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드의 건축업자
'''The Adventure of the Norwood Builder'''
1. 개요
셜록 홈즈 시리즈 단편집인 <셜록 홈즈의 귀환>에 실려 있는 단편 에피소드로 1903년 9월에 <콜리어스 위클리>, 같은 해 10월에 <스트리트 매거진>에 연재되었다. 약간 희극적인 면이 있는 사건이며 또 이 사건을 통해 이미 이 무렵에 영국에선 지문 감식이 범죄 수사에 활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야드가 지문 감식을 수사 기법으로 도입한 건 아서 코난 도일이 이 에피소드를 집필하기 불과 2년 전인 1901년의 일이라고 한다.[1]
2. 등장인물
2.1. 레귤러 캐릭터
2.2. 본편 등장 인물
- 존 헥터 맥펄레인
사무변호사로 나이는 27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노우드에 사는 부모님의 지인 조너스 올데이커의 부름을 받고 그의 집에 갔는데 뜻밖에도 그가 자신에게 전 재산을 물려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 날 조너스 올데이커는 피살당했고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고 만다.
- 조너스 올데이커
건축가로 나이는 52세이다. 맥펄레인 변호사의 부모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며 독신이다. 자식도 없고 가까운 피붙이도 없는 몸이라 자신의 재산을 친구의 아들인 맥펄레인 변호사에게 전액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남긴다. 하지만 그 다음 날에 그의 집에 불이 나고 숯검댕이로 변한 그의 시신이 발견된다.
- 맥펄레인 부인
존 헥터 맥펄레인의 어머니. 젊었을 적엔 엄청난 미녀였기에 과거 조너스 올데이커로부터 청혼을 받은 적이 있으나 그의 모질고 잔인한 성격에 진절머리를 느껴 파혼했다고 한다. 그러자 올데이커는 그녀의 사진에 온갖 저주 섞인 낙서를 하여 그녀에게 보냈다고 한다.
- 헤더 렉싱턴
올데이커 씨 집의 가정부로 중년 여성이다. 올데이커의 집에서 피 묻은 지문을 발견하고 경찰에게 알려준다.
3. 줄거리
홈즈가 숙적인 모리어티 교수와 스위스에서 한 판 붙었다가 3년 간 종적을 감춘 뒤 다시 돌아온 직후에 있었던 일이었다. 한동안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졌는데 우리의 홈즈에겐 이러한 나날들이 지겨웠던 모양이다. 그러자 그는 왓슨에게 이렇게 말했다.
물론 왓슨은 홈즈의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홈즈가 돌아온 뒤 왓슨은 개업했던 병원을 처분하고 다시 홈즈와 함께 베이커 가에 있는 허드슨 부인의 하숙집으로 돌아왔다.[2] 그 때 그는 그의 병원을 베르너(Verner)라는 젊은 의사에게 팔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는 홈즈의 먼 친척이었고 병원을 사들일 돈을 지불한 건 다름 아닌 홈즈였다고 한다. 그렇게 홈즈가 지루한 일상에 권태를 느낄 때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젊은 남성이 부리나케 달려 들어왔다. 그 젊은 남성은 눈이 매우 컸으며 안색이 창백했고 부스스했다. 그는 갑자기 뛰어 들어와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한 뒤 자신이 정말 지금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불행한 존 헥터 맥펄레인(Unhappy John Hector McFarlane)'이라고 소개했다.'''"런던은 故 모리어티 교수의 죽음 이후로 아주 재미없는 도시가 되어버렸다네."'''(London has become a singularly uninteresting city since the death of the late lamented Professor Moriarty.)
