내 인간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제4시대 이후 인간의 계보가 실제 역사의 인류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 가운데땅 세계관의 설정이다. 톨킨에 의하면 현대는 제6시대나 제7시대 즈음이라고 한다.
4. 분파
인간들은 오랜 세월 이주를 거치면서 다양한 집단으로 분화했다.
4.1. 에다인
인간들이 가운데땅에서 막 깨어났을 때 이를 눈치챈 모르고스는 동부로 향한다. 모르고스는 인간들 마음 속에 어둠을 심어 일루바타르에 등을 돌리고 자신을 섬기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뉘우치고 다른 인간들의 박해를 피해 서쪽에 있다는 '빛의 땅'을 찾아 장정에 오른다. 이때 그들 중 한 무리는 북쪽의 룬 내해(Sea of Rhûn)를 거치는 경로로 이동한다. 이 무리는 다시 작은 무리와 큰 무리로 나뉘는데, 작은 무리는 내해 남쪽의 언덕에 머물렀고 큰 무리는 내해 북쪽의 숲에 머물렀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두 무리의 언어는 점차 달라지게 된다. 작은 무리의 후손들이 인간 중 첫 번째로 벨레리안드에 진입하는데 이들이 베오르 가문이 된다. 큰 무리의 후손들은 세 번째로 벨레리안드에 진입하고 하도르 가문이 된다. 한편 남쪽의 백색산맥을 거치는 경로로 이동하던 무리는 그곳에 정착해 있던 인간 무리(훗날의 드루에다인) 중 일부와 함께 두 번째로 벨레리안드에 진입해 할레스 가문이 된다. 본래 에다인은 모든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이후 끝까지 요정의 친구로 남았던 이들 세 가문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된다.
4.2. 두네다인
모르고스의 파멸 이후 발라들은 에다인의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불사의 땅 아만과 필멸자들의 가운데땅 사이 바다 한가운데에 별 모양의 섬 엘렌나를 떠오르게 한다. 살아남은 에다인 무리들은 에아렌딜의 별의 인도로 섬에 도착하였으며 에아렌딜의 아들 엘로스를 옹립하여 누메노르 왕국을 세운다. 누메노르인들은 에온웨의 축복을 받아 강하고 지혜로우며 장수를 누리게 되었다. 그래서 누메노르인은 상급인(High Men)이라고도 불린다.
에다인들 중 하도르 가문이 가장 많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들 역시 하도르 가문의 후손이 가장 많았다. 누메노르의 공용어 또한 하도르 가문의 언어 탈리스카로부터 유래한 아두나익이었다. 베오르 가문의 후손들은 주로 섬 서부에 정착했으며 이들은 신다린을 좀 더 많이 썼다. 할레스 가문은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살던 드루에다인의 생존자 일부는 누메노르에 건너와 살았다.
제2시대 후기에 누메노르인들은 왕당파와 신실파로 나뉜다. 신실파는 주로 누메노르 서부 안두니에에 살던 베오르 가문의 후손들이었다. 왕당파의 오만함으로 누메노르가 파멸할 때 안두니에의 영주 엘렌딜은 신실파를 이끌고 가운데땅으로 망명하여 아르노르와 곤도르 왕국을 세운다. 본래 두네다인은 신다린으로 '서쪽의 인간들'(dûn + edain)이란 뜻으로 누메노르인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제3시대부터는 가운데땅에 정착한 신실파의 후손들을 가리키게 되었다.
4.3. 검은 누메노르인
가운데땅에 살아남은 누메노르인은 신실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메노르의 전성기에 이들은 강대한 해상제국을 이루며 가운데땅 여러 곳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이들 중 신실파의 도시들은 곤도르와 협력했지만 움바르와 같은 왕당파의 도시들은 곤도르에 적대적이었다. 이렇게 가운데땅에 살아남은 왕당파를 검은 누메노르인(Black Númenóreans)이라 부른다.
