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보로딘
1. 소개
러시아 제국의 혁명가이며 소련의 외교관, 언론인이다. 본명은 미하일 마르코비치 그루젠베르크.
2. 생애
2.1. 유년기와 혁명활동
미하일 보로딘은 1884년 7월 9일 오늘날의 벨라루스에 해당하는 러시아 서부 비텝스크 주의 야노비치에서 가난한 유대인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3세에 라트비아로 이주하여 유년기를 보내다 러시아 학교에 입학했고 16세에 라트비아 사회민주당에 참여함으로 혁명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볼셰비키 파에 가입하여 각종 지하공작에 참여했다. 1905년부터 그는 키릴이란 가명으로 혁명에 본격적으로 종사했고, 러일전쟁 패배 이후 러시아 각지에서 혁명 활동이 벌어졌을 때 블라디미르 레닌과 만나기도 했다.
1906년부터 당 조직 활동에 참여하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체포되었으나 곧 석방되었다. 그 다음엔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하여 10년 이상 시카고와 보스턴에서 생활했다. 그는 발라파쇼 대학에 입학, 미국 노동자라는 간행물을 만들었으며, 러시아 유학생 알루크와 결혼한 후 러시아 교포들을 위한 학교인 progressive preparatory school을 만들어 운영했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여 미국 사회당에 가입하여 미국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전개하다 러시아 혁명의 완수 이후 1918년 7월 귀국했다. 영국과 미국 체류 경험으로 인해 영어에 능통하여 레닌의 저작물을 영어로 번역하여 해외에 전파했고 쑨원 등과도 영어로 소통했다.
2.2. 해외 혁명활동
보로딘은 레닌과 가까워졌고 여러 정부 지도자들과도 안면을 트게 되었다. 코민테른이 창설되자 그는 1차 대표회의에 참여했으며 코민테른의 지령을 받고 미주지역에 파견되어 정치와 재무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멕시코에서 브란트바인이란 가명을 쓰고 멕시코 공산당 건립을 지원했으며, 인도 공산당원인 마헨드라나트 로이와 알게 되었다. 그는 로이에게 소련에 가서 2차 코민테른 대표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추천했고, 1921년엔 터키로 가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항영 운동을 지원했다.
1922년에는 조지 브라운이란 가명을 쓰며 영국에서 영국 공산당을 조직하는 혁명활동을 전개하다가 1922년 8월에 체포되어 글래스고에서 복역하기도 했다. 글래스고에서 6개월 간 복역한 후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어 영국에서 추방되었고 모스크바로 귀국했다. 이렇듯 그는 미국, 멕시코, 스페인, 독일, 영국, 터키 등에서 혁명활동을 후원하여 코민테른의 해외 요원으로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2.3. 중국으로 가다
한편 중국의 쑨원은 천중밍의 쿠데타 이후 해외 화교의 후원 외의 재정 수입과 자체 군사력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깨달아, 유일하게 자신들을 지원할만한 열강인 소련과의 제휴에 집중하게 되었다.
1922년 12월 20일 쑨원은 중국 주재 소련 전권대표인 아돌프 요페에게 무기, 화기, 기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며 소련 정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어느 분야에서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다. 그리고 12월 말에 10만명의 군대로 사천과 감숙에서 외몽골로 진입해 베이징을 탈환하겠다면서 무기, 장비, 고문의 파견을 요청했다. 1923년 2월에도 쑨원은 소련 정부의 원조에 대해 요청했다.
소련 역시 동방전략의 일환으로 쑨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양자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다. 1923년 3월 소련 정부는 쑨원에게 가능한 모든 원조를 제공하기로 결정하였고, 200만 루불의 현금과 일본제 보병총 8천정, 기관총 15정, 대포 4문, 장갑차 2대, 훈련원 1명을 중국의 통일과 민족독립의 쟁취 명목으로 파견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쑨원은 이 제의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8월 16일 장제스 등을 소련에 파견하여 3개월 간 소련을 방문하게 했고 1923년 여름부터 소련 군사고문단이 파견되었다.
