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좌파
1. 개요
진보 성향의 고학력 고소득자를 칭하는 일종의 수사어. 2005년 강준만이 《강남 좌파》라는 책을 출판하면서부터 한국 사회에서 빈번히 인용되기 시작했다.L'horreur des bourgeois est bourgeoise.
부르주아를 싫어하는 것은 부르주아스럽다.
이 집단의 사람들이 강남 수준의 소득과 학력을 가졌으나 정치적 성향은 진보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붙었다. 흔히들 강남에 이런 사람이 많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들 하는데, 제19대 국회의원 목록이 증명하듯 오히려 강남은 새누리당이 강세다. 굳이 말하자면 딱 서울특별시 강남구라는 특정한 지역을 의미하는 표현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에서 '잘 사는 동네'를 추상적으로 지칭하는 '강남'이라는 표현을 차용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쪽이 더 나을 것이다.
이들은 고학력,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로 주로 진보주의 이념을 추구한다. 전형적인 엘리트 지식인, 화이트칼라 계층. 국내에서는 정치권과 직접 연결되기보다는 주로 시민 운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서 활발히 활동을 한다.
또한 출신 계층에서도 알 수 있듯 '''노동 운동과는 거리가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조국 교수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상적 기반은 사회자유주의 내지 사회민주주의로 '''보통 좌파라 하면 떠올리는 원론적 사회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2. 상세
이 말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인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후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하자, 이를 불공정하다면서 반발한 이들 중 상당수가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86세대였다. 이들은 대학 시절에 주로 제5공화국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었다.
2.1. 강남이 좌파는 아니다
간혹 이들을 예로 들면서 한국 리버럴, 진보 지지의 주류를 고학력 고소득층이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1] 막상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강남좌파는 그저 허구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강남구와 서초구 등의 상위권[2] 부촌 지역은 '''매우 강력한 계급 투표 경향을 보여왔다'''. 서울의 주요 고소득 지역은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이후의 주요 선거에서 거의 예외 없이 보수 우파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서울에서 이회창 후보가 승리한 단 두 곳이 강남구와 서초구일 정도다. 반대로 강한 리버럴, 진보 지지 경향은 저소득 지역에서 보였다. 관악장군이 그 대표적인 사례[3]
정리하자면 고소득층은 보수 성향이 강하고 일반적인 중하류층 서민들 사이에선 리버럴 성향이 더 많은 편이며,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은 빈곤층으로 내려가면 보수 성향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소득 계층별 정치성향 분포 그래프를 보면, 대략 C자 형에 가까운 형태를 그린다. (X축을 진보~보수, Y축을 소득수준으로 설정하는 경우)
2.2. 하지만, 강남이 모두 보수인 것도 아니다
또한 강남3구 거주자 모두가 부유층 또는 중산층의 상위에 속한 부류가 아닌 것 역시 강남 좌파라는 단어를 만드는 요인이다. 이는 단순히 구룡마을 같은 빈민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강남 3구 안에서도 생업 등의 문제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서민층들도 어느 정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3구도 대규모 재건축 사업 이전에는 강북의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괜찮은 아파트들과 비슷한 가격이였다.
심지어 고급 주택들이 많이 밀집해서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논현동도 일부 지역은 사회 초년생이나 화류계 여성들도 많이 거주하는 원룸들이 밀집된 원룸촌도 있다.
즉, 아무리 부촌이라 해도 단독주택&다세대주택 밀집 구역은 비교적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서민층의 정치성향을 띌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계급에 맞춘 투표 성향을 띠는 만큼 비록 소수라고 해도 색을 드러내기 마련.[4]
따라서 강남 좌파라는 단어는 '강남 지역'이 좌파라는 뜻이 아닌 강남 지역에 거주하는 '좌파'란 뜻에 가깝다[5] . 강남이라는 단어도 실제 지명이 아닌 상층 계급을 의미하는 일종의 은유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즉, 강남 좌파는 '''상층 계급 내 소수의 리버럴, 진보 지지자'''를 뜻하는 단어다.
또 특히 강남 개발 초창기였던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강남은 민주공화당이나 민주정의당 등의 보수 여당이 아닌 신민당이나 신한민주당, 통일민주당 등의 민주계 야권을 지지했는데 이것도 좀 강남 좌파를 담론화시켜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 3구는 3당 합당 이후에도 계속 야당을 지지한 사례가 많았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도 야당 서울시장 후보인 조순을 강남 3구에서 지지하기도 했다. 부울경이 3당 합당 이후 여당 텃밭이 된 것과 달리 강남 3구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야당을 지지했다.
부울경은 야당 성향이 강했지만 울산, 경남은 상대적으로 보수성이 짙었다. 게다가 총선에서도 당시 보수 정당을 지지해왔고, 심지어 부산마저도 대선에서는 역시 박정희를 지지했는데, 그와 달리 강남은 젊은 층도 상당히 많아서 그 당시 진보세가 강했다고 볼 수 있다.
