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한자어

 


1. 개요
2. 한국식 한자어가 지니는 특성
3. 종류
3.1. 현재 쓰이는 것
3.1.1. 한국 자체 조어
3.1.2. 의미가 다른 경우
3.2. 현재 쓰이지 않는 것
4. 현재 한국에서만 쓰이는 일본제 한자어


1. 개요


한자어 중에 한반도에서 자생하여 생겨나거나 만들어진 한자어를 일컫는다. '''한국제 한자어'''(韓國製 漢字語)라고도 한다.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인식이나 관심이 적은 편인데, 언어민족주의 시각에서 고유어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자어 자체가 외래 요소라 배척 대상이 되기에 한국식 한자어의 독자성에 무관심하며, 한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굳이 한자어를 국산-외산으로 구별하지 않는 데다가, 오히려 한자어의 국제성(중국과 일본에서도 두루 통한다는)에 긍정적으로 주목하여 이러한 한국제 한자어와 그 특수성에는 별도의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식 한자어만 전문적으로 다룬 사전으로 《한국한자어사전 1~4》(단국대 동양학연구소 편, 단국대출판부 간)이 출간되어 있다

2. 한국식 한자어가 지니는 특성


한반도에서는 한자를 대략 고조선 말기와 한사군 시절부터 사용하여 한글 창제 이후 개화기까지 계속 사용했다. 그 결과 중국에 없는 한반도만의 고유한 문화나 사물, 개념 따위를 가리키는 말도 자연스럽게 한자를 이용하여 이름 붙이는 일이 많았으며, 이것들이 한국식 한자어가 생겨난 원인이 되었다. 그밖에도 이두 표기나 용어에서 나온 한자어(사연, 절차 등)나 중국 고전에서 온 낱말의 뜻이 변화하여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처럼 과거에 있던 한자어의 뜻을 확장하여 번역어로 채택한 것이 일반 개념어로 자리잡은 것도 한국식 한자어에 포함할 수 있다(정체성, 통섭 등).
지금은 근대화 이후 전통 관념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낱말들이 일제강점기 속에서 많이 사라졌고, 서구의 문물은 일본을 통해 들여왔기에[1]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한자어에만 한정한다면 일본식 한자어에 비해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위 '한국한자어사전'에 수록된 과거의 사회·문화·제도 등 사장된 어휘들까지 고려한다면 그 수는 결코 적지 않다.
현대에는 한글전용이 정착한 지 오래여서 한국인 가운데 한자 형태소 파악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이 많아서 대부분 기존에 정착한 낱말이나 표현에서 파생되었거나, 한글로 쓰인 음절만으로 뜻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새로운 한자어가 생기는 편이다.(편의+점, 원주민→원어민)

3. 종류


후술할 문단들 중 3.1.2 문단의 단어들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쓰이지만 뜻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뜻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를 그대로 번역하면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오역이 되므로 중국어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 조심하여야 한다.

