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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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고려 제33대 임금. 부왕 우왕과 마찬가지로 폐위당해서 묘호와 시호는 없다. 휘는 창(昌). 우왕과 우왕의 제1비 근비 이씨 소생의 아들이다.
부왕인 우왕이 위화도 회군으로 권력을 손에 넣은 이성계 암살 시도 등으로 폐위당하자 8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했다. 사실 우왕이 폐위된 이상 즉위 가능성은 거의 없었으나 이성계의 정적이었던 조민수와 이색의 주도로 옹립되었다. 그러나 나이가 어렸고 이미 이성계 일파에 의해 정국이 장악된 시대였으니 실권이라고는 없었던 허수아비 임금에 지나지 않았다.
2. 상세
창왕의 1년 치세 동안 토지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시도가 있었으나 정도전 등을 위시한 신진 사대부들의 개혁안이었고 창왕은 그럭저럭 왕좌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조민수가 탄핵되고 이색이 이숭인의 탄핵을 계기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즉위 원년에 이미 지지세력을 모두 잃어버렸다. 우왕 폐위후 사돈인 정창군 왕요를 즉위시켜 공손히 선위받는 그림을 그렸던 이성계는 홀로 남겨진 어린 왕을 밀어낼 빌미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1389년 11월 김저와 정득후의 우왕복위 사건이 터진다. 우왕 복위 사건으로 결심을 굳힌 이성계는 창왕을 몰아내기 위해 우왕이 신돈의 자식이라는 우창비왕설을 들고나왔다. 우왕의 출생에 대한 뒷소문 자체는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우왕의 뒤를이어 창왕이 즉위한데서 알수있듯 우창비왕설은 적어도 우왕이 폐위될때까진 말그대로 소문에 불과했다. 이 소문이 이때에 이르러 공식화된데는 창왕을 폐위시킬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왕이야 실정을 명분으로 내쫓을 수 있었지만 겨우 9살에 왕이 된지 1년 남짓인 창왕은 그럴 수가 없으니 아예 혈통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우왕은 폐왕의 지위까지 빼앗겼고 우왕의 아들인 창왕도 신돈의 손자라는 명분으로 폐위당하고 만다. 따라서 시호도 받지 못하였으며 오늘날 창왕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냥 이름이 창이기 때문이다.
폐위되어 강화도로 쫓겨났다가 강릉에 유배되어 있던 아버지 우왕과 함께 공양왕에 의해 처형당하는 비운을 맞는다.[8] 이 때 창왕의 나이는 만9세, 한국 나이로 10세[9]이었다. 고려의 역대 국왕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죽었고 한국사의 모든 군주들을 통틀어 가장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은 왕이 되어 버렸다.[10] 흔히 소년 임금 하면 조선의 단종이 잘 알려졌지만 실은 창왕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의 소년 군주. 폐위된 후부터 신진 사대부 일파에 의해 신돈의 손자라는 의미에서 신창(辛昌)으로 불렸다. 이후 조선 초기에 작성된 고려사와 동국통감을 비롯하여 조선 시대 서적들에는 신창이라는 이름으로 반역 열전에 기재되었다. 이는 조선 개국의 명분인 폐가입진론[11], 우창비왕설[12]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보통 사극에서는 사약으로 사사당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칼로 참수되어 사망했다. 고려사 원문에도 우왕과 창왕의 죽음에 모두 誅(벨 주)자를 쓰고 있다.
