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정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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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전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주인공. 조재현[1] 이 연기한다. 아역은 강이석 연기.
2. 상세
'용의 눈물'에서 원조 정도전 포스를 내뿜었던 김흥기의 강렬한 카리스마와 견줄 수준이 될런지는 미지수였다. 김흥기는 단순히 배역에 몰입한 정도가 아니라, 실존인물 정도전의 삶과 사상에 대해 연구를 하며 깊은 이해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후배 연기자들에게도 각자가 맡은 배역에 대해 연구하고 역사 공부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김흥기의 명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며, 조재현의 분발이 요구되는 부분이었다.
한편 김무생과 유동근의 인연처럼 조재현도 김흥기와의 인연이 있는데, 2004년, 김흥기가 생전 마지막 연극 에쿠우스[2] 공연을 마치고 의상실로 가는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같이 공연하고 있던 배우가 바로 조재현이었다.
밑바닥에서부터 구르며 올라가는 개혁가로 정도전을 해석했기 때문에 정도전 역에 조재현을 선택한 건 적절하다는 의견과 조재현의 연기가 젊은 날의 정도전을 그리기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방영 후 배우가 캐릭터에 녹아들면서 그런 우려는 없어졌고 되려 호평을 받게 되었다.
캐스팅에는 알게 모르게 배우개그적인 요소도 있었다. 조선왕조 500년간 역적의 오명을 썼던 정도전의 명예가 복권된 것은 고종대의 일인데, 조재현은 대하드라마 찬란한 여명에서 고종을 연기한 바 있다.
캐릭터 테마곡은 '정도전의 삶'이다. 슬프면서도 장엄하고 웅장한 음이 특징. 작중 감동적이거나 슬픈 장면에 배경음으로 자주 등장한다.
3. 캐릭터 해석에 대한 입장
3.1. 캐릭터 해석에 대한 우려
방영된 초기에는 조재현의 기존 정통사극과 차별화 된 발성에 대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었다. 그리고 정도전 캐릭터가 호응을 못 얻는 것이 젊은날의 꼬장꼬장한 정도전을 잘 그리지 못하는 각본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가진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맹목적으로 이상만 앞세우고 달려드는 통에, 정도전 대신 탐욕스런 권신이지만 나름대로 식견과 카리스마를 갖춘 이인임에게 시청자의 시선이 쏠리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도전을 보면 인간관계가 개차반인 게, 당대 최고의 유학자 이색의 문하면서도 친구는 정몽주 하나뿐이고, 그 외에는 박상충과 하륜이 친하진 않지만 동문이라고 챙겨는 주는 게 다일 정도로 인맥이 부족하다. 심지어 스승 이색과도 어색한 사이로 나온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도전은 갓 입문한 10대 시절부터 정몽주를 제외한 동문들을 죄다 밥버러지 취급했다.
이런 와중에 매사에 타협이란 모르고 그렇다고 아직까지 제대로 능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니, (미화된 감도 있지만) 김흥기가 '용의 눈물'에서 보여준 조선의 설계자로서의 정도전이 아니라 그냥 이상만 내세우다 박살난 몽상가꼴이 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커졌다. 정도전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건 좋았지만, 나름대로 유쾌한 면도 있었고 대범한 면도 있었던 정도전의 모습이 잘 엿보이지 않는다는 것. 2회를 보면 명 사신에게 예를 지키라며 따지다가 하옥된 정도전에게 이인임이 미관말직 전전하다보니 자격지심이 생겨 이리 행동하는 게 아니냐며 묻는 장면이 있다. 물론 역사 속 정도전은 이인임이 말하는 (실록의 폄하된 기록을 모두 받아들인다 쳐도) 소영웅주의에 매몰된 몽상가가 아니다.
초반의 몽상가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은 뒤에는 양지와의 관계 때문에 까였다. 마치 정도전이 역성혁명을 꿈꾼 계기가 일개 아녀자에 대한 애틋한 감정 때문인 것처럼 그려진 게 아니냐는 비판으로, 주로 디씨 정도전 갤러리에서 제기하는 얘기였다. 아무래도 정통 사극의 맛을 기대하던 사람들 입장에선 '상투적인 로맨스 끼워넣기'로 보였던 것.
위의 비판은 주로 초반부에 나온 것이며, 정도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속에 대의란 불꽃을 품은 채 웃음으로 진심을 숨길 줄 아는 능구렁이로 정착되면서 악평은 거의 없어졌고, 특히 20화에서 정도전과 남은의 대면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이 이번 화 베스트라 손꼽을 정도로 포텐셜이 터지기 시작했다. 특히 22화 마지막 장면에서 이인임을 내려다볼 때 복수를 성공했다는 희열과 그를 절제하는 냉정함, 독기가 어우러진 얼굴은 그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 여태까지의 악평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3.2. 캐릭터 해석에 대한 옹호
옹호 측의 의견은 작품 초반의 정도전은 아직 젋고 고려 재흥에 목표를 두고 있는 전형적인 신진사대부라는 것이다. 아직 고려에 대한 충정을 버리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조선을 설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흥기의 정도전은 이미 나이가 완숙하여 젊었을 적 산전수전을 다겪고 이미 이성계와 의기투합하여 새 나라를 만들 의지와 계획이 확실한 중노년기의 정도전이지만, 본작의 시작시점은 아직 공민왕이 죽기도 전이었다. 나이도 30대 초중반. 완숙하고 노련한 정치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나이다. 지금도 물론이고 여말선초 당시 기준으로 봐서도 인생사에서 30대 초중반은 결코 '늙은이'가 아니었다. 젊음의 혈기로 현실 정치에 끊임없이 도전하다가 짓밟히고 부서지면서 현실을 깨달아가며, 후일 이인임에 의해 완전히 몰락한 후에 사상의 변화가 생겨 역사 속 정도전의 모습이 될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전형적인 사극 말투가 아니라 다소 현대적인 말투를 쓴 이유는 디스패치의 인터뷰에 따르면 고려 시대의 아웃사이더란 점을 묘사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한다.
일단 작중에 묘사되는 것처럼 정도전이 처음부터 동문들을 밥버러지 보듯이 했던 게 아니라, 실제로는 권근이나 이숭인처럼 완전히 갈라서기 전까지는 그래도 인생의 즐거움이 뭐겠느냐면서 같이 얘기도 그럭저럭 나누던 상대들도 있었긴 하다. 정몽주와는 더 말할 필요 없을 정도로 막역지우였고. 이 점에 대해선 확실히 젊은 날의 과격한 정도전을 그리느라고 약간 묘사가 소홀했다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또 작중에서도 툭하면 꼬장꼬장하게 나가서 그렇지, 개경에서 권신들과 싸우는 동문들의 소식이 걱정되어 끊임없이 유배지에서 도성의 소식을 알아보려 하거나 사형인 박상충의 사망소식을 듣고 폭풍 오열하는 것을 보면 겉으로는 차가운 개경 남자지만 동문에 대한 애정이 없는 남자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는 사형이 말이 심하지 않느냐며 까던 사제들도 정도전의 유배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어려운 정도전의 집안 사정을 돌봐주는 모습도 나왔을 정도다.
어쨌거나 사제나 동문들간의 관계 정도를 빼면 역사상 정도전은 작중 묘사되는 것처럼 '''프로 어그로꾼''' 성질이 매우 다분한 인물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경복흥, 이인임 같은 조정의 권신은 물론이고 당대 재상들에게 혈기만 믿고 개기다가 유배당했는데, 거기서 또 악에 받친 소리를 하고 떠나서 곤장 맞을 뻔하기도 하고 유배지에서 가서도 그랬다가 반성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유배에서 풀려나와 삼각산 등지에서 후학을 가르칠 때도 혹세무민하는 요망한 인간을 매우 까는데, 같이 까던 승려도 "석가모니나 저놈이나 다를게 뭐냐?"는 식으로 면박을 줘서 데꿀멍하게 만들지 않나…
실제 역사상으로도 한창 시절의 정도전은 그냥 본인 마음에 안 들면 가리지 않고 막 까는 인물이었던 것. 이 때문에 나중에는 동문들과 원수가 되었고 많은 적을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무인정사 때 같은 편인 남은이 '솔직히 정도전 성질머리 생각하면 이방원이 그럴 만도 했음'이란 말까지 했을 정도다. 거기에 실제 정도전은 태조가 문득 불쌍해보이거나 안쓰러워보이면 자리를 가리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대성통곡하고는 했다는 기록이 있어 '''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오른 베테랑 정치인의 모습과는 다르기 매우 감정 표현에 솔직한 인물'''임을 역사상에서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 드라마에서 그려낸 젊은 시절의 정도전이 단순무식으로 돌격해내가는 모습도 그럭저럭 그럴 듯 하다. 김흥기의 관록있는 정도전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김흥기와 똑같은 정도전을 만들 것이라면 드라마의 시작을 공민왕의 집권기로 잡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용의 눈물에서처럼 관록있는 정치가라면 정도전이 귀양가서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김흥기의 정도전처럼 만렙 정치가라면 왜 이인임한테 박살나고 귀양을 가겠는가. 그리고 젊은 사람이 읽은 게 이상적인 유교 경전이고, 배운 것은 스승님이 가르쳐준 원론적인 학문이니, 이상을 추구해 나가는 것은 개연성이 있다. 그리고 이상을 추구해 나가다가 이미 현실에 빠삭한 늙은이들에게 털리는 것도 그럴 듯하며,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현실 정치판은 젊은 사람이 "얍! 나의 두뇌 플레이를 보시지!"라고 이런저런 수작을 부린다고 나이든 사람이 "저 천재좀 봐, 무서워" 하며 넙죽 엎드리는 곳이 아니다. 이인임은 한창 정치적으로 물이 오르고 연배와 경력, 인맥 모두를 갖추고 있어서 최강의 권력을 구가하는 시기이니 자신감과 모략에서 최고 수준의 악역으로 나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에 비해 젊은 정도전이 이인임에게 덤비다 깨져서 박살나는 것도 그럴 듯한 연출이고, 실제 역사도 그렇다.
너무 깨져서 내려갈 곳이 없어서인지 왜구의 침략 이후로 무모한 객기를 보여주는 면모는 상당히 누그러들었다. 심지어는 삼봉재 학당 훈장으로 일하는 부분에서는 적당히 웃으면서 넘어가는 모습도 보였고 심지어는 정적이었던 이인임에게도 표면적으론 숙이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세상에 굴복했던 모습을 보였다. 14화 전개 이후엔 겉으로는 그저 세상에 굴복하여 허허실실한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속으로는 역성혁명의 칼을 갈고 있는 와신상담 중인 정도전의 모습이 호평받았다.
전형적인 책사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그런 이미지는 포은 정몽주가 다 가져가 버리고 오히려 이성계와 정도전은 초장부터 계속해서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고조가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 고조를 쓴 것이다'''라는 실제 역사 속 인물 정도전의 발언을 염두해둔 모습인 듯했다. 이쪽 계통에서 전형적인 책사 캐릭터인 제갈공명형 캐릭터는 확실히 아니다. 일단 이성계가 정도전을 여러 번 찾아 갔는데 정도전을 결국 만나지 못했다. 둘의 만남이 성사된 것은 오히려 정도전이 이성계를 이용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뒤였다. 그 뒤로도 그다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며 이방원과도 악연이 쌓여 있을 뿐더러 이성계와 이지란도 정도전에 대한 안좋은 소문들을 이미 들은터라 탐탁치 않아하는 눈치였다. 이는 용의 눈물의 정도전이 태조에게 충정을 다 바치고 자신을 낮추는 일반적인 조선 사극의 충신이었던 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다만 극중 전개로 보면 이게 더 자연스럽다. 시청자야 역사를 다 알지만 극중 이성계는 조정에서 이인임에게 목숨을 위협받다 정몽주와 최영이 도와줘서 동북면으로 간신히 피신했고 그 후로도 작두 위에서 칼춤추는 신세였다. 그리고 정도전은 그때까지 제대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이인임 앞에서 무릎 꿇고 당여가 되겠다고 애원했다는 소문이 이미 쫙 퍼져 있었다. 적과 아군이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정치판에서 호되게 당한 이성계가 이인임에게 붙었다고 소문이 자자한 떠돌이 처사를 보자마자 믿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타협을 하지 않는 모습은 나중에 이방원과의 대립으로 몰락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능력이 없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하는 것 역시도 '개혁가 정도전'이 아니라 '조선의 설계자'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고려의 신하'로 정도전의 입장에서 가졌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양지와의 관계에 대한 논란 또한 정도전의 "스승과 제자는 천륜으로 맺어진 것이다"라는 충격 선언으로 '특정 장르를 가장한 멜로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유학자 크리를 먹여 주는 등의 방식으로 해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지가 죽은 이후로는 이런 혈기왕성한 모습은 많이 줄어든 대신 관록 있고 능글맞은 모습이 보여서 호평을 받았고, 젊은 시절과 달리 동문들과의 대화도 온화해졌다.[3] 겉으로는 젊었을 때야 강직했지만 여기저기 풍상에 깨져서 나이 먹고 관직이나 한 자리 얻으려고 굽실거리고 이인임한테 당여로 삼아달라 빌다가 안되니 이성계에게 부탁해 관직을 되찾더니 다시 최영에게 붙으려 노력하는 박쥐 취급이나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세족 집안에 쳐들어가 앞뒤 생각않고 뇌물로 똥이나 퍼부었을 정도전이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데 높은 자리에 오른 하륜에게 뇌물을 주며 "에이, 종 2품 동지밀직사사 대감께서 사형은 무슨, 그냥 남양부사로 부르시면 됩니다."라고 배알도 없이 사바사바거리거나[4]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왔냐고 짜증내는 남은에게 "나는 다시 온다 하지 않았는가?"라고 밥까지 얻어먹으며 능글맞게 받아치는 모습을 보면...그러나 속으로는 이방원과 함께 고려를 무너뜨릴 계책을 열심히 구상했다.
월간조선 4월호에 나온 정현민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방송 초반 정도전이 이인임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작가가 조재현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고 한다. "간이 된 음식과 간이 덜 된 음식이 있으면, 시청자들은 간이 된 음식에 손이 가기 마련이니 섭섭해 하지 말라."라고 했고, 조재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4. 작중 행적
4.1. 고려 개혁을 외치던 젊은 시절
'''"옛부터 사람은 한 번 죽는 것이니, 구차하게 살기를 탐하지 않으리라(自古有一死 偸生非所安)"'''[5]
'''"천지신명은 들으시오! 고려의 서광이 비치고 있소이다! 전하와 우리 사대부들의 앞날을 굽어 살피시오! 그리하지 아니하면 대고려국 성균관 말단 학관 정도전이 용서치 않을 것이오! 아시겠소이까!"'''[6]
1화 때는 동북면에서 이성계를 만나는 장면[7] 으로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공민왕 말기로 타임워프한다. 공민왕 말기 때는 성균사예로서 자신 문하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며 직접 농기구를 들고 밭을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나 뒷배경도 없고 줄을 잘 선 것도 아니니 이인임에게 뇌물을 바쳐보라는 부인의 말에 사분(士糞), 그러니까 선비의 똥(…)을 청자에 담아가선 뇌물에 뿌려버리고 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노국공주 영전을 짓다가 일어난 폭동을 잔혹하게 짓밟아버린 현장에서 백성들의 시체들을 보고 슬퍼하기도 한다. 이걸 보고 당장 영전을 짓는 걸 중단하라는 상소를 올리려 하나, 이인임이 직접 상소를 반려하여 주었다. 이를 다시 도당에 직접 쳐들어가 경복흥 문하시중에게 주었으나, 이를 다시 이인임이 회수해, 당시 공민왕이 모니노를 세자로 세우는데 반대여론이 있자 이 상소를 엮어 제거하기 위해 이용하여 명나라 사신들이 무례를 저지른 것을 당당하게 논박하여 공민왕에 대한 무례를 바로잡으려 했음에도 고문을 당하고 만다.
2화에서는 고문을 당하는 와중에도 이인임에게 당당히 맞섰다가, 공민왕이 칼을 들고 직접 찾아와 거짓 자백을 강요함에도 공민왕을 '''왕전이라 부르면서'''[8] "죽이시오 어서! 내 오늘, 고려에 희망이 없음을 알았는데, 살아본들 뭣하겠소이까! 죽이시오. 어서!"라 외치는 것에 공민왕이 감복해 칼로 포박당한걸 끊어준 뒤 석방되었으며 목숨을 살려주고 희망을 다시 가져보겠다는 공민왕의 말에 오열하면서 충성을 맹세한다. 이후 강녕군을 세자로 세우려는 결심을 철회하고 정도전에게 무일도를 하사하며 무일편을 써넣으라 한 뒤, 영전 건설 또한 포기하고는, 국정 쇄신과 함께 차후 밀직사사 자리를 주겠다고 한 후 추후 강녕군이 권력투쟁에 희생당하지 않게 잘 돌봐달라는 명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게 공민왕에게 신임을 받아 국가 개혁의 의지를 다지던 찰나, 이인임의 차도살인지계로 공민왕은 결국 시해당하고 말아 자신이 공민왕을 위해 펼치려던 뜻은 좌절당하고 만다. 3화에서는 강녕군의 세자 책봉을 철회했다는 전하의 하교가 있었음을 명덕태후에게 증언하였으나, 최영이 역심을 품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이인임과 최영의 강경한 행동 덕분에 모니노의 즉위를 막지 못한다. 역사상에서도 보이는 감정에 솔직한 정도전을 그리고자 함인지 공민왕의 운구 행렬을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며 공민왕을 위해 술을 치고 절을 올리며 '''"백성들이 뭐라고 수군대는지 아십니까? 자업자득이랍니다. 아주 잘 죽었답니다! 자! 드십시오! 이 놈이 드릴 거라곤 이것밖에 없습니다! 정도전이란 놈이 그렇지요! 형편없는 밥버러지 아닙니까! 잘 가십시오! 부디 저승에서는 소인 같은 놈 때문에, 희망을 갖는 짓 따위 하지 마십시오! 잘 가십시오! 전하!"'''를 외치며 통곡하는 드라마틱한 감정표현을 보여주었다. 이후 상심한 정도전은 고향으로 낙향하려 하나 친우 정몽주의 일갈과 설득으로 다시 한번 고려 개혁의 의지를 충만하고 거대한 벽 이인임과 맞서 싸우기를 다짐한다.
