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1. 개요
Business development, Planning, Strategy.
기획은 어떠한 일을 계획(planning)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조직관리에서 쓰이는 용어이다.
그 중에서도 기업에서 '(전략)기획'이라 부르는 직무를 자세히 설명하자면, 기업 전체부터 작게는 사업부의 한 파트(마케팅 파트, 품질관리 파트 등)까지 포괄하는 조직적인 비전을 위한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그 실현을 위한 방안을 수립하며 실천 상황을 점검하는 직무이다. 그 계획에는 매출, 이익 예상이 포함되며, 단기적/장기적 계획 모두 수립된다. 이 모든 목표는 현업에서 올라오는 숫자, 전략, 시책을 기반으로 경영진의 의지가 개입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1] 둘 사이의 조율을 잘 해야 한다. 경영진에게 정보를 올리기 전에 가공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경영진의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회사 내에서는 브레인 취급을 받는다.
전략기획은 기본적으로 사업부나 기능부서가 나누어져 있을 때 이들을 하나로 묶는 부문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조직구조나 매트릭스 조직구조 처럼 각 파트를 세세하게 나누지 않고 협업을 강조하는 조직구조에선 전략기획이 따로 없다. 이런 조직에선 각 팀의 매니저급 인물들이 전략기획 역량을 가져야 한다.
2. 업무
사업 계획 및 실적 모니터링, 예산 책정 및 관리 위주.
- 매출/수익성/투자 등에 관하여 계획 수립 및 이에 대한 진척도 모니터링.
과거의 계획과 실적을 비교하고 이 차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계획을 달성하거나 초과 달성 할 경우에는 큰 탈 없이 넘어가지만 계획 미달인 경우에는 그 사유를 하나하나 따져서 보고해야 하므로 업무가 훨씬 고달파진다. 이 경우 사무실에 앉아있는 기획직이 자세한 내용을 알 리가 없으므로, 현업 여기저기를 귀찮게 해야 하고 그 와중에 그들의 신경질을 받아주어야 해서, 업무 난이도와 스트레스는 수십배로 뛰어오른다. 대부분의 경우 그 계획에는 경영진의 계획은 높을수록 좋다는 마인드가 짙게 배어있기 때문에 실적은 계획에 미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현업 입장에서는 사장 이름 팔아서 달성하기도 힘든 계획을 세워서 밀어붙여 놓고는 나중에 와서 왜 못했냐고 묻는 꼴이니 이쁠 리 없다.
- 예산 책정 및 관리
수립한 계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돈이 얼마나 들 지 파악하고, 이를 관리한다.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업이 어떤 움직임을 계획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추정하고, 결과물을 놓고 현업과 경영진을 오가며 조율하여 지급할 금액을 확정하는 역할이 예산 책정이다. 일반적으로 매월 이를 오가지는 않고, 연초에 크게 덩어리로 잡아 놓는데, 중간에 갑자기 신규 사업을 한다, M&A를 한다, 이러면 골치 아파진다. 이렇게 책정된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관리도 하게 되는데, "회식 만 원 계획했는데 왜 만이천 원이나 먹었어요?"같은 곤란한 질문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 기타 주요 의사 결정
전사 관점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팀은 회사 내에 많지 않다. 스태프 조직이라고 해도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 분명하다(ex. 회계팀). 매출과 수주 등에 빠삭한 영업과, 재료 조달 등에 밝은 구매와, 이를 집행할 자금팀/회계팀 등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전체를 적당히 이해하며 조율할 수 있는 조직은 기획 뿐이며, 이 게 곧 기획 직무의 의의이다. 그래서 기획은 회사 내 중요 의사 결정[2] 에는 거의 다 개입한다. 의사 결정 이후 목표와 연결(즉 평가)시켜 추진력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 기타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 중 '분류가 애매하고 크지도 않은 조직들'이 명목상 기획 부문에 소속되기도 한다.
- 원가 관리 업무
3. 취직, 이직
영업, 재무, 생산관리 등 '''전략기획 채용은 거의 대부분 경력직만 뽑는다. 신입 채용은 많아야 1명이다.''' 심지어, 심한 경우 채용공고에는 전략기획이라고 적혀 있지만 내부적으로 TO를 0명 배정해놓아서 실제로 거기로 지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직무로 임의배정 당하는 경우도 있다.
