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노선
1. 개요
버스 회사나 철도 회사가 번화가나 주택가를 경유하기 위해 노선을 비틀면서 형성된 선형의 노선을 일컫는 말.
비슷한 말로 시티투어버스#s-3가 있으며 버스가 도시 구석구석을 누빈다는 뜻. 옛 리그베다 위키에서는 '택배근성'이라는 말을 사용했으며, 버스가 택배처럼 집집마다 사람들을 내려준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었다.
2. 버스에서의 굴곡 노선
2.1. 원인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시라면 일단 주요 지구들을 똑바로 잇는 것부터가 어렵긴 하다. 생각없이 개발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 길부터 미리 정리해뒀거나 도시계획을 제대로 해놓은 곳에서는 이런 현상이 비교적 드물게 일어난다.
물론, 이런 지리적인 조건이 핵심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다음과 같은 원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2.1.1. 버스회사의 승객 수요 의식
준공영제 미실시 지역에서는 버스 회사가 승객을 많이 태워 이익을 남겨야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를 의식할 수밖에 없으며 준공영제 실시 지역이더라도 수요가 많은 장소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이는 특정 지역 주민들의 핌피현상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 입장에서야 수요가 많다면 그에 맞춰서 공급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따라서 소요시간이 늘어나는 걸 감수하고 수요가 많은 지역을 지나가기 위해 노선을 그쪽으로 굽히게 된다.[2] 예를 들어, 택지지구와 전철역 혹은 지하철역을 잇는 노선이 있는데, 이 노선이 지나가는 길의 바로 옆 블럭에 대형 백화점이 있다면 이 노선은 노선이 분할되지 않는 이상엔 어느순간 백화점에도 정차하게 될 것이다. 수요가 노선을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2.1.2. 주민의 핌피현상
매우 편리한 버스 노선이 특정 마을(특히 아파트 단지)을 경유하지 않을 경우, 마을 공동체(아파트 운영위원회 같은)에서 관할 지자체나 버스 회사에 민원을 넣어 단지 앞을 지나가도록 노선에 압력을 가한다. 길 잘 닦인 대다수 신도시에서 블럭마다 빙글빙글 들쑤시고 다니는 짓을 하는 노선들이 있다면 주민들의 압력이 작용한 경우도 있는데 많은 수요로 버스 회사가 알아서 굽히는 경우와 달리, 이쪽은 일반적인 시내버스뿐만 아니라 빨리 달리라고 만들어놓은 녀석들까지 마을버스나 마을전철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2.1.3. 한정된 버스 운행대수
차량총량제가 시행된 지역은 한정된 버스 운행대수로 가능한 한 많은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굴곡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는 주로 대도시의 오지노선 및 농어촌버스에서 많이 보이며[3] ,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신도시 지역에서도 한정된 버스 운행대수로 넓은 신도시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신도시 여기저기를 투어하는 굴곡노선이 생기기도 한다.[4]
2.2. 사례
2.3. 장단점
2.3.1. 단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굴곡 노선을 이용하여 장거리를 주행하게 되면 직선 노선을 이용할 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이는 기종점 인근 주민들이 굴곡 노선 이용을 기피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거리비례 요금을 적용하는 노선의 경우, 긴 주행거리로 인해 직선 노선에 비해 요금이 더 많이 나오게 된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직선 노선이 굴곡 노선화되는 경우 장거리 위주의 승객 구성이 급격히 단거리 구간 승객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2.3.2. 장점
물론 노선에 따라서는 오히려 적절한 굴곡을 주는 것이 버스 운행 영역 확장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서 '''교통불편을 해결한 사례들도 있다.''' 서울 600번의 경우 중복 노선이 많은 경인로 구간 중 일부 구간을 버리고 교통이 불편한 고척동을 경유하여 굴곡이 생기긴 했지만, 교통 불편 지역이었던 고척동 주민들의 버스 이용 편의도 제공하고 이용 승객도 늘어나는 효과를 보았으며, 대구 급행1번의 경우도 동대구역지하도를 경유하면서 굴곡이 생기긴 했지만 용산지구, 서구권 - 동대구역 이용객들의 편의를 제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해당 문서에서도 서술되어 있지만 이 노선이 다니는 구간에서는 동대구역으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교통 수단이 새로 생긴 것.
역시 인천 12번도 당시엔 원적산터널 같은 것도 없어서, 우회하는 선형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원적산터널을 통과하는 노선이 나오게 된건 인천 904번부터 시작해서, 2016년 7월 30일 개편 때 경유 노선이 대거 늘어나게 된 것. 하지만 이 우회하는 선형 덕분에 인천 북부 지역의 동반자가 되었고, 승객도 많이 타게 되었다.
다른사례로 부산 155번은 해운대로 BRT로 직행하면 3분이면 갈거리를 반여동, 재송동 등지로 둘러서 20분넘게 걸리는데도 부산 버스 운송수익금 상위에 있다. 노선굴곡으로 수요를 만든 예시.
2.4. 기타
일부 굴곡 노선의 경우 기종점 인근 거주민들을 중심으로 굴곡을 펴는 '직선화'가 논의되기도 한다. 이런 직선화 주장은 굴곡 노선의 수혜를 받는 중간 구간 인근 거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해당 노선이 이용률이나 중요도가 높은 경우 매우 심한 주민 갈등이 일어나게 되는데, 한 M버스 노선을 가지고 주민들이 패싸움과 폭동을 벌인 사례도 있다.
