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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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05년 2월 18일 개봉한 한국 영화이다. 관객수 29만 명으로 흥행에는 실패했다.
남자 주인공 '주노' 역은 김혜성이 맡았고, 여자 주인공 '제니' 역은 박민지가 맡았다. 참고로 두 사람 모두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1] 남주의 극중 실제 이름은 '정준호'이고, 여주의 실제 이름은 '손재인'이다. '제니'와 '주노'는 둘이, 그리고 학교 친구들이 부르는 애칭이자 별명.
2. 줄거리
동갑내기 중학교 2학년생 커플이 한 번의 실수(?)로 아기를 가졌고, 둘이서 아기를 무사히 낳고 키우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영화이다.
제니는 부잣집[2] 3자매 중 막내딸로, 예쁘고 깜찍한 외모에 공부도 잘 하는 소녀이다.[3] 주노는 평범한 가정[4] 의 무녀독남으로, 제니처럼 공부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게임을 잘 해서 프로게이머를 꿈꾸고 있는 소년이다.
본래 부산에 살던 주노[5] 는 이사를 와서 제니가 다니는 중학교로 전학을 왔고[6] , 이내 제니와 주노는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비 내리던 날 제니가 주노네 집에 놀러갔다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둘은 사고를 치고 말았다.[7]
제니는 임신테스트기로 임신을 확인하고는 경악하고, 주노를 학교 옥상으로 불러낸다. 그리고 울상이 되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다짐받는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천진하게 "당연하지!!"를 외치는 주노에게 날아온 제니의 말은 임신 소식이었고, 주노도 경악한다.
주노는 처음엔 제니를 피하고,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서 우는 등 찌질한(?) 면모를 보였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제니와 함께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주노는 학교 운동장에 ♡를 그려 놓고, 창가에서 지켜보는 제니와 학우들을 향해 큰 소리로 제니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제니를 잘 돌봐주기 시작한다. 언제 충격을 받았냐는 듯, 둘은 행복하게 임신 기간을 보낸다.
주노는 제니의 입덧을 대신해 주는가 하면, "순대를 먹고 싶다"는 제니의 말에, 자정이 넘은 시간에 순대를 사다가 포장해오는 등, 제니와 아기를 위해서 영혼까지 팔아버릴 것처럼 행동한다. 데이트도 하고, 당일치기 기차여행도 한다.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학교 강당에서 결혼식까지 열어주며[8] 열렬한 축복을 보낸다. 둘은 출산을 준비하는 부부처럼,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게 생활한다.
하지만, 결국 제니의 작은언니(서민정)에게 임신을 들키게 된다. 작은언니는 제니의 생리대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 걸 의심하던 중, 제니가 복대를 두르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작은언니는 기겁했고, 복대를 들킨 제니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제니는 작은언니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사정하고, 이내 주노와 같이 어머니에게 가서 임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다.
제니는 어머니와 작은언니의 손에 이끌려 처음 산부인과를 찾고, 제니와 아이 모두 아주 건강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참고로 태중의 아이는 아들이라고.[9] 잔뜩 주눅이 들어 병원까지 따라갔던 주노는 제니의 어머니(예비 장모님)에게 싸대기를 맞았고, 그길로 집에 가서 간장을 마시곤 어머니에게 통보식으로 전달한다. 넋이 나가있는 어머니에게 "엄마, 아빠한테는 엄마가 말해줄래?"라는 말도...
이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제니네 가족과 주노네 가족은 서로 만나 대화하는 자리인 상견례를 마련한다. 장소는 꽤나 고급스럽게 보이는 레스토랑.[10] 이 심각한 자리에서도 둘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거리낌없이 표현하고, 주노는 평소처럼 '제니'라는 별명을 부르다가 제니 아버지(예비 장인어른)께 한 소리 듣는다. 임신한 지 꽤 지났으므로 낙태가 불가능해, 일단 아이는 낳기로 했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들은 둘을 떼어 놓으려 했고, 제니와 주노는 주제도 모르고 그런 부모님들에게 대든다. 자신들은 절대 헤어지지 않고 결혼할 것이며, 아이를 낳아 기르며 공부도 할 거라고.
화가 난 제니의 부모는 제니를 큰언니[11] 가 있는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별장으로 빼돌리려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제니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주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른다. 남학생들의 말에 의하면, 제니는 학교를 휴학했다고 한다.
어찌어찌 제니의 행방을 알아낸 주노는 택시를 타고 제니를 쫓아왔다. 이때도 정말 가관인데, 제니와 제니의 부모가 탑승한 승용차를 본 주노는, 택시를 잡아 타고 기사에게 "저 차를 쫓아가 달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임신부가 저 차량에 납치되어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분노한 택시기사는 열심히 제니네 차를 쫓아가고, 동료 기사들까지 동원해 제니네 차를 포위한다. 그래서 제니와 주노는 눈물의 재회(?)를 한다.
