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
'''Pride and Prejudice'''
''' 작가 '''
제인 오스틴
''' 국가 '''
영국 [image]
''' 언어 '''
영어
''' 장르 '''
로맨스
''' 출판년도 '''
1813년 1월 28일
''' 출판사 '''
토마스 에저턴, 화이트홀
1. 개요
2. 특징
3. 등장인물
3.1. 베넷 家
3.1.1. 친척 및 관련인
3.2. 다아시 家
3.2.1. 친척 및 관련인
3.3. 빙리 家
3.4. 루카스 家
4. 영상화 및 2차 창작
5.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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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1]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 그녀의 대표작이다.

2. 특징



오스틴의 초기 습작 시절 지었던 '첫인상'을 개작한 것으로 1813년 출간되었다. 조지 4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2] 청춘남녀의 얽히고 설킨 사랑 이야기로 재치 있는 필치를 통해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좀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이게 뻔한 레퍼토리가 된 이유 자체가 '''이 작품이 대박을 쳤고 이후 수많은 아류작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창작 당시에는 다른 소설에는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등장인물들의 감성을 보여준 소설이었다. 제인 오스틴은 로맨스를 이끌어나가는 한편 인물들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풍자하기도 했다.
원래는 《첫인상(First Impressions)》이라는 이름으로 1796~1797년에 작성했던 소설인데 출간되진 않았으며 이후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1811)의 첫 출판에 힘을 얻어 원고를 다시 쓰고 제명을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으로 고쳐 1813년에 출판하였다고 한다.
다른 영향력 있는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 이후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졌는데 오늘날 무수히 범람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나 할리퀸 로맨스의 선조'''로 받아들여진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상류계급의 재수 없는 신사와 평범한 젠트리 집안의 명랑하고 똑똑한 숙녀가, 서로 편견을 거두고 난관을 이겨내며 결혼에 골인한다는 내용으로 무수한 영화와 드라마, 만화 등에서 볼 수 있는 '재벌 2세와 평범녀의 사랑' 클리셰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벼운 아류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구성이 탄탄하다. 결혼할 배우자의 외면적 가치보다 애정과 상호존중의 감정을 중시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개성, 그 반대의 입장을 띤 실리적인 인물(가령 샬럿 루카스)도 무조건 깎아내리지 않고 나름대로 행동의 근거를 인정하는 균형감각, 사람 내부의 위선을 간파하는 통찰력 등은 현대에도 고평가되고 있는 요소들. 초반의 리얼리즘적 시각에 비해서 후반부의 결말에는 신데렐라 판타지적 요소가 존재하나 이는 19세기적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한 결말을 무리 없이 이끌어낸 작가의 역량은 높게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18세기 유럽 사람들이 생각한 결혼의 가치며, 사회의 계층분화 수준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 시대의 결혼은 철저한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었고 개인이 끼어들 여지가 극히 적었다. 결혼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어디까지나 혼인 당사자들의 재산, 계급, 명성, 외모 같은 외적 조건들이었다. 반면 상호 호감 같은 내적 조건은 결혼 후에 자연히 생겨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제인 오스틴은 그 당시 사람으로선 '결혼 당사자들의 애정'이 다른 조건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매우 강하게 주장하는 축에 속했지만, 그녀 역시도 외적 조건 격차가 심하게 나는 남녀의 결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변변찮은 가문[3][4]의 엘리자베스가 미래를 보장해줄 남편감을 '가치관이 안 맞아 존경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당시 기준으로 파격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의 가치관을 위해 사회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거절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이 과연 다른 근대 문학 작품에서 몇 명이나 등장했던가? 또한 지위가 별 볼 일 없는 여성의 판단과 비판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가치관을 반성하며 성장해가는 남자 주인공은 몇이나 되나?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다루어진 주제였는가?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로맨스는 단순히 부자가 예쁜 여자에게 반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두 남녀 주인공이 부단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성적 성장을 거치는 과정 그 자체이다.
요컨대 오만과 편견이 현대에 와서 창작된 신데렐라 스토리들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구성뿐만 아니라 소설 전체의 개성, 작가가 보여주는 비판적 통찰력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 작품을 로맨스물의 클리셰를 제공한 원조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가 클리셰에 매몰된 작품은 아니다. 단순히 결말이 '결혼을 통한 여성의 신분상승'으로 끝났다는 이유로 본 작품을 대리만족용 로맨스로 평가절하할 수 있다면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극으로 점철된 일요 막장 드라마일 뿐이다.
여담으로 국내 펭귄 클래식판 오만과 편견은 문장의 끝맺음이 일반적인 '-이다'가 아닌 ''''습니다체, ~요체''''로 되어있다. 독자에 따라 신경쓰일 수 있으니 구매시 자신에게 맞는 판본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3. 등장인물



3.1. 베넷 家


  • 엘리자베스 베넷
애칭은 리지.[5] 베넷 씨의 차녀로 20살. 본작의 주인공. 언니인 제인보다는 못하지만 예쁘고 똑똑하며 유머 감각도 있고 통찰력이 뛰어난 것으로 묘사된다. 특히 상냥하면서도 장난기 많은 성격을 가져 작중에서도 그녀의 쾌활함이 잘 드러난다. 다아시는 그런 성격과 그녀의 아름다운 눈[6]에 반했다. 자기와는 춤출 만큼 아름답지 않다고 했던 다아시를 싫어하고 있었고, 위컴의 사탕발린 말에 넘어가 더욱 그를 좋지 않게 보고 있던 와중에 다아시가 그녀에게 청혼했으나 거절한다. 또 다아시가 빙리와 제인의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절대로 이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아시에게 했던 비난들은 잘못된 전제 속에서 나왔던 것이었고 이는 제목의 '편견'이 다아시에 대한 그녀의 편견임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다아시에 대한 오해가 풀린 다음에는 편견에 찌들었던 자신의 태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가드너 부부와 경치를 감상하러 다아시의 영지에 갔을 때[7] 다아시를 칭찬하는 하인들의 증언이며 장사꾼이라고 귀족들에게 경멸당하는 외삼촌 부부를 다아시가 매우 예의바른 태도로 대하자 호감이 싹튼다. 하도 매몰차게 청혼을 거절해서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다아시가 여동생을 소개시켜주고, 또 리디아의 야반도주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자 마음이 완전 기울어버린다. 최종적으로는 레이디 캐서린이 본의 아닌 어시스트를 해주는 바람에 다시 청혼을 받고 경사스럽게 결혼에 성공.
95년 BBC판 배우는 제니퍼 엘[8], 2005년판 배우는 키이라 나이틀리, 성우는 소연.
  • 베넷 씨
하트퍼드셔 지역의 젠트리로 연 수입은 2천 파운드[9][10]이다. 현명하고 재치 있으며 딸들 가운데 리지를 가장 아낀다. 하지만 딸들과 아내가 망신살 뻗칠 말과 행동을 해도 적극적으로 교정하지 않고 방관만 해서, 리지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11] 젊은 시절 미모만 보고 베넷 부인과 결혼했다가 결혼 직후부터 아내의 천박함과 무지함에 실망했고, 이후 아내를 비꼬는 재미로 세월을 보냈다. 첫째 제인은 품성이 착해서, 둘째 리지는 이성적이며 지적인 성격이라 예뻐했지만 나머지 딸들에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키티와 리디아는 베넷 부인의 영향을 받아 경솔하고 무식해졌고 메리는 지적 허영심만 넘치는 헛똑똑이가 되어버렸다. 리지의 감정 변화를 알지 못해 다아시에 대한 혹평을 늘어놓아 리지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래도 작중 후반부 다아시가 마침내 두번째 청혼을 하고, 리지도 "그동안 그이를 싫어한 건 제 편견 탓이었고, 그이는 저를 사랑하고 존중해요"라고 아버지를 설득한 후에는 딸의 마음을 이해하고 흔쾌히 결혼을 허락한다.[12][13] 2005년 영화에서는 부인과의 사이도 원만하고 리지와 제인 외의 다른 딸들도 아끼는 모습을 보이는 등 원작보다 훨씬 다정한 가장으로 나온다.
2005년판 배우는 도널드 서덜랜드, 성우는 설영범.
  • 베넷 부인
베넷 가의 안주인. 젊었을 때는 미인이었지만 교양 없고 주책맞다. 딸들 가운데 자신과 가장 많이 닮은 리디아를 가장 예뻐하고 엘리자베스를 가장 탐탁찮게 생각한다.[14][15] 형제로는 런던에서 장사를 하는 남동생 에드워드 가드너와 메리턴에서 변호사 남편을 둔 여동생 필립스 부인이 있다.[16][17] 포스터 부인의 초대를 받은 리디아가 브라이턴으로 갈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리디아가 위컴과 도망치는 결과를 불러왔으면서도 베넷 씨가 가족 전부를 브라이턴으로 데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탓한다.
2005년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 원작에서는 리디아보다도 열심히 집안 망신을 시키는 인물이지만, 영화에서는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그럭저럭 이해할 만큼의 주책을 부리는 어머니로 나온다. 영화 속 베넷 집안이 원작보다 훨씬 가난하게 나오다 보니[18] 그 당시 부인이 부자 사위에 집착하는 것도 현대인 입장에서 쉽게 이해가 가는 편.[19] 연애 쪽으로는 잔머리를 잘 굴리는 편인데, 제인이 빙리의 집으로 갈 때 '비가 올 것 같으니까 말을 타고 가라'고 조언한 바 있다. 마차가 아닌 말을 타고 가면 비를 피할 수 없고, 비를 맞고 온 손님을 젖은 채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빙리 가에서 묵고 가라며 제인을 붙잡으리라는 계산. 실제로 이 계산이 맞아떨어져 제인은 감기에 걸려 빙리 가에 며칠이나 묵으며 빙리 씨와 가까워졌고, 언니를 걱정해 도보로 빙리 가를 방문한 엘리자베스는 그 기상천외한 행보로[20] 다아시의 마음을 꽉 잡았으니 적어도 연애 관련 잔머리에 관해서는 베넷 부인이 작중 일인자로 보인다.
2005년판 배우는 브렌다 블리신, 성우는 손정아.
  • 제인 베넷
베넷 씨의 장녀.[21] 베넷 집안의 딸들 가운데 가장 미인이며 성격도 좋다. 그러나 착한 게 좀 지나쳐 남의 험담을 못 하며 모든 일을 좋게만 생각하려 들어 독자들을 답답하게 하기도. 다만 작품 후반에 가면 조지 위컴이나 리디아 베넷,[22] 시누이인 캐롤라인 빙리[23] 같은 사람들로 인해 약간 변하긴 한다. 빙리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기대하게 되지만 빙리 주변 사람들이 둘의 사랑을 반대해 빙리한테 제인이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털고, 제인 또한 노골적으로 사랑을 드러내는 성품이 아닌데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해서 정말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줄로 안 빙리가 떠나버려 난관을 겪는다. 결국에는 그 말이 거짓이었음을 다아시가 밝힌 덕에 한달음에 돌아온 빙리에게 구혼받아 결혼. 2005년판 배우는 로저먼드 파이크, 성우는 배정미.
원작 설정을 따르자면 제인이 엘리자베스보다 더 예뻐야 하지만, 실제로 영상화할 경우 엘리자베스 역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엘리자베스가 더 미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제인이 더 미인인 경우는 95년 BBC판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편. 2005년 영화에서도 파이크가 정석 미녀이기는 했으나 키이라 나이틀리 쪽이 튀어 보인다. 여담으로 이 영화의 제인과 리지 자매는 안 닮아도 너무 안 닮았다는 게 흠.
  • 리디아 베넷
베넷 씨의 막내딸. 가까이에 있는 메리턴 읍내에 군대가 주둔하고 있을 때 허구헌날 산책다니면서 장교들이랑 시시덕거리면서 연애에 정신이 팔려 제정신 못 차리고 살다가 포스터 대령의 초청을 받아 군대가 상주하는 브라이턴으로 놀러가 위컴이 도망칠 때 같이 야반도주하고 이 때문에 베넷 가가 뒤집어졌다.[24] 어찌저찌 위컴과 결혼을 했으나 남편에 대한 애정은 몇년 안 가 바닥이 난다. 그래도 결혼한 여자로서 욕 먹을 짓은 안 했다고. 위컴과 달아난 뒤 어정쩡하게 동거하다, 가족들과 다아시의 협력으로 겨우 결혼에 골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잘나서 자매들 중 가장 먼저 결혼했다며 뻐기고, 심지어 제인이나 엘리자베스의 결혼마저도 자기가 위컴과 달아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라며 생색을 낸다. 결혼자금은 다아시가 모조리 대줬는데도 거기에 대해 감사도 없고 결혼식에다 돈쓸 궁리만 한다. 결말 후의 행적은 묘사된 바에 따르면 위컴 부부는 씀씀이가 헤퍼 언제나 돈에 쪼들리고 있으며, 자주 빙리 가에 들르는데 한 번 오면 잘 안 가는지라 사람 좋기로는 작중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그 빙리가 넌지시 '좀 가라'라고 할 정도로 민폐를 자랑한다고 한다. 위컴의 사랑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아주 일찍이 식어버렸고, 리디아의 마음도 위컴보다 아주 조금 더 오래 갔을 뿐 결국 빨리 식어버리긴 마찬가지였다고. BBC판 배우는 줄리아 사왈라, 2005년판 배우는 지나 말론,[25] 성우는 박지윤.
  • 메리 베넷, 캐서린 (키티) 베넷
각각 베넷 씨의 셋째와 넷째 딸. 메리는 자매 중 유일하게 외모가 예쁘지 못해서 언니들과 비교당하는 열등감을 메우려고 독서와 음악 공부에 매진한다. 그러나 그 노력을 부모가 알아주질 않다 보니 어떻게든 자신의 박식함(소위 교양으로 요구되는 종교적 지식이 많을 뿐, 현명하지는 않다)을 남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지적 허영심이 강하다. 다행히 자매들 대부분이 시집을 간 후론 다른 자매들과 외모를 비교당하는 일이 없어진 덕에 성격이 많이 나아졌다. 제인 오스틴의 조카가 쓴 전기의 내용에 따르면, 훗날 이모부인 필립스 씨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남자와 결혼해 메리턴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키티는 리디아의 무분별, 무절제, 무례, 무식을 닮은 인물이었지만 나중엔 상류층 출신 남편들과 결혼한 두 언니의 집을 오가면서 상류 사회를 접하고, 언니들이 리디아와 노는 것을 막은 덕에 많이 차분해지고 똑똑해졌다고. 정말로 리디아와 닮았던 것이라기보단, 어머니인 베넷 부인이 자신과 가장 닮은 막내딸 리디아만 싸고 돌다보니 은연중에 리디아를 따라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2005년 영화에서는 메리의 성격을 변화시켜 단순히 예쁘지 않아 소심한 캐릭터에다 눈치도 없는 기믹 등이 추가되었고, 무도회에서 푸대접받고 아버지에게 안겨 우는 장면이 나오는 등 원작에서처럼 마냥 냉소의 대상인 게 아니라 미인 자매들 사이에서 치이는 안쓰러운 면이 많이 부각되었다. 2005년판 배우는 각각 털룰라 라일리[26]캐리 멀리건, 성우는 이제인신송이.

