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16강
1. 16강 진출국
1.1. 지역별 16강 진출국
연두색 배경은 진출한 팀, 붉은색 배경은 탈락한 팀이다.
1.1.1. AFC(아시아) - 2/4
두 나라 모두 사상 첫 16강 진출이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복수의 국가가 조별리그를 통과하였다.
비록 두 나라 모두 개최국이며 그에 대한 프리미엄의 산물이라 보는 시각도 있지만 조별예선에서 두 나라가 보여준 기량은 매우 출중하였으며, 반면 상대는 비교적 수월하게 짜여있었거나 혹은 두 나라를 얕보고 어설프게 나오다가 패배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1.1.2. UEFA(유럽) - 9/15
우승후보 0순위로 점쳐지던 프랑스가 세네갈 쇼크의 여파로 광탈했다. 본선 개막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다음가는 우승후보급 전력으로 평가받던 포르투갈이 미국과 한국에게 패배를 당하고 3위로 주저앉아 떨어진 것도 이 대회의 이변 중 하나. 이탈리아는 객관적인 전력상 자신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던 멕시코, 에콰도르를 만나고도 조별리그를 겨우겨우 통과했다.[1]
참고로 D조만 유일하게 모든 유럽팀이 전멸했다.
1.1.3. CAF(아프리카) - 1/5
아프리카 팀 중에선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한 돌풍의 팀 세네갈만이 이 대회 유일한 결선 토너먼트 진출팀이다.
나머지 팀들 역시 분전했으나 나이지리아는 죽음의 조 속에서 고생하다가 안타깝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6강에 진출할 실력이었지만 운이 나빠서 탈락했다. 카메룬은 지역예선에서는 준수한 실력을 가졌지만, 본선 개막 직전에는 문제가 터져 탈락했다. 튀니지는 그냥 조 최하위로 탈락.
1.1.4. CONCACAF(북중미/카리브) - 2/3
한국과 더불어 조 최약체라고 평가받았으나, 개막직전 당시에 프랑스, 아르헨티나와 함께 최강으로 평가받던 포르투갈을 잡고 적절한 어부지리도 얻어가며 올라온 미국과 막상 본선 뚜껑이 열리자 지역예선과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우수한 경기력으로 다른 팀들을 압도하고 올라온 전통 16강 강호 멕시코가 나란히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코스타리카 역시 그럭저럭 선전했지만 브라질에게 대량실점을 얻어맞은 충격으로 인하여 터키에게 밀려 3위로 탈락하였다.[2]
1.1.5. CONMEBOL(남미) - 2/5
1999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이후 지역예선에서는 상당히 빌빌거렸지만, 본선 당시에 우승급 전력으로 탈바꿈한 브라질은 3전 전승으로 무난하게 결선 토너먼트 진출. 파라과이는 조 최강인 스페인의 그늘 밑에서 남아공과 슬로베니아와 겨룬 끝에 16강 티켓을 따내었다.
다만 만만찮은 전통 최강자인 아르헨티나와 왕년의 우승국 우루과이가 떨어진 것이 작은 이변. 조별예선 잉글랜드전에서 오언의 할리우드 액션 다이빙로 인해 통한의 PK골을 내준 것이 치명타. 덤으로, 비엘사의 똥고집과 당시 주전 선수들의 심각한 부진 문제가 아르헨티나를 확인사살시켰다.