2016년 하반기 이노션 (현대자동차그룹 광고기획사)의 경영전략직 경쟁률은 167:1이었고, 그나마도 그 자리는 부정청탁을 한 고위공무원의 딸이 합격했다.
이 때문에 전략기획직은 중견기업이라도 매우 똑똑해야만 신입으로 입사할 수 있다. 대개의 직무가 짧은 지식으로 비슷한 일을 실수 없이 반복하는 반면, 전략기획은 '''거의 매일 새로운 일'''을 하는데 그 일의 결과물은 수십~수백억 원대 차이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전략기획은 조직 전체를 관할하기 때문에 한 번 잘 익혀 두면 다른 조직에서도 도움이 된다. 거기에 직무 수행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익히게 되는 자금 감각과 완벽주의는 다른 어떤 직무에도 유용하다. 또한 경영진과 가깝기 때문에 얼굴도장 찍기에는 최고라서 이 지옥같은 직무를 오래 할 생각이라면 자기 PR하기에 따라 출세도 빠르다. 실제로 재무+기획은 경영지원인의 이상적인 커리어패스이기도 하다. 사내 MBA 지원 단골 손님이다. 기업체의 전략기획 부서, 투자은행의 IBD 부서, 전략컨설팅, 사모 펀드 등에서 이직이 이루어진다.
4. 요구 역량
4.1. 비즈니스 마인드
- 결단력
기획의 모든 업무는 보고가 목적이며, 보고는 피드백을 동반한다. 피드백은 자료에 반영해야 하고, 이 자료는 또다시 보고된다. 이에 또다시 피드백이 따라오는 식으로, 기획 일은 시작과 끝이 없다. 이전 업무에 계속 이렇게 끌려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업무만 쌓인다면 업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전 업무를 어느 정도 선[3] 에서 끊고 마무리짓는 결단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 경영진의 시각
동료들 입장에서는 냉혈한이나 다름없다.
- 기획직의 높은 사람은 새로 벌려서 크게 한탕 하려 한다
우두머리는 대부분 우직하니 보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크게 한탕 쳐서 성공하는 것을 좋아한다. 기획 부서에서 크게 한탕 벌이면 그 다음에는 결과가 안좋아도 현업의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에 열성적일 수 밖에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기획직은 전혀 그러고 싶어하지 않는다.
- 원대한 계획
경영진은 일반적으로 목표가 그냥 높으면 좋아한다. 기획직에서는 이를 고려하여 거품을 쭉 채운 계획을 세우고, 경영진은 이걸 보고 거품을 한번 더 끼얹는다(...). 제대로 된 기획직이라면 보수적인 결과물을 내놓겠지만 그러면 경영진으로부터 안 먹어도 될 욕을 먹고 처음부터 일을 다시 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계획은 허황될 수 밖에 없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기획에서 한 말은 회사 사람 거의 대부분이 사실로 취급하기 때문에 실수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이중삼중 교차검증하고 확실한 것만 말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기획 일 오래 한 사람은 대체로 필요한 말만 조곤조곤 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4]
높으신 분들의 생각을 움직이는 것이 기획의 일이다. 의심스러운 것은 믿게 만들어야 하고, 하기 싫은 것은 거부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5] 높은 사람이 보고서를 읽고 PT를 들으면서, 어린 비전문가가 하는 말임에도 따라야겠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다른 부서 소속 이해 관계자들이 면책 목적으로 기획이 하는 말이 그르다고 우겨도 높은 사람이 보고 기획이 맞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장이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근거는 객관적이어야 하며, 수치 하나하나까지 정확해야 한다. 여러 부서를 총괄하는 업무의 특성 상 관련자들이 서로 책임 전가하는 모호하고 복잡한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 때에도 진실을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4.2. 체력과 근성
대기업이든 전략컨설팅이든 기획직은 업무 강도가 높으며 '''야근, 밤샘'''은 일도 아니다. 회식 2차 끝나는 시간에 퇴근하기 때문에 체력, 스트레스 내성, 체념 등이 필요하다. 모든 자료는 현업에서 나오고, 기획은 이걸 취합하고 정리하는 게 일이다. 요청을 언제 하든, 기한을 언제로 정하든 자기 일도 바쁜 현업 사람들은 쭉 잊고 있다가 하루 전에 reminder 받으면 부랴부랴 작업해서 근무 시간 끝날 때 즈음에, 그나마도 안내한 대로 해 놓기보다는 자기 마음대로 대충 만들어 주기 마련이다. 보고해야 할 날짜는 정해져 있고, 근무 시간은 이미 끝났으니 야근은 선택이 아니다. 본인의 역량과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야근이 불가피하다.
