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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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04년 6월 4일, 용접사이자 자동차 머플러 수리사였던 마빈 히메이어가 마개조한 불도저를 몰고 건물들을 닥치는 대로 부순 사건. 사건은 킬도저라고 불리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1]
2. 불행한 원인
미국 콜로라도 주 그랜비시에서 자동차 머플러 가게를 운영하던 해당 사건의 사례자(범인) 마빈 히메이어는 2001년 가게 바로 옆에 대규모 시멘트 생산 공장이 들어올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부지가 가게로 들어오는 주 통로였기 때문에 시멘트 공장이 지어지면 자신의 가게와 거처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리는지라, 마빈은 공장장과 시청에 자신의 사연을 직접 보고한 후 대안책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장과 시청 측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마빈을 내쫓았다.
콘크리트 공장을 지으려던 공장주 도셰프(Docheff)는 시의회를 통해 히메이어의 가게를 빙 두르는 형태로 2001년 콘크리트 공장 부지를 설정했다. 이렇게 되자 불리해진 히메이어는 마을 회의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처음에는 꽤 항의 세력을 모았지만, 2003년 지역 언론이 이들을 비난하자 히메이어의 애인까지 떠나가고 2004년에는 히메이어의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게다가 덤으로 시 당국에서는 쓰레기 차(Junk Car)를 사유지에 방치했다는 이유로 마빈에게 오히려 벌금을 부과했다.
이런 불운과 주변 상황에서도 마빈은 꾹 참고 최후의 수단으로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시에 탄원서까지 내고 대안을 마련할 기회를 달라며 호소하기까지 했으나, 또 시청에서 퇴짜를 맞았다. 결국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마빈은 불도저를 구입한 뒤 가게로 통하는 다른 길[2] 이라도 직접 개간해 보려고 시 당국에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역시나 승인되지 않았다.
3. 킬도저 제작
결국 모든 것에 절망한 마빈은 복수+동귀어진을 시행하기 위하여 길을 뚫으려고 구입한 불도저를 2년간 몰래 마개조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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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도저는 코마츠 사의 D355A 불도저에 조종석, 엔진 그리고 궤도 일부분에 장갑을 추가하여 만들어졌다. 장갑은 여러 장의 공구용 강철판 사이에 5000-psi 콘크리트를 주입해 만들어진 사제 복합장갑으로, 최대 두께 30cm를 넘어가는 떡장갑을 자랑했다.
조종석이 완전히 밀폐된 상황에서 외부 관측을 위해서 외부에 비디오 카메라 여러 개를 장착하고 이를 조종석의 모니터 2개에 연결하여 외부를 관측하였다. 카메라는 다시 8cm에 달하는 방탄 플라스틱으로 보호되고, 에어컨과 연결된 노즐을 장착하여 카메라가 먼지에 덮이는 것을 막았다.
마지막으로 외부를 직접 관측하고 공격하기 위해 3개의 총안구를 만들었고, 각각 50구경 Barrett M82 대물저격총, FN FAL[3] 소총과 Mini-14 소총을 장착하고 각각 12.7mm 두께의 강철판으로 방호하였다. #
또한 최루탄 등으로부터 방호가 가능하도록 조종석에 양압장치를 설치하여 NBC 방호능력을 갖추어 설계했다.
앞서 말했듯 마빈은 애초부터 동귀어진을 각오한 상태에서 킬도저를 설계하였기에, 일단 탑승 후 내릴 수는 없었다. 추측에 의하면 범인 마빈은 탑승 후 사제 크레인을 사용하여 장갑블럭을 뒤집어 씌운 것으로 여겨진다.
4. 경과
2004년 6월 4일, 마빈은 드디어 킬도저에 올라타고 무려 2시간 7분에 걸쳐 자신의 옛 가게와 갈등의 원인이 됐던 시멘트 공장을 시작으로 시청, 경찰서, 지방 신문사, 판사 부인의 집 등 원한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건물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부쉈다.
