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주나물
1. 개요
녹두의 싹을 내어 먹는 나물.
2. 취식
매우 저렴하기에 일상생활에서는 급식이나 짬밥의 단골 메뉴다. 또한 제사상에도 올라가는 음식이다. 반찬에 올라올 때는 흔히 숙주나물무침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 요리에는 대부분 숙주나물이 많이 들어간다. 베트남 쌀국수의 필수요소.
우리나라에서는 콩나물이 주류지만, 해외에서는 숙주나물을 으뜸으로 치고 콩나물은 그보다 하위의 나물로 친다. 콩나물을 많이 먹는 나라는 거의 한국이 유일하다. 아니 한국에서도 조선시대까지의 나물 선호도는 숙주나물>>>>팥나물>>>>>>>(넘사벽)>>>>>>>콩나물 수준이었다고 한다. 돈만 있으면 무조건 숙주나물을 선택했고 콩나물은 가난한 사람들이 돈 없을 때나 먹는 음식 취급.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나 잘못 삶으면 비린내가 심하기 때문에 기피하는 사람도 많다. 비린내를 없애도 특유의 향이 굉장히 자기주장이 심해서 숙주나물이 들어간 음식은 조절을 잘못하면 음식에서 숙주나물 맛밖에 안 난다.
영양소가 콩나물보다도 많이 함유되었다고 하며 특히 숙취 해소에 꽤 도움이 되는 나물이다. 또한 열과 고혈압에도 효능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태생이 녹두다보니 녹두가 싹나서 자란 숙주나물도 대표적인 해독식품이다.[1] 그리고 라면에 넣어먹을 때 국물이 맑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 숙취에 좋다. 단 여름에는 콩나물이나 시금치같은 다른 채소들보다도 '''훨씬 금방 쉬어 버리니''' 취급에 주의가 필요하다. 시장에서 산 즉시 요리에 투입하는 것이 좋다. 모르고 쉰 숙주나물을 먹으면 입과 칫솔에서 썩은 내가 날 것이다.
그나마 조금 더 오래 보관하는 방법은, 사자마자 차가운 물을 담은 통에 잠기도록 넣어두고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을 하루에 한 번 정도씩 갈아주면 며칠은 더 쓸 수 있다.
질긴 식감 때문에 어느 정도 삶아야 하는 콩나물과 달리, 숙주나물은 콩나물처럼 삶았다간 순식간에 흐물흐물해지므로 데쳐서 익히는 것이 좋다. 나물을 무칠 용도라면 1~2분 내의 짧은 시간동안 끓는 물에 데친 뒤 식혀서 사용하고, 라멘 등의 국물 요리에 넣는다면 식탁에 올리기 직전에 넣어줘야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데쳐서 무쳐먹는 것이나 육개장처럼 푹 끓이는 장국류의 재료 외에는 그다지 조리법이 많지 않고 콩나물에 비해 훨씬 먹을 기회가 적은 식재료였으나 쌀국수 나 라멘 등의 해외 음식을 접하기 쉬워지고 거기서 고명으로 생 숙주를 올려 먹으면 식감이 매우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현재는 저렇게 뜨거운 국물요리에 먹기 직전에 넣어먹는 조리법도 많이 퍼지게 되었다.
녹두로 만들었기 때문에 녹두와 마찬가지로 약을 먹을 때는 먹지 말아야 한다. 녹두 및 숙주나물은 해독작용이 강한데, 약물 성분도 본래 몸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독으로 판정돼서(...) 빨리 분해해버리기 때문. 따라서 약효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는 무침용으로 쓰이고, 그 외엔 주로 라멘, 쌀국수, 팟타이같은 면요리나 볶음요리에 쓰인다. 대한민국에서는 대부분의 만두를 만들 때 속 재료에 높은 확률로 삶은 숙주나물을 넣는다. 특히 평안도식은 필수다.
3. 역사에서
대항해시대 무렵 유럽 사람들이 숙주나물을 기르는 법을 알았으면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당시 선원들의 으뜸가는 사망 원인은 비타민C 부족으로 인하여 생기는''' 괴혈병'''이었고 괴혈병으로 쓰러진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비타민 C의 존재 유무를 몰랐던 것이 크기 때문이다. 뭐가 원인인지 몰라 신 것을 먹으면 낫는다는 것을 해결책으로 알고 심지어 '''식초, 황산(!!)'''까지 먹였으니 비타민C가 풍부한 숙주나물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발상이다.
