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옛날 편향
1. 개요
Good-Old-Days bias
2009년에 예일 대학교 출신의 사회심리학자[1] 리처드 아이바흐(R.P.Eibach)와 공저자 리사 리비(L.K.Libby)가 새로 정리하여 발표한 편향의 한 종류. 일단 과거의 기억에 관련된 편향이기는 하지만, 엄밀히는 '기억'이라는 인지적 처리와는 꼭 같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학, 사회학, 역사학 등에서는 그 전에 '쇠퇴론(declinism)', '장밋빛 회고(rosy retrospection)' 등으로 부르고 있었다.
2. 본론 전 예시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다음 목록을 보자.
이 목록은 1990년대 초엽에 미국 사회를 강타한 것으로서 이에 충격을 받은 수많은 보수주의자들과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언급하면서 개탄했다. 부시 행정부 소속의 윌리엄 베넷(W.Bennett), 극우 성향의 방송인 러시 림보(R.Limbaugh), 안티페미니즘 운동가 필리스 슐라플라이(P.Schlafly)[2] , 팀 라헤이(T.LaHaye)[3] 등이 자신들의 방송이나 저서에서 인용했다.
이에 경영학과 교수 배리 오닐(B.O'Neill)은 이 목록의 출처를 찾아내기로 했고, 마침내 그는 이것이 컬렌 데이비스(T.C.Davis)가 현대 공교육을 비난하고자 동원한 목록임을 찾아냈다. 오닐 교수가 데이비스에게 1940년대 자료는 어떻게 구했냐고, 혹시 설문조사 자료가 있으면 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데이비스는 '''"설문조사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이봐요, 나는 그 시절에 그곳에 있었소. 내가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생생하게 목격했단 말이오!"'''라고 대답했다.
3. 본론
좋았던 옛날 편향은 어째서 고금의 수많은 기성세대들이 오늘날의 세태를 돌아보며 혀를 차고 한탄시키는지를 설명한다. 이 편향은 그들이 왜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같은 말을 하는지, 어째서 "옛날에는 어린이들이 맑고 밝은 심성으로 곱게 컸는데 요즘에는 말끝마다 욕을 하고 무서워서 못 견디겠다." 같은 말을 하는지와 같은 '''추억보정'''을 설명하는 학술적 개념이다.
세상이 갈수록 나빠진다고 느끼는 것은 '사회적 쇠퇴(social decline)' 또는 '도덕적 쇠퇴(moral decline)'로 부르는데, 이는 '''세상이 겪고 있는 변화가 근본적으로 나쁜 쪽으로, 특히 도덕적인 면에서 나쁜 쪽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느낌'''을 의미한다. "동서고금의 강대한 국가들을 멸망하게 한 것은 모두 도덕적인 타락 때문이며, 이는 큰 나무의 뿌리를 썩게 만드는 것과도 같다.", "우리 시절에는 부모를 공경하고 자녀를 훈육하는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었지만, 요즘 성 문화는 정말 수치스럽다. 점점 많은 가정들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서로 갈라서고 있으며, 현대 삶의 양식에는 어떠한 미덕도 없다."처럼 통탄하는 사람에게 좋았던 옛날 편향이 작동하는 것이다. 미국(과 그 영향을 받은 한국)의 개신교 또한 "요즘처럼 기독교적 가치가 극도로 공격된 적이 없는 것 같다." 같은 주장을 하기도 한다. 각종 강력 범죄나 청소년 비행이 갈수록 심각해진다고 착각하는 것 또한 여기에 해당된다. SNS와 방송 매체의 발달로 그러한 소식을 더 빨리 전해듣는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나이며, 사람은 과거 상황은 자신과 그 주변 환경을 기준으로 생각하지만, 요즘에 발생하는 사고들은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옛날보다 더 심해졌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강력 범죄도 여러 흉악범을 언급하며 무서워졌다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이 인식이 '편향'의 한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 만큼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쇠퇴의 심각성은 대부분 과장되어 있거나 사실과 다르다. 사회과학자들은 실제로 측정된 국가 수준의 데이터와 개인이 느끼는 감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해 왔다. 종합사회조사를 통하여, 최근 10년 간 범죄율이 증가한다고 생각하는지, 아동들이 방치되고 제대로 부모와 못 교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청소년 임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고결한 문화와 퇴폐 문화가 점점 격심하게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어보았을 때, 과반수의 미국인들은 전부 그런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실제로 연구자들이 확보한 데이터에 따르면, 현실은 정반대였고, 세상은 점점 살기에 좋아져 왔다.[4] 각종 청소년 범죄, 가출 문제는 과거에 훨씬 나빴다. 예시로, 훨씬 예전에는 실종 미성년자 납치, 입양, 앵벌이 문제들이 많이 났고,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의 최악의 연속살인범인 우범곤이 저지른 살인행각은 1980년대에 났으며, 지존파 같은 사례도 1990년대에 났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Come Back Home을 불러 지존파 사형 집행 전에 발표해 수많은 가출 청소년들을 집으로 보냈다. 사실, 이는 스티븐 핀커 같은 논객들이 '세상이 점점 흉흉해지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시간이 갈수록 전쟁은 감소하고 평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잘 믿기지 않는 것과도 유사하다.[5] 이는 공포 마케팅의 영향도 있다.
