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판타지

 

1. 개요
2. 역사
2.1. 초기
2.1.1. 외국 판타지의 카피작에서 시작된 논의와 시도
2.1.2. 00년대 한국형 판타지 개념의 한계
2.1.2.1. 반발적으로 시작된 논란의 한계
2.1.2.2. 주류가 되지 못한 기존 한국형 환상문학
2.1.2.3. 그 외의 한국형 판타지 시도
2.1.2.4. 00년대까지 만들어진 담론들
2.1.3. 결론
2.2. 현재
2.2.1. 웹소설에서 정립된 한국형 판타지
2.3. 분류
3. 유사 사례
4. 관련 문서


1. 개요


2000년대 초중반, 도서대여점에서 판타지 소설이 유행하던 시절에 거론되었던 개념이자 논쟁. '''한국적인 판타지 창작물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한국적인 게 무엇인가?'''란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2. 역사



2.1. 초기



2.1.1. 외국 판타지의 카피작에서 시작된 논의와 시도


90년대 말부터 00년대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한국 판타지 소설은 외국 판타지의 카피작으로 시작되었다. 이때 가장 많이 복제되거나 참고된것이 일본의 판타지 소설 《로도스도 전기》나 《슬레이어즈》, 서양의 TRPG인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와 소설 《반지의 제왕》이었다. 이처럼 한국 판타지 소설의 모사 대상이었던 서양, 일본의 창작물은 나름대로의 정서나 전통적 소재, 이미지를 판타지 창작물에 넣거나 자신들만의 판타지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 판타지 소설계는 이러한 외국색과 성공적인 세계관 정착, 흥행에 대해 동경과 반감을 품게 되었고, 장르 외적으로도 비판과 반감이 일어나기 시작한다[1]. 이에 반응하여 한국의 판타지 창작물에서도 외국의 사례처럼 한국 고유의 전통적 소재나 색,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인정받으려하는 일련의 시도가 진행되기 시작하였다.[2]
이러한 '''한국형 판타지''' 시도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 모습을 보인다.
'''첫째는''' 등장 소재, 명칭만 한국의 것을 쓰고, 스토리는 외국의 소드 앤 소서리 판타지 장르의 전개방식을 따라가는 것이다.[3]
'''둘째는''' 세계관 및 이야기 전개요소 자체를 한국적인 소재로 완전히 쌓아올리는 방식이었다.
이 시기엔 보통 손쉬운 전자가 많이 쓰였는데, 후자의 경우는 전통 문화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해석력, 필력, 스토리 작성 능력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칫하면 중국풍의 오리엔탈 세계관만을 양산한다던지[4][5], 이미 성공적인 동양적 판타지 사례인 무협 비스무리한 작품이 되기 십상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의도적으로 이것을 배제하려고 했던 작가조차 무공이나 내공 같은 것을 써 버린 경우가 있을 정도[6].
  • 번외로, 실제 조선시대 판타지 소설이라 할 수 있는 군담, 신이(神異) 소설류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상당수가 중국을 배경으로 쓰거나, 중국을 모델로 한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쓰여졌기 때문. 이처럼 고전 소설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굉장히 컸는데, 중국의 영웅 소설인 《설인귀전》이 한국 영웅 소설에 끼친 영향만 살펴봐도 상당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2.1.2. 00년대 한국형 판타지 개념의 한계