1923년 7월 31일 레프 카라한으로부터 보로딘을 추천받은 이오시프 스탈린은 정치국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8월 2일에 이를 비준하여 보로딘을 쑨원의 정치고문으로 임명하였다. 이외에도 보로딘은 베이징 주재 소련 전권대표 카라한과 협조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모스크바와 서신왕래를 하며 매월 1회 정기적 업무보고를 한다는 것 등을 결정받고 중국에 대해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와 코민테른의 대외정책을 숙지하고 중국으로 떠났다.
군복 잠바와 굽 높은 부츠를 신은 보로딘은 시베리아 급행 열차를 타고 중국에 도착하였다. 하얼빈, 선양시, 베이징, 상하이를 경유하여 배를 타고 광저우로 이동했는데, 만주에서 장쭤린과 중동로 현안문제를 협의했고,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중국 공산당원과 소련 공작원들을 점검했다. 상하이에서 광저우로 이동할 때는 영국과의 악연 때문에 체포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가장 흔한 경로인 홍콩 경유 항로는 택하지 않았다.
카라한은 쑨원에게 보로딘을 '소련 정부의 대표이자 카라한 자신의 대리인이며 경험 많은 당원'이라고 소개했다. 1923년 10월 6일 광저우에서 쑨원은 그를 매우 따뜻하게 맞아주었으나 보로딘은 쑨원을 '매우 퇴보적이고 기껏해야 개명한 지방총독 정도 되는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국민당과 국민당의 유일한 거점인 광저우에 대해서도 박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매우 열성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2.4. 쑨원과의 우호관계 구축
맨 처음 보로딘의 위치는 애매했다. 코민테른 대표이자 소련정부의 국민당 대표라는 권위 있는 자리에 있었으나, 표면적으론 그저 로스타 통신사의 대리인으로서 개인자격에 불과했던 것. 직함만 으리으리한 명예직과는 정반대인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한동안 국민당으로부터 적당한 직책을 받지 못했고 월급도 국민당이 아니라 소련에서 받았다.
그가 공식적으로 국민당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23년 10월 18일 국민당조기교육원 자리를 받으면서였다. 여기서 능력과 충성심을 인정받아 1923년 10월 28일 국민당임시중앙집행위원회가 성립되자 고문에 임명되어 국민당 조직 정비와 개조작업을 맡게 되었다.
쑨원은 1922년 6월 천중밍의 반란과 2차 광저우군정부의 붕괴를 겪고 국민당 개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소위 '민국 12년의 개조'라 불리는 대대적인 개조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3차 광저우 정부가 수립되고 소련의 원조를 받기 시작하면서였다. '중국 국민당이 국민혁명의 중심세력이 된다는 것과 국민혁명에서 주도적 위치에 선다'는 방침을 국민당이 당의 공식입장으로 정한 후에는 중국 공산당원들도 개인자격으로 국민당에 가입함으로 1차 국공합작이 시작되기도 하였다.
보로딘은 소련의 붉은 군대를 본딴 국민당의 군대를 조직하는 한편 국공합작과 국민당 재조직을 통해 국민당을 반군벌, 반제국주의의 대중운동을 영도하는 혁명정당으로 전환하려 했다. 보로딘은 6개월 안에 광저우를 국민당의 가장 튼튼한 근거지로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등 매우 큰 자신감을 보였다.
쑨원은 이에 고무되어 수차례 그를 광저우 시민들에게 소개함으로 그와 광저우 시민들 사이의 안면을 트게 했다. 1923년 11월 25일 광저우 대본로의 연설에서는 편견을 버리고 보로딘의 방식을 배울 것을 호소함으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보로딘은 쑨원에게 소련이 민주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의 기본 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 중 민주주의와 민족주의가 쑨원의 삼민주의에서 민권주의 및 민족주의와 동일하다고 하면서, 소련에선 원칙들이 현실화되었지만 중국에선 희망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이를 실현하는 것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소련과 쑨원의 이념적 기반을 연관시켜 우호감과 동질감을 갖게 하려는 외교적이고 전략적인 발언이었다.