실제로 정화의 함대의 원정에선 숙주나물을 포함한 여러가지 나물을 길러먹었다고 한다. 특히 대량보관이 쉬운 말린 녹두(干绿豆)를 싣고 다니다 필요할 때 흙과 물을 사용해 생장속도가 빠른 숙주나물을 길러먹고 사용했던 흙은 도자기의 완충제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관련 글(중문)
그나마 유럽인들은 경험으로 원인을 알아내 라임주스나 피클, 절인 양배추 등으로 버텨낼 수 있었지만, 러일전쟁 중의 러시아군은 만주에서 수확한 콩을 군량으로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괴혈병으로 헛되게 병력을 잃었던 게 패전의 한 원인이 되었다.
서양인들은 숙주나물이 발 하나 달린 귀신이라고 여기고 이를 무서워하여 먹지 못했다는 설도 있다. 중세 시대까지만 해도 유럽의 수도자들은 숙주나물을 먹으면 악몽을 꾸는 등 심신에 해를 입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서양인들은 숙주나물이나 콩나물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먹는 경우도 대부분 비빔밥 등 아시아 요리로 먹는 경우가 많다.
4. 명칭에 관한 이야기들
녹두로 만든 나물인데 굳이 숙주나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조선시대의 문신인 신숙주를 비하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알려져있는 나물이다. 그런데 어원이 알려진 것보다 꽤 복잡하다.
신숙주에서 유래했다는 설은 사육신 사건 때 단종에 대한 충성을 지킨 사육신들과 달리 신숙주는 수양대군을 도와 왕위찬탈에 기여했기 때문에 세종대왕과 문종의 유지를 어긴 변절자로 백성들에게 미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녹두나물이 변절한 신숙주처럼 잘 변한다고 신숙주를 미워한 백성들이 녹두나물에 '숙주'라는 이름을 붙여서 신숙주를 비난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숙주나물로 만두소를 만들 때 이걸 짓이기기 때문에 숙주나물을 짓이기면서 신숙주를 짓이긴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한다.
이것이 흔히 알려져있는 숙주나물의 어원이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세조 때 신숙주(申叔舟)가 단종에게 충성을 맹세한 여섯 신하를 고변(告變)하여 죽게 하였다.그래서 백성들이 그를 미워하여 이 나물을 숙주라 이름하였다는 것이다.
신숙주 집안의 고령 신씨 후손들은 숙주나물이라 부르지 않고 녹두나물이라 부르며, 배우자나 며느리에게 녹두나물이라고 부르길 가르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물의 이름이 신숙주에게서 유래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녹두나물을 부르는 옛 문헌의 표기는 '두아채(豆芽菜)' 또는 '녹두장음(菉豆長音)'[2] 이다. 두아채라는 표기는 원나라 때 문헌인 <거가필용(居家必用)>이란 책에 나오는 표기다. 이 책에 의하면 두아채는 녹두를 씻고 물에 가라앉혀 불린뒤 항아리에 넣고 물을 끼얹으며 싹이 한 자쯤 자라면 껍질을 씻어내고 뜨거운 물에 데쳐 생강·식초·소금·기름 등을 넣고 무친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숙주나물은 이렇게 만든다.
그리고 녹두장음이라는 표기는 1808년 편찬된 조선의 요리 서적인 <만기요람(萬機要覽)>에 나오는 표기다. 즉 조선시대 문헌에서 한글로 '숙주나물'이라고 부른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기록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숙주나물'이라고 불린 게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한 추정이 어렵다.
숙주나물과 신숙주를 연관지은 최초의 한글기록은 바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이라는 책이 최초인데# 이 책은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편찬된 책이다. 원문의 내용은 "숙주라 하는 것은 세조 임금 때 신숙주가 여섯 신하를 반역으로 고발하여 죽였기 때문에 이를 미워하여 나물 이름을 숙주라고 한 것이다. 만두소를 만들 때 이 나물을 짓이겨 넣으며 신숙주를 나물 이기듯 하자 하여 숙주라 이름 한 것이다. 나라를 위해 한 일이라고 하지만 어찌 사람을 죽이고 영화를 구할 수 있겠는가. 성인군자라면 결단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다. 사육신을 고변한 당사자는 김질이라는 인물이었고 신숙주를 비난하는 소설은 일제시대에 매우 유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숙주나물이란 단어가 신숙주 당대의 백성들이 신숙주를 비하하는 의미에서 쓴 데서 유래한 명칭인지는 알 수 없으며, 설령 숙주나물의 어원이 정말로 신숙주를 비하하는 의미에서 유래한다면 그것은 기록상으론 빨리 잡아도 19세기 이후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두문불출[3] 이나 행주 치마가 사실 두문동이나 행주 대첩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 것과 비슷할 수도 있는 경우다.
사실이야 몰라도 신숙주의 후손들인 고령 신씨와 단종 숙청때 도움을 받은 가문들은 숙주나물을 녹두나물이라 부르는지라 이들이 시장가서 숙주나물을 사려고 하면 가게에서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으며 집안에서 '숙주나물'이라고 칭하면 집안 어르신들에게 혼났다는 사례도 있다. 고령 신씨 집안에서는 제사상에 숙주나물을 올리지 않는다고도 한다.
