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번역/한국어 표기 문제
1. 들어가기 전에
성경 본문의 한국어식 표기나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식 표기는 성경의 원문인 히브리어와 그리스어의 표기와 발음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예슈아'''(Yēšûă)를 그리스어로는 '''이에수스'''(Iēsoûs)라고 표기했고, 한국어로는 예수, 영어로는 '''지저스'''(Jesus)라고 발음한다. 여러 언어를 거치고 철자도 영어식으로 읽는 영어 발음보단 히브리어를 비교적 그대로 옮긴 한국어 발음이 원어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다.[1]
그런데 성경에 등장하는 이름이나 명사들이 유럽에서 두루두루 사용되기 때문에 성경 고유명사의 외국어, 특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영어 발음을 아는 것도 나쁘진 않다. 예를 들어 '베드로'는 영어로 '피터(Peter)', 옛날 그리스어로 '페트로스(Petros)', 프랑스어로 '피에르(Pierre)', 스페인어로 '페드로(Pedro)' 등으로 불린다. 참고로 히브리 원어명은 '케파(Kepha)'이고[2] , 이 '케파'가 지닌 '''반석'''이라는 의미에 기반한 코이네 그리스어 번역명이 '페트로스', 이를 변형한 것이 한국어 성경의 '베드로'다.
2. 개요
현재 한국의 개신교에서 통용되는 개역한글판 성경은 구한말 고종황제 시절에 나온 것을, 광복 이후에 맞춤법만 최소한으로 다듬은 것이다. 즉 1900년대의 한국어에 가깝다는 뜻. 한국 개신교계의 보수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현재까지도 옛날 성경을 계속 쓰고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는 측도 있다.' # 물론 국어의 옛 모습을 무조건 갖다 버리려고 하는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니라 개정에는 다소 난항이 있을 듯. 어쨌거나 옛스런 표현이 많기 때문에 국어가 약한 이들은 독해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개역한글판이 일정 부분 수정된 개역개정판은 더욱더 현대일상에 근접한 어휘를 사용한다.
- 예시) 하나님이 가라사대[3]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선포하는 자가 크게 외쳐 이르되 백성들과 나라들과 각 언어로 말하는 자들아 왕이 너희 무리에게 명하시나니 너희는 나팔과 피리와 수금과 삼현금과 양금과 생황과 및 모든 악기 소리를 들을 때에 엎드리어 느부갓네살 왕이 세운 금 신상에게 절하라 누구든지 엎드려 절하지 아니하는 자는 즉시 맹렬히 타는 풀무불에 던져 넣으리라 하였더라. (개역개정판)
그 때 전령이 큰소리로 외쳤다. "인종과 말이 다른 뭇 백성들은 들으시오. 나팔, 피리, 거문고, 사현금, 칠현금, 퉁소 등 갖가지 악기 소리가 나거든 곧 엎드려 느부갓네살 왕께서 세우신 금신상 앞에 절을 하시오. 누구든지 엎드리어 절하지 않으면 당장 활활 타는 화덕에 집어넣을 것이오." (공동번역)
그러나 영어 성경을 따라 하프라고 번역한다 한들, 구약시대의 그 악기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서양악기 하프와 똑같은 물건도 아니다. 하프의 어원이라 생각되는 ‘harpa(하르파)’라는 명칭이 처음 사용된 것은 기원후 600년경의 일이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영어 성경에 등장하는 악기 이름도, 후대에 구약성경을 번역하면서 당대의 친숙한 악기 명칭으로 적당히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영어 성경을 봐도, 위 성경 구절이 KJV는 cornet, flute, harp, sackbut, psaltery로, NIV는 horn, flute, zither, lyre, harp, pipe로 번역되어 있는 등 제각각이다. 따라서 성경에 나오는 악기가 구태여 하프는 맞고 수금은 틀리다는 지적은 근거가 없다.전령이 큰 소리로 외쳤다.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여, 그대들에게 내리는 명령이오. 뿔 나팔, 피리, 비파, 삼각금, 수금, 풍적 등 모든 악기 소리가 나거든 엎드려, 네부카드네자르 임금님께서 세우신 금 상에 절하시오. 누구든지 엎드려 절하지 않으면, 곧바로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던져질 것이오." (한국 천주교 성경)
가장 뿌리 깊게 현지화된 단어 중 하나는 다름아닌 면류관. 본래 구슬이 달린 왕관의 일종인데, 왕정이 폐지된 현재 면류관의 원래 의미는 희미해진 반면, 예수의 가시면류관이 더 친숙할 정도. 해당 문서 참조.
