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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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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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전통적인 젤리. 식감은 흔히 '옛날식 젤리'라 불리는, 구멍가게에서 파는 것과 흡사한 느낌으로 젤라틴을 넣지 않아서 소위 '젤리'하면 떠올리는 쫀득한 탄성은 적은 편이다. 오히려 떡이나 카라멜처럼 부드럽게 씹힌다. 맛은 그 자체로도 달지만 오늘날에는 여기에 여러가지 과즙이나 착향료를 넣는 경우도 많아서 먹는 순간 사탕을 입안에 잔뜩 넣은 것 같은 강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한두 개 이상 먹기 어려울 정도.
영어로는 '''터키시 딜라이트''' 혹은 '''터키쉬 딜라이트'''라고도 한다. 영단어 '딜라이트(delight)'는 '기쁨'그 자체의 뜻도 있지만, '기쁨을 주는 것(물건)'을 뜻하기도 하는데, 터키어 '로쿰' 역시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번역이다. 로쿰의 어원은 아랍어로 '한 입'을 뜻하는 'لقمة' (루끄마)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터키에는 '로크마(Lokma)'라는, 튀긴 도넛에 꿀을 묻힌 과자가 있는데, 초창기 로쿰은 이 로크마와 같은 모양이었던 것이다. 이후 로크마와 로쿰이 구분되면서 로쿰을 'راحة الحلقوم' (라하툴 훌꿈)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입 안의 행복"이라는 뜻의 이 이름에서 오늘날 루마니아어와 폴란드어, 보스니아어 이름이 갈라져 나왔다. 오늘날 터키에서 부르는 '로쿰'이라는 이름은 'Lokma'와 'Rahat-ûl hulkum'의 합성어다.
15세기경부터 만들어 온 요리로 무척 긴 역사를 자랑한다. 참고로 18세기 이전의 로쿰은 지금과 달리 꿀이나 당밀을 겉에 바른 밀가루떡에 가까웠으며 오늘날 알려진 로쿰은 1777년경 이스탄불에 사탕 가게를 낸 '알리 무힛딘 하즈 베키르(Ali Muhiddin Hacı Bekir)'라는 사람이 처음 고안했다고 한다. 자세한 설명 그가 문을 연 동명의 가게는 오늘날까지도 살아남아 있는데, 영어와 터키어를 지원하니 터키 과자에 관심있는 사람은 가보면 좋을듯. 이스탄불에 갈 일이 있을 경우, 구시가지 이집션 바자르 근처에 본점이 있고, 이스티클랄 거리에 체인점이 하나 있다. 다른 가게들 보단 약 두 배 정도 비싼 편이나 맛은 확실히 보장되는 편. 생김새가 비슷해서 그런지 헬와와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
http://www.hacibekir.com.tr/
2. 재료
녹말과 물, 설탕과 레몬즙이 전부다. 전통적인 방식은 젤라틴이 들어있지 않고 순수 녹말을 이용해 굳히므로 '떡'이라 봐도 무방하다. 보통 젤라틴은 돼지가죽에서 주로 추출하기 때문에 이슬람을 믿는 터키인들은 우리가 흔히 먹는 보통 젤리를 먹지 않으며, 소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사용한다. 그래서 이슬람 권에서는 수입된 젤리 종류를 보면 "젤라틴(소)"나 "젤라틴(소고기 유래)라는 식으로 소 젤라틴임을 명시해놓고 있다.
전통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매우 힘이 드는데, 그냥 이 재료들을 냄비에 몽땅 때려 박고 끓여서 걸쭉해질 때까지 '''하루 종일''' 주걱으로 저어준 다음 겉에 설탕옷을 입혀가며 '''3일 동안''' 꼬박 굳히면 된다. 젤라틴을 이용하거나 물 조절을 잘하면 좀 더 빠르게 만들 수도 있다.