3.1.1. 친척 및 관련인


  • 윌리엄 콜린스
베넷 가의 친척. 캐서린 영부인의 영지에서 성직을 맡고 있다. 폭력적이고 인색한 아버지 밑에서 벌벌 떨며 자라 운 좋게 인맥을 잘 잡아 성공을 거두었기에 비굴한 동시에 오만한 성정이 되었다.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을 캐서린 영부인의 판단에 의탁하고[27], 필요 이상으로 아첨을 하며 자신보다 서열이 위인 사람에게 비굴하게 군다. 그러나 정작 예의는 잘 갖추지 못해 남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무례한 짓을 자주 저지르기도 한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여성이 재산 상속을 아예 못 받는 시대는 아니었지만[28], 한사 상속[29] 제도 때문에 가문에 귀속된 토지와 저택을 물려받지는 못하고 부모나 후견인이 따로 주는 재산만 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30]
이 때문에 집안의 가장이 사망하면 대부분의 재산(토지, 저택 등)은 장남에게 상속되며 아들이 없을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남성 친척에게 상속된다. 베넷 가에서는 콜린스가 베넷 씨와 가장 가까운 친척 남성이었기에[31] 베넷 가의 재산은 베넷 씨의 친척 남성인 콜린스에게로 귀속될 예정이다.[32]
콜린스 씨는 베넷 가에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한 방책으로 베넷 자매들 중 한 명과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다. 처음엔 첫째인데다 가장 미인인 제인을 점찍었으나 제인은 임자가 있다는 베넷 부인의 말을 듣고 리지에게 구애했다가 차인다. 이후 바로 그녀의 단짝친구 샬럿 루카스에게 청혼하여 살림을 꾸린다. 소설 속에서 독보적인 풍자의 대상이다. 95년 BBC판 배우는 데이비드 뱀버,[33] 2005년판 배우는 톰 홀랜더.[34].
여담으로 영화판에서의 교회 구조가 참 특이한데 목사가 가운데서 설교를 하고 앞뒤로 앉아 설교를 들을 수 있는 구조인 듯 하다.
  • 가드너 부부
베넷 부인의 남동생 내외. 베넷 자매의 외삼촌과 외숙모. 외삼촌 에드워드 가드너는 치프사이드에서 사업에 성공한 상인이다. 부유하며 품위가 있어 엘리자베스 베넷이 외가 식구들 중 유일하게 존경하는 부부다.[35] 엘리자베스와 펨벌리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저택에 돌아온 다아시 씨와 마주치는데, 가드너 부인은 다아시 씨의 태도를 보고 그가 조카에게 푹 빠져있음을 바로 눈치챈다.
  • 필립스 부부
베넷 부인의 여동생 내외. 이모부 필립스 씨는 메리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힌다. 필립스 부인의 성격은 베넷 부인과 비슷하다.

3.2. 다아시 家


  • 피츠윌리엄 다아시
백작 영애인 어머니와 부유한 젠트리 아버지를 둔 신사. 연 수입 1만 파운드[36]의 부유한 독신 남성이다.[37][38][39]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미남이라 처음에는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태도가 지나치게 오만하고 쌀쌀맞은 데다, 자신과 급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해서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산다. 제목의 '오만'[40]은 다아시 씨를 상징하는 단어다. 숙녀의 필수 교양에 '독서로 갈고 닦은 지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리지와의 대화를 내심 즐겁게 여겼던 것을 볼 때, 지적이며 자기 주장이 분명한 여성을 이상형으로 생각한 듯. 리지에게 반해 청혼하지만 첫 번째 청혼은 내용이 매우 무례했던 데다[41] 그전부터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매우 안 좋게 보고 있던 참이었으므로 당연한 수순으로 차였다. 뒤이어 엘리자베스에게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를 지적받자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고치게 된다. 사실 펨벌리의 가정부가 주인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점이나, 동생 조지아나가 오빠를 매우 존경하고 따르는 것을 보면 본성이 나쁘기는커녕 자기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는 전혀 교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후에 개선된 성격과 신사다운 태도, 솔직함 등으로 자신에 대한 리지의 호감도를 회복시키고, 리지의 여동생인 리디아 야반도주 사건도 해결해주며 결혼에 골인.
BBC판 배우는 콜린 퍼스, 2005년판 배우는 매튜 맥퍼딘, 성우는 홍시호.
  • 조지애나 다아시
다아시의 여동생. 열여섯 살. 다아시 씨와는 띠동갑이다. 위컴은 그녀에 대해 오빠처럼 매우 오만하다고 말하지만, 조지애나를 펨벌리에서 직접 만나본 엘리자베스는 조지애나가 단지 수줍음이 굉장히 많을 뿐임을 알게 되었고 이 심한 낯가림이 자격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로 받아들여져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열다섯 살 때 그녀 몫의 재산을 노린 위컴의 꼬드김에 넘어가 야반도주를 할 뻔했다가 죄책감을 못 이기고 오빠에게 털어놓은 덕분에 일이 무산된 적이 있다. 오빠를 굉장히 믿고 따르기에 오빠가 소개해준 엘리자베스에게도 처음부터 호감을 가졌고, 캐롤라인 빙리가 리지의 험담을 할 때도 오빠가 사람을 잘못 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리지와 다아시의 결혼 후 에필로그에서는 정말 사이좋은 올케와 시누이로 지낸다고.
BBC판 배우는 에밀리아 폭스 2005년판 배우는 탐진 머천트, 성우는 키티와 중복인 신송이.

