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AFC 아시안컵/대한민국/쿠웨이트전
1. 경기 전 예상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난 시점에서 조별 순위 2위인 한국과 4위인 쿠웨이트의 대결. 대한민국이 무난하게 승리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쿠웨이트는 지금 4위지만 수비 본능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며 도발했는데, 이에 대해 쿠웨이트는 내일 두고 보자며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심리전에서도 한국의 승리.
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설사 비기더라도 실점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러나 방심해서는 결코 안 된다. 아무리 쿠웨이트가 우리보다 FIFA 랭킹이 낮다고는 하지만, 한국과의 역대 전적이 21전 8승 4무 9패로 겨우 1패로 뒤지고 있는 만큼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또한 지금이야 우리가 쿠웨이트에 상당히 강하다지만, 과거에는 오히려 우리카 쿠웨이트에 상당히 약했다. 게다가 분명 쿠웨이트는 침대축구 때려 치고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위에 슈틸리케 감독이 언급했던 것처럼 비기기 전략으로 수비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긴 하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이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다음 호주 전에서도 8강 진출에 더 유리해진다. 그러나 이청용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해서 아시안컵 끝날 때까지 사실상 경기를 못 뛰게 되었다. 게다가 김창수도 이미 오만 전에서 부상을 입었고, 손흥민마저도 감기 기운 때문에 사실상 쿠웨이트전은 베스트 11을 가동할 수 없다.
아쉽게도 이번에도 쿠웨이트전은 오만 전처럼 거의 100% 수중전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수중전은 선수들의 체력을 두 배로 잡아먹기 때문에 자칫 다른 부상자들이 나올 수 있다.
경기 시작 약 한 시간 전에 선발라인업이 발표되었다.
GK: 김승규
DF: 차두리, 김영권, 장현수, 김진수
MF: 이명주, 박주호, 김민우, 남태희, 기성용
FW: 이근호
오만전과는 달리 무려 5명의 선수들이 부상 또는 감기 기운 때문에 결장했다. 게다가 벤치에도 못 있고 호텔에서 경기를 지켜본다고 했다. 이청용과 김창수는 부상 때문에 못 나오고, 구자철, 손흥민, 김진현 등은 감기 기운 때문에 경기를 결장했다. 포백 중에는 김주영 대신 김영권이 나왔다. 바로 전 경기인 오만 전에서 김주영 - 장현수 조합이 파이터 - 파이터 조합이라 수비라인 조율에 어려움이 있어서 이번에는 커맨더(김영권) - 파이터(장현수) 조합을 시도해본 걸로 추정되는데, 과연 수비가 어느 정도 나아졌는지는 지켜봐야 할 일. 그리고 이청용은 생각보다 심한 부상 때문에 결국 국내로 조기 귀국하기로 결정하면서 그의 아시안컵 도전은 겨우 한 경기에서 멈추고 말았다. 본인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워 할 일.
2. 경기 후 평가
지난 오만전이 승리하긴 했어도 다소 아쉬운 경기였기에 축구팬들은 화끈한 승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로테이션을 돌린 탓에 쿠웨이트에게 점유율도 밀리는 등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일단 전반은 상당히 좋은 흐름으로 가져갔다. 한국은 슈팅을 단 둘 기록했지만 전부 유효슈팅이었고, 쿠웨이트는 슈팅이 없었다. 한국은 끈끈하게 경기를 이어가며 이곳저곳을 공략하다 상대방의 집중력이 떨어진 순간 차두리의 오버래핑을 활용했고, 결국 이게 성공하며 전반은 확실하게 잡아갔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전에 이명주가 나가고 조영철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명주는 포항 시절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많이 뛰면서 밸런스를 잡아주는 기여를 하고 있었는데, 위아래로 움직임이 많으면서 원톱인 이근호가 지원이 필요할 때 근처에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고, 자연스레 이근호가 고립되어 버렸다. 남태희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공격은 날카로워졌으나, 이 빈 자리를 조영철이 잘 메꿔주면 좋았겠는데 제로톱이 아닌 조영철이 국가대표에서 항상 그랬듯이 존재감을 상실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전반전 쿠웨이트는 객관적으로 우세한 한국을 상대로 조심스럽고 잘 전진하지 않는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이근호가 고립됐지만, 한 골을 실점한 쿠웨이트는 탈락 위기에 몰렸고 전반전보다 앞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이근호가 빈 공간을 달릴 기회는 더 많이 생길 터였다. 그런데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이명주를 빼고 공격적인 선수를 집어넣자 쿠웨이트 입장에서는 멍석을 깔아준 형국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약간 실험성이 섞인 교체긴 했지만, 많이 위험한 교체였다.