오스만시대부터 먹어온 전통적인 로쿰은 위 재료만으로 만들거나, 민트나 장미꽃물을 추가할 뿐이다. 물론 현대에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주로 굳히기 전에 견과류를 추가해 섞어 다양한 맛을 내는데 피스타치오나 아몬드, 헤이즐넛, 호두를 주로 쓰고 견과류 이외에도 건포도, 말린 과일, 무화과, 호박씨, 초콜릿을 넣은 로쿰도 있다. 또는 설탕 옷을 입히거나 코코넛 가루를 묻히거나 견과류를 붙이는 등 로쿰의 겉면에도 여러 재료를 추가할 수 있다.
3. 이야깃거리
월트 디즈니 공식 단편 유투브 채널에 올라온 로쿰과 관련된 에피소드 "Turkish Delight". 이례적으로 배경도 터키를 바탕으로 했다. 내용은 이스탄불 저잣거리에서 로쿰을 팔려던 미키 마우스가 의도치않게 근처 공예품상인 도날드 덕과 악기상인 구피의 장사를 방해하게 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
나니아 연대기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초반에 나오데, 여기서는 '터키 젤리'로 번역되었다. 초반부 주인공 4남매 중 셋째인 에드먼드 페벤시가 우연히 나니아 세계로 가게 되었을 때 하얀 마녀를 만나게 되는데, 이때 하얀 마녀는 에드먼드의 환심과 경외심을 사기 위해서 그가 바라는 것을 눈앞에서 직접 만들어 주었다. 눈 위에 신비로운 액체를 부어 원하는 것을 만드는 방식으로, 하얀 마녀의 꼬드김에 넘어간 에드먼드는 터키 젤리(로쿰)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그녀는 그것을 만들어 줌으로서 에드먼드를 완벽하게 낚았다. 한 번 그 힘의 혜택을 누린 에드먼드는 하얀 마녀가 나머지 형제들을 데려 오면 젤리를 얼마든지 다시 만들어 준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고, 이후 작품 중반부까지 배신자의 길을 걷게 된다.[2][3] 실사 영화에서는 에드먼드가 터키 젤리를 먹는 장면을 찍기 위해 에드먼드 역의 배우 스캔다 케인즈는 3갤런의 양(약 11리터)의 터키 젤리를 먹어야했다고 한다.#
일본인으로써 체코의 프라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이자 통/번역가 요네하라 마리의 자전적 에세이를 기반으로 한 소설 '프라하의 소녀시대'에도 등장하며, 한국어판에서는 '터키 사탕'으로 번역되었다. 당시 프라하에서도 대중적인 간식거리였던 것인지, 학교 옆 구멍가게에서 무게 단위로 파는 것을 아이들이 사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세심한 독자라면 당시의 체코슬로바키아 문화가 아이들의 군것질에 관대해서 아이들이 자기 용돈으로 군것질거리를 사먹는 일이 많았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4]
터키 사극 무흐테솀 유즈이을에서도 가끔 나온다. 로쿰에 독을 넣어 '''독살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4. 로쿰과 터키의 세시풍속
로쿰은 귈라치(Güllaç)라는 장미맛 푸딩과 함께 대표적인 라마단과자이다. 귈라치와는 달리 연중내내 주구장창 먹지만, 특히 라마단시기에 소비가 급증하는데 로쿰을 만드는데 드는 일품과 재료비가 상당했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먹기는 거의 불가능했고 마을 유지나 부자들이 로쿰을 한가득 만들어다가 이웃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선하는 풍습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집에서 직접 로쿰을 만들어먹는 사람은 없지만 로쿰을 사서 이웃들과 나눠먹는 풍습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또한 터키 속담에 'Tatlı ye, tatlı söyle'(달콤한 것을 먹고 달콤한 말을 하라)라는 말이 있듯, 손님이 오면 홍차와 함께 내어주는 주요 다과다.
5. 기타
젤리빈은 로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로쿰을 콩모양으로 만들어서 글레이즈(설탕졸임) 처리한 것. 실제로 로쿰을 더 달고 찐득찐득하게 만든 것에 가까운 맛이 난다.