이때 갑자기 제니가 산통을 느끼고, 양수가 터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제니는, 너무도 쉽고도 빠르게,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다.[12]
아빠가 된 주노는 도서관에서 거의 폐인(…) 수준으로 공부하고, 엄마가 된 제니는 그 곁에 각종 교재들을 수북하게 더 쌓아 주면서 "아무래도 서울대 정도로는 안 되겠어. 이제부턴 하버드대가 목표야. 주노 화이팅^^"이라며 응원한다. 그동안 둘의 어린 아들은 외할머니(제니의 어머니)가 돌보고 있다. 온갖 호사스러운 유아복, 유모차, 장난감 등은 덤. 부자인 제니 부모님의 경제력에 기대어, 육아도 부모님들께 맡기고, 자신들은 공부만 하면 된다는 것인 듯하다.
이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가 흘러나오고, 제니, 주노, 양가 부모님들과 가족들, 교복을 입은 학교 친구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다함께 손에 손을 잡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합창한다. 노래가 계속 이어지던 중, 촬영장 세트 벽들이 위로 올라가며 영화가 끝난다.
3. 출연진
- 박민지 : 제니(손재인) 역
- 김혜성 : 주노(정준호) 역
- 임동진 : 제니 아빠 역
- 김자옥 : 제니 엄마 역
- 강남길 : 주노 아빠 역
- 이응경 : 주노 엄마 역
- 서민정 : 제니 작은언니 역
- 정지안 : 미자 역
4. 비판
청소년들의 성관계와 미혼모 문제를 지나치게 밝고 긍정적으로 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단순히 긍정적으로 그린 거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캐릭터나 전개, 전체적인 짜임새가 너무 유치하고 작위적인 게 문제. 원작이 인터넷 소설인데, 딱 그 정도 수준이다.
제일 큰 문제는 자신들이 아기를 책임지겠다고 큰 소리 떵떵 쳐놓고 실제로는 육아를 부모님에게 떠넘기고 공부로 도피해버린 주인공들의 행태를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 있다. 작중에서는 그들의 책임을 '공부'로 표현했지만, 공부는 학생으로서의 책임이지 부모로서의 책임이 아니다.
아기는 낳아서 책임을 지는 것 뿐만아니라 낳고 난 이후부터가 더 큰 문제인데, 생명의 소중함을 설파한답시고 출산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육아' 문제는 흐지부지하게 다루는 바람에 대중의 공감을 얻기 힘든 영화가 되었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강아지가 귀여워서 갖고 싶다고 징징대다가 금방 질려버리고 뒤치닥거리를 엄마한테 떠넘기는 풍경과 너무 비슷해서, 오히려 부모로서 아이를 키워야되는 생명을 책임지는 행동을 우습게 보는 느낌만 더 주게 되었다.
당연히 평론가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평식은 '애가 애를 낳는다. 어른들 장삿속도 갖가지로군', 임범은 '중학생의 몸을 빌린, 상상력 빈곤한 어른의 판타지'라는 혹평을 가하며 각각 별 1개를 줬다. 페미니스트계열 평론가 황진미는 별 4개를 주며 '아름답고 훌륭하다. 이제 이렇게 물어야 한다. "Why not?"라는 호평을 하였다. 하지만 현재의 페미니스트들은 미혼모나 청소년 임신 문제에 황진미와는 다른 정반대의 비판을 하고 있는 중.
4.1. 안드로메다로 간 현실성
영화에서 중학교 2학년생인 남녀 주인공은, 임신을 하자 아주 잠깐만 충격을 받고, 금방 행복한 젊은 신혼부부처럼 외식도 하고, 여행까지 하며 즐겁게 지낸다. 실제 상황에서는, 이런 일은 비정상적인 멘탈이 아니면 견디기 어렵다. 청소년의 나이에 임신했다는 소식은, 여자아이뿐 아니라 남자아이에게도 큰 충격이며,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기는 힘들다.
또한 제니와 주노의 학교 친구들이 둘의 임신을 축하하며 결혼식까지 성대하게 열어 주고, 아이가 태어나자 병원까지 와서 온갖 축하를 다 해주는데, 이 역시 현실이라면 도저히 나오지 못할 그림이다. 바로 퇴학 아니면 정학당하거나 정말 잘 풀려봐야 전학이고, 정말 진실한 우정을 쌓은 진정한 친구들이 아닌 이상 "미성년이면서 성관계 맺고 임신한/시킨 애"라며 따돌리거나 외면하기 십상이다. 본인은 친구를 꺼리고 싶지 않더라도 '그런 아이'를 자녀의 친구로 남겨두고 싶지 않은 부모의 압력으로 멀리할 수밖에 없게 되는 일도 벌어진다.