2.1.2.1. 반발적으로 시작된 논란의 한계

이처럼 00년대에 제기됐던 한국형 판타지는 자리잡기에 거하게 실패하고 만다. 일부 성공적인 사례는 있을지언정, 논쟁자들이 바라던 장르내외와 국내외를 넘나들며 인정받은 한국적인 세계관 창작물은 탄생하지 않았기 때문.
이러한 한국형 판타지의 한계는 한국적 문화 창작물 논란이 가진 '''한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즉 해당 시도와 논쟁은 장르와 시장 자체적으로 완숙되어 일어난게 아니라 서구, 일본 등 '''외부에서 유입된 문화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서구/일본 판타지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한국산 판타지물에 대해 '한국적이지 않다'라며 비판하던 00년대 당시의 대중들에게 반발하며 시도되었지만, 막상 한국적 환상문학에 대한 진지한 사유나 고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반발적으로 시도되었기에 피상적인 결과물만 낼 수 밖에 없던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형 판타지 시도, 논쟁이 맞닥뜨린 한계가 바로 '''서구형 판타지에 한국형 소재만 넣어서 똑같이 성공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본래 서양 판타지 장르는 서구권의 옛 역사전설, 신화 등을 융합하고 상상력을 가미하며 시작되었다. 즉 개념을 형성하기 위한 뼈대, 독자적인 흐름, 시장의 규모, 역사가 충분한 상태에서 진행되며 여러 성공적인 사례[7]를 만들어낸 것이다.
허나 00년대에 제기된 한국형 판타지 소설이란 개념은 그러한 여건들이 부족했을뿐더러 시장이라고 부를 만한 판도도 부족했다. 애초에 기반 자체가 빈약한 상태에서 결과물을 요구받았고, 그 기준은 외국의 성공사례였으며, 따라서 결국 대다수의 시도가 다시 처음처럼 성공적인 외국의 사례를 답습할수밖에 없던 셈이다.

2.1.2.2. 주류가 되지 못한 기존 한국형 환상문학

헌데 정말 한국형 판타지는 아무 소득이 없었을까? 한국형 판타지라고 부를만한 작품이 '''기존에 없던게 아니었다.''' 김진의 《바람의 나라》 , 김혜린의 《불의 검》, 이두호의 《머털도사》, 김삼의 작품군에서부터 《바람과 구름과 비》나 이우혁의 《퇴마록》,《치우천왕기》, '''심형래의 영화들''' 까지. 이미 한국형 환상 문학이라고 할 만한 '''스타일은 존재하고 있었고 계속 생산되었다.'''

하지만 00년대 한국형 판타지 논란에선 위와 같은 작품군이 '''핵심적인 모델로 제시되지 못했고 받아들여지지도 못했다.''' 당시 핵심모델로 제시되었던 반지의 제왕 등, 기존 성공을 거둔 서구형 판타지들과 비교하면 너무 형태가 달랐기 때문이다.
즉 위의 작품군에 대해 이야기하던 사람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그러한 이야기의 결론은 이른바 한국형 판타지라는 것을 말하던 이들이 진짜로 바랐던 것은 결국 한국형 판타지라기보단, '''서구형 판타지의 논리와 재미를 그대로 답습하면서도 한국형 소재를 잘 버무려낸 판타지 소설'''이란 것을 재확인하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앞서 설명되었듯 그런 건 존재할 수 없다. 서구의 판타지는 서양의 문화와 역사를 기초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담습하면서도 한국적으로 적용하려면 오류가 쌓일수밖에 없다.[8] 이러한 소설은 일정한 재미는 보장할 수 있어도, 깊이있고 누가 봐도 한국적인 세계관이다! 라고 하기 힘들었고,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기도 힘들었다. 그에 반해 나름의 스타일을 갖고 쌓아올려진 한국형 환상 문학은 외려 그 때문에 논란에서 배제되거나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1.2.3. 그 외의 한국형 판타지 시도