3. 철도에서의 굴곡 노선
버스 외에도 철도에서도 굴곡 노선이 있다. 버스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핌피현상으로 인해 노선에 굴곡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나, 때로는 지형적인 원인으로[5] 굴곡이 생길 때도 있고, 수요가 있는 지역을 경유하기 위해 굴곡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분기역 문제나 기존 노선의 선형 등 노선 설계상의 문제로 인해 굴곡이 만들어 질 때도 있다. 철도에서의 굴곡 노선은 버스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버스의 경우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 판단된다면 언제든지 직선화가 가능한 반면[6] , 철도는 한번 지으면 직선화를 하기 위해서는 굴곡 구간을 포기하고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에 매몰비용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일반철도에서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호남선이 있는데, 서울~호남을 최단거리로 연결할 수 있는 천안역이 아닌 대전조차장역에서 분기하기 때문에 도로에 비해 굴곡이 심하다. 과거에는 서울~호남간 고속도로도 대전에서 분기했기 때문에 굴곡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후 직선화된 고속도로가 신설되면서 서울~호남간 교통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철도교통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또한 서대전~익산 구간은 산악지대 통과로 인해 개태사역 드리프트로 대표되는 여러 굴곡 구간이 있으며, 이는 분기역 문제로 인한 굴곡와 함께 호남선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다만 호남선은 일제가 지은 노선이고 당시엔 기점이 서울방향이 아니라 부산방향으로 지정되어있어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기엔 곤란한 면이 있다. 오히려 21세기에 건설한 호남고속선이 더욱 문제.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에서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수도권 전철 3호선을 꼽을 수 있다. 강남 구간에서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라는 수요 유발처로 인해 굴곡 구간이 등장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소요시간 증가, 이로 인한 경쟁력 저하를 불러왔다. 또한 3호선의 서북부 연장 구간인 일산선은 지축역까지 이미 건설된 상태에서 연장을 하면서 1차적으로 굴곡이 생겼고 이후 원당동의 수요를 잡기 위해 추가로 굴곡이 발생했는데, 이러한 굴곡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여 1000번으로 대표되는 여러 직행좌석버스들과 경의중앙선에게 수요를 뺏기게 되었다.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경우에도 도심 구간 선형이 과거 종로선 공용 계획 당시보다는 안 좋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동구의 교통 요지 왕십리역, 주요 수요처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을 지나가지만 수요는 광화문역을 제외하면 그리 높지 않다.
이 외에도 상당수의 도시철도 노선은 여러 지역의 교통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굴곡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서울 지하철 6호선이나 부산 도시철도 2호선이 있는데, 건설 당시에 철도 사각지대였던 지역들을 경유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굴곡진 형태를 띄게 되었다.[7] 일반적으로 도시철도 노선은 대도시 내의 중단거리 교통수요를 담당하기 위해 건설되는 만큼, 수요가 없는 곳으로 노선이 휘거나 굴곡이 너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크게 비판받는 편은 아니다. 가끔씩 베이징 지하철 14호선같이 '''지형 문제로 노선을 꺾은 경우가 있다.[8] '''
심지어 고속철도에서도 굴곡 노선은 존재한다. 가장 크게 거론되는 사례로는 호남고속선의 '''오송역'''이 있는데, 여긴 노선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여러 논란을 불러왔고, 오송역이 호남고속선의 분기역으로 선정된 2008년부터 지금 현재까지 계속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경부고속선의 부산역~동대구역 구간은 울산, 경주를 경유하는 굴곡 노선으로 건설되었는데, 이는 울산과 경주의 고속철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고, 직선으로 건설할 경우 통과하는 지역들이 연약지반인 점도 영향을 끼쳤으며 결정적으로 경주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데에 따른 유네스코의 권고로 부득이 우회하게 된 경우다. 고속철도는 일반철도나 도시철도 및 버스와는 달리 표정속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굴곡으로 인한 소요시간 증가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이점이 있긴 하나[9] , 굴곡으로 인한 운영 비용 및 정비 비용의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운임의 증가 및 가격 경쟁력 저하라는 문제가 있다.[10]
근성열차와도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으며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 참조. 다만 근성열차는 노선에 굴곡이 없어도 운행거리가 지나치게 길거나, 선로 사정이 좋지 않아 운행속도가 느려 소요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를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다른 의미이기는 하다.
[1] 해당 예시는 김해 버스 2번이다.[2] 그 외에도 일부 굴곡 구간은 여러 이유로 인해 2번 경유하고 방향별로 분기하는 경우도 있다.[3] 농어촌버스 문서의 2번 '운행형태' 항목참조.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정말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4] 마린시티를 제외한 해운대 신시가지 순환 노선이다.[5] 경사에 취약한 철도는 도로에 비해 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다.[6] 물론 직선화 과정에서 주민이나 버스 회사의 반발 등 여러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주된 해결책이 기존노선을 경유지별로 쪼개는 파생노선을 신설하는 것.[7] 서울 6호선의 경우 한강진-보문 구간은 계획 당시 이보다 굴곡이 심했는데 환승 난이도 증가, 주택가 통과 문제 등으로 다산로, 지봉로를 그대로 따라가는 노선이 되었다.[8] 차오양궁위안역~장타이역구간. 호수 때문에 차오양공원을 지하로 관통할 수 없어서 굴곡을 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9]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다. 예로, 굴곡 노선으로 인해 노선 길이가 30km 증가했다고 가정하면 표정속도 100km/h 내외로 운행하는 일반철도 노선은 약 18분의 소요시간 증가가 발생하지만, 표정속도가 200km/h 이상인 고속철도는 약 9분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는다.[10] 그러나 경부고속선 초기안과 비슷하게 낙동강 중하류지역을 경유하는 대구부산고속도로가 완공후에도 지반침하가 발생하여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했던 것을 감안하면 청도~밀양 경유안이 초기 건설비는 절감하더라도, 보수공사로 인한 지출이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