쿠웨이트의 공격이 매섭다기보다는 수비수의 잦은 실책으로 한국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게 됐다. 백패스 과정에서 심각한 터치미스라던가 여러 번의 마킹 실수 등 김승규도 방어 이외의 공을 돌리거나 받는 플레이에서 실수가 나오면서 흐름을 답답하게 만들었다.[1]
한국은 기성용, 박주호 콤비를 제외하면 수비 라인이 전반적으로 불안했기 때문에 쿠웨이트 선수 개개인의 뜬금 돌파나 중거리가 위협적이었지만, 그래도 정석적이고 위협적인 찬스는 사실 한국이 더 많이 만들었다. 다만, 오만전과는 달리 한국 선수들이 소위 말하는 2군, 더구나 몸이 안 올라온 선수들이었던 게 아쉬운 점이었다.
공격 작업에서의 부정확함, 수비에서의 혼란스러움이 있었으나 그래도 한국은 끊임없이 경기의 맥을 계속 놓치지 않았고, 쿠웨이트는 옛날보다는 약화되었다는 평가처럼 최후의 순간의 정교함을 가져가지 못했다. 끝내 후반 40분 즈음부터는 공격에 대한 노력을 계속 기울임에도 체력저하로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지 못하고 드리블 돌파 시도도 잦아들었다.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이 요소요소마다 교체를 단행하면서 경기의 맥을 끊었고, 막판 한국영 투입으로 활동량을 보강했으며, 끝까지 선수들이 뛰려고 노력하면서 그렇게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차두리가 지배한 경기였다. 이운재를 넘어서 아시안컵 한국 최고령 출전 기록을 세웠는데, 풀백이란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쿠웨이트쯤은 피지컬로 부수는 게 어렵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전반전에 한 차례 스퍼트로 오른쪽을 붕괴시키고 크로스를 올리더니, 잠시 후에 다시 쿠웨이트 수비를 스피드로 부수면서 깔끔한 크로스가 올라갔다. 약간의 테크닉이 있었지만 거의 스피드로 붕괴시킨 것이기에 빠른 패스 후 빠른 돌파에 이어진 빠른 크로스에 쿠웨이트 진영에는 수비수 숫자가 적었고, 그런데 남태희가 멋지게 뒤에서 달려 들어오면서 넣은 헤딩이었기에 헤딩만 정확하면 막을 수 없는 슛이었고, 들어갔다.
이렇게 공격에서도 죽기는 커녕 팔팔한 모습을 보여준 차두리였는데, 수비와 공격전개도 대단했다. 오른쪽 라인을 쉴 새 없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중요한 시점에서 기민하게 오르내리면서 상대편을 위협했다. 거기에 활동 폭을 대단히 넓게 가져갔는데 오른쪽에서만 그친 게 아니라 수시로 중앙까지 올라가서 수비하고, 공을 전개시키며 볼 흐름을 원활하게 했다. 특히 쿠웨이트의 아지즈 마샨(10번)이 작지만 다부진 타입의 선수로 차두리와 경기 내내 부딪혔는데, 드리블과 공 돌리는 선택이 좋고 슈팅도 좋아 보이는 제법 위협적인 선수로 보였지만[2] 차두리가 너무나 쉽게 제압했다. 특히 경기가 종반으로 흘러갈 때 아주 위험한 찬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차두리가 막아 버린 후 완전히 위축되어 차두리가 붙으면 아예 돌파시도조차 못하고 공을 돌렸다. 한국의 위험한 찬스가 거의 중앙에서 좌측면 쪽에서 나온 걸 생각하면 사실상 차두리가 경기를 지배했고 승리로 이끌었다.
남태희도 오늘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드리블 돌파실패로 많은 역습을 허용해 선수들의 체력이 금방 바닥나게 한 주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대개가 다 본인의 빛나는 퍼스트 터치에 이은 볼 컨트롤 능력으로 수비 한둘을 벗겨낸 후의 돌파 시도였다. 영국 해설이었다면 브릴리언트나 러블리를 연호할 만한 터치였고, 돌파 시도 역시 실패해서 그렇지 대부분이 과감하게 시도해 볼 만한 장면들이었다. 이명주가 있을 때는 패스도 제법 돌리면서 기민하게 움직였고, 슛해야 할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중거리 슛을 날렸다.