그리고 보로딘은 개인의 평가와는 별개로 국민당 대회에선 쑨원을 '능히 중국을 통일하고 인민의 지지하에 국가를 외국 제국주의와 중국 군벌의 노예화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지칭하였고, '국민당이 결핍된 군사정신과 국민적 조직 모두 쑨원의 경험이 제공할 수 있다'고 하는 등 쑨원을 치켜세웠다. 때 마침 둘다 미국 유학경험이 있고 영어로 직접 소통이 가능하여 인간적 거리를 좁히는데도 이로웠다.
이에 쑨원을 중국의 조지 워싱턴이라 부르던 미국의 쑨원 지지자들은 보로딘을 중국의 라파예트라 부르는 등 그에 대해 지지하게 되었다. 물론 보로딘의 이러한 행보들은 코민테른의 이익을 위한 냉철한 계산 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2.5. 국민당 개조작업에 착수하다
보로딘은 쑨원에게 당규약 개정 초안을 제출하며 국민당을 레닌주의 노선으로 개조할 것을 건의했다. 천중밍이 광저우를 되찾기 위해 침공하자, 토지 재분배, 최저임금제, 주 6일 근무, 하루 8시간 근무제를 시행하여 농민과 노동자들의 전투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자들을 받아들여 방어 부대를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당의 상인 및 향신 출신 당원들이 격렬히 반발했으며 쑨원과 랴오중카이도 볼셰비키화는 주요 지지자들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천중밍 군대가 철수한 이후 쑨원은 보로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했고, 1924년 1월 20일부터 1월 30일까지 보로딘의 지휘 아래에 국민당 1차 전국대표회의가 광저우에서 열렸다. 보로딘은 쑨원의 부탁을 받고 직접 중국국민당당약을 개정하여 당조직개편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소련 볼셰비키 당조직을 모방한 것이었다.
여기서 국민당은 삼민주의와 오권분립을 창시한 쑨원을 총리로 하며, 쑨원을 전국대표대회와 중앙집행위원회의 당연직 주석으로서 양 기구의 결의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천두슈를 비롯한 공산당에게 총리 자리 및 국민당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국민당 우파를 고려한 움직임이었다. 여기서 쑨원은 종신직을 보장받았고, 국민당은 레닌이 주창한 민주주의적 중앙집권제를 갖춘 혁명정당으로 조직되었다. 이때 마오쩌둥도 국민당에 합류하여 선전부에서 활동하였다. 41석의 위원 중 10석을 공산당이 차지했다.
또한 전국대표회의 운영의 경험이 없던 국민당에 대표회의 체제를 이식하고 전국대표회의 주석단을 설치함으로 조직을 갖추었다. 재건대회의 결과로 국민당은 소련의 정부기관처럼 이중 권력 구조를 지니게 되었는데 이를 두고 보로딘은 "옛날의 국민당은 죽었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국민당 내부에는 수많은 비좌익 계열 당원이 남아있었고, 이들은 쑨원이 공산당에게 지나치게 양보를 하는 것을 크게 불만스러워하여 후일 국공분열의 단초를 제공했고, 1925년 8월 20일 랴오중카이 암살 사건으로 외교부장 후한민, 군정부장 쉬충즈가 숙청된 이후 린썬, 쩌우루 등이 화북으로 추방되자 격노하여 1925년 11월 서산회의를 개최하여 상하이 당중앙을 수립함으로 서산회의파로 분열되었다.