  • 한국형 정서의 시도
한편, 한국형 소재를 끼워넣는 대신 우리나라의 '''정서'''라던지, '''한'''의 개념 등을 서구형 판타지에 담자는 의견도 있었다. 굳이 거대하고 웅장한 이나 엘프 등을 대체할 다른 것을 찾기보다는, 서구의 판타지 소재를 그대로 넣되 그것을 한국식으로 변용하자는 것이었다. 로도스도 전기에 나오는 엘프 디드리트가 외모를 제외하면 서양적 캐릭터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외에도 환단고기를 모티브로 하거나 민족사학과 결합하였던 작품군들은 그나마 정립된 판타지 형태와 관습들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다만 이러한 작품군들은 많은 반발을 얻게 된다. 환단고기나 한반도의 역사, 설화에서 비롯된 재창작된 신화 서사정도로만 해석됐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신화적 모티브를 통해 약소국 컴플렉스를 충족시키는 것과[9], 소설을 넘어서 환단고기가 진짜 역사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나는 결과를 초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본디 이런 위서, 유사역사서에 근거한 판타지 소설은 각국에서 흔히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편이다. 브리타니아 열왕사, 아서 왕 전설, 리어왕이 그 예.
이러한 위서 기반 소설은 자국 국민의 역사적 컴플렉스의 해소를 목적으로 하거나, 일종의 가설을 재미있게 표현하거나, 때때로 정치적 효과를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이처럼 본디 한국에서 환단고기를 모티브로 썼던 초기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 위서 소설의 스타일을 따랐다.
문제는 그것이 위서를 근거한 소설, 위서문학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라, '''실제 알려지지 않은 역사'''처럼 홍보되고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물론 마케팅을 위해 그럴 듯 하게 이야기한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걸 목적으로 확신하고서 창작한 작가들도 더러 있었다.
이처럼 환단고기, 민족사학과 판타지의 결합이라는 결과는 소설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먼, 엄청난 안티를 불러모으는 극단적 민족주의 세력 즉환빠를 불러모으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으며, 이후 환단고기를 비롯한 위서 관련, 민족사관적 판타지들은 과도한 평가과도한 적대감을 낳는 계륵이 되어 점차 기피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실제 환단고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군들은 정교한 영웅 서사와 큰 스케일의 독자적, 민족적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를 문학적인 관점에서 공유하기 어렵게 되버리고 만다.
그외에도 환단고기 혹은 그와 비슷한 민족사관적인 한국형 판타지의 구상은 또다른 문제에 봉착하기도 한다. 역사의 접합과 문화적인 영향력, 세계관 구성을 중점으로 구상하다보니 정작 소설로서 재미가 없는 경우가 왕왕 생기기도 했다는 것.
이들의 경우 동시기 자극제가 된 외국의 판타지 영화, 소설에 대한 민족주의적 위기감, 해외의 문화 수출에 대응할 민족적 문화 원형의 구상같은 목적, 의도하에 소설 구상을 시작하다보니 정작 이야기적인 완성도, 재미를 챙기질 못하여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2.1.2.4. 00년대까지 만들어진 담론들

