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4장
- 은하영웅전설 OVA 48화
- 시기 : 우주력 799년, 제국력 490년 표준력 2월 8일 13시 45분 ~ 2월 9일
2. 배경
황제 납치 사건부터 은하제국 정통정부 수립, 그리고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공작의 대동맹 선전포고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태풍 속에서 동맹의 수뇌부는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면서도 설마 치명적인 피해는 아닐 거라고 믿었다. 이는 당시 제국이 동맹을 공격할 수 있는 통로인 이제르론 회랑과 그 요새를 장악하고 있었고, '''불패의 마술사''' 양 웬리와 그의 함대가 방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르론 요새는 양 웬리가 주도한 7차 공략을 제외하면 공격하는 쪽에서 대패하고 물러난 전례가 있었기에 더더욱 안일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국이 동맹을 공격할 수 있는 루트는 하나 더 존재'''했다.
페잔 회랑은 페잔 자치령의 창건 이후부터 자치령의 영토로써 페잔 자치정부의 정치외교적 노력, 때에 따라서는 뇌물이나 로비같은 뒷공작으로 은하제국이나 자유행성동맹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회랑을 이용하지 않도록 막아오고 있었다. 자유행성동맹의 건국 이후 계속 페잔 회랑은 단 한 번도 군사적으로 이용된 적이 없어 제국이나 동맹에서는 페잔 회랑은 소위 '자유와 평화의 장소'라는 고정관념이 심어지게 되었다. 물론 이는 동맹과 제국의 군사적인 균형이 엇비슷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제국령 침공작전과 뒤이은 구국군사회의 쿠데타로 자유행성동맹의 군사력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렇게 되자 페잔 란데스헤르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제국과 동맹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제국 측에 붙어 동맹을 제물로 삼고 우주를 양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은하제국 황제를 납치하여 동맹에 망명시켜 로엔그람 원수에게 대동맹 선전포고의 명분을 주는 것.
그러나 제국의 패권을 인정하면서 내정자치권만은 지키려 했던 루빈스키의 목표와는 달리, 라인하르트는 페잔의 자치권을 인정해줄 의사가 전혀 없었다. 라인하르트는 은하제국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 납치 문제를 밀고한 페잔 자치령의 고등판무관 니콜라스 볼텍에게 페잔이 진정으로 자신의 패업에 협조하려 한다면 '''페잔 회랑 자유항행권을 제국에 제공할 것'''을 요구했고, 협상 실패에 따라올 문책과 좌천을 두려워한 볼텍 판무관이 라인하르트에게 굴복하여 페잔 회랑 침공 준비는 더더욱 가속되었다.[1]
양 웬리는 이러한 라인하르트의 전략구상을 정확히 추론해냈고, 직속 상관인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에게 손수 정리한 문서를 율리안 민츠를 전달하여 방비책이 필요함을 경고했다. 하지만 이미 정권의 시녀화가 가속화되고 있던 군부에서 뷰코크가 아무리 제 목소리를 낸다해도 들어줄 사람도 없었고,[2] 정치권에서도 노친네 잠꼬대란 식으로 무시해버렸다.[3] 웃기게도 제국의 공격이 예상되는 와중에 욥 트뤼니히트는 제국의 공격에 어떻게 막을거냐는 인터뷰에 이제르론 요새와 양 웬리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대답했는데 조안 레벨로는 이에 대해서 "웃기는군. 그 양 웬리를 사문회에 불러서 고생시킨지 반년도 안되었는데." 라고 조소했고 황 루이는 "지들은 불리한건 잘 잊는다." 라고 동감했다. 물론 여기서도 우리의 조안 레벨로님께서는 또 한번 양 웬리의 독재자화를 우려한다(...)
제국군은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이 주도하는 이제르론 방면에서 대규모 군사적전을 펼쳤다. 하지만 양 웬리와 직속 함대가 방어하는 이제르론이 정면공세로 뚫릴리가 없으니 약 2천척의 함대를 잃고 로이엔탈은 함대를 일시적으로 철수시켜 제국 본토에 지원 함대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계획된 페이크였다. 볼프강 미터마이어가 지원함대는 이제르론으로 향하는 척을 하다가 페잔 회랑으로 향했다.
