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쇼크
1. 개요
대한민국 축구의 흑역사 중 하나로, 오만 쇼크 2탄.
2007년 AFC 아시안컵 본선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조별리그 2차전에서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역전패한 사건을 가리킨다. 경기가 열린 장소가 자카르타여서 '자카르타 쇼크'로도 불린다.
2. 상세
아시안컵 본선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개최국 인도네시아 등과 한 조에 속하게 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8강 진출에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본선이 시작되었고, 첫 경기에서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난 대표팀은 무승부를 기록하게 된다. 그 후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핌 베어벡은 골 많이 넣고 이기기 위해 바레인전 선발 라인업 6명을 바꾸는 강수를 둔다.
이게 먹혀들어가는 모양인지 경기 시작 3분만에 골을 넣으며 기세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그 후 게임이 급격하게 바레인에게 추가 기울면서 전반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후반 종료 직전에 역전골을 허용하여 패배했다.
사실 경기 운영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며, 찬스도 수없이 만들어냈으나 당시 대표팀의 공격수인 이동국, 이천수, 조재진 등은 수많은 찬스를 전부 다 말아먹었다. 골키퍼는 무리하게 바깥으로 나가 좋은 찬스를 두 번이나 맞이했는데도 전부 놓쳤고, 이천수는 좋은 찬스를 놓치고 부상까지 당했으며, 결국 후반 85분 역전골을 먹었다.
기대치가 높았던 경기에서 패배한 것이었기에 후폭풍은 오만 쇼크 못지 않게 거셌다. 그나마 오만 쇼크는 새벽에 벌어진 일인데다가 중계도 안 해 줘서 사람들의 인지도라도 낮았지 이건 '''우리 시각으로 일요일 밤[1] 에 벌어진 사건이다. 이 때의 시청률이 21%였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의 아쉬운 결과로 생긴 동정표가 사라졌고, 감독, 선수 할 것 없이 심한 욕을 들어먹게 되었으며, 결국 베어백은 이 대회 종료 후 대표팀을 떠났다. 까딱 잘못해서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이기지 못했다면[2] , 게다가 설령 이기더라도 사우디와 바레인이 만일 비겼더라면 조별예선 광탈이라는 막장 OF 막장까지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팬들은 해당 대회에서까지 경우의 수를 따진[3] 한국 축구가 갈데까지 갔다면서 분노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도네시아를 이기고 동시에 사우디가 바레인을 큰 점수차로 잡아 준 덕분에 광탈은 겨우 면할 수 있었지만...
참고로 당시 바레인 대표팀의 감독 밀란 마찰라(CZE)는 '''오만 쇼크 당시 오만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이었다'''. 그 후에도 이 사람이 감독을 하는 중동팀만 만났다 하면 국대가 맥을 못 추는 일이 상당히 많다. 참고로 이 사람은 1994년 이후 쭉 중동팀만 감독을 맡아오고 있다.
어찌어찌해서 조별예선을 간신히 통과한 대표팀은 이후 골은 못 넣지만 대신 내주지도 않는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구사하면서 결국 3위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을 뿐 내용은 막장이어서 비난이 사그러들지는 않았고, 결국 베어벡은 사퇴했다. 이후 호주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아 남아공 월드컵에 도전해서 본선에는 갔지만, 하필 '''조를 잘못 만나서'''[4] 또다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최종 성적은 '''6경기에서 1승 4무 1패'''. 꼴랑 3골 넣고 3골 주는[5] , 그러면서도 3위를 한 그야말로 막장 축구를 보여줬다. 그나마 수비는 잘 해서 더 이상의 실점은 안 했고, 운도 따랐던 건 사실.[6] 이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대회 자동 진출권을 받았기에 그나마 까임방지권을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대회 직후 어떻게든 성과를 거뒀으니 '''일단 수고했다고 말하자'''며 성났던 민심이 수그러들긴 했으니.
참고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사우디도 2004년에는 약체 투르크메니스탄에게 2:2로 비기더니 우즈베키스탄에는 0:1로, 이라크에는 1:2로 발리면서 조 최하위로 광탈한 바 있다. 이 사례와 더불어 2007년 대회 당시의 한국을 보면 아무리 강팀이라도 실전에서 삐끗하면 얼마든지 망신을 당할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대회 이후 일부 선수들이 단합을 한다면서 몰래 팀을 이탈해 경기 당일 새벽 1시까지 룸살롱에서 접대부들과 술을 마시고 2차까지 갔던 게 뒤늦게 드러났고, 축구팬들은 '''졌지만 질 만 했다'''며 다시금 비난을 퍼부었다. 결국 해당 선수들[7] 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죄했으며, 1년 간 국가대표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07 아시안컵은 사실 한국 뿐만 아니라 출전한 대부분의 팀이 전체적으로 막장 축구를 한 것으로 유명했다.
- 호주는 축구협회가 AFC로 소속을 옮긴 덕분에 아시안컵에 처음 출전했으나, 첫 경기인 오만전부터 0대 1로 끌려다니다가 후반 추가시간의 골로 겨우 비겼으며, 두 번째 경기인 이라크전에서는 아예 1대 3으로 패하는 등 조별리그를 어렵게 풀어갔다.