4화에서는 무모하게도 혼자서 북원과의 친교를 막으려고 멍석시위를 벌였다가 좌절되는성 싶었으나, 정몽주와 박상충 및 모든 신진사대부들의 멍석시위로 북원과의 친교를 막는데에 성공한다. 극중 정도전의 최초의 정치적 성공이었다.
5회에서는 지금까지의 무식돌격보다는 훨씬 납득이 가는 정도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최영이 이인임의 양국중 이익론을 계속해서 이야기 하자 '''"주구라니요! 이놈 또한 명나라의 거만함에 속이 뒤집히는 사람입니다! 명나라에 바칠 세공마 2,000필 때문에 탐라로 떠나는 (최영) 장군과 병사들을 보면서,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북원이란 강도를 피했더니 명나라란 상전을 만났구나, 그래, 힘을 키우자. 그 빌어먹을 힘이 없으니 이런 굴욕을 당하는구나. 허나, 북원은 결단코 아닙니다."[9] "이인임이 대감을 그리 설득한 것입니까? 그렇다면 대감께선 속고 계신 겁니다. 특권에 찌든 권문세가들이 원하는 나라는, 지금보다 나은 고려가 아니라 지금 이대로의 고려니까요."'''라며 존재감을 어필했다.
허나 북원 사신과 만나는 수행단으로 뽑힌 것에 대해 '''어명을 가져온 이인임의 멱살까지 잡으면서''' 거부하였고, 거기다가 수행단에 정 보내면 북원의 깃발마저 칼로 베겠다고 선언하며 진짜로 검을 뽑아 베는 무력시위 후에 성균관에서 농성하는 초강수를 두었으나, 이인임이 최영을 통하여 신진사대부들을 다 밟아버리는 책략에 걸리게 생겼다는 것에 항복하여 나주 부곡에 귀양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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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마자 백성들이 모시는 신단을 무시하며 신단수 앞에 누워서 꼬장을 부린다. 물론 유학자들이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많으니 정도전이 저런 식으로 꼬장을 부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긴 하다. 게다가 정도전은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불교 디스 서적인 불씨잡변을 쓰기도 했고, 하륜이 이야기 하던 풍수지리 같은 것도 잡기술이라고 무시하고 했다.
나주에서 부곡민들과 농사를 지어가며 입에 풀칠하고 있는데, 6회에서는 전에 정몽주에게서 받아서 가지고 내려왔다가 흘린 맹자 책이 땔감으로 반을 태워먹히는 수모를 당해 애꿎은 보수주인의 딸 업둥이에게 밥버러지 드립을 한바가지 퍼부었고, 몽고놈들과 친하든 되놈이랑 친하든 백성들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냐고 대드는 천복이와 거하게 붙을 뻔 하는 등 여전히 유학의 가르침과는 영 거리가 멀고, 신령과 무속을 믿는 백성들과 쉴새없이 치고받는다.
7회에서 국가에 직접 지세를 납부해야 하는 부곡민들에게 삥을 뜯으려는 지주의 마름에게 논리적으로 들이대며 물러나게 한 다음, 밤을 세우면서 태워먹은 책을 만들고 딱밤을 때려가며 천자문을 가르쳐 주는 등 보수주인의 딸 업둥이와 연애 플래그를 세운다. 정도전 본인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지만. 하지만 같은 시각 개경에서는 동료 사대부들이 부활한 이인임 일당에게 혹독하게 고문을 받는 상황, 이 소식을 접한 나주 관리들은 정도전에게 호의적이었던 태도를 바꿔 본격적인 유배생활의 막이 오른다.
8회에서는 보수주인 일가를 구하기 위해 죄는 자기가 받겠다고 나섰고, 이 바람에 곤장으로 보수주인의 아들의 지겟짐이 될 정도로 떡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역시 독한 면모를 보여주듯 민간요법인 똥물을 한 번에 마셔버리기도. 그리고 그렇게 맞아서 떡이 되어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할 정도인데도 지주들의 문서가 위조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길을 나서기도 했다. 결국 업둥이가 넘어진 정도전을 다시 집으로 끌고가지만. 허나 보수주인이 받을 형벌을 면죄금으로 해결하는 대신 업동이가 무당으로 가게 되어버리는 내막을 모른 덕에, 이 이막을 거짓말로 팔자대로 살겠다는 업둥이에게 "너는, 밥버러지다…!"라고 폭언을 하고 말았다.
9회에선 이런 와중에 신진사대부 전원이 풍비박산이 났다는 소식을 박수무당에게 듣고서는, 유배지를 떠나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볼 요량으로 개경이나 더 큰 도심으로 가려다가 업동이가 박수무당에게 신딸로 가는 대신 속죄금을 마련해준다는 내막을 알고 그만둔다. 일단 배까지는 탔는데 도중에 '''겨울철 강에 뛰어들어서''' 태연한 척 복귀해서는, 업동이가 흘린 쪽지를 본 관리가 보수주인 일가를 추포하러 데려온 관졸들을 물린 뒤 기절해 쓰러진다. 처음에는 인신으로 빚을 변재하는 것은 국법에서 금하고 있다는 걸 들며 차용증을 주려 하고, 개경에 있는 친구들에게 빚을 융통해서 대신 갚아 업둥이를 구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박수무당이 관아에 업둥이를 사기죄로 신고했고, 관아의 관리가 전해준 서찰로 신진사대부 전원이 진짜 풍비박산나고 박상충이 죽어버렸다는 것에 오열하고 만다. 결국 업둥이를 구할 방도가 모두 막하자 황연은 그녀를 박수에게 보내기로 한다. 이에 정도전은 희망을 언급하며 이를 반대하지만 되려 황연의 처지에 대한 울분섞인 하소연을 듣게 되고 정도전은 이를 듣고 말을 잇지 못한다. 끝내 빚 때문에 팔려가는 업둥이를 구해주지 못하는 무력함 때문에 좌절하는 정도전이나, 업동이가 정도전 덕분에 삶의 자신감을 얻었다며 격려를 하자 쓴웃음을 지으며 기운을 차린다. 뒤이어 업동이는 작별선물로 자신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이에 응한 정도전은 양지(良知)라는 이름도 지어준다. 그리고 씁쓸한 작별의 시간이 오던 찰나, 전라도로 침입해온 왜구의 침입을 보게 되는데….
10회에서는 양지를 지키기 위해 산까지 같이 뛰고, 양지를 잠시 숨겨둔 뒤에 왜구 3명을 직접 유인한다. 유인하다가 벼랑 끝에 섰음에도 의외로 칼질하려는 것을 방어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무기가 없으니 당하기 직전에 이성계와 이지란이 화살로 왜구를 죽여 살아남는데 성공. 허나 양지는 사라지고, 황현의 시체를 보고 절망감에 빠져 오열하고 만다. 그로부터 6년의 시간동안, 곡간을 털려다가 잡혀서 노역하는 피난민 일행에 섞여있는데… 자신을 그 '밥버러지'라고 자칭할 정도로 세상의 풍파에 많이도 깨진 모습. 이 와중에도 정몽주가 준 맹자 책은 갖고 있었다. 이 맹자 책은 6회에서 한 번 불탔던 것을 양지와 함께 다시 수선했던 그 책이다. 정몽주와의 관계를 상징하는 물건이긴 하지만 양지와의 인연도 무시할 수는 없다.[10] 이후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웃기다. 아이들에게 쪽집게 과외 선생처럼 "이건 이러이러한 것이다. 외워라. 저건 저러저러한 것이다. 외워라."를 반복하면서 만점 맞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이건 머리에만 새기지, 가슴 속에 새기지는 말라 가르친다. 이외에도 항상 마음고생만 시키던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주막에서 외상술 마시고 부인앞에서 자학개그도 하는 등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귀양가기전 매번 눈에 힘주고 정색하던 사람이 그 싫어하는 이인임 앞에서 웃을줄도 알게되고 전체적으로 표정이 훨씬 다양해진게 돋보인다.
4.2. 역성혁명의 시작, 그리고 '''무력과 사상의 만남'''
'''"세상에 살아남아 있을 수많은 양지를 위해, 고려를 죽일 것이다. 500년 묵은 이 괴물을 죽이기 위해, 나도 괴물이 될 것이다."'''
'''"좀 더 빨리 깨달았어야 했다. 하늘은 오래 전에 고려를 버렸다. 이 자와 함께 난세를 끝장내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 것이다."'''
"'''병사들이 하나같이 사기가 충천하고 대오가 질서정연하니 참으로 훌륭한 군대로군요. 이런 군대를 거느리고 계시니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이성계: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우?)…'''동남방의 근심인 왜구를 능히 몰아낼 수 있겠다는 말씀입니다.'''"[11]
헤어졌던 양지와는 11회 막판에 재회했다.[12] 그리고 과연 사람이 바뀌었는지 떠보고 상황봐서 자기 편으로 끌고 오려는 이인임의 명령을 받고 나타난 염흥방의 세 차례에 걸친 서당깨기를 당한다. 이를 깨달은 정도전은 인재를 얻기위해 초가를 3번 찾는건 들어봤어도 3번 부수는건 처음 듣는다고 비야냥 섞인 말은 한다.
이와 더불어 유배를 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는 자조감에 술을 달고 살다가, 양지가 지금 도망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옛날에는 힘이 없어도 도망치지 않던 사람이 이러지 말라는 말을 듣고는 아무런 반박도 못하다가, 이인임이 자신을 써보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개경으로 가 다시 한번 민분(民糞), 그러니까 백성의 똥을 뇌물에다가 투척. 1화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가지고 온 것이 선비의 똥에서 백성의 똥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정도전의 사상적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1화에서 선비의 똥을 소개할 때 귀한 것이라고 말한 반면, 12화에서 또 선비의 똥을 가져왔냐는 이인임의 하인의 물음에 '''더 귀한 것'''을 가지고 왔다며 백성의 똥을 뿌린다. 이후 쥐어터진 모습으로 이인임을 만난다. 그리고 이인임이 정몽주와 같은 직책을 줄테니 자신과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말을 하지만, 정도전은 옛날과 달리 웃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난세를 끝내 백성이 밥 걱정 안 하고 사는 힘인데 고작 그거 밖에 안 주냐고 말한다. "백성들이 원하는 것은 고구려의 영광 이전에 '''오늘 저녁에 먹을 따뜻한 밥 한그릇입니다!'''" 그리고는 돌아오는 길에 양지의 오빠인 천복이 왜구와 한패가 돼서 끌려가는 것을 보게 된다.
천복을 염흥방이 준 패물을 뇌물로 주어 빼내는데 성공하고, 왜구에게 붙게 된 것에 대해 분을 못이겨 때리기도 했으나, 천복의 살기 위해 그랬단 말과, 이를 지켜주지 못한 고려에 대하여 분노하며 양지를 만나는 자리를 주선하려 한다. 그런데 마침 노루 사냥을 온 이방원이 왜구로 알고, 마침 정도전이 양지와 만날 자리를 주선하려고 갈아입을 옷도 챙겨온 순간에 화살로 쏴 죽이게 된다. 당연히 정도전은 분노하면서도 의원에게 데려가야 한다고 외치나, 이방원이 단검을 꺼내 안락사 시키는 것에 박치기로 몸을 메치고 주먹질을 하려 할 정도로 분노하며, 옆의 수하에게 칼로 위협당하면서도 '인간의 목숨은 하늘이 결정하는게 아니라 사람이 결정하는 것', '그럼 이제 댁은 죽겠소, 살겠소?'라고 말하는 이방원에게 '하늘을 탓하지 금수를 탓하겠느냐'는 식으로 이방원을 금수에 비유하는 신랄한 독설을 들은 이방원은 자꾸 그러면 금수가 되어드릴수도 있다면서도, 막판에 은병을 던지며 장례비용으로 쓰라 한 덕에 살아남는다. 질긴 악연의 시작인 셈.
이런 와중에 부인이 양지와 바람을 피는게 아닌가 의심을 하고, 이에 단호하게 이제 떠날 애라는 얘기를 하면서도, 부인의 의심을 완전히 떨치는 겸, 고양으로 돌아간다는 양지와 함께 천복이의 간단한 장례를 치룬다. 그러다 이성계의 이야기로 만나게 된 정몽주와 함께하나, 정몽주의 대의론에 대해 백성의 안락함을 위해서라면 이인임을 명나라에 보내 죽게 만드는 것도 옳은 방법[13] 이며, '''내가 생각하는 대의는 백성들 앞에 놓인 밥상의 평화'''라는, 당시로선 굉장히 과감한 논지를 말하며 훗날의 갈라지는 사이를 예고하기도. 그리고 부인이 후처로 들여도 괜찮다는 말을 거절할 겸 제대로 끝을 보기 위해 미륵사에 가서 스승과 제자로서, 인연을 기억할 것이라고 하며 이별하려는 찰나, 이성계를 역모죄로 밀어넣으려는 이인임의 술수에 희생양이 되어 양지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 마는데…
양지를 구하기 위해 정몽주를 찾아 사태를 살피나, 그들의 무죄를 입증할 이성계는 피신을 했다는 것에 격분하면서 어쩔 수 없이 피신했다고 하는 정몽주와 다툼을 빚는다. 정도전이 "한 마디만 더 하면 자네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격하게 화를 냈다. 한창 관직에서 입장차이가 있었을 때도 이 정도의 언사를 하진 않았다. 그러고는 양지 가족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결국 그 이인임에게 무릎을 꿇으며 밑으로 들어갈 터이니 제발 살려달라 하지만, 어째 젊었을 때보다 더 심해졌다면서 '난 자신이 아닌 사람을 위해 무릎을 꿇는 자는 믿을 수 없어 쓰지 않는다'고 쿨하게 무시하는 것에 제대로 분노한다. 이후 무고죄로 사형을 당할 양지가 끌려가는 장면에서 돌을 던지는 군중들을 직접 막아서 머리가 깨지도록 돌을 맞으며, 정몽주가 시간을 내준 덕에 양지에게 위로를 해주고, 죽을 때 무서우니 지켜봐달라는 양지의 말에 길바닥에 앉아 오열하다가, 처형장에서 맨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죽는 것을 지켜본다. 이 일 뒤로, 스승과 정몽주가 찾아온 것도 유람을 갔다고 물리고는, 맹자의 구절[14] 을 읽고, 경전에서 배운대로 되지 않으니 도망치는 거라는 양지의 예전 말을 기억하며 각오를 굳힌다. 왕이 부덕하니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양지를 위해,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을 세울 것'''이라고 다짐한 뒤 맹자 책을 불태워버린다.
이후, 권문세가 지주의 징수기록관으로 위장취업까지 하면서 실정을 알아보며 고려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고안하고 있었으며, 고려를 무너뜨릴 새로운 왕으로 최영과 이성계 사이에서 사람들에게 최영이 더 강한지, 이성계가 더 강한지 물어보면서 저울질 한다. 이 과정에 남은과 재회하기도 하였으며 그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대부분의 의견은 최영이었고, 최영을 만나보기 위해 간만에 스승인 이색을 만나 최영을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쌀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말해보려다가 국가를 무너뜨리고 새로 쌓는 수준의 말이니 목숨을 걸고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중에, 쌀을 풀어 쌀값을 내리는 정책에서 좀 이득을 취한 가난한 장사꾼을 호되게 혼내는 것을 보고 최영에게 너무 엄정함을 지적하고 최영에게 덕치를 권한다. 하지만 최영의 답은 법을 어긴 자들을 봐줄 순 없다였고, 이어 나온 최영의 '''"나라가 있어야지 백성이 있는 법이다."'''라는 발언을 듣고 정도전은 그를 '''뼛속까지 고려인이다'''라고 평하고 역성혁명의 주체로 삼기 부족하다 생각한 듯 등을 돌린다. 이후 마지막 유람이라며 이성계가 있는 동북면으로 가 이성계를 만난다. 이 장면의 앞부분은 1화 도입부 장면과 같다.
이성계는 정도전을 경계해 냉대하지만, 이방원이 그가 남긴 '안변책'을 조정에 보내자고 제안하여 그것으로 조정으로의 소환을 일차 모면한다. 처음 이성계를 만나고 돌아오기 전 정도전이 실제 역사에서 이성계를 처음 만나고 했던 말인 "이 정도 군대로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라는 부분도 그대로 나타냈다. 그 후 이인임이 받아낸 어명을 받들어 이성계를 도성으로 데리러 온 정몽주[15] 와 동행하여 이성계와 재회해 독대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역성혁명의 속내를 밝힌다. 그 후 곤경을 피하기 위해 이성계에게 이인임에게 굽히라고 간언하고 돌아간 뒤, 이성계가 도성으로 돌아와 석고대죄를 한다는 소식에 이성계가 새로운 곤경에 빠질 것을 직감하고는 방원을 통해 이성계에게 접근해 서찰을 전한다.