죄인으로 몰려 처형당했기에 무덤에 관한 기록은 전무하며 무덤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다른 역사의 여러 폐주들과 달리 창왕은 조선 창업 세력에 의해 반역자인 신돈의 손자로 간주당해 처형되었으므로 무덤에 제대로 안장되었을지도 의문이다. 아버지인 우왕과 함께 역적의 시신으로 간주해 들판에 그냥 버려진채 방치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짧은 치세 동안 군사적으로는 제법 큰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박위의 쓰시마 섬 정벌. 이 원정에서 박위는 전함 1백 척을 인솔하여 쓰시마 섬을 원정해 왜구의 배를 무려 3백 척을 불태우는 전공을 세우고 개선했다. 훗날 세종대왕 때에 이루어진 쓰시마 원정이 속사정을 알고 보면 의외의 고전이었던 반면에 이 원정의 전과는 대단한 편이었다.[13] 하지만 박위는 이성계와 함께 위화도 회군을 이끈 인물이었고 당시 창왕은 실권이 없었으므로 창왕의 업적이라 하기는 어렵다.[14]
창왕 본인은 어린 나이치고 상당히 똘똘하고 영특했다고 고려사 기록에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단종이나 영창대군과 달리 창왕은 이상하게 동정을 별로 못 받는 처지이다. 단종은 숙종 대에 이르러 영창대군은 인조반정을 통해 신원이 된데 비해서 창왕은 신원되지 않았기 때문. 왜냐하면 단종과 영창대군은 조선 시대 왕과 왕족인 것은 둘째치고 각각 문종과 선조의 적통이었다는 정통성이 있었던 반면 창왕은 조선 왕조의 창업 세력 입장에서는 반대 세력인 이색과 조민수 세력에 의해 옹립되었고 신돈의 손자, 즉 가짜 왕씨일 수 있다는 이유로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을 뿐더러 무엇보다 고려의 왕이라서 고려를 멸망한 조선 때 당연히 복권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시조 이성계를 위시로 한 역성 혁명파가 완전히 승리하여 고려를 멸망했고 조선의 건국은 표면적으로 신씨의 씨앗에게 장악되고 힘없는 왕씨 왕조를 대신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이 멸망하고 한참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대로 조명을 못 받고 있다.[15] 아마 그가 우왕의 자식인 이상 살아날 가망이 없었고 살아나도 고려는 국가 막장 테크의 최종 단계를 고스란히 밟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3. 창왕의 혈통
창왕은 우왕의 아들이지만, 우왕이 여말선초를 거쳐 신돈의 아들로 취급되면서 창왕 역시 신돈의 손자로 취급되었다. 따라서 고려사 등 조선시대에 편찬된 관찬 역사서에서는 신창으로 기록되고, 고려사에서는 세가가 아닌 열전, 그것도 반역열전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 한국사학계에서는 우왕이 신돈의 아들이라는 주장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고, 우왕이 왕씨 혈통을 지닌 공민왕의 아들이라고 보는 의견이 대세이므로 창왕 역시 왕씨 혈통을 지녔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우왕 문서의 우창비왕설 참조.
4. 매체에서
사극에서는 여말선초를 다룬 사극에서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KBS의 용의 눈물과 역시 KBS인 정도전, SBS의 육룡이 나르샤 등이 있다. 물론 실제 인물의 당시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아역 배우들이 이 배역을 소화한다. 그리고 본래 역사서에는 분명히 주살(誅殺), 쉽게 말해서 참수당했다고 쓰여 있는데, 대부분 사극에선 창왕이 사사(賜死)되는 것으로 순화되어 나온다. 아무래도 창왕이 죽었을 때 나이가 고작 10살밖에 안 된 어린 소년이었고, 또 사극을 보는 시청자들은 대개 중년층 이상이라 창왕 또래의 자식 혹은 손주들을 둔 경우가 많아 심리적으로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소지가 있어서 순화한 것으로 보인다.
용의 눈물에서는 아역 배우 출신의 윤동원이 맡았는데[16] 조선 건국까지 빠르게 진행하는 만큼 초기 몇 화만 등장한다. 관료들과 조정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하품을 하거나 귀를 후비는 등 무능한 왕이었음을 묘사하는 장면도 있으나, 애초에 철 없는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하거니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기에 그런 모습이 부각되지는 않는다. 4회에 폐위되는데, 굴욕적이게도 병사들이 폐위된 그를 한 팔로 덥석 집어들고(...) 나온다. 이후 공양왕이 즉위하자 사사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죽음의 공포 앞에 떠는 어린 폐주의 입을 강제로 벌려 사약을 들이부어 죽인다. 이후 우왕이 그 소식을 듣고 “그 어린 것마저 살려두지 않았단 말인가... 하긴 살려둘 리가 있겠는가.”라고 독백하고는 따라서 죽는다. 이성계가 죽기 전 꾼 꿈에서는 먼저 죽은 사람들 중 한명으로 나타나 조용히 독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정도전에서는 아역 배우 김준성이 맡았다. 왕자 시절에 첫 등장했을 때에는 이인임을 할아버지라 부르면서 어린 시절의 부왕처럼 이인임을 크게 믿고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군 이후 부왕이 폐위되자 조민수와 이색 등에 의해 추대되어 즉위하기는 했지만, 너무도 어린데다[17] 권신들의 편의에 맞춰 옹립된 왕인지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결국 허수아비 임금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도 창왕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무서운 신하들 사이에서 눈치나 봐야 하는 역사 속의 어린 왕은 가여워하는 반응이 대다수.[18] 결국 역사대로 폐가입진의 논리를 앞세운 정몽주[19]에 의해 폐위당한 뒤, 유배지에서 사약을 마시고 쓰러지는 장면을 끝으로 극에서 퇴장한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등장은 하는데, 고려 왕의 비중이 적은 작품이다 보니 많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색과 조민수의 의해 왕위에 옹립됐을 때 첫 등장, 이인겸을 복귀시키겠다고 선언해 이성계를 서늘하게 했다. 그 이후 등장은 정몽주의 보고를 받을 때, 다음에는 우왕이 주도하고 무명이 숟가락을 얹은 이성계 암살 계획의 책임으로 귀양을 가는 장면이다. 참고로 초반 빼고 나머지 등장한 두 장면 모두 대사 없이 아이 특유의 서럽게 펑펑 우는 장면만 나왔다.