페잔 회랑에 미터마이어 함대가 도달하자, 사전에 보고받은 바 없는 제국의 대 함대의 급격한 등장에 페잔 자치령은 당연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점령되었다. 이후 라인하르트가 이끄는 제국군 본대가 페잔에 도착하여 동맹을 향한 공격준비를 마쳤다.
페잔 자치령의 병탄으로 이미 한 차례 크게 제국쪽으로 기울어진 군사적 균형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넘어가버렸다. 압도적인 전력 열세를 이제르론 회랑에서의 우주방어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 이제르론 회랑의 전략적 가치는 완벽하게 상실되었다. 덤으로 동맹은 제국령 침공작전과 내전 이후 남은 2만여 척의 함대를 양 웬리에게 맡겼는데 이들이 로이엔탈 함대에 묶여 동맹 본토 방어에 적극 나설 수가 없게 되어 동맹군은 남은 예비전력만으로 싸워야 했다. 또한 과거 제국군이 동맹내부의 지리에 어둡다는 점을 활용하여 방어에 용이한 장소로 적을 유인하여 격퇴한다는 전략 역시 페잔 항로국에 저장되어 있는 방대한 분량의 성계도와 항해도가 고스란히 제국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게 있더라도 동맹이 지리적으로 유리한 건 사실이었지만 전력격차가 거의 몇 대 1이다. 이는 제국령 침공작전, 구국군사회의 쿠데타 등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정규함대를 상실한 동맹에게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3. 동맹의 대응 준비
제국군 주력이 페잔에 집결하고, 아직까지 완전히 제국령이라 할 수 없는 페잔에서 뒷수습에 전념하는 시간은 동맹에게는 귀중한 방어계획 준비시간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동맹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가용병력이 부족한 동맹의 입장에서는 강대한 적을 동맹령 깊숙히 끌어들여 공세한계점에 도달한 적에게 역공을 가하여 피해를 누적시키고, 결국 원정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전략에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었으니, 바로 동맹은 여러 행성자치정부의 연합체 성격에 가까운 연방정부였다는 점이다. 작중에서 정치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동맹정부와 군부에서 조금이라도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가는 제국의 침공루트에 있는 행성들이 '''동맹중앙정부의 방위의무 방기'''를 이유로 이탈을 선언하고 제국에 항복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4] 이는 동맹령 내에 제국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고정거점을 내어주는 문제가 발생하며, 설령 수도성 하이네센을 사수해내더라도 훗날 큰 골치거리를 남겨두는 셈이었다.
결국 제국군이 유인성계로 쇄도하기 전에 끌어모은 전력으로 한 차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3.1. 트뤼니히트의 잠수, 아일랜즈의 각성
페잔이 함락된 직후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는 '''우선 언론을 통제하고 사실을 발표할 시기를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페잔에서 돌아온 시민들에 의해 최고평의회의 보도관제 시도는 시작조차 하지 못해버렸고 동맹 전역이 혼란에 빠진다. 동맹 시민들은 강인한 지도자 욥 트뤼니히트 최고평의회 의장이 나타나 위기에 빠진 국가과 국민을 구원해줄 것을 믿고있었으나 상황은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심각해지고 있었다.
취재진들이 최고평의회로 몰려들었으나 경비원들이 나서 의회 진입을 차단하고 있었고 취재진들이 이에 항의하며 몸싸움까지 일어나기 시작할 찰나, 최고평의회 대변인이 나타나 트뤼니히트 의장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뤼니히트 의장은 이 짦은 성명을 발표한 뒤 '''어디론가 잠적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책임을 방기한 채 어디론가 도망가버렸고 최고평의회의 남은 수뇌부들은 모두가 트뤼니히트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직함을 받아먹은 무능한 사람들밖에 없어 뭘 어떻게 해야될지도 모르는 멘붕상태에 놓여있었다.이번 사태에 대하여 중대한 책임을 통감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인물이 카리스마적 지도력을 발휘하여 동맹정부의 혼란을 수습해냈다. 바로 국방위원장 월터 아일랜즈였다. 아일랜즈는 그 전까지만 해도 여느 부패한 내각 정치인과 다름없는 잉여인간이었고, 뷰코크가 페잔 루트로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을 때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던 장본인이었다. 그런 아일랜즈가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각성하여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수탄 트뤼니히트를 대신하여 동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책을 논의하면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사실 이 국무회의 자체도 아일랜즈 혼자서 발언하고, 혼자서 대책을 내놓고, 혼자서 의견을 물어보고, 혼자서 결론을 내렸다(…). 다른 위원장들은 무능하니 해결책 따윈 모르겠고 아일랜즈의 대격변에 놀라 그저 아일랜즈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아일랜즈가 수립한 동맹정부의 방침은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갖춘 후 강화신청이었다. 이러한 방침은 아일랜즈가 직접 우주함대 사령장관 뷰코크 제독과 접견한 자리에서 통보됐다. 이 자리에서 아일랜즈는 뷰코크 제독에게 그동안 자신의 행보에 대해서 솔직한 자아비판을 했는데 뷰코크를 비롯한 우주함대 사령부의 사람들은 '이 양반이 또 무슨 쇼를 하나?'란 식으로 의구심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동맹정부가 세운 현실적인 방침과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협조를 약속하면서 군부의 협조를 요청하자 아일랜즈의 진심을 알아차렸으며, 한편으로는 좀 더 일찍 각성해줬으면 훨씬 더 수월하지 않았겠나란 아쉬움을 드러냈다.