사실 전문 원톱 없이 공격수 4명이 돌아가며 문전을 공략하는 전술에서, 이근호와 손흥민은 좁은 공간에서 부딪히기보다 달려서 탄력을 받아야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인 만큼 남은 2명 가운데 누군가는 적극적인 일대일 돌파 시도를 해야만 했고, 남태희는 이런 부분에서 제 몫을 다했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도 남태희는 좋았다고 인터뷰했다.
선발 출장한 이근호는 차차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중동 이적 이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와 압박, 과감함을 보여줬다. 두 차례의 결정적인 슈팅, 칩샷과 헤더는 역시 몸이 안 좋을 때의 이근호는 결정력이 그저 그렇다는 명제를 재확인시켜줬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슈팅을 했고 상대와 부딪히며 경합했고 돌파 시도를 했다. 그렇기에 나아지는 중이라는 데서 위안을 찾을 수 있다.
장현수에 대해서는 비난이 빗발쳤고, 위험한 실수도 많았다. 선수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만 했다. 어느 정도 다재다능한 선수이기에 가능했던 건데, 조영철 투입, 이명주 아웃, 남태희 중앙 이동 이후 박주호에게 함빡 몰린 수비 부담을 장현수가 앞으로 나오면서 덜어주고 그 빈자리는 차두리가 넓게 움직이면서 메꿨다. 이 과정에서 장현수는 상당히 손발이 어지러웠고, 쿠웨이트가 빈 공간을 노리고 롱 볼을 뻥뻥 때릴 때는 아찔한 장면이 꽤 나왔지만 김영권의 커버도 있었고 끝끝내 버텨냈다. 바로 전 경기인 오만전에서 김주영 - 장현수 조합이 파이터 - 파이터 조합이라 수비 라인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고 홍정호 - 김영권 조합은 둘 다 커맨더형이라 파이터형 수비가 안 돼서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 문제점을 노출했었기 때문에 성향이 다른 센터 백 조합으로 단점을 보완하고 시너지 효과를 만들기 위해 이번에는 커맨더(김영권) - 파이터(장현수) 조합을 시도해 본 걸로 추정된다. 하지만 김영권과 장현수는 호흡이 너무 안 맞았고, 동시에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장현수는 쿠웨이트에게 계속 뒤쪽 공간을 내주었고 심지어 전반에 가장 치명적인 실수까지 나왔는데 자신한테 공이 오는데 이걸 그냥 뒤로 흘려 쿠웨이트가 골키퍼와 1:1찬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빠른 공도 아니고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영권은 코너킥 상황 때 알제리전처럼 마크맨을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다행히 공은 걷어냈지만...
또한 이 경기를 통해 기성용과 차두리를 제외한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선수들은 공의 트래핑, 터치, 키핑에서 경악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며 마치 공을 뜨거워하는 것 같은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이 경기 이후로 선수들의 기본기에 대한 논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 오늘부로 더 이상 우승후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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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이 일문일답을 통해 '''경기내용 및 결과에 대한 깊은 빡침'''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경기 내내 카메라에 잡힌 모습을 보면 노발대발 수준은 아니어도 여과 없이 은근히 짜증난 표정을 실컷 볼 수 있었다. 골이 들어가도 구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그 이후로는 지시를 하면서 답답하다는 기색이 살짝 묻어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끝나고 위에서도 보이듯 스태프(카를로스 아르무아 수석코치로 추정)가 홱 몸을 돌리는 감독의 팔을 살짝 잡으려하자 살짝 뿌리치는 장면도 나왔다. 여러모로 진짜 화났던 모양. 감독이 화낼 만한 경기였고,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우리가 오늘 운이 좋았다.'''" 고까지 말하면서 대표 팀의 부족한 모습을 강력하게 질타했다.
어느 정도 실험성을 띈 이명주와 조영철의 교체가 독으로 작용했지만, 선수들도 좋지 않았다. 김영권은 집중력을 되찾지 못했고 장현수도 역할이 많아지면서 상당히 오락가락했다. 더군다나 김승규도 약점인 킥력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감독이 이명주를 빼고 조영철을 넣은 데는 공격력을 강화하여 다득점을 얻을 목적으로 보였지만, 조영철이 수비도 공격도 별 기여를 못했다. 운이 나쁘거나, 한국 쪽에서 1명이라도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했거나, 쿠웨이트 선수들의 클래스가 높았다면 비겼거나 패했을 것이다. 전술적으로 실수한 슈틸리케 감독의 문제도 있지만, 흐리멍덩하게 플레이하면서 동료 발목 잡은 일부 선수들도 확실히 문제였다.