그들이 보는 타락이나 쇠퇴도 진짜일 가능성도 있겠지만(아래 '반론?' 문단 참고), 시대가 달라지면서 사상이 달라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독교를 여자들이나 믿는 종교로 모욕하고 기독교도들을 탄압하던 고대 유럽인들이 기독교가 뿌리를 내린 중세 유럽을 보면 충격을 먹을 것이다. 실제로 로마가 점차 이민족들에게 밀리자 로마 몰락의 원인을 기독교로 몰아갔으며, 이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6] 대표적으로 5세기 역사학자인 조시무스[7] 는 로마 제국의 타락과 쇠퇴는 그들이 전통적으로 섬겨오던 신들을 버리고 기독교로 개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기독교도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De civiate Dei)을 서술하여 기독교가 로마 쇠퇴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이는 아직도 서로 말하는 내용이 다르다.
사회심리학자로서 아이바흐는 이와 같은 인식의 오류가 기본적으로 두 시점의 (자신이 어린 때 vs. 현재) 사회를 비교할 때 '''자신의 관점의 변화는 잘 반영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착오가 발생함을 발견했다. 즉, 세상이 변화한다고 느낄 때 그 일부는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 처지의 변화가 포함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완전히 똑같다고 잘못 판단한다. 아이바흐에 따르면 이런 잘못된 생각은 다음 원인으로 발생한다.
- 사람들은 부모가 되기 전과 되고 난 후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뀐다. 보통 자녀를 얻고 나면 세상을 좀 더 경계하고 조심스러워하게 된다.
- 사람들은 직업을 얻기 전과 얻고 난 후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뀐다. 직업을 얻는 것은 곧 책임을 얻는 것이며, 젊은 시절 자유분방하고 패기 있게 도전하던 사람들도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갖게 되면 그만큼 함부로 처신하기 어려워진다.
- 사람들은 노화를 겪으면서 자신의 신체의 능력이 약해짐을 잘 모른다. 반사신경이 조금씩 떨어지는 장년~노년의 운전자들은 그만큼 요즘 젊은이들이 차를 험하게 모는 경향이 있다고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8]
또한 대니얼 카너먼에 따르면, 사람들은 틀 효과(frame effect)에 따라 획득 프레임(gain frame)보다는 손실 프레임(loss frame)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곤 한다.[12] 특히 그 손실이 가치나 도덕성에 관련된 것이면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몹시 극단적이고, 어찌보면 평소는 믿던 원칙에서 더욱 어긋나는 행동까지도 기꺼이 하도록 끌어들일 수 있다. 아래에 이미 인용한 바 있는, 올림픽 공원 폭탄 테러범 루돌프는 낙태와 동성애가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믿었고, 이를 막기 위해서 그 어떠한 극단적인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고 직접 폭탄 테러를 일으켜 감옥에 들어갔다.
전통에 호소하는 오류도 있고, 반대로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도 있다.
4. 대처 방법
이 편향이 개인에게 좀 심각할 정도로 어려움을 주고 있으면, 즉 나날이 타락(?)해 가고 혼란에 빠져 가는 작금의 세태에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편향을 감소시키는 것이 그 사람의 웰빙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바흐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자서전적으로 돌이켜 보면서 자신이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를 거쳐 왔는지''' 생각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경영학에서 나온 신조어 \''''므두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는 조지 버나드 쇼의 1921년 작 《므두셀라로 되돌아가라》(Back to Methuselah)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거의 것들에 주로 좋게 대해 생각하고 아련한 향수를 느끼는 경향을 말한다.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면 대개 "그때 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그 맛", "그 시절 그 느낌 그대로" 같은 광고 카피가 붙게 되는데, 이런 과거의 경험이 대체로 긍정적이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나타나는 것. 물론 이 경우에도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홍보를 하는 게 더한 효과적이라고 한다. #충청타임즈, #홍대신문.
5. 반론?
