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줄거리
1. 서론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로 들어서는 박통이 탄 차량과 경호 차량 두 대.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은 급하게 자신의 부하 둘과 궁정동 안가 구석진 곳에서 만나 '어떤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그 일에 각하도 포함되느냐는 부하의 말에 김 부장은 말없이 자신의 권총을 꺼내들며 부하들에게 일을 준비시키라고 얘기한 뒤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김 부장은 박통(이성민 분)과 곽상천(이희준 분)대통령 경호실장, 김계훈 (박지일 분)대통령 비서실장, 여가수와 여대생[1] 이 있는 방으로 들어서고 얼마 뒤 총성이 울린다.
이후 영화는 박통의 군사 쿠데타에서 시작된 정권의 장기집권과 그 바탕이 되었던 중앙정보부의 막강한 권력을 사진과 내레이션으로 소개하며 중앙정보부장의 이명이자 영화의 타이틀인 '남산의 부장들'을 스크린에 띄운다.
'''그리고, 권력의 요지에 있었고 누구보다 최고 권력자를 믿었으나 그를 위해 행동했던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한 2인자, 김규평의 일대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2. 박용각의 폭로
10.26 사건이 일어나기 40일 전, 미국은 한국 정부가 미국 하원에 막대한 로비를 제공했다는, 일명 "코리아게이트 사건"을 둘러싼 청문회로 인해 정국이 시끄러웠다.[2] 박통의 2인자였던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분)[3] 은 미국 프레이저 청문회에 참석해 박통의 통치와 부정부패 및 비리 등을 폭로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김 부장이 급하게 청와대로 들어와 박용각이 미국 청문회에서 일으킨 일을 면도중이던 박통에게 보고한다. 청문회에 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참석을 막지는 못한 상황. 심지어 박용각은 프레이저 청문회에서 밝히진 않았지만 FBI와 기자들에게 잔뜩 알린 박통의 치부들, 특히 스위스 비밀계좌에 관한 내용이 상세히 적힌 회고록[4] 을 작성하고 있었고, 이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가뜩이나 정권 유지가 위기에 놓인 박통은 궁지에 몰릴 터였다.[5] 곽 실장은 옆에서 중정부장이면서 그것 하나 못 막냐며 깐족거리고[6] 박통은 '그 배신자 새끼를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고 하며 박용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묻는다. 곽 실장이 당장 잡아다가 청와대 뒷마당 무궁화 퇴비로 써야 된다고 비위를 맞추던 찰나, 김 부장이 먼저 나서 미국에 가서 조용히 해결하겠다고 답한다. 면도를 마친 박통은 곧바로 김 부장만을 집무실로 불러들이고[7] 박용각의 배신 행위에 담배를 빨아대며 분노한다. 김 부장은 미국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니 자신이 직접 박용각을 만나 회고록부터 회수하겠다고 한다. 박통은 김 부장에게 ''''김 부장도 내가 그만두기를 바라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고, 김 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제가... 각하 옆을 지키겠습니다''''라며 충성심을 보인다.