3.2.1. 친척 및 관련인


  • 조지 위컴
하트퍼드셔에 주둔한 민병대 소속의 군인. 매우 잘 생기고 재치 있는 성격으로 많은 이들에게 신망을 얻었다. 리지와도 잠시 썸을 탔다. 그러나 사실 그의 정체는 협잡꾼. 리지에게는 다아시에 대한 모함을 해서[42]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이후 리디아 베넷을 꼬여내 야반도주.[43] 실은 이 작자는 1년 전 미성년(겨우 15세)이었던 조지애나 다아시를 상대로 결혼사기에 가까운 협잡을 부린 적이 있었고, 그때 여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던 다아시에 대해 적반하장으로 앙심을 품고서 엘리자베스에게 험담을 했던 것. 제버릇 개 못 준다고 결국 리디아 상대로 비슷한 짓을 했는데 또 다아시가 끼어드는 바람에, 적당히 놀고 버릴 생각이었던[44] 리디아에게 코가 꿰이는 신세가 되었다. 2005년판 배우는 루퍼트 프렌드,[45] 성우는 정성훈.
  •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
다아시의 이모로 장원을 소유[46]귀족 계급의 여성. 하지만 교양, 지성, 너그러움 모두 갖추지 못했다.[47] 자신의 딸 레이디 앤 드 버그와 다아시를 결혼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다.[48] 다아시가 리지와 약혼했다는 헛소문이 퍼지자 리지를 찾아와 결혼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전형적인 악역. 그러나 영부인이 리지를 찾아간 사건이 오히려 리지와 다아시의 마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버린다. 리지가 영부인에게 '약혼은 한 적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약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는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 그 사람의 마음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반박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아시 씨가 다시 한번 리지에게 청혼할 용기를 내게 되었던 것. 리지가 다아시와 결혼한 후에는 조카에게 리지를 험담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지만, 시간이 좀 지난 후 '화가 풀려 펨벌리에 몸소 찾아왔다'는 묘사가 있는 것을 보면 그럭저럭 사이가 괜찮아진 듯.
2005년 영화판에서는 M으로 유명한 주디 덴치가 연기했다. 귀부인 특유의 깐깐하고 오만한 억양과 경멸 섞인 표정, 그리고 직설적이면서도 장황한 화법을 제대로 살린 덕분에 소문의 진위를 추궁하며 리지를 몰아붙이는 장면은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성우는 이선영.
  • 피츠윌리엄 대령
다아시의 외사촌 형. 다아시의 외삼촌인 피츠윌리엄[49] 백작의 차남이다. 다아시와 함께 조지애나의 후견인을 맡고 있다. 다아시 씨와 달리 유쾌하고 소탈한 성품을 지녔다. 헌스퍼드에 놀러온 리지와 상호간 호감을 품는다. 그러나 자신이 마음대로 결혼하기 어려운 처지[50]라는 사실을 말하여 리지에게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3.3. 빙리 家


  • 찰스 빙리
다아시의 친구. 연 수입은 4천 파운드이고,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10만 파운드의 자산이 따로 있다.[51] 다아시처럼 귀족 집안 출신은 아니고 사업으로 재산을 불린 중간 계급 집안[52]의 신사다. 다아시가 재수 없는 성격이라면 이쪽은 대놓고 선하고 배려 깊은 매너남. 베넷 집안과 멀지 않은 네더필드에 집을 사서 잠시 지내러 오자, 작품 첫 구절처럼 생각한 인근의 모든 미혼녀들이 달려들어 은근히 구애를 한다. 우유부단한 성격인데다 다아시의 식견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탓에, 제인과 사랑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아시가 '베넷 양은 너에게 호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자 한치의 의심도 없이 곧이곧대로 믿고[53] 제인을 떠나는 바람에 그녀를 상처받게 만든다. 그래도 나중에 사실을 밝힌 다아시의 말을 듣고 롱본으로 돌아온 후 마침내 제인에게 청혼하여 맺어진다. 다아시가 자신이 일부러 둘을 떼놓았다고 실토하자 화를 내긴 했지만 곧 용서했다는 것을 보면 다아시에게 상당히 깊은 우정을 지닌 모양. 95년 BBC 버전 배우는 크리스핀 보넘-카터.[54] 2005년판 배우는 사이먼 우드, 성우는 김일.[55]
  • 캐롤라인 빙리
빙리의 여동생. 외모가 아름다우며,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사립 학교에서 교육받았고, 상류층들과 어울리면서 살아온 데다 본인 소유의 재산도 2만 파운드에 달하다보니 태도가 매우 거만하다. 언니는 시집 갔고 집안에 남은 딸이라곤 본인밖에 없는 탓에 본명보단 '빙리 양'이란 호칭이 더 많이 나온다. 다아시를 좋아하는 탓에 엘리자베스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다아시 앞에서 그녀를 깎아내리는 일이 다반사에다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겐 예의없이 구는 등 오만한 성격. 제인은 그래도 아름답고 상냥한 편이라 처음엔 친구로서 잘 해주었지만, 나중엔 오빠를 다아시 양과 결혼시키려 제인을 오빠와 떨어트려 놓는 일에 동참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와 결혼하자 펨벌리의 정원을 거니는 권리마저 잃는 건(즉, 상류층인 다아시 부부와의 인맥을 잃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 깔끔하게 다아시를 포기하고 엘리자베스에게 예의를 차린다.
  • 허스트 부인(루이자 허스트)
빙리의 누나. 초반부 빙리가 네더필드에 왔을 때 남편과 와서 잠시 네더필드에서 함께 지냈다. 결혼하여 분가했음에도 남동생에게 참견을 꽤 많이 하는 듯.[56] 허스트 부인은 돈보다는 지위를 보고 허스트 씨와 결혼했다. 성품은 여동생이랑 비슷하다. 캐롤라인과 함께 리지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래도 결혼한 탓인지 동생만큼 리지-다아시의 관계에 개입하진 않는 편. 남편 허스트 씨도 딱 한 번 묘사되는데, 카드놀이와 식도락이 인생의 유일한 낙이며 언니 병문안을 하러 네더필드를 방문한 리지가 둘 다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는 말을 하자 관심을 끊었다는 게 전부다. 전형적인, 무위도식하는 상류층 부부로 봐야 할 듯. 빙리가 네더필드에서 런던으로 간 후로는 결말부까지 의미 있는 등장은 없다.
95년 BBC 드라마엔 나오지만 2005년 영화판에서는 삭제 되었다.

3.4. 루카스 家


  • 샬럿 루카스[57]
엘리자베스의 절친한 친구. 27세로, 작중 배경 시대 기준으로는 노처녀 취급을 받는 나이지만 신중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 엘리자베스를 배려하면서 가끔씩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엘리자베스가 콜린스의 청혼을 거절했다는 걸 알고 콜린스에게 접근해 그의 관심을 끈다.[58] 결국 콜린스와 결혼했기에 한때 엘리자베스의 실망과 연민을 샀다. 똑똑한 친구가 사랑보다는 재산을 보고 어리석은 신랑감을 선택한 셈이니. 하지만 실망을 표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샬럿은 차분하게 현재의 자신의 처지[59]를 설명했다. 리지는 샬럿의 선택을 수긍하긴 했으나 샬럿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긴다.[60] 그리고 결혼 후 리지를 신혼집으로 초대해 다아시와 리지가 다시 만나는 계기를 제공해주었다.
눈치가 빠른 편이라 다아시가 리지에게 깊은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작중 인물들 중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2005년판 배우는 클로디 블레이클리.[61] 성우는 박지윤으로 리디아와 중복.
  • 윌리엄 루카스
루카스 가의 주인이자 샬럿 루카스의 아버지. 베넷 집안과는 각별한 사이로 장녀인 샬롯과 베넷의 차녀 엘리자베스가 단짝이고 아내인 루카스 부인도 베넷 부인과 친하다. 왕년엔 상인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시장에 재직하던 중 왕에게 소를 올렸고 기사 작위를 받았다. 이후 마을을 떠나 메리턴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루카스 로지를 짓고 생활 중. 기사 작위를 받기 전부터 인성이 좋았고 수여받은 후에는 거만해 하지 않고 오히려 정중한 태도까지 갖추게 되었다. 다만 지적이거나 교양이 있는 사람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돈으로 계급 상승을 시도한 중류 계급[62] 이다보니 작중 풍자 대상이기도 하다.[63]
  • 루카스 부인
루카스 가의 안주인. 착하지만 영리하진 못해서 베넷 부인의 수다의 희생양이 되곤 한다. 그래도 둘이 사이는 좋고 자주 왕래하는 걸 보면 서로 잘 맞는 모양.
  • 루카스가의 자식들
딸만 다섯인 베넷 가와는 달리 아들이 두 명 이상, 딸이 세 명 이상 있다.[64] 아들딸들이 총 몇 명인지는 불명. 이름이 제대로 나온 자식은 샬럿과 머라이어 뿐이다.

