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96 농구대잔치
'''KBL 출범 전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운 한국 아마농구의 리즈시절'''
1. 출전팀
- 실업팀 (8) : 기아자동차, SBS, 현대전자, 삼성전자, 상무, 기업은행, 산업은행, 한국은행
- 대학팀 (6) :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중앙대학교, 명지대학교, 한양대학교, 경희대학교
2. 대회전망
'''천하를 노리는 안암골 호랑이'''와 '''이에 도전하는 상무 불사조'''
당시 전문가 중 절반 이상이 고려대의 우승을 예상할 정도로 고려대의 위용은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었다. '''전희철, 현주엽, 김병철, 양희승, 신기성'''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베스트 5 멤버는 그동안 기아자동차, 연세대 등에 밀린 고려대의 오랜 숙원인 농구대잔치 우승을 이뤄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1] 아닌게 아니라 고려대는 95년 모든 대학 대회 5개를 제패하는 동안 단 1패만 당하며[2] 대학 레벨에서 고려대를 상대할 팀은 그나마 연세대였고, 실업팀으로 시선을 넓혀도 후술할 상무 정도 였다.
나머지 절반 중 다시 절반정도는 상무의 우승을 예상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의 주축선수가 대거 입대함으로서 상무는 명실상부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는데 그 라인업 역시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하긴 마찬가지였다. '''문경은, 이상민, 조성원''' 등이 입대하여 상무 소속이 되었다. 축구로 따지면 과장 좀 보태서 2002 월드컵 멤버들이 병역혜택 못받고 단체로 상무에 입대한 수준이다.
다른 팀들은 하나같이 전망이 어두웠다. 전통적인 재계 라이벌 팀인 현대전자, 삼성전자는 주축선수 다수의 입대로 전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 한때 실업팀과 대등히 겨루던 중앙대는 김영만, 양경민이 연이어 졸업한데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치열한 라이벌 구도 속에 고교 유망주들을 죄 뺏기면서(...) 전력이 수직하락했다.
그나마 아마 최강이라는 기아자동차와, 대학 최강의 자부심이 있던 연세대학교가 있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는 주축선수인 한기범, 김유택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옛날같지 않았고, 허재는 계속해서 사고를 치고 다녔다.(...) 주전들의 노쇠화와 허재 특유의 사고 + 술렁술렁 하는 플레이덕에 아마농구 팬들은 기아자동차가 부진하여 중위권내지 잘 해야 4강이라고 예측했다.
연세대학교는 94-95 농구대잔치에서 선수생명이 끝날 뻔한 부상을 입은 서장훈이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그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당장 센터 싸움에서 연세대가 다른 팀들에 맞설 수 있었던 게 서장훈이었는데 서장훈 이탈 이후, 대학리그에서 현주엽이 버티는 고려대에 밀리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미동포 최종규를 급히 편입시켰지만 기대 이하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지원이 팀을 잘 이끌었고 특히 조상현-조동현 형제를 입학시키면서 팀의 컬러를 바꾸고 고려대와 상무의 아성에 도전하였다.이때 당시 고대에 맞설수 있는건 연대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이 해 내내 연대는 고대에게 찍소리 못하고 패하는게 대부분이었다.[3]
일단 고대는 작년 대회에서도 연대와 거의 비등하게 싸웠고 연초 대학 선발에서는 우승을 했다. 이 해 주전력은 1-3학년인데 이들이 경험을 쌓고 진짜 우승에 도전할 자격을 가진게 이해다. 그에 비해 연대는 서장훈 이상민 이라는 최고의 가드와 센터를 동시에 잃었다. 농구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포인트 가드-센터 라인은 팀의 밥줄이자 핵심이다. 근데 이 라인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사족을 하나 더 붙여서 95-96은 연대가 실력 이상으로 분발하고 운도 많이 따라준 해이기도 하다. 실제로 개막 기아와의 시합에서도 기아의 압도적 우위를 점치는 가운데 전반도 11점차로 지고 있었으나 비디오 판독으로 보면 오펜스 파울인것을 디펜스 파울로 오심이 일어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개막전을 잡은게 컸다. 그리고 구본근이 서장훈 정도는 아니지만 이 대회 내내 핵심 센터로 성장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근데 알다시피 김택훈 마저도 파포로 돌려버리면서 연대는 구본근-김택훈-황성인-조상현-조동현-우지원-김훈 이게 엔트리 거의 전부다. 게다가 센터는 구본근이 만일 이 대회에서 부상이라도 당했으면 연대는 그야말로 모든게 끝장이었다. 왜려 포워드진은 우지원 김훈 조상현 등이 잘해주고 능력도 있어 고대에 맞먹을 수 있지만, 팀 선수 중에선 서장훈 외에는 막을 도리가 안보이는 현주엽 전희철 이 두 선수를 끝내 못막은 것이 연대가 고대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게다가 팀의 핵심인 포인트 가드인 황성인은 이때 겨우 1학년이다. 덤으로 조상현 조동현도 1학년 한 마디로 4강에 남은 것도 우지원이 주장 역할을 잘해주고 우지원이 안 되면 김훈이 자주 터져줘 어찌어찌 살아난 게 이때 연대다. 석주일이 부상인지 많은 시합에 나오지 못한 것도 연대의 전력 약화에 한 몫 했다.