워싱턴에 도착해, 암살을 두려워하며 잔뜩 긴장해 숨어있던 박용각을 만난 김 부장.[8] 김 부장과 박용각은 박통이 정권을 잡게 된 혁명의 동지이자 친한 친구, 중앙정보부장 선후배 사이로서 평소 격의 없이 말을 놓고 지내던 터였다. 간단하게 안부를 주고받은 후 김 부장은 작성하던 회고록을 각하께 내놓고 용서를 빌라며 박용각을 설득하지만,[9] 박용각은 링컨 기념관을 같이 산책하며 ''''각하는 2인자를 살려두지 않고, 스위스 비밀 계좌를 중앙정보부가 아니라 최측근 인물인 '이아고'라는 인물을 통해 따로 관리하고 있다. 그런 인물에게 밀리는 너하고 나하고 그냥 머슴짓 한 거야, 규평아''''라며 김규평을 설득한다.[10] 그와 더불어 '우리가 혁명을 왜 했을까'라고 읊조리는데, 이는 영화 내내 김 부장이 흔들리는 계기가 된다.[11]
박통이 정말로 자신을 혁명의 동지, 나아가 2인자로 생각을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김 부장은 박용각과 친한 로비스트 데보라 심(김소진 분)[12] 을 포섭하는 데에 성공하고, 박용각으로부터 '미국 애들이 박통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듣고도 회고록 원본을 넘겨받아 귀국하여 청와대로 돌아온다. 박통에게 보고를 올리는 김 부장에게 박통은 오랜만에 둘이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고 궁정동 안가의 술자리에서 직접 막.사(막걸리+사이다)를 말아주며 김 부장과의 이런 시간이 오랜만이라는 듯 친근한 술자리를 보낸다.[13] 워싱턴에서 들은 박용각의 말이 맘에 걸리는 듯 박통에게 신중하게 행동하는 김 부장이지만[14] 박통은 오히려 김 부장과 자신이 군 장교로 복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훈훈하게 꺼내고, 김 부장과 박통은 서로의 추억이 깃든 전쟁터의 얘기를 나눈다. 이때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박통은 혁명 시절 그대로라고 느꼈는지 안심하듯 김 부장은 가볍게 미소짓는다.[15]
하지만 2인자인 자신과 박통의 틈을 비집고 곽 실장이 매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심지어 박통을 지키겠답시고 전차로 청와대를 돌게 하며 공포심 조장을 하고 있었고 국회에 찾아가 야당 의원들을 위협하는 '병정놀이'까지 하는 등 청와대와 국회 관계를 악화시키는 중이었다.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곽 실장에게 무시당하고 있던 김 부장 말고도 김계훈 비서실장도 고까워하던 행위였다.[16]
회고록을 회수해 오던 날 밤, 청와대 주변에서 탱크를 돌리는 광경을 보고 분노한 김 부장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여겼던지 직접 곽 실장을 찾아간다. 그때 곽 실장은 자신이 임명한 신임 보안사령관 전두혁 소장[17] 과 잡담을 하고 있던 상황. 김 부장이 오자 곽 실장은 전두혁을 보낸 다음[18]
엄중하게 경고한다. 하지만 김 부장보다 군 경력도, 박통과의 친분도, 나이도 훨씬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곽 실장은 제2인자 김 부장의 면전에서 대놓고 위협하듯 만지작거리던 권총 총구를 겨누며 대든다.[20]김 부장: 곽 실장님 어제 국회에서 병정놀이 하셨다고?
곽 실장: (태연하게 권총을 손질하며) 야당 이것들, 단식투쟁 한다길래 밥 사주러 갔습니다. 밥을 처먹어야 일할 거 아냐. 이런 건 김 부장님이 해야 하는 건데...
김 부장: 중정은 이제 그런 일 안 합니다.
곽 실장: (굳은 얼굴로 목소리를 높이며) 그럼 중정이 하는 일이 뭔데? CIA가 도청하는 것도 몰랐으면서!
김 부장: '''사람은 인격이라는 게 있고, 국가는 국격이라는 게 있어. 여기 청와대야. 인격과 국격이 어우러지는 곳이야. 한 번만 더 탱크 돌리면 탱크로 경호실부터 뭉개버릴 줄 알아. 미친 년처럼 날뛰지 말고 각하 경호나 잘해! 알겠나, 곽 중령?!'''[19]
김 부장은 곽 실장이 오히려 자신을 조소하자 격분하여 권총 손잡이로 머리를 내려친다. 한 성질하는 곽 실장 또한 한 치도 밀리지 않고 김 부장에게 대들고, 멱살을 잡은 채 쌍욕을 서로 주고 받던 두 사람을 소란을 듣고 뛰어들어온 부하들이 서로 떼어놓으며 말린다.[22] 분한 마음을 억누르고 돌아서는 김 부장을 향해 곽 실장은 '야 우리도 남산 쳐들어 가자!, 남산 돈가스 맛 좀 한번 보자!'라며 한껏 약을 올린다.[23][24]곽 실장: 어이, 김 부장. 각하가 국가야. 국가 지키는 게 내 일이야. 김 부장이야말로 자기가 할 일을 정확히 몰라? 거기에 써 있잖아, 대문 앞에. 음지에서 지랄하고 양지를 뭐 어쩐다? 그냥 자기 자신을 버섯, 이끼 그런거로 여기고 축축하고 꿉꿉한 곳에서 묵묵히 일해![21]
김 부장: (화가 폭발하여 권총을 뽑아들어 곽 실장을 겨누면서) '''야 이 벌레새끼야! 너 왜 여기서 사람 흉내 내? 니가 여기 있으면 안 돼! 여긴 니가... 니가 있을 자리, 그런 자리가 아니야, 이 새끼야!'''