기획직은 자기관리가 매우 힘든 직군이다. 퇴근이 늦고, 근무 시간에는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하기 때문에, 운동부족에 야식은 계속 먹어서 결국 배 나온 저질체력 아저씨가 되기에 딱이다. 기획 경력직들은 만성 질환이 하나씩은 있다. 허리나 목, (키보드/마우스 장시간 사용으로 인한) 손목 등 정형외과 질환이 흔하며 간이나 소화계, 내분비계 쪽의 스트레스성 질환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기획직은 근방의 야식집, 중국집과 친할 가능성이 높다. 야식을 주문하는데 같은 값으로 서비스 하나 더 받고 싶으면 기획직 사람에게 전화기를 돌려라.
이상한 환상을 가져선 안된다. 실제로는 드라마에서 보이는 만큼 멋지지 않다. '''처음 몇 년 간은 본업인 보고서, PT 업무에도 정신없는데 복사, 인쇄, 스캔 셔틀 짓까지 해야한다.'''[6] 포장은 어느 회사든 무림의 고수들이 신입에게 청소만 시키는 꼴 같은 식으로 표현하나, 실상은 업무분장이 되어 있지 않은 한국 회사의 특성이라서 그렇다. 다국적 기업의 기획 부서에는 행정 일만 담당하는 비서가 붙어 있고, 심지어는 출장 예약, PPT 포맷팅, Researcher (자료 조사를 해 주는 직원) 등이 보조 요원으로 붙어 있는 곳도 있다.
4.3. 인맥 관리, 사내정치, 처세술
낙하산 인사[7] 가 아닌 경우만 설명한다.
- 외부 전문가, 정보원 인맥
기존에 이미 알고 있는 상식만으로 기획안을 작성하려 하면 대부분 엉터리 결과가 나온다. 큰 돈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을 동원해야 한다.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부족하지만 근거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면 찾아야 한다. 책, 논문, 기사 검색이 불가능할 경우 직접 발로 뛰어 인터뷰를 하든 관계 기관에 전화해서 문의하든 찾아야 한다. 겉으로 볼 때는 책상물림 직업에 컴퓨터만 다루면 될 것 같지만,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적극적이고 인맥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그래서 공개 정보가 제한될 때 '더 이상 뭘 하라는 말이냐? 틀렸다는 증거도 없지 않냐?'라고 반발할 사람들은 기획안을 쓰는 직업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 사내 현업, 임원 인맥
기업에서의 정보력은 사내 인망이 얼마나 두터우냐가 핵심이다. 드라마에서는 현업자가 기획직에게 직접 찾아와서 모든 보고를 하고 기획직은 정리해서 보고하기만 하면 되니까 뒷방 늙은이처럼 책상에 앉아만 있어도 되며 현업자가 꼬장을 피우면 "그러면 대표님한테 그렇게 그냥 보고합니다." 같은 말로 겁주는 모양인데, 현실에서 기획직이 경영진을 대상으로 '현업에서 자료를 안 줘 보고가 늦었다'거나, '현업에서 협조를 안해서 기획이 망했다'고 말하면 경영진은 현업이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렇게 무능한 놈이 기획이라니?" 하고 생각할 뿐이다.