2.6. 북벌과 말년
이후 황푸군관학교의 설립과 국민혁명군 창설에 기여했으며, 공산당 독자 무력을 갖추게 해달라는 저우언라이 등의 요구를 거절하며 국공합작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했다. 1925년 쑨원이 사망한 후 국민당 좌익의 거물이자 재정부장인 랴오중카이가 국민당 우파에 의해 살해되자, 왕징웨이, 장제스와 힘을 합쳐 국민당 우파를 숙청하고 국민당을 장악하여 3두 정치를 이끌었다. 이때 장제스와의 사이가 매우 좋아 소련에 그는 장제스에 대해 매우 좋은 평가를 보냈고, 그와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여 깨질 염려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장제스의 지위 향상 후 국민당 곳곳에서 형성된 반장 세력을 돌파하기 위해 장제스가 중산함 사건을 일으키자, 자신과 각별했던 장제스와 틀어지게 되었다. 장제스도 스탈린도 국공합작의 유지를 천명했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한동안 유지되었으나 국민당 내부에서 강화되는 공산당의 활동과 북벌 중의 알력 때문에 국공 간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이러한 갈등은 국민당의 1차 북벌을 기점으로 더욱 심화되었고 국민당 우파는 공산당이 장제스를 내쫓고 왕징웨이를 옹립한 다음에 왕징웨이를 내쫓고 보로딘을 옹립할 것이며 마지막에는 '''쑨원을 내쫓고 레닌을 옹립할 것'''이라면서 보로딘을 국민당 적화의 수괴로 지목하여 비난했는데 국민혁명기 공산당의 활동을 생각해 본다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결국 난징 사건, 장제스의 총사령관직 면직 등이 겹치면서 국민당 우파는 공산당에 대한 선제공격에 들어갔고 장제스는 4.12 상하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엔 왕징웨이를 비롯한 국민당 좌파와 함께 장제스와 경쟁했지만, 소련의 국공합작 관련 방침이 바뀌어 국민당의 직접적인 장악을 시도하게 되자 이를 알고 경악한 우한 정부마저도 국공합작을 폐기하고 반공을 표방하면서 국공결렬이 이루어졌다.
1927년 7월 26일, 우한 정부가 분공을 발표하였고 다음날인 7월 27일, 왕징웨이와 다른 국민당 관료들이 베푸는 송별회에서 차와 탄산음료를 마신 후 한커우에서 기차를 타고 소련으로 향했다. 외교부장 대리 천유런의 아들들과 미국 기자 애나 루이스 스트롱, 로이를 비롯한 소련인 6명이 동행했다. 보로딘은 차를 타고 고비 사막을 통과하여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에 탑승했다. 몸이 아팠던 보로딘은 국민당이 모든 부르주아 정당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물을 끼얹어도 여전히 악취가 코를 찌르는 변기통 같은 정당'이라고 걸쭉하게 저주의 말을 남겼다.
1927년 10월 6일, 4년 만에 고향집에 돌아온 보로딘은 자신의 특기인 영어실력을 발휘하여 영자신문 모스크바 뉴스의 주필을 맡았으나 스탈린에 의해 외국의 수정주의자들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1949년에 숙청되었고 1951년 수용소에서 죽었다.[3]
훗날 1957년 니키타 흐루쇼프에 의해 복권되었다.
3. 여담
러시아 유학생 출신인 미국인과 결혼했다. 장제스가 우한을 점령한 이후 자신에게 찾아왔던 쑹메이링에게 반해서 쑹메이링을 '내 사랑'이라고 종이 위에 무의식적으로 적다가 하인에게 들키기도 했다. 장제스와는 통역을 통해 이야기 한 반면, 미국에서 교육받은 쑹과는 영어로 직접 이야기할 수 있었다. 사실 쑹메이링에게 반한 서양인은 상당히 많다. 장제스와 사이가 나빴던 스틸웰도 쑹메이링과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언제나 이발이 필요한 듯하다'라고 평가받은 독특한 수염과 머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사진을 찾아보면 굉장히 야성적으로 생긴 사람이다.