4. 영상화 및 2차 창작


시대가 흘러도 인기는 여전히 대폭발이라 영상물로 각색도 수 차례 이루어졌다. 위키피디아나 IMDB에 검색을 해보면 1938년부터 10년에서 20년에 한 번 꼴로 각색물이 나온 걸 알 수 있다. 영미권 바깥(이탈리아네덜란드)에서 만든 버전도 있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1940년 영화판[65]의 다아시는 자그마치 로렌스 올리비에(!), 50년 영화판은 피터 쿠싱(!!)이다.
이 중 한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건 콜린 퍼스가 다아시를 맡은 1995년 BBC 드라마와 키이라 나이틀리가 엘리자베스 베넷을 연기한 2005년 영화판.
95년 BBC 드라마는 6부작 전체 300분 정도의 길이로 부담 없이 완주가 가능하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남자주인공 다아시 역을 맡은 콜린 퍼스는 영국 여인들의 영원한 ''''미스터 다아시''''이자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 드라마는 방영 시간에 거리에 여자들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공전의 히트를 쳐서, 2005년 영화판에도 영향을 끼쳐서 다분히 이 드라마를 의식한 장면이 있다.
아이러니한 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유명한 '다아시의 젖은 셔츠 씬'[66]은 원작에는 없고 창작해 집어넣은 장면이란 것. 하도 유명해서 영화판의 다아시 매튜 맥페이든은 홍보 다닐 때 '당신도 젖은 셔츠를 입나' 같은 질문을 끊임 없이 받아야 했고,[67] '오만과 편견 다시 쓰기'에서 책 속으로 들어간 현대인 주인공은 다아시에게 소원을 들어달라면서 셔츠만 입은 다아시를 연못에 빠뜨려본다.
각본가 앤드루 데이비스는 영국에서 시대극 소설을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훌륭하게 각색해내는 각본가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 원작에 충실하고, 거의 스토리에 관여하는 바가 없어 각색할 때 많이들 쳐내는 빙리의 누나 부부나 샬럿의 아버지와 여동생(중반부에 리지가 콜린스네와 로징스를 방문하는 장면은 사실 친정 아버지와 여동생에 리지가 꼽사리껴서 따라간 것) 등의 캐릭터들도 빠짐 없이 다 나온다. 로맨스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속물성과 허영에 대한 오스틴의 날카로운 풍자와 냉소가 잘 살아있어 골수팬들은 결정판이라고들 많이 생각한다. 원작의 대사들을 크게 고치지 않고 각본에 옮긴 몇 안되는 제인 오스틴 실사화 작품이기도 하다.

2005년에 키이라 나이틀리가 엘리자베스 베넷 역을 맡은 영화가 개봉해서 오만과 편견이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BBC판은 아는 사람들,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했지만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뜬 건 이 영화. 아름다운 영상미와 현대적인 해석으로 고전물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려준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로맨스에 집중하는 바람에[68] 오스틴 특유의 가차 없는 풍자가 줄어들고[69] 인물 묘사나 대사가 너무 직설적이고 '현대화'되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고증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은 구석[70]도 있어 리전시 시대 묘사까지 즐기는 골수 제인 오스틴 덕후들은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워킹 타이틀다운 치밀함이 여러 군데에서 엿보이는데, 특히 인물 클로즈업이 아닌 웬만한 원경 샷은 그 부분의 스틸컷만 뚝 잘라내도 마치 인상파 시기의 서양화를 떠올리는 듯한 미장센을 선보인다. 또한 미스터 다아시가 처음 소개되는 마을 무도회 장면, 네더필드 무도회 장면 등의 롱테이크도 백미. 사실 오스틴의 작품은 신사숙녀들의 예절 바른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보통 각색물에서도 대사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이 영화판은 그보다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고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계급 차이를 도입부의 베넷 집안 소개 장면의 묘사로 한눈에 보여주거나 한다. 이런 스타일의 이유를 미술학도 출신에 난독증으로 고생했다는 감독 조 라이트의 경력에서 찾는 사람도 있는 듯.
엔딩이 두 가지 버전인데, 영국판 엔딩은 엘리자베스에게 결혼 허락을 해준 후 아버지가 "어느 청년이든 메리나 키티를 달라고 오면 들여보내렴"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끝나고, 미국판 엔딩은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어떤 호칭으로 불러줄까 묻자 이런 날에는 이런 이름, 저런 날에는 저런 이름… 하고 늘어놓던 엘리자베스가 "가장 행복한 순간에는 나를 다아시 부인이라 불러줘요"라고 말하고 이에 다아시는 키스 한 번 하고 "다아시 부인", 또 키스 한 번 하고 "다아시 부인", 또 키스 한 번 하고… 하는 식으로 미국식으로 로맨스를 강화시킨 버전이다. 달달함을 위해 염장을 견딜 수 있다면 미국판 엔딩을 보는 것도 좋다. 참고로 한국 극장에서는 미국판 엔딩으로 개봉했다.

2005년판은 2014년 5월 31일 KBS에서 한국어 더빙으로 방영했다. 여기서에는 결말이 영국판 엔딩. 참고로 더빙판에선 성우진이 겨울왕국, 이누야샤, 닥터후 등지에서 저마다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인지라 (소연, 박지윤, 장민혁, 이장원, 홍시호, 김일, 설영범, 손정아 등) 그쪽 성우개그가 꽤나 나왔다.
이 영화 개봉 1년 전 2004년에는 배경을 현대 인도로 옮긴 볼리우드 뮤지컬 풍[71]의 신부와 편견('''Bride''' & Prejudice)이 만들어졌고,[72] 이 외에도 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드라마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Lost in Austen)'[73] 등 많은 영화들과 드라마가 오만과 편견을 패러디, 혹은 2차 창작해서 만들어진 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안 좋은 첫인상 + 질 나쁜 남자의 거짓말에 속아 남자주인공을 오해했다가 풀려서 맺어진다는 줄거리부터 오만과 편견에서 따온 것이며, 그 남자주인공의 이름은 아예 마크 '''다아시''', 캐릭터 성격도 다아시 그대로인데 원작의 다아시라기보단 BBC판의 콜린 퍼스 다아시에 더 가깝다. 이유는 작가 헬렌 필딩이 BBC 오만과 편견과 콜린 퍼스의 광팬이라서. 그래서 영화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아예 마크 다아시 역에 콜린 퍼스를 캐스팅했으며, 소설판에는 숫제 방송국 리포터가 된 주인공 브리짓 존스가 콜린 퍼스를 인터뷰하러 가서 일은 뒷전이고 팬심에 하악거리다가 개망신당하는 장면도 있다.
'오만과 편견 다시 쓰기(Lost in Austen)'은 2008년 영국 ITV에서 방영한 4부작 드라마[74]인데, 오만과 편견 소설에 푹 빠져 사는 (현실이 마음에 안 들어 도피하는 성격이 짙다) 주인공 어맨다 프라이스가 자기 집 화장실에 책 속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발견하고 리지 베넷과 자리가 바뀌어 다아시와 사랑에 빠진다는 완전 노골적인 여성 독자들의 대리충족 판타지의 정점인 드라마다. 오만과 편견을 좋아하는 여성팬들로부터도 해도해도 너무했다는 평을 들은 모양.
책이나 영화에는 안 나오는 리전시 시대의 생활에 대한 묘사(예를 들어 그 시절 양치질 방법이라든가), 그 시절 예법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의 주인공이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다니는 모습, 엘리자베스 베넷과 주인공의 위치가 바뀌는 바람에 소설의 사건들이 다 틀어져서 주인공은 그걸 원래 줄거리대로 돌려놓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리고 원작의 캐릭터들을 예상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뒤집어버리는 전개 등이 나름대로 깨알 같은 재미를 주기는 한다. 이 뒤집기 부분이 특히 대박 웃긴다. 빙리는 제인에게 반하는 게 아니라 주인공에게 관심을 표하고, 그래서 주인공은 자기가 레즈비언이라고 뻥을 쳐서 빙리의 관심을 제인에게 돌려놓지만 일이 꼬여서 제인은 콜린스에게 시집가버리고(!), 상심한 빙리는 술에 쩐 폐인이 되어 자포자기로 리디아를 유혹해 도주(!!), 그 결과 집안을 수습할 생각은 안 하고 넌더리만 내다가 이 꼴이 나버렸다고 생각한 베넷 씨는 빙리에게 결투 신청했다가 사고로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고, 그래서 현대에서 머리까지 자르고 잘 적응하고 살고 있던 엘리자베스가 아버지를 보러 책 속으로 돌아와 다아시를 만났으나 원래 내용의 처음처럼 다아시가 오만무례하다고 생각, 그러나 오해 풀 사이도 없이 자기는 현대가 더 좋다며 가버리고 다아시는 주인공과 해피 엔딩, 캐서린 영부인이 주인공에게 와서 다아시와 헤어지는 조건으로 제인과 콜린스의 결혼을 무효화시켜주고(콜린스는 신앙을 이유로 초야도 안 치르고 있었다. 당시 관념으로는 결혼 무효가 가능한 사유라고.), 제인은 콜린스에게서는 벗어났지만 이제 자기 평판은 땅에 떨어졌으니 어떡하면 좋냐고 울고 있는데 빙리가 나타나 자기랑 아메리카로 가자고 해서 이 커플도 해피 엔딩, 베넷 부인은 주책스런 속물이지만 딸을 너무너무 사랑하기에 결국 캐서린 영부인 앞에서 딸 편을 들며 제대로 된 멋진 어머니 노릇도 하고 남편과도 화해한다. 그리고 아마 이 드라마가 오만과 편견 2차 창작들 중 가장 위컴이 괜찮게 나오는 작품일 텐데, 위컴은 여자 꼬셔 한 몫 잡으려는 놈팽이가 아니라 조지애나 다아시가 오빠에 대한 반항심에 자신에게 들이대는(!!) 걸 거절하고 오히려 그녀를 위해 다아시에겐 진실을 숨기고 자기가 나쁜 놈이 되기로 한 개념남이다(!!!). 또한 캐롤라인 빙리는 레즈비언이다(!!!!). 주인공이 빙리를 거절하려고 레즈비언이라고 뻥친 걸 빙리가 캐롤라인에게 말하고, 캐롤라인 빙리는 그래서 주인공에게 접근해 '나는 사회적 지위 유지를 위해 다아시와 결혼할 필요가 있지만 그러고 나면 당신과 나 둘이서 열정을 불태워보지 않겠느냐'는 작업을 건다. 막판에 위컴과 눈이 맞고 끝. (레즈비언인데? 양성애자든가, 연애감정보다는 서로 이득과 죽이 잘 맞는 친구 같은 커플이 되는 걸 수도.) 여러모로 원작보다 좋게 나온 여러 캐릭터들 가운데 끝까지 구제 못 받은 건 콜린스 정도.
2013년 BBC에서 펨벌리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설정으로 만들어진 시퀄 드라마 '데스 컴스 투 펨벌리(Death Comes to Pemberly)'를 제작, 방영했다. 오리지널 제작은 아니고 P. D. 제임스[75]의 소설이 원작이다. 오만과 편견에서 6년 후 펨벌리에서 개최하는 무도회를 앞두고 원작소설에도 등장해 리디아와 어울리던 캡틴 데니라는 캐릭터가 살해당해 그 용의자로 위컴이 지목되고, 위컴은 다아시의 동서이니 그가 유죄판결이라도 받았다간 펨벌리와 다아시 가문의 명예까지 땅에 떨어질지도 모를 상황에서 다아시, 엘리자베스, 조지애나 등이 얽힌 갈등과 진범 찾기 추리가 주요 줄거리. 원작에선 얄팍했던 위컴과 리디아 부부 캐릭터에 입체감을 넣어주려는 시도도 있다.[76] [77] 원작의 로맨틱한 면보다는 (원작이 마냥 로맨틱하고 달달한 이야기라는 건 아니지만) 계급사회와 현실적인 부부 갈등에 초점을 맞춘 좀 차가운 톤의 드라마라 캐스팅도 미화가 덜 되어있어 배우들의 외모를 키이라 나이틀리나 콜린 퍼스와 비교하면 좀 실밍할 수도 있다. 원작소설의 작가 P. D. 제임스가 범죄 스릴러, 디스토피아 장르를 주로 다루는 작가라 그 성향이 반영되었을 수도.
2012년 펨벌리 디지털이라는 웹 프로덕션 컴퍼니에서 소설을 현대로 옮겨 각색한 '리지 베넷 다이어리(lizzie bennet diaries)'를 제작했다. 한 편이 5분 내외인 웹 드라마 형식으로 12년 4월 9일부터 13년 3월 28일까지 약 1년간 유튜브에 연재되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이 블로그용으로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다는 컨셉. 엘리자베스는 대중 전달(매스 커뮤니케이션) 전공의 대학원생이고, 다아시는 미디어 회사 펨벌리 디지털[78]의 CEO인 설정으로 현대화되었다. 캐릭터들이 현대화되며 생긴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찰스 빙리가 성이 '리'고 이름이 '빙'인 동양계 미국인 '빙 리'(...)가 되었다는 것. 원작에서는 답 없는 성격으로 나와 위컴과 결혼하게 되는 리디아를 훌륭히 재해석해서 매력적인 인물로 조명하고, 샬럿이 콜린스의 청혼을 받는 장면을 직업 제안을 받는 장면으로 바꾸는 등의 각색을 했다. 이러한 차이점은 오만과 편견의 시대와 현대 시대의 차이로 인해 와닿지 않았던 부분들을 독자 내지 시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고, 이런 부분 때문에 오만과 편견을 읽은 팬들은 각색 부분에 대해 대체로 호평한다. 시대가 현대이니만큼 커플들이 결혼하지 않고 연애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다만 리디아와 위컴은 (당연하게도) 이어지지 않는다. 위컴이 리디아와 도망치려 했던 장면이 둘의 섹스 테이프를 팔았던 것으로 바뀐 점, 또 그 테이프를 공개하려 했던 사이트를 리디아가 알아버린 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이어질 가능성은 없던 커플이었다.
패러디 소설로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가 있다. 표지의 띠지를 벗겨보면 깜놀. 완전히 고어다. 한국 번역의 질이 낮고, 영화화했지만 흥행하지는 못했다.
이렇게까지 사골로 우려먹히는 건 역시 각색물을 너무 자주 내놓을 수는 없지만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그냥 내버려두긴 아깝기 때문. 꽤 호평을 들은 2005년 영화판을 제작할 때도 이미 잘 만든 드라마판이 있는데 뭐하러 만드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아마 제작자들은 제인 오스틴이 요절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만한 장편소설을 여섯 편밖에 안 남겼다는 게 천추의 한일 듯.
카드 게임으로도 나와있다. 이름하여 "미스터 다아시와 결혼하기(Marrying Mr. Darcy)". 플레이어들이 본작에 등장하는 결혼 가능한 여성들 캐릭터 카드를 하나씩 뽑고, 자질 카드를 뽑음으로 원하는 남성 캐릭터에게 프로포즈받을 수 있는 스펙이 되든가 노처녀로 늙든가…라는 것이 주 내용인데 상황 카드를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스펙을 맞춰놓고도 스캔들에 휘말려 결혼 못 하는 사태 등등이 백미.
2인으로 진행하는 연극(충무아트센터, 2019)도 있다.