이는 이성계와 이인임 집안 간의 통혼을 하자는 것이었으며, 이리하여 절대 본 성격 대로라면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사돈이자 당여가 되었다. 허나 이로 인해 이성계는 동북면 세력을 완전히 보존하고, 또한 당여로 들어 이인임에게 의심받지 않게 되었다. 이 술수에 어쨌든 고마워하며 황금을 받았는데, 이 황금을 도로 이성계에게 '벼슬을 하기 위한 뇌물'이라는 형태로 돌려주면서 벼슬을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이성계가 이를 자존심도 굽혀가며 이인임의 당여가 되며, 우왕이 이인임을 국부로 모신다는 말을 할 때 이성계가 찬동하는 등 이인임 일파와 뜻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여 신뢰를 샀고, 덕분에 종4품의 벼슬자리를 다시 얻는 데 성공. 10년 만에 관직에 복귀하게 되었다. 곧이어 명나라로 가는 사신의 말석이 되어 명나라로 갈 예정에, 이성계가 저번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고마워하며 본격적인 친분을 시작하게 된다.
19화에서는 그다지 등장이 많지 않으나 무대의 뒤에서 암약하는 책략가로서의 활약을 보여준다. 이방원을 시켜서 이인임이 복용하는 약재를 조사하게 하고 이인임이 단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 폐결핵에 걸려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 후 이인임과 최영을 방문할 생각이었던 이성계를 이인임에게만 가도록 조언하여 이성계가 이인임의 신임을 잃지 않도록 하고, 자신은 최영에게 가서 이인임이 최영을 속였음을 알려주었고 그 결과 최영은 노하여 이인임과 관계를 파탄내버린다.
20화에서는 그야말로 이방원에게 말한 '늙은 호랑이는 독이 잔뜩 올랐을 것이고 늙은 여우는 방심할 터이니 이제 바람만 불면 비[16] 가 내릴 것이다'란 그대로 돌아가는 정세를 전부 꿰뚫고 상황을 조율하여, 조영규를 최영에게 보내 염탐하다 잡히게 하여 이인임의 의심을 풀게 만들고 독기 오른 최영을 이용하여 이인임 일파와 싸움을 붙이려 한다. 또한 조반의 일로 염흥방의 가노 이광에게 당한 수모를 갚겠다며 검까지 뽑아들고 나선 남은을 자네 목숨이 그깟 밥버러지보다도 못한 것이냐고 말리며, 염흥방도 이인임도 아닌 더 쎈놈, 고려 그 자체를 잡고자 함을 밝히고 함께하기를 권한다. 자신을 어찌 믿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남은에게 자네는 예전의 누구와, 자네가 성균관에 있었던 시절 그리 되고 싶었던 사람과 많이 닮았다고 대답하고 답을 기다리겠다며 돌아선다.
4.3. 대업을 위한 약진
'''"도망친다고 고통에서 피할 수만 있다면, 소생 역시 진작에 도망쳤을 것입니다. 이 고통을 끝장낼 수 있는 것은, 고통 한가운데로 들어가 싸우는 것 뿐입니다."'''
'''"공민대왕께서 승하하시던 날, 당신이 내게 한 말 기억나십니까.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셨지요. 보여드리겠습니다. 세상은, 바뀝니다."'''
21화에서는 이성계에게 최영이 이인임 일당을 치러 나설 때를 기다리라고 일러줬다. 이후 이성계가 이인임을 잡으러 갈 때 따라갈 것이냐고 묻지만 아직은 이성계의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아서 거절하고 거사가 벌어지는 중에는 집에서 손에 땀을 쥐고 기다린다. 그리고 거사가 이루어진 후 찾아온 이방원에게 이겼다고 방심했을 때가 가장 위기라고 충고주는데, 두 사람의 훗날의 행보를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장면. 이인임이 병으로 의식 불명이라는 말을 듣고 최영과 함께 이인임을 찾아가서 침상 밑의 흙이 묻은 신발 한 켤레를 발견하고 이인임이 의식 불명이 아닌 것을 눈치챈다. 그리고 나가는 길에 우왕과 왕창이 이인임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지켜보고 무언가 생각한게 있는지, 궁궐의 말과 가마를 관리하는 남은에게 우왕이 이인임 사저로 가는 일이 있으면 지켜보고 알려달라는 부탁을 남긴다.
22화에서 이인임의 사면령을 홀로 반대하던 이성계에게 직접 나서지 말고 신진사대부들을 부추기란 계책을 알려주어 여론을 뒤집어 이인임을 몰아 넣고 우왕이 이에 대한 대책을 묻기 위해서 다시 이인임 사저를 찾은 사실을 남은에게 전해 듣고 이인임이 중병이 아닌 사실을 확신한다. 그래서 이인임을 문병을 가고는 하륜에게는 최영의 심부름을 온 척하며 이성계가 이인임을 도모하려 한다고 말하는데,[17] 하륜이 최영에게 확인하려 자리를 비운 사이 이인임에게는 우왕이 보냈다는 어가가 도착한다. 그러나 이는 남은과 합작한 정도전의 함정으로, 성균관 대성전에 있다가 이인임을 맞이하고, 최영을 미리 불러두어 모든 사실을 알게 해 이인임이 몰락할 단초를 마련한다. 이인임은 사대부로 인해 뒤집어진 여론을 다시 뒤집기 위해 자신의 피를 토한 수건을 최영에게 보여줘서 동정론을 일으켜서 성공 직전에 이르렀는데 최영 앞에서 멀쩡히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준 꼴이 되었다. 이 때 젊은 시절에 이인임이 자신을 귀양보내기 직전 했던 말인 "정도전, 당신 끝났소"를 '''"합하, 당신 이제 끝났소"'''로 그대로 되갚아준다.
23화에서는 이어서 최영의 사람이 되어 복수의 칼날을 갈았던 것이냐고 묻는 이인임에게 '''"밥버러지 하나 잡자고, 칼까지 가는 사람으로 보셨습니까?"'''라고 받아쳤고, 그 후 정3품 성균관 대사성이 되면서 중앙 정계로 복귀한다. 이성계의 집에서 정몽주와 함께한 술자리에서는 자미를 내어 이성계에게 '역사 사(史)'자를 바치면서 이성계가 새로운 나라의 중심이 되는 것을 바란다는 언지를 남겼다. 그 이후 이성계와 역성혁명에 대해 대화를 하는 것을 엿들은 이방원에게 그것이 지금까지 아버지와 도모하려던 일이느냐며 아버지께서도 내심에는 그럴 마음을 품고 계신데 왜 아버지를 설득하려고는 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이때 이성계를 설득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세치 혀보다 실패라면서 이방원에게 함구하라 명한다. 이를 발설하면 자신이 이방원을 벨 것이라는 엄포와 함께. 그 후 유배길을 떠나는 이인임에게 다신 정치에 관여할 생각도 말고 돌아올 생각도 말라며, 그럴 시도라도 할 경우 독이든 자객이든 가리지 않겠다는 경고를 남긴다.
양지 사망 후의 행보를 보면, 다른 드라마였으면 메인 악역으로 나왔을 법한 냉혹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제각기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던 여말선초의 역사와 제법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24화에서는 명나라의 철령위 설치에 대해 분개하는 이방원에게 '''"나라간의 일이란게 다 그런 것일세. 입에 발린 미사여구를 죄다 걷어내고 나면 종국에 남는 것은 한 글자뿐이지. '힘'"'''이라는 명대사를 남겨 이인임의 뒤를 잇는 정치 9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영의 요동정벌론에 대해서는 찬반에 대한 의사 표현을 하지 않으며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고 있는 중. 전쟁에 반대하는 축이긴 한데 일방적으로 철령위를 설치하고 통보해온 명의 행동도 상궤에 벗어난 행동이고 철령위 내준다고 끝날 일도 아니란걸 알고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방원이 왜 걱정을 하고 있냐며 '''"고려가 도탄에 빠질수록, 대업의 날이 가까워지지 않겠습니까."'''라며 정도전보다 과격한 의견을 표하자 약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
25화에서는 요동으로 출병하려는 이성계를 만나 요동정벌은 이길 수 없는 전쟁으로 평하며 이성계가 출정을 하지 않으면 이후 요동정벌이 잘 안 풀리면 협상이 있을터이고, 이때 요동정벌에 참여한 대부분의 장수들이 전쟁의 책임을 지고 버리는 패가 될 때에도 이성계만은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명나라에선 이성계를 친명파로 보아 명나라와의 관계도 좋아질 수 있으며, 이성계도 대업을 이룰 수 있다며 와병을 핑계로 출정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그러나 이성계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대업을 추진하자고 이성계에게 자꾸 권하자 이성계가 멱살까지 잡는다. 요동으로 이성계가 떠나는 날 정도전과 화해를 하고자 이성계와 대화를 나누던중 이성계가 자신도 왕이 되고 싶지만 그 욕심 말고는 자신이 왕이 될 이유가 없다며 자신에게는 자질이 부족하다 말하자 정도전은 덕이야말로 군왕의 조건이며 이성계는 그것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고려와 이성계는 양립할 수 없음을 확언한다. 한편 같이 요동으로 떠나는 남은에게는 틈틈이 연락할 것을 주문한다. 동시에 이색이 우왕의 칭제건원 명령에 관하여 연 회의에서 윤소종이 일갈하는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러던중 최영이 요동 정벌에 따라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은을 통해 '''회군'''이라고 써진 종이를 이성계에게 보내게 된다.
26화에선 재차 이방원에게 피난 준비를 지시한 뒤 윤소종을 불러 자신도 반역이 절대악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속내를 밝히고 회군의 정당성을 위한 공론을 모아오라 부탁한다. 단, 아직 역성 모의에 대해서까지 밝히지는 않은 상태. 27화에서 이성계에게 회군은 역심 때문에 한 것이 아니라는 걸 강조해야 하니 글을 올려 회군의 불가피함을 주장하고 최영을 탄핵하라고 조언했다. 이말을 하고 돌아가려는 정도전에게 이성계가 왜 오늘은 대업 얘기를 안하냐고 묻자 정도전은 무력으로 대업을 할 생각은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우왕과 최영이 회군파를 역적으로 선포하고 최후의 항전을 결의하자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정도전은 회군을 건의하면서도 5만의 대군이 들이닥치면 나약한 우왕이 알아서 숙일거라 여겼지 수도에서 내전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리라곤 생각 못했다. 다음 날 격렬한 시가전으로 자기 집까지 전장터가 되는 것을 무력하게 바라보게 된다.
28화에서 우왕을 폐위시키기 위해 다시 윤소종에게 바람을 잡아달라 부탁하고 이때 처음으로 조준을 만났다. 이후 정몽주와 함께 우왕에게서 이성계를 안심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으나 이성계에게 개혁을 위해선 왕을 바꿔야 한다고 설득하고 이 때문에 정몽주와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우왕의 사실상의 목숨 구걸을 듣고 공민왕의 아들을 지켜달라는 유훈을 떠올리지만 곧바로 씹고 우왕의 폐위를 적극 주장하며 우왕에 대해 '''"도적 한 놈을 마음같아선 죽여버리고 싶지만 애비가 한 말이 있어서 참았다"'''는 폭언을 저지른다. 그러나 정몽주의 역성을 긍정하냐는 질책은 부정하였다. 이때 정도전은 눈빛이 흔들리며 애써 눈을 돌린다. 그리고 우왕의 폐위 이후 새 임금 후보로 세자 왕창 대신 왕요를 고려하게 되는데...
29화에서는 윤소종의 도움으로 조준과 정식으로 대면을 하게 되고 조준 앞에서 자신이 생각한 '''무상몰수 무상분배, 토지국유화 원칙'''을 가진 토지개혁(계민수전:計民授田)을 내보이며 그를 자기 편으로 끌어 들일려 하지만, 조준은 고려는 귀족의 부로 이루어진 나라라며 그 빈 자리는 어떻게 매꿀 것이냐는 반론을 하며 정도전의 뜻을 경계하고 정도전에게 속내를 밝히길 요청한다. 정도전은 이에 대답할려지만 조민수와 스승 이색이 배신하면서 창왕이 즉위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조준을 대업 동지로 끌어들이는 건 일단 유보. 곧이어 이색과 대면하여 항의한다.[18][19] 이 사건으로 그나마 사제간의 연이라도 남아있던 이색과 완전히 척을 지고 만다. 창왕이 왕위에 오른 후 조민수가 나름대로 정치적 식견이 있는 움직임을 보이자 조민수 뒤에 누군가 조언자가 있다는 추측을 하고 이인임이 그 인물임을 알아낸다. 그리고 귀양간 이인임 앞에 나타나 귀양간 날 자기가 정치에 관여하려고 하면 죽인다라고 경고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시간 나실때, 유언장 하나 써 두시지요."'''라며 '''독기'''와 '''썩소'''를 내보인다.
30화에서는 이인임을 만나 서로 천천히 죽여 주겠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신경전을 펼치다가, 이인임에게 어찌 이리 변했냐며 핀잔과 한탄이 뒤섞인 말을 듣게 된다. 이에 시대가 자신을 이렇게 바꿨다는 대답을 한다. 그리고 개경으로 돌아와 이성계가 사직서를 내고 동북면으로 돌아갈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급히 이성계를 만나 이성계를 설득하고자 하지만, 이성계는 정치에 환멸을 느껴 정도전의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정도전은 이성계에게 엄살 피우지 말라고 비난하며 '''고통을 끝장낼 수 있는 것은 고통 한 가운데에서 싸우는 것 뿐이다.'''라는 말을 남긴다. 이후 이인임의 정계 복귀를 막기 위해 권당을 결의하는데 여기서 권당을 해산하라고 하는 이색에게, 오늘 회합은 자신이 성균관 대사성 자격으로 소집한 것이니, 해산을 시켜도 자신이 시킨다고 하면서, '''"이인임 같은 밥버러지의 역성을 드는 분을 어찌 스승이라 하겠소이까!"'''라고 데꿀멍시킨다. 하지만 유학자로서 스승을 모욕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것이었는지 밖으로 나와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숨을 고른다.[20]
그리고는 편전 앞에 멍석을 깔고 이인임의 복귀 반대를 청한다. 끌려나가는 찰나에 정몽주가 와서 같이 편전 앞에서 이인임의 복귀 반대를 청하게 되고 다시 정몽주와 같이 끌려 나갈려는 찰나, 동북면으로 돌아가려 하던 이성계가 돌아와서는 그들을 구한다.[21] 그리고 정도전에게 사방이 벽에 막혀도 도망갈 길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에, 정도전은 퇴로는 없으며 자신이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이성계는 '''함께 싸우자'''며 정도전에게 손을 내민다. 그 후 하륜이 어명을 전한 뒤 정몽주가 잠시 물러날 것을 조언하지만 정도전은 썩소를 지으며 '''"이제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알고보니 역성의 포부를 말하며 조준을 포섭하는 데 성공한 정도전이 조준으로 하여금 조민수 밑으로 들어가 대사헌 자리를 얻은 뒤에 이성계, 정몽주, 정도전의 비리를 캔다는 명목으로 조민수가 토지를 강탈한 정황을 포착하여 이를 도당에서 까발린 것이다. 정도전과 조준의 관계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았고 조준이 권문세가 출신이라는 점 덕분에 가능했던 수법으로, 이인임마저 정도전의 멍석 시위를 들으면서 한낱 사대부에 불과했다며 비웃었을 정도로 완벽한 연극이었다. 지금까지 정도전이 대전 앞에서 멍석 시위를 한 것은 자신을 미끼로 하여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4.4. 결별과 수난, 그리고 결실
'''"스승님께서는 지키십시오! 소생은 부술 것입니다!"'''
'''"참으로 나약해 보이지만 더없이 끈질기고 강인한 존재, 그게 백성들일세. 해서 나는 믿네. 이번이 아니되면 그 다음에, 그 다음이 아니되면 또 그 다음. 언젠가, 진정한 백성의 나라가 이 삼한 땅에 세워질 것이라고 말일세."'''
31화에서는 조준을 이성계에게 소개한 그날, 이성계는 역성혁명의 결심을 굳혔고 정도전에게 정치의 모든 것을 일임할 것 임을 정도전에게 전한다. 그러자 정도전은 이성계 앞에 무릎을 꿇으며 '''주군'''이라 부르면서 신명을 다해 대업을 완수하겠다고 하는데, 눈물까지 맺히는 걸 보면 단순히 혁명의 동지가 아닌 진심으로 이성계를 주군으로 모시는 듯. 이후로 이성계와 단 둘이 있을 땐 주군이라 호칭한다. 그리고 정몽주와의 오랜만의 술자리에서[22] 비장의 책도 없으면서 왜 자신을 그때 도왔냐며 편전앞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묻는다. 이에 정몽주는 '''대의와 명분과 정도전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라며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어도 정도전이 자신을 도왔을 것이라며 정도전에 대한 신뢰를 표한다. 이성계와 역성을 맹세한 정도전은 갈수록 얼굴이 어두워지고 정몽주의 밝은 고려의 미래에 대한 다짐에 과거 고려에 미련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던 공민왕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정몽주에게 자신의 구상을 말하는데, '''정몽주가 새로운 세상(자신이 만드는 국가)의 문하시중이 되어 화합의 정치를 펼치는 것.''' 이 이야기를 들은 정몽주는 웃으면서 너의 구상인데 왜 내가 재상이냐며 정도전이 되라며 그 속뜻도 모른채 말을 건낸다. 이에 정도전은 자신은 재상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니라며 자조한다. 이후 정몽주와의 술자리 이후 정도전은 이방원, 남은, 조준, 윤소종과 만나 역성을 성공할 것을 맹세하고 새로운 국가에 대한 비전을 논한다. 그리고 정도전이 최종적으로 내논 새로운 국가의 기치는 '민본대업(民本大業)'.