한편 이 경기 주심과 부심은 이란인이었는데,[3] '''편파판정이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4] 파울 횟수는 양쪽 다 비슷했지만, 이 경기에서 장현수, 차두리, 남태희가 각각 경고 1장씩 받은 반면에, 쿠웨이트 선수는 1명만 옐로카드 1장 받았고, 똑같은 파울인데도 교묘하게 쿠웨이트에 유리하게 판정한 부분이 있었다. 이것은 후반에 한국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볼을 뺐지 못한 주요 원인 중에 하나가 되기도 했다. 1대 0으로 간신히 이겨서 망정이지, 비기거나 졌으면 편파판정 논란이 나왔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한국이 월드컵도 아니고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광탈했을지도 모른다.'''[5] '''이쯤 되면 한국 축구팬들은 사실상 11명 대 15명(11명+심판 4명)과의 싸움에서 1:0 승리를 지켜낸 한국 선수들을 질타만 하지 말고 오히려 이들의 투혼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격려의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결과적으로 플랜B나 슈퍼서브 계획이 실패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전 감독 조광래처럼 굴리던 선수만 줄창 굴려서는 답이 안 나온다. '''플랜B 설계 및 준비는 계속해야 한다'''. 막상 이청용과 손흥민이란 주전들이 빠지자, 조직력을 다지기 어려운 국가대표로서는 힘겨운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러나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당시 이영표 부상에 불구하고 한국 팀이 첫 승을 따낼 수 있었던 건 이을용이라는 대체 전력이 있었던 만큼, 이날 경기는 못했지만 못한다고 욕만 할 게 아니라 대체 멤버 발굴 및 육성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기다려 줘야 한다.
그리고 한편으론 네티즌들이 아직도 '''배가 불렀다'''는 질타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는 그 개막장이었던 '''홍명보호를 이어 받은 지 채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평가전을 아무리 많이 한다 한들 유럽 파 몇 명 외엔 대부분 비 시즌중인 현 K리그+아시아 리거 중심 대표 팀이 제대로 손발을 맞춘 것은 채 3개월도 되지 않는다. 이동국, 김신욱, 김승대는 부상으로 낙마했고, 이승기, 김기희, 임상협, 이용은 훈련소 4주 훈련[6] 때문에 차출이 불가능했다. 아직 감독의 지도력보다는 선수들의 개인기량에 의지해야 하는 현 국가대표팀의 환경에서 쓸 만한 자원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까지 4개월 안에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히딩크, 퍼거슨, 무리뉴가 와도 불가능하다.'''
거기다 아직 세계 무대와 격차가 크긴 하나 아시아 축구계는 그간 꾸준히 국가 간 상향평준화가 이뤄져왔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할 정도의 팀이면 2진내에도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은 하나도 없다. 또한 1차전 라인업과 비교해서 무려 7명-구자철, 이청용, 손흥민, 김창수, 김주영, 김진현, 조영철-이 바뀌었다. 특히 손흥민, 이청용, 김주영은 확고부동한 주전이었다.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는 처음부터 없었고, 측면에서 볼을 키핑하고 운반해줄 에이스들과[7] 주전 센터백이 다 빠진 팀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면 그게 월드클래스 팀이지 한국 팀인가?[8] 굳이 저런 팀을 찾아보자면 페르난도 토레스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후보로 밀려날 정도로 멤버가 빵빵했던 2010년대 초반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그리고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에서의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정도다. 두 팀 모두 FIFA 랭킹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월드 클래스 국가대표 팀들이다.
거기다 수중 전, 그것도 2연속으로 치렀다. 체력 고갈은 물론이고 드리블이나 패싱 플레이도 마음대로 안 되고, 비가 오는 상황에서 시야까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 특히 '''1차전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중 전을 치렀던 팀들은 모두 패하였다'''. 당장 오만이 호주에 0:4, 우즈벡이 중국에 1:2, 북한이 사우디아라비아에 1:4로 패하였다.[9] 오만은 몰라도 우즈벡이나 북한은 절대 중국이나 사우디에 밀릴 팀이 아니었지만, 먼저 득점을 하고도 패배를 당했다. 헌데, 따뜻한 방에 드러누워 TV로 경기를 보면서 아직도 아시아 팀들이 과거의 약체로 머물러 있다는 망상을 품은 채 피파게임처럼 선수들이 움직이길 바라는 팬과 언론은 이런 요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전임 감독들의 아시안컵 경기력은 이거보다 더 시원찮았다. 성남 FC 미드필더 진 김두현 - 김상식 - 손대호를 그대로 뜯어왔던 2007 AFC 아시안컵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의 핌 베어백은 노골적인 수비축구로 답답한 모습만을 보여줬으며, 토너먼트에선 그나마 이운재의 활약으로 겨우겨우 4강까지 올라갔으나[10] 대회 전체 기록이 3득점 3실점에 불과할 정도로 상당히 답답한 경기력이었다. 또한 대표 팀 고참인 이운재&이동국&김상식&우성용의 음주 사건까지 뒤늦게 까발려져 선수단 통제에도 미비함을 보였다.