3.2. 방어작전 준비
정부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동맹군은 있는 자원 없는 자원을 최대한 끌어모아 방어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삐걱거리는 부분이 많았다.
우선 우주함대 총참모장 오스만 중장이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부참모장 춘우 지엔 소장을 중장 진급 및 총참모장으로 승격시켜야했고, 뷰코크의 부관으로 근무해왔던 파이펠 소령 역시 심장발작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순 수울을 새 부관으로 임명하는 등 갑작스런 사령부 인물 교체가 이어져 석연찮은 분위기를 자아냈다.[5] 하지만 이들은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재들이었기에 사령부에 곧 유화될 수 있었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더불어 이 상황에서 동맹군을 총 지휘해야 할 통합작전본부장 도슨 대장은 '''자신은 그동안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을 처리했다'''고 커밍아웃을 하고 손을 놓아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 마디로 '''위에서 컨트롤을 안해주니 나는 일을 못하겠다'''는 소리였는데, 이에 통합작전본부의 기능이 무력화 되었으나(...) 오히려 우주함대 사령부가 무력화된 통합작전본부의 기능을 전부 흡수하여 되려 효율적인 방위작전 구상이 가능하게 되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그야말로 사소한 부분으로 실제 동맹군은 그보다 더 큰 골치거리를 안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병력부족이 가장 큰 골치거리였는데 당시 동맹군 부대 중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를 제외하고 정규함대 편제를 유지하고 있는 부대는 파에타 중장 휘하 제1함대, 함정 14,400척 뿐이었다.[6] 그 외에는 긴급편성된 소규모 분함대나 성간순찰대, 각 항성계의 경비대만이 가용전력으로 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아무래도 정규함대에 비해서 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었다. 급한대로 우주함대 사령부는 중장비 위주로 병력을 차출하여 2만척 가량의 혼성함대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 병력을 다시 반으로 나눠 제14함대와 제15함대로 재편하여 라이오넬 모튼과 랄프 칼센을 중장 승진과 함께 사령관으로 기용했다.
그럭저럭 전투를 해볼만한 전력은 확보했으나 제국군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전력이었기에 수뇌부에서도 어떻게든 병력을 더 짜내보려 고심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전회의에서 춘우 지엔이 '''양 함대를 동원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파에타가 현재 양 웬리는 제국군과 대치중이란 사실을 지적했고, 다른 인물들도 이제르론 포기로 인한 발생할 악영향 등을 감안하여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르론의 전략적 가치가 사라진 시점에서 무리하게 이제르론을 사수할 필요는 없고, 양 웬리와 그의 함대 역시 귀중한 전력임을 부정할 수 없으며, 양 웬리 역시 어떤 대안을 마련해뒀을 것이란 춘우 지엔의 주장이 받아들어졌다. 이에 따라 뷰코크는 "모든 책임은 사령부에서 질테니 귀관이 최선이라 판단하는 행동을 취하라"는 훈령을 양 웬리에게 보냈다.