5. 기타


  • 영미권 스테디셀러의 표본이다. 오만과 편견은 2004년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조사한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에서 2위출처를, 2018년 미국 공영방송 PBS가 조사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한 소설'에서는 4위출처를 기록했다.
  •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 집필 당시 더비셔 주 베이크웰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인근에 있던 채스워스 저택이 펨벌리의 배경이 되었다. 2005년 영화판 펨벌리 저택 장면은 실제로 채스워스 저택에서 촬영했다.

[1] 오만과 편견의 그 유명한 첫 구절. 영어 산문의 기념비적 첫 문장이다.[2] 빅토리아 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나 빅토리아 여왕은 1837년부터 재위했으므로 틀린 지식. 1800년부터 여왕 즉위 전의 1830년대까지는 섭정(Regency/리전시) 시대라고 부른다. 조지 4세가 부왕 조지 3세의 광증으로 왕세자 시절부터 오랜 기간 섭정을 맡았기 때문. 영국 역사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섭정공(The Prince Regent)라고 하면 보통 조지 4세를 지칭한다. 이 조지 왕의 시대를 기억하던 귀부인들은 그때가 꽁꽁 막힌 빅토리아 시대보다 훨씬 자유분방한 시대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리전시 시대 여성의 의상만 보아도 빅토리아 시대보다는 훨씬 활동성이 좋고 노출이 많다.[3] 조선시대 양반이 다 똑같은 지위를 누리지 못했듯 영국의 젠트리들이 실상 다 같은 젠트리는 아니었다. 가문의 평판이나 재산, 영지의 보유량에 따라 젠트리의 가치는 천차만별이었다. 베넷 가문은 최대한 높게 봐도 (중류 계급과 통혼해도 이상하지 않은) 지방 향사의 집안인 반면 다아시 집안은 백작과 혈통이 연결된 가문이다. 평범한 경우라면 엘리자베스는 막대한 지참금 없이는 다아시 씨와 결혼하기 어렵다.[4] 빙리 가문은 돈으로 계급을 샀기 때문에 찰스 빙리와 제인 베넷의 결혼에서 더 이득을 보는건 빙리 쪽이라는 서술이 있었는데, 이건 재산이라는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게다가 작중 배경인 18~19세기의 영국은 산업 혁명의 와중으로 상공업 자본가의 상위 계급 진출이 본격화되던 시기였기에 재산을 축적한 이들이 그 재산을 기반으로 상류계급에 진출하는 것도 더이상 이상하지 않게 여겨지던 시대이기도 하였다. 베넷 가문이 고위 귀족과 혈연이 있는 명문가쯤 되면 모를까, 단순한 향사 수준으로는 재산으로 계급을 산 집안과의 계급이라고 딱히 강혼이라고 여겨지는 시대가 아니었던 것.[5] 가족들은 리지라 부르고, 친구인 샬럿은 일라이자라고 부를 때가 많다.[6] 다아시 본인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속눈썹', '운동으로 빛나는 그녀의 눈' 등 눈에 관련된 수식어가 많이 나온다.[7] 영국의 몇몇 유서 깊은 궁전이나 저택은 집주인이 휴양이나 여행으로 집을 비웠을 때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응접실이나 정원, 별채 같은 구역을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는 경우가 있다. 가드너 부부가 처음 가자고 제안했을 때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영지이니만큼 재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가지 말까 고민했지만 마침 다아시가 부재 중인데다 그곳의 경관이 하도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낚여서 슬쩍 가보기로 한다. 하지만 다아시가 예정보다 조금 일찍 돌아오는 바람에 공교롭게 딱 마주쳐버린 것.[8] 드라마 종영 후 다아시 씨 역의 콜린 퍼스와 실제로 교제한 바 있다. 이후 콜린 퍼스와 제니퍼 엘은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재회한다.[9] 현재 한화 가치로 2억 4천만 원 정도. 19세기는 노동력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하고 계급간 소득 격차가 컸던 시대라 당시 영국인들이 체감하는 가치는 그보다 컸을 것이다. 현대 독자들은 베넷 가족을 중산층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을 하지 않고 저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면 상류층의 끄트머리 정도는 된다. 애초 한사 상속을 할 집과 영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베넷 가문이 꽤 여유로운 집안임을 의미한다. 18세기 말~19세기 초에 이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영국 시민은 전 국민의 1%에 불과했다. 즉, 젠트리 계급 내부에서도 연 2천 파운드 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소리다. 베넷 집안의 약점은 현재 수입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콜린스 씨가 언급하듯) 베넷 씨가 마음대로 딸들에게 상속할 수 있는 지참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신붓감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지참금이었는데, 베넷 부부가 워낙 이 부분에서 준비를 안 한 탓에 딸들이 아름다운 외모와 젠트리의 자식이라는 이점을 갖고도 결혼 문제로 쩔쩔매게 되었다.[10] 작중 내용에 따르면 미리부터 수입을 아껴 저축하는 등 준비를 해 놓았으면 어떻게든 해결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젊었을때는 곧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베넷 부부에게서 아들이 태어나면 당연히 그 아들이 롱번의 상속자가 되어 그 재산을 바탕으로 누나나 여동생의 지참금등을 챙겨줄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 하지만 아들은 태어나지 않고 딸만 줄줄이 태어남으로써 베넷 씨 사후 유가족이 재산을 상실하고 길거리에 나앉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이미 걱정해봤자 뭔가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걱정해도 소용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불충분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다섯이나 되는데 그게 모두 딸일 가능성이 수학적으로 얼마나 낮은지를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닌 부분. 게다가 베넷 씨의 성격은 될 대로 되겠지 하는 식으로 방관적인 면에 강하고, 베넷 부인은 현명하게 미래를 대비하기에는 꽤 어리석은 인물이다.[11] 리지의 독백으로 아버지가 딸들의 교육에 좀 더 신경썼더라면 동생들이 버릇없고 경솔하게 자라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으리라는 언급이 나온다. 작중 묘사를 보면 현명하기는 하나 무기력하고 어느 정도 무책임하기도 한 인물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12] 리디아의 스캔들을 다아시가 돈까지 들여가며 해결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리지가 털어놓자, "당장 그 돈부터 갚겠다고 해야겠구나, 그럼 그 젊은이는 널 사랑해서 그런 거라며 연극 한 편 찍겠지"라는 말과 함께 허락하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는 장면.[13] 리지의 감정 변화를 모르고 다아시에 대해 쓴소리를 마구 늘어놓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 인물이 상당한 통찰력을 가진 현명한 인물이고, 리지와 비슷한 성품임을 드러내고 있다. 다아시의 청혼을 수락하고 싶다는 엘리자베스의 말에 물론 다아시는 대단한 부자이니 그와 결혼하면 유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겠지만,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남편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없다면 그 생활이 행복할 수 없다고 조언하는 것.(상기된 것처럼 이는 엘리자베스의 가치관과 성격에서 가장 파격적이면서도 특별한 부분과 일치하는 사고방식이다.) 이에 엘리자베스가 이전에 다아시를 싫어했던 것은 편견 탓이었고, 이제는 그를 사랑한다고 대답하자 '그렇다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흔쾌히 허락한 것이다. 리디아의 스캔들을 다아시가 해결해주었다는 이야기는 자신이 예전에 다아시의 험담을 너무 심하게 해서 아버지가 아직까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이미지를 회복시키기 위해 해 준 것.[14]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다아시 씨를 신랑감으로 데려오자 바로 태세를 전환한다(...) 엘리자베스도 이걸 예상해서 엄마와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조용히 약혼 사실을 알린다.[15] 엘리자베스가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조용히 약혼 사실을 전달한 이유를 정확히 말하면, 베넷 부인은 그 이전부터 얼핏 보면 차갑고 불친절해보이는 다아시를 대단히 싫어하는 티를 대놓고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적령기의 부유한 독신 신사라는 점에서 딱 (사윗감으로) 노릴만한 먹잇감인데도 불구하고 '빙리 씨라면 좋지만 다아시 씨는 와도 반갑지 않다'고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낼 정도였다. 