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유전자 배제법
1. 개요
劣悪遺伝子排除法 / Inferior Genes Exclusion Act
소설 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법률이자 희대의 악법. 은하제국 건국 직후, 황제 루돌프 폰 골덴바움의 그릇된 신념과 황제를 광신적으로 추종하는 아첨꾼들의 의해 제정된 우생학적 법이었다. 루돌프가 학살자가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이 법으로 학살된 사람들은 반대파가 아니라, 장애인들이었다.
2. 최악의 악법
'''제국 역사상 최악의 악법으로 유명한 법인데,''' 제국력 9년, 은하연방을 붕괴시키고 들어선 은하제국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자 황제 루돌프 폰 골덴바움은 은하연방의 쇠퇴를 나약함때문이라고 보고 인류의 영원한 번영을 위하여 인류의 열악한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연방시절 만들어진 빈곤층에 대한 모든 종류의 복지제도를 폐지시키고,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이상을 가진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제국 의회에 몇 안남은 공화파 의원들은 이 말도 안되는 황제의 폭정을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이미 의회 의원 대부분이 친황제파 의원들로 가득하여 소용없었고 법안이 통과 된 뒤 공화파 의원들의 저항에 격분한 루돌프는 제국 의회를 영구히 해산시켜 버린다. 그제서야 루돌프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사람들도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이미 어떠한 방법으로도 루돌프를 막을 수단은 남아있지 않았다.
열악 유전자 배제법에 의해 제국 신민중 '''40억 명이 넘는 신체, 정신이상자들과 빈곤층이 살해당했다.''' 안락사 조치당하는 것이 그나마 행복한 최후를 맞이한 경우였고 병원 침대에서 끌어내려져 살해되거나, 총기류 혹은 독극물 등으로 잔인하게 죽어갔다.[1]
사실 이 법은 사회진화론+나치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회진화론은 찰스 로버트 다윈의 진화론을 사회에 적용시켜서 부자는 적응했고 가난한 자는 부적응했다고 주장하는데[2] 여기에 나치식 우생학적 관념까지 더해져 '''부자는 유전적 우월자, 빈자는 유전적 열악자'''로 주장함은 물론 '''그러므로 빈곤층을 위한 복지니 뭐니 하는것 다 필요없음''' 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3]
당연히 이 법이 미쳤다는 건 그 제국의 문벌귀족들조차도 부정할 수 없어서 루돌프의 정책을 적극 찬동했던 자들조차도 이 법만큼은 그가 죽자마자 바로 사문화시켜 버렸다. 이렇게 해서 인위적인 학살은 더 이상 권장되지 않고 국가가 지원하지도 않았으나, 열악 유전자 보유 인구에 대한 제도적 배제는 계속되었다. 부모가 유전병을 가진 자녀를 죽일 것을 강요당하진 않았으나, 버려도 죄가 아니었다. 은하제국 유년학교 살인사건과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의 사례를 보면 선천적 장애인이 출세할 길이 아주 없는건 아닌거 같지만 일반인에 비해서는 제약이 심한 것 같고 사회적인 차별도 엄청난거 같다.[4] 그 기득권 귀족층끼리도 장애인이면 배척하는 지경이니...
3. 사문화
열악유전자 배제법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에서 봐도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한 사람의 목숨을 열악 유전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할 수 있는가'''라는 것과 '''그 열악 유전자의 기준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5]
결국 제국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고 일찌감치 사문화가 된 이 악법은 훗날 제국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6] 시절에 와서 마침내 조항만 남고 실행 자체를 막아버려 사실상 폐기되었다. 법안 자체는 건국제 루돌프가 직접 제정한 탓에 아예 폐기하지는 못했다.
4. 루돌프의 그림자
문제는 루돌프에서 막시밀리안 요제프의 시대까지 '''약 3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 악법이 루돌프 1대에는 학살, 그 뒤에도 배제의 형태로 영향력을 발휘한 탓'''에 이미 은하제국의 신민들 사이에서는 차별 의식이 뿌리깊게 자리잡아 버렸고 법이 사문화되었어도 사회 분위기는 변하지 못해[7]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아야만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유행성동맹과의 오랜 전쟁이 시작되며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이 천문학적으로 속출'''하기 시작하자 사회 분위기도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선천적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세상은 가혹한 편이었다. 그나마 루돌프가 죽고 나서는 이들에게도 생존권은 있었다는 점은 차이지만 그래봐야 쩔어주는 차별의식 때문에 삶은 여전히 힘들었다.
선천적인 맹인이었던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이 법안을 엄청나게 증오했는데, 당장 해당 법이 살아 있었던 루돌프 대제 때면 오베르슈타인 자신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제거당했을 것이고, 그 이후인 은하영웅전설 본편 시점에서도 생활하는 데 불편이 따랐기 때문이다.[8] 이 때문에 그는 이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을 섬기면서 라인하르트를 도와 끝내는 골덴바움 왕조를 없애고야 만다.
하인리히 폰 큄멜도 선천적으로 몸이 허약했는데 치료용 유제를 먹으면 치료할 수 있었지만, 열악유전자 배제법 때문에 유제가 대량생산되지 못해 가격이 굉장히 비싸서 먹지 못했다.[9]
당연하지만 라인하르트가 지긋지긋하게 혐오하는 법률이다. 실력우선주의적인 라인하르트 입장에서는 하찮은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아까운 인재를 족족 쳐내는 엉터리 법률따위를 좋아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이런 막장 법률의 최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10] 애초에 루돌프가 죽자마자 사문화된 법률인 만큼 그냥 놔둬도 어차피 라인하르트 집권 직후 얼마 가지 않아 폐기됐을 것이다.