이후 무인도로 귀양가는 병든 이인임 앞에 등장하여 천천히 죽여주겠다고 했기에 무인도로 보냈는데 이래서야 섬까지 갈수나 있겠냐며 비꼬며, '''"당신의 시신이 한 줌의 흙이 되기 전에 새 왕조가 들어설 것이오. 저승에서나마 당신의 고려가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보시오."''' 당신 덕분에 유자의 입장에서 역성을 꿈꾸는 괴물이 되었다며 그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죽어가는 이인임의 저승길을 불편하게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되려 이인임에게 '''"그대는 아직 괴물이 아니오. 단지 이상향을 꿈꾸는 순진한 선비일 뿐…! 그러나 이제 진짜 괴물이 되겠지. 정치에서 괴물은 과도한 이상과 권력이 합쳐질 때 탄생되는 것이오.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외다… 내 저승에서나마… 똑똑히… 지켜보겠소이다… 삼봉…!"'''이라는 저주를 듣고 기겁한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이인임은 병세의 악화로 죽는다. 양지의 죽음으로 고려를 뒤집어 엎겠다는 1차 흑화를 하긴 했으나 이제껏 그가 제거한 대상은 정도전과 신진사대부의 입장에서 철저한 '악'이었던 이인임의 권문세족이었다. 하지만 역성의 계획이 진행될수록 역성을 반대하는 자는 스승이라도, 막역지우라도 잔혹하게 제거하게 될 것이다. 손에 아꼈던 이들의 피를 묻히면서 비로소 완성된 괴물이 될 것이라는 것. 정도전은 이인임의 저주에 그 의미를 안 듯 슬픈 표정을 짓고 스스로 그토록 증오했던 이인임의 눈을 감겨준다.[23]
정도전들의 역성계획의 시발은 조준의 사전 혁파 상소로 시작.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기반으로 하기에 큰 논란이 일어나 신진사대부들도 찬성과 반대로 나뉜다. 그런데 사실 이 개혁안은 다른 의미가 있었다. 신진사대부는 권문세족 출신, 향리 출신, 지방 군벌 출신 등 다양한 내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대부의 적도 없는 지금 개혁안을 두고 출신과 성향에 따라 파가 갈라질 터이고 이를 통해 '''동지와 정적을 색출하고자 한 것'''. 어차피 개혁안이 고려내에서 성공할 것이란 생각도 한 적 없으며 실패해도 민심은 우리 편일테니 손해는 없다는 것. 더불어 반대파는 민심을 잃을 것이라는 것이 정도전의 지론이다.[24] 사실상 권력실세인 이성계가 개혁안에 찬동했고 그의 독단으로 일이 진행되자 수구파의 리더인 이색은 개혁안의 흑막인 정도전을 불러 개혁안을 철회시키려 한다.
이에 정도전은 크게 반발, 서로 폭언을 하며[25] 끝내는 '정치는 부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다'며 훈계하는 이색에게 '''"스승님께서는 지키십시오! 소생은 부술 것입니다! 권문세가로서, 스승님께서 소유하신 전국의 수많은 농장들과 함께 말입니다!"'''라 말하며 나가버리고 이색에게 파문당한다. 비록 사제관계를 자신이 파탄냈지만 이색은 그래도 한 때의 스승이기에 이후 정도전은 집에 틀어박혀 울적해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이성계는 직접 집에 찾아와 술자리를 만들어 정도전을 위로한다. 그리고 술자리 도중 이성계로부터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들어 주었으면 한다며 '''포은 선생을 적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들은 정도전은 그가 자신의 지기임을 강조하며 동의한다. 한편 명나라가 우왕의 폐위를 두고 태클을 걸어오자 이색이 문하시중인 자신과 수문하시중인 이성계를 사신으로 보내어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논지를 펼쳐 명나라와의 불안한 관게를 이용해 이성계와 동귀어진할 뜻을 펼치자 정도전은 이를 반대한다.
32화에선 정몽주에게 이색을 따르는 사대부들을 말려달라고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자신의 사형 김구용의 절명시를[26] 이방원에게 주어서 아버지 대신 명나라로 가라는 뜻을 전했다. 그 후 이색을 찾아가는데, 파문되었다고 가차없이 이색을 '''대감'''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색도 여기에 질세라 막판에 화내기 전까진 정도전에게 존댓말을 쓴다. 군부와 도당 요직의 3할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이성계 대신 이방원이 사신으로 가는 것에 동의할 것을 요구한다. 이때 만약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성계 대감은 내일부터 병석에 누워 사신으로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에 이색이 전제 개혁 포기를 요구하자 이는 거부하는 대신 사신이 떠난 동안은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하여 협상에 성공한다. 사신단이 돌아온 후 이성계를 왕위에 올리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 시작하자 조준의 개혁안을 표결에 붙이는 것에 동의하고 이색이 제시한 일전일주제(一田一主制)가 도당에서 다수결로 통과하자, 조준을 불러 이색 일파를 사찰하라고 지시한다.
한편 이색을 도모하자는 이방원을 말리며 '''"이색 대감이 실권은 없어도 사대부들의 존경을 받는 유종이다. 이색 대감을 죽이고도 민심이 아버님을 따를것 같으냐?"'''라고 말했다. 이때 이방원은 잘 알아듣고 숙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장래에 이방원이 정도전을 도모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정도전은 반대로 '''실권은 있어도 별 존경은 받지 못하는 권신'''이 되기 때문. 죽여도 별 정치적 부담은 크지 않은 셈이니…
33화에선 이색의 문하들을 꼬투리를 잡아 숙청할 것을 주청하여 이성계에게 허락을 받아내면서 동시에 "선생은, 이인임처럼 되면 안되우다"라는 언질을 받는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 때문에 옥을 찾아 갔다가 권근, 이숭인에게는 아예 '''사문난적''' 취급당하고, 하륜에게는 누구를 많이 닮아간다는 말을 듣는다. 정몽주에게도 심한 질책을 받고[27] 이어서 "자네는 역성을 꿈꾸는가?"라는 추궁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정도전의 행보에 아내마저 "서방님이 잘못하신겁니다"라며 질책을 받는다. 우왕의 암살 시도 때는 이성계 대신 침소에 누워 김저 등의 자객들을 유인했으며, 한편으로 곽충보를 이용해 변안열과 우왕을 접선시켜 변안열 등의 반대파들을 엮어버려 숙청시켜버린다. 이색도 사임했고 반대파 사대부, 무장들도 대거 귀양가거나 죽어 고려는 완전히 이성계의 세상이 된다. 그 후 남은 등이 이 기회에 대업을 이루자 권하여 심사숙고 끝에 역성을 추진할 것을 결심하고 이성계에게 고한다. 이때까지도 정도전은 새 나라의 문하시중은 정몽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직후 정몽주가 찾아와 창왕의 폐위를 막아주면 전제개혁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하지만 정도전은 이미 왕을 폐위시킬 것을 결심한 후였다. 정몽주는 그 중요하다는 전제개혁보다 폐위가 더 중요하냐 묻고 재차 역성을 꿈꾸냐고 추궁한다.
34화에서 드디어 정몽주에게 역성혁명의 의지를 밝히고 동참할 것을 권유하나 거절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도전은 진노한채 자택을 나가는 정몽주를 급히 잡고 정몽주를 적으로 만들기 싫다는 절실한 감정까지 드러내며 정몽주를 회유하고자 하나 정몽주는 정도전을 역적이라고 단언하며 그의 손을 뿌리쳐 버린다. 끝내 정몽주를 포기못하여 고려의 나약함과 역성의 대세를 설명하면서 역성을 결정하는 자리인 흥왕사의 중신모임에 정몽주를 초대하여 그를 끌어들일려 하지만 이역시 다 거부된다. 이후 흥왕사에서 왕을 두번이나 폐위하는 것은 좋지 않다 여겼기에 선위를 하는 방식으로 이성계를 왕위에 앉히려고 하고 이지란, 배극렴 등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만 이성계가 갑자기 흥왕사로 온 정몽주의 폐가입진을 통한 창왕의 폐위와 정창군 왕요의 옹립을 받아들여서 무산. 정몽주는 역성에 참가하고자 온 것이 아니라 우왕과 창왕의 희생을 대가로 고려왕조를 지키고자 왔던 것이다. 이에 대업을 포기한 건 아니라며 미안해하는 이성계에게 괜찮다면서, 자신 또한 정몽주의 폐가입진 제안에 중신들의 마음이 기우는 것을 느꼈으니 차라리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대업에도 이롭고, 또 만일 선위를 밀어붙였다면 정몽주는 틀림없이 죽음을 택했을 테니 오히려 감사한다고 말한다. 좌우지간 34회 내내 정도전은 몇 번이고 정몽주를 설득하려 하는데, 이색과 갈라설 때나 동문들을 저버릴 때를 생각해 보면 사실상 매달리다시피 한다. 전에 사전혁파에 반대하는 이색 일파를 가차없이 '''정적'''이라고 칭했던 인간이건만... 연기 또한 정몽주 앞에서만큼은 제발, 부탁이네, 한 번만 재고해 주시게 등등 수시로 감정이 드러난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토록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던 정몽주에게 선전포고를 받는다.
35화에서는 윤소종이 정몽주에게 너무 미온적인 정도전에게 불만을 품고 독단적으로 정몽주 대신 이색을 탄핵한다. 이에 탄핵의 남발을 우려하며 이를 반대하지만, 윤소종에게 왕이 될 이성계라면 몰라도 정도전만큼은 칼을 휘두르는데 망설임은 없어야 한다는 충고를 듣고 생각을 바꾸어 이색의 탄핵에 찬동, 이성계를 설득한다. 이 때 이성계는 정몽주의 탄핵철회 요구에 마음이 흔들린 상황이었으나, 이후 길가에서 정도전이 걸인들에게 만두를 사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본 이성계는 정도전의 의도를 따른다.[28]
그리고 2년 정도 흘러서 여전히 계민수전은 반대파에게 막혀 지지부진. 같은 당여인 조준에게조차 계민수전은 너무 과격하니 좀 차근차근 진행하자는 말을 듣지만, 정도전은 계민수전을 자신의 초심과 동일시하며 초심을 잃어버리면 권력욕만 남는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이제 그리고 조반이 명나라에서 이성계가 방해되는 자들을 모조리 없애고 명나라를 치려고 한다는 해괴한 소문을 듣고 오자, 정몽주에게 이를 해명할 사신으로 추천받는다. 이는 엄연한 정몽주의 공격이었고 명에 사신으로 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에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이성계와 당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도전은 명의 사신으로 가기로 한다. 이는 명나라에 휘둘리는 고려 조정의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업을 확실히 진행시키기 위해 명 황제를 이성계의 편으로 만들고 오겠다는 노림수. 한편 자신이 없는 동안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현보를 비롯해 계민수전에 방해되는 자들을 모조리 처리해 옥에 가둔다. 이때 우현보는 혐의도 없이 잡아 가두었는데, 직전 우현보가 윤이와 이초의 망언에 제 이름까지 거론되는 바람에 내심 조마조마했다는 대사를 친 걸 보면 아마도 이것이 구실인 듯.
그로 인해 정몽주에게 그래도 자네를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지 이런 이인임을 능가하는 괴물인 줄 몰랐다며, 앞으로는 대하는 방법을 바꾸겠다는 말을 듣고 이인임의 유언을 떠올린다. 어찌됐건 계민수전이 무너질 일 없도록 반대파를 척결하고 명나라로 떠난 정도전이지만, 정몽주는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정몽주는 먼저 조준을 만나 그가 스스로 생각하는 현실적인 방안인 과전법을 끄집어 낸 뒤 그것이라면 충분히 동의하겠다며 조준을 흔들고, 지병에 방우의 가출까지 겹쳐 심란해 하던 이성계는 감정이 섞인 필사적인 설득으로 과전법에 동의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이성계가 대업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추측도 있었으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과전법 시행만으로도 백성들은 만세를 부르면서 기뻐했지만 계민수전을 통해 민심을 얻어내서 대업을 이룬다는 계책은 붕괴되었다.
36화에서는 어째서 자신의 뜻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 망쳐놓았느냐고 이성계에게 따지지만, 도리어 이성계에게 대업을 말하며 꼬드길 때 말했던, 피 흘리지 않는 혁명, 정당성의 정치를 보여주기나 했냐고 욕을 들어먹었다. 허나 우려하는 바와는 달리, 대업을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고, 정몽주에게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것이란 것을 듣고 내심 안심한다. 정몽주에게 인정받으라는 이성계의 말에 정몽주를 만나 수문하시중이 된 것에 대한 축하도 하고 계민수전을 포기하겠다고도 말하지만 정몽주가 뒤에서 조종한 성균사예의 탄핵상소에 자격논란을 일으키며 가택연금 당하고, 평양부윤으로 제수돼 사실상 좌천되는 것에 어쩔 수 없이 받아치지 못한다. 더불어 부인에게 다 그만두는게 좋지 않겠냐는 말도 들었다. 허나 포기하지 않고, 이성계가 도성을 비운 사이에도 정몽주를 칠 수는 없으니 마저 이색 일파를 치려고 한다.
37화에서 이숭인에게 영문도 모르고 뺨을 맞는데 여기까진 늘 그랬듯 쿨하게 넘긴다. 하지만 우현보에게도 비천한 신분 운운하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뭐라?"'''라며 흥분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도당 회의에서 이색과 우현보를 극형에 처할 것을 논의하던 중 정몽주가 군사들과 함께 들이닥쳐서 자신의 모계가 노비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공격하자 '''"포은!!"'''이라고 외치며 흥분한다. 현대에도 그렇지만 '''패드립만큼 더 한 인격모독과 인신공격은 없다.''' 다만 현대인의 시각에서만 이 사건을 바라보다가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은, 정도전이 정말 천출이면서 재상 자리에 올랐다면 당대 기준으로는 충분히 쇼킹한 사건이다. 즉 정몽주는 단순한 인신공격이 아니라 나라법을 어긴 사실을 지적한 것. 그리고 정몽주는 우현보에게 받은 족보를 공개했을뿐 특별히 조작을 가한 것도 아니다. 당장 정도전 본인도 후배 이숭인에게 불효자(=패륜아) 드립을 쳐서 유배까지 보낸 전적이 있다는 것도 상기하자. 그러나 봉화 정씨 족보에 분명 그의 모친은 영천 우씨로 기록하고 있고 비록 그가 지은 것이라고는 하나 부친 정운경의 행장에도 부인이 영천 우씨라고 되어 있다. 행장이야 그렇다 쳐도 족보는 당시에 마음대로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도전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었을 것이다. 앞서 말한 정도전의 어머니의 출신에 반론은 극중에서도 남은의 입을 통해 간략하게 나왔다. 다만 극중 관점에서는 정작 정도전 자신의 발언으로는 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한 쪽 주장을 채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후 가혹한 국문을 받지만 수시중을 데려오지 않으면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버텼다.
옥사에 갇힌 뒤 찾아온 정몽주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정몽주 본인도 괴로울 거라며 자신이 정몽주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미안해하고, 끝까지 정몽주가 자신과 함께 대업에 동참해주기를 간청한다. 여기에서 정몽주에게 '''"제발 이 쯤에서 멈추시게.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자네가 죽을 수도 있어."'''라고 한다. 그럼에도 정몽주가 '고려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대업'임을 밝히며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을 보며, 언제까지고 포은이 대업에 동참할 날을 기다리겠다고 말한 후 바닥에 엎드려 흐느낀다.[29]'''"이 척박한 삼한의 땅에, 성리학의 이념과 민본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나라를 만들 것일세. 이성계 같은 덕망 있는 자가 군주가 되어 왕도(王道)를 밝히고, 자네 같은 자가 집정대신이 되어 문무백관과 더불어 나라를 다스리는… 그런 나라를 만들 것이란 말일세!"'''
이후 귀양길에 스승과 동문을 배신한 천출 소리를 들으며 돌을 맞는다. 이 때 동문들과 함께 자신을 바라보는 이색을 보며 목례를 하지만 외면당한다.
38화에서는 다시 나주로 유배간 뒤 예전에 왜구의 침입으로 끌려간 영춘을 보수주인으로 만나며 재회하게 된다. 아내가 찾아와 정몽주에게 고개를 숙이자 읍소하는 것도 물리친 뒤 과거 보수주인이였던 황연 일가의 최후를 회상하고 자신의 무력함,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정몽주를 죽이지 못해 만사가 틀어지게 된 절망감을 곱씹으며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그 후 정몽주에 의해 다시 도성으로 압송된 뒤 과거 같이 술을 마시곤 하던 곳으로 불려와서 정몽주에게 술을 받으면서 조만간 참형이 집행될 것이란 통보를 받는다. 다만 형벌은 본인에게만 적용될 것이라 말하며 마지막으로 어찌 온정을 베풀어주길 바라지 않느냐는 정몽주의 말도 뿌리치고 작별 인사를 나눈다. 오히려 자신은 죽이더라도 '''자신의 당여들이라도 살려 줘야 나중에 이성계가 깨어났을 때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까지 해준다. 이에 대한 정몽주의 대답은 "안위 따위를 염려했다면 애초에 이런 지옥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겠지." 극중의 정도전은 이 시점에서 대업의 실패와 스스로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정몽주도 정도전을 죽일 수는 있어도 이성계를 도모하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귀어진의 각오로 새 나라의 사상적 기반인 정도전 일파라도 제거해서 고려의 생명줄이라도 보전하자는 그야말로 지독한 고육지책이다.