대신 마빈은 킬도저를 몰고 가기 전에, 원한관계가 없는 대부분의 시민들과 자신을 도와줬던 지인들에게 도망쳐야 한다고 미리 알려줘서 사람들은 전부 피했다. 이로 인해 인명 피해는 기적적으로 전혀 없었지만, 재산파괴와 기물훼손은 막을 수 없었기에 건물 총 13채가 파손되고, 피해액은 700만 달러에 달했다. 경찰 말로는 가해자가 킬도저 내부에서 가스 탱크 등의 몇몇 위험한 걸 총으로 쏘기도 했고, 부순 건물 중에는 심지어 애들이 수업을 받기로 예정한 곳도 있어서 그렇게 인명 피해를 안 노린 건 아닌 위험한 행위이며(정말 터졌으면 대략 몇백 미터 반경에 부상자나 사망자가 생겼을 수도 있었다) 인명 피해가 안 생긴 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다고 하는데, 경찰 말도 일리가 있지만 사건 결과를 볼 때 정황상 적어도 마빈이 인명 피해를 일부러 내려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인명 피해를 가능하면 피하려고 했다는 점은 사실로 보인다. 일단 인명 피해를 내고 싶었다면 일일이 도망치라고 먼저 통보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경찰 말에 따르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될 수준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킬도저를 막기 위해 콜로라도의 경찰과 SWAT팀이 출동해서 사격했으나 떡장갑으로 인해 총기 나부랭이로는 진압할 수가 없었다. 카메라를 노린 저격조차도 두터운 방탄 플라스틱을 뚫을 수가 없었다. 한 경관이 불도저의 배기구에 섬광탄을 집어넣는데 성공했으나 역시 아무 피해가 없었고, 부보안관이 불도저에 용케 올라타고 제압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곧 뛰어내려야 했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 범인이 차체 위에 뿌려 놓은 기름 덕에 더 이상의 시도는 불가능했다. 심지어 보다 못한 한 중장비 기사가 킬도저보다 더 큰 스크레이퍼[4] 를 몰고 나와 막아보려고 했으나(위 영상 2분 19초부터 나온다) 킬도저가 힘으로 밀어버렸다. 그러나 이로 인해 킬도저의 라디에이터가 망가졌고 킬도저는 엄청난 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경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당시 콜로라도 주지사였던 빌 오웬은 주방위군 육군의 헬파이어 유도탄을 장착한 '''AH-64 아파치 공격헬기와 재블린으로 무장한 대전차병'''의 투입까지 준비했다. 다만 정말 동원했다가는 킬도저의 파괴 행각보다도 부수 피해가 더 끔찍할 거라 생각해 투입을 고려는 했어도 정말 꺼내는 건 보류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킬도저가 한 건물을 부수다 지하실에 궤도가 빠져 기동 불능이 되고, 킬도저가 어떻게든 후진으로 나오려 하자 대기중인 로더 기사가 로더로 뒤를 막아버렸다. 그 다음엔 경찰이 포위해오자 결국 궁지에 몰린 마빈은 내부에서 .357 매그넘 권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5] 마빈이 숨을 거두고 나서 경찰이 기사를 불러 떡장갑을 토치로 절단하고 시체를 꺼내는 데에만 12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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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 현장을 수습하는 모습. 사진 출처
5. 결론과 교훈
웬만한 총기난사 따위와는 스케일이 다른 사건이었으나 범인이 건물 파괴에만 초점을 맞춘 덕에 다행히 (해당 가해자의 자살을 제외한) 인명 사고는 없었다. 그리고 공돌이가 맘만 먹으면 집에서 장갑차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자 동시에 '사람 잘못 건드리면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주범인 마빈은 가족도 없고 미혼인 상태였고 자살한데다 그나마 있는 재산은 죄다 킬도저 제작에 퍼부어서 잃을 게 없는 몸이었기에 피해금액을 보상 받을 길도 찾기 어려워졌다. 그야말로 극단적인 복수가 성공했다 볼 수 있다. 