1.1.6. 기타 사항
별외로 공동개최였기 때문에 토너먼트 대진 방식이 이전처럼 A조 - B조, C조 - D조, E조 - F조, G조 - H조 구도로 이뤄지지 않고 A조 - F조, B조 - E조, C조 - H조, D조 - G조로 이루어졌다. 기존 방식대로 할 경우 한국에서 경기한 팀은 계속 한국에서 또 일본에서 경기한 팀은 계속 일본에서만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조별리그를 치른 팀들 중 B조의 생존자 스페인과 파라과이, D조의 생존자 대한민국과 미국은 그대로 한국에 잔류하고 A조의 생존자 덴마크와 세네갈, C조의 생존자 브라질과 터키가 각각 일본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또 반대로 일본에서 조별리그를 치른 팀들 중 F조의 생존자 스웨덴과 잉글랜드, H조의 생존자 일본과 벨기에는 그대로 일본에 잔류하고 E조의 생존자 독일과 아일랜드, G조의 생존자 멕시코와 이탈리아는 각각 한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2. 16강 토너먼트
2.1. 독일 1 vs 0 파라과이
독일은 녹슨 전차라는 비아냥을 듣긴 했어도 조별예선에서 사우디를 '''8:0'''으로 안드로메다에 보내는가 하면 카메룬과의 경기에서도 2:0의 완승을 거두는 등 회복세였고, 파라과이는 비록 스페인에 1:3으로 역전패하긴 했으나 슬로베니아와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각각 1승 1무를 거두는 등 경기 내용이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독일과 파라과이의 16강전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예상되었으나 정작 '''이 대회 최악의 경기'''로 악명이 높다. 거기에 16강임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은 군데군데 비었으니...[3] 왜 최악의 경기였냐하면 내용이 너무 지루했기 때문. 8년 뒤 월드컵의 16강전 파라과이:일본에 버금갈 만큼 지루했다. 두 경기 모두 파라과이의 경기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관중석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한국 관중들이 보일 정도였다. 독일은 조별예선에서의 강력한 공격력이 실종되어 빌빌거렸고[4] 파라과이 역시 특유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는 쌈싸먹고 빌빌거렸던 것. 결국 경기 종료 직전 노이빌레의 골로 1:0 독일 승.
이 경기의 맨 오브 더 매치는 옌스 예레미스로 선정이 되었으나. 이 때 4-4-2를 사용한 독일대표팀은 발락과 예레미스간의 호흡에 크나큰 문제를 보였고 이 후 다시 3-5-2로 돌아서게 된다. 예레미스는 나름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펠러 감독은 이 후 부터 쭉 하만 - 발락 - 슈나이더의 미들진을 꾸리게 된다. 그리고 조별리그에서 5골을 넣으며 괴력을 발휘했던 신예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이 경기부터 슬슬 버로우를 타기 시작한다.
한편 이 경기를 두고 차범근 MBC 해설위원이 '''"지금까지의 (독일팀) 경기 중에 오늘 경기를 가장 내용도 나쁘고 (선수들의) 준비도 제대로 안된 경우로 꼽겠습니다. 저런 경기는 우리나라에서도 한강 고수부지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어요"'''라고 혹평했는데 이를 전해들은 독일 감독 루디 푈러가 '''"(차범근이) 레버쿠젠에 있을 때 아스피린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고 차범근을 디스했던 게 꽤 유명하다.(...) 굳이 아스피린 드립을 한 이유는, 레버쿠젠의 모기업인 바이엘이 바로 아스피린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 현지의 반응은 한마디로 '''"차범근이 맞는 말 했는데 뭘 잘했다고 말대꾸냐."'''(...) 경기 내용이 개판이었던건 명백한 사실인지라 이것만으로도 독일 축구팬들의 성질이 뻗친 상황인데 푈러 감독이 반성은 않고 애꿎은 차범근에게 화풀이를 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나중에 두 사람이 직접 만나 화해했다고. # 다만 여기서도 뒷얘기가 있는데, '''푈러 감독의 차범근 디스는 악의적이거나 화풀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원래 두 사람은 예전부터 워낙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차범근이 혹평 좀 했다고 푈러가 발끈할 일이 없었거니와 푈러 본인도 레버쿠젠에서 뛴 적이 있는지라 아스피린 드립을 악의적으로 치는건 결국 본인도 비하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 즉 친한 친구끼리 서로 디스하고 투덜거린 모양새에 가깝다.
파라과이는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조별리그 3차전과 16강전을 연속으로 치렀다.