이 때문에 자신이 다아시와 약혼했다고 하면 (특히 다아시에 대해) 불쾌한 소리를 할까봐 다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살짝 이야기 한 것. 하지만 속물로써 일관성을 가진 성격 덕분에 딸이 다아시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부자 사위를 보게 된 기쁨으로 다아시를 영국에서 제일 훌륭한 청년처럼 이야기하면서 '어쩌자고 자신이 지금까지 그렇게 훌륭한 청년을 싫어했는지 모르겠다, 대신 사과 좀 해 달라'고 이제까지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베넷 부인이 엘리자베스를 탐탁찮아한다는 것 역시 어느 정도는 대놓고 (착한) 첫째 제인과 (똑똑한) 둘째 엘리자베스만 예뻐하고 다른 셋에게는 별 관심을 주지 않는 남편의 행동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며, 어쨌건 베넷 부인이라는 캐릭터는 많은 모순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딸들에 대한 모성애로써 좋은 사윗감을 찾아주려 하는 목표의식만은 명확한 인물이다.[16] 남동생의 성이 '가디너'인 걸 보아 베넷 부인과 필립스 부인의 결혼 전 성도 가디너일 것이다.[17] 가디너 부부는 작중 등장하는 몇몇 상류계층 출신들보다도 교양 있는 사람들이지만, 필립스 부인은 베넷 부인 못지 않은 무개념을 자랑하는 사람이다.[18] 부인과 딸들이 부엌 일을 직접 해야 할 정도인데 이건 사실상 시대 고증을 무시한 설정. 부엌 하녀와 요리사마저도 둘 수 없다는 건 베넷 집안이 신사 계급이 아니란 소리다. 섭정 시대부턴 연 수입 300파운드인 신사들도 하녀 1~2명쯤은 고용하고 살았고, 신사 계급 숙녀는 위신 때문에 부엌일이나 세탁을 하지 않았다. 원작 소설에서도 콜린스가 식탁에 나온 요리를 칭찬한답시고 "이건 어느 사촌(베넷 자매)의 솜씨인가요?"라고 묻자 베넷 부인이 불쾌해하며 "우리도 요리사 고용할 형편은 되거든요?" 라고 받아치는 부분이 있다.[19] 베넷 부부는 재산 대부분이 한사상속에 묶인 탓에 딸들에게 지참금으로 물려줄 수 있는 재산이 거의 없다. 게다가 베넷 자매들은 친가는 젠트리여도 외가가 중류 계급이다보니, 지체 높은 남자와 맺어지기도 어렵다. 결국 베넷 자매들은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해야만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그런 신랑감 잡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베넷 부인의 속물근성이, 딸들의 미래에 대한 어머니의 염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그런 상황을 최대한 참작해도 베넷 부인이 이기적이고 균형 감각 없는 어머니라는 건 분명하다. 딸들 중 가장 경박한 리디아만 편애했고, 남동생(실제로는 다아시)이 위컴의 빚을 갚아주고 지참금을 까지 마련했다는 정황을 들었음에도 동생은 돈도 많은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20] 비 때문에 질척이는 3마일의 진흙탕길을 몇 시간씩 걸어서 남의 집으로 간다는게 당시 숙녀로선 하기 힘든 일이었다.[21] 서구권에서 미혼의 자매가 여럿 있을 경우엔 '그 현장에 있는 자매 중' 가장 나이 많은 여성에게 성을 붙여 ㅇㅇ 양(미스 ㅇㅇ)이라 불렀다. 그래서 작중 '베넷 양'으로 지칭되는 인물은 대부분 제인이고, 제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엘리자베스 쪽이 베넷 양으로 불린다. 남자의 경우도 '그 현장에 있는 형제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남성이 ㅇㅇ 씨로 불리게 된다. 제인 오스틴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비커밍 제인'에서도 제인이 언니와 있을 때 누군가가 제인에게 "미스 오스틴?"이라고 부르자 제인이 "그건 저희 언니죠"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22] 결혼해서 눈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두 사람이 잘못한 일에 나름 괴로워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안쓰러워했지만 만나고 나서 두 사람이 뉘우치기는커녕 뻔뻔함의 극을 보여주는 바람에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23] 앞의 두 사람과는 달리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초반부의 다아시와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제인을 떨어뜨려놓으려 했던 것도 오빠를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상대와 결혼시키고 싶어했던 것(구체적으로는 다아시의 누이 조지애나와. 그리고 자신은 다아시와 결혼함으로써 겹사돈의 꿈을… 당연히 모두 김칫국이었다.)이고, 엘리자베스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것도 자기가 결혼 상대로 노리고 있는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연적이라서 그런 것이다. 제인과 빙리가 결혼하게 되니 잘해주게 되었고, 엘리자베스에게도 펨벌리에 방문할 만한 사이를 계속 이어가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는지 예의를 지키게 되었다고 하니 기회만 되면 다아시와 빙리에게서 금전적인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위컴 부부와 같은 무개념은 아니다.[24] 운 좋게 결혼으로 수습하지 못 했다면 리디아 본인은 물론, 언니 4명의 평판까지도 바닥으로 떨어질 일이었다.[25] 미국 배우인데 역에 몰입하는 촬영 기간 내내 영국식 억양만 썼다고 한다. 촬영 끝나자마자 원래 미국식 억양으로 말투가 돌아왔고 동료 배우들은 '너 뭐야' 했다고. 여담으로 SF영화 콘택트에서 조디 포스터 아역으로 유명했던 배우이다. 최근에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의 제7구역 도끼녀(...) 조한나 메이슨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26] 일론 머스크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 현실판 찍고 있는 그분 맞는다. 이 영화 이후 '세인트 트리니언' 두 편을 찍는데 완전 스타일이 달라졌다. 인셉션에서 꿈 속 바에서 대화하는 금발머리(등장인물 중 한 명이 변신한 것)로 나오기도 했다.[27] 이는 캐서린 영부인의 신분이 귀족인 탓도 있지만, 그녀가 헌스퍼드 교구 목사직을 콜린스 씨에게 넘기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입이 좋은 교구는 그 지역을 다스리는 귀족의 차남 혹은 3남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혹은 거금을 주고 성직 임명권을 매입한 사람에게 돌아가거나. 만일 캐서린 영부인이 돈도 인맥도 없는 콜린스 씨를 자질(?)만 보고 목사직에 앉혔다면, 콜린스 씨 입장에선 캐서린 영부인이 평생의 은인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운이 좋다면 영부인에게서 교구를 더 얻어낼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엘리자베스는 이 때문에 샬롯이 불만 없이 로징스 파크에 드나들고 있다고 짐작한다.[28] 사실 아내가 자신의 후견인으로부터 상속한 재산을 남편이 손대지 못하게 하는 혼전 계약서 개념도 이미 이 시대에 존재했다.[29] Entail. 일부 책에서는 한정 상속이라고도 나온다. 영지와 저택을 개인이 아닌 가문에 귀속시키고 남성 상속인 한 명에게만 '관리 권한'을 물려주는 것으로, 중세 시대에 영지가 여러 상속인들에게 갈라지거나, 씀씀이가 헤픈 상속인 개인이 가문의 토지와 저택을 처분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다만 모든 저택 및 토지가 한사상속 대상인 것은 아니다.(오히려 <장원=토지+저택=영지> 중에서 '한사상속으로 묶인' 사례가 특수한 사례로 여겨졌다. 즉, 가문의 핵심 영지에 해당하는 토지 등 특수한 일부 사례만 한사상속으로 묶이고, 다른 토지는 일반적으로 상속된 것.) 한사상속에 묶이지 않은 재산은 여성이 물려 받아도 상관 없었으며, 한사상속이라는 제도를 피해 토지에서 나오는 지대를 여성 상속인에게 물려주는 꼼수도 많았다. 이미 리전시 시대에는 한사상속 자체가 상당히 단점이 많은 구시대 제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본작 작중에서 베넷 부인이 이게 말이 되는 법이냐고 불평하는 것도 한사상속 제도를 에둘러 비판하는 모습으로 읽을 여지도 있다.(다만 작중 베넷 부인의 캐릭터성이 좀 어리석고 경박한 면이 강조된 편이라, 한사상속 제도 자체를 에둘러 비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한사상속 제도를 이해하지 못해서 '아버지의 재산을 딸이 못 물려받는다니 왜 그런거냐, 이상하고 말도 안 된다'고 투덜거리는 것으로 보이는 면은 있다.)[30] 그 예로 베넷 부인이나 빙리 양, 허스트 부인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고 나온다.[31] 베넷 씨와 콜린스 씨의 사이가 사촌(cousin)이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의 cousin은 4~9촌 정도의 친척을 뭉뚱그려 말하는 단어다. 둘의 나이 차이가 큰 것, 베넷 가족이 콜린스 씨를 만난 적이 없었다는 사실 등등을 감안하면 촌수가 먼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 읽다 보면 콜린스의 아버지와 베넷 씨도 cousin 범위에 들어가는 사이라는 의미의 문장이 있으니 베넷 씨와 콜린스는 가장 가깝게 잡을 경우 당숙-당조카 정도로 보인다.