홈즈는 맥펄레인에게 담배를 권하며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 그런 다음 그를 훑어보며 첫 인상만으로 그가 미혼이며 사무 변호사이고 프리메이슨 회원이며 천식을 앓고 있다는 걸 추리해냈다. 맥펄레인은 홈즈에게 그 말이 모두 맞다고 말하며 덧붙여서 런던에서 가장 불행한 사나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찰에게 체포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홈즈에게 자신이 노우드[3] 의 건축업자 조너스 올데이커 살인 용의자로 쫓기고 있다고 밝혔다. 홈즈는 자신이 이제 막 친구 왓슨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직후라 사건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고 말하며 사건에 대해 들려줄 것을 청했다. 이에 맥펄레인은 데일리 텔레그래프 신문을 꺼내 홈즈에게 건네주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실린 그 사건은 이랬다.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은 "로워 노우드[4] 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 유명 건축가의 실종. 살인과 방화 혐의. 범죄의 실마리."(Mysterious Affair at Lower Norwood. Disappearance of a Well-known Builder. Suspicion of Murder and Arson. A Clue to the Criminal.)였다. 기사에는 전 날 늦은 밤 혹은 오늘 이른 아침에 로워 노우드에서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지역에 사는 유명한 건축가 조너스 올데이커 씨가 흉악한 범죄에 휘말렸다는 것이었다. 올데이커 씨는 올해 52세의 독신으로 시드넘(Sydenham)의 길 끝에 있다고 그 이름이 붙은 딥 덴 저택(Deep Dene House)서 살았다고 한다. 그는 이웃들에게 괴짜로 평판이 나 있었으며 비밀스럽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는 상당한 부를 쌓았기에 몇 년간 사실상 업무에서 물러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 날 밤 12시경에 집 뒤편에 있는 작은 목재 저장소에 쌓여 있는 목재 더미들 중 하나에서 불이 났다고 한다. 장작이 워낙 건조한 상태였기에 불은 맹렬하게 타올라 목재 저장소를 태워버렸다고 한다. 얼핏 보면 단순한 화재 사건 같아 보였지만 이것이 중대한 범죄와 연루되어 있다는 게 드러났다.
그의 방을 조사해 보니 사건 당일 그곳엔 누군가가 잠을 잔 흔적이 없었고 금고가 열린 채로 있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중요한 서류들이 방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또 살인의 흔적으로 보이는 혈흔이 방 안에서 발견되었다. 또 방에는 지팡이가 하나 발견되었는데 손잡이에 피가 묻어 있었다. 이 지팡이는 집 주인 조너스 올데이커 씨가 그 날 밤에 그의 침실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사람에게서 받았다고 하는데 지팡이의 주인을 조사해 보니 런던의 젊은 사무 변호사 존 헥터 맥펄레인의 곳으로 밝혀졌다. 그레셤 빌딩(Gresham Buildings) 426호실에 있는 법률 사무소 그레이엄 & 맥펄레인(Graham and McFarlane)의 젊은 동업자였다. 경찰은 존 헥터 맥펄레인을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하려고 한다고 한다. 현장을 자세히 조사한 결과 1층 그의 침실에 있는 프랑스제 창문에 몸싸움을 한 흔적이 있었으며 창문은 열려 있었고 부피가 큰 뭔가를 장작 더미로 끌고 간 흔적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숯의 재들 사이에서 숯덩어리가 된 유해가 경찰에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경찰은 맥펄레인이 올데이커 씨의 침실에서 그를 살해하고 서류들을 마구 흩뿌린 다음 그의 시신을 목재 더미로 질질 끌고 와 이곳에 숨긴 다음 불에 태웠을 것으로 추리했다. 이 사건은 스코틀랜드 야드의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지휘하며 유력한 용의자 존 헥터 맥펄레인을 추적하고 있다는 게 기사의 내용이었다.