곽 실장: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고) 이런 걸 각하랑 귀빈 여러분이 봐야되는 건데... 왜 이렇게 흥분을 해?! 아니, 지금 죽으면 복상사로 뒤진 줄 알겠다, 나랑 있다가! 아이고~ 부끄러워라...
(김 부장이 더 참지 못하고 권총 손잡이로 곽 실장의 머리를 내려친다)
김 부장: 개 씹새끼! 곽 거기 너 내가 오늘 청와대 뒷마당에다 묻고 이새끼야!
(김 부장과 곽 실장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드잡이질을 하고, 놀란 수행원들이 들어와 두 사람을 뜯어말린다)
3. 박용각을 둘러싼 첩보전
하지만 분위기는 김 부장의 편에 서 주지 않았다. 김영삼 야당 총재의 외신 인터뷰 건을 놓고 제명을 할지 논의하는 가운데[25] 보안사령관 전두혁이 들어와 박통에게 책 한 권을 건넨다. 그 책은 바로 '''일본에서 출간된 박통의 치부를 고발하는 박용각의 그 회고록'''이었다. 분명히 박용각의 손에서 직접 받은 회고록의 원고를 박통에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 의해[26] 유출되어 출판되고야 만 것이다.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박통은 출판 소식이 1면에 실린 신문으로 김 부장의 머리통을 후려갈기고[27] 이는 김 부장에 대한 박통의 신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박통을 고깝게 보던 미국 측에서 청와대 박통 집무실에 도청기를 설치했다는 것마저 발견되어 그런 행위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첩보기관의 수장을 맡고 있는 김 부장의 입지가 지극히 위태로워지기 시작한다.[28] 김 부장은 주한미국대사 로버트를 찾아가 청와대 도청에 대해 강력 항의하지만, 프레이저 청문회 사건으로 인해 한미관계가 가뜩이나 최악인 데다가 박통의 18년 장기집권과 비민주적인 통치로 인해 미국에서도 대 놓고 박통의 자진 하야를 바라고 있는 상황.[29]
한편, 문제의 회고록이 일본으로부터 출판되었단 소식을 들은 박용각. 놀라 길길이 날뛰며 원본은 김 부장에게 넘겼고 사본은 FBI에 있는데 그것이 어떻게 출간되었겠냐, 자기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걸 출판하기 위해 일본과 접촉할 이유가 있겠냐며 데보라 심에게 고성을 지른다.[30] 박용각은 회고록을 김 부장을 통해 전달했으니 설마 김 부장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인가 잠시 의심하지만 데보라 심의 '김 부장이 왜 그런 또라이 짓을 하느냐'는 말에 납득하고 의심을 거둔다.
망연자실해져 봤자 이미 일은 터진 상황이고 박통과의 관계 회복을 바라던 박용각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중정부장 시절 박통이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 회상하는 박용각. 당시 박통은 두 번의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곧 세 번째 대통령 연임을 하기 위해 3선 개헌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국회의 반대로 인해 개헌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이에 박용각이 박통에게 어떻게 조치를 할 것인지 묻는다. 그러자 박통은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임자 곁에는 내가 있잖아.''''[31] 라는 말로 자신을 전폭 지지해 줄 것처럼 얘기한다. 그것만 믿었던 박용각은 박통 대신 온갖 더러운 고문과 공작을 도맡아 자행하며 결국 개헌을 통과시켜 정권을 유지시켜 준다.[32] 그러나 박용각에게 돌아온 것은 '대체 왜 사람을 패고 그랬나, 적당히 했어야지. 왜 나만 나쁜 사람으로 만드냐.'라는 박통의 토사구팽. 책임을 지라는 명목으로 중정부장에서 해임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박용각의 자산 관련 비리를 알고 있는 듯이 불법으로 모은 돈을 모두 내 놓고 나가라는 통첩까지 내린다. 박용각은 완전히 엎드린 채로 무릎 꿇고 용서를 빌지만 박통은 이를 차갑게 무시한다. 이때의 원한이 도화선이 되어 박용각은 미국으로 도피하여 프레이저 청문회에 참석했던 것이다.