또다른 골치거리는 동맹군의 대응방침이었다. 사실 과거 동맹군은 제국이 페잔을 경유하여 동맹령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그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 및 상황에 따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작전안 정도는 준비해둔 상태였다.[7]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동맹의 정규함대 세력이 건재하다는 전제하에 수립된 계획'''이었으므로 현 동맹 상황에서는 그냥 휴지조각에 불과한 내용이었다. 결국 동맹군은 취사선택에 따른 전장설정과 제국군과의 결전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싶었지만 이점을 다 빼앗기는 바람에 제국이 예측한 행동범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결국 동맹군은 제국군이 예상한대로 유인행성 밀집지역이 시작되는 란테마리오 성역을 결전장으로 정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동맹군은 제1함대를 중심으로 한 함정 32,900척, 장병 5,206,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수도성 하이네센을 출발했다. 그리고 출발직전 아일랜즈는 뷰코크에게 원수계급을 수여했고, 이에 맞춰 사령부 참모들 역시 모두 1계급 승진 조치를 내렸으며, 수도 하이네센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산악 또는 삼림지대로 소개하고 전 동맹령에 포고를 발령해 제국군이 침공한 성계가 '무방비 선언'을 내거는 것을 허가했다.
4. 전개
4.1. 제국군 출격
페잔에서의 사후처리를 마친 제국군은 미터마이어를 선봉으로 내세워 동맹령을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동맹군의 대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돌발상황에 대한 부담도 적은 편이었다. 실제 동맹군은 페잔 회랑 출구방면인 포레비트 성역에서 란테마리오 성역까지 정보수집에 꼭 필요한 거점기지에만 모든 기능을 집중시키고, 나머지 기지에서는 인력과 물자를 모두 철수시킨 상태였다. 게다가 남은 기지에도 사실상 전투병력이 없는 수준이나 다름없었기에 제국군 역시 무리하게 공격하여 화력을 낭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므로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소설판에서는 JL77 기지와 같은 절묘한 에피소드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동맹령 깊숙히 진공한 제국군은 1월 30일 페잔에 남겨둔 육전부대 절반을 제외한 전 부대의 집결을 마쳤다. 그 병력은 전투함정 112,700척, 지원함정 41,900척, 장병 1,660만에 달하였는데, 이는 은하제국군 전사,戰史,를 뒤져봐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전력이었다.
란테마리오 성역 인근에 도착한 제국군은 병력 배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라인하르트 휘하의 제장들은 미터마이어가 선봉에 서고, 라인하르트가 중앙을 맡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쌍두사 진형"을 꺼내들면서 미터마이어에게 몸통을 맡기고 본인은 한쪽 머리에 서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안건에 놀란 부하들이 라인하르트가 좀 더 안전한 후방에 위치해야 된다고 진언했지만, "이 진형에는 두 개의 머리가 있을 뿐 후방은 없고 동맹군은 분명 몸통을 노릴테니 실질적 선진은 미터마이어"라 이야기하며 자신의 안건을 관철시켰다.
이 무렵 동맹군은 1월 18일에 양 웬리가 이제르론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고 2월 15일쯤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최대한 전투 시기를 늦추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제국군이 그런 동맹군의 사정을 모두 봐줄리는 없었다. 결국 2월 7일 란테마리오 근처에서 제국군과 조우할 수 밖에 없었다. 제국군의 강대한 병력과 배치를 확인한 뷰코크는 일부러 중앙돌파를 유도한다음 두 개의 머리로 싸먹으려는 위험한 함정임을 간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전안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중앙돌파를 감행하여 각개격파를 하는 방안을 굳혔다.
4.2. 개전
2월 8일 13시, 제국군과 동맹군이 서로 교전거리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뷰코크도 무리하게 중앙돌파를 시도하다가 쌈싸먹히는 것보다는 선제공격을 유도한후 덤벼드는 머리들의 틈을 노려 돌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하여 13시 40분에 기존 작전안을 수정했다. 그리고 14시 05분, 양군이 5.1광초까지 접근한 시점에서 포격전이 시작되었다.