3.1. 현재 쓰이는 것



3.1.1. 한국 자체 조어


  • 감기(感氣)
  • 고시원(考試院)
  • 고단수(高段數)
  • 고생(苦生)
  • 공주병(公主病)
  • 공책(空册)
  • 관형사(冠形詞)
  • 교도소(矯導所)
  • 구색(具色)
  • 궁합(宮合)
  • 낭설(浪說)
  • 농담(弄談)
  • 단합(團合)
  • 답장(答狀)
  • 대중교통(大衆交通): 중국, 일본에서는 공공교통(公共交通)이라고 한다.
  • 대학교(大學校): 다른 한자문화권 국가에서는 그냥 대학(大学)이라고만 한다. 1946년 7월 13일 미군정청 학무국이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안을 발표한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대학' 대신 '대학교'라는 표기가 일반화되면서 '대학'이라는 말은 대학교의 준말로 쓰거나, 단과대학을 일컫는 말로 의미가 축소되었다. 같은 한국어를 쓰는 북한에서도 '대학교'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예: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 대지(垈地): 垈(터 대) 자체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자다.[2]
  • 덕분(德分)
  • 도급(都給)
  • 도령(道令)
  • 독감(毒感): 인플루엔자(influenza)의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면서 더 지독하다는 뜻에서 한국에서만 통용되어 온 말. 현재는 감기와 같은 질병으로 오해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있어 점차 사용 빈도가 줄고 있는 용어이다.
  • 동갑(同甲)
  • 동질감(同質感)
  • 맥주(麥酒)
  • 명태(明太)
  • 명함(名銜)
  • 목수(木手)
  • 몰사(沒死)
  • 몰살(沒殺)
  • 무궁화(無窮花): 중화권과 일본에서는 목근(木槿)이라 한다.
  • 문병(問病)
  • 문초(問招)
  • 미안(未安)
  • 민폐(民弊)
  • 방석(方席)
  • 복권(福券)
  • 복덕방(福德房)
  • 비수기(非需期)
  • 사연(辭緣/詞緣)
  • 산소(山所) : 중국, 일본에서는 묘소(墓所) 또는 묘지(墓地)라고 한다.
  • 상사병(相思病)
  • 성함(姓銜)
  • 생선(生鮮)
  • 석수(石手)
  • 선물(膳物)
  • 성수기(盛需期)
  • 성희롱(性戲弄)
  • 소임(所任)
  • 소중(所重)
  • 소풍(逍風)
  • 수표(手票)
  • 시작(始作)
  • 식수(食水): ‘먹다’라는 단어에 실제로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의 의미가 둘 다 들어있는 한국어의 특성상 한국에서만 쓰이는 한자어.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먹다’와 ‘마시다’가 분명히 구분되기에 음용수(飲用水)나 음료수(飲料水)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다만 광동어에서도 食水(sik6 seoi2)라 하는 등, 중국 방언까지 고려하면 완전한 한국식 한자어는 아니다.
  • 신신당부(申申當付)
  • 아역(兒役)
  • 압류(押留)
  • 앙숙(怏宿)
  • 야단(惹端)
  • 야박(野薄)
  • 양말(洋襪)
  • 역시(亦是)
  • 예사(例事)
  • 외계인(外界人)
  • 원어민(原語民)
  • 월경지(越境地): 영어 exclave의 번역어. 다른 한자문화권 국가에서는 비지(飛地)라고 한다.
  • 위시(爲始)
  • 의지(依支)
  • 이사(移徙)
  • 이앙기(移秧機)
  • 자기편(自己便)
  • 자충수(自充手)
  • 작정(作定)
  • 장갑(掌匣/掌甲)
  • 전세(傳貰)
  • 절차(節次)
  • 정담(情談)
  • 정체성(正體性): 영어 Identity의 번역어.
  • 죄송(罪悚)
  • 주유소(注油所)
  • 지갑(紙匣)
  • 차례(次例)
  • 책방(册房)
  • 천장(天障)
  • 청첩장(請牒狀)
  • 초등학교(初等學校): 영어 primary(elementary) school의 번역어. 다른 한자문화권 국가에서는 '소학교(小学校)'라고 한다.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같은 한국어를 쓰는 북한에서는 '초등학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인민학교'를 사용하다가 다른 한자문화권 국가들처럼 '소학교'로 바꾸었다. 물론 남한에서도 나치 독일 기원의 '국민학교'라는 용어를 개칭할 때 '소학교'도 여러 후보명칭 중 하나로 검토되었으나 초·중·고라는 표현에 익숙했던 탓인지 국민 설문조사 결과 현재의 '초등학교'라는 용어가 채택되었다.
  • 출시(出市)
  • 춘곤증(春困症)
  • 층계(層階)
  • 치부(置簿)
  • 친구(親舊)
  • 태엽(胎葉)
  • 통섭(統攝): 영어 Consilience의 번역어로 최재천 교수가 처음 사용하였다. 원래 성리학과 불교에서 '큰 줄기를 잡다'라는 뜻으로 쓰인 낱말이다.
  • 편의점(便宜店): 중국에서는 '편리점(便利店)', 일본에서는 Convenience store를 줄인 'コンビニ'라는 표현을 쓴다.
  • 편지(便紙/片紙)
  • 평균자책점(平均自責點): Earned Run Average 를 번역한 것. 야구를 하는 타 한자 문화권에서는 방어율(防禦率)이라고 쓴다.
  • 허풍(虛風)
  • 현찰(現札)
  • 형편(形便)
  • 환장(換腸)
  • 환절기(換節期)