신문 기사를 읽은 홈즈는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라고 말하며 아직 이 곳에 있는 한 맥펄레인은 자유의 몸인데 혹시 체포를 해명할 만한 유리한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다. 맥펄레인은 자신이 블랙히스의 토링턴(Torrington) 저택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데 어젯밤에 조너스 올데이커와 해야 할 일을 하느라 너무 늦어서 노우드의 한 호텔에 투숙한 뒤 거기서 직장으로 출근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기차를 타러 갔다가 이 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신이 지금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직장이나 집 어디로 가든 체포될 판이었고 어떤 남자가 런던 브리지 역에서 이 곳까지 미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존 헥터 맥펄레인을 조너스 올데이커 살인 및 방화 용의자로 긴급 체포한다고 미란다 원칙을 읊었다. 그러자 홈즈는 레스트레이드 경감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맥펄레인은 엄연히 자신의 의뢰인이니 자신도 사건의 전말에 대해 들어야 한다고 그 말을 듣고 난 이후에 체포해서 가달라고 부탁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으나 과거 홈즈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해서 결국 들어주며 30분의 말미를 준다. 맥펄레인은 전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맥펄레인은 자신은 조너스 올데이커와는 면식이 없었으며[5] 자신의 부모님이 그와 아는 사이이긴 했지만 안 만나고 지낸지도 꽤 오래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제 오후 3시에 갑자기 조너스 올데이커가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공책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내 테이블 위에 늘어놓으며 자신의 유언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펄레인에게 자신의 유언장을 합법적인 형태로 고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유언장의 내용이었다. 그 유언장엔 조너스 올데이커 본인의 유산을 모두 존 헥터 맥펄레인 자신에게 상속한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조너스 올데이커는 꼭 작은 페럿 같이 생겼고 흰 속눈썹을 지닌 인물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유언장 내용이 내용인지라 맥펄레인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이에 올데이커는 자신은 독신이라 자식도 없고 살아 있는 친척도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이 젊었을 때 친구인 맥펄레인의 부모님으로부터 존 헥터 맥펄레인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듬직한 청년이라 생각했고 또 친구의 자식이 곧 내 자식이나 다름 없으니 자신의 재산을 맥펄레인에게 상속하겠다는 것이었다. 맥펄레인은 유언장은 적법한 절차로 완료되었고 서명했으며 자신의 사무실 직원이 증인으로 입회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언장 원본과 초안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올데이커는 맥펄레인에게 자신의 집으로 와서 유산 상속에 필요한 서류들을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그 날 밤에 그의 집으로 갔다고 한다. 그 때 올데이커는 맥펄레인에게 "기억하거라. 얘야. 모든 게 자리 잡기 전까지는 이 일에 대해 네 부모님에게 단 한 마디도 해선 안 된다. 우린 이걸 끝까지 지켜서 너희 부모님들을 깜짝 놀라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 점이 맥펄레인으로선 그 약속이 더 신의 있게 느껴졌다고 한다.
맥펄레인은 올데이커는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준 든든한 후원자였고 자신의 소망이라고는 오로지 올데이커의 은혜를 갚는 것밖에 없는데 왜 자신이 그를 죽이겠느냐고 항변했다. 더군다나 전 날 올데이커가 맥펄레인과 함께 9시에 저녁 식사를 하고 싶어 해서 그 시간에 찾아갔으나 집을 제대로 찾지도 못해 30분이 지나서야 그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문을 열어준 건 그 집 가정부였던 중년 여성이라고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커다란 금고가 있는 그의 침실에서 서류 작업을 했고 그게 끝난 건 대략 11시~12시 사이라고 한다. 그는 가정부를 방해하면 안 된다고 하고 프랑스제 창문을 통해서 나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창문으로 나가려는데 지팡이가 보이지 않자 올데이커는 "신경쓰지 말거라. 얘야. 내가 반드시 찾아서 네게 주마."라고 했다고 한다. 그 때 금고는 열려 있었고 서류는 통 안에 든 채로 테이블 위에 있었다고 했다. 밤이 너무 늦어서 블랙히스의 집으론 못 가고 노우드 근처의 아널리 암스(Anerley Arms)란 호텔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맥펄레인의 이야기가 끝나자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더 물어볼 것이 남았느냐고 홈즈에게 물었다. 홈즈는 더 이상 맥펄레인에게 물어볼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즈는 유언장 초고에 특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언장 초고 2번째 페이지 마지막 한 두 줄은 복사된 것이라 잘 읽을 수 있는데 그 사이의 것들은 글씨가 개발새발로 써 놓아서 도무지 읽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초고가 기차 안에서 쓰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 지적했다. 즉, 똑바로 작성된 부분은 기차가 역에 정차해 있을 때 쓴 것이고 날려 쓴 부분은 기차가 이동하는 중에 쓴 것이란 뜻이다. 아무리 나중에 법적 절차에 맞추어서 다시 쓴다고 해도 명색이 유언장인데 기차 안에서 급하게 썼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는 게 홈즈의 지적이었다. 하지만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홈즈의 추리를 주의 깊게 듣지 않았고 결국 맥펄레인은 살인사건 용의자로 체포되고 만다.