2.3. 리무진 리버럴
미국에서는 공화당(미국)보다 진보적인 민주당(미국)을 지지하는 고학력 고소득 지지층을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이라고 부른다. 대략 보면 방 수십개 짜리 대저택에서 살면서 전기 펑펑 낭비하며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설파하는 앨 고어 같은 경우가 있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bleeding heart liberal이라는 단어가 훨씬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쓰이지만, 이 단어는 타인에 역경에 지나치게 공감을 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의미로 더 포괄적으로 쓰인다. 왜 조롱받나면 타인의 감정을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을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이 실제로 동일한 고통을 받는다는 듯이 주장하며,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타인에게 강제로 종용하면서 거부하면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완전체로 몰아가기 때문에. liberal 부분만 빼서 bleeding heart 부분만 쓰이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스탠스로 볼 때 강준만 교수가 처음 국내에 소개한 강남좌파의 모델은 이 미국의 민주당 고학력 고소득 지지층일 가능성이 높다.[6] 특히 뉴욕, 매사추세츠 같은 동북부 부촌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다.
비슷한 표현으론 그 외에 '살롱 좌파'[7] , '캐비어 좌파', '샴페인 사회주의자', '라떼 리버럴' 등이 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공화당이 더 진보적이기도 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공화당계 정치인이었고,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아버지인 마틴 루서 킹 시니어가 공화당원임이 이를 잘 나타난다. 그러나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로 민주당은 좀 더 진보적으로 포지션을 이동했고, 존 F. 케네디를 거치면서 두 당의 이념적 차이는 분명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1974년에 리처드 닉슨이 사임하면서 공화당 내 중도층이 같이 몰락하고, 1980년대 들어 로널드 레이건 집권후 공화당이 보수쪽으로 움직이면서 현재 두 당의 이념적 차이는 매우 큰 상태이다. 일부 한국 좌파 평론가들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말하지만, 대외 정책은 그럴지 몰라도 국내 정책 중에서 가치관과 직결되는 낙태나 동성결혼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당파적 입장 차이가 두드러 진다.
영국에서는 노동당을 지지하는 고소득층을 '가디언 독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국 최대의 진보 언론인 가디언의 주요 독자가 중산층 이상이라는 점을 꼬집는것.
3. 역사적 사례
이렇게 소속 계급과 정치 사상이 괴리된 사례는 일찍이 19세기부터 존재해 왔었다. 더 멀리 잡으면 프랑스 혁명과 같은 근대 계몽 사상가들과도 연결된다. 19세기~20세기 초에 존재한 주요 좌파 사상가 및 활동가들의 상당수는 중산층 이상의 부르주아 지식인 출신이었다.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로자 룩셈부르크, 미하일 바쿠닌, 블라디미르 레닌이 '''모두''' 중상류층 출신이다. 독일 사회민주당 등 역사가 오래된 좌파 정당들도 당원들이 왈츠와 와인 파티를 즐기는 등 부르주아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스웨덴도 마찬가지. 특히 올로프 팔메가 속한 팔메 가문은 스웨덴에서 발렌베리 가문과 쌍벽을 이루는 재력가 집안이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사회주의 등 좌파 정치 사상의 흐름을 연구하는데 매우 흥미로운 소재가 되고 있다.
근대 계몽사상가들도 상당수는 학식과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부르주아 시민이나 귀족 출신이 많았다. 서구뿐만 아니라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호치민과 같은 동아시아 지역의 공산주의 혁명가들도 상당수가 이러한 중산층, 지식인 계층 출신이었다.