이처럼 적지 않은 시도가 이루어지던 가운데 여러 담론이 오가기도 하였다.
  • 사고방식
그중 대표적인 것이 현대 한국인이 자라고 배운 사상과 사고방식 자체가 이미 서양식이라서, 제대로 된 한국형 판타지 소설이 나오긴 어렵다는 논쟁이었다. 다만 이것은 한 가지 관점에서만 본 이야기인데, 가치관이라는 것은 사회를 움직이는 사고관 외에 문화 자체에 끼어 있는 것이므로 그렇게 간단히 사라지지 않는다.[10] 근대와 현대 한국인의 가치관은 분명 크게 다르지만, 여전히 유교적인 가치관이 한국 사회를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가를 찾아보면 놀랄 정도다. 뿐만 아니라 ''''판타지라고 하는 장르를 만들려면 옛 가치관을 완전히 이해하고 공유해야 한다.''''라는 시각도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유럽이나 미국의 판타지는 옛 유럽, 미국의 가치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인가? 만일 위와 같이 현대 한국인은 사고방식이 서구식이라 옛 관점을 이해할 수 없기에 한국형 판타지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정통 사극이나 〈전설의 고향〉 같은 것은 절대로 만들 수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판타지는 얼마나 뚜렷한 '''2차 세계'''를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이영도전민희는 잘 짜인 2차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에 국내 최고의 판타지 소설가가 된 것이다.
  • 일본 판타지는 서양식 이야기에 일본식 소재만 붙였다?
한편 당시 모델중 하나로 제시되던 일본풍 판타지에 대해, 기존의 서양 판타지가 가진 소재와 이야기 전개에 '''일본식 소재만 기괴하게 덕지덕지 붙인 것이다.''''라는 비판도 있었다.이에 대해선 일본 판타지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일본의 기성 판타지 작가와 신인 판타지 작가 간의 교류를 목적으로 쓰인 히카와 레이코의 《도쿄에서 판타지를 읽다》를 보면, 기성 작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의 일본 판타지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일본의 위인이 주인공이거나 하는 것처럼 일본을 중심으로 하지 않으면 독자가 봐 주지도 않았다는 대답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일본에서는 서구형 판타지에 일본식 소재를 넣더라도, 수많은 경험과 역사가 있기에 보다 일본색이 강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아예 일본의 문화만으로 이루어진 판타지 또한 상당히 많아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 한국에도 큰 영향을 끼친 《로도스도 전기》나 《슬레이어즈》 와 같이 기존의 서양 판타지를 일본식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나오게 되었다. 지금도 일본 작품은 배경이 판타지건 타국이건 일본풍 소재를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11] 이 점에 대해 일본의 자국 중심주의에서 기인한 국뽕 요소라고 보면서 이른바 '일본 대단해'의 일환이라 간주하여 비판하는 타국 독자도 꽤 있는데, 전후 맥락 없이 일본 대단해로 수렴되는 졸작들이야 비판의 여지가 충분하지만 창작의 역사에서 보면 자국의 색을 짙게 넣는 것 자체는 사실 비판을 받을 요소조차 아니다. '''현실은 오히려 자국의 색을 작품에 넣지 못하는 나라일수록 문화산업이 시원찮고 허접한 경우가 많다.'''
  • 2001년 하이텔 한국형 판타지 논쟁
한국형 판타지에 관련된 유명한 논쟁으로 2001년 하이텔 시리얼 잡담란에서 군사소설가 김경진/안병도, 그리고 판타지소설가 이영도/이우혁의 논쟁이 있다. 김경진은 이영도에게 《퇴마록》을 예로 들며 한국식 소설을 쓰지 않는다며 비판을 했다. 이에 이영도는 《구운몽》을 예시로 들며 '''"한국인이 쓰면 한국적이다."'''라는 반박을 한 바 있으며 이후 보란듯이 《눈물을 마시는 새》를 써냈다. 물론 《눈물을 마시는 새》가 고평가받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플롯이나 주제의식 등의 문학적 소양과 서구형 세계를 탈피한 독창적인 환상세계의 결합에 있는 것이고 '세계관이 한국적이라서'는 아니며, 이영도 본인도 《눈물을 마시는 새》가 한국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해당 논쟁의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의 모 창세기전 팬카페의 2002년도 게시글(아카이브)에 일부가 남아있다. 논쟁이 심화되자 당시 게시판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우혁이 등장해서 '자신은 《퇴마록》을 한국형 판타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관심 있는 분야인 건 사실이고, 왜란종결자로 관련 시도를 해 본 것'이라는 요지의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고, 안병도와 김경진의 어조가 격해져 인신공격 수준으로 치닫자 이영도는 논의를 그만두었다.