영화에선 주노가 제니의 어머니 에게 싸다구 한 대 맞고, 제니와 주노 둘 다 각자의 부모님에게 한 소리 듣는 것으로 끝났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그래도 자식이고 돈 좀 있는 집들이니 내쫓진 못해도, 겨우 그정도로 조용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그나마 두 주인공의 부모님들이 대인배라서 다행이지 현실이었으면 아이가 낙태되거나 어찌어찌 출산해도 입양 보내지는 결말로 끝났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
아무리 부잣집이라도 사람 한 명을 키울 양육비와 환경을 마련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다 제니와 주노 나이대면 주인공들의 부모님이 40대 정도일 텐데 이 나이대 사람들이 갓난쟁이 아이를 전담하며 키우는 것은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이 드는 일이다. '부모가 바쁠 때 조부모님이 잠깐 애 봐주는 것'과 전담으로 양육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애 돌보다 정말로 골병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공부로 도피해버렸다고 비판했는데, 사실 공부를 포기하고 육아를 책임졌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따지면 더더욱 시궁창이었을 것이다. 아직 중학교조차 마치지 않은 10대 중반의 어린애들에 불과하니, 학업을 중단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봤자 알바 수준을 넘은, 자기 힘만으로 가족을 부양할 만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 나이에 애를 제대로 육아하는 방법을 알거나 실천하기도 힘들 것이고, 기적적으로 모든 게 잘 풀린다고 해도 세상의 시선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결국,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여러모로 현실은 시궁창. 실제 상황에선 이 영화보다는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리틀맘 편처럼 될 가능성이 99.9%다.
5. 실화?
영화 <제니, 주노>의 원작 소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작성자 명 '제니'와 '주노'가 일기 형식으로 번갈아가며 게재하였다. 홈페이지에는 '15살 엄마, 제니의 집입니다'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누리꾼들은 허구냐 실화냐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홈페이지는 소설책으로 만들어지는 시기와 맞물려 폐쇄되었는데, 홈페이지가 폐쇄되기 며칠 전 작성자 '제니'가 "애기 다리!!!"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내용에는 실제로 아기의 다리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6. 그 외
미국 영화 주노#s-9하고는 이름과 소재만 비슷할 뿐 겉다리로 비교하기 어려운 영화인데도, 한국에서는 이 둘을 비교하거나 연관짓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인터뷰에서 질문을 던졌는지, 오죽 하면 미국 영화의 감독이 "못 들어봤다"고 말하기도.
훗날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유명해진 배우 서민정이 제니의 작은언니로 등장하는데, 이 배역은 서민정의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 출연이다.
OST로는 박혜경이 부른 <사랑을 할 거야>[13] 가 있으며 수록곡으로는 <사랑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14] 와 <내가 말했잖아>[15]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있다.
참고로 이 영화 절반 분량은 주연인 두 사람이 직접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제니가 속옷 차림으로 나오는 장면이 좀 있는데, 당시 미성년자였던 박민지의 팬티 노출이 나름 화제였던 듯 하다.
프로게이머 나도현이 주노와 스타크래프트 결승전 장면에서 까메오로 출연하였다. 참고로 이때 주노는 GO 팀의 유니폼[16] 을 입고 있었다. 이외에도 정소림 캐스터와 김창선 해설도 나왔다.
[1] 일부는 김혜성이 이듬해에 출연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데뷔작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쪽은 그 때부터 인기를 얻은 것이지 사실은 이 영화로 데뷔했다. 참고로 박민지는 2003년에 모델 활동으로 데뷔했으며 연기자 데뷔는 이 작품이 맞다.[2] 잔디 깔린 마당이 딸린 2층집에 산다. 어머니는 제니네 학교의 학부모회 회장을 맡고 있어, 학교에 자주 드나들며 교사들과도 친하다.[3] 주노 친구의 언급으로는 전교 5등 안에 든다고 한다. 학교 친구들이 열어 준 결혼식에서도, 사회자를 맡은 남학생에 의해 언급되는 이야기.[4] 평범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5] 김혜성은 실제로도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출신이며,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거기서 보냈다고 한다. (단, 고등학교는 중퇴)[6] 처음 전학와서 자기소개를 할 때는 경상도 사투리를 했는데, 금방 표준어로 바뀌었다.[7] 직접적인 성행위 장면은 나오지 않고 , 비에 젖은 제니와 주노가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 다음에, 둘이 함께 누워 있는 장면이 나온다.[8] 여학생들이 제니에게 웨딩 드레스까지 마련해 입히고, 면사포며 부케까지 마련해 주었다. 신부(新婦) 차림의 제니와 교복 차림의 친구들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서 지하철역을 뛰어가는 모습과, 그런 소녀들을 행인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표정이 대비되는 게 일품.[9] 제니의 아버지가 "아들 낳으려고 해도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계속 딸, 딸, 딸 이더니."라고 푸념을 늘어놓는다.[10] 실제로 이 레스토랑이 꽤 비싼 음식점이어서, 이 장면을 찍을 때 제작비가 많이 들었다고 한다.[11] 제니와 반대로, 결혼 후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아 친정어머니가 걱정하고 있었다.[12] 산모마다 다르지만 당연히 출산은 자연분만이건 제왕절개건 모두 고통스러우며, 첫 아이는 더 힘들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이때까지 제니는 배도 별로 많이 부르지 않았다(...)[13] 이상은 원작. 또한 주연 2명과 친구들이 부른 버전과 락 버전도 있다.[14] 모던쥬스의 곡[15] 박민지와 친구들이 부른 버전[16] 실제로 GO 팀의 협조를 받기도 했다고. 참고로 이 유니폼의 주인은 이제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