이러한 지식인 계층 중에서도 특히 운동가 중 주류를 차지하는 직업이 있는데 바로 교사, 의사, 대학(원)생, 법조인이다. 사회의 모순을 이해할 수 있는 학식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그런 모순의 실제 사례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대적 상황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19세기는 물론 20세기 초까지도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가져야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현대적 의미의 의무 교육이 시작된 것은 1852년 미국이었고 영국은 1860년, 프랑스는 1872년이 되어서야 의무 교육이 시작된다. 이런 시대에 중산층 이하의 계층이 고등교육을 받고 사상적 기반을 갖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근대 좌파, 사회주의 계열 혁명가 및 정치가 상당수는 이렇게 고등교육을 받을 경제적 여유가 있던 중산층 이상 계층의 출신이거나, 출신 자체는 빈곤하지만 그 재능에서 두각을 나타내서 주위 사람들이나 제도의 지원(장학금 등)을 통해서 공식 교육을 받을 여유가 있었던 인재들이었다. 물론 하류 계층 출신으로 제대로 된 교육도 지원도 없이 정말 개인 의지만으로 독학으로 지식을 쌓으며 활동한 사상가들도 없진 않았지만, 이러한 지식인 출신에 비해 비율은 매우 적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중상류층 출신 사상가 및 활동가들은 자신의 사상과 활동에 대한 '충성심'이 하류층 출신보다 강해서 그 충성심이 지나쳐 독선과 아집, 교조주의 등에 빠질지언정 변절하고 전향하는 사례는 적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특성상 순간적인 정열이나 억압에 대한 증오와 같은 감정적인 이유가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그 이론을 고찰할 여유가 있기 때문에 더욱 자신의 사상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공산주의 유머도 있다. 어떤 사람이 죽어서 "사회주의 저승에 가고 싶다"고 신청해왔다. 거기에 있던 저승사자가 그의 출신 성분과 직업 그리고 아내에 대해 묻자, 그는 자기가 중산층 가정에서 나고 자랐고 직업은 학자였으며 아내는 귀족의 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저승사자는 기가 찬 듯이 "아니, 반사회주의적 특징은 다 갖고 있으면서 왜 거길 가려고 하냐? 도대체 당신의 이름은 뭐냐?" 라고 물었고 그는 '''칼 마르크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비슷한 농담으로 좌파 염라대통령이 출신성분과 직업을 물어봤다가 "하급 귀족 출신으로 직업은 변호사"라는 대답을 듣고 "넌 아무래도 사회주의 저승에는 안 어울린다. 하지만 이름이나 들어보자"고 했더니 "블라디미르 레닌 이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4. 여담
'강남좌파', '리무진 리버럴', '샴페인 사회주의자' 등의 표현들은 보통 주류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의 위선을 꼬집거나 비주류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주류 진보 진영을 엘리트 기득권으로 몰아세울 때 많이 사용되는 우파적 수사에 가깝지만, 오히려 비주류 급진 사회주의, 좌파 포퓰리스트 진영이 신자유주의와 타협한 주류 좌파들을 비판할 때도 간혹 사용된다. 혹은 아주 비주류 급진 좌파가 아니더라도 너무 지나치게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띄는 진보적 인물들을 진보 진영 내에서 비판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국내 좌파 언론들이 에마뉘엘 마크롱을 강남 좌파라고 비꼰 바 있다. (프레시안, 경향신문)
철저히 귀공자의 삶을 살아와 사회적으로 진보 가치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경제적으로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8]
부자라고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진보 정당을 지지하면 이중적이라 매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 것이 옳다.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하위층의 전유물도 아니고, 오히려 고학력 고소득일수록 앞서 언급한 이념에 긍정적으로 호응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던 이에 대해서 뭐라할 수는 없다.
다만 강남 좌파라는 단어가 '부자인데 진보를 표방한다'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시대가 지남에 따라 '부자로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면서 입으로만 진보를 표방한다'라는 의미의 뜻으로도 점점 폭넓게 쓰이는 만큼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중적이라고 매도당해도 할 말이 없다.
[1] 사실 이는 통계를 단순 수치 비교로 해석한 것에 기인하는 문제로, 고려하지 않은 세대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과 그것이 가지는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2] 강남 3구가 전체적으로 부촌인 것은 맞지만 최상위권 부촌으로 분류되는 지역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오히려 정말 최상위권 부촌들은 대부분 강북에 위치한다. 강남부심 항목 참조.[3] 사실 수도권 서남부지역은 호남 출신 노동자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비슷한 저소득 지역인 강북 일대보다도 민주당계 정당의 지지율이 높은 편이며, 진보 정당 지지율도 전국 평균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4] 강남구의 신사동&논현동&역삼동, 서초구의 서초동&방배동&양재동, 송파구의 삼전동&석촌동&거여동&마천동의 절반 이상의 구역은 빌라촌으로 구성돼있어, 실제로 대선 때마다 진보 정당 득표수가 다른 동네에 비해선 꽤 많이 나오는 편이다.[5] 애초에 강준만이 굳이 '강남 좌파'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자체가, 이전까지 부자들이 많이 사는 강남을 보수 우파 상징으로 여기던 관념이 있었기에, 그러한 관념과 명확하게 대비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였다고 보아야 한다. 즉, '강남은 좌파 득세 지역' 이라는 뜻이 아니라 '강남 사람은 다 우파인 줄 알았죠? 하지만 강남에도 진보 좌파 집단이 제법 있습니다' 라는 뜻이라는 것.[6] 강준만 교수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핵심이던 86세대에 대해서 줄곧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입으로는 진보적 의제를 독점하면서, 실제로는 스스로는 기득권이 되어가고 있다고.[7] 강남 좌파라는 말이 나오기 전, 70~80년대부터 한국에서 꽤 많이 쓰인 표현이다.[8] 다만 프레시안의 경우 이병한 역사학자가 쓴 글인데 이 양반은 프레시안 문서에서도 언급되어 있으나 알렉산드르 두긴도 옹호하는 사람이니 어느 정도 걸러들을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