2.1.3. 결론


이렇듯 한국형 판타지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은 이미 확고한 형태로 존재했음에도, 2000년대 당시 판타지 소설을 쓰려던 이들 중 한국형 판타지라는 것을 시도하는 작가들 대부분은 서구형 판타지가 갖고 있던 스타일에 한국형 소재를 '''억지로''' 끼워넣거나, 한국 고유의 세계관을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난해하고 매니악한''' 소설을 썼었기에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또한 한국 판타지 시장이 아직 그러한 논란을 소화할만큼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도 원인이 되었다. 애초에 서구형 판타지는 세계관을 참고할 자료나 모방할 작품이 넘쳐나고, 스타일 역시 정리하기 쉽게 기준들이 나와 있었으며, 그 시작은 서구권의 옛 역사와 전설, 신화 등을 융합하여 거기에 상상력을 가미한 형태였다.[12] 이처럼 오랜기간 축적된 시장을, 90년대 말에서야 붐이 일어난 한국 판타지 소설계에선 작가 개인의 필력에 모든걸 의지한채 뽑아내야했으니, 그런 작품들과 대등한 수준의 작품을 만들기가 쉬울리 없었다.
정리하면 00년대 당시 활동하던 대다수 한국 판타지 소설 작가들의 작품 스타일이 서구형 판타지였다는 점, 시장 자체적으로도 성숙도가 높지 않았다는 점, 억지로 서구형 판타지에 한국형 소재를 끼워 맞추려 한 점, 그리고 00년대의 국내 독자들 대다수가 서구형 판타지의 요소를 원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00년대 당시 한국형 판타지라는 것을 자리잡지 못하게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한국형 판타지의 실패는 10년대 전까지 쭈욱 이어지다, 겜판소를 거쳐 레이드물현대 판타지 등의 신생 판타지 작품군이 등장하며 뒤바뀌게 된다. 물론 이러한 실패가 의미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나름의 결과물을 내며 계속해서 한국형 소재에의 니즈를 불러일으키거나, 시행착오 역할을 하며 장르적인 진전을 이뤘기 때문.

2.2. 현재



2.2.1. 웹소설에서 정립된 한국형 판타지


이렇게 한국형 판타지 논란은 그대로 다른 한국형 서브컬처 논쟁과 비슷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흐지부지 되는가 했지만, 2012년에 이르며 상황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조아라 노블레스에 등장한 《나는 귀족이다》로부터 시작된 레이드물, 《MEMORIZE》부터 시작된 한국식 이세계물, 도서대여점 시대 말기에 등장한 현대 판타지와 같은 새로운 판타지 장르들이 주류로 발돋움하며 '''탁상공론에 불과했던 한국형 판타지가 마침내 그 실체를 얻게 된 것이다.'''
대여점에서 웹소설로 개편된 판타지 소설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식 이세계물이나 헌터물, 전문가물 등의 장르는 '''현대 한국의 정서나 서사'''를 담고 있으며, 심지어는 한국 그 자체를 반영하고 있다.
  • 현대 판타지
    •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회귀나 상태창, 빙의 등 판타지적인 힘이나 현상을 통해 부와 명예를 얻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주로 그리는 장르. 보다 적극적인 대리만족과 현실감을 원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겨냥한다. 현대 한국인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각종 현실에서 유래된 문화, 정서, 욕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다.[13]
  • 한국식 이세계물
    • 00년대 겜판소이고깽의 발전형에 가까운 장르. 과거 모험과 에픽적인 스토리 중심이었던 이세계물과 달리, 현실적인 갈등과 긴장을 중점으로 한다. 한편 겜판소의 상태창과 튜토리얼 개념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 혹은 소수의 이세계 전이자들이 중심이 되는 기존 이세계물과는 다르게, 게임의 유저와 비슷한 현대인들이 수없이 이세계에 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현대인들이 시스템을 통해 강해지며 겪는 갈등과 긴장이 소설의 메인 스토리가 된다.
    • 기존의 이고깽, 일본용사소환 클리셰와는 다른 현실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편이다. 현대인 천재론은 배척되는 편이며, 기존의 이고깽과도 전개나 클리셰가 판이하게 다르다. 주적또한 이세계의 인물이 아닌, 주인공과 같은 전이자들 즉 현대인이 되곤 하며 서로 경쟁하고 착취하는 불합리한 구도가 연출되곤 한다.[14]
  • 헌터물, 레이드물
    •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장르. 괴수들이 나타난 현대사회와 그를 사냥하는 초능력자 헌터의 이야기를 다루며, 현대 한국 자체를 판타지화시킴으로써 독자들의 몰입감과 공감을 끌어올린다.
    • 겜판소, 이고깽등 기존 주류 장르의 테이스티에 한국의 현대를 접목하였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겜판소 등에서 사용되던 레벨 및 게임 시스템이 자주 차용된다. 또한 한국을 판타지화함으로써 기존 판타지와 무협계에서 원했던 거대하고 에픽적인 공동세계관과, 독창적이며 한국 고유의 성격을 지닌 세계관을 동시에 표현해낸다는 특징이 있다.
  • 성좌물
    • 한국의 인터넷 방송 문화를 현대 판타지와 접목시킨 형태. 초월자들이 판타지화된 한국을 관람하며, 실제 인터넷 방송 문화처럼 후원을 하고 미션을 주는 등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독자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레이드물과 엮이는 빈도도 잦다.
물론 이러한 실체는 기존 담론에서 원했던 형태, 말하자면 서양 판타지와 한국 전통 문화의 융합과는 사뭇 다른 편이다. 그러나 '''전통적 소재를 차용해야지만 한국적인 건 아니며''', 오히려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적인 코드와 문화 요소, 현대 한국인의 욕구와 정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이 장르들은 그토록 찾아 해매던 한국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이것을 많은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한국적 소재, 정서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의 '주제의식'이 그리 심도 있지 못하다는 것. 사회 현실이 현실이라 그런지 주제의식 자체가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올바른 방향을 추구하려는 쪽이 되는 경우가 드물고, 자기가 아귀다툼에서 살아남고 높은 위치에 올라서 갑질을 하고 싶어하는 세속적인 욕망을 표출하는 작품들이 많다. 대중소설의 경우 재미있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좀 더 주제의식을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에서 탈피한 작품들이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