포격 개시와 함께 미터마이어는 천천히 시위를 하듯이 포격을 하면서 동맹군을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사실 어떤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기 보다는 동맹군이 어떻게 반응을 보일 것인지 간보기 위함이었고, 동맹군의 일선지휘관들은 제국군의 압박에 위축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뷰코크 제독도 대항을 보류하고 잠시 대기할 것을 주문했지만 성급한 일부 지휘관들과 극도의 불안에 미쳐버린 지휘관들이 신경질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숙련되지 못한 장병들과 각 지역에서 끌어모아 급하게 만들어낸 급조함대라 이런 일부 동맹 함대의 돌격은 의도하지 않은 돌발적인 사고나 다름없었다. 적절한 시기를 엿봐 반격을 개시하려던 원래 작전은 붕괴되었고 동맹 함대는 본의 아니게 총공격에 나서게되었다. 그런데 이런 돌발상황은 당연히 제국군으로써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압도적인 병력 차이에 공포감에 휩싸인 동맹 함대가 오히려 맹렬한 포격을 퍼붓기 시작하며 '''제국군 함대는 생각치도 못한 큰 피해를 입게되었다.'''
한번 밀리면 그대로 패배로 직행한다는 공포의 심리는 반대로 장병들의 전의를 고양시켰고 동맹군 함대는 일제히 제국함대를 향해 돌진하였다. 동맹군 전함은 주포, 미사일, 함재기 등 가진 무기를 아낌없이 퍼부었다. 한술 더 떠 한 전함은 함선 조종계에 내장된 충돌방지회로를 끊어버리고 돌격하여 제국군 구축함을 들이받아 격침시키고, 도망가는 제국 전함의 추진부를 들이받아 격침시키고, 큰 손상을 입어 격침 직전까지 몰린 한 순항함은 근처에 있던 제국군 전함에 근접하여 주포를 발포하여 자폭하는 등 작전도, 계획도, 미래도 없는 동맹 함대의 광신적인 맹공에 제국 함대는 크게 당황하여 전열이 붕괴될 처지에 놓인다.
미터마이어가 아무리 노련한 지휘관이라 해도 예기치못한 급작스런 상황전개와 동맹군의 닥돌로 점철된 현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해내지 못했다. 후방에 머무르던 라인하르트가 관찰한 것처럼 미터마이어는 동맹군의 힘을 빼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적이 생각보다 훨씬 더 미쳐있는 상태라 생각대로 전개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한편 동맹군 역시 뷰코크의 의도에서 벗어난 돌발사태를 제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간신히 주요 지휘관들과 통신을 연결하여 불호령을 내린 끝에 수습할 수 있었다.[8] 하지만 그동안 신나게 두들겨맞은 제국군이 순순히 동맹군을 보내줄리 없었고, 16시부터 19시까지 동맹군은 제국군의 역공에 휘말려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대장이 동맹군의 좌측을 날려버리려다가 모튼 제독의 응전에 휘말려 무산되고,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 대장이 후방으로 돌아가려 시도했다가 항성 란테마리오에 너무 근접하여 계기류가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동맹군은 위기에서 탈출하여 다시 함렬을 가다듬고 전선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전황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불필요한 전투를 원치 않았던 라인하르트와 뷰코크는 전투를 중지하고 휘하 병력에 재충전을 명령했다.
4.3. 동맹군의 붕괴
2월 9일, 제국군의 병력우위가 힘을 발휘하여 동맹군을 반포위한 상태로 전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쫓기기만 하던 동맹군도 공격 위주의 전술을 포기하고 방어태세로 돌입했다. 사실 머릿수의 차이로 인해 동맹군의 함렬은 시시각각 붕괴되고 있었지만 뷰코크 제독의 노련한 지휘가 빛을 발해 일사분란함을 유지하고 있었다.[9] 특히 란테마리오의 중력장 조류로 인해 제국군이 섣부르게 접근하려고 하면 항성 란테마리오로 끌려들어갈 우려가 컸기에 쉽사리 접근할 수 없어 미터마이어 단독으로 상대해야 했기에 미터마이어도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동맹군을 효과적으로 제압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에 후방에서 지켜보고 있던 라인하르트는 상황타개를 위해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가 이끄는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의 투입을 결정했다. 지시를 받은 비텐펠트는 즉시 동맹군을 향해 돌격을 시작했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제국군 함대도 즉시 공세에 가담했다. 다만 비텐펠트의 돌격은 태양풍의 영향으로 형성된 에너지의 흐름으로 인해 방해받고 있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동맹군이 놓칠리 없었다. 춘우 지엔이 명령을 내려 제국군이 떠밀려가는 위치를 계산하도록 하고, 그 지점에 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비텐펠트 함대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보다 더한 닥돌정신으로 맞받아치며 전진을 계속했고, 결국 동맹군은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의 돌격을 저지하지 못했다. 이것이 결정타가 되어 동맹군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아군의 붕괴와 패주를 지켜보고 있던 뷰코크 원수는 자결을 선택하려 했으나 춘우 지엔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와 메르카츠의 사례를 들면서 만류했다. 또한 뷰코크가 '전범재판의 희생양이 되어주는 것만으로 양을 비롯한 후대의 인물들에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여 마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 때 OVA에서는 순 수울이 사령관실 문 뒤에 서 있었다.
