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1. 개요
2. 역사
3. 용례
3.1. 근대
4. 동음이의어


1. 개요


Pax. 라틴어평화를 뜻하는 단어이다. 목적격은 'pacem'. 평화의 여신을 뜻하기도 하며 평화의 여신으로서는 그리스 신화에이레네와 동일시되었다. 영어의 'peace'도 이 단어에서 왔다.
일반명사로는 보통 한 제국이나 국가라틴어식 이름이 수식어로 쓰여 '한 국제 세력이 압도적인 힘으로 이룩한 장기간의 평화'라는 의미로 쓰인다.

2. 역사


수식어가 '라틴어'인 만큼, 당연히 로마에 의한 '팍스 로마나'가 역사학적으로 팍스란 수식어가 가지는 의미의 기원이 된다.
이 팍스 로마나는 로마가 전쟁을 통한 영토 확장을 최소화하면서 오랜 평화를 누렸던, 1세기와 2세기 경의 시기를 말하는데,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통치하던 시기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로마의 평화(Pax Romana)' 혹은 '아우구스투스의 평화(Pax Augusta)'라고도 불리었다. 대체적으로 기원전 27년에서 180년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로마가 혼란해지면서 이 평화는 사라지게 되었지만, 이후에 어느 국가가 강성해지면 스스로 자신들이 가져온 평화를 로마 제국을 본따서 '팍스~'로 명명하거나 후대 역사학자들이 평가를 내리면서 이 수식어를 붙였다. 그리고 끝에는 또다른 수식어인 "~나(na)"또는 "~카(ca)"를 붙인다. 유럽에서 힘 깨나 썼던 국가들이나 심지어 그들의 후손이 건설한 미국에서조차 로마 제국의 상징이었던 독수리를 자국에 대한 상징으로 썼던 것과 같은 이치.
물론 로마 입장에서나 그런 것이다. 게르마니아나 파르티아 등 각지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있었으며, 로마와 적대적인 진영에 속해있는 사람 혹은 노예들로서는 정말 이가 갈리는 시간이었다.[1] 사실상 이 시기는 '대평화 시기' 보다는 '초강대국 시기'(또는 지역패권국 시기) 가 더욱 맞는 표현. '그들은(로마인) 폐허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평화라고 부른다'는 1~2세기 역사가 타키투스의 표현도 곱씹어 볼 만하다.