3.1.2. 의미가 다른 경우



  • 거래(去來): 한국어에서는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을 뜻하나, 일본어에서는 한자 그대로 '오고 가다'를 뜻한다. 물건이나 용역을 사고파는, 한국어의 '거래'에 해당하는 의미는 取り引き(とりひき)라고 표현한다.[3]
  • 공부(工夫): 중국어로는 시간노력[4]을, 일본어로는 '궁리'나 '고안' 혹은 '공사장의 인부'를 뜻한다.
  • 낭패(狼狽): 동물과 관련된 고사성어이긴 하나, 현대 한중일에서는 쓰임새가 완전히 다르다. 한국어에서는 '계획이 실패하거나 기대에 어긋난 상태'를 뜻하는 말로 쓰이지만, 일본어에서는 '당황하다'의 뜻으로 쓰인다[5]. 중국어에서는 한국어와 일본어의 뜻 외에도 '공모하다'의 뜻으로도 쓴다.
  • 다행(多幸): 일본어에서도 쓰이지만 뜻이 '복이 많음' 혹은 euphoria 즉 '이상 행복감(일본어로는 다행증=多幸症)' 같이 도를 넘은 비정상적인 행복감을 말한다. 한국에서도 의학용어로는 euphoria를 해석한 '다행감'이라는 형태로,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하는 낱말로 존재한다.
  • 명절(名節): 한중일 모두 '명분과 절의'를 뜻하나, 한국에서는 '해마다 지켜 기념하는 날'이라는 말도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 방심(放心): 한중일 공통으로 '안심(安心)'이란 뜻이 있지만, 한국에선 주로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풀어버리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일본에선 '넋이 나가 정신을 놓은 상태'로도 쓰인다.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풀어버리다'라는 의미는 일본에서는 油断(ゆだん)이라고 쓴다.
  • 복도(複道): 일본에선 위아래로 오고 갈 수 있게 이중으로 만든 길을 말한다. 한국어의 복도에 해당하는 단어는 廊下(ろうか)라고 쓴다. 일제강점기 때 이 '낭하'라는 단어가 들어와 오래된 책에 보면 낭하라는 표현이 종종 조인다.
  • 산양(山羊): 한국에서는 주로 '긴꼬리고랄'(long-tailed goral)을 뜻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염소'를 뜻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염소의 젖은 산양유라고 부른다.
  • 서방(書房): 한국 한자어로는 '남편'을 뜻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책방'을 뜻한다.
  • 선창(船艙): 한국에서는 부두(埠頭) 같이 배 닿는 곳을 뜻하나, 중국과 일본에서는 배 안에 짐을 싣는 창고를 말한다.
  • 심중(心中): 한중일 공통으로 기본 뜻은 '마음 속'인데, 일본에서는 '동반 자살'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 애인(愛人). 한중일 별로 한자 뜻이 다른 것으로 일반인에게도 아주 유명한 예시 중 하나. 중국에서는 결혼한 배우자를 뜻하고, 한국에서는 연애 관계에 있는 사람을 뜻하며, 일본에서는 불륜 상대를 뜻한다. 즉, 중국식 의미의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그 외의 한국식 의미의 애인을 두면 그 사람이 바로 일본식 의미의 애인이 되는거다.
  • 야근(夜勤): 한국에서는 '퇴근 시간이 지나 밤늦게까지 하는 근무'(잔업)를 의미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단순히 '밤에 하는 일'(밤에 시작하는 근무)을 의미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단순히 '밤에 하는 일'의 의미로 쓰는 경우도 있다.
  • 양귀비(楊貴妃): 당 현종의 후궁 양귀비의 이름에서 따와서 한국에서는 미나리아재비목 양귀비과 양귀비속의 화초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상기한 당 현종의 후궁 이름 외에는 쓰이지 않는다. 같은 식물을 중국과 일본에서는 앵속(罌粟)이라 부른다.
  • 외도(外道): 본디 불교 용어로, 한중일 모두 '바른 길에서 어긋나는 것'을 말하나, 한국에서는 주로 '바람피우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 인사(人事): 한중일 모두 '세상 돌아가는 일' 또는 '기업 직무로서의 인사'를 뜻하지만, 한국에선 '사람이 서로 마주할 때 예를 표하는 말이나 행동'이란 뜻으로도 쓰인다. 중국어 问候(wènhòu), 일본어 挨拶(あいさつ)가 이 뜻에 해당한다.
  • 자만(自慢): 한국에서는 부정적 의미로 '거만하게 자랑하다'라는 뜻 혹은 '자신을 지나치게 믿고 방심하다'의 어감으로 쓰이지만 일본에서는 긍정적 의미의 '자랑'의 의미로 쓰인다.
  • 중독(中毒): 한중일 모두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poisoning)을 의미하나, 한국 한정으로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addiction)도 같은 표현을 쓴다. 후자의 뜻은 중국어로는 成瘾(chéngyǐn), 일본어로는 耽溺(たんでき, 탐닉)이다. 최근에는 일본도 게임중독, 활자중독 등 이 단어를 한국과 같은 뜻으로 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학원(學院): 한국어에서는 사설 교육 보조원을 의미하지만, 중국어에서는 단과대학을 의미한다. 일본어에서는 사립학교에 붙는 명칭 중 하나이며 주로 종교계 사립학교에 많이 쓰인다. 한국의 학원에 해당하는 일본어 단어는 塾(じゅく; 글방 숙).