4.4. 양 웬리의 등장
동맹군의 패배가 확정되었을 무렵, 나이트하르트 뮐러 함대 소속으로 격전 속에서 중파당해 안전공역에서 공작선과 도킹하여 수리 중이던 순항함 오버하우젠이 후방에서 다수의 함정이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중상을 입은 함장 대신 지휘하던 부장이 접근하는 함대에게 수하를 실시했으나, 돌아온 것은 다수의 광선이었다. 공황상태에 빠진 오버하우젠은 즉시 통신파를 타고 제국군 함대에 연락했으며, 갑자기 후방에서 등장한 대규모 병력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동맹군 별동대로 제국군이 착각한 병력은 바로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였다. 1월 8일 이제르론 요새를 포기하고 동맹령으로 철수한 양 함대는 도중에 알렉스 카젤느 소장이 지휘하는 민간인 수송선단을 분리하고 하이네센에 들르는 대신 바로 란테마리오를 향한 것이었다. 란테마리오 성역에 도착한 양 함대는 후방을 교란하면서 마치 페잔과의 연결로를 차단하는 것과 같은 기동을 보이면서 제국군 장병들을 패닉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러한 패닉은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본 라인하르트가 호되게 질타하면서 수습될 수 있었다. 현 상황에서는 후방에 적이 있더라도 하이네센을 가뿐히 즈려밟고 이제르론을 통해 귀환할 수 있었기에 후방을 교란당하는 것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는 행위였다. 결국 양 웬리의 의도는 패주중인 아군을 구원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제국군이 거기에 휘말려들어 결국 동맹군 잔존세력을 전멸시키지 못하고 말았다.
더 이상의 전투속행의지가 없었던 라인하르트와는 병력 재정비를 지시하고 전장에서 이탈했다.[10] 양 웬리는 간신히 살아남은 뷰코크와 접견을 하고 휘하 분함대 제독들에게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패잔병들을 수습하여 하이네센으로 복귀를 지시했다.
5. 그 후 이야기
전장에서 이탈한 은하제국군은 행성 우르바시에 강하하여 점령하고, 동맹령 원정작전에 필요한 전초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병력을 수습한 수도성 하이네센으로 귀환한 양 웬리는 이제르론 포기에 대한 비난을 각오하고 있었으나 아일랜즈 국방위원장은 오히려 양에게 원수계급을 수여했다. 동맹군 최연소 원수의 탄생으로 앞으로 대제국 전선을 홀로 담당하게 될 양 웬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미가 강했다. 그리고 아일랜즈와 접견한 양은 자신이 이제르론을 포기하고 전선에 뛰어든 이유, 후계자가 없는 라인하르트를 쓰러뜨리면 구심점이 사라진 제국군은 권력다툼으로 스스로 자멸할 것이고 그러면 동맹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여 대제국 작전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그리고 훗날 많은 역사가들이 높이 평가하는 양 웬리 특유의 예술적인 군사작전이 시작된다.
한편 페잔에 고립됐다가 탈출한 율리안 민츠 일행이 동맹군과 합류한 것도 이 전투가 끝난 직후였다. 게다가 판무관 헨슬로까지 무사히 보호했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제국군 구축함까지 강탈한 사실이 알려져 동맹국민이 새로운 영웅의 탄생에 환호하기도 했다. 이 공적으로 율리안은 중위로 승진함과 동시에 훈장을 수여받았다.