4.4. 드루에다인
Drúedain. 서쪽으로 향한 인간 무리 중 하나다. 이들은 하라드 지방까지 나아갔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이실리엔 지방에 도착하여 최초로 안두인 대하를 건넌 인간이 된다. 그곳의 백색산맥에 정착한 이들은 여러 원시적인 유물을 남긴다. 이들 중 일부는 할레스 가문의 선조들이 백색산맥에 도착했을 때 여정에 합류하여 벨레리안드에 진입한다. 이들은 브레실 숲에서 할레스 가문과 계속 운명을 같이 했고 에다인의 일원으로서 누메노르로 이주한다. 그러나 이들은 누메노르에 점차 파멸이 다가옴을 느끼고 아칼라베스 이전에 배를 타고 모두 섬을 떠난다.
한편 벨레리안드로 가지 않고 백색산맥에 남았던 드루에다인들은 원시적인 생활을 하며 살아가던 중 전성기의 누메노르인들이 가운데땅에서 식민 활동을 벌이자 두려워하여 백색산맥의 산지로 숨어든다. 제3시대에 이들은 우오스(Woses) 족이라 불리며 숲에 살았는데, 제2차 반지전쟁에서 그 유명한 로한의 기마대가 오르크들의 방해를 피해 제 시간에 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공을 세운다. 이 공으로 엘레사르 1세는 그들이 영원히 자유롭게 그들의 숲에서 살 수 있도록 하였다. 그들은 은밀하고 고립된 생활에 만족하고 다시는 역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4.5. 북부인
베오르 가문과 하도르 가문의 선조 중 벨레리안드로 가지 않고 에리아도르 북부와 로바니온에 남았던 사람들의 후손이다. 이들은 어둠의 인간들과 싸우며 오랫동안 원시적인 상태로 살다가 제2시대 초기에 엔트나 요정들에게 약간의 문명을 배웠다. 그러다 제2시대 600년 경 누메노르인들이 가운데땅에 돌아오게 된다. 북부인들은 자신의 옛 친척들이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고 놀라워 하며 사절을 보내 그들과 접촉한다. 누메노르인들은 외형과 언어를 통해 자신의 친척들을 알아보고 이들과 긴밀한 동맹을 맺고 문명을 전수한다. 빛의 인간이자 상급인(High Men)인 누메노르인들은 사우론 수하의 어둠의 인간(Men of Darkness)들과 구분해서 이들을 황혼의 인간들(Men of Twilight) 또는 중급인(Middle Men)이라 불렀다. 이후에는 북부인에 더해 선-누메노르인의 일부 등, 두네다인 왕국에 적대적이지 않은 가운데땅의 인간들을 전부 중급인이라 부르게 된다.
제3시대 북부인들은 곤도르의 중요한 동맹이었으며 함께 동부인들의 침략에 맞서 싸웠다. 이들은 로바니온에서 로바니온 왕국을 개국하는 등 번영하다가 대역병과 전차몰이족의 침략으로 무너졌다. 이들 중 일부는 너른골에 사는 친척인 데일인들과 합류했으며 일부는 안두인 대하 북부로 가서 에오세오드(Éothéod) 족이 되었다. 에오세오드인은 훗날 곤도르의 국왕에게 영지를 받고 로히림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로한 왕국을 열었다. 에오세오드인의 친척 뻘 되는 종족으로 베오른이 있다.
4.6. 선-누메노르인
Pre-Númenóreans. 이름과 달리 누메노르에 살았던 사람들은 아니고 누메노르인이 정복한 가운데땅의 에리아도르에 살던 선주민이다. 할레스 가문의 선조 중 벨레리안드로 가지 않고 에리아도르 남부에 남은 사람들의 후손이다. 제1시대가 끝날 때쯤에는 북쪽으로는 카르돌란, 남쪽으로는 움바르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었다.
제2시대 500년 경 숨어있던 사우론이 가운데땅에 사악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하자 이들 중 일부는 안개산맥 남쪽으로 이주해서 브리인이 된다. 이들은 훗날 아르노르 왕국 신민이 되었다가 호빗들이 이주해오자 이웃해서 산다. 왕국이 망하고 난 뒤에는 비교적 조용히 독립적으로 살았다.