[32] 역사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콜린스 씨의 롱번 상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베넷 씨가 살아있을 때 외손자를 보게 되면 롱번이 그 손자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현실 19세기 영국에선 한사상속이 저렇게까지 빡빡하게 굴러가지 않았다. 베넷 씨 같은 사람은 콜린스 씨에게 롱번 영지를 물려주는 대신 지대의 일부를 베넷 자매들에게 지급하도록 조건을 내걸 권리가 있다. 작중에서는 베넷 자매들의 위태로운 처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한사상속 제도의 특징을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33] ROME에서 키케로 역을 맡은 배우.[34]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여주인공인 키이라 나이틀리와 출연한 바 있다.[35] 사실 리지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작중 등장인물을 통틀어서도 가드너 부부는 품위있고 인품 좋기로는 손에 꼽힐 만한 사람들이다.[36] 대체로 영지의 지대에서 나오는 수입이다. 1만 파운드는 현재 화폐 가치로 한화 11~12억 원의 가치가 있는데, 당시는 계급간 소득 격차가 상당했고 노동력이 저렴했기에 지금의 11억 원보다 저 시대의 11억 원이 훨씬 가치 있었다고 봐야한다. 1800년대 영국인의 평균 연 수입은 30파운드였고, 연 수입 1만 파운드 이상을 올리는 부자는 잉글랜드 전체를 통틀어 100~150명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37] 후술할 캐서린 영부인(Lady Catherine)이 다아시의 이모. Lady는 오등작 가문의 영애나 왕자의 손녀 같은 방계 왕족 출신의 여성에게만 붙이는 칭호이다. 다아시에겐 Lord나 Sir 등이 붙지 않고 그냥 Mr.라고 불리는 것으로 보아 귀족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영부인의 자매와 결혼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고, 영부인이 조카를 무시하지 않고 예비 사위로 여긴다는 것은 다아시의 친가 역시 상당한 명문가라는 사실을 암시한다.[38] 사실 영국에서는 작위를 물려받지 못한 귀족의 후손은 본인이 무슨 공을 세우고 작위를 받아 새 귀족가를 개창한다거나 본가에 직계가 끊겨 상속자가 된다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 젠트리 계급이 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젠트리는 어디 가서 꿀릴 것 없는 신분이었다. 또 가문의 평판과 재산도 신분 못지않게 상당히 중요한 스테이터스였기에, 돈 많은 명문가 젠트리쯤 되면 귀족과 혼인할 수도 있고 그 자체로도 작위를 지닌 귀족만큼이나 사교계에서 환영받는 존재였다.[39] 무엇보다도 영국의 상류층에서 유작귀족의 비율은 워낙 낮아서, 유작귀족만으로는 사교를 형성하기도 어렵고 그 극소수안에서만 통혼하기도 어렵다. 이는 윌리엄 1세의 잉글랜드 정복(1066년)으로부터 유래한 현상으로, 월리엄 1세(정복왕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한 뒤 외래 정복자인 자신에게 반항적이거나, 반항적이지는 않지만 반항적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불문하고 기존의 앵글로색슨계 토지보유자(=귀족)들의 영지를 싸그리 몰수하여 자신을 따르던 노르만계 귀족들에게 분봉했기 때문. 이러한 전면적인 지배구조 재구축을 통해 유작 지주귀족의 비율은 낮아지고(앵글로색슨계 지주귀족 사천여명에게 몰수한 영지를 분배받은 것은 불과 이백여명의 노르만계 남작들이었다.), 혈통적 귀족 특권을 부여받은 귀족 대신 귀족 특권은 없는 젠트리 계급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작위를 물려받은 본인만 귀족의 신분을 이어받을 수 있는 영국 법(사실 이 법 자체가 월리엄 1세의 지배구조 재구축으로 귀족의 세력이 극히 위축되고 왕의 권위아래 놓였기에 성립 가능했던 것이다.)의 특성상 귀족 세력의 양적 팽창은 아주 효과적으로 억제되었고, 또 여기에 장미전쟁을 거치면서 그나마 있던 귀족 가문들까지 수두룩하게 단절되어 튜더 왕조 시기에 이르면 온 잉글랜드에 귀족 가문이라고는 남작 가문 30여개를 합쳐 50개 될까말까한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 물론 왕의 입장에서 보면 특권을 가진 귀족의 수는 적을수록 좋은 것이 당연하므로 후대에도 특별히 작위를 하사하여 유작귀족의 수를 늘려주는 일은 드물었고 따라서 당연히 영국의 상류층 내에서 귀족의 숫자는 적은 상태로 유지되었으며(잘해야 수백명 정도), 이 자리를 대체하여 상류계급의 나머지를 차지한 것이 젠트리 계층이었다. 즉 젠트리는 서유럽 문화권의 통상적인 기준에서는 '귀족은 아닌 평민계층'에 해당하나, 그 귀족의 숫자 자체가 적은 영국에서는 다른 서유럽 전근대 국가에서는 귀족이 차지하는 사회적 상위계층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40] Pride의 뜻은 사실 오만 + 자부심에 더 가깝다.[41] 요약하면 '당신 집안은 격이 떨어지고, 제인을 제외한 가족들은 한결같이 천박하다. 그걸 알면서 당신과 결혼하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는 하나 도저히 내 애정을 억누를 수가 없어서 당신에게 어쩔 수 없이 청혼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나, 청혼하는 자리에서 대놓고 여자의 집안을 깎아내리는 건 예나 지금이나 상식에 어긋난 짓이다. 게다가 다아시 씨가 당연히 청혼을 승낙 받을 거라고 자신만만해 했던 것도 문제가 된다. 일단 리지는 다아시에게 마음이 전혀 없었을뿐더러(...) 이 당시에는 남성이 (실제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경쟁자들 때문에 내 구혼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 두렵다'는 식으로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 청혼하는 자리에서 지켜야할 예의 중 하나였다. 이전에 다아시 씨가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겸손을 좋게 보지 않는다고 밝혔던 것이 이 청혼의 복선이 되는 셈.[42] 다아시 씨의 아버지는 위컴의 대부로, 본인 사후에 위컴이 좋은 교구의 성직자로 정착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놓았다. 그래서 다아시 씨는 부친의 뜻을 따라 성직 임명권을 위컴에게 넘겨주려고 했는데, 위컴이 자기는 성직자가 될 생각이 없다며 성직 임명권 대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래놓고선 자신이 마땅히 물려받아야 할 재산을 다아시 씨가 주지 않았다는 식으로 주변에 떠들고 다녔다. 리지는 다아시를 이미 싫어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믿었지만 베넷 씨에 의해 '자신의 불행을 감동적으로 말하는 재주가 있다'면서 은근슬쩍 까인다.[43] 의도적으로 리디아를 골라서 꾄 것은 아니다. 브라이턴에서도 노름빚을 많이 지는 통에 빚쟁이들에게서 도망가려고 하는데 그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던 리디아가 따라가겠다고 한 것. 위컴이 여자가 자기랑 같이 도망가겠다는데 말릴 인물도 아니었던지라 그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44] 당시 잉글랜드 국교회 내에서 결혼할 수 없었던 남녀들이 결혼하기 위해 도망치는 곳은 스코틀랜드의 그레트나그린이었는데, 리디아와 위컴은 스코틀랜드는커녕 런던의 싸구려 여인숙에서 동거중이었다. 리전시 시대가 나름대로 개방적인 시대였다고 해도 현대와 비교하면 훨씬 성적으로 보수적인 시대였다. 위컴은 리디아를 버리고 얼마든지 부유한 여자를 꾀어서 결혼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럴 생각이었다) 여자인 리디아는 남자와 야반도주해 결혼도 안하고 동거했다는 소문이 퍼진 이상 본인의 혼삿길이 막힐 뿐 아니라 다른 자매들의 평판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힌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다아시는 제 원수나 다름없는 위컴에게 돈과 직업을 주고 그를 리디아와 결혼시킨 것이다[45] 재밌게도 이 루퍼트 프렌드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키이라 나이틀리의 상대역이었던 올랜도 블룸과 닮아서 둘을 비교하며 재미 있어하는 반응도 있었다. 또 이 배우는 이 영화 촬영 뒤 한동안 나이틀리와 사귀기도 했다.[46] 남편과는 사별했고 자녀는 딸 하나 뿐인데도 화려한 저택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영지내 교구의 성직자 임명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건 작고한 남편 루이스 드 버그 경이 지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캐서린 영부인 본인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한사상속에 묶이지 않는) 재산도 상당히 많았다는 뜻이 된다.[47] 콜린스는 자신을 목사로 임명해준 인물이기에 이 인물을 이 3가지를 갖추었다며 찬양하지만 전혀 아니다. [48] 이렇게 되면 드 버그 가문의 명망과, 다아시 가문의 재산이 하나로 합쳐지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19세기 유럽에서 사촌간 결혼은 전 계층에 걸쳐 흔하게 이루어지는 일이었고 지금도 영국에서는 사촌간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된다.[49] 영국 상류층 가문은 아들의 이름을 어머니의 결혼 전 성으로 짓는 경우가 있는데, 다아시의 어머니의 결혼 전 성이 피츠윌리엄이다.