정몽주가 만약 정도전이 처음 나주로 유배를 갔을 때 자신이 맹자를 선물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인가를 물으며 후회하자 나주에서 처음 유배가서 만난 영춘이 징병가서 죽은 줄 알았지만 다시 살아와서 자식들도 낳고 나주도 왜구들의 침입으로 황폐화되었지만 결국 다시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되고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고 하면서 '''자신의 스승은 맹자가 아닌 백성들이었다'''고 하면서 '''"참으로 나약해 보이지만 더없이 끈질기고 강인한 존재, 그게 백성들일세. 해서 나는 믿네. 이번이 아니되면 그 다음에, 그 다음이 아니되면 또 그 다음. 언젠가, 진정한 백성의 나라가 이 삼한 땅에 세워질 것이라고 말일세."'''라고 정몽주에게 말한다. 정도전이 비록 난세의 정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괴물의 길을 택했어도, 백성을 위한다는 초심은 결코 잊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정몽주는 마지막으로 술을 나누면서 정도전에게 작별을 고하고 눈물을 흘린다. 정도전도 정몽주의 건승을 기원하며 작별의 인사를 전한다. 그것이 '''친우 정몽주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39회에서는 정몽주와 헤어진 후 옥에서 이성계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올리나[30] 참형 집행일에 이성계가 깨어나는 바람에 이성계의 눈치를 본 형조가 본인은 물론 정도전 당여들의 처형을 미뤄서 살아남았다. 옥에 이방원이 찾아와서 정몽주에 대한 처리에 대해 언급을 하자 방원의 멱살을 잡고 절대로 정몽주를 제거해서는 안 된다고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이 며칠 후 밤중에 옥에서 풀려나는데, 배극렴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배극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도전을 선지교로 데려가고 결국 그곳에 있는 처참하게 살해당한 정몽주의 시신을 보고 통곡하고 만다.
40회에선 이방원에게 다신 숙부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며 유람을 떠나버린다. 이후 등장이 없다가 백성들과 밭 갈아준 후 새참을 먹으면서 이성계가 왕위를 한사코 거절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때 백성들이 방랑하며 허름한 차림을 한 정도전을 보곤 "요즘 고려에 충성하다 쫓겨난 양반들이 많다 그러는데 저 사람도 그러나보다."하고 짐작한다. 다시 도성으로 돌아가 권근과 하륜을 만나고 하륜의 안내를 받아 정몽주의 무덤을 찾아간다. 이곳에서 하륜이 '군주는 냉정하고 단호하며 권력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라며 이인임을 예시로 들고, 이성계는 덕망높은 영웅이기는 하지만 저런 것들은 가지지 못한 순진한 사람이라며 이성계를 왕으로 선택한 이유를 묻는데, 정도전은 그래서 이성계를 왕으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후 찾아온 이방원에게 네가 한 일로 대업의 정당성도 백성들의 지지도 모두 다 사라져 버렸다며 이방원을 대업에 동참시킨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 뒤 숙부라고 부르지 말라는 말을 다시 하는데, 이색이 정도전 자신에게 했던 절연 선언에서 단어 몇개만 바꾸면 똑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후 이성계의 집에 나타나서, 왕위를 거부하면서 고옥새를 집어던지고 있는 이성계에게 독대를 청한다.
4.5. 대업을 향해 나아가는 괴물, 끝에서 무너지다
'''"대감, 조선은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옵니다. 조선에서의 임금은 만백성의 어버이. 백성 위에 군림할 뿐,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집정대신입니다."'''
'''"(정몽주의 무덤 앞에 삼봉집을 바치면서)나도 이제 살 만큼 살았나 보이. 자식놈들이 내 문집을 만들어 주면서 한사코 유람을 다녀오라 하더군. 갈 데도 없고, 친구도 없고, 내 그래서 포은 자네를 보러 왔지 않겠는가. 잘 지내셨는가...(정몽주와의 지난날을 회상 후)... 누가 나더러 괴물이라 그러더군. 자네 떠난 뒤로 내 딴엔 진짜 괴물이라 여겼는데 고작 방원이 놈 하나 못 죽였다네. 괴물,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닌가 보이…. 괴물도 아니고 자네 같은 현자는 더더욱 아니고... 내 그래서 나는 아니 된다 하지 않았는가… 몹쓸 사람 같으니! 천하에 어리석은 사람 같으니.... 포은, 이제 다 끝났네. 대업이... 이제 마지막만 남았을 뿐이네. 머지않아, 이 삼한 땅에 제대로 된 민본의 역사가 시작될 것일세.... 지켜봐 주시게.... 저승에서... 이 못난... 벗에게... 힘을 주시게, 포은....[31]
"'''
(이방원:"허면 그대가 생각하는 나라의 임금은 뭐요?")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
'''"포은, 나는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네…!"'''
41화에서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정몽주와의 싸움의 완수, 즉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역성의 대의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이성계를 설득하여 왕위에 오르게 만들었으며 동시에 이성계를 성군으로 만들기 위해 고려 추종세력의 대한 탄압은 자신의 이름으로 할 것을 말하였으며 이색 문하의 반발로 대과에 유생들이 참석하지 않자 고려 추종세력의 기를 꺾기 위한 시범타로 우현보의 세 아들, 이색의 아들 그리고 동문 이숭인을 장살하기로 하다. 남은에게 말하기를 황거정에게 '한 명이라도 살아남았다는 소식이 오면 넌 죽을 것이고 전부 죽이고 돌아오면 개국공신의 말석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이숭인을 죽이라고 전하라 명령했다.[32] 이때 남은은 정도전의 정신이 견딜 수 있겠냐며 걱정을 했다. 그리고 이숭인이 죽을 때쯤 사당에 향을 피우며 잘가시게 도은이란 한마디로 명복을 빌어 주었다. 한편 이방원에 관해서는 여전히 쌀쌀맞게 대했지만 화해를 주선하는 등 나름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세자책봉에 관한 문제가 불거지자 세자의 어울리는 자는 덕망이 있는 자여야 한다는 말을 통해서 이방석이 세자로 오르는데 간접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42화에서는 이성계에게 세자로 의안군을 올리면 주변의 형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성계가 자신이 일을 진행시킬테니 모르는 척 해달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는 세자 책봉으로 조정이 시끄러운 가운데 개국공신명단을 작성하면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인다. 이방원에게 자신이 세자가 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을 듣지만, 이방원이 정도전의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왕권'''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이방원을 세자로 앉히지 않으려는 결심을 굳힌다. 반면 이방원을 대하는 이방석이 임금은 말하는 입보다 듣는 귀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자 세자로 만들기로 결심을 굳히고, 이성계에게 가서 공신명단을 건네주면서 이성계의 아들들을 공신명단에서 빼버렸다고 말하며 이 명단을 인정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이방석을 지켜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도전 당여들과 의견마찰이 일어나는데 조준, 윤소종 등은 의안군을 세자로 하다니, 너무 무리수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남은도 다소 당황해한 구석이었지만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방석의 세자책봉 이후 고려사를 편찬한다는 내용이 내레이션으로 간략하게 나오고 명나라에 사신으로 떠난다.
43화에서 명나라에 가서 주원장을 설득하며 책봉을 받을려고 하지만 주원장이 사실상 무장해제를 하라는 말에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유념하겠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조선으로 돌아와보니 이성계는 천도를 하겠다고 난리고 신하들은 반대하느라 난리고 거기다 이성계가 반대하는 자들을 다 잡아 가두겠다고 군사를 풀어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정도전은 이성계와 만나 저 개판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이성계의 분섞인 푸념을 듣고 '''"흐뭇하다. 간쟁이 많을수록 나라가 건강하다는 증거다."'''는 감상을 내놓는다. 이에 이성계는 팔은 안으로 굽냐며 정도전이 신하편을 든다고 실망하지만, 정도전은 '''신하의 본분은 간쟁하는 것과 임금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라며 그들을 나무라지 말 것을 청한다. 이에 이성계가 그럼 왕의 의무는 무엇이냐며 묻자, 정도전은 '''"듣고 참고 품는 것이다"'''란 말을 한다. 이성계는 이 말을 듣고 왕이란게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다르다며 실망감과 아쉬움이 담긴 푸념을 내놓는다.
천도 문제에 대해서 정도전은 이성계의 뜻을 존중한다. 심지어 자신이 혐오하는 잡학인 풍수지리를 써도 좋다는 말을 한다. 단지 천도 시기만은 도당과 의논해달라는 청을 하고 들어준다면 자신이 신하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명나라가 이성계를 책봉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이성계에게 전하고, 지금의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 즉 떡을 먹기 위해서 미운 아이 떡하나 더주는 방식으로 명나라를 압박하자는 발언을 통해 이성계에게 천도유보를 받아내고 심지어 모든 군권을 얻게 된다. 천도문제로 이성계와 공신들 간의 틈이 벌어진 현 상황을 기회로 보았던 이방원은 정도전이 이를 손쉽게 처리하자 실망하고, 하륜은 정도전이 이인임보다 더한 위세를 누리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인임은 군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데 정도전은 그랬으니 그런 평가가 나온 것. 그리고 얼마후 장남 정진을 불러 이후 조선 법전의 기반이 될 조선경국전 원고를 내놓아 책으로 만들 것을 명한다. 게다가 아들을 불렀을 당시 정도전은 종묘에 쓰일 제례악을 작곡하고 있는 멀티태스킹을 보여줬다.
그러나 도중 윤소종이 졸하였단 비보를 듣게 되고 그의 빈소에서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윤소종의 상가집에서 오랜만에 이방원을 만났는데, 그에게서 정도전의 권력이 과하고 스스로 이 나라의 왕인 양 행세한다는 비난을 듣는다. 그러자 정도전은 자신이 생각하는 조선은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집정대신이 다스리는 나라, 즉 재상총재체제의 나라임을 피력한다. 그리고 사병 혁파를 언급하며 사실상 왕실 종친들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여 이방원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이 장면은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이 "이 나라는 이씨의 나라지 정씨의 나라가 아니다"라고 하자 정도전이 "이 나라는 이씨의 나라도 정씨의 나라도 아닌 백성들의 나라"라고 대꾸한 장면과 분위기에서 대사까지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정도전은 민본을 강조한 용의 눈물과 달리 집정대신, 사대부에 의한 나라 조선을 꿈꾸고 있다는 인상이 더 강하다.
44화에선 앞서 재상총재체제란 종래의 상식과 어긋난 말을 들은 이방원이 어이없어하는데 정도전은 앞서 한 말을 더 확실히 정의한다. '''신분, 학연, 지연없이 과거를 통해 능력을 중심으로 뽑은 관료들로 찬 조정. 지방의 호족, 군벌들에게 흩어진 권력을 회수한 강력한 조정. 그리고 그 조정의 우두머리인 재상이 나라를 다스린다.''' 이방원은 자신이 가만히 있을거 같냐며 크게 반발한다. 이를 들은 정도전은 해보고 싶은데로 해보라며 역도발한다. 그렇게 조선법전의 기틀이 될 조선경국전은 세상에 나온다.
이로 인해 왕자들의 반발을 들은 이성계에게 재상총재체제가 어째서 필요한지를 질문받자 '''"왕은 세습되지만 재상은 그렇지 않는다. 왕은 현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폭군도 나온다. 그렇기에 왕에 의한 통치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재상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고 그들은 해임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라고 한다. 이성계는 이인임도 재상이었다는 반론을 내놓지만, 정도전은 조선의 조정은 고려처럼 혈통이 아닌 과거를 통해 철저히 능력 위주로 뽑힐 것이고 재상은 그들의 정점이라며 이인임과 다름을 주장한다.[33]
이러한 정도전의 사상에 이성계는 자신이 생각하는 왕과 지금의 자신이 다르다는 아쉬움을 겹쳐보면서 결국 조선경국전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정도전은 이성계의 조선경국전을 불태우란 명을 거부. 이에 이성계는 자네라면 그럴 것 같았다며 백성들을 사람답게 살고, 포은에게 자랑할만한 좋은 나라 만들자고 했던 맹세를 상기시키고 이 것만은 지켜달라며 결국 조선경국전 채택을 수락한다. 이로서 정도전은 사실상 조선의 전권을 가진 셈이 되었다. 정도전은 자신의 이상을 향한 첫 발로 사병혁파를 남은, 심효생과 같이 시도하기위해 군사훈련이란 명분을 세워 모든 왕자들과 절제사의 경기 지방 사병들을 호출하지만 이들은 모두 핑계를 대고 호출을 거부한다. 그리고 이 것이 이방원의 짓임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주원장의 왕자를 사신을 보내라는 칙서가 왔고 이에 조정에서는 이를 받아들일지, 지금까지 행했던 북방 국방정책을 어찌 할지 이견이 오간다. 정도전은 좀 조용해 질 때까지 국방정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곧바로 대전으로 가 이성계에게 이방원의 야심이 세자를 위협할 것이고 잘못하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안군 이방원을 명나라로 보낼 것을 주청한다. 이는 이방원이 자발적으로 갈 것을 이성계에게 알리면서 결론이 나는데 이방원은 자기가 가는 대신에 사병혁파는 미루어달라고 타협하는 바람에 사병혁파는 중단되었다...인줄 이방원은 알았는데...정도전은 이방원에게 명나라에는 어차피 갈 것이었고 자기와 한 약속도 아니잖아란 태도를 취하며, 좀 있다 다시 할 것임을 단언한다. 이 때 이방원에게 잘 다녀오라고 한 말이 걸작. 그 뒤 하륜이 사병혁파를 방해할 작정으로 천도 문제를 다시 들고나오자, 끝장을 보자면서 이성계에게 중신들을 소집해줄 것을 청한다. 아마도 천도문제의 주도권을 자기가 잡고자 함인 것으로 보인다.
45화에서 이성계에게 무악 천도는 반대하지만 백성에게 민폐를 적게 끼치는 방향으로 천도할 것을 건의하고 이성계가 한양을 제시하면서 천도 문제를 정리한다. 계속해서 천도를 반대만 한다면 공신들과 이성계의 사이가 나빠질 것을 염려한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준이 아무 말도 없이 독단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한다. 그리고 무학대사가 장자에게 좋지 않아 궁궐의 방향을 바꾸자고 애기했는데, 술수라고 말하면서 무학대사의 의견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경복궁 건설을 총괄하면서 틈틈이 책을 만드는 모습이 내레이션과 함께 나왔다.[34] 한양 천도 후 연회에서 이성계가 그동안 수고 많았다면서 격려하고 이에 정도전이 눈물을 흘리면서 오랜만에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록에도 기록된 정도전의 춤 또한 빠짐없이 재현되었다.[35]
그러나 이 이후 진법훈련을 다시 강행하기로 하는데 가마를 타고가다가 진법훈련을 중단해달라는 이숙번을 만난다. 정도전은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말로 타일러서 되돌려 보내려다 이숙번이 말을 듣지 않자, 칼집으로 두들겨 패고 누구든지 진법훈련에 반대하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렇게 될 것이라 말한다.[36] 이런 정도전의 극단적인 모습에 남은이 우려를 표하는데 무언가에 쫒기고 있는것 같다라고 말하였으며 정도전은 부정하지 않고 이성계의 나이는 많고 자신도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나이이면서 아직 세자는 어린점 때문에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사병혁파를 진행하는 것이라 언급했다.[37]
46화에서 표전문 시비로 명나라에서 정도전을 부른다. 대신들이 표전문을 마지막으로 교정한 권근을 보내라고 건의하고[38] 이성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 위기를 넘긴다. 그리고 이숙번을 비롯한 하급 관료와 유생들 그리고 하륜 일파의 공격에 강경책을 행하려고 했지만 조준의 거부로 실패한다.[39] 이후 이성계와 독대하고 오는 하륜을 만나 물러날 것을 권고받고 사가에서 부인 최씨가 이제 사람 죽이는 일에 아들들까지 끌어들이냐면서 바가지를 긁자 고민 끝에 잠시 관직에서 물러나기로 한다. 그리고 유람을 떠나기 전에 이방원과의 대화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 곳은 다름아닌 '''요동#s-2'''이었다. 득보아범에게 우리 조상이 말을 타고 달렸다는 곳이라 설명하며 드디어 정도전의 요동 정벌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으며, 이것으로 정도전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거기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신덕왕후 강씨가 병에 걸려서 극 중에서 퇴장할 날도 머지 않았다.