박용각은 '이제 희망은 박통을 끌어내리는 수 밖에 없다. 이미 권력에서 멀어진 자신은 불가능하지만 현재 중정부장인 친구 김 부장이라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을 품게 되어 이를 김 부장이 알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데보라 심에게 은연 중에 전달한다. 한편 김 부장은 자신 또한 누군가로부터 도청되었단 사실을 알게 되고, 수행비서를 시켜 도청을 실시한 장본인인 어떤 대학 교수[33] 를 남산으로 끌고 와 누구 지시로,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물어본다.[34] 고문실의 위압감에 질려 사실대로 털어놓는 대학교수. 그는 미국에서 제임스 류라는 중앙정보부 요원의 의뢰로 박용각을 도청했고 한국으로 들어온 후에는 김부장 도청을 의뢰받았다고 말한다. 김 부장이 찾아본 결과 제임스 류의 한국 이름은 유동훈. 그는 곽 실장이 아직 군인이었던 시절 그의 밑에서 복무한 부대원 출신이었으며 곽 실장의 추천으로 중앙정보부에 들어온 곽 실장의 세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동훈의 목적은 '''주불한국대사와 짜고 프랑스로 박용각을 유인하여 현지에서 암살하는 것.''' 이를 알게 된 김 부장은 박통에게 보고하러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나,김 부장이 고깝게 보이는 박통은 측근들을 데리고 김 부장을 대놓고 무시한 채 지나가버린다.[35]
곽 실장이 박용각을 암살할 의도를 알게 되었고 이를 저지하고 싶지만 박용각에 대한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달은 박통을 설득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그즈음 한미 친선 연회가 열리게 되었고, 파티에 참여한 김 부장은 데보라 심을 만나 박용각의 의향을 전해 듣는데, 그토록 존경하고 가까이 지내던 박통이긴 하나 그를 몰아내고 정권을 차지하라는 박용각의 권유는 너무나 고민되면서 매혹적인 것이었다.
김 부장의 고민이 계속되던 상황, 박통과 냉각되어 가던 분위기 속에서 어느 날 한밤 중에 박통은 양주를 들고 남산 중정을 직접 찾아온다.[36] 박통은 오랜만에 김 부장과 술을 나누며 개인적 잡담을 나누고, 박통은 자신이 아주 오래 대통령을 했다면서 자신이 대통령직에서 내려가면 김 부장이 뒤를 이으라고 얘기한다.[37] 그리고 박용각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 부장은 박용각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되묻는다.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라는 김 부장의 질문에 박통은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임자 곁에는 내가 있잖아''''라며 박용각에게 그랬듯 김 부장의 등을 떠밀어 준다.[38] 박용각을 살릴지 먼저 나서서 죽일지 고심하던 김 부장은 이에 결심을 굳히게 된다. 바로 박통에게서 자신이 잃어버린 신뢰와 신임을 다시 되찾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친구이자 혁명의 동지였던 박용각을 곽 실장보다 먼저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39] 이에 김 부장은 수를 쓰는데, 미리 파견을 보낸 김 부장의 요원을 통해 데보라 심을 거짓말로 속여내어[40] 프랑스로 부른 뒤 차에 태워 '고국땅을 밟고 싶으면 박용각을 유인하라'며 그녀를 포섭하는 방법이었다.[41]
박용각 암살을 먼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기로에 놓인 상황. 곽 실장의 지시를 받고 있던 주 프랑스 한국 대사는 더는 미국에 있기 곤란하게 된[42] 박용각을 프랑스로 불러들여 호텔 카지노로 유인한다. 하지만 박용각을 암살하려던 곽 실장의 세작보다 먼저 앞서, 주 프랑스 한국 대사가 잠깐 박용각의 곁을 비운 사이 김 부장의 회유에 넘어간 데보라 심이 박용각을 만나서는 김 부장한테 소식 듣고 왔다며 그를 카지노에서 꾀어내어 납치하는 데에 성공한다.[43]