6. 평가
제국령 침공작전과 비교하면서 동맹이 너무 섣불리 결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 뷰코크 제독이 양 웬리와 합류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맞붙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란 식의 의견이 간혹 있긴 한데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맹의 구조상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란테마리오 이후로는 유인행성의 밀집지역이었다. 게다가 동맹은 여러 자치정부가 모인 연방제 국가이고, 작중 묘사를 보면 강력한 연방정부라기 보다는 느슨한 연방에 가까운 형태이다. 이로 인해 작중에서도 동맹정부의 방위의무 방기를 거론하면서 각 지방의 행성들이 동맹을 이탈해 제국쪽으로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동맹정부에서도 "우리는 방위의무를 방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전투를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또다른 방책이란 것이 존재했을 수는 있지만 작중에서 인물들이 말한 최선의 방책은 제국군에 맞서 결전을 벌이는 것 뿐이었다.[11]
어쨌든 이 결전으로 인해 자유행성동맹 우주함대는 양 웬리가 지휘하는 이제르론 주둔함대를 제외한 모든 정규함대전력을 상실했다. 물론 정규군에 편성된 개별함정을 따져보면 아직 상당수 병력이 남아있긴 했지만 대부분 급조된 소함대는 분함대 정도이고 1만척 이상의 조직화된 정규함대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일단 소규모 단위의 부대가 큰 조직으로 통합되어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더불어 이 전투가 끝나고 버밀리온 성역 회전 직전까지 여러 차례 전투가 있었지만 잔존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14함대와 15함대가 바로 참가하지 못했다. 원래 두 함대가 급조된 함대였던데다 막대한 피해를 입고 후퇴한 패잔병들이라 이들을 다시 추슬러 몇천척 규모의 분함대 수준으로라도 재정리하는데 그만큼 시일이 걸렸다는 뜻이다.
더불어 양 웬리 역시 개별함정들이 상당수 남아 있음에도 그간 손실이 누적된 자신의 이제르론 주둔함대에 보충하지 않고 원래의 이제르론 함대만으로 제국군 함대들과 싸운 것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손발이 맞지 않은 보충전력이 작전수행에 영향을 줄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부분이 다소 억지해석처럼 보일 수 있으나 외전 율리안의 일기를 보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구 제13함대를 주축으로 하여 10함대의 잔존병력을 흡수통합하여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가 편성됐지만 더스티 아텐보로가 손발을 맞추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좋은 술에 비유하면서 율리안을 통해 양 웬리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 이에 양 웬리 역시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는데 13함대가 주축이 됐는데도 이 모양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따로 추가병력이나 보충병을 동원하지 않은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사실 추후 전투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양웬리가 제국군 함대와 싸울때 보여줬던 정교하고 복잡한 전술기동들, 신속하게 치고 빠지거나 적에게 서서히 밀리는척 또는 도망가는척 하다가 일거에 반전해 상대를 허를 찔러 박살내는 등등의 기동은 원래부터 양 웬리 함대에 소속됐던 부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도 적을 앞에 두고 후퇴하는게 제일 힘들다고 한다. 처음엔 질서정연하게 후퇴하더라도 점차 공포심에 부대편제가 붕괴되는 패주대열이 되기 십상이므로 손발이 안맞는 보충병력은 안 데리고 다니는게 양 웬리에게는 최선이었다.
실제 이런 복잡한 전술기동을 덜 요구했던 버밀리온 성역 회전에서는 양 웬리도 동맹군의 가용 가능 전력을 최대한 끌고 갔다. 재편을 끝마친 14/15함대의 합류에 대해서도 양 웬리는 군소리를 달지 않았다. 더불어 재편을 마친 두 함대는 상당한 전투력을 보여줬는데 그 일화로 나온게 바로 14함대이다. 제국군 뮐러 함대의 갑작스런 맹공을 받아 많은 병력과 함께 '''사령관 모튼 제독까지 전사했는데 남은 병력은 붕괴되지 않고''' 대오를 유지한채 양 웬리의 본대로 합류했다는 묘사가 나온다.