47화에서 조정으로 돌아오는데, 신덕왕후의 사망을 알게 된다. 이후 이방원이 조준과 접촉하자 하륜을 탄핵하고 이방원과 만나 하륜을 보낸 이유가 주원장과 이방원 사이의 일종의 커넥션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말하고 황제가 자신을 죽이라고 한 것도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명 황제와 사병을 내려놓을 것을 고한다. 이러한 옥사에 조준이 불만을 가지고 따지러 왔지만 옥사는 정당한 것이라 피력하였으며 조준이 이방원과 접촉하고 있었기에 알릴수 없었다고 말하였다. 이에 조준은 자신도 의심하냐며 화를 내자 이방원에게 사람을 붙인거라 변명하였으며 도당으로 복귀시킬 것을 명령조로 말하자 조준은 자신을 부하 다루듯[40][41] 하지 말라 하였다. 이에 정도전은 동지로서 요청을 하는 것이라 말하자 조준은 정도전에게 민본의 대업을 논하기 부끄럽지도 않냐며 일갈하며 군자가 되라고 하자 군자의 역할은 조준 즉 정몽주를 대신하는 역할이며 자신은 대업의 적이 남아있는한 악역을 할 것이라 말하였지만 조준은 동의 못하는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1년 후인 1397년에 조선의 군사력을 시험하기 위해 대마도 정벌을 실행해 성공하고 그동안 군량미[42] 와 무기류 확보에 주력하였으며, 첩자들을 통해 명나라와 여진족의 상황을 파악해 왔다. 그즘 명나라에서 정도전 압송 요구가 다시 날아들고, 이성계와 다른 신료들이 자리한 상황에서 '''요동정벌'''을 할 것을 내비친다.
48회에서는 정도전이 주장한 요동정벌은 큰 파란을 불러온다. 이에 남은은 정도전이 위기타파와 사병혁파의 명분으로 요동정벌을 내세웠다고 생각했는데, 정도전은 '''진심'''이었다. 정도전은 명황제 주원장이 70이 넘어 병이 있는 데다가 후계자인 그 손자가 너무 어려 후계 구도를 두고 정국이 혼란스러워 명나라가 요동에 간섭하기 힘들고,[43] 요동에서 여진족이 서로 싸우는 혼란스런 상황에 놓여있다며 그들이 뭉치기 전에 복속시켜 고구려가 말갈을 지배했듯이 써먹겠다는 자신의 요동정벌 구상을 털어 놓는다. 또 이성계에게 이성계와 이지란이 살아있는 지금이 아니면 요동정벌의 적기는 없다며 서두르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조준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둘간의 틈이 완전히 벌어진다. 양자의 의견을 들은 이성계는 잠시 생각하다 결국 조준의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도전을 동북면으로 좌천시킨다.
동북면에서 정도전은 이성계가 원할 것이다라며 군사훈련에 매진하는데, 아니다 다를까 얼마안가 이성계가 자신의 호인 송헌의 이름으로 밀서를 보내와 요동정벌의 지지를 표한다. 더불어 이성계는 밀서에 정도전을 자신의 벗이라 칭하며 그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보여 주고 힘내라며 술을 보내 온다. 또한 편지에 써놓길 이성계는 정도전이 요동정벌론을 내비친 그날 이미 마음이 그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반대파의 기세가 만만치 않자 삼봉을 뒤로 빼 그를 지켜주기 위해 잠시 동북면으로 피신시킨 거였다. 정도전은 이를 보고 북돋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울부짓는다. 그렇게 한양으로 돌아온 정도전은 요동정벌 계획을 시작한다. 자신을 반대하는 조준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이성계에게 요동정벌 반대를 주청하려는 이방원과 이숙번에게 얌전히 돌아가라며 협박을 하기도 한다. 더불어 요동정벌을 허황되었다며 실행 불가능을 주장하는 이숙번에게 자신의 파란만장한 대업인생을 들며 밥버러지가 되기 싫다면 '''불가능한 꿈''' 하나 정도 가져두라는 말을 한다. 이에 이방원은 '''좋은 조언'''을 들었다며 순순히 물러난다. 이후 이성계에게 요동정벌의 일보로서 사병혁파를 할 것임을 알린다, 이성계가 왕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라며 불안을 표하자, 정도전은 지금 당장 기습하여 사병을 몰수해야 함을 주장하고 그 말 그대로 이루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왕자들은 이방원의 집에 모여 쿠데타 모의를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리 사병혁파라는 기습을 당한 이방원은 격렬하게 반발하지만 정도전은 직접 이방원의 자택에 와 반항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조선에서 사병은 혁파되었다는 선언을 한다.
49화에서 이방원이 사병을 순순히 내놓으려고 하지 않자 진짜로 궁수들을 배치해서 죽이려고 하지만 민씨가 사병 명부를 넘겨주겠다면서 남편을 살려달라고 하면서 넘어간다. 그러나 곧이어 이방원이 반항하면서 장수를 밴 것을 문제삼아 잡아 가려고 한다. 그러나 민씨가 무릎까지 꿇고 이방원과의 지금까지의 인연을 들며 용서를 애원하자 그만 넘어간다. 심효생은 이를 왕자들의 기를 꺾을 절호의 기회였다며 안타까워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정도전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이 때쯤 불씨잡변이라는 책도 썼고 조준에게 화해의 제스처로서[44] 불씨잡변의 서문을 써달라는 요청을 하지만 조준은 거부. 요동정벌을 더 거세게 반발한다. 이에 정도전은 '''민생 최대의 적은 외적이며 굴복적인 사대가 아닌 당당한 사대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조준은 이를 궤변으로 정의하고 '''미사여구를 붙여본들 전쟁으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변함없이 반대한다. 결국 타협의 여지가 없자 정도전은 다시 한 번 조준에게 용퇴를 종요하고 그게 아니면 '''묏자리'''를 알아 두라는 정도를 넘어선 폭언을 하고 만다. 그러자 조준은 정도전을 '''괴물'''이라 칭하고 나가버린다.
이후 금상첨화로 명태조 주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요동정벌 준비는 날개 돋힌 듯 이루어지지만, 이성계의 병세가 깊어져 쓰러져 버리고 반대파의 기세가 강해져 요동정벌은 무산될 위기에 봉착한다. 덕분에 정도전의 행동은 더 과격해져 요동정벌군의 기강이 헤이하다는 이유로 왕자들 뿐만 아니라 이지란과 같은 최중요 개국공신이나 남은과 같은 자기 최측근들까지 모욕을 주는 행위를 저지르고 만다. 남은의 경우에는 사람이 좋아 넘어갔지만 이지란과의 관계는 파탄나고 말았다. 이성계의 상태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자 심효생이 후환을 제거하기 위해 왕자들을 제거하자고 주장하고 정도전은 이를 받아들인다.
정도전은 먼저 이성계의 용태가 안 좋다는 핑계로 한씨 소생의 왕자들을 한밤중에 궁궐로 불러들인다. 그런데 궁궐에는 숙위병은 커녕 내관들조차 안 보여 그야말로 수상 그 자체였고, 이를 꺼림칙하게 여긴 왕자들은 이방원을 제외하고 모두 병을 핑계로 궁문 앞에서 도망친다. 이방원은 지금 물러나면 의심을 살 것이라 생각하고 궁으로 들어선 것이었지만, 사실 이는 정도전의 모략으로 일부러 궁궐분위기를 수상쩍게 만든 다음 도망간다면 왕위를 노릴 강단이 없는 놈일테니 죽일 필요가 없고 들어온다면 강단이 있는 놈이니 들어오는 놈을 죽일 생각이었던 것. 완전히 허를 찔린 이방원이었지만 어찌된 게 정도전은 이방원을 죽이지 않고 단지 동북면에서 조용히 은거하며 살아갈 것을 맹세시키고 내보낸다. 그리고 의식없이 누워있는 이성계앞에서 정도전은 자신이 까닥 잘못하면 이방원을 죽일 뻔했고 언젠가 다시 그를 죽이려 할지도 모른다며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하소연하며, 이성계에게 제발 눈을 떠달라는 애원을 한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닿은 듯 이성계는 눈을 뜬다. 이후 자식들이 만들어준 문집을 들고 자식들의 권유로 아내와 유람을 떠나게 되는데, 갈데도 없고 친구도 없다며 정몽주의 묘에 찾아가 과거 정몽주에게 '''정몽주가 새로운 재상이 되어 이루는 화합의 정치'''에 대해 말했던 것을 회상하며 자신은 재상의 그릇이 못 된다고 하지 않았냐면서 한탄하며, 괴물이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며 정에 휘둘려 이방원 하나 못 죽인 자신을 자조하고, 괴물도 되지 못하고 정몽주처럼 현자도 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구슬퍼한다. 이후 그간 냉랭한 관계였던 아내 최씨와 화해한다. 그리고 역사대로 남은의 첩의 집에 모여서 술자리를 가지는데 종이 울리자 뭔가를 느낀 듯 멈칫하는 모습을 보인다.
49화를 보면 원경왕후 민씨가 정을 호소하며 빌 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이방원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그리고는 비록 정적이더라도 이성계의 총애하는 아들이고, 자신의 의조카인 이방원을 잠시나마 죽일 생각을 지닌 자신을 혐오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금의 자신이 잘못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인다. 이에 정몽주의 묘 앞에서 괴물도, 정몽주같은 현자조차 되지 못한 자신을 자조하는데, 이는 정도전이 괴물에서 '''인간'''으로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물론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외치듯 언제 괴물로 다시 돌아갈지 모를 상황이긴 하지만, 정도전이 인간으로서 고른 그 한순간의 선택이 본인의 파멸을 불러 올 줄이야…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따로 없다.
50화.[45] 에서는 이방원의 반란으로 인해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고 있는 사실도 모른채 송헌방에서 남은 등과 덕담을 나눈다. 그러다 잠시 송헌방 밖으로 나와 남은과 이야기하며 자신이 저지른 온갖 모략을 떠올리지만, 정도전은 착하게 살려 했으면 정치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가 없음을 밝힌다. 더불어 요동정벌의 마지막 계획을 남은에게 이야기하는데, 요동정벌이 완료되고 나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명나라로 직접 갈 생각이었다. 정도전이 대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안 남은은 대업에 끼게 해주었다고 정도전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듯 하건만 갑자기 밖에서 칼부림과 비명,고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정도전 일행은 그제서야 변란의 발생을 알게 된다.
남은은 직접 나가 싸우나 숫적 열세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어 일시 퇴각, 심효생은 도망치다 참살된다. 이런 상황에 정도전은 자리를 뜨지 않는다. 그리고 송현방에 들이닥친 이방원과 드디어 대면한다.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자신이 방심했고 이방원을 죽이지 못했기에 이런 참사가 벌어졌다며, 대업이 자신으로 인해 무너졌다며 자책한다.[46] 얼마 안돼 자신을 구하려고 군사를 이끌고 들어온 아들 정영과 정유가 참살되었다는 참담한 소식이 이방원을 통해 들어오고, 이에 더이상 자신을 모욕말고 죽이라는 말을 하지만, 그러나 이방원은 재상중심의 정치체제만 포기한다면 그가 대업을 통해 구현하기 원했던 모든 정책들을 수용하겠노라고 약속하며 자신의 신하가 될 생각이 없는지 묻는다. 그러나 정도전은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방원은 대업에 미쳐있던 정도전이 재상총재제만 포기한다면 대업을 이룰 수 있다는데 거부하는 이유를 의아해 하는데, 정도전은 그 이유를 극 중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이방원은 '''"허면 그대가 생각하는 나라의 임금은 뭐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정도전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47] 라고 답하여 마지막까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이방원은 결국 회유를 포기하였고, 정도전의 공들인 사상과 업적은 물론 명예까지 철저하게 밟아버리는 저주를 날리면서 정도전은 결국 절명시를 읊고는 죽임을 당한다. 이 때 이방원이 정도전을 간신으로 만들고 충의 상징인 정몽주를 숭상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희미한 미소를 띄우더니 이내 소리내어 크게 웃는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정도전은 정몽주의 이상에 의해 운용되는 민본의 나라를 원했다. 그런데 자신이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면서 해오던 모든 업적들이 부정되고, 자신의 친구이자 정적이며 자신이 멸망시킨 나라의 마지막 충신인 정몽주가 충의 상징이 된 탓에 본래 목적이 어긋났고 민본도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지만 어쨌든 그 꿈이 지금 이루어지게 생겼으니 아이러니한 감정을 느꼈으리라.[48]'''"임금은 이씨가 물려받았지만, 재상은 능력만 있다면 성씨에 구애받지 않는다. 나 같은 정씨, 조씨, 강씨, 최씨, 박씨. 이 나라 모든 성씨를 합쳐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이방원: 뭐라고 합니까?) 백성이다. 왕은 하늘이 내리지만, 재상은 백성이 낸다. 해서 재상이 다스리는 나라는 왕이 다스리는 나라보다 백성에게 더 가깝고, 더 이롭고 더 안전한 것이다."'''
'''"조존과 성찰 두 곳에 온통 공을 들여서'''
'''책 속에 담긴 성현의 말씀 저버리지 않았다네.'''
'''삼십 년 긴 세월 고난 속에 쌓아 놓은 업적,'''
'''송현방 정자 술 한 잔에 그만 허사가 되었구나."'''
죽어가면서 정도전은 어쩌면 사후사계에서 정몽주와 다시 한 번 만나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울음을 터트린다. 민본을 위하여 자신의 스승과 동문들을 버리고 온갖 욕을 먹으면서도 수십년을 받쳐 목숨걸고 달려왔던 그 행보가 뜻을 이루기는 커녕 도리어 역행해버렸으니 그 한이 얼마나 심했을지 가늠할 수가 없다. 정몽주 역시 정도전에게는 많은 말보다는 미소를 지으며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돌아가자고 말하고 정도전은 정몽주의 손을 붙잡게 되는데 현실에서는 마치 고통 속에서 구원받은 것과 같은 모습으로 숨을 거둔다. 정도전의 영혼은 친구 정몽주에게 구원받으며 떠났으나, 남겨진 시신은 희생자들과 합장되지 못하고 아무도 오지 않는 산골짜기 어딘가에 버려지고 말았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한 곳에 모아서 공양했는데 당연히 최씨 부인도 남편이 거기 있겠거니 하고 찾아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흐느끼고 만다. 하지만 생전에 불교를 좋아하지 않았던 정도전이 죽어서 무학대사의 공양을 받는 모습도 어울리진 않긴 하다.'''"방원아. 기억하거라. 이 땅의 백성이 살아있는 한, 민본의 대업은 계속될 것이다."'''
의도 된 장면인지는 불명이나, 정도전이 골짜기에 굴러떨어지는 장면은 1화 시작 부분에 정도전이 산을 오르는 부분과 대비된다. 산을 오르는 것 처럼 힘들게 대업을 이루었지만 굴러 떨어지는 것처럼 몰락은 한 순간이라는 것.
이후 정도전의 일대기가 내레이션으로 나오고[49] 정도전이 연병장에서 군사들에게 불가능한 꿈을 가지라는 연설을 하는 모습이 나오며 끝난다. 다만 병사들을 보며 이야기하다가 스탭롤이 다 올라가고 연설이 마무리되며 정도전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시선이 연병장의 군사들이 아니라 '''카메라'''를 향하는데, 이렇게 되면 정도전이 연병장의 병사들이 아니라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보는 모양새가 된다. 즉 마지막 대사는 드라마 속 정도전이 시청자들에게 직접 던지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삼봉 정도전. 봉화의 향리 가문의 출신인 그는 고려 말 청백리로 명성이 높았던 염의선생 정운경의 장자로 태어났다. 정운경은 그에게 후세에 도를 전할 큰 인물이 되라는 의미로 도전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목은 이색의 문하에서 수학하면서 정몽주, 박상충, 이숭인 등과 교유하였다. 공민왕 대에 과거에 급제한 그는 우왕 즉위 직후 이인임의 친원정책에 반대하다가 나주 거평부곡으로 유배를 당했다. 이후 십년 가까운 유배와 유랑생활을 거치면서 백성의 고통을 몸소 체험한 그는 역성혁명을 결심하고 동북면의 군벌 이성계와 의기투합하였다. 이성계의 천거로 관직에 복귀한 그는 1388년 위화도 회군 이후 조준, 남은 등 급진파 사대부들과 더불어 전제개혁, 폐가입진 등을 주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스승인 이색은 물론 정몽주와 갈등을 빛던 그는 마침내 정몽주의 탄핵을 받아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이방원이 정몽주를 척살함으로서 목숨을 구한 그는 1392년 7월 조준 남은 배극렴 등과 더불어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하여 조선을 개창하였다. 개국 일등공신이 된 정도전은 왕조의 기초를 다지는데 주력하였다. 조선 최초의 법전인 조선경국전을 비롯하여 수많은 저술을 남기는 한편 한양 건설, 사병혁파 등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조선을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로 만들고자 하였다. 무엇보다 민본과 민생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그는 토지개혁 등 세제감면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표전문 사건 등 명나라와의 갈등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요동 정벌을 추진하던 와중에 세자 책봉에 불만을 품은 이방원에 의해 5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방원은 그를 역적으로 매도하고 그의 업적 또한 폄하하는 작업을 펴는 동시에 사병혁파 등 정도전의 정책 대부분을 수용하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였다. 조선 왕조의 기틀을 다지고도 역적으로 규정됐던 그의 명예는 500년이 지난 고종 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회복되었다. 고려 말의 난세에 절망하지 않고 민본의 이상으로 역성혁명을 기획하여 마침내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고 설계했던 삼봉 정도전. 그는 우리 민족사에서 손꼽힐만한 위대한 혁명가이자 대정치가다."'''