이후 홈즈는 블랙히스에 있는 맥펄레인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홈즈는 맥펄레인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맥펄레인의 어머니는 올데이커와 알고 지낸 사이일 뿐 아니라 처녀 시절에 그로부터 구혼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올데이커가 워낙 잔인하고 교활한 성격의 소유자라 차버렸다고 한다.[6] 그러나 파혼당한 것에 앙심을 품은 올데이커는 참으로 끔찍한 짓을 했다고 한다. 맥펄레인의 어머니는 그녀의 처녀 시절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참으로 미인이었지만 사진엔 온갖 칼자국을 내어 훼손한 흔적이 있었다. 올데이커가 파혼에 앙심을 품고 칼로 그녀의 사진을 마구 난도질해서 그녀에게 보냈던 것이다. 맥펄레인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에 얼마나 올데이커에게 당했는지 설령 그가 선의로 자기 아들에게 유산을 물려주려 했다고 해도 한 푼도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홈즈는 사건 현장인 노우드의 딥 덴 저택으로 향했다. 유명 건축가답게 소싯적에 돈을 많이 벌었는지 그의 집은 매우 큰 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건 현장 조사를 했는데 별 다른 소득은 없었다. 올데이커의 침실에 있던 문제의 프랑스제 창문은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된 목재 저장소와 통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뭄이 심하게 들어서 땅이 메말랐던 탓에 범인의 발자국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또 바지 단추가 하나 떨어져 있었는데 하이암스(Hyams)라는 브랜드가 찍혀 있었고, 그곳은 올데이커가 평소에 양복을 맞추던 곳이라고 한다. 문제의 침실로 가서 보니 피해자 올데이커는 생각보다 그렇게 큰 부자는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통장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는데 거액의 돈이 코넬리어스(Cornelius)란 사람에게 여러 차례 이체되었다는 것이다. 가정부의 말에 따르면 코넬리어스란 사람은 올데이커의 친구라고 한다.
가정부 렉싱턴 여사의 말에 따르면 맥펄레인을 집 안으로 들인 건 사건 당일 밤 9시 반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그 날 밤 10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방은 이 집 끝자락에 있어서 올데이커의 침실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한다. 맥펄레인은 그 날 이 집에 그의 모자와 지팡이를 놔두고 갔는데 그건 복도에서 그녀가 찾아냈다고 한다. 그녀는 화재 경보 소리에 잠을 깼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집 주인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그녀는 집 주인이 살해당한 게 틀림 없다고 믿었다. 도저히 맥펄레인이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걸 밝혀낼 만한 증거가 없었던 것이다. 경찰은 계속해서 점수를 올리고 있는데 홈즈의 수사는 계속해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레스트레이드에게서 맥펄레인이 이 사건의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전보가 한 통 날아왔다. 홈즈와 왓슨은 급히 사건 현장인 딥 덴 저택으로 향했다. 레스트레이드는 복도 끝에서 맥펄레인의 피 묻은 지문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이 지문을 최초로 발견한 건 가정부 렉싱턴 여사였다고 한다. 이로 볼 때 맥펄레인이 올데이커를 살해했고 그 때 손에 피가 묻었는데 그 손으로 벽을 짚으면서 이 흔적이 남은 것이라는 게 레스트레이드의 추리였다. 그렇게 이 사건의 범인은 맥펄레인으로 종결되는 것 같았는데...
4. 스포일러
홈즈는 오히려 이 증거가 맥펄레인이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확신했다. 홈즈는 어제 현장에 들렀을 때 현장 이곳저곳을 빠짐없이 조사했지만 그 피 묻은 지문은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없었다고 했다. 그럼 이 지문은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고 맥펄레인은 현재 경찰에게 체포되어 구금된 상태이니 이 지문을 묻히고 싶어도 묻힐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의 추리는 전부 잘못된 것이었다. 홈즈는 다시 한 번 현장을 철저하게 조사했고 마침내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게 되었다. 범인의 트릭을 알아낸 홈즈는 레스트레이드에게 사건의 실마리가 전부 풀렸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짚더미와 물을 가득 채운 양동이 몇 통을 가져오도록 했다. 그리고 덩치 크고 목소리가 우렁찬 경관 3명만 불러달라고 했다. 레스트레이드는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홈즈가 하자는 대로 했다.
이 준비물들은 3층 복도 끝으로 이동했다. 그 다음 홈즈는 성냥을 죽 그어서 짚더미에 불을 붙였고 다 같이 "불이야!"를 외치도록 했다. 왠지 애들 장난 같았지만 그렇게 했다. 그렇게 몇 번 "불이야!"를 외쳤는데 갑자기 벽이 문처럼 열리더니 웬 노인이 하나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그는 바로 이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졌던 조너스 올데이커였다. 즉, 그는 멀쩡히 살아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조너스 올데이커에게 "당신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요?"라고 묻자 올데이커는 "난 위험한 짓은 한 적이 없소."라고 비굴하게 대답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빡쳐서 "위험한 짓 한 적 없다고? 당신 때문에 무고한 젊은이가 감방가게 생겼는데 그런 말이 나와?"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올데이커는 "이건 다 장난입니다요. 장난."이라고 비굴하게 말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즉시 조너스 올데이커를 체포하도록 했다.