- 태국은 개최국으로서 개막전에서 이라크와 비기고, 오만에 승리를 거두며 선전했으나, 앞선 두 경기에서 빌빌거리던 호주에 0대 4로 완패하며 순식간에 조 3위로 굴러떨어졌다.
- 아랍에미리트는 홈 팀인 베트남에 0대 2로 완패하며 베트남 8강행의 제물이 되었으며, 일본에도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본선에 진출한 16개국 중 가장 먼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것은 덤.
- 우즈베키스탄은 말레이시아에 5골, 중국에 3골을 몰아치며 가공할 공격력을 과시했지만, 막상 토너먼트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의 앞에서는 골대만 무려 5번을 맞추며 1대 2로 패배했다. 그나마 들어간 한 골도 골대에 맞은 것을 겨우 우겨넣은 것이었다.
- 중국은 홈팀인 말레이시아를 5대 1로 대파하고, 이란을 상대로도 무려 2대 0으로 앞서나가는 등 지난 대회 준우승국의 포스를 그대로 보여줬으나, 그 후 두 골을 먹으며 승리를 놓쳤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완패를 당하며 조 3위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 말레이시아는 공동개최국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에 각각 5골씩을 먹으며 공동개최한 4개국 중 유일하게 승점이 없는 팀이 되고 말았다.
- 본 경기의 주인공 바레인 역시 한국전 승리로 사기가 올랐으나, 막상 마지막 경기에서 사우디에 0대 4로 완패하며 졸지에 한국의 토너먼트행만 도와준 꼴이 나고 말았다. 승자승 우선의 원칙으로 인해 사우디와 비기기만 하면 한국을 떨어뜨릴 수 있었으나 그걸 못한 것이다.
3. 여파
그 후에도 한국 축구의 시련은 계속되어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받았지만, 2010년 2월 10일에 있었던 동아시아 축구 대회 중국전에서 '''0:3'''으로 패하면서 32년 동안 이어졌던 '''공한증'''도 결국 막을 내렸다. 자세한 내용은 중국 쇼크 참조.
그 이후 2010 월드컵에서의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선전과 박지성의 아시안컵 전력투구 발언 등으로 2011년 AFC 아시안컵에 대해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 대회 조별리그 1차전 상대가 바로 이 문서의 상황을 가져온 주인공인 바레인을 상대로 2:1의 승리를 거두면서 리벤지에 성공했으니 체면치레는 한 셈. 하지만 여기서도 패배만 안 했을 뿐 13득점 7실점으로 경기 내용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특히 제일 압권은 해당 대회에서의 일본과의 4강전에서의 '''삼연뻥'''.
다만, 조별예선에서는 단 3골만 내줬고, 그나마도 필드골은 겨우 하나뿐이었으며, 이후 내준 4골 중 2골은 일본, 나머지 2골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이미 김 다 빠진 3위 결정전에서 막판 루즈하게 경기를 운영하다가 내준 것이긴 하다. 즉, 운이 별로 없었던 것. 심지어 호주전에 내준 골은 호주 공격수의 반칙으로 '''만일 VAR이 이 때 도입되었다면 인정되지 않았을 골'''이었다! 참고로 한일전 일본의 1골도 반칙 득점이 맞다. 페널티 킥을 리바운드해서 넣었는데 그 때 일본 선수가 에어리어 안에 들어와 있던 것.
12년 뒤 2019 AFC 아시안컵 아랍에미리트 16강전에서 바레인 간의 리턴 매치가 재현되었으며, 2:1로 승리하긴 했지만 이 경기도 상당히 고전해서 자칫했으면 제 2의 바레인 쇼크가 나올 뻔했다.[8]
4. 일본도 당했다
바레인 쇼크는 비단 한국만이 당한 것은 아니다. 일본도 바레인 쇼크에 당한 적이 있다. 일본은 2010 FIFA 월드컵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시아 3차 지역예선에서 바레인의 일격에 당했다. 당시 일본은 바레인, 태국, 오만과 함께 2조에 편성되었다. 일본은 1차전에서 조 최약체 태국을 맞아 4 : 1로 가볍게 대승을 거두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리고 바레인도 오만 원정 경기에서 1 : 0으로 신승을 거두었다. 그 다음 경기가 바로 일본과 바레인의 경기였는데 이 경기에서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바레인이 후반 32분에 터진 아알라 후바일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 1 : 0 승리를 거두었다. 이 경기 패배 때문에 일본은 5차전까지 바레인보다 순위가 뒤처지는 신세가 되었다. 다행히도 최종전 홈 경기에서 바레인을 상대로 우치다 아쓰토의 결승골로 1 : 0 승리를 했지만 이 때도 매우 고전했으며 후반 45분에야 겨우 골 넣어 이긴 것이다.