박통, 김 부장, 곽 실장과 수행원들은 박통의 어린이 국악극 행사에 참석하여 국악 공연을 관람하고, 그 시각 납치되어 차를 타고 끌려가던 박용각은 마취에서 풀려 깨어나 일부러 사고를 낸 뒤 납치범들의 권총 총격을 피해 산길로 도주한다. 하지만 이미 총에 맞아 부상을 입은 상황이라 얼마 가지 못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그만 김 부장의 요원에게 뒤를 잡힌다.[44] 망연자실한 박용각은 문득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게 되고 자신이 신발 한 짝이 없는 것도 눈치 못 챌 정도로 정신없이 도망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탈해한다.[45] 이후, 요원에 의해 곧바로 그 자리에서 사살된 후 '''시신이 분쇄기에 넣어져 닭모이가 되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46] 이후 김 부장 곁의 중정 요원이 김 부장에게 귓속말로 프랑스에서 전해진 박용각 암살 성공을 알리고, 김 부장은 박통도 공연단도 다 떠나간 공연장에 혼자 앉아 조명이 어두워지는 가운데에서 착잡한 표정을 감추질 못한다.[47]
4. 버려진 김규평
박통과의 관계 회복을 기대하며 대통령 주재 회의 직후 박용각 암살 성공을 박통에게 알리는 김 부장. 그의 암살로 인해 이제 박통이 자신을 다시 신임할 거라 생각한 그는 '제가 이렇게 까지 해드렸으니 제발 계엄령만은 거둬주시고 미국 내 여론은 자신이 어떻게 할 테니 협조를 해주셔야 한다'며 일이 커지지 않게 박통의 협조를 요청한다. 그런데 박통은 대뜸 '''"김 부장 지금 나 협박해?"'''라는 말과 함께 ''''그깟 배신자 하나 죽인 게 뭐가 중요한가. 박용각이 숨긴 돈은 어딨나'라며 엉뚱한 소리를 꺼내고'''[48] , 당황한 김 부장은 박용각이 중정부장 시절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 외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고 얘기한다. 기가 막히게도, 김 부장 편이 되어 줄 테니 알아서 하란 말을 꺼냈을 때랑 180˚ 달라진 싸늘한 표정의 박통은, "협박을 하려거든 내가 원하는 걸 좀 제대로 가져 오라"며 김 부장에게 담배 한 대 줄 것을 요구하고 김 부장은 옆에 있는 탁자에 있던 담뱃갑을 쥐지만 순간적으로 박통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에 치를 떨며 담뱃갑을 구겨 버린다.[49] 어느새 박통은 김 부장을 내버려 둔 채 곽 실장에게 담배를 받으며 둘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고 김 부장은 배신감에 사로잡힌다.
박용각이 프랑스에서 실종된 것으로 처리되면서 미국은 한국 정부가 박용각을 암살한 것으로 아예 단정한 상황. 미 대사관 로버트를 다시 만난 김 부장은 '너네들 무슨 시카고 갱이냐?'라고 묻는 말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다. 또한 미국 내 여론이 더는 박통의 독재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며 대놓고 '박통은 끝났다'고 '''빨리 다음 단계를 준비하라'''며 엄포를 놓는다. 친구였던 박용각을 버린 것, 박통과의 관계 회복에 실패하고 느낀 배신감, 미국 정부의 압박 등으로 인해 김 부장이 심리적으로 한계가 다다른 상황에서 김 부장의 수행 비서가 박통과 곽 실장이 연회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김 부장은 자신을 초대조차 하지 않고 단 둘이서만 따로 만난다는 이야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이대로라면 박통으로부터 버림받을 위기에 놓였다고 생각한 김 부장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50] 곽 실장과 박통이 술을 나누는 술자리로 잠입해[51] 옆방의 옷장에서 박통과 곽 실장이 나누는 이야기를 도청한다. 곽 실장이 일이 생겨 잠시 나가게 되고 박통이 술자리에 앉아 노래 '황성옛터'를 흥얼거리는 걸 듣게 된 김 부장은 박통과 친밀했던 과거가 떠오르는 듯 더욱 침울해진다. 그런데 김 부장이 실수로 옷장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게 되고, 이 소리를 들은 박통은 노래를 멈추고 옆방을 매섭게 노려본다. 김 부장은 잔뜩 긴장하여 도청을 들킨 것인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은 듯했고, 때마침 걸려온 전화를 박통이 받게 되는데 그 통화를 몰래 듣는 김 부장은 충격적인 박통의 말들을 듣게 된다. 그것은 박통이 곽 실장을 시켜 '''김 부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미 대사관에서 나눴던 이야기까지 모조리 도청했다는 것,''' 그리고 분노어린 박통의 ''''나를 몰아내겠다고 하는 주한대사나 김 부장 그 새끼나 다 똑같은 새끼다, 미국에게 붙어먹고 친구나 죽인 교활한 백정 같은 배신자 새끼.'라는 김 부장의 숙청을 암시하는 말들이었다.''' 나아가 박통은 김 부장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곽 실장의 질문에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박용각과 김 부장에게 했던 똑같은 그 말을 내뱉는다.[52][53]