2.2. 덴마크 0 vs 3 잉글랜드
많은 사람들이 우승 후보 프랑스를 2 : 0으로 침몰시키고 온 덴마크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특히 잉글랜드는 스웨덴과 비기고 아르헨티나는 잡았던 나이지리아를 혼자서 잡지 못한데다[5] 2번째 경기인 아르헨티나 전에서 오언의 할리우드 액션 덕분에 겨우 올라온 것이라 더욱 그러한 경향이 컸다.[6] 그러나 결과는 3:0이라는 잉글랜드의 압도적 승리. 덴마크는 63% : 37%이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했고, 슈팅 숫자도 더 많았지만 전반에만 리오 퍼디난드, 마이클 오언, 에밀 헤스키의 연속골을 내주면서 패배, 16강에서 탈락했다.
2.3. '''스웨덴 1 (a.s.d.e.t.) 2 세네갈'''
이틀 후에 열린 대한민국vs이탈리아에 묻히긴 했어도 이 경기 역시 손꼽히는 명승부였다. 스웨덴을 이끌던 헨릭 라르손과 연쇄살인범이라는 별명으로 세네갈의 공격을 이끌던 엘 하지 디우프의 일기토에 가까운 경기가 펼쳐졌고, 라르손이 먼저 코너킥에서 헤딩득점을 올리고, 엘 하지 디우프의 패스를 받은 앙리 카마라의 골로 동점. 그리고 첫 연장전에 돌입하였고 앙리 카마라가 또다시 골을 넣으며 90년 카메룬에 이어 12년만에 아프리카 팀 두번째 8강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 대회 최초로 골든골로 승부가 난 경기. 스웨덴 입장에서는 카마라의 골든골에 조금 이전에 안데르스 스벤손의 마르세유 룰렛에 이어 쏜 회심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나간 게 한으로 남을 듯.[7]
2.4. 스페인 1 (3) vs (2) 1 아일랜드
스페인이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의 골로 순항을 이어갈것 같았지만, 아일랜드의 스트라이커 로비 킨은 조별예선 독일전에 이어 또다시 후반 45분경에 페널티 킥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스페인의 발목을 끈덕지게 붙잡았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갔다. 결과는 스페인의 신승. 스페인은 여기서 지나치게 체력이 소모됐고, 설상가상으로 '''순항을 이끌어오던 선장 라울 곤살레스를 부상으로 잃게 되어'''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8] 한편 아일랜드는 카메룬전, 독일전에 이어 뒤지고 있다가 극적인 동점을 만드는 경기를 세 번이나 보여줌으로써 대한민국과 더불어 대회 최고의 인기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경기 이후 아일랜드는 2018년까지 단 한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담으로, 거스 히딩크 대한민국 감독이 '''8강전'''을 대비하기 위해 박항서 수석코치와 함께 이 경기를 보러 갔었다. 아직 이탈리아와의 16강전조차 치르지 않았던데다 이 날 이탈리아 선수단의 공개훈련을 거르고 간 것이었기 때문에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히딩크와 태극전사들이 이탈리아를 때려잡는데 성공하면서 역대급 패기로 회자된다.
2.5. 멕시코 0 vs 2 미국
전통의 지역 더비 매치답게 경고가 10장, 퇴장 1명이 나올정도로 매우 격렬한 경기 끝에 미국이 자랑하는 공격수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와 랜던 도노반의 골결정력으로 승리했다. 67% : 33%의 점유율로 멕시코가 미국을 압살하고 있었지만, 미국의 빠른 역습이 빛을 발했고, 골키퍼 브래드 프리델의 선방쇼를 앞세워 멕시코를 제압할 수 있었다. 거기다 멕시코는 심판의 오심 때문에도 울어야 했다. 경기 중에 미국 수비수 존 오브라이언이 대놓고 핸드볼 파울을 했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주지 않았고 고의로 슛을 건드려 골을 방해한 오브라이언을 퇴장시키지도 않았다.