이후 일본과 바레인은 최종예선에서도 한 조에 묶였는데, 일본이 어지간히도 3차 예선 때 바레인에 당한 일격에 이가 갈렸는지 최종예선에선 홈, 원정에서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바레인 원정 경기에서는 서로 치고 받는 접전을 벌인 끝에 일본이 3 : 2로 겨우 이겼고 일본 홈 경기에서도 후반 2분에 터진 나카무라 슌스케의 결승골로 겨우 1 : 0 승리를 거두어 일본 역시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적이 있었다.
5. 사우디아라비아도 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바레인 쇼크에 정통으로 당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당했던 때는 2010 FIFA 월드컵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시아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였다. 당시 바레인은 A조에서 호주, 일본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 행이 확정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예상 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며 B조에서 대한민국, 북한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 행이 확정되었다. 본선에 직행한 4팀이 모두 비(非) 중동 팀이었기에 사실상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플레이오프 경기는 중동의 자존심을 정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 바레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좀처럼 바레인의 막강한 수비를 뚫지 못하고 90분 내내 고전하다가 결국 0 : 0 무재배에 그쳤다. 뒤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축구로 임했으며 전반 13분 만에 나세르 알샴라니의 선제골로 앞서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향해 노를 젓기 시작했지만 바레인도 만만찮았다.
전반 42분에 나이지리아 귀화 용병이었던 제이시 존이 동점골을 터뜨려 다시 승부의 균형추를 맞춘 뒤 계속해서 공방전을 이어나갔지만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바레인의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다. 정규시간 90분이 끝나고 인저리 타임이 적용되는 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마드 알몬타샤리가 다시 골을 터뜨려 사우디아라비아가 2:1로 리드하기 시작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 관중들은 폭죽을 터뜨리면서 일찌감치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는데... 마음이 풀어진 탓인지 종료 직전에 바레인의 이스마엘 압둘라티프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결국 이렇게 경기가 종료되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바레인 원정 경기에서 무득점이었고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정 경기에서 2골을 넣었으므로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바레인의 대륙간 플레이오프 행이 결정되었다. 이로써 사우디아라비아는 16년 만에 지역예선 탈락이 확정되었으니, 가히 사우디아라비아판 바레인 쇼크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바레인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힘을 다 써버린 탓인지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오세아니아 1위 뉴질랜드에 합산 점수 0 : 1로 패배하면서 결국 중동 팀은 전멸했다.
6. 이란도 당했다
2019년 10월 15일에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바레인 원정경기에서 이란이 바레인에게 페널티 킥을 내줘 '''1 : 0''' 으로 패했다. 심지어 직전에 캄보디아를 '''14 : 0'''으로 박살내 골득실이 +16이었는데, 이 한 경기에서 한 골을 허용하여 패배하여, '''조 3위'''까지 떨어져버렸다. 이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다음 경기는 중립 지역인 요르단 암만에서 이라크에 '''2 : 1'''로 패배했다.
그나마 패배한 두 경기가 모두 원정경기였고, 나머지 4경기를 모두 이기면 1위 탈환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만회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위안거리다.
7. 관련 링크
당시 뉴스
8. 관련 문서
9. 둘러보기
[1] 당시 KBS2에서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개콘이 끝나갈 무렵에 KBS1에서는 인기 사극 대조영을 방영 중이어서 이것들을 모두 보고 넘어가서 본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두 눈 앞에서 이런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으니...[2] 이것도 김정우의 중거리슛이 '''수비수에 맞고 들어가며''' 겨우 이긴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전반에 역습을 하며 '''단 한번도 끊기지 않고 슈팅까지 가져가는''' 위협적인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으며, 결승골을 넣기 위해서 이천수는 '''문전에서 밀집대형을 만든 수비수 세 명을 혼자 젖혀내며''' 공간을 찾아야만 했다.[3] 다시 강조하지만, 사우디가 바레인을 이기지 않는 이상 사실상 탈락이었다. 한국이 인도네시아를 이기더라도 승점 4점인데, 바레인은 사우디와 비기면 승점 4점으로 같아진다. 따라서 골득실보다 우선시되는 승자승으로 한국을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것.[4] 당시 호주와 같은 조에 있던 팀이 '''독일''', 가나, 세르비아였다. 독일전에서 0대 4로 대패하고, 가나전에서는 선취점을 얻어놓고도 핸드볼 반칙이 나오는 바람에 페널티킥을 내 주는 것은 물론 수적 열세까지 안고 간신히 비겼다. 그나마 마지막 경기에서 세르비아를 이겼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5] 사우디전에서 1골, 바레인전에서 2골씩 실점.[6] 3위 결정전이었던 한일전에서는 일본 측이 '''80대 20의 볼 점유율'''로 1명이 퇴장당한 한국을 압도했고, 심지어는 문전에서 정확하게 때린 슈팅이 '''수비수 김치곤의 몸에 맞고''' 튕겨나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얼마나 중계진이 당황했으면 "이건 슈팅이 막힌게 아닙니다. 그냥 김치곤 선수를 '''맞춘''' 겁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7] 이운재, 우성용, 김상식, 이동국.[8] 참고로 바레인의 골은 경기 후에 오프사이드로 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