이후 모든 것을 체념했는지 김 부장은 완전히 어긋나기 시작한다. 발단은 유신 반대 시위를 벌이던 부산 현장을 시찰[54] 하고 온 김 부장의 의견을 묻는 대통령 주재 회의 시간에 벌어졌다. 생각보다 시위의 들불이 거세게 번져 나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김 부장은[55] 시위대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박통의 질문에 '계엄령을 선포하거나 무력 진압해선 안 된다. 4.19 때를 기억하라'며 박통을 말리지만 이미 김 부장은 신임을 잃은 상황인 데다 이는 박통이 듣고 싶은 말도 아니었다. 곽 실장은 귀신같이 이를 놓치지 않고 아부하며 ''''캄보디아에서는 삼백만 명도 넘게 죽였는데 탱크로 백만, 이백만 정도 죽여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폭언을 한다. 이에 박통은 6.25 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 폭파 명령을 내렸던 장교 두 명은 그대로 사형당했고 4.19 혁명 당시 최인규와 곽영주가[56] 발포 명령을 내리고 사형을 받았지만 "대통령인 자신이 명령을 내리면 누가 죽이겠나. 때가 되면 직접 발포 명령을 내리겠다"라며 살벌한 소리를 내뱉는다.구국의 결단으로 일어섰다는 혁명의 대의를 모조리 잃은 데다 자신을 배신해 버린 박통의 모습에 욱한 김 부장은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며 박통의 의사에 대 놓고 반기를 든다.[57] 순식간에 냉기가 감도는 회의. 곽 실장은 '김 부장 미쳤어?'라고 면박을 주고 회의는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린다.
10월 26일. 삽교천 준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박통을 모시러 김 부장도 따라나서지만, 헬기장에서 곽 실장은 김 부장에게 '김 부장은 남아서 서울 지키래!'라며 면박을 준다.[58] 곽 실장과 박통을 태운 헬기가 날아가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는 김 부장. 이후 곽 실장을 통해 저녁 6시에 궁정동 안가에서 저녁 식사가 있으니 참여하라는 말을 듣는다. 이때 곽 실장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는데, 박통과 김 부장을 이어주던 '''청와대 대통령 직통 전화'''를 사용해 통보한 것. 당연히 김 부장은 박통인 줄 알고 '대통령 각하'라고 하며 황급하고도 정중히 받았지만 돌아온 것은 곽 실장의 하대였을 뿐[59] 이다. 이로써 김 부장은 완전히 박통에게서 등을 돌리고 결국 단단히 결심을 굳혀 거사 계획을 곧장 준비한다.
5. 그날 밤, 궁정동
그렇게 영화 초반 장면으로 돌아와 1979년 10월 26일 밤. 박통, 곽 실장, 김 부장, 김계훈 비서실장, 장승호 육군 참모총장[60] 등이 궁정동 안가로 모여들고, 2층 만찬장으로 올라선다.[61] 이미 이 시점에서 박통과 곽 실장을 제거할 계획을 세운 김 부장은 밑으로 내려가 심복 둘을 불러 '나라가 잘못되면 모두가 끝장이다. 각하를 포함하여 오늘 해치운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라며 심복들을 독려하고 계획을 일러 둔다. 수행비서는 김 부장에게 '오늘은 경호원이 너무 많으니 다음을 기약하는 게 좋겠다'고 거사를 미룰 것을 종용하나, 김 부장은 보안이 샐 가능성이 있으니 오늘 반드시 진행해야 된다며 계획을 강행한다.[62]
김 부장은 비밀 금고에서 권총을 챙겨 주머니에 찔러 넣고 만찬장으로 향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만찬장.[63] 박통은 김 부장에게 '요새 김 부장이 좀 기운이 빠진 것 같아 위로차 불렀다, 여긴 김 부장을 위한 자리다'며 직접 술을 따라 주지만[64] 김 부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김 부장이 술'''은''' 잘 만다며[65] 곽 실장과 박통이 겉치레뿐인 칭찬을 건네고, 마침 곽 실장이 섭외한 여대생과 여가수가 도착해 노래[66] 를 부른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박통도 기분이 좋은 듯 흥얼거리는 와중, 김규평은 반 쯤 취해서 박통에게 술잔을 따라주는데, '''양주를 크리스털 잔 가득 채운다.''' 박통과 곽상천이 당혹한 표정을 짓는 사이, 김규평은 5.16 군사정변 당시의 추억을 얘기한다.