멕시코로서는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미국을 만나 졌는데 역사적, 경제적으로 미국에 이를 가는 게 많은 멕시코로선 그동안 유일한 자랑거리인 축구에서조차 미국에 뒤쳐진 탓에 더더욱 분노하고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1986년 자국 월드컵 8강 진출 이후로 1994년부터 연이어 16강에서 멈춰서던 탓에 미국과 8강을 다투게 될 당시 16년만에 8강이 보인다며 무척 기대했기에 그 아쉬움이 컸었다. 이후에도 멕시코는 4대회 연속(2006, 2010, 2014, 2018)으로 16강전에서 무너져 현재까지 7번 연속으로 월드컵에서 8강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2.6. 브라질 2 vs 0 벨기에
세대교체시기를 살짝 놓치며 사상 최고의 꿀조를 어렵게 통과한 벨기에는 캡틴 마르크 빌모츠의 활약속에 물이 오른 브라질을 상대로 맞불작전을 놓아서 전반전에 선전했지만, 후반전에 호나우두, 히바우두의 환상적인 골로 탈락. 다만 이 경기에서 전반전에 빌모츠가 넣은 벨기에의 선제골이 골넣기 직전에 벨기에 선수가 브라질 수비수의 등을 누르고 넣었다고 판단한 나머지 공격자 파울 판정을 선언하여 무효처리했는데 이 판정은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자 파울 판정이 없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9]
벨기에는 이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때까지 월드컵 출전을 하지 못하는 암흑기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호나우두는 이 경기에서 5호골을 터뜨리며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득점 동률을 이루었다.
그리고...16년 후 벨기에는 확실히 앙갚음을 해주게 된다.
2.7. 일본 0 vs 1 터키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룩한 일본은 정말 허망하게 미야기에서 터키한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반 12분 터진 위미트 다발라의 헤딩 골 이후, 아무런 반전 없이 그대로 종료. 말 그대로 다발라가 넣은 이 한 골에 일본이 다 발린 것이다. 1997년 일본 자국 대회인 기린컵에서 터키를 1 : 0으로 이긴 전적이 있기에 터키쯤은 반드시 이긴다고 큰소리를 친 일본으로서는 씁쓸한 결과였지만,[10] 자국 월드컵 사상 첫 승과 더불어 첫 결선 토너먼트 진출 등의 성과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었기에 못내 만족하게 된 상황. 그리고 이 대회 터키가 3,4위전에서 일본과 똑같이 한점 차이로 대한민국도 꺾었고 우승팀 브라질과 두 번이나 만나서 단 1점차 패배[11] 를 당하며 선전하여 브라질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도 역시 나름 선전한 것이다.
이 경기의 주심은 결승전 주심도 맡은 '''외계인 심판'''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대머리 심판 '''피에르루이지 콜리나'''였다. 조별예선에서 일본이 러시아의 승리를 훔쳐서 16강에 올랐다는 비난여론이 빗발쳤기에 특별히 그가 주심으로 임명되었던 것. 일본으로서는 편파판정 없이도 승리할 수 있음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결과는... 덤으로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심판이 공정하니까 일본이 고전한다며 경기 내내 비웃었다.[12]
여담으로 터키의 대진운은 조별 예선부터 토너먼트까지 굉장히 수월한 편이었는데 일본도 조별 예선이 수월한 편이었고 8강에서는 터키와 마찬가지로 세네갈을 만났을 터라 이 경기에서 일본이 이겼다면 4강도 노려볼 만 했다. 혹은 세네갈이 그 주인공이 되었거나.[13]
몇 시간 뒤 이탈리아라는 초특급 강호를 상대하는 히딩크호는 일본의 선전이 부담스러웠지만 일본이 다발라의 한 골로 허무하게 탈락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부담을 덜게 되었고, 바로 몇 시간 뒤(...) 대전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14]
2.8. '''대한민국 2 (a.s.d.e.t.) 1 이탈리아'''
3. 평가
이번 대회 이변의 주역인 대한민국과 세네갈의 돌풍은 토너먼트에서도 계속되었다. 대한민국은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상대로 전반 18분에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후반 43분, 설기현의 극적인 동점골로 기사회생했고 마침내 연장 후반 12분에 안정환이 역전 골든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접전 끝에 이탈리아를 2 : 1로 잡아내는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하고 첫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세네갈 역시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해서 경기하느라 적응이 덜 됐는지 스웨덴을 상대로 전반 11분에 헨릭 라르손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러나 전반 37분, 앙리 카마라가 동점골을 넣으며 균형추를 맞췄고 그 이후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연장전 전반 14분, 스웨덴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후 역습 상황에서 앙리 카마라의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 골든골을 터뜨려 죽음의 조에서 1위를 해 내심 우승을 노리던 스웨덴을 2 : 1로 격파하고 8강 진출에 성공해 카메룬 - 나이지리아로 이어지는 검은 돌풍의 계보를 이었다. 아프리카 팀의 8강진출은 1990년 카메룬 이후 12년 만이었다.