한편 제1함대의 경우에는 아예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왜 그런지에 대한 추정은 가능하다. 일단 혼성함대를 결성한 시점에서 기존 정규함대는 1함대가 유일하다보니 당연히 혼성함대의 주 전력도 1함대가 차지했을 것이고, 주전력의 특성상 란테마리오에서의 피해도 컸을 것이다. 따라서 정규 함대로 유지하기도 힘들 정도로 피해가 크고 이를 회복할 시간도 부족하므로 14/15함대로 편성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정부는 계속 제 기능을 하고 있었고 시민들도 비관적인 상황에 탄식할 수 밖에 없었으나 그래도 사회도 정상적인 기능을 계속 수행하고 있었다. 훗날 마르 아데타 성역 회전에서는 조안 레벨로가 완전히 멘붕하여 정신줄을 놓는 바람에 정부는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못하고, 군부 혼자서 개고생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아일랜즈가 정말 큰 활약을 한 셈이다. 게다가 이 전투가 끝난 후 전권을 위임받은 양 웬리가 제국군을 거의 격퇴시킬 뻔한 점을 보면 아일랜즈의 활약은 높이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
7. 둘러보기
[1] 볼텍의 업무 중 하나는 제국내 불온한 움직임을 미리 감지하여 본국에 보고하는 일이다. 그런데 볼텍이 라인하르트에 굴복하여 제국이 페잔을 침공하는 사전 움직임 모두가 은폐되게 된 것이다.[2] 록웰 대장은 뷰코크를 조롱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3] 문제는 언뜻 보기엔 뷰코크만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다른 이들은 멍청하기만 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대부분은 사실이지만 도슨이 뷰코크의 의견에 "하지만 제국이 비대해져봤자 페잔이 볼 이익이 뭐 있겠나" 는 말을 했는데 페잔 자치령의 정체를 모르는 이상은 페잔 자치령이 제국과 동맹의 중간지대의 역할을 하며 부를 쌓는 걸 토대로 페잔이 제국과 손잡았다고 추측하기는 어렵다. 뷰코크조차 처음에 그 생각은 못 했으니 말이다.[4] 결국 후일 하이네센이 겁먹고 항복하자마자 동맹 전체가 무기력하게 무너짐으로써 이것이 증명된다.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수도가 함락되더라도 새 정부를 수립하여 계속 맞서야 정상이다. 실제로 동맹의 멸망 이후에도 양 웬리 함대의 일원들은 엘 파실 독립정부 → 이제르론 공화정부를 거치면서 제국에 계속 맞섰으며, 이후 라인하르트와의 교섭 끝에 하이네센을 비롯한 바라트 성계의 민주주의 자치권을 보장받았다.[5] 이런 이유에는 긴급한 사정상 철야까지 불사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걸 견디지 못해 쓰러지기 일수였기 때문이었다.[6] OVA에서도 이런 동맹군의 병력부족 난망을 잘 묘사하고 있는데,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 직전의 작전회의에서 병력차가 너무 크다란 칼센 제독의 말에 '''암릿처에서 바보짓만 안했어도...'''라고 개탄하는 뷰코크의 표정이 백미.[7] 이 경우 페잔 회랑의 동맹쪽 출구에서 결전을 치른다는 것이었다. 회랑의 넓이가 넓이인 만큼 차라리 제국군이 동맹령 내에서 꺵판을 치는 상태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나을 일이며 어차피 연방제 국가인 동맹 입장에서는 빨리, 그리고 더 변경지역에서 싸운다면 더 이득이긴 하다.[8] 공격하던 지휘관들도 그제서야 사태파악을 하고는 후퇴를 했다. 아주 정신이 나간 이들은 아니었는듯.[9] 가령 총력전을 펼치려는듯이 보여 제국함대가 접근해오자 함선들마다 항행 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버려 제국군이 아군함대를 구출하는 시간을 통해 아군의 붕괴를 최대한 늦추려는 수법을 썼다.[10] 그러고는 혼자서 양 웬리에게 걸려 망친 전투를(티아마트, 아스타테, 암릿처 모두 제국군이 이겼지만 양 웬리 하나로 인해 라인하르트가 만족할 수준의 승리를 얻진 못했다.) 회상하며 속으로 분통에 터졌다. [11] 사실 동맹군 입장에서는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그도 그럴게 빨리 개전하든 늦게 개전하든 불리하긴 마찬가지였기 때문. 빨리 개전하면 양 함대와 만나지 못해 병력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가 발생하고 늦게 개전하면 다른 성계의 반발과 제국군 결집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춘우 지엔이 지적했듯 결국 동맹군의 가장 유리한 시점은 양 웬리를 만날 수 있을만큼 최대한 늦게 교전하되 제국군이 덜 결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교전하는 시간 그 두 지점이 만나는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