5. 정력 감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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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 숙주나물을 먹으면 정력이 감퇴된다는 소문이 떠돌고있다. 해당 소문 주요 골자는 '숙주는 성질이 찬 음식이기 때문에 남자의 양기와 맞지 않아 제 구실을 못하게 만든다.'고 하는데, 오히려 소문과는 아예 다르게 숙주나물에는 콩나물처럼 아르지닌이라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해 정력이 좋아질 수도 있다. 물론 워낙 소량이라 실제로 정력에 영향을 끼칠만한 수준은 아니다. 자세한 것은 항목 참조.
비슷하게 비과학적인 소문만으로 피해를 본 식재료로 율무나 고사리가 있다.
다만 다른 음식들도 으레 그렇듯,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상술한 아르지닌 때문에 탈모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사실 이마저도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이 없다고 한다. 애초에 숙주나물은 몇 킬로씩 먹는 음식도 아니고, 비빔밥이나 쌀국수에 한줌 정도 첨가하거나 밑반찬으로 소량만 먹는 음식이라 한국인의 식습관으로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6. 일본에서의 숙주나물
일본어인 모야시(萌やし)는 콩류의 싹을 틔운 것의 총칭이고 국내에 소개될 때엔 흔히 콩나물로 번역되는데, 사실 일본에서 재배되는 모야시의 9할은 녹두콩을 이용한 숙주나물이다. 하지만 값싼 식재로서 빈곤한 사람들의 주된 식품으로 표현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콩나물의 문화적 위치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콩나물로 번역되는 것. 일본에서 대두를 이용한 대한민국식 콩나물, 다이즈 모야시(大豆萌やし)는 생산량이 적어 오히려 숙주나물보다 비싸다. 때문에 일본과 한국에서 숙주나물과 콩나물의 취급은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 밖에 잘 안나가고 햇빛을 안받아 창백하고 몸이 빈약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기도 한다. 萌는 萌え에도 쓰이는 한자라 바케모노가타리의 센조가하라 히타기는 사실은 굉장한 칭찬 아니냐는 말을 했었다.
한국에서 속칭 유리멘탈이라고 부르는 성격을 일본에서는 두부멘탈 혹은 숙주나물 멘탈이라 부른다.참조
7. 기타
유한양행의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는 미국 유학 시절에 숙주나물을 통조림하여 판매한 적이 있는데, 1922년 '라초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숙주나물을 판매했다. 당시 숙주나물을 모르던 미국인들 때문에 중국인 상대로만 팔고 있었는데, 교통사고가 나서 길거리에 숙주나물이 쏟아지자 이를 보고 신기해 한 미국인들이 그 이후로 숙주나물 통조림을 사갔다는 일화가 있다[4] .
8. 관련 캐릭터
한자 읽는 법에 따라 모야시로도 읽힐 수 있어서...
작중에서 키리사키 치토게가 모야시라고 부른다.
별명 중 하나. 숙주나물처럼 비실하다는 게 이유.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숙주나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콩나물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라색 콩나물'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름 자체가 일본어로 숙주나물을 뜻하는 모야시에서 비롯되었다.
같은 이유.
숙주를 매우 좋아한다(...). 만드는 음식 마다 숙주를 넣을 정도.
워낙에 가난해서 먹을 게 없다보니.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숙주나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째 시리즈가 지속될수록 숙주나물 성애자 수준이 되고 있다.
역시 워낙 가난하다보니. 숙주나물 축제 참고.
9. 관련 문서
[1] 여기서 해독이라 함은 정말 몸의 독소를 처리하는 게 아니고 피로나 음주 등으로 인해 부족해진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을 보충해주는 의미라고 보면 될 것이다.[2] 여기서 '-長音'은 이두식 표현으로, 長은 뜻으로 읽고 音은 음으로 읽는다. 따라서 한글로 옮기면 '-길음'이 된다(즉 '녹두길음'). 길음 또는 길금은 어떤 씨앗을 싹틔운 것을 가리키는 말로, 콩나물의 옛말인 '콩길음'이나 맥아의 순우리말인 '보리길금'에서도 볼 수 있다.[3] 이와 관련된 내용은 황희 항목 참고.[4] 홍보를 하긴 해야겠는데 홍보비조차 부족했던 유일한은 차를 몰고 백화점 쇼윈도로 돌진했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을 했다. 당연히 백화점에 트럭이 들이박혔다는 사고니 기사는 써야 하는데, 숙주나물이 뭔지 모르는 서양권 기자들이 기사를 쓸 수 있을리가. 그래서 라초이에 문의해서 숙주나물이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는 일화다. 결과는 대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