3. 용례


특히 신아시리아 제국(기원전 934년~기원전 609년) 세계 최초의 제국을 건설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지만 피지배민족에 대한 가혹한 지배정책으로 인해 반란이 속출했다. 거기다가 바벨론과 메디아를 비롯한 서아시아 주요 강대국들의 연합 공격에 멸망했다.
신바빌로니아 시절 근동 전역을 재패했고 풍요로운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경험했지만 아케메네스 왕조 키루스 2세에 정복당했다.
모두 옛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있었던 나라들의 전성시대.
  • 팍스 페르시아나(팍스 이라니아나) Pax Persiana/Pax Iraniana(이란)
이란계 국가가 세계적인 강대국이었던 아케메네스 및 사산 왕조 시절, 특히 주변에서 독보적인 패권국이었던 아케메네스 왕조 시절을 지칭한다. 사산은 로마에 비해 경합~경합열세 정도였기 때문이다.
옛 로마의 라이벌이자 지금의 서북아프리카(마그레브) 해안가 및 일부 내륙을 중심으로 활동한 카르타고의 전성시대.
이쪽이 원조.
  • 팍스 시니카 Pax Sinica(중국)
팍스 차이나(China)'라고 쓰는 경우도 있는데, 영어가 아닌 라틴어 용어이므로 '차이나'가 아니라 '시니카'로 써야 맞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상대적 평화 시대를 말하며 진나라, 전한, 수나라, 당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등 중국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통일왕조가 존재하여 동아시아 지역에 이들을 중심으로 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질서가 존재했던 시기. 유럽의 로마 제국에 의한 Pax Romana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 팍스 만주리카 Pax Manjurica(만주)
만주족이 세운 나라이자 만주 지역의 퉁구스 제족들 및 그 외 다른 민족들도 동군연합이 되어 만든 청나라의 전성시대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이슬람 제국의 황금기를 가리키는 말. 8세기부터 13세기까지가 해당된다.
아랍 제국(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 등)의 전성시대를 뜻하며, 팍스 이슬라미카와 사실상 구분하기 힘든 개념이다.
칭기즈 칸의 정복전쟁이 끝나고, 그의 손자때인 쿠빌라이 칸이 건국한 원나라의 전성기. 몽골인들의 이슬람, 남송 정복으로 끊겼던 실크로드가 몽골인의 정복이 마무리 될 즈음 다시 활성화되며 동서교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한국계 국가(당시 고려)도 한창 영향을 받던 시기였으며, 고려는 원나라의 부마국이었다.
중근세 동아프리카에 있는 에티오피아의 전성시대, 약 1314년부터 1344년까지 존재했다.
  • 팍스 폴리네시아 Pax Polynesia(폴리네시아)[2]
남태평양 군도의 여러 섬들을 돌아다니며 대항해를 했던 폴리네시아인들의 번성했던 시대.
다만 다른 '팍스'들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지만 상당히 주관적인 용어로, 발칸 반도, 아나톨리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지가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기 전이나 그 후보다 오스만 시대에 더 번영했음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쓰는 말이다. 실제로는 제국의 힘이 이전 같지 않은 17세기에도 신성 로마 제국, 폴란드, 러시아, 베네치아 등과 허구헌날 치고받고 싸우며 사방에 적을 늘려나갔고, 그 결과 망했어요.
  • 팍스 투르키카 Pax Turcica(터키, 또는 터키를 포함한 튀르크권)
터키 공화국의 강성함을 가리키는 단어. 이 외 튀르크권이 지배한 시대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팍스 오토마나도 마찬가지.
중부 아메리카 전역을 재패했던 패권국이었으나 피지배민족들을 인신공양.식인이라는 매우 잔혹한 풍습으로 다스리다가 종국에는 스페인 제국과 피지배민족의 연합에 의해 멸망했다.
  • 팍스 잉카이카/ 팍스 잉카나 Pax Incaica/ Pax incana(잉카 제국)
중세, 근세 중남미에서 각자 중앙아메리카의 아즈텍 문명, 남아메리카의 잉카 문명들의 번성했던 시기들을 뜻한다.
  • 팍스 히스파니카 Pax Hispanica(스페인 제국, 포르투갈 제국)[3]
해가 지지않는 나라의 원조로 전성기 때 오대양 육대주에 걸친 자국의 광대한 식민지를 건설했으나 30년 전쟁으로 인한 전비 지출 그리고 영국프랑스와의 패권경쟁에 밀려 몰락했다.