3. 리그 진행
'''예상대로 진행되는 리그, 고려대와 상무의 독주'''
- 1위 : 고려대학교 (13승)
- 2위 : 상무 (10승 3패)
- 3위 : 연세대학교 (8승 5패, 승자승 우선)
- 4위 : SBS (8승 5패, 승자승 우선)
- 5위 : 기아자동차 (8승 5패)
- 6위 : 중앙대학교 (7승 6패, 승자승 우선)
- 7위 : 기업은행 (7승 6패, 승자승 우선)
- 8위 : 명지대학교 (7승 6패)
- 9위 : 현대전자 (6승 7패)
- 10위 : 한양대학교 (5승 8패)
- 11위 : 삼성전자 (4승 9패)
- 12위 : 경희대학교 (3승 10패, 승자승 우선)
- 13위 : 한국은행 (3승 10패)
- 14위 : 산업은행 (2승 11패)
2위는 상무가 차지했고, 연세대, SBS, 기아자동차가 8승 5패 동률을 기록했으나 승자승 원칙에 따라 연세대 3위, SBS 4위, 기아자동차 5위가 되었다. 뒤이어 중앙대(6위), 기업은행(7위), 명지대(8위)를 기록하여 8강팀 절반이 대학팀이라는 위엄을 보여주며, '''대학팀이 너무 많아 농구대잔치가 하향평준화된다'''던 옛날의 비판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연세대는 3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서장훈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채 불안정한 전력을 보였다. 주장이었던 4학년 우지원과 김훈을 제외한 나머지 주축 멤버들 대부분이 1~2학년이었던 탓. 이 시즌 우승팀 기아자동차에 낙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전승팀 고려대를 패배 직전까지 몰아갔지만, 한수 아래였던 명지대에 덜미를 잡히고 한국은행과 기업은행에게 연이어 패하는 등[6] 기복이 심했다. 중앙대는 주축선수 다수의 졸업이라는 악재를 극복하며 선전했고, 명지대도 실업팀을 여러 번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실업팀들은 올스타 팀 상무, 그리고 정재근이 고군분투한 SBS가 선전했고 기아자동차는 역시나 주전들의 노쇠화와 허재의 부족한 경기력에 힘입어 겨우 중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자 라이벌 두 팀은 예상대로 제대로 망해버렸고, 아마농구의 대표적 약체로 분류된 금융권 팀들도 하위권으로 쳐졌고 그나마 기업은행이 아슬아슬하게 8강 플레이오프에 합류했다.