반면, 전통 강호들은 토너먼트에서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먼저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11골이나 때려박던 그 강력한 공격력은 [15] 어디다 갖다 팔아먹었는지 남미 예선도 턱걸이인 4등으로 겨우 올라온 파라과이를 상대로 세트로 지루하고 단순 무식한 늪 축구를 하다가 후반 막판 올리버 뇌빌의 결승골로 1 : 0 신승을 거두며 겨우 8강에 올랐다.[16]
스페인 역시 아일랜드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정규시간에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해 1 : 1로 비긴 뒤 대회 첫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신성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아일랜드를 승부차기 3 : 2로 제압하고 간신히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경기를 대한민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직관해 면밀히 보고 있었으니.... 이 경기에서 카시야스는 자신의 왼쪽으로 오는 볼을 선방하는데 약점이 있다는 걸 노출하고 말았다.[17]
멕시코도 조별리그에선 이탈리아와 무승부를 기록할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였는데 대한민국 덕분에 겨우 16강에 올라온 미국을 상대로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하고도 골 결정력 부족으로 골을 못 넣고 오히려 미국의 역습에 2골을 잇달아 실점하며 0 : 2로 패배해 또 16강에서 퇴장해야 했다. 다만 이 경기에서 멕시코는 오심의 피해를 받았는데 미국 수비수 존 오브라이언이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핸드볼 반칙을 했는데도 주심을 본 포르투갈인 비투 페헤이라는 이를 무시하고 페널티킥을 주지 않았다.
브라질 역시 썩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진 못했다. 비록 벨기에를 2 : 0으로 제압하긴 했지만 마르크 빌모츠를 필두로 한 벨기에의 전력은 의외로 탄탄했다. 거기다 이 경기에서 브라질은 심판의 오심까지 득을 봐서 더욱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벨기에는 결국 1998년과 2002년 2개 대회를 통틀어 러시아만 이겼고 나머지 팀을 상대로 5무 1패를 기록해 무재배의 극치를 보였다.
잉글랜드도 전반전에만 3골을 넣었고 그 골을 잘 지켜 덴마크를 3 : 0으로 제압했지만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오히려 덴마크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데이비드 베컴에게서 시작된 역습으로 적재적소에 골을 넣는 효율적인 축구로 덴마크의 돌풍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나마 전통 강호들 중에선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었다.
한편, 터키는 16강에서 비교적 쉬운 상대인 일본을 만나 1 : 0으로 이기며 첫 8강 진출에 성공했고 공동 개최국인 일본은 터키를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몇 시간 뒤에 공동 개최국이자 라이벌인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오르는 모습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하게 되었다.