위와 같이 번역된 성경이 널리 쓰인 결과, 개역한글판 성경을 주로사람들은 자기가 말하는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과 외국인이 말하는 같은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매치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3. 원인
당시에는 외래어 표기법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k/t/p로 시작하는 발음이 요즘의 표기처럼 ㅋ/ㅌ/ㅍ가 아닌 ㄱ/ㄷ/ㅂ로 쓰였고, 어두의 ㄹ이 ㄴ으로 바뀌었다.[5] 19세기 무렵 한국어에서 ㅋ/ㄹ/ㅌ/ㅍ 발음이 초성으로 잘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부분. 이는 종성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그리스어나 라틴어 계열 명사는 주격으로 쓰지 않고 격어미를 제외하여 어간만을 표기하고 원 제목을 음차하게 되어, 예를 들자면 '코린토스' → '코린토' → '고린도'라고 쓰는 것 정도가 되겠다. 사실 격어미를 한국어 번역에서 그대로 쓰면, 격이 달라질 때마다 단어가 바뀌므로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한국어 번역 성경은 격어미를 없애고 그리스어/라틴어 어간에 한국어 격조사나 보조사를 합쳐서 썼다.
4. 공동번역판 성서 및 가톨릭 성경
개역한글판은 표기법 뿐만 아니라 문법 면에서도 옛말의 흔적이 남아 있고 주석도 미비하여 의미전달이 좀 어렵다. 원래는 주석이 상세하게 달려 있어야 하지만, 그런 쪽으로는 신경을 못 쓴 것. 이 때문에 1970년대에 한국 천주교와 일부 개신교가 공동번역 성서를 편찬했고, 천주교와 대한성공회와 정교회에서는 공동번역성서를 채택해서 성공회와 정교회는 지금까지 사용한다.
한국 천주교는 공동번역 성서를 쓰다가, 원문을 그대로 옮기는 데 방점을 두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번역한 '''성경'''을 2005년부터 사용하고 있다.[6] 특히 천주교 성경의 경우, 히브리어 원음을 개신교 개역 성경에 비해 더 중시하기 때문에 개역 성경이나 영어 발음에 비해 히브리어에 더 가깝다. 하지만 주요 인물의 이름은 한국 천주교의 관용적인 표현이나 라틴어 성경의 음역을 따르는 경향도 있다.[7] 역사적인 인물의 이름[8] 의 경우 현대 역사학계에서 사용하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5. 표기와 번역에 관한 문제
사실 초창기 신약성서의 원어에 해당되는 언어는 그리스어인데, 당시 지중해 세계에서 이 언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1% 정도였고 나머지 99%는 문맹이었다. 기독교가 전파되던 초창기엔 함께 성경을 펴놓고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어를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모아놓고 낭독하는 형태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예수도 히브리어 원음으로 표기하면 예슈아고, 노아는 노아흐[9] , 이사악은 이츠하크이다. 이제 와서 예수를 예슈아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솔로몬은 원음이 셸로모고, 엘리야는 원음이 엘리야후고, 예를 들려면 끝이 없다. 언어라는 것은 원음이 어떻든 특정 발음이 널리 통용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널리 알려진 표기를 쓸 수밖에 없는 경우로, '힛데겔'을 일부 성경 번역에서 '티그리스'로 개정하여 표기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힛데겔'은 히브리어 '히데켈(ḥîddeqel)'을 의도한 표기인데, 이는 '티그리스 강'을 의미한다. 근데 정작 '티그리스'라는 이름은 '티그라(tigrā)'라는 페르시아어를 그리스어로 변형한 표현이고, 막상 그곳에 살았던 아카드인들은 '이디클라트(idiqlat)'라고 불렀다.[10] 그러니까 '힛데겔'을 '티그리스 강'이라고 표기하면, 원칙적으로 보자면 원음 '이디클라트'의 그리스 표현을 쓰는 것밖에 안 되는 셈이다. 원음 표기라는 목적만 놓고 보자면, '티그리스 강'이라고 쓰는 게 오히려 원음 '이디클라트'와 조금이라도 더 비슷한 '힛데겔'을 쓰는 것만 못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티그리스 강'에 대해 원음을 챙겨 가며 '이디클라트'라고 부르는 사람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티그리스'로 개정한 것이다. 지도에도, 역사책에도 '티그리스 강'이라고 하는 판에.