5. 충격적인 진실
그런데 정작 이 법안을 만들고 공표한 황제 루돌프 폰 골덴바움은 정상적으로 태어난 딸들 외에 훗날 총애하는 후궁 사이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얻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당연하게도 후궁에게 물어져 아이와 후궁을 포함한 관련 인물들까지 제거당했다. 그런데 루돌프는 다른 후궁 사이에서도 장애를 가진 아이를 얻거나 했는데 추측해볼 때, 루돌프 본인에게 유전적 결함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폰 헤르크스하이머의 조사를 통해 엘리자베트 폰 브라운슈바이크와 사비네 폰 리텐하임 역시 유전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11]
'''정말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법을 만든 루돌프 본인과 그 후손들이야 말로 열악 유전자 배제법에 따라 제거되었어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사실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있는지 없는지 검사를 해보기 전엔 모른다. 중요한 사실은 '''겉으로 안 드러나도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있을 수도 있다.''' 설령 본인 대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조상 중에 드러난 적이 있거나 아니면 후손들 중에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6. 기타
사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중반에 걸쳐서 영국을 시작으로 서구의 대부분 국가에서 인종차별주의에 입각한 우생학이란 유사과학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각 국은 백인 엘리트들이 보기에 열등인간으로 분류되던 장애인에 대한 강제불임 시술을 실제로 시행했다. 가장 먼저 전국적인 열성유전자 배제 정책을 시행한 국가는 미국이었으며, 인구당 비율로 볼 때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했다고 볼 수 있는 국가는 스웨덴이었다. 그리고 일본제국도 이 정책을 수입해서 국민우생법을 만들고 강제적인 단종조치에 들어갔다.
그리고 강제불임 시술 등 열성유전자 배제 정책은 상당히 최근까지 시행되어 왔다. 일본이 1996년도까지도 우생보호법이란 이름으로 해당 정책을 시행한 것을 비롯해 한국 및 여러 나라들이 70~90년대, 심지어 21세기까지도 관련 법률이 있었으며 그 정책을 시행했다. '''그리고 열악유전자 배제법처럼 실제 장애인을 죽이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국가가 2020년 현재에도 실존한다. 바로 북한이다.''' # 이 문서를 참조.
또한 루돌프 본인처럼, 특정 집단을 혐오하고 학살을 주장하는 자 스스로가 정작 그 집단 요소를 가졌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이를 소재로 한 예술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이고, 무엇보다 '''실제 역사에서도 흔하게 발생한 사례이다.'''[12]
[1] OVA판에서 묘사한 바에 따르면 딱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이다.[2] 더 나아가서는 제국주의 국가는 적응한 국가이고 피지배 민족/국가는 부적응한 국가로 주장했다.[3] 루돌프가 빈곤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모두 없앴고, 제국 출범 이후 부유층들은 문벌귀족을 형성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 어쩌면 황제인 루돌프와 측근들이 영구히 권력과 재력을 독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4] 하제가 색맹이란 사실이 밝혀진 후 주위 학생들이 신나게 까대는데 듣고 있던 라인하르트의 화가 폭발해 "유전이 죄냐? 하제는 색맹인데도 수석이다. 그건 자기 실력으로 한거다. 근데 너희들은 하제보다 잘나지도 않으면서 까대는거냐?!" 라는 요지의 말로 까대던 애들을 입닥치게 만들었다.[5] 자기가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만도 아닌 것도 들 수 있지만 신분제 사회의 제국에서는 먹히지 않을 논리일 것이다.[6]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는 젊은시절 독살 위험에 처했다가 겨우 목숨은 건졌으나, 독극물이 시신경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며 평생 맹인으로 살아야만 했다.[7]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환자들에게 필요한 장비들을 구할 수가 없었다. 화약을 사용하는 무기는 원시적이라고 말하고, 아광속 비행과 초광속 우주항행이 가능할만큼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투박한 기계의수가 팔을 상실한 장성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치였다는 점이 그 증거다. 21세기 현재기술로도 제한적으로는 가능하다. 신경과 직결하거나 센서를 심어서 제한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오토메일같은 전자의수가 개발된 상태다. 단지 최소 1천만원 이상으로 굉장히 비싸서 문제일 뿐.[8] 다만 그의 시대에는 이미 사문화를 넘어 사실상 폐기상태였으므로 맹인이라 해도 능력만 있으면 등용되었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 같은 최고의 일자리에서만 배제됐을 뿐인데, 그나마 후천적 장애인은 해당되지 않았다. 즉 맹인 자체는 걸리지 않을 수 없었으나, 적어도 유전적 맹인임은 들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9] 놀라운 사실은 하인리히 폰 큄멜의 가문은 급이 낮다고는 하나 엄연히 오등작 반열에 드는 귀족 가문이다. 그런 가문에서조차 치료용 유제를 구할 수 없었으니 그 값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10] 폐지 장면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11] 두 사람 다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외손녀로 골덴바움 왕조의 황족이자 루돌프의 후손들이다.[12] 나치 독일이 가장 대표적이다. T4 작전으로 장애인을 학살하였지만, 정작 그 나치의 수뇌부 중 히틀러는 외모도 금발벽안의 아리안족의 인상과는 전혀 다르며 유대, 슬라브 혼혈 의혹이 있고 괴벨스는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었다. 또한 아리안 제일주의를 외친 주제에 나치 수뇌부 중 상당수는 정작 그 '아리안 족'과는 한참 먼 복잡한 가계 출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