그리고 홈즈, 왓슨,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조너스 올데이커의 은신처로 들어가 안을 살펴보았다. 복도 끝을 개조해서 만든 방으로 복도에서 끝까지 길이는 6피트[7] 정도였으며 문은 교활하게 감춰져 있어서 얼핏 보면 벽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안을 들어가 보니 처마 밑에 구멍을 내어서 햇빛이 비치도록 했으며 가구가 몇 점 있었고 공급된 음식과 물이 조금 있었다. 그 밖에 몇 권의 책과 서류들이 있었다. 모두 조너스 올데이커가 건축가였기에 이렇게 집 안에 교활한 은신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홈즈는 올데이커의 은신처를 나오면서 가정부 렉싱턴 역시 이 사건의 공범이니 신속하게 체포해야 한다고 레스트레이드에게 강조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즉시 가정부도 체포하도록 지시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어떻게 이 사건을 풀었느냐고 홈즈에게 물었다. 홈즈는 오늘 발견되었다는 맥펄레인의 지문이 결정적인 열쇠였다고 대답했다. 분명히 전 날 홈즈는 이 집 구석구석을 면밀히 조사했지만 벽에 그런 지문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비로소 가정부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것은 하루 사이에 누군가가 조작했다는 증거였다. 당시 은신처에서 은신해 있던 조너스 올데이커는 뒤늦게 존 헥터 맥펄레인의 지문이 묻은 밀랍이 생각났었다. 맥펄레인은 올데이커의 집에서 서류를 밀봉하면서 밀랍을 썼는데 맨손으로 쓴 탓에 밀랍에 지문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걸 뒤늦게 떠올린 올데이커는 이걸 잘만 이용하면 맥펄레인을 완전히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여 몰래 은신처에서 기어나와 자신의 피를 발라 벽에다 눌러 찍은 것이었다. 적당히 멍텅구리였던 경찰이 수사했다면 틀림없이 그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었으나 하필 홈즈에게 잘못 걸린 덕에 그게 탄로났던 것이다. 어쨌든 이 날조된 지문을 토대로 홈즈는 맥펄레인이 결백하다는 걸 확신했고 새로운 각도에서 조사를 했다. 그러던 중 3층의 복도가 아래층에 비해 6피트 정도 길이가 짧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래서 이 사라진 6피트의 공간이 혹시 은신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가짜 화재 사건을 일으켜 일부러 조너스 올데이커가 스스로 은신처에서 나오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범행 동기는 이랬다. 사건 초기에 홈즈는 블랙히스를 찾아가서 맥펄레인의 부모와 만나봐야 한다고 레스트레이드에게 강조했는데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었다. 과거 올데이커는 맥펄레인의 어머니에게 구혼을 했다가 차인 경험이 있었다. 무려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그 문제로 맥펄레인의 모친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맥펄레인의 모친에게 복수하고자 그녀의 아들을 살인범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홈즈는 올데이커의 통장을 보고 그가 생각만큼 큰 부자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사실 그 무렵에 올데이커가 빚을 엄청나게 많이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채권자들을 엿 먹이고 새 삶을 살려는 계획을 하였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코넬리어스란 가명으로 새로운 통장을 개설해 그 통장으로 자신의 재산을 조금씩 빼돌려 숨긴 뒤 자신은 죽은 척하고 어딘가에서 코넬리어스란 새 이름으로 새 삶을 살려고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살해당한 척해서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을 엿 먹이고 아울러 젊은 시절 자신을 무참히 차버린 여자에게도 복수하려는 일석이조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5. 결말
하지만 홈즈도 딱 하나만은 풀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그건 올데이커의 시체로 위장된 채로 숯검댕이가 된 어떤 시체였다. 이미 불에 타버렸기 때문에 홈즈로서도 알아볼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수갑을 찬 채 끌려나오는 올데이커를 향해 홈즈는 "도대체 당신 그 때 뭘 태운 거요?"라고 물었지만 올데이커는 욕만 해댈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홈즈는 왓슨에게 "기록할 땐 그냥 토끼라고 해두게."라고 해서 일단은 토끼 시체인 것으로 넘어갔지만 진짜 그 시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8]
대다수의 여론은 그 외에 달리 언급된 사람[9] 이 없는데다 뼈가 숯이 되었고, 홈즈가 설마 몰랐겠냐는 의견이 더해져 그 뼈는 동물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그라나다판 셜록 홈즈에선 이 유골이 올데이커에게 살해당한 전직 선원인 부랑자의 시체인 것으로 나온다. 불에 탄 잿더미 중에서 홈즈가 거대한 백상어의 이빨을 찾아내는데 흔히 선원들이 새겨놓는 표식을 발견하여 불에 탄 유골의 정체를 알아냈다는 설명.