제2시대 600년 경 누메노르인들이 에리아도르에 식민 활동을 개시했을 때, 북부인과 달리 이들은 탈리스카와 관련이 없는 계통의 언어를 사용했으므로, 누메노르인들은 이들이 자신의 친척임을 알아보지 못했다. 누메노르인들이 숲을 마구 베어내기 시작하자 이들은 누메노르인들을 공격하였으나 상대가 되지 않았고 미니리아스(Minhiriath)와 에네드와이스를 포기하고 던랜드로 도망쳐 던랜드인이 되었다. 이들은 자신의 땅을 도둑맞았다는 적개심에 사우론의 부하로 활동하기도 했다.
백색산맥에 살던 이들 중 일부는 사우론을 섬기다가 제2시대 말 곤도르 왕국이 세워진 이후로는 이실두르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그러나 최후의 동맹 전투에서 이실두르가 이들을 소집했을 때, 사우론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던 이들은 맹약을 어기고 숨기를 선택한다. 이실두르가 이들을 저주하여 이들은 죽은 자들의 군대로 안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제3시대에 이들 중 일부는 구릉인(Hill-men)이라 불리며 앙그마르의 마술사왕를 섬겼다.
4.7. 동부인
최초의 인간들 중 일부는 서쪽으로 향하지 않고 동부에 남았다. 제1시대에 그들 중 에리아도르에 살던 흑색인(Swarthy men)들이 뒤늦게 세 가문 다음으로 청색산맥을 넘어 벨레리안드에 진입한다. 이들은 페아노르의 자식들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한없는 눈물의 전쟁에서 이들 중 보르(Bór)의 일족은 신의를 지키고 싸우다 전사했으나 울팡(Ulfang) 일족은 처음부터 모르고스가 보낸 첩자였다. 울팡 일족의 배신으로 요정과 에다인들의 군대는 괴멸당하고 만다. 울팡과 그의 아들 울도르(Uldor)는 전사했지만 벨레리안드의 남은 동부인들은 히슬룸을 지배하며 에다인들을 노예로 부린다. 이들은 분노의 전쟁 때 모르고스의 편에서 싸우며 대부분 전사하였다.
제2시대에는 사우론이 동부 룬에 와서 그곳에 살던 동부인들이 사우론의 부하가 된다. 사우론의 패퇴 이후 제3시대에도 이들은 여전히 어둠에 물들어 북부인들과 곤도르를 여러 차례 공격했다. 로멘다킬 2세가 이들을 크게 물리친 이후에는 한동안 잠잠했으나, 사우론의 수하들이 이들 사이에서 전차몰이족(Wainriders)이나 발코스(Balchoth) 같은 부족 연합체를 구성하여 쳐들어와 곤도르에 큰 위기가 닥치기도 했다. 제2차 반지전쟁에서도 사우론의 부하로 싸웠다.
4.8. 하라드림
서쪽으로 가지 않고 동부에 남았던 인간들의 후손이다. 그중 일부가 태양이 뜨거운 남쪽 지방 하라드에 정착한 것이 하라드림의 시초이다. 제2시대에 이 지역에 누메노르인의 식민지 움바르가 세워지면서 누메노르인들로부터 문명을 전수 받게 된다. 이후 누메노르인들이 압제를 펼치게 되면서 아르파라존 왕의 인신공양을 위한 제물이 되기도 했다.
제3시대에는 사우론의 영향 하의 검은 누메노르인의 지배를 받아 곤도르의 남쪽 국경을 위협한다. 검은 누메노르인의 몰락 이후에는 이들이 움바르를 차지하여 곤도르와 전쟁을 계속한다. 제3시대 말 제2차 반지전쟁에서도 사우론의 부하로 싸웠으나 그의 멸망 이후 곤도르와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 남부인(Southrons)이라고도 한다.
4.9. 바리아그
Variags. 서쪽으로 가지 않고 동부에 남았던 인간들의 후손이다. 하라드의 동쪽, 룬의 남쪽 지역인 칸드에 살았다. 이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으며 제3시대에 사우론의 부하로 싸웠다.
4.10. 호빗
호빗 역시 인간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요정이나 난쟁이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제3시대나 되어서야 기록된 역사에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그 기원에 대한 정보는 남아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