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VS 고양이
1. 개요
Cat vs. Dog
호랑이 VS 사자만큼은 아니지만 개와 고양이의 싸움 역시 꽤나 VS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흥미있는 떡밥이다. 일단 인간에게 가장 사랑받는 반려동물 투톱이기도 하고, 이미 전세계적으로 앙숙으로 유명한 두 종의 싸움이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 하기 때문이다.
2. 우선 왜 싸우는가?
흔히 개와 고양이가 사이가 나쁘고 잘 싸우는 이유를 두고 대부분의 반려동물 서적에서는 "서로 간의 의사소통 방식이 달라 서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싸운다."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은 '''양쪽 모두 포식자이며 서로 생존경쟁에서의 경쟁상대'''이기 때문에 싸운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의사소통 문제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의사소통 문제보단 그냥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식육목에 속하는 포유류끼리는 사이가 상당히 나쁘다. 이를 경쟁적 배제(Competitive Exclusion)라고 하는데, 서로 같은 과건 아니건 상관없이 서로를 생태계의 경쟁자로 인식하고 배제하거나 경계하는 습성이 있다.[1]
때문에 야생 상태에서도 사자가 표범이나 치타를 죽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호랑이같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 늑대를 죽이기도 하는데, 호랑이는 같은 영역에서 서식하는 늑대 무리를 집중적으로 제거하는 습성이 있다. 자세한 것은 늑대 문서의 천적 문단 참조. 그리고 늑대가 코요테나 승냥이, 여우, 스라소니, 삵을 사냥하기도 하고, 점박이하이에나가 갈색하이에나, 줄무늬하이에나 등 같은 과에 속하는 타종의 경쟁자를 죽이는 일도 매우 흔한 일이다. 심지어 사자 같은 경우, 하이에나를 보면 먹지도 않을 거면서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기도 한다. 늑대와 곰 역시 잡아먹기 위해서가 아니여도 서로의 새끼를 죽이려 든다. 그리고 고양이 역시 식육목 포유류인 족제비를 잡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사냥본능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개의 경우, 고양이 뿐만 아니라 너구리나 족제비, 라쿤, 담비, 수달, 들개 심지어 오소리를 사냥해서 주인에게 갖다바치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다. 심지어 같은 종인 개와 늑대도 자주 싸운다.[2] 물론 야생상태와 사람 손을 많이 거친 반려동물을 완전히 일치시키기엔 무리가 있지만 근본이 동일한지라 이들의 신경전은 본능의 영역이라고 해석할 수는 있을 것이다.
3. 싸운다면 승자는?
치악력은 체구가 비슷하면 양측 모두 비슷하지만, 실질적으로 입힐 수 있는 피해에는 변수가 많아 일반화는 불가능하다. 먼저 목과 같은 급소를 먼저 무는 쪽이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인 만큼 개가 유리할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체구조상 서로 비슷한 체급이면 개보다 고양이가 유리한 편이다. 이빨만으로 싸우는 개와 달리 앞발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더 유연한데다 거리재기에도 능숙하기 때문.[3] 냥냥펀치는 고양이보다 훨씬 큰 인간 기준으로야 그냥 귀여운 행동 정도로나 많이 알려져 있지만, 더 작거나 비슷한 체급의 동물과 싸울 때는 유용한 실전무기로 쓰인다.[4] 반면 개과 동물은 앞다리를 타격용으로 거의 사용하지 못하며, 상대를 물기 위해 급소가 많은 얼굴을 상대에게 들이대는 싸움을 해야 하므로 더 불리하다. 다만 힘이나 지구력, 악력은 개가 우세하므로 오랜 시간동안 개가 고양이를 농락시키고 버텨서 고양이가 지치는 때를 노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와 고양이의 싸움은 사실 개의 크기가 대부분을 결정한다고 봐야 한다.[5] 품종별로 크기 차이가 비교적 적은 고양이와는 달리[6] 개는 품종마다 크기 차이가 몇배로 천차만별이다. 크기 다음으로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개, 고양이 각자의 성격. 개가 아무리 커도 성격이 온순하면 개가 싸워주지 않고 자리를 피해줄 수도 있다.
3.1. 초소·소형견의 경우
평범한 시골 발바리를 포함하여 흔히 반려견으로 길러지는 몰티즈, 요크셔 테리어, 시추#s-1, 미니어처 핀셔, 미니어처 닥스훈트, 미니어처 슈나우저, 토이 푸들, 페키니즈, 하바니즈, 포메라니안, 빠삐용, 치와와, 실키 테리어, 재패니즈 친 등, 평균 체중 5 kg 이하의 견종을 말한다.
우선 티컵 강아지 종류나 치와와 같이 몸집이 매우 작은 초소형견의 경우, 진짜로 고양이에게 물려 죽을 수도 있다. 다만 고양이는 혼자 떨어진 치와와나 티컵강아지를 봐도 멀뚱멀뚱 보고 제 갈 길만 갈 뿐 죽인 사례는 아직 정식적으로 보고된 바는 없다. 타종의 새끼를 대하는 태도도 여타 고양이과에 속하는 맹수들이 다른 종의 새끼들을 물어죽이는 경우는 흔하지만, 고양이가 강아지를 품어주거나 지켜주는 등의 사례는 매우 흔하기도 하고.