따라서, 모든 현업을 상대로 평소에 덕행을 쌓아(...) 필요할 때에 어르고 다독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받아낼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떤 조직보다도 대인 친화력이 중요하며, 이것이 없다면 그냥 손놓고 바보 되는 직무이다. 혼자 앉아 조용히 집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기획 직무에 적합하지 않다. 업무 시간에는 현업들을 만나 끊임없이 정보를 얻거나 어르고 달래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혼자 앉아 집중은 매일 야근할 때 하면 된다.
경영진에게 '공식 루트가 없어서 몰랐다'라고 하면 갈굼 밖에 당하지 않는다. 경영진은 기획이 공식적인 루트로 받아오든 비공식적인 루트로 받아오든 간에 상황 불문 결과적으로 돈 되는 뭔가를 가져오길 바랄 뿐이다. 기획은 정보를 취합/정리하여 임원진에게 전달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기획은 모든 정보를 남들보다 두 발 앞서서 캐치하여 한 발 앞서 임원진이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식적인 루트가 있다면 그보다 빨리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 비공식적인 루트가 필요하고, 공식적인 루트가 없다면 어떻게든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 비공식적인 루트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획직은 이런 정보가 흐를 수 있는 인맥이 필요하다. 본인이 소문에 늦은 타입이라면 기획직은 꿈도 꾸지 마라. 다른 사람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 당근과 채찍을 병용해서든, 기브 앤드 테이크를 통해서든, 하여튼 어떻게든.
따라서, 모든 현업을 상대로 평소에 덕행을 쌓아(...) 필요할 때에 어르고 다독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받아낼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떤 조직보다도 대인 친화력이 중요하며, 이것이 없다면 그냥 손놓고 바보 되는 직무이다. 혼자 앉아 조용히 집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기획 직무에 적합하지 않다. 업무 시간에는 현업들을 만나 끊임없이 정보를 얻거나 어르고 달래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혼자 앉아 집중은 매일 야근할 때 하면 된다.
경영진에게 '공식 루트가 없어서 몰랐다'라고 하면 갈굼 밖에 당하지 않는다. 경영진은 기획이 공식적인 루트로 받아오든 비공식적인 루트로 받아오든 간에 상황 불문 결과적으로 돈 되는 뭔가를 가져오길 바랄 뿐이다. 기획은 정보를 취합/정리하여 임원진에게 전달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기획은 모든 정보를 남들보다 두 발 앞서서 캐치하여 한 발 앞서 임원진이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식적인 루트가 있다면 그보다 빨리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 비공식적인 루트가 필요하고, 공식적인 루트가 없다면 어떻게든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 비공식적인 루트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획직은 이런 정보가 흐를 수 있는 인맥이 필요하다. 본인이 소문에 늦은 타입이라면 기획직은 꿈도 꾸지 마라. 다른 사람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 당근과 채찍을 병용해서든, 기브 앤드 테이크를 통해서든, 하여튼 어떻게든.
- 입이 무겁다
나만 아는 것이 있으면 떠들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성격이라면 아웃. 다 아는 사실이라도 모르는 척할 수 있는 성격이 기획에 더 어울린다. 야심차게 준비 중인 비밀 프로젝트에 대해 잘못 퍼뜨렸다간 바로 모가지다. 이런 비밀 프로젝트는 간만 보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흔한데[8] 이런 정보가 새어 나갔다가는 조직 내에서 임원진에 대한 신뢰는 폭락하고, 괜히 조직 내에서 자신의 운명을 베팅해 보았던 사람들에게서는 원망을 사기에 딱이다. 적은 많고 임원진에게도 미움을 샀으니 그만 둘 수 밖에 없다.
- 사내정치에 대한 경계심
이런 태도를 막기 위해 보고를 받는 최고경영진은 반론에 대한 반박이 충분하고 근거를 충실히 조사했는지를 관찰하여야 하며, 일부러 왜곡하는 사람은 기획 부서에서 제거해야 한다. 큰 부작용이 예상되는 기획안에 대해서는 그 부작용을 틀어 막아 놓고 나서 실행해야 한다. 높은 분이 이런 종교적 신념과 같은 기획안을 채택하면 그 조직의 현업자들에게 재앙이 온다. 논리적으로 틀리든, 전문가가 반발하든 간에 시끄럽다고 일갈해 버린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등 의견과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
4.4. 언어적 역량
- 영어는 기본이고 업체가 지렛대로 삼는 지역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 대화 뿐만 아니라 여러 언어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외국어 보고서를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이너한 언어라면 전문 번역가를 고용하지만, 메이저 언어라면 본인이 수행하게 된다.