4. 8강 토너먼트
- 8강 1차전 : 고려대(1위) - 명지대(8위)
- 8강 2차전 : SBS(4위) - 기아자동차(5위)
- 8강 3차전 : 상무(2위) - 기업은행(7위)
- 8강 4차전 : 연세대(3위) - 중앙대(6위)
5. 4강 - 결승
'''노련함이 패기를 잠재우다'''
'''안암골 호랑이와 신촌 독수리, 결승 문턱에서 쓰러지다'''
- 4강 1차전 : 고려대 - 기아자동차
2차전은 벼랑 끝에 몰린 고려대의 총력전으로 인해 고려대가 승리(82:61)하여 경기는 3차전까지 가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 최종전이 되자 또 다시 허재가 코트를 지배했다. 경기는 52:71로 기아자동차가 승리, 2승 1패로 기아차가 결승에 진출한다. 그리고 고려대는 '''사상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기아자동차 징크스'''에 막혀 눈물을 삼킨다.[7] 그리고 전희철과 김병철은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고려대를 졸업하여, 고려대 베스트 5는 올드 농구팬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게 된다.
- 4강 2차전 : 연세대 - 상무
정규리그에서 연세대가 상무에 이겼기 때문에 연세대는 자신감이 팽배했으나, 중요한 4강전에서 경험의 차이를 드러내며 무너졌다. 1승이라도 건진 고려대와 달리 연세대는 내리 2패하며 4강에서 탈락. 우지원도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연세대를 졸업한다.
- 결승 : 기아자동차 - 상무
5전 3선승제의 결승에서 3:0 스윕. 그야말로 기아자동차, 그리고 허동택(+만) 트리오의 리즈시절을 제대로 보여주며 상무를 제대로 관광보냈다. 1차전의 접전에서 99-96, 3점차를 석패한 것을 신호탄으로 2차전에서는 상무 이상민이 초반부터 기아의 작전에 휘말려 4반칙이 걸리는 바람에 제대로 활약하지 못해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3차전까지 기아자동차가 가져가면서 기아는 농구대잔치 2연패 및 7번째 우승을 차지한다.
6. 대회 결산
- 최종 순위
- 우승: 기아자동차 / 준우승: 상무 / 3위: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 개인부문 시상
7. 그 외의 이야기
- 은행 세 팀이 마지막으로 참가한 대회이다. 한국은행은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산업은행은 이 해 가을 나래이동통신에 인수되었다. 기업은행은 팀이 나산그룹으로 인수되는 것을 불허한 한국농구연맹의 결정에 반발해 1996-97 농구대잔치에 불참했다.
- 당시 스폰서는 한국통신이었다.
[1] 고려대는 93-94시즌 농구대잔치에서 라이벌 연세대의 우승에 매우 자극받은 상태였다.[2] 10월 대학연맹전 2차대회 예선 첫경기에서 지나친 방심으로 인해, 장신센터가 없는 약체 홍익대에게 1패를 당했다.[3] 다만 농구대잔치 정규시즌에선 희대의 명승부를 펼쳤는데, 아무래도 전통의 라이벌이다보니 단순 전력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4] 당시 고대는 대부분의 팀을 압살하는데 비해 연대는 기아나 상무라는 대어는 잡고 기업은행이나 한국은행등 다소 약한전력의 팀에게 패하는 불안정한 전력인데다 전 시합 SBS와의 시합에서 우지원이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는 악재까지 발생. 8-2로 고대가 이길거라고 대부분 이었다. 결국 우지원은 선발에서 제외되고 전반에서만 두 자리 수까지 점수차가 벌어지자 결국 우지원을 투입한뒤 이 시합에서 인생 시합을 보여주며 29득점으로 팀을 캐리 한다.[5] 후반전 막바지 1점차로 연세대가 지던 중 김택훈이 전희철의 파울로 자유투 두 개를 얻어냈지만 1구를 놓치는 바람에.(...)[6] 한국은행전에서는 연세대 대선배인 황상하에게 33점을 허용했고 기업은행전에서는 상대 센터 박상욱에게 더블더블(20점 11리바운드)을 허용한데다 우지원이 8점, 김훈이 6점에 그쳤다. 특히 명지대전에서는 경기 내내 업치락뒤치락 했음에도 최희암 감독이 전후반 통털어 단 한 번도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용병술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7] 고려대는 이상하리만큼 기아자동차에 약했다. 94-95시즌 농구대잔치에서도 4강에서 기아에게 패-승-패로 탈락했던 게 대표적. 그래도 기아자동차 징크스를 95-96시즌 정규리그 승리로 극복했다고 생각했으나...[8] 이는 당시 상무의 주축선수인 문경은, 이상민이 연세대 출신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