2011 AFC 아시안컵 카타르 때의 조광래는 얼핏 화려했지만 자기 전술에 선수들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것으로 포지션 파괴와 주전 혹사, 어설픈 패싱 축구로 조별리그부터 꼬박꼬박 실점을 기록[11] 했고 결국 일본과의 경기에서 2득점이나 하고 동시에 2실점이나 하여 역대 최강의 멤버[12] 를 가지고도 우승 기회를 날렸다.[13] 이에 반해 완전히 조각난 선수단으로 일찌감치 8강을 확정지은 슈틸리케호는 악재 속에도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2.1. 관련 문서
[1] 김승규 입장에서 항변을 해보자면 비가 꽤나 많이 내렸다는 점이다. 김승규가 발 기술이 약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2] 이 경기 MOM으로 선정되기도 했다.[3] 주심은 "알리레자 파가니"로, 이후 결승전(한국 대 호주)에서도 주심을 봤다.[4] 비단 이번에만 그런 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 이란인 심판이 배정되었을 때 유독 한국이 편파판정의 불이익을 받은 적이 몇 번 더 있다. 당장 2014년 10월의 코스타리카전이라던가, 2011년 아시안컵 4강전(한국 대 일본)이라던가(주심은 사우디인, 부심이 이란인이었다).[5]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 이란에게 있어서 굉장히 이득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의심된다.[6] 상주 상무나 안산 경찰청에 갓 입대한 선수들 또는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기초 군사훈련 받고 나서 평상시대로 소속 클럽에서 선수활동)하는 선수들이다.[7] 지금 한국 팀에서 그나마 축구아이큐가 뛰어난 이가 이청용이고 측면에서 볼을 운반해 줄 수 있는 선수가 손흥민과 이청용 뿐 이다. 김민우는 쿠웨이트 전에서 미진함을 드러냈고, 한교원은 돌파력은 있으나 이청용에 비해 키핑 능력이 떨어진다.[8] 물론 장차 월드클래스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의식은 분명히 가지고 가야겠지만 그건 하루 이틀 안에 이뤄질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14~15년 시점의 한국은 세계무대에선 언더 독 정도도 못되는 팀이다.[9] 특히 북한은 전반 45분 만에 체력을 다 소진되어 후반에는 자멸하다시피 했다.[10] 이 대회에서 유일한 수확은 좌우 풀백으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치우와 오범석 뿐이었다.[11] 심지어 3위 결정전에서 3골 먼저 넣고 2골을 실점하며 후반전에서 어렵게 게임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나마 이겨서 3위를 차지하였기에 망정이지...[12] '''박지성+이영표+차두리'''의 베테랑 라인에 (부상 전) 이청용, 기성용의 쌍용라인, 그리고 해당 대회에서 당시 국대 경력이 일천했던 (플레이스타일 변하기전) 구자철, (폼 죽기 전) 지동원, 손흥민 등이 득점 행진을 이어나가며 주목을 받았다. 즉, 2000년대 국대를 이끌었던 레전드들, 그리고 당시 국대를 이끌던 에이스들과 앞으로 국가대표를 책임질 거라고 기대되었던 신인들이 모두 한 팀에 있었다는 얘기. 다만 2010 FIFA 월드컵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나쁘지 않았던 경기력을 보여줬던 —4년 후와는 틀리다 4년 후와는!— 박주영이 결장한 것이 옥의 티라면 옥의 티였다.[13] 가장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 체력 회복 실패다. 아예 붙박이 멤버들만 주구장창 돌리니 일본전에서는 체력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차두리까지도 지친 모습을 보였다. 3, 4위전에선 우즈벡 상대로 먼저 3골을 넣고도 체력 저하로 2골을 허용하고 후반전 게임을 어렵게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