사후에 대륙과 대만에서 동시에 까였다. 대만에선 그를 공산당에 국민당을 팔아먹은 인물로 봤고, 대륙에선 그가 중산함 사건 이후 우경화된 인물이라고 평한 것. 그가 국민당에 끼친 영향이 막대함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잘 연구되지 않다가, 소련 붕괴 이후 여러 자료들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보로딘이 중국을 떠날 때 40대 초반이었는데, 중국 정세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머리가 모두 백발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4. 평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민당의 성공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쑨원의 제갈량 같은 역할을 했다. 현재 양안을 불문하고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쑨원은 사실 혁명가나 정치가로선 능력이 부족했다. 그의 이념은 매력이 넘쳤지만, 군사적 능력, 조직관리, 계략이나 대중선동에 서투른데다가 사람이 너무 좋았는지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군벌들을 믿다가 뒤통수를 자주 맞아 실패를 반복했다. 그리하여 쑨원은 신해혁명후 북양군벌과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하여 망명생활을 전전하다가 광둥성으로 쫓겨왔지만 그 광둥성 내에서도 지역군벌과의 갈등으로 거의 밀려날 뻔 했다. 아마 소련의 지원이나 보로딘이 없었다면 그는 실패한 혁명가로 역사에서 기록했을 것이다.
이랬던 쑨원은 소련과 연합하기로 결정하면서 활로를 뚫게 된다. 소련은 쑨원의 군사(軍師) 노릇을 할 보로딘을 파견했는데, 보로딘은 러시아 혁명을 겪으며 익힌 전략전술 및 선전술의 달인으로 쑨원이 결여한 무엇을 정확히 가지고 있었다. 보로딘의 지도 아래서 쑨원의 개인적 인맥으로 느슨하게 엮인 엉성한 조직이었던 국민당은 확실한 전략전술을 갖춘 혁명정당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소련의 군사원조가 결합하여 국민당은 광둥성을 석권하고 1928년에는 형식상 중국 전토를 통일할 수 있었다.
다만 4.12 상하이 쿠데타 이후 국민당은 소련의 지원이나 영향력을 자기 역사에서 지우려고 했고, 더구나 국부천대 이후에는 북벌 성공은 모두 장제스의 공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에 보로딘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이후 집권한 공산당은 보로딘이 중산함사건 이후 장제스 편을 들어서[4] 당의 피해가 커졌다고 평가한데다가, 중소결렬 이후 소련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혁명 과정에서의 소련의 역할은 언급하기를 꺼린 것이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가 초기 국민당의 성공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음에도 중국사에서는 잊혀진 인물이 되었다.
5. 참고문헌
- 장제스 평전, 조너선 펜비, 민음사
- 국민당개조 시기의 보로딘 연구, 서동연,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
- 중화민국과 공산혁명, 신승하, 대명출판사.
- 다큐멘터리 중국 현대사 1,2권, 서문당 편집실, 서문당.
- 중국 근현대사 2권 근대국가의 모색(1894~1925), 가와시마 신, 삼천리.
- 중국 근현대사 3권 혁명과 내셔널리즘(1925~1945), 이시카와 요시히로, 삼천리.
- 모택동 VS 장개석, 이건일, 도서출판삼화.
6. 관련문서
6.1. 인물
6.2. 사건
[1] 現 벨라루스 비텝스크 주 야노비치[2] 現 러시아 사하 공화국 야쿠츠크 시 [3] 그의 죽음에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미국의 공산주의자 언론인 루이스 스트롱(Anna Louise Strong)은 1947년 마오쩌둥과 장제스와의 내전에 대한 인터뷰를 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책의 일부에 마오쩌둥의 사상에 대한 인터뷰를 했는데 이것이 동구권의 관심을 끌면서 소련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었다. 이후 1948년 소련에 입국한 루이스 스트롱은 소련인 친구들에게 무턱대고 스탈린을 만나면 티토와의 분쟁을 끝낼 것이라고 하는 등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였다. 그녀의 가장 오랜 친구 중 한 명이었던 보로딘은 입조심하라고 경고했으나 그녀는 그의 경고를 듣지 않았다가 1949년 CIA 첩보원이라는 명목으로 체포되었고 그와 동시에 보로딘의 영자신문도 붕괴되었다.[4] 보로딘은 장제스의 요구에 국민당 소속 공산당원의 명부를 넘겼는데, 장제스가 공산당의 뒤통수를 친 4.12 쿠데타 때 이 명부는 살생부가 된다. 결국 공산당원의 70-80%가 학살되었으니, 공산당 입장에서 보로딘을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