결국 부패한 관리의 정경유착과 갑질이 분노를 사서 결국 대재앙을 만들었다. 오죽하면 마빈 본인이 생전에 남긴 기록에서도 내가 가족도 뭣도 없는 건 다 이걸 위해 신이 인도하신 것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물론 이 사건이 일어난 계기는 공장의 갑질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히메이어 본인의 잘못까지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처음엔 25만 달러에 시멘트 공장에게 땅을 팔겠다고 보고했는데(히메이어는 4만 2천 달러에 구입) 히메이어 측에서 차후에 35만 달러로 올리다가 '''백만 달러'''까지 부르자, 시멘트 공장이 그냥 무시하고 진행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히메이어가 알박기를 한 위선자이거나 흑막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히메이어의 잘못은 협상을 어설프게 해서 시멘트 공장 측에게 무시당한 것이다.'''[6] 당장 기록상 히메이어는 시멘트 공장이 들어서기 훨씬 전인 90년대부터 해당 부지(땅)를 구매하여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이런 사실만 봐도 '''진짜 토지주는 히메이어가 맞았다.'''
'''그를 정말로 폭발하게 한 계기는 계약 결렬이 아닌 공장 부지 선정 문제'''였다. 그의 가게로 들어가는 길을 완전히 봉쇄하도록 부지 선정 허가를 내준 시의회 측에 문제가 있다. 그가 애초에 불도저를 산 이유도 그의 가게로 들어가는 길을 새로 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길을 내달라는 요청은 기각되었다. 그 이후의 청원도 모조리 기각. 이와 같은 시의회의 대응은 그를 완전히 막다른 길로 몰아넣었다고 볼 수 있다. 시의회의 최대의 실수는 상대방의 협상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이 없었다는 점과 히메이어 역시 시민이자 민원인이었는데 그런 점을 모조리 무시하고 힘 있는 자의 편에 선 것이며 그 대가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범인에게 피해보상도 못 받게 됐다. 거기에 '''불쌍한 사람을 괴롭힌 높으신 분들'''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됐으니 일단 복수는 성공하고 죽은 셈이다.[7]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은 시멘트 공장과 시의회 사이에 미심쩍은 거래(Shady Dealings)가 있었을 것이라 의심했지만, 경찰은 뇌물 수수를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 댓글을 보면 알겠지만 미국에서도 이에 대하여 말이 많은 모양.[8]
6. 이후
킬도저는 이후 고철로 해체되었으며(2005년 4월 19일 발표), 범인을 추종하는 무리가 킬도저 고철을 손에 넣어서 역설계할 것을 방지하고자 여러 군데로 분산 매각되었다.
테러에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이런 식의 장갑차량을 만들려면 상당한 전문기술과 비용, 그리고 이런 중장갑 차량을 만들 시간과 중간에 걸리지 않을 은폐력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사건의 범인인 마빈 본인이 생전에 남겼던 기록에서 '몇 번 내 가게에 들렀던 사람이 있었지만 아무도 내가 만들고 있는 걸 미심쩍어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계획이 사전에 안 들킨 건 우연도 한몫 했고 어지간해선 이런 터무니없는 걸 만들면 누군가가 이상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정말 테러리스트가 악용하려면 2016년 니스 테러에서처럼 그냥 상용 트럭으로 밀어버리기만 해도 되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 저런 일반 차량을 쓰는 게 알아채기도 훨씬 힘드니 더 무섭고 치명적이다. 킬도저를 만들고 이를 통해서 건물들을 밀어버린 것은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 사실상 모든 것들을 잃고 절망한 한 사람의 비극을 사회와 대중들에게 최대한 과시하는 하나의 퍼포먼스라고 봐야될 것이다.