- 에필로그 연설 전문
5. 캐릭터 묘사
여담으로 25화에서 정도전이 이성계와 정원에서의 독대에서 보인 정도전의 요동 정벌에 대한 태도가 의미 심장하다. 정도전은 북벌을 정몽주를 포함한 타 사대부처럼 해서는 안 되는 전쟁이란 태도를 보이지 않고 '''지금의 고려는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고 말하기 때문. 해석에 따라선 힘만 된다면 해도 된다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후일 벌어질 정도전의 북벌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피폐해진 내정을 정비하고 한창 전성기를 달려가던 그 시절의 명도 조선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최근의 해석처럼 내부 개혁을 위한 명분이였다고 설정할 수도 있겠지만 정도전의 흑화와 맞물려서 또 다른 묘사도 가능한지라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정몽주가 고려의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간간히 이성계를 도와주는 역할이라면 정도전은 철저하게 이성계의 참모로서 움직이고 있다. 위기에 빠진 이성계에게 고육지책을 전해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나 이인임의 꾀를 알아차리고 역공을 가하는 모습은 처음의 혈기방장한 독설가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말할줄 알던 올곧은 선비가 세상에 절망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독수도 마다않고 죽마고우 앞에서조차 속내를 감추는 냉혹한 책략가로 변한 모습은 보는 사람에 따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성계가 대업의 결심을 한 후 정몽주를 찾아가 "자네가 문하시중이 된 세상을 꿈꿨다"라며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돌려 표현하고, 이성계가 포은 선생과는 적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할 때도 자신 역시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동참시키겠다고 말하며 정몽주가 역성혁명을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만 않을 것이란 점에서 이인임 같은 괴물로의 변화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하겠다.
사실 정도전은 흑화하기 전이나 후나 목적을 위해서는 가차없는 행동으로 보여준 다소 모진 인물로 그려졌지만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무른, 의외로 여린 면을 보여준다.''' 양지가 무고로 인해 죽을 위기에 처했을때 자존심을 버리고 이인임에게 무릎을 꿇으며 사정한 적이 있었고, 정몽주와는 줄곧 역성혁명의 뜻을 비치기 망설였으나 일단 뜻을 내비치고 난 뒤 정몽주가 냉혹하게 돌아서자 그를 붙잡으며 포은만은 꼭 같이 역성에 동참했으면 한다라고 몇번이나 애원하다시피 했다. 윤소종도 정몽주 탄핵을 반대하고 이색을 탄핵했다 하여 탄핵 남발하지 말라고 하는 정도전에게 "이성계 장군은 군왕이 될 분이니 탄핵에 반대하는 게 맞지만, 영감은 다릅니다. 칼을 뽑아야 할 때는 망설이지 마십시오. 설령 상대가 포은 정몽주라도 말입니다."라며 지적했을 정도. 대업을 위해서 스승과 동문들을 정적으로 삼고 냉정하게 제거하려던 그 정도전이 말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방원을 죽일 기회가 몇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조하다가 결국 이방원에게 당했다는 점도 그 점을 시사한다. 반면에 정몽주는 평소의 온화한 성품과는 달리 한번 마음을 먹으면 어떤 희생이 따르든 가차없고, 목적을 위해서는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키는 의외로 모진 구석을 보여주고 있으니 여러모로 정도전과는 대비되는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정도전과는 달리 정몽주는 자기 형제와도 같았던 정도전을 자기 손으로 사실상 끝장냈다.[50] 게다가 정몽주는 이성계도 자기 손으로 죽이려고 했었던 인물이다.
이렇게까지 몰린 것은 이성계가 정몽주를 반드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방관에 가까운 관용을 베푼 것도 있지만, 정치 공학적으로 해석할 때 정도전이 끝내 정몽주를 회유하지도, 정치적인 수단으로 밀어내지도 못한 탓이다. 무엇보다 정도전은 '''정몽주의 정치적 역량을 얕봤다.''' 공양왕 즉위 직후 이색의 재등용을 두고 다툴 때 했던 "포은, 자네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하네."라는 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수십 년을 조정에서 근무한 재상, 그것도 이미 폐가입진이라는 예상치 못한 강수로 자신의 1차 대업계획을 초전박살낸 상대임에도, 정도전은 자신이 정몽주보다 정치전략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믿고 있었다. 아마도 정몽주의 성격상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힘을 쓸 수 있는 타입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몽주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기 자신을 '''괴물'''로 전락시키는, 정도전 못지 않은 독종이었다. 이로써 정도전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패배 직전으로 몰리게 된다. 싸울 의지 MAX인 상대를 차마 적대하지 못해 손속에 사정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정몽주는 마지막까지 무너지지 않았고 결국 정몽주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맞고 만 것. 실제로 극중에서 역성혁명파의 당여들은 모조리 정몽주 한 사람의 공격으로 공중분해되고 대업은 패색이 완연했으며, 정도전 자신은 천출이라는 비난을 받고 유배되었다고 참형까지 언도받는 벼랑 끄트머리에 몰려있었다.
조선 개국 이후 정도전의 분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데 명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오는 것과 고려사 실록 작성 등 '''조선 개국에서 정도전이 맡아 해온 중요한 일들과 나라의 기반 세우기가 전부 내레이션으로 처리되는''' 바람에 불만을 많이 샀는데, PD의 말에 따르면 대본 쓰는데 지쳐서 잠깐 편한 길로 간 것이라고 한다. 43화에서 정도전이 명에서 돌아온 후 정도전의 업적이 드디어 하나둘 묘사되기 시작했다. 극중에선는 조선경국전, 사병혁파 등의 굵직한 정도전의 업적을 드라마의 큰 틀로 다루면서, 그 외에도 종묘제례악 작곡, 진법서 작성 등의 업적을 일상처럼 틈틈히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몽주가 죽은 이후 감정 표현이 거의 없다보니, 인간이라기보다는 감정없는 기계 같다는 평이 종종 보인다. 또한 브레이크 없이 무작정 달리는 자동차 같다는(즉 자기 자제나 타협을 하지 않는) 평이 나오고 있다. 어찌보면 이인임의 말에 따라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44화 마지막 부분에 왕이 다른 신하와 대화하고 있는데도 허락도 없이 막 들어가 왕에게 다짜고자 요구를 하는 점에서 이미 정도전이 처세술같은건 내던진지 오래라는 게 드러났다. 이성계가 정도전을 총애했으니 망정이지 일반적인 상황이었으면 꼬투리 잡힐걸 넘어서 목숨 부지하는걸 걱정해야 할 행동이다.
사실 조선 개국 이후 정도전은 이미 선을 넘어도 지나치게 넘어선 상태라서 이성계와의 관계도 이성계에게 진심으로 충성하고 이성계도 진심으로 정도전을 믿어주고 있다는 점만 빼면 '''이미 우왕을 자기 개처럼 다루는 이인임과 동급이거나 더 넘어선 상황이다.''' 게다가 이인임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영과의 연대가 필요했듯 정도전 본인도 조준과의 연대가 필수적인데 조준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행동[51] 으로 조준과의 사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슬슬 정도전도 이인임처럼 몰락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조선이 세워지기 이전 이성계에게 자기가 모두 앞장서서 처리하고 모든 악명을 자신이 안고 가겠다라고 말한 것도 있고 표전문 문제로 곤란해진 정도전을 이성계가 지켜주면서 '''이번에는''' 자신도 욕을 먹어야 겠다고[52] 말한 점에서 정도전이 이성계와 조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악역이 되었다는 생각도 할 수가 있다.
한편으로 45회에서 정도전이 자신 앞을 막아서는 이숙번을 구타하기 전, 정곡을 찔린 정도전은 이숙번에게 분노 표출을 하기보다는 주변의 '''백성들의 눈'''을 먼저 보고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다가 그 이후 모두들 '''똑똑히 지켜보라며''' 이숙번을 구타해버린다. 정도전이 의도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려고 이숙번을 패버렸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때의 정도전은 그와 오랜 세월을 같이 해온 남은이 말리기도 하고 정도전이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같다며 걱정을 할 정도로 이상한 면모를 보여준다. 남은의 걱정에 정도전은 자신과 이성계의 나이때문에 자신이 조급해 하고 있음을 알리는데, 여기서 그가 자신의 대에서 개혁을 끝내기 위해 권신이 지닌 공포감을 개혁의 추진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저항하는 이숙번과 하급관리들과 유생들을 국문을 한 뒤 귀양 또는 10년간 관직진출 불가라는 행동을 하려한 정도전의 행동은 권신으로서도 꽤나 막나가는 행동이다. 괜히 조준이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닐정도. 사실 조선건국 이래 한양천도 이전 정도전은 권신 취급을 받긴 했으나 국정운영에 있어서 심한 반발을 받더라도 적어도 정치에서 무력사용이란 저질적인 방법은 쓰지 않았다. 비록 조선에 반발하는 자들에 대한 권고로서 고려유신들을 죽이긴 했으나 이 경우도 형법을 이용해 죽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무력을 사용하려 했고, 더불어 일전에 자신의 일파들이 천도 문제를 반대할 때는 '간쟁이 일어나는건 나라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옹호하던 것과는 달리 전혀 논의나 설득 없이 무력으로 진압하려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니, 그가 권신 이미지를 의도했건 아니건 정치인 정도전이 점점 망가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요소인 셈이다.
또한 이성계가 즉위를 전후해서 개경에 있는 사람들 치고 이성계에게 가족을 잃은 집을 보기가 힘들다는 성계탕[53] 을 가져온 주막집 점원의 말에서 보듯이 정도전이 악명을 다 받아본들 이성계에게 갈 악명은 다 그대로 가버린다.[54] 게다가 갈수록 정도전 주변의 적은 늘어가고 있고, 현 임금을 허수아비로 세운 권신이라며 이인임의 재림이라는 세간의 평을 받기도 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단 타협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나가는 성향의 경우는 연기가 아닌 본인의 본질인건 확실하다. 정도전의 비타협적 돌격적 성향은 이미 극초반 정도전의 젊은 시절에서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정도전이 거평에서 이상적 좌절을 겪고 역성을 꿈꾸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본심을 숨기기 시작하면서 겉과 속이 다른 캐릭터로 변화했지만, 역성이 이루어지자 더이상 가면을 쓸 필요가 없어서 인지 과거의 본질이 다시 드러나 버렸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46화 끝부분에 정도전이 요동에 대해 '우리 조상들이 말을 달리던...' 식의 말을 한 것에 대해 좀 뜬금없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상은 현실의 정도전도 분명히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요동을 '우리의 강토'라고 주장하는 의견은 정도전만이 아니라 사대부들 사이에 널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정도전이 요동정벌론을 주장한 시기를 보면 고구려의 후예임을 자청하고 고토회복을 국시로 삼았던 고려가 멸망한지 10년도 채 안된데다가, 당시 조선 국왕인 이성계 본인부터 공민왕의 북벌(1차 요동정벌)의 핵심 참가자이고 정도전, 조준 등은 이를 지켜본 세대다. 즉 요동을 되찾아야 할 땅이라 여겼던 세대가 아직 조선에 살아있고 실권을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라는 바뀌었지만 사람의 인식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바뀔리도 없다. 그렇기에 극중 정도전의 발언은 역사적 사실과 시대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개연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작중에서 인생 내내 민생, 정치 개혁, 강력한 국력을 우선시하던 인물이 끝에 가서 갑자기 고토 운운했다는 것. 젊었을 적 이인임 앞에서 백성들에게는 오늘 밥 한끼가 더 중요하다고 일갈하던 사람이 늙어서 저런 말을 한지라 캐릭터 붕괴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제작진의 역량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어찌보면 얼마 남지 않은 화수 때문에 벌어진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48화에서 조준의 입을 빌려 지적되는 바이기도 하다.
47화에서 보면 요동정벌은 명나라로 하여금 조선과 유화책을 쓰게 만들기 위한 조선의 압박 수단으로 나온다. 고구려의 영광이니 하는 것이 아닌, 조명관계 전환을 위한 무력시위인 것. 하지만 조선이 건국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조선과는 반대로 이미 나라의 기틀을 다잡고 성장하는 추세였던 명나라를 상대로 무력시위를 하는건 무모한 행동일 수밖에 없다. 당시 주원장이 고려의 제 1차 요동 정벌만 해도 격한 반응을 보이던 상황이었는데 이같은 판단은 아예 명과 척을 지겠다는 행동이다. 당시 건국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국 조선으로서 취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은 외세와의 전쟁이 아니라 혼란한 정국을 바로잡고 내실을 튼튼하게 다지는 것이었다.
48화에서 그가 요동 정벌을 모색한 대의로 명에 대한 무력 시위 뿐만 아니라 당대엔 뿔뿔히 흩어진 상태였지만 한때 금나라를 세웠었고 후에 청나라를 세우는 여진족을 경계하여 이를 복속시키기 위한 계책이라는 묘사가 등장했다. 1398년의 시점에 1636년의 병자호란에 가까운 사태를 예측한 셈이니 238년 앞을 내다본 셈인데 이건 주인공 버프가 심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여진을 깔보고 그들의 일부를 지배했던 고려가 그들이 세운 금나라에 사대를 하게 된 당시 고려인들에게 있어 큰 충격이었던 사례가 있는데다가 애시당초 고려, 거란에서 역시 여진을 통제하면서 그들의 잠재력에 대해 가졌던 시선 역시 비슷한 경우로 무리수라 보기는 힘들다. 더불어 세종 시대의 4군 6진 확보도 여진족 정벌과 종속, 영토확장이 목적이었는데 극중에서 정도전이 말하는 요동정벌의 목적과 통하는 면이 없진 않다.[55] 아무래도 제작진은 정도전의 북벌을 4군 6진 정벌의 초대(超大)확장판으로 해석한 듯하다. 실제로 한반도의 역사에서 잠재적 침략세력 1순위는 언제나 북방 유목민들이었다. 고려 말에 와서 왜가 추가된 것. 그리고 세종의 4군6진 때에도 실질적인 책임자인 김종서는 '야인은 뭉치면 강해지고 강해지면 화근이 된다'고 발언하며 여진족을 경계했다. 이는 드라마 상의 정도전의 논지와 거의 비슷하다.
사실 그 옛날 이인임이 고구려의 영광 운운하면서 사람들을 홀린 점을 고려한다면, 정도전이 요동 정벌을 추진하는 것 역시 정도전의 이인임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극중에서 조선건국 이후 정도전을 이인임에 비유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당시 정도전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부조리한 판단이다. 이인임은 매관매직을 통해 관직에 자기 사람을 두었고, 그렇게 등용된 자들이 백성들을 수탈하여 부를 축적하는 한편으로 이인임에게 벼슬을 얻거나 잘 보이기 위해 백성을 수탈하여 뇌물을 마련하여 바치니, 백성들에게 있어 이인임은 악의 근원이나 다름없었을 터. 실제로 이인임의 죽음에 환호하는 백성도 많았다. 하지만 권신 정도전은 엄격한 관료제를 지향했고 뇌물을 받거나 매관매직이나 불법수탈같은 백성들에게 직접적으로 해가 될만한 부정을 저지른 적이 없다. 더욱이 아직 요동정벌은 꺼내지도 않은 시기이기에 정도전이 지금까지 한 일 중 백성들에게 민폐가 될 만한 일은 한양천도 정도인 상황이다. 그나마 이것도 이인임이 권력의 최정점에 선 시점에서 저지른 난장판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오히려 극중의 정도전과 제일 닮은 사람은 최영이다.'''[56] 최영은 '''요동정벌'''이란 이상을 위해 권력을 휘둘렀고 자신을 반대하는 자는 그 누구라도 박살내버렸다. 왕과 굳건한 신뢰관계를 맺었고 이를 기반으로 군권을 포함한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 독단의 대가로 자기 편(최영은 동료 무인들, 정도전은 혁명파 사대부)에게 버림받으며, 최후에는 군사 정변으로 몰락한다는 사실까지 최영과 현재의 정도전은 닮은 점이 많다. 다만, 최영은 고려를 수호하는 무인으로서 민중들의 지지가 굳건했고 죽어서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민중들에게 정도전은 제 2의 이인임으로 비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정도전이 이방원과 대립하게 된 이후로 이방원 한정으로 말 많은 악당 캐릭터를 지니게 되었다. 두 사람의 대결 상황을 보면 이방원은 자신이 삼봉의 의도를 파악했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정도전의 손바닥 안이었던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이때 이방원은 자신이 정도전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 못하고 있었다. 정도전이 별말없이 그냥 가만히 있었더라면 이방원은 영문도 모른체 당하거나, 비록 사실을 깨닫더라도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컸을 지도 모른다. 특히 정도전의 경계로 참모인 하륜이 이방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 결정타였다. 그런데 정도전은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이방원에게 일일이 자신의 모략과 그 의도, 목적을 세세히 설명한다. 물론 경고의 의미로서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이미 사건이 종결되거나 반격당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말하는 것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말이 많은건 사실이다.
5.1. 정몽주와 정도전과의 관계
'''정도전에게는 최고의 친구'''
정도전이 정몽주를 적으로 대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하자면, 이를 단순히 '정'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는 그가 "정몽주가 새 왕조의 첫 번째 문하시중이 될 것이다"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 역사에서 정도전이 지향한 체제는 '재상중심의 통치체제'인데, 그렇기에 정몽주가 문하시중(재상)이 된다는 사실은 새 왕조는 정몽주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가 되며, 정도전의 대업의 완성이자 이상향 또한 정몽주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가 된다. 즉 정몽주는 '''정도전의 이상의 핵심'''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도전은 대업의 구심 중 하나였으며 스스로 초심으로 비유한 계민수전조차 버리며 정몽주를 회유한다. 급기야 자신도 개국공신들도 정몽주가 원한다면 다 물러나겠다는 비현실적인 제안도 할 정도다.
37화에서는 온갖 인신공격을 당한데다가 자신의 대업이 무너질 상황임에도 계속해서 정몽주를 회유하는데다, 정몽주가 끝까지 뜻을 따르지 않자 통곡까지 한다. 그것은 정몽주가 '''자기 때문에 스스로 손을 더럽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대업의 동지들이 모두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하고 자신의 목숨마저 경각에 처한 상황에서도 정몽주를 증오하지 않으며 오히려 정몽주를 기다리겠다며 정몽주를 더 절실히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도전이 걱정하며 예측한 바대로 결국 정몽주는 죽는다. 즉 정도전의 이상도 무너진 셈이 된다. 대업을 이루었으나 정작 이상은 다 잃어버린 정도전이 어떤 존재가 될지는…….