더 좋은 예로 '이집트'(애굽)가 히브리어 원어로는 '미츠라임'[11] 인데, 이를 원어대로 표기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함의 아들 미스라임[12] 을 제외하면 이집트는 언제나 애굽 아니면 이집트로 나온다.
결국 1998년에, 개역한글판에서 몇몇 발음이 이상한 부분들을 뜯어고친 개역개정판이 나왔으며, 2003년 이후, 개신교 비공인 번역 성경인 '직역 성경'이 새로이 출판되어 최대한 히브리어와 그리스어에 가깝게 발음들을 표기하였다. 자세한 것은 아래 표와 항목 참고.
6. 관련 문서
[1] 실제로 개신교 개역개정판 성경에서의 표기와 히브리어 발음은 의외로 비슷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온라인 성경에서 '히브리어'를 선택한 다음, 고유명사 인명이나 지명이 많이 등장하는 성경 구절을 찾아 (창세기 5장 전체, 창세기 10장 전체, 출애굽기 1:2~4, 역대상 1장 전체~9장 전체, 에스더 1:10, 다니엘 1:6~7 등) 오디오로 들으며 표기와 비교해 보자.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정상 작동한다. [2] 한국의 개신교 성경에는 '게바'로 표기.[3] 한자로 친다면 曰(가로되 왈). 공자 왈 맹자 왈 할때 그 '왈'이다. 흰 백(白)과는 다르다.[4] 그 외에도 창세기에서 야곱이 천사와 '''씨름'''을 하였다가 환도뼈가 부러졌다고 나와있다. 물론 영어판 성경에서는 Wrestling으로 나와있고, 씨름을 영어로 소개하면 '''The Korean traditional wrestling'''이라는 점에서 현지화의 좋은 예시기이도 하다. 물론 환도뼈도 현재엔 거의 사장된 단어로서 골반이라고 순화하는 상황이다.[5] 어두의 ㄱ/ㄷ/ㅂ는 모두 무성음 k/t/p 이므로 발음상 이상한 표기법이 아니다. 현행 일본어 표기법이 유사한 예인데, 다만 말 중간에 오는 경우에도 ㄱ/ㄷ/ㅂ가 쓰인다는 점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좀 오래된 관용 일본어 표기에서 게'''다''', 다'''다'''미, 미야모'''도''' 무사시 등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6] 이 성경 번역 작업에는 신학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어학을 전공한 언어학자들도 다수 참여하였다.[7] 전자의 예가 '바오로'. 원래대로라면 바울로스나 바울로 정도로 음역해야 했을 단어를 한국 천주교의 관용대로 '바오로'라고 하였다. 후자의 예는 에제키엘. 히브리어를 음역하면 '예헤즈켈' 정도로 번역했어야 할 이름을 라틴어 성경의 Ezechiel을 라틴어식으로 읽은 '에제키엘'이란 음역을 사용하였다. '에제키엘'을 영어식 발음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영어식 발음은 '이지키얼'에 가까워서 매우 다르다.[8] 대표적으로 네부카드네자르, 크세르크세스 등.[9] 여기서의 흐는 구개수음.[10] 좀 변형되긴 했지만 오히려 히브리식 '힛데켈'과 비슷하다.[11] 아랍어로 이집트를 뜻하는 '마스르' 또는 '미스르'와도 연관된다.[12] 사실 이것까지도 애굽이나 이집트로 하는 게 읽는 사람에게는 더 강렬하게 의미가 와닿는다. 