사회적으로 어려워도 편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사회적으로 좋거나 평화로워도 어렵거나 외롭게 사는 사람도 있다. 국가가 잘 살아야 개인이 잘 사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현대 사회는 특히 노인들이 못 따라잡을 정도로 빨리빨리 변화하는데, '틀딱충' 문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지면서 주류 사회로부터 점점 밀려나 자연히 그에 대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게 된다. 특히 노인이 지식의 원천이자 선생님으로 여겨지던 농경 사회와 달리 노인일수록 정보와 사회에서 더욱 멀어지곤 하고, 디지털 소외도 있다. 범죄율 감소에는 "지나가던 사람 도와주지 마세요." 같은 일도 한 몫 했다. 곧, 평화를 유지할 안전망이 부실한 것이다. 양극화와도 유관한 문제로, 관련 내용은 <경로의존성> 문서의 <경로 변경이 느리다?> 문단에도 있다. 세대 갈등 및 세대 차 관련 글 1, 2.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 등이 점점 쌓이면서 향수병에 걸리거나 좋았던 옛날 편향에 빠지기도 하고,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가 극단화되어 젊은이들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위험한 생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생활 환경 개선 또한 필요하다(#1-1, #1-2, #1-3, #2, #3, #4). 지구 환경이 점점 좋아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러한 것이 안 되어 있으면 지구 환경이 덜 좋던 옛날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1인 가구 증가도 그를 방증할 수 있겠고, <문화 지체> 문서와 <서울 공화국> 문서도 참고할 만하고, 박완서의 '옥상의 민들레꽃'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다. 2020년에 관련 서적으로 '풍요중독사회'가 출간된 바도 있다. 요새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렵겠지만.
물질 자체가 나쁜 건 아니어서 때로는 옛 물건이 올챙이 시절 기억을 되살려 주기도 하는데(#), 특히 계획적 구식화처럼 자신에게 가치가 없으면 쓰레기로 치부하고 버리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문제도 있다.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1, #2)과 이것("복고는 도피주의의 산물")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서 옛날을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캡틴 아메리카는 시리즈 내내 영웅으로만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하며 조금씩 씁쓸한 감상을 조금씩 내비치고, 유일한 자기 고향 친구 때문에 한때 자신의 영웅심을 버리고 팀을 분열 직전까지 몰고 갈 뻔하기도 하고, 모든 일을 해결하고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생기자 주저없이 돌아간다.
6. 관련 명언
(낙태 시술 병원과 동성애자 바를 대상으로 폭탄 테러를 한 이유를 묻자) '''"...나는 서구 문명이 도덕적으로 무너져 가는 것을 여러 해 동안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를 막기는 위해서 과격한 방법밖에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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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루돌프(E.Rudolph), 근본주의 개신교 계열의 우익 정치극단주의자이자 1996년 올림픽 공원 폭탄 테러범
'''"현재를 비난하고 과거를 추앙하는 것은 인간 본성에 깊게 뿌리 박힌 것으로서, 가장 많이 배운 사람들에게도 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The humor of blaming the present, and admiring the past, is strongly rooted in human nature, and has an influence even on persons endued with profoundest judgment and most extensive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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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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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고금의 기성세대
7. 관련 문서
- 경로의존성
- 공포 마케팅
- 구관이 명관이다
-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압니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보수주의
- 새로움에 호소하는 오류와 전통에 호소하는 오류
- 세대 갈등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시대착오적
- 인지적 종결 욕구
- 정보격차
- 추억보정
- 편향
- 향수(Nostalgia)
[1] 現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 심리학과 재직.[2] 이 사람의 아들이 바로 컨서버피디아의 창립자 앤드루 슐라플라이(Andrew Schlafly)이다. 과연 그 어머니에 그 아들답다. [3] 미국의 목사, 소설가.[4] Sniderman, Brady, & Tetlock, 1999; Davis, Smith, & Marsden, 2004; Sayer, Bianchi, & Robinson, 2004; National Campaign to Prevent Teen Pregnancy, 2003; Baker, 2004; DiMaggio, 2003; Mouw & Sobel, 2001.[5] 단, 일본 기성세대 사람들은 1980년대에 거품경제로 호황을 누려서 사실일 것이다.[6] 로마 멸망이 로마가 흡수한 이민족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데, 사실 로마 멸망의 이유는 기독교나 이민족 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7] 가톨릭 성인 조시모와 동명이인이다.[8] Eibach et al., 2008.[9] 단 구 동구권의 경우 노년 세대가 사회주의 독재정권 치하에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지라 이 지역에선 반대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둘 다 동일한 조건에서 발생하는 반동주의지만.[10] Duckitt & Fisher, 2003.[11] Davis, Smith, & Marsden, 2000; Klatch, 1987; Rieder, 1985; Murphy, 2005; Smith, 1998.[12] Kahneman & Tversky, 1984; Snow, Cress, Downey, & Jones,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