물론 극중 정도전의 궁극적 이상은 민본이다. 극 초반 정도전의 유배지인 나주 거평 부곡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지루하다는 평과 가공의 인물 양지의 필요 여부에 대한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을 정도전 시청자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이로 인해 주연 조재현은 ‘페이크 주인공’, ‘제목이 정도전인데 정도전만 나오면 재미없다.’라는 평을 듣는 수모를 겪었다. 아울러 ‘마누라는 고생하는데 현지처랑 놀아나고 있다.’, ‘정도전과 양지가 검열삭제를 언제 하냐?’라는 말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정현민이 양지의 죽음이 나오는 14회를 집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웠던 고려 말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평 부곡 에피소드는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부분이며 양지를 위시한 황연 일가는 정도전이 애착을 가진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들의 비참한 일생을 곁에서 지켜본 정도전이 ‘하늘은 오래전에 고려를 버렸다’고 확신하게 되는 계기가 되며 ‘이 땅의 수많은 양지들’을 위한, 즉 그의 궁극적 이상인 민본을 위해 역성을 꿈꾸게 되는 중요한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당시는 지금같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므로 백성은 정치적 주체가 아닌 어디까지나 지배받는 존재에 불과하기에 결국 누군가가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도전은 그 이끄는 존재를 '''사대부 그리고 그들의 리더인 재상'''으로 그리고 국본을 '''성리학'''으로 결정했다. 재상총재체제를 담은 조선경국전을 이성계에게 바친 후 벌어진 이성계와의 의견충돌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역성을 결심한 순간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57] 즉 정몽주를 신왕조의 첫번째 문하시중으로 삼을 것이다라는 말은 정몽주를 '''대업의 핵심으로 삼고 성리학과 민본의 기치를 맡길 것'''이다라는 의미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극중의 정도전의 행태를 보면 알듯, 그는 타협도 모르고 음모술수에 너무 많이 빠져들었다. 고려를 무너뜨릴 때는 좋은 무기일지라도 신왕조에서도 그럴 가능성은 이미 조선 건국후 권신이 된 정도전이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자신도 이 가능성을 잘 알았는지 정몽주가 말한 그의 이상인 '''화합의 정치'''에 꽤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불어 정몽주는 신분고하를 막론한 인기인이고, 성리학의 대가이며, 화합을 이룰만한 재능과 행동력이 있으며, 역성 공표이전까지는 정도전과 뜻을 같이 한 만큼 정도전과 사상적으로 통하는 면이 있다.[58] 정도전 입장에선 이토록 이상적인 재상감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를 정도전은 간과했는데 '''정몽주가 고려에 대해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인임 몰락 이후 정도전 본인앞에서 정몽주가 그런 말을 한적이 있건만 정도전은 이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유자로서 충을 숭상하는 건 당연지사니 정몽주, 이색같은 성리학의 대가가 고려를 조국으로 여기는 한 그들이 고려에 대한 충심을 버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고려시대에는 고려를 무너드릴 존재로 대하고 민본을 외쳐대서 잘 안보였을뿐, 정도전 본인도 이성계와 조선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엄연히 충을 숭상하는 유자다. 유자에게 있어 충의 가치를 아는 그가 정몽주가 고려에 대한 충심을 쉽게 버릴 것이라 여긴 것 자체가 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알다시피 정몽주는 충을 위해 자신의 이상과 명예를 다버리고 괴물이 되었다.
이방원이 해와 달이 동시에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 두 사람이 가지고 있던 신념은 너무나도 달랐다. 정몽주는 정도전이 애를 먹으면서 설득하려고 해도, 이성계가 막말하면서 협박을 해도 소용 없었고, 선죽교에서 이방원에게 '''고려의 충신으로 죽게 해주어 고맙다고'''라고 말한 것, 정몽주의 단심가를 생각한다면 정몽주는 정도전처럼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신념과 이념에 대한 의지가 너무나도 강했다. 애초에 뭘 해도 회유할 수 없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정도전을 제거하려던 정몽주처럼 정도전도 처음부터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고 정몽주를 정계에서 제거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그러나 정도전은 그러지 않고 정몽주는 놔두데 그의 주변만 정리하는 수순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면 정몽주가 무력감으로 인해 좌절하든 포기하든 하여 이쪽으로 올 것이라 여긴 것인지.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정몽주는 죽는 그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차라리 탄핵과 유배로 정몽주의 정치판에서 쫓아내면 생명만은 보존하게 해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흥국사에서 정몽주가 했던 말을 고려하면 그 경우 고려의 멸망에 낙담하고 자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찌보면 정몽주를 살리려거나 자기 편으로 만들려 하는 것이야말로 삽질이자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정몽주 축출 시도는 이성계가 막았을 것이고, 고려 사직을 지키기 위해 막역지우 정도전을 적으로 돌릴 수 있었던 정몽주와 달리 이성계를 주군으로 모시며 정몽주 역시 자신의 목숨과도 같이 소중한 존재이자 자신의 이상인 역성을 통한 성리학적 민본 정치를 현실에서 구현할 이상적 표상으로 여기는 정도전으로서는 애초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성계의 "내는 백성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포은만 날 왕으로 인정만 해주면 된다."라는 주문도 정몽주가 자신의 신하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고 그들은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끝내 정몽주를 포기하지 못했다. 즉, 처음부터 의미 없는 가정이다.
선죽교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은 고려의 유지에 대한 정몽주의 신념이 확고해 혁명파에 동조할 가능성이 적고, 정몽주의 존재가 자신의 뜻을 펼치는데 방해가 되기에 제거하고자 한 이방원의 결단의 산물이지 정도전이 정몽주를 회유하려 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도전이 정몽주를 혁명파로 이끌려 하지 않고 주저없이 제거했다면 정몽주가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으리라는 가정으로 '삽질'이나 '최악의 실수'라는 평가가 가능하다면 정도전이 최초부터 조영규가 한 것보다 더 잔혹하게 정몽주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거나, 정치에서 멀어져 유배지에 있는 정몽주에게 혁명파 중에서도 강성한 자가 자객을 보내 참혹하게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극중 이인임이 조민수의 힘을 빌어 재기하려 했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혁명파 안에서 정몽주를 확실하게 제거하자는 논의가 나올 것을 생각하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개인에 따라 수도 없이 나올 수 있는 가정을 기반으로 등장인물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한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여담으로 정말 막역지우답게 정몽주와 닮았다. 신념과 이념이 확고하다는 점과 함께 학문이 뛰어나면서 세상을 좋게 만들려는 사대부이자 둘 다 역사적으로 위인으로 남았다는 점, 정치적 능력이 뛰어난다는 점, 둘 다 흑화되었다는 점,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했다는 점, 그리고 겉은 냉정하게 나간다 해도 속으로는 따뜻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이색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였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념과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말 정도전에게는 이만한 친구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도전이 정몽주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이 컸고, 자신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정몽주를 기다린 것이다.
하지만 그 정몽주가 죽으면서 정도전을 인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사라지다시피했고, 결국 정도전은 조선 개국 이후 브레이크없는 기관차마냥 폭주하면서 상당히 흑화해버리고 만다.[59] 그 결과 대업을 위해 같이 걸어오던 이들이 그의 곁을 떠나게 되어, 죽은 정몽주를 제외하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현실에 마주치게 되었다. 끝내 모든것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과업마저도 매장당하며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정도전은 정몽주의 환영에게 '자넨 최선을 다했네.'란 말로 자신의 대업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게 되면서 안식을 찾게 된다.
여담으로 정도전이 처음부터 정몽주의 영입을 대업의 일환으로 삼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업을 결심한 초반의 정도전을 보면 정몽주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숭인 등의 다른 사대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무래도 처음에 정도전은 정몽주를 다른 사대부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본 것 같다.[60] 그러나 정몽주가 이성계와 정도전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대업파의 사상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이색 등과 달리 정몽주가 대업파와 사상적 괘를 같이 할 여지를 보이자, 정도전은 그를 대업으로 끌어들일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몽주의 '''화합의 정치'''가 정도전의 마음에 와 닿았는지 정몽주를 회유할 때도 새로운 왕조에서의 정몽주가 이끄는 화합의 정치를 들기도 하고, 정몽주가 고려에 대한 충심을 지킨채 끝내 죽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조준에게 그 역할을 강제하기도 할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극중사실을 볼 때 정도전이 정몽주를 대업에 끌어들일려고 한 결정적 계기는 정몽주가 정도전에게 화합의 정치의 포부를 밝힌 그 날의 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정도전과 정몽주의 관계는 본 작품의 핵심 테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아예 삼봉과 포은이라는 제목의 OST도 있다.
5.2. 이방원과의 관계
'''한때는 사제관계이자 숙부와 조카였으나 결국에는 최고의 정적이 된 관계'''
이방원과의 관계 역시 정몽주만큼의 관계만큼이나 길고 질겼다. 물론 정몽주와 같은 브로맨스는 없지만 끝까지 서로를 의식하고 큰 영향을 주고받은 관계였다. 처음 만날때부터 악연으로 만난 두 사람이니 만큼 이미 이 두 사람의 미래는 사실상 예견되어 있었다.[61]
하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않던 정도전의 재능을 가장 빨리 알아챈 것 역시 이방원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알아채자 아예 이성계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이방원이 개인적으로 포섭하려고 할 정도.
본격적으로 정도전이 이성계의 편이 되자 이방원은 자연스럽게 그의 제자가 되는데 이방원에게 대업과 관련된 여러가지 지시를 내리고 이방원은 순응하며 따르고 아예 이 시점부터는 정도전을 "'숙부'" 라고 부르기 시작하며 따르기 시작한다.[62] 그리고 정도전은 이방원이 서두를때는 제지하고 다그치며 미숙한 점을 보일때는 가르치는등 아예 멘토이자 사상 및 정치적 스승으로 이방원을 본격적으로 키워준다.
정몽주를 살해하기 전까지는 이방원은 최대한 정도전을 존경하고 따르고 설득하려 했으나 정몽주에 관해 절대적인 정도전이기에 그건 실패. 결국 정몽주를 살해하면서 완전히 척이 지게 된다. 그래도 대업을 위해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직접 거사를 치렀다고 생각했던 이방원은 정도전 만큼은 자신을 이해해주리라 믿었지만 정도전은 마음을 버린 상태였고 왕권 강화에 집착하는 이방원을 보면서 완전히 적대관계가 되며 사제관계 및 숙부와 조카 관계도 다 끊어버린다. 특히 세자가 방석으로 결정된 이후로는 아예 정도전을 대감이라고 부르며 남처럼 대한다.
결국 서로에 대한 경계와 감정은 극에 치닫고 정도전은 이내 이방원의 사지나 다름없는 사병을 다 끊어버리는 일을 감행하며 이방원 역시 분노하여 정도전을 반드시 죽일것을 다짐할 정도로 극적이 되었다. 결국 여러가지 위험요소를 알고 있는 이방원을 비롯한 왕자들을 제거하기로 결심하고 이방원을 궁지에 몰아넣고 죽일 기회를 가졌지만 옛정이 있어서 이방원을 결국 직접 죽이지는 못하고 놔주는데 이게 정도전 인생의 가장 큰 실수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대망의 1차 왕자의 난 이방원은 큰 아들 정진을 제외한 아들들을 다 죽이고 정도전과 대면하여 바로 죽이지 않고 최후의 설득을 하다. 그토록 미워했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정도전이지만 이방원 역시 그의 재능을 알고 있고 마지막까지 그를 어떻게든 자기 편으로 회유해 보려고 한다. 이때 만큼은 왕자와 재상이 아닌 숙부와 조카가 다시 되어,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방원아" 라는 호칭을 쓰고 "너" 라는 쓰며 마치 옛날 다그칠때 그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방원은 정도전과는 달리 "삼봉 대감" 이라고 하지만 마지막 설득을 할때의 어감이나 감정은 마치 예전의 숙부를 부를때의 톤이었다. 그리고 본심이었던 정도전을 아버지보다도 더 존경했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설득이 되지 않자 결국 이방원이 직접 죽이는데 여기에는 복잡한 감정이 내포되어 있다.[63] 단순히 정적을 제거하는것의 느낌보다는 한때 자신이 그렇게 믿고 따랐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 분노가 모두 포함된 것이다. 정도전 역시 죽기 직전에 "방원아" 라고 부르며 조언하는 면을 볼때 개인적으로는 서로 존경하고 아꼈으나 두 사람 사이의 이상향이 너무 달라서 갈라설 수 밖에 없었던 그런 관계로 묘사된듯 하다.
특히 정도전의 재상정치는 강한 왕권을 원했던 이방원에게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상향이었고, 반대로 왕권주의는 정도전에게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방원은 정도전의 다른 모든 정책은 다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정도전이 죽자 재상정치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긴 했다.
5.3. 결론
한 마디로, 본작에서의 정도전은 그동안의 매체에서 단순한 역성혁명의 주체이자 태조 이성계의 오른팔 정도로만 그려졌던 정도전이란 인물을 혈기 넘치는 젊은 사대부 시절부터 고려 말의 권신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과정과 본인의 정치적 소신 및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한 치밀한 계획과 행동, 그로 인해 벌어지는 노련한 정치가로서의 변화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개인적인 감정선 등을 총체적, 입체적으로 전부 담아내는데 성공한 첫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용의 눈물에서 김흥기가 열연한 정도전이 '이미 완성된 인물'이었다면 본 작품에서의 정도전은 '그 인물의 시작과 중간 과정, 그리고 완성된 이후의 모습'을 전부 선보인 캐릭터라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기록된 '매우 감성적이고 여린듯 하면서도 고집이 센 인간 정도전'의 실제 성격을 처음으로 깊게 담아내며 인물에 대한 기본 정보가 부족했던 작품 초반 시청자들의 오해를 불식시킨 캐릭터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실제로 해당 작품 이후로 정도전이란 인물의 성격 및 발자취가 대중들에게 입체적으로 전달된 터라 그 이후에 정도전을 담아낸 작품에서 이 작품에서 선보인 그의 모습을 어느정도 본을 따와 그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담으로 용의 눈물에서는 정도전이 조선을 백성의 나라라고 칭했지만, 본 작품에선 집정대신과 사대부가 다스리는 나라라 칭한다던가. 역사상에선 정도전에게 태클을 건 적이 별로 없는 이성계가 조선경국전을 거부하기도 하고 자신이 왕이 돼서 할 게 뭐있냐며 무력함을 탄하는 장면이 나온다거나. 정도전의 강경하며 권신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등, 제작진들도 딱히 정도전의 재상총재체제를 이상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듯 하다. 본 극은 반대파 입장에서 정도전측의 행보와 사상을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들며 비판하는 장면을 틈틈히 넣어 역사적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6. 그 외
어째 두들겨 맞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사실 주인공이지만 맞을 짓을 좀 많이 하긴 한다. 맞기도 많이 맞지만, 멱살도 많이 잡힌다. 정도전의 멱살은 공공재라는 말이 팬덤에서 나올 정도.
정도전의 밥버러지씬 모음.
44화에서 종이 한 구석에 한글이 적혀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조재현은 이에 대해서 컨닝하려고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방원은 삼봉의 긴 관직명을 줄줄이 말하는데 정도전은 저걸 못 외우냐는 댓글에 대해 억울해하기도 했고[64] 역할에 비해 서있는 장면이 많아서 컨닝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65]
45화의 곱사춤 장면을 어떤 식으로 찍을지 PD가 걱정했으나 조재현은 예전 작품에서 비슷한 춤을 춰본 적이 있어서 도전해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숙번을 칼집으로 때리는 장면은 실제로 특수제작된 칼집으로 때린 것이라고. 원래 칼을 칼집에서 뽑는 장면은 예정에 없었으나 칼 뺏기+칼 뽑기+때리기를 한번에 하기로 바뀐 것 역시 조재현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7월 1일 있었던 조재현의 기자간담회에서 마지막 회 촬영 당시 정몽주를 보고 설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드라마 촬영 후 아팠던 적이 없는데 정도전 종영 직후부터 몸살에 시달렸다고...
해당 배우인 조재현은 정도전 최후의 대사라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네'를 연기할 때 정도전을 찍으면서 본인이 했던 몸 고생, 마음 고생을 담았다고 한다. 배역인 정도전의 인생을 담은 말이기도 했지만 배우로서 자기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씬이기도 하다고. 7월 3일 방영된 해투 정도전 특집의 녹화 시간이 정도전 마지막회 방영 시간이라 녹화 도중에 다같이 마지막회를 감상했는데, 함께 출연한 유동근이 그 장면을 보면서 실려있는 감정이 정말 좋다고 감탄했다.
그러나 극 중 정도전 역을 맡은 배우 조재현이 최악의 성추문 사건의 가해자가 되어버리면서 이 캐릭터도 흑역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그래서 사실 정도전의 결말은 '''이방원이 정의를 집행하는 엔딩'''이었다며 '역시 킬방원이 옳았다'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드립도 나왔다.
이 때문에 2020년 현재는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등 다른 TV 프로그램에서 정도전을 언급할 때 이 캐릭터가 아닌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이 연기한 정도전을 무조건 등장시킨다. 김명민판 정도전도 배우의 명연기 덕분에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