초소형이 아닌 소형견의 경우에도 제대로 맞붙을 경우 고양이가 이길 확률이 높다. 정말로 성격이 나쁜 소형견이 고양이를 쫓아내는 경우가 있지만, 일단 체격과 힘이 비슷할 경우 입만을 무기로 쓸 수 있는 개보다 입과 앞발(+발톱)을 모두 무기로 사용할 수 있으며 몸이 더 유연한 고양이가 유리하다. 고양이와 맞붙었을 때 고양이가 휘두르는 앞발을 전혀 저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다가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반 가정집에서도 저런 소형 반려견과 고양이를 한 집에 기를 경우 대부분 고양이가 서열이 더 높다. 다만 미니어처 슈나우저 같은 경우 한 성질 하는데다 덩치도 어지간한 고양이보다 크고, 이빨 크기도 크기 때문에 고양이를 상대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초소/소형견의 경우 같은 체중일때 고양이과를 이길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해칠 의사가 개에게 있다면, 미니어처 슈나우저 등 소형견이라도 고양이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3.2. 중·소형견의 경우
시바견, 비글, 코카 스파니엘, 폭스 테리어, 프렌치 불도그, 웰시 코기, 푸미, 풀리, 퍼그, 재패니즈 스피츠,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파니엘, 셔틀랜드 십독, 맨체스터 테리어, 베들링턴 테리어, 보스턴 테리어, 미니어처 불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같이 체중이 5 ~15 kg 내외의 견종을 말한다.
호랑이와 사자의 싸움처럼 개체의 성격, 체구에 따라서 결과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코카 스패니얼이나 비글, 시바견 사이즈부턴 개가 보통 고양이의 몸집을 약간 압도하는 정도인데, 고양이가 뛰어난 앞발 공격으로 어떻게든 견제를 해 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빅매치라고 할 수 있다. 단, 맹견인 스태퍼드셔 불테리어나 핏 불 테리어 같은 견종은 제외. 인간에게도 상당히 위험한 견종이라 맹견으로 분류되었고, 심지어 투견으로도 사용되었기에 고양이의 덩치가 이와 비슷하거나 더 크더라도 절대 못 이긴다.
제대로 싸웠을 경우에는 보통 덩치가 더 큰 쪽으로 승산이 기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시바견 같은 덩치가 큰 중소형견과 그보다 작은 5kg 미만의 보통 고양이가 싸우게 되면 시바견이 압도적으로 이기겠지만, 메인쿤 같은 대형묘종 같은 경우에는 개의 덩치가 고양이보다 월등하느냐 비슷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전자라면 개가, 후자라면 고양이가 유리하다.
하지만 주둥이 구조상 개가 어디 한 군데 물어뜯어서 치명상을 주기엔 더 수월한 편이며, 실제 중/소형견과 체급이 비슷한 고양이끼리 1:1 싸움이 붙었을 때는 개가 이기는 경우가 많다. 주된 패턴은 고양이가 누워서 네 발을 위로 올리고 대치하다, 개가 물어뜯고 흔들길 반복하여 결국 고양이가 진다.
3.3. 중·대·초대형견의 경우
15 kg가 넘는 모든 견종들을 말한다.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 기슈견, 동경견, 아키타견, 샤페이, 콜리, 보더 콜리, 복서, 차우차우, 달마시안, 그레이 하운드, 아프간 하운드, 골든 리트리버, 래브라도 리트리버, 그린란드견, 시베리안 허스키, 알래스칸 맬러뮤트, 사모예드, 스탠다드 푸들, 도사견, 불도그, 핏 불 테리어, 불테리어, 저먼 셰퍼드, 세인트 버나드, 버니즈 마운틴 독, 도베르만 핀셔, 로트와일러, 그레이트 데인, 그레이트 피레니즈, 아이리시 울프하운드, 울프독, 티베탄 마스티프, 오브차카, 불리 쿠타, 카네 코르소, 캉갈, 도고 아르헨티노 등과 같은 개들을 말한다.
일단 양측의 체구 차이가 얼마나 나든지 간에 대형견 정도면 고양이에 대한 동물 학대에 불과하니, 견주/묘주들은 싸움이 일어날 상황 자체를 방지해야한다.
애초에 초대형견은 100kg 넘게 나갈 정도로 거대한 개체도 있는 반면, 고양이는 아무리 커도 20kg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체급차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매치는 성립 자체가 안 된다. 반대로 비유하자면 비글이나 시바견 같은 중소형견과 중형 고양잇과 동물인 표범이나 퓨마를 싸움 상대로 붙여놓은 격이다. 당연히 상대가 될 리가 없다. 따라서 큰 개들은 고양이라는 종이 아니라, 체급이 비슷한 다른 고양이과 동물종이어야 상대가 된다. 이를 테면 표범이나 퓨마같은 중형 고양잇과 맹수들. 이들의 경우 야생 상태에서 늑대나 하이에나를 상대로 호적수를 이루기도 한다.