이 때부터 이야기를 받아주던 박통의 표정은 미묘하게 바뀌고, '''김 부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행동에 거리낌이 없어진다.''' 양주를 자기가 가져가 한 잔을 가득 채워 박용각을 위한 음복주[70] 라며 놓아 두고, 한 잔 더 스스로 따라 한입에 털어넣어 버린다. 주도상으로 윗사람에게 엄청나게 실례되는 행동들 투성이다. 멋대로 윗사람의 잔에 술을 따르고, 그것도 도수가 높아 가득 채우지 않는 양주를 넘치기 직전까지 따른데다가, 윗사람에게 술을 받지도 않고 본인이 잔을 채워 마셔 버린다. 이 장면은 전에 막사를 마실 때, 박통이 김 부장에게 따라준 후 김 부장이 박통에게 따라 주려고 하지만 박통이 자작으로 마신 것과 상반된다. 영화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소재와 소품이 술, 담배, 헤어스타일인데, 결심한 동시에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는 김 부장을 표현하기 위해서 전에는 입에 잘 안 대던 술을 한입에 털어 마시는가 하면 언제나 단정하게 유지하던 머리도 풀어진다.[71]김규평: 각하, 기억하십니까? 그날 새벽, 각하를 모시고 한강 다리 중간쯤 건너는데 저기 딱, 헌병대 저지선이 보이는 겁니다. 각하를 따라서 지프에서 내려서, 뚜벅뚜벅 한강 다리를 건너는데...[67]
박통: '슈웅~' 총알이 날아왔지. 막 깜깜해서 보이지도 않는데, 귓불에 총알 날아가는 소리가 스쳐.
김규평: 그때 각하가 제게 물으셨죠. '김 대령, 어떡할까?'
박통: ''''사나이 가는 길 앞에 웃음만이 있을쏘냐, 결심하고 가는 길 가로막는 폭풍우, 어이 없으랴,[68]
각하, 가시지요.' 김 부장이 그랬지.'''곽상천: 아, 그때는 배포가 있었어요. 근데 요즘 영 쪼그라들어서...[69]
김규평: (말을 끊으며) '''그때 만약, 그 다리를... 건너지 않았더라면...'''
박통의 오른쪽 가슴팍에 총탄이 꽂히고, 만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그사이에 김 부장의 부하들은 박통의 경호원들 모두를 쓰러트리는 동안 김 부장은 곽 실장을 끝장내기 위해 총을 겨누는데, 순간적으로 건물이 정전되어 버린다.[75] 설상가상으로 김 부장의 권총이 격발 불량이 되어버리고 곽 실장은 급하게 화장실로 도망가버린다.[76]김규평: '''왜 다들, 음복 모르십니까? 이렇게 마시면서 귀신과 한 몸이 되는 거요. 박 부장과 우리가 원래 한 몸 아니었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각하?'''
곽상천: '''야, 죽고 싶냐?'''
김규평: (곽상천을 가리키며) '''이딴 버러지 같은 새끼를 옆에 끼고 정치를 하시니까! 나라가 이 모양 이 꼴 아닙니까?'''
김계훈: '''아니, 김 부장. 왜 이래?'''
박통: '''지금 뭐 하는 거야?'''
김규평: '''각하! 이제 그만하시고 하야하십시오!'''
곽상천: '''야!!'''
김규평: '''각하! 하야하십시오!!'''
곽상천: (일어서서 김규평의 멱살을 잡으며) '''이 새끼가...!'''