- 문학이 아니기 때문에 논리와 결과물이 중요하지만, 독자가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이해할 정도로 어휘력이 떨어진다면 악영향이 있다.
- 요약할 때는 필수 요소가 빠지지 않는지, 의미가 바뀌지는 않는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을 모르는 기획자는 그냥 무조건 짧게 줄이기만 하면 잘 요약했다고 착각한다.
- 번역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경영전략 용어인 unrelated diversification을 일상 용어로 해석해 '무관한 다각화'로 번역하게 되면 오역이다. 특히 업계 용어의 경우 한국어-원어가 매칭되어 있어 회사 외부 번역가에게 맡겼을 경우 검수를 하는 것이 좋다.
4.5. 재무, 회계, IR, 금융 등 경제학적 역량
회계, 경리, IR 등 재무 직무 전반적인 능력 및 회계학, 재무관리 등 학술 지식이 없으면 사상누각 같은 계획이 나온다. 이 때문에 기획 신입 사원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재무 일을 몇 년 하고 옮기는 게 낫다고도 한다.
4.6. 영업과 마케팅, 소비자 행동 분석 역량
영업이나 마케팅 과정은 통념보다 훨씬 전문적이며 복잡하고 장기간이 소요된다. 이런 지식은 기획 업무에서 분명히 필요하지만 쉽게 배울 방법이 없어 해당 직무에서 직접 익혀 오는 사람들을 기획부터 시작한 사람이 절대로 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기획 부서에서는 신입을 키우는 것보다는 타 부서에서 일 잘하는 대리급이나 과장급을 데려 오는 걸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4.7. 수학, 통계학, 정보시스템 역량
전략 기획 직무는 기업 내외의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정리하는 업무를 많이 수행한다. 각종 자료 수집 기법과 통계, 페르미 추정, 수학적 최적화 등의 자료 분석 능력,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사내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정보시스템관리 역량이 요구된다. 전략기획직은 숫자와 그래프로 대화한다. 엄밀하지 못한 수식어구는 최소화해야 한다. '글 쓰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인문대학보다 상경계열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 예: 비싸게 구매하지 말고, 행정직 서무 사원이 직접 수행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시장에서 구매할 경우 월 25만원, 행정직 서무 사원이 직접 수행할 경우 22만원 (시급 7천원 X 하루 1.5시간 X 월 근무일 22일).'
전자처럼 쓰면 안 되는 이유는, 얼핏 보기에는 비용을 절감하는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시급이 높은 고급 인력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든지 등의 이유로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더 비싼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이 예시에서 하루 1.5시간이 아니라 하루 1.65시간만 되어도 시장에서 구매하는 게 더 싸게 된다.