[1] 단, 크로아티아의 경우에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때에 비해 전력이 약해졌지만, 2001년 12월 조추첨 당시만 하더라도 상위권팀들의 발목을 잡을만한 팀으로 평가받았다.[2] 참고로 당시 코스타리카는 지역예선에서 이번 본선에서 각각 16강과 8강을 차지한 멕시코와 미국을 제치고 당당하게 조 1위를 차지한 팀이었다! 그만큼 만만치 않은 복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필이면 우승급 전력으로 탈바꿈한 브라질과 유로 2000 본선을 기점으로 전력이 상승한데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터키와 같은 조에 편성되는 불운을 겪었다. 마치 2010 남아공 월드컵때 브라질과 포르투갈과 같은 조에 편성된 불운을 겪은 코트디부아르같다.[3] 참고로 2002 월드컵 최소관중 경기는 이 경기가 아니라 B조의 스페인:파라과이 경기(전주)로 2만4천명이 입장했다. 독일:파라과이 경기는 25,176명이 입장했고 B조의 파라과이:남아공 경기(부산)가 딱 열 명 많은 25,186명 입장... 어째 희한하게도 세 경기 다 파라과이의 경기다.[4] 다만 직전 경기인 카메룬 전에서 주전들이 경고 누적크리로 적지 않게 빠졌으니 몸을 사려가면서 경기할 필요가 있긴 했다.[5] 물론 스웨덴-아르헨티나 경기 결과가 어떻든 무재배만 해도 16강에 무난히 올라갈 수 있는 잉글랜드로써는 딱히 전력을 다해 이길 생각은 없었을 수도 있다.[6] 이 경기에서 무재배를 하고 말았다면 16강 티켓은 당연하게도 1승 2무를 할 수 있었던 아르헨티나 몫이었다.[7] 더군다나 카마라의 골든골도 골포스트를 맞았는데 오히려 골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즉, 한끝 차이가 승부를 가른 셈. 스웨덴 입장에서는 땅을 칠 만했다.[8] 그리고 그 걱정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9] 물론 그래도 브라질이 벨기에를 역전승하고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 8강 잉글랜드전에서 마이클 오언의 선제골을 먹고도 히바우두와 호나우지뉴의 연속골로 결국 역전승하여 준결승에 올라갔다는 점을 생각하면...[10] 심지어 경기 전 일본의 몇몇 방송에서는 먼저 8강에 진출한 세네갈의 전력 분석을 하면서 지난 그 세네갈과의 친선 경기 때의 패배를 설욕해 보겠다거나 심지어 4강 진출 가능성까지 예측하는 등, 터키 쯤은 쉽게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였다.[11] 조별리그에서의 브라질전은 1:2 패배, 4강에서의 브라질전은 0:1 패배로 모두 1점차 패배다.[12] 사실 일본이 잘 하지 못했다 뿐이지 그렇게 고전한 정도는 아니었다. 골대까지 맞췄을 정도니 재수가 없었다 봐야... 실제로 일본의 패배가 확정되자 대한민국 전체가 환호의 도가니에 빠졌고, 거기다 8강 진출에 성공하자 기쁨은 2배가 되었다.[13] 독일의 대진이 한국 덕분에 수월해졌다면 이쪽은 세네갈 덕분에 대진이 수월해졌다.[14] 만약은 없다지만 터키전을 일본이 이겼다면 국내 팬들이나 선수들 모두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고, 경기 내용이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16강이 결정되던 날에도 같은 날 일본이 먼저 경기를 해서 16강을 확정지었지만 이 때는 우리 또한 16강 진출에 유리한 상황이었기에 경기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이 16강전은 원점에서 시작되는 단판 승부이기에, 그나마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것임은 틀림없다.[15] 물론 그 중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한 골이 8골..[16] 이후에도 독일은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역시 1 : 0 신승을 잇달아 거두었고 결승에서 브라질한테 0 : 2로 져서 준우승을 하게 된다.[17] 실제로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가운데로 찬 안정환을 제외하면 전원이 카시야스의 왼쪽으로 킥을 해 성공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