박통: '''가만히 있어!!''' (담배를 꺼내며) '''야, 김 부장! 내가 너를 왜 그 자리에 앉힌 줄 알아? 지 친구도 죽인 놈이, 어디서 고고한 척을 하고 있어? 제발, 니 일이나 똑바로 해!'''[72]
김규평: '''각하! 왜 혁명을 하셨습니까? 왜 우리가 목숨을 걸고, 혁명을 했습니까?! 100만, 200만. 탱크로 밀어서 죽여버리겠다고? 제발 각하, 정신 좀 차리십시오!!!'''
곽상천: (다시금 멱살을 잡으며) '''이 개새끼가 미쳤나!'''
김규평 '''(호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며) 넌 너무 건방져, 이 새끼야!'''
곽상천: (당황하며 손으로 앞을 가린다) '''왜 이래?!'''
'''(김규평이 곽상천을 향해 총을 쏘고, 팔꿈치를 맞은 곽상천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김규평이 곧바로 총구를 박통에게 돌린다.)'''[73]
박통: '''뭐 하는 짓이야!!'''
김규평: '''...너도 죽어 봐.'''[74]
당황한 김 부장은 부리나케 밖으로 달려나가 부하를 부르고, 거의 뺏다시피 권총을 받아 들고 확실하게 곽 실장과 박통을 처치하러 다시 만찬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나왔던 곽 실장이 문갑을 방패 삼아 최후의 발악을 하며 덤벼들고, 김 부장은 그런 곽 실장과 드잡이를 하던 중 복부를 쏘아 쓰러뜨리고는 한 발 더 쏘아 확인사살한다. 뒤이어 조용히 걸어가 ''''난 괜찮아...''''라고 중얼거리는 박통의 머리를 겨누며 ''''각하를 혁명의 배신자로 처단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후 박통의 머리에 총을 쏘아 완전히 처치하는데 성공한다.[77] 목표를 달성한 김 부장은 만찬장을 나서려다 그만 죽은 곽 실장이 바닥에 흘린 피를 밟아 미끄러져 넘어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다.[78]
이후 김 부장의 심복들이 궁정동의 인원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하고 김 부장은 그 모습들을 확인한 후 난리통에 당황한 장승호 육군참모총장,[79] 자신의 심복들과 함께 차에 타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제스처를 취하려다[80] 버벅 거리면서 '각하가 저격당하셨다.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남산으로 갈 것을 종용한다.[81] 김 부장은 심하게 긴장한 듯 평정심을 되찾지 못하고, 차량에 구비된 사탕을 씹어먹으면서 장승호 육군 참모총장에게도 사탕을 권유한다. 참모총장은 얼떨떨해하는 와중에 사탕을 몰래 차 바닥에 버려 버린다.[82] 그때 겨우 정신이 든 김 부장은 무언가 이물감에 아래를 바라보는데, 난리통에 구두를 신지도 않고 나와 피에 젖어있는 양말 차림의 발을 보게 된다.[83] 상념에 빠졌는지 김 부장은 잠시 멍하게 있고, 이 틈을 타 정승호 육군참모총장은 '병력 동원의 수월성 등도 있고 하니 차라리 육군본부로 가자'라며 차를 돌리게 한다. 김 부장은 잠시 후 애초에 계획했던 남산이 아닌 육군본부로 가는 데에 동의하고, '''결국 그들을 태운 차량은 비참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육군본부로 향하게 된다.'''[84]
화면이 암전된 후, '김 부장은 육군본부에서 체포되어 대통령 시해 사건의 범인으로 교수형에 처해졌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6. 후일담
박통이 죽은 지 6개월 후,[85] 누군가 주인 잃은 청와대 집무실에 몰래 들어오는데 바로 보안사령관 전두환이었다. 스위스 은행 비밀 계좌 서류들을 보며 박통의 금고를 뒤져 돈과 금괴를 모조리 자신이 들고 온 더플백에 챙겨서 대통령 집무실을 나가려는 전두환. 그 순간, 전두환은 아직 불이 켜져 있는 청와대 집무실의 책상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면서 영화 본편이 끝난다.[86]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전 인트로처럼 합수본부장이었던 전두환의 수사결과 발표와 김재규의 최후 진술을 실제 사진과 내레이션을 통해 차례로 들려 준다. 일체의 해설 없이 대비되는 내용의 실제 육성을 들려 주어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는 의도를 확실히 하였다.[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