위 이유로, 근거 자료는 정확한 최신 수치로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문에 기획 쪽 신입사원들은 지루한 업데이트와 사실 확인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기획안을 내서는 안 된다. 실패 확률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잘 한다는 근거가 없는데 경쟁률 100:1의 입찰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면 고생하기 쉽다. 실패 확률이 높은 게임에 함부로 자원을 털어넣어서는 안 된다. 최고경영자는 이런 짓을 막기 위해, 위험한 제안에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가장 심한 케이스는 논리적 오류이다. "잘못되었다는 (통계적) 증거가 없다면 그 기획안이 틀렸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옳은 것이다"는 식의 무대포 접근은 대표이사 마음대로 모든 걸 결정하는 회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다. 틀렸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무작정 M&A 하자, 사업 확장 하자고 하고, 밑에서 말리면 '해보지도 않고 말대답한다'면서 강행한다. 기업에서는 돈낭비를 줄이기 위해 소규모 실험부터 거쳐 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또 엑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 분석 툴을 다룰 수 있으면 좋다. 수학이나 통계학, 경제학과 등 대량의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는 전공의 주 경쟁력이 여기서 나온다. 전사 단위 데이터를 실수 없이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실수를 줄이는 구조, 나중에 봐도 이해할 수 있는 구조, 히스토리가 남는 구조, 자가 검증이 가능한 구조, 타인의 form과도 호환 가능한 구조, 윗사람의 요구를 예측하고 이를 커버할 수 있는 범위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구조로 데이터를 깔끔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외로 함수는 쓰는 것만 쓰게 된다. SUMIF, SUBTOTAL, VLOOKUP 정도의 함수와 피벗 기능 정도 알아 두면 대기업에서도 당장에 큰 문제는 겪지 않는다. 다만 다국적 기업쯤 되면 나중에는 SQL, R 등 빅데이터용 도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
5. 오해
기획엔 (전략)기획 외에도 상품기획, 품질기획, 영상기획, 광고기획 등 다양한 직무가 있다. 이 모든 직무에서는 '기획안'을 작성한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아는 것은 없는 기획직이 남에게 물어서 얻은 지식에다 글재주와 말장난만으로 돈을 번다'고 비아냥대는 경우가 있다.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다들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직은 현대에도 전문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아무에게나 맡겼을 때 엉터리 기획안이 많이 나오며, 따라서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에게 함부로 맡겨놓으면 리스크나 기회비용 계산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잘 될 것 같다' 식의 막연한 희망만으로 회사의 돈을 낭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심한 경우 취향 때문에 사실을 왜곡한 보고서를 내놓아 경영진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만들어 조직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이는 전략/기획뿐만 아니라 모든 기획에 공통된 요소다.
기획직만큼 오해가 많은 직무도 없다. 기획직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 숫자 놀음
숫자로 모든 것을 파악하고 해석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이 숫자들은 발로 뛰며 현업 사람들 만나고 전화통 붙들고 사정해서 얻는 것이다.
- 야심가
기획부서의 수장은 야심가인 경우가 많지만 그 부하들은 다른 부서와 마찬가지다. 대충 적당히 사람들을 모아놓은 와중에 그 스트레스를 버텨낼 수 있는 사람들과 이제는 다른 데로 갈 수 없는 사람들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 신입 때부터 중책 담당
임원 앞 PT, 회사 전략 수립, 대표이사 직속 보좌 등은 10년 내에는 매우 높은 확률로 못 한다. 2013년 한 대기업 경영기획팀 차장이 신입 채용 면접에서 당황한 일화가 있다. 지원자 대부분이 경영기획팀 근무를 희망했는데 이유가 “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 기회를 얻기 위해, 사원 때부터 회사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 사장님을 보좌할 수 있어서” 등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모습이지, 실제 직장생활이 아니다. 해당 차장은 “아무리 기획팀이라도 신입 사원이 주로 하는 일은 복사, 문서 정리인데… 신입사원이 사장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확률은 1억분의 1도 안 됩니다. 드라마가 지원자들을 망쳐놓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1] 인간인 이상 의견차가 불가피한데, 일관된 강령이 없을 경우 조직의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선택을 해야 되는 것이다. 건실한 조직에서 일부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는 조직 차원에서 더 효율적인 대안에 밀린 게 일반적이다. 비효율적인 선지를 고르는 일이 잦을수록 도태되기 마련이다.[2]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신규 사업 개척, M&A, 기술이전 계약 등[3] 마무리 짓겠다고 선언해도 별로 이의가 없을 정도로 개선 및 피드백 반영이 이루어졌다든지, 단물이 다 빠져서 슬쩍 정리해 버리는 게 효율적인 업무라든지... [4] 달변가는 기획보다는 영업 쪽에 더 많다.[5] 원래 하고 있던 일, 높으신 분들이 하고 싶어서 날뛰는 일을 일부러 기획안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6] 신입때는 보고서나 PT 같은건 맞기지 않는다는 이상한 오해가 있는데, 그게 가능한 회사의 기획직이라면 정말 꿀보직인 거다. 왠만한 회사라면 업무가 몰아치기 때문에 신입이라고 주요 업무를 안맡길 수가 없다.[7] 낙하산 인사가 기획직이라면 을로서 굽신거려야 할 일도 없게 마련이다.[8]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굳이 비밀리에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