[1] 창왕은 후대에 붙여진 왕호로, 이름인 '창'에다 '왕'을 붙여서 창왕이라 부른다.[2] 사서에 따라 후폐왕(後廢王) 창(昌)이라고도 한다.[3] 고려 유학자들이 부른 사시. 참고로 이 윤이라는 한자에는 맏아들이라는 뜻 외에도 진실되다, 참되다, 마땅하다, 합당하다 등의 뜻이 있다.[4] 창왕이 왕씨 핏줄이 아니라 신돈의 씨앗이라는 것은 조선 건국 세력의 주요 명분이었으므로, 조선 5백년 내내 ''''신창''''으로 지칭되었다. 고려사나 조선왕조실록에도 신창이라고 써 놨다. 조선이 망하고 창왕이 왕씨냐 신씨냐 논의가 자유로워진 현대에도 신辛씨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긴 하나, 이는 이성계를 비롯한 신진 사대부 일파의 왜곡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두산백과와 위키백과에도 창왕의 본명을 왕창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는 선대 왕인 우왕 역시 마찬가지.[5] 이 때문에 수창궁을 잠시 피휘하여 수창궁을 일시 수령궁(壽寧宮)으로 개칭하고 대비 이씨를 옮기었다.[6] 현 인천광역시 강화군. 충렬왕 때 '양광도 강화현'으로 강등됐지만 우왕 때 강화부로 승격됐다.[7] 9세 3개월[8] 의외로 당시 이성계는 주위의 보는 눈 때문에 우왕과 창왕의 신변 처분을 조금 미루려고 했었다. 오히려 공양왕이 이들을 빨리 처리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결국 공양왕의 뜻대로 창왕은 폐위된지 1달여 만에 아버지와 함께 처형되고 만다.[9] 오늘날 나이로 겨우 초등학교 3학년.[10] 반대로 한국사의 모든 군주들 중 가장 장수한 왕은 고구려의 태조왕 혹은 장수왕이다. 학계에서 인정하는 것은 장수왕이고 태조왕은 인정되지 않는 편. 사실 기록대로만 따지자면 150년을 넘게 산 김수로왕이 가장 장수했다.[11] 가짜를 폐하고 진짜를 세운다.[12] 우와 창은 왕씨가 아니다.[13] 다만 왜구의 준동을 완전히 막아버렸다는 역사적 의의를 보자면 세종 때의 원정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박위가 비록 혁혁한 전과를 올렸지만 세종 초기까지도 왜구의 준동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고려 말에 비하면 세종 때는 조선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일본도 무로마치 막부의 지배가 안정되어 왜구가 많이 뜸해졌기에 고려 말기와 조선 초기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14] 한편 박위는 창왕 폐위에도 주도적으로 나서서 조선의 개국공신이 되었으나 훗날 1차 왕자의 난 때 궁궐의 경비를 맡다가 살해당했다.[15] 다만 용의 눈물이나 정도전 등 여말선초를 다룬 드라마 등의 매체를 보고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권신들의 꼭두각시로 이용된 후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어지자 버림받고 결국 죽임을 당한 창왕이 가엾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있다.[16] 예명은 서후. 훗날 태조 왕건에서 어린 양검 역을 맡았다.[17] 확실하게 생몰년도가 남아 있는 왕들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사 전체를 통틀어 창왕과 비슷하거나 더 어린 나이에 즉위한 왕은 고구려의 태조왕, 신라의 진흥왕, 같은 고려의 충목왕, 조선의 헌종 정도의 몇몇 왕들밖에 없다. 그나마 이 왕들은 모후를 따르는 사람들의 세력 기반이라도 탄탄해서 어린 왕을 지켜줄 수 있었지만 창왕은...[18] 비슷하게 발연기로 유명했던 방석과는 딴판이다. 창왕은 굳이 원치도 않았던 왕좌에 억지로 올라 실컷 이용만 당하다가 죽었지만, 방석은 올라서는 안 되는 자리에 올라 마치 자기 것인 마냥 기세등등했기에...[19] 정몽주는 공양왕을 옹립한 흥국사 9공신 중 한 명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원래는 창왕의 선위를 도모했던 이성계 일파에게 근비와 정비의 부탁을 받고 이성계를 설득하러 간 정몽주가 폐가입진을 앞세워 창왕을 폐하고 정창군 왕요, 즉 공양왕을 옹립할 것을 건의해 방향을 바꾼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드라마 상으로 보면 정몽주만 믿었던 정비와 근비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다. 그래서인지 극 중에서 결국 정몽주는 편전으로 군사를 몰고 들어가 어린 왕과 그의 모후를 끌어내린 뒤 홀로 텅 빈 편전에 털썩 주저앉아 통한의 눈물을 삼키며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