곧 성경에서 이집트를 함 자손으로 본다는 것이다.[13] 개역 한글, 개역개정.[14] 허성갑 역.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발음 위주로 음역되어 있다. 즉, 이 둘이 아닌 다른 언어도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로 음역되어 있다. 둘 중 중복인 경우는 히브리어 우선. 그리스어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격어미 없이 어간만을 옮겼다.[15] 종교적 맥락이 아닐 때. 기독교와 깊게 관련된 인물이나 현재 유럽권에서 쓰이는 사람 이름의 경우는 예수를 빼고 제외. (기독교와 깊게 관련된 인물은 이미 기독교식으로 표기되고 있고, 사람 이름의 경우는 국가마다 다양할 수 있으므로.) [16] 가톨릭은 이제 '기독'이란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17] 히브리어로 음역되어 있다. 메시아의 히브리어 발음이다.[18] 원칙대로 표기하자면 '바울로'가 맞지만 예외 규정으로 '바오로'로 표기한다.[19] 영어에서의 로마자 표기는 'Pergamos'에서 변형된 'Pergamum'.[20] 영어에서의 로마자 표기는 'Petrus'에서 변형된 'Peter'.[21] 사도행전 17장 11~12절에 나오는 지명[22] 영어에서의 로마자 표기는 'Pontius Pilatus'에서 변형된 'Pontius Pilate'.[구분] A B C D E 왼쪽은 70년대 개역한글성경의 발음이다.[23] 실제 발음에서는
[
séiʔn]
, [
세잇,은]
정도로 [
t]
자리에 성문 파열음([
ʔ]
)이 들어간다.[24] 우리가 아는 점박이하이에나가 아니라 줄무늬하이에나를 의미한다.[25] 원어인 그리스어는 아테네/아테나이.[26] 영어에서의 로마자 표기는 'Athene'에서 변형된 'Athens'.[27] 영어에서의 로마자 표기는 'Antiochia'에서 변형된 'Antioch'.[28] 영어에서의 로마자 표기는 'Jacobus'에서 변형된 'James'. 변화 원인은 후술.[29] 참고로 이탈리아어로는 야곱은 Giacobbe(자콥베), 야고보는 Giacomo(자코모).[30] 당시 히브리인들이 이집트를 지칭하던 말.[31] 현재는 셀축(Selçuk)이라고 부른다. 에페소스하면 감이 바로 안오겠지만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인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었던 곳이다.[32] 영어에서의 로마자 표기는 'Epicouros'에서 변형된 'Epicurus'.[33] 독수리의 일종.[34] 요하난은 구약시대에도 사용되던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직역성경에서는 '마리아'를 '미르얌'의 변형으로 보았는데 여기에서 '미르얌'은 모세의 누나가 쓰던 그 이름이다.[35] 실제 발음에서는 [
íɾəli]
, [
이럴리]
정도로 [
t]
자리에 치경 탄음([
ɾ]
)이 들어간다.[36] 유대계 바이올린 주자인 이츠하크 펄먼의 예가 있다.[37] 'is-real'처럼 들린다. 그러나 종교계에서는 [
ízreiəl]
, [
이즈레이얼]
에 가깝게 발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