중형, 대형, 초대형견은 고양이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게까지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맹수이며 몇몇 국가에서는 늑대나 하이에나랑 싸움을 하기도 하는 무서운 동물들이다. 인간에게 길들여졌다 아니다의 차이일 뿐, 큰 개들은 사실상 늑대나 다를 바가 없다.[7] 사실 큰 개들에게 고양이는 먹잇감 혹은 심심풀이 및 스트레스 해소용 희생양일 뿐 싸움 상대가 아니다. 물론 개체 또는 품종 자체가 온순한 성격인 경우(가령 리트리버라던가) 고양이의 하악질과 앞발 공격에 도망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가 순해서 고양이를 죽일 마음이 없어서 그런 것일 뿐이다.
당연하지만 싸울 경우 고양이가 도망치지 않는 한, 1분 안에 이빨로 물어뜯겨 죽는다. 애초에 이 매치는 개가 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4. 번외: 다른 갯과 vs 고양잇과 동물
야생 갯과와 고양잇과의 경우라면 둘 모두의 체급과 쪽수가 승패를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체급이 비슷하면서 1대 1로 싸울 경우 고양잇과가 신체 구조상 조금 더 유리하다. 그러나 야생에서 대부분의 경우 갯과는 무리를 짓고 고양잇과는 무리를 짓지 않기 때문에 무리로 대응하면 대부분 고양잇과가 물러난다. 가령 늑대나 승냥이, 아프리카들개의 경우 1대 1로는 표범이나 퓨마에게 밀리지만, 무리를 지으면 표범, 퓨마가 피한다. 물론 넘사벽 체급과 힘을 가진 호랑이, 사자라면 갯과가 아무리 머릿수가 많아도 이기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한 마리만 나타나도 모두 달아나는 게 대부분이다. [8] 보통 야생에서는 고양잇과가 갯과보다 덩치가 크고 살상력도 뛰어난 편이다.[9]
5. 기타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둘이지만, 같이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둘 다 인간에게 키워져 야생성이 거의 없거나 친화력이 좋은 경우 친하거나 최소한 적대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 상당수가 개를 같이 키우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개를 키우는 상태에서 고양이를 들여오는 것이 좋다고 한다.[10]
6. 관련 문서
[1] 과 단위의 생존경쟁에서도 개과와 고양이과는 경쟁자였다.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고텐버그 대학, 로잔 대학, 상파울루 대학 등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2000개 이상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아시아에서 북아메리카로 고양이과 동물들이 이주한 것이 개과 동물들의 다양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고, 최대 40 종의 멸종을 이끌어 냈다는 것을 밝혔다. 반면 반대의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특이점.[2] 늑대에 의한 개가 희생당한 사례는 매우 많으며, 역사도 매우 깊다. 대체로 양을 지키는데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때문에 양보다 오히려 개들이 더 자주 늑대에게 희생당할 정도였다고. 이 때문에 발명된 것이 가시달린 목걸이로, 늑대가 목을 물지 못하게 하려고 개의 목에 거는 것이다.[3] 이것은 고양이과의 공통된 특성으로, 마찬가지로 서로 무게가 비슷한 중형 고양이과 동물과 대형견/늑대가 1대1로 싸우면 고양이과 동물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4] 호랑이의 앞발 펀치는 1톤에 육박해 이빨과 발톱이 없는 호랑이라도 인간을 앞다리로 때려잡을 수 있다. 고양이 역시 쥐나 같은 고양이, 소형견과 싸우면 앞발 펀치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5] 삼시세끼 어촌편에 나온 새끼 시절 벌이(터키시 앙고라)는 산체(치와와)보다 작아서 산체가 장난삼아 덤빌 때 마다 체격에서 밀렸다. 하지만 성장해서 산체보다 더 커지자, 산체가 놀자고 달려드니 능숙하게 앞발 쨉으로 퇴치해 버린다.[6] 메인쿤이나 랙돌 같은 대형종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개만큼 종별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7] 개는 회색늑대의 한 아종이다.[8] 호랑이의 앞발질 한방이면 어지간한 늑대나 들개보다 훨씬 큰 암소도 목이 꺾이고 멧돼지는 척추가 부러진다.[9] 야생 갯과 최대 동물은 회색늑대가 한계지만 고양잇과 최대, 최강 동물인 시베리아호랑이는 늑대보다 넘사벽 수준으로 크고 강하다.[10] 아주 어렸을때 버려진 유기견 출신 6개월령 코커 스파니엘 강아지를 동물병원에서 입양해 와서 한동안 키우는 중에 죽어가던 2개월령 새끼 유기묘를 데려와 살려서 키우는 경우인데 고양이가 개를 베고 자고 있다. 의도적으로 싸우려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다지 상대방 종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강아지의 경우 주인의 사랑을 혼자서만 독점하려는 질투심이 별로 없고 성격이 순해서 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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