3.2. 현재 쓰이지 않는 것


  • 며리계(旀里界): 영어 America의 음차어. 미국과 접촉한 조선관원이 남긴 기록에서 처음 나왔다. 이 표현은 정착되지 않고, 중국 음역어인 미리견에서 나온 미국(美國)이 한국어로 정착했다.[6]
  • 원어기(遠語機): 영어 telephone의 번역어로 유길준이 《서유견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널리 쓰이지 못했고 현재는 일본에서 나온 한자어인 전화(電話)가 정착했다.

4. 현재 한국에서만 쓰이는 일본제 한자어


도이치(Deutsch)의 음역. 본래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음역어인데 195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가타카나 표기 도이츠(ドイツ)로 대체되면서 지금은 대한민국에서만 쓰이는 말이 되었다. 일본어 발음은 동일. 범위를 좀 더 넓히면, 아직도 독일의 약칭으로 独를 쓰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일본어 기원 음역이라는 이유로 이 말을 쓰지 않고 '도이췰란드'라고 한다.
중국에서 도이칠란트를 표기하는 음차어는 '德意志'로, 한국식으로 읽으면 '덕의지.' 일본의 영향을 받기 전엔 한국에서도 덕국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지금도 일부 어르신들이 사용하기도 한다.
football의 한자 의역. 본래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지만 196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영어 soccer의 음역인 삿카(サッカー)로 대체되면서 지금은 대한민국과 북한에서만 쓰이는 말이 되었다.
중화권에서는 football을 그대로 직역해서 족구(足球)라고 한다.

[1] 정확하게는 청과 일본 양쪽에서 서적을 통해 들어온 개념이나 문물이 많은데, 어느 쪽이든 직접 접촉이 아니라 청이나 일본을 통한 간접 접촉이기에 조선에서 서양과 직접 접촉하여 스스로 번역하는 일이 거의 없어 서구 근대 개념을 나타내는 한국식 한자어는 거의 생겨나지 않았다.[2] 중국, 일본에도 같은 한자가 있으나 우연히 모양이 같은 정도일 뿐이고, 쓰는 빈도도 굉장히 적다. 일본어에서 垈는 터(땅)가 아니라 논(畓)을 의미하는 한자이며, 한국의 垈와는 별개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지명에서나 간혹 찾아볼 수 있다.[3]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 당시 인천에 설립된 미곡거래소를 미두'취인'소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 취인이 바로 거래의 일본식 표현에서 한자만 떼온 것이다.[4] '시간 또는 노력'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전부 포함되는 경우이다.[5] 이 용법은 한국어에도 있으나, 잘 쓰이지 않는다. 사극에서 나오는 "어허... 이런 낭패가 있나..."가 '당황하다'의 뜻으로 쓰인 예이다.[6] 일제 강점기까지는 일본 음역어 아미리가에서 나온 미국(米國)도 함께 쓰였으나 해방 이후 일본식 어휘 퇴출 정책에 따라 사라졌고, 지금은 일부 반미 성향 인사들이 아름다울 미 자를 굳이 붙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