2차 대전 초기의 경우 기갑차량이 급히 필요해서 트랙터를 유사하게 개조하고 무장을 장착하여 뉴질랜드에서는 밥 셈플 전차를, 소련에서는 NI 전차를 만들었지만 시간벌이용으론 몰라도 군용으로 제대로 사용하기는 많이 무리수임이 증명되었을 뿐이다.
강철판과 콘크리트를 겹쳐 만든 30cm 두께의 장갑판은 일개 자동화기 정도로는 뚫을 수 없는 엄청난 두께지만, 결국은 민수용 자재를 조합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전차의 장갑판의 10배에 달하는 엄청난 두께를 감안하더라도 제대로 된 군용 복합장갑판에 비할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무한궤도 역시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동능력을 잃기도 쉬웠을 것인데, 앞서 말했듯 킬도저는 밀폐구조였기에 무한궤도가 파손된다고 외부로 수리하러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군대가 작정하고 전차나 군용 헬기를 투입했다면 순식간에 무력화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딱 봐도 이상한 차량이란 게 보이기 때문에 테러에 이용하기엔 비효율적이다.
다만 중남미의 마약 카르텔 같이 돈이 많은 집단의 경우에는 이런 차량을 양산하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정부군이 카르텔 진압에 애를 먹고 있다.
영화 리바이어던이 사건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였으며, MBC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2017년 6월 11일 방송분)에서 이 내용을 다루었으며(영상, wony의 만화), KBS joy의 차트를 달리는 남자 137회(2019년 6월 22일 방송분)의 "복수는 나의 것 분노의 복수자들" 1위에 선정되었다.
7.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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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작 동명의 TV 영화가 존재한다. ABC 방송국에서 방영하고 유니버설이 배급한 영화로 어느 작은 섬 공사 현장에 떨어진 푸른 빛이 도는 운석을 건드린 불도저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해 주변의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내용이다. 불도저가 통신장비도 다 부숴 사람들은 섬 바깥으로 연락도 못하고 배도 없어서 연락선이 올 며칠 동안 이 불도저랑 싸워야 한다는 줄거리. 미국에서 반응이 좋아 재방영도 여러 번 되고 비디오나 DVD, 블루레이도 나왔다.
본 사건보다 한참 전에 나온 영화라 내용적인 관계는 일절 없지만. 고전 TV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유튜브에서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
본 사건보다 한참 전에 나온 영화라 내용적인 관계는 일절 없지만. 고전 TV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유튜브에서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
- 위에서 설명했듯 진짜 죽음을 각오한 건지 안에서 탈출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8. 관련 문서
[1] 후술하겠지만, 마빈이 미리 지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멀리 피해야 한다고 알려줬기 때문.[2] 지름길은 아닌 돌아서 가는 길.[3] 접절식스톡 버전.[4] 대규모 토목공사를 할 때 노반을 굴삭, 적재, 운반, 사토를 하기 위해 토사용적재함을 단 중장비이다. 영상에 나온 건 캐터필러사의 자주식 스크레이퍼다.[5] 앞에서도 말했지만 킬도저에는 출구가 없었다. 마빈은 진즉에 모든 걸 잃었기 때문에 복수 이후의 삶을 살 생각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6] 만약 거래를 거꾸로, 처음부터 백만 달러에서 시작해서 가격을 내려줬으면 거래가 성사됐을지도 모르지만 히메이어가 중간에 욕심을 부려 갑자기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올려 버린 바람에 거래가 무산된 것이다. 자세한 것은 하이볼 문서 참고.[7] 애초에 까놓고 비교해보면 히메이어는 적어도 자신과 비슷한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없었다. 전화로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대피시킨 점이 바로 그 증거다. 반면에 시의회의 대응은 일방적으로 일반 시민이자 민원인에 불과한 사람을 그냥 짓밟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8] 어느 나라든 그렇지만 미국은 특히나 자유주의, 개인주의가 더 굳건한 나라인 만큼 공권력이 개인을 억압하는 경우에 대해 특히나 더 민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