한편 셜록 홈즈 시리즈를 개그 버전으로 구성한 아이세움 출판사의 아동 만화 <개그탐정 셜록 홈즈>에선 셜록 홈즈가[10] 체포되어 끌려가는 올데이커를 향해 "그런데 아저씨, 도대체 뭘 태운 거예요?"라고 물었는데 올데이커는 "싫어! 말 안 해! 토끼라고 절대 말해주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6. 여담
- 사건이 일어난 연도에 대해 다소 이견이 있다. 이 사건은 홈즈가 귀환하고 몇 달 뒤에 일어난 사건이며 홈즈도 '8월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등짝을 뜨끈하게 달구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 1894년 8월에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금테 코안경 사건이 1894년 11월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목록에는 이 사건이 빠져 있었다. 또 최근 연구자의 말에 따르면 1894년 8월에 런던의 날씨는 작중 묘사처럼 가뭄이 극심했던 게 아니라 비가 촉촉하게 자주 왔었다고 하며 오히려 다음 해인 1895년 8월의 날씨가 작중 분위기처럼 가뭄이 극심하게 들었다고 한다. 그로 볼 때 1895년 8월에 있었던 사건이라 보는 게 좀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 사건의 핵심 소재가 된 조너스 올데이커의 유언장은 사실 법적으로 무효라고 한다. 당시 영국 법에 따르면 유언장을 작성할 때 입회인은 2명이 있어야 하는데 1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홈즈에게 "선생은 과거에 경찰에게 한 두 차례 도움을 준 적이 있었으니..."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명백히 어긋난다. 다만 레스트레이드가 매번 일반인인 홈즈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에 꼴에 자존심이 상해서 일부러 축소해서 언급한 것이라고 하면 뭐 그리 이상할 건 없다.
- 마지막 장면의 홈즈가 "그런데 대체 뭘 태우신 건가요? 대답 안 하시겠다고요? 대충 보니 토끼를 태우신 것 같으니, 왓슨, 자네가 사건을 기록할 때는 토끼 두어 마리를 불태웠다고 해 두게."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설정오류라는 말이 많다. 설정상 홈즈는 해부학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인데 불에 탔다고 해서 사람과 토끼를 구별하지 못할 리가 없다는 것. 이 이야기로 '사실은 홈즈가 범죄자다'라는 가설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1] 다만 작중 배경은 1894~1895년으로 추정되므로 이 때는 아직 지문 감식법이 정식으로 도입되기 이전의 일이었다. 작중 시점과 실제 서술 시점이 10여 년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렇다. 엄밀히 말하면 고증 오류에 해당한다.[2] 이 때 이미 그의 아내인 메리 모스턴은 고인이 된 지 오래였다.[3] 템스 강 남쪽 런던 중부에 위치한 곳으로 크리스털 팰리스 바로 옆 동네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4] 현 지명은 웨스트 노우드이다.[5] 다만 이름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관계를 편면식이라고 한다.[6] 고양이를 새장 안에다 풀어놓는 미친 짓을 했다고 한다.[7] 미터로 환산하면 대략 1.83m 정도다.[8] 겨우 토끼를 가지고 사람 시체로 속일 수가 있나 싶겠지만 토끼는 의외로 크게 자란다.[9] 올데이커의 가정부인 렉싱턴 부인이 있지만 홈즈가 "그 사람을 확보하는 게 좋을 겁니다."라고 해서 생존 내지 도피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10] 원작에서 홈즈는 성인이지만 이 만화에선 홈즈가 초딩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