전통적인 로쿰에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데, 대신 좋은 향이 나게 하기 위해 장미꽃잎을 우려낸 물이나 마스티하(Μαστίχα)[5]라는 박하 비스무리한 향이 나는 향료를 사용한다. 특히 마스티하가 들어간 로쿰은 그리스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그리스에 가면 'Greek delight'라는 이름으로 쉽게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키프로스에 가면 'Cypriot delight'라고 부른다.[6] 근데 키프로스 파포스에서 생산된 것은 의외로 지리적 표시제/유럽연합#s-7.17에도 등록되어 지리적 표시 보호를 받는다. 그리스나 터키도 안 되어 있는데······.
터키나 그리스에 가면 터키 커피를 마실때 로쿰을 한 조각 얹어준다. 커피가 쓰기 때문에 달콤한 로쿰을 조금씩 갉아 먹으면 어울린다.
요즘은 웰빙열풍으로 설탕을 줄인 '웰빙 로쿰(?)'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단 편이니 적당히 먹자.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엔 이태원동을 통해 구하거나 아니면 이베이에서 사야 했다. 그래도 인지도가 좀 늘어나면서 마트나 다른 인터넷 매장에서도 볼 수 있다. 국내 홈플러스 매장에서도 테스코 상표가 붙은 초콜릿 안에 로쿰을 넣은 것을 파는 곳이 있는데, 이건 장미향이 들어간 것이다.[7] 그리고 프루팁스란 이름으로 판매하는 젤리가 있는데 재료를 보면 전분이 들어가있다. 맛도 괜찮고 이쪽을 추천. 가끔 슈퍼 등지에서 보이는 호박제리나 딸기제리도 전분으로 만들어졌고 덜 달지만 비슷한 맛이다. 혹은 운이 좋다면 근처의 세계과자점에서 구할 수 있다. 가격은 한상자에 5000원~15000원으로 다양한 편.
홍차 한 잔에 각설탕을 대여섯개 타 먹을 정도로 단맛에 환장한 터키에서도 특히 단것을 좋아하는 흑해 지역 사람들은 로쿰을 거의 항상 먹고 다닌다. 특히 흑해에서 가까운 사프란볼루(Safranbolu)에서 만드는 로쿰의 맛은 특히 좋아서 관광객들도 많이 사가는데, 흑해 사람들은 한번에 몇 kg씩 사서 쟁여놓고 먹는다. 그런데 먹는 방법이 좀 특이하다. 비스킷 두개 사이에 로쿰을 끼워서 샌드위치처럼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단맛이 비교적 덜 느껴지기 때문에 물리지 않는다고 한다.
[1] 방언에 따라 Ραχάτ λουκούμι(라핫 루꾸미)혹은 그냥 ραχάτ(라핫)이라고 부르기도 한다.[2] 영화에서는 잘렸지만, 원작에 따르면 얼음마녀가 만든 음식에는 중독 마법이 걸려 있기 때문에 에드먼드가 그렇게 되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즉, 그냥 무작정 과자가 맛있어서 형제를 팔아먹게 된것이 아니나. 게다가 단순히 젤리만 가지고 낚은것이 아니라 에드먼드에게 '내가 나중에 죽으면 너를 나의 후계자로 만들어주마'라는 말로도 꼬드겼다.[3] 때문에 캐스피언 왕자 편에서 다시 나니아로 갔을 때 남매들 중 에드먼드만이 산타의 선물을 받아두지 못해서 일반 무기로만 무장한다. 원작에선 이 일이 에드먼드 개인의 책임으로만 기술할 뿐 추가적으로 선물이 주어지거나 하진 않는다.[4] 프랑스, 스페인 등의 서유럽 문화권의 경우 아이들의 군것질이나 용돈에 엄격한 문화적 분위기가 강해서, 부모가 아이 간식을 직접 준비해서 들려보낼지언정 아이가 가게에 들어가서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사먹는 것은 이상하게 보거나 아예 어른과 함께 오라고 돌려보내기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5] 자일리톨에 집어넣는 '매스틱'이라는 그리스산 향료를 말한다.[6] 참고로 미국에서는 'Turkish delight'으로 팔린다.[7] 맛은 썩...'''보장 할 수 없다'''. 초콜릿 자체는 꽤 질이 괜찮은데 안에 들어간 로쿰의 장미향이 너무 강하다 보니 화장품과 비슷한 향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