3.1. 근대


  • 팍스 에우로페아나 Pax Europeana(유럽)
세계 대전 이전부터 종전까지 제국주의에 물들었던 유럽 열강들을 말한다.
영국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던 19세기 대영제국 당시의 황금기를 말한다. 18세기 중엽에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룩함으로써 산업 자본주의의 기틀을 다진 영국은 국내적으로는 경제·교육·군사·사법 등 제도의 개혁을 통해 근대화를 달성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17세기 이후 계속된 식민 정책을 강화하면서 제국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였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해 경제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미-소 양국이 주도하는 냉전 체제가 도래하면서 주요 식민지들이 독립했고 결국 대영제국은 붕괴되고 만다.
전성기 때 유럽의 열강 프랑스를 굴복시키고 수백년 동안 분열되었던 독일 전 지역을 통일한 위업을 달성했지만 유럽 열강들과의 양면전쟁을 감당하지 못하고 패전해 몰락했다. 이후 아돌프 히틀러가 재무장을 단행하며 서쪽으론 프랑스 동쪽으론 모스크바 지척까지 정복하는 위엄을 달성했지만 결국 미국-소련과의 대책없는 양면전쟁에 휘말려 처절하게 몰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후 서독 시절 부터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경험했고 평화적인 독일 통일까지 이루어내며 21세기에는 프랑스와 함께 EU를 주도하는 주요 강대국이 되었다.
  • 팍스 소비에티카 Pax Sovietica(소련)
소련군은 2차대전 초기 독일군의 침공으로 매우 처절하게 붕괴되었지만 엄청난 동원력 그리고 무기대여법을 비롯한 연합국의 어마어마한 지원 덕에 결국 나치 독일의 수도 베를린까지 휩쓸며 동유럽 전역을 재패하는 패자가 되었고 일본까지 무너뜨리며 동북아시아와 동유럽 일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권국이자 초강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과의 패권 경쟁인 냉전에서 지속적인 체제 모순과 경제적 침체 등으로 인해 점점 쇠퇴하다가 1991년, 붕괴되면서 몰락했다.
  • 팍스 루시아나(팍스 루시아카) Pax Russiana/Pax Russiaca(러시아)
소련 이전의 제정 러시아 또는 소련 붕괴 이후의 러시아를 의미한다.
  • 팍스 자포니카 Pax Japonica(일본)
1980년대 일본 거품경제가 절정에 올랐던 시절. 당시 도쿄의 땅을 다 팔면 미국 전 국토를 살 수 있을 거라는 식의 과장된 말이 있었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과 같은 미국의 마천루들을 구입할 정도로 건국 이래 최고의 리즈시절을 누렸으나... 89년 거품이 붕괴되고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오면서 망했어요.
  • 팍스 아메리카나 Pax Americana(미국)
바로 현재다. 미국은 독립 초기만 해도 3류 국가로 별 볼일 없는 국가였지만 남북전쟁을 통해 미국이(북군) 이미 중견국가 수준의 생산력을 지녔자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서부개척시대를 통해 미국 본토가 동쪽에서 서쪽까지 확장되면서 대륙 전체의 어마어마한 자원과 잠재력이 미국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고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스페인을 꺾어버리며 주요 열강 중 하나가 되었다. 대공황으로 큰 위기에 휘말렸으나 이를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을 상대로 한 양면 전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본토가 초토화된 가운데 미국의 본토 피해는 전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공업-기술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으며 경제력과 군사력 막론하고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거기다가 유럽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이 전비로 인해 무너지면서 결국 소련과 함께 세계를 양분하는 초강대국으로 등극했다. 이때 부터 서유럽과 동북아시아 그리고 남아메리카와 중동,아프리카 오지까지 강력한 미국의 영향력을 받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도래되었다. 미국의 국력도 엄청나게 강했으며 1960년대, 세계 전체 GDP의 40%를 차지하는 인류 역사상 그 어떤 강대국, 제국도 이루지 못한 국력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인류 최초의 유인 달착륙 달성을 비롯한 과학 기술력의 발달도 어마어마했으며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전세계의 모든 질서를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해 위상이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국가다. 대한민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미국 주도의 세계 체제를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라고 표현했는데 팍스 아메리카나와 동일한 뜻을 말한다고 볼수있다.
프래토리아나라는 용어는 남아공의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에서 유래되었다.
  • 팍스 이스라엘리아나(팍스 이스라엘리카) Pax Israeliana/Pax Israelica(이스라엘)
이스라엘 또는 유대인 세력을 의미한다. 팍스 헤브라이카(Pax Hebraica)라고도 불린다.(어원은 히브리 또는 헤브라이)
  • 팍스 팔레스티나 Pax Palestina (팔레스타인)[4]
팔레스타인 지방 및 그곳에 있었던 여러 세력들의 전성시대. 또한 현대 팔레스타인 독립세력을 가리키거나 이스라엘에 대비하는 개념으로도 쓰인다.

4. 동음이의어


  • 항공이나 차량에서는 영어로 탑승객을 뜻하는 passenger를 줄여서 PAX로 쓰기도 한다.
  • 페니 아케이드 엑스포(Penny Arcade eXpo)
  • 시민연대계약(PACS)
pacte civil de solidarité의 줄임말이다.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두 이성 또는 동성 성인 간의 시민 결합 제도를 뜻한다. 동거결혼의 중간 형태. 팍스 제도에 대해 쉽게 설명한 만화 1편 2편

[1] 이원복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는 게르만족이 '''로마의 평화가 아니라 로마만 평화겠지'''라며 까는장면이 나온다.[2] 엄밀히 따지자면 팍스 폴리네시아나(Pax Polynesiana)가 좀 더 라틴어에 가까운 어형이다.[3] 포르투갈도 때때로 포함되기도 하는데, 이베리아 연합으로 동군연합이 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4] 원래대로라면 팍스 팔레스타이니아(Pax Palestiniana) 또는 팍스 팔레스티니카(Pax Palestinica)가 더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