[50] 귀족의 아들이지만 차남이라 재산을 거의 물려받을 수 없으므로 부유한 여성과 결혼할 필요가 있다.[51] 빙리 씨는 영지를 보유한 젠트리가 아니다. 따라서 연 수입은 지대가 아니라 10만 파운드에 붙는 은행 이자.[52] 소위 어퍼 미들 클래스. 빙리 씨의 아버지가 사업에 성공해 영지 구입을 고려했다고 하니 기본적으로 빙리 집안은 젠트리(landed gentry)가 아니다. 다만 빙리 씨가 영국 북부의 괜찮은 집안 출신이라는 서술도 있으니, 빙리 씨의 조상은 상류 계급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시기는 장남에게만 토지와 지위를 물려주는 장자상속제 때문에 조상은 귀족/젠트리여도 본인은 젠트리가 못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따라서 소설에만 나오는 정보를 보고 빙리 가문의 전체 스탯을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빙리 씨가 다아시 씨와 스스럼없이 어울렸고 빙리 양이 상류층 숙녀들과 교제했던 것을 볼 때, 빙리 가문도 젠트리만 아닐뿐 꽤 체면 치레를 하는 계급이었을 가능성이 높다.[53] 다만 제인이 워낙에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이라 주변에서 보기엔 그녀의 마음을 확신할 만큼의 표현이 별로 없었던 것도 한 몫 했다. 당시 제인이 빙리를 사랑한다고 확신했던 사람은 언니의 속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리지와 김칫국 드링킹중이었던 베넷 부인 둘뿐이었고, 리지의 친구 샬럿조차 제인이 좀 더 마음을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조언을 준다. 리지가 다아시의 첫번째 청혼을 거절하며 이 일에 대해 비난하자, 다아시는 나중에 편지로 '당신 언니는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 테니 분명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겠지만, 그때 내 눈에는 제인 양에겐 확신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말을 곱씹어본 리지는 샬럿이 했던 조언까지 떠올리고 나서야 확실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54] 성에서 알 수 있듯 헬레나 본햄 카터와 한 집안 사람이다. 촌수가 그리 가깝지는 않은 듯.[55] 미국 드라마 로마에서 사이먼 우드가 연기한 옥타비아누스를 맡았던 성우다.[56] 허스트 부부가 분가하지 않았다고 잘못 여기는 경우도 있는데, '허스트 씨가 지위에 비해 재산은 별로 없고, 빙리 씨의 새 집이 마음에 들면 허스트 부인이 그 곳을 자기 집인 양 생각할 가능성이 많다'는 서술을 완전히 오독한 것이다. 남편이 집이 없는 것도 아닌데 결혼한 여성이 남동생 집에 얹혀 사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허스트 씨는 옥스퍼드의 그로스브너 스퀘어에 자기 집이 있다.[57] 결혼 후에는 샬럿 콜린스가 되었을 것이다.[58] 콜린스와 리지의 관계가 명백히 끝난 뒤에야 그에게 접근했으니, 읽는 독자 기분이 좀 묘할 수는 있어도 샬럿이 도의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다. 게다가 샬럿이 특별히 콜린스 씨를 유혹하기 위해 부당한 수를 쓴 것도 아니고, 그냥 콜린스 씨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줬던 것뿐이다.[59] 이 시대의 여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은 결혼뿐이었고, 노처녀들은 여유 있는 친지들에게 얹혀살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가정교사로 이 집 저 집 전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샬럿은 예쁘지도 않고 20대 후반인데다 딱히 지참금을 갖고 있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괜찮은 남편감에게 청혼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따라서 집안의 부담도 덜고 안락한 미래도 보장받을 겸 콜린스를 잡은 것이다. 따지자면 콜린스 씨는 젊고(25살), 좋은 교구에 자리잡은 성직자인데다 베넷 씨 사후에 롱번의 영지와 집을 물려받을 예정이므로 신부 입장에선 인성과 지성만 포기한다면(...) 그럭저럭 쓸만한 신랑감이다. 그리고 당시 부모들은 자식들을 나이 순으로 사교계에 내보내고 시집/장가 보내는 편을 선호했기 때문에, 장녀인 샬럿은 동생들 눈치가 보여서라도 결혼 상대를 빨리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60] 2005년 영화판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던 샬럿이 점점 감정이 북받쳐 마지막에는 "그러니 네 멋대로 날 판단하지 마!"라고 외치며 가버린 후 리지가 망연자실해하지만, 샬럿이 신혼집으로 떠나고 시간이 좀 흘렀을 때쯤에는 리지도 샬럿의 선택에 대해 그 이유를 이해하고는 기꺼이 샬럿의 초대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개된다.[61] 1974년 영국 태생으로 주로 TV 시리즈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한국에는 아는 사람이 적다.[62]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제인 오스틴은 계급 중심의 사회 체제 자체에 전복적인 생각을 품었던 사람이 아니다. 여타 동시대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제인 오스틴도 혈통과 계급에 많은 가치를 두었으며, 본인이 타고나지 못한 신분을 돈으로 사려는 신흥 자본가들을 좋게 보지 않는 편이었다.[63] 이상하게도 루카스 씨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는데도 루카스 집안이 형편이 넉넉지 못하다는 암시가 여기저기 나온다. 자식들이 많은 탓일수도?[64] 샬럿이 결혼하게 되자 여동생들과 남동생들이 기뻐했다는 서술에서 추론한 것.[65] 옛날 영화라 그런지 고증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제인 오스틴과 리전시 시대 하면 바로 떠오르는 허리 높은 엠파이어 스타일의 드레스 대신 몇몇 판본의 삽화에서 보이는 1830~40년대의 양식의 옷을 입고 나온다.[66] 엘리자베스가 가디너 내외와 팸벌리 가(家)를 방문했을 때 우연히 다아시와 마주치는 장면이다. BBC가 뽑은 20세기 100대 명장면에 베를린 장벽 붕괴와 나란히 선정. 심지어 촬영장소였던 그 연못에는 젖은 셔츠를 입은 다아시의 대형 동상까지 세워놓았다고.[67] 결론만 말하자면, 영화판 다아시는 젖은 셔츠를 입지는 않는다. 대신 첫 번째 프러포즈는 빗속에서 하느라 흠뻑 젖고, 두 번째 프러포즈는 셔츠 바람에 얇은 코트 하나만 대충 걸친 차림으로 한다. 콜린 퍼스를 의식하지 않았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미국판 엔딩에서는 결혼 후 첫날밤 호숫가에서 리지와 알콩달콩하는 다아시가 셔츠만 입은 차림이다.[68] 러닝 타임의 압박 앞에 장사 없으니 선택과 집중은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BBC판이 이 영화판에서 잘라낸 인물들까지 등장시키며 원작의 내용을 다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넉넉한 러닝 타임 덕이 크다. BBC판에서는 캐롤라인 빙리의 삽질이나 (엘리자베스 외모 까내리기, 다아시가 엘리자베스랑 결혼했을시 겪을 짜증나는 일들 상상해서 다아시 앞에서 나열하기… 등등) 그에 대한 다아시의 반응, 찰스 빙리네 누나 부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등이 원작과 더 가깝게 묘사되었다.[69] 달리 생각하면 캐릭터에 대해 더 너그러워진 묘사라고 볼 수도 있지만.[70] 엄연히 부유한 지주 계급인 베넷 집안이 시골 농가에 가깝게 묘사되고, 무도회에서 여성들이 장갑을 끼지 않으며, 빙리 가의 집사가 베넷 가의 딸들을 모두 '미스 베넷'으로 부르는 장면이 있다. 사실 이 영화서 미스/미스터는 제대로 된 타이밍에 쓰이지가 않는다.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지나치게 가까이 붙어있는 묘사도 많다. 다아시 씨는 리지에게 마지막으로 청혼할 때 옷도 제대로 안 입고 걸어서 롱번으로 오고 그 상태로 베넷 씨에게 허락까지 받으러 간다(....).[71] 정통 볼리우드 뮤지컬은 아니다. 감독 거린더 차다는 인도계이고 자신의 혈통을 강하게 의식하고 영화에 반영하는 편이긴 하지만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영국인.[72] 주인공 랄리타 박시(엘리자베스 베넷) 역의 배우가 한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소리를 들었던 인도 배우 아이슈와르야 라이.[73] 닥터후리버송 역의 알렉스 킹스턴이 베넷 부인으로 나와 열연을 펼친다.[74] 도입부의 내레이션부터 원작의 시작을 약간 비튼 It is a truth 'generally' acknowledged that 'we are all longing to escape'이다. [75] 칠드런 오브 맨의 작가다.[76] 리디아를 맡은 배우는 닥터후에서 클라라 오스왈드 역을 했던 제나 콜먼, 위컴은 영화 싱글맨에서 콜린 퍼스와 연인 연기를 했던 매튜 구드다.[77] 6년 후라는 설정에 따라 그간 꽤나 시달렸는지 펨벌리의 마님인 엘리자베스에게 고용인이 리디아와 위컴에 대해 '계속 머무는 건 아니겠죠?'라고 물을 정도다. 그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대답도 '하룻밤 재우고 아침 먹여서 보낼 거다'인 걸 보면… 베넷 씨의 언급으로만 나오지만 빙리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모양.[78] 제작 회사와 같은 이름이다. 리지 베넷 다이어리 안에서도 미디어 관련 회사로 등장한다. 해당 회사는 오만과 편견과 작가가 같은 엠마 또한 유튜브 웹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