2.3. 분류


2010년대 후반 이후의 한국형 판타지로 분류되는 장르들.

3. 유사 사례


한국형 라이트 노벨 논란이 시작되었을 때 이 개념이 다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형 판타지 소설' 논란이 한국식 vs 서양식의 문제라면, '한국형 라이트 노벨' 논란은 한국식 vs 일본식의 문제. 한국에서 나오는 라이트 노벨은 일본에서 나오는 라이트 노벨과 차별화된 점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논란의 요지이다. 자세한 내용은 문서 참고.
그리고 〈대장금〉의 흥행 성공 이후 대부분의 사극이 젊은 층을 노리게 되면서, 역사 고증과 스토리라인을 말아먹고 괴상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걸 비하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매체의 범위를 좀 더 넓게 보았을 때 웹툰 쪽으로는 좋은 시도를 한 작품이 몇 가지 있다. 네이버 웹툰의 《신과함께》나 《낮에 뜨는 달》 《호랑이형님》 등이 그 예. 사실 일본 만화 붐이 있기 이전에는 이쪽이 만화의 주류 장르 중 하나였고,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로도 제법 여러가지가 시도되었다. 판타지 소설 붐이 일어날 시점에는 거의 만화에만 그런 류가 남아있었으나 현재는 영화, 연극, 드라마 쪽에서도 재차 시도되는 중이다. 모든 작품이 치밀한 세계관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국적인 색채를 표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좋게 볼 일이다.

4. 관련 문서


  • 한국형
  • 한국형 라이트 노벨
  • 판타지 소설
  • 웹소설
  • 정통 판타지 - 한국 장르소설 내에서 거론되는 실체 없는 논쟁적 장르란 점에서 과거 2000년대 한국형 판타지 논쟁과 유사하다.[15]

[1] 당시 한국형 판타지 논쟁이라던지, 대중들의 반발 등[2] 한편 일본이 판타지 소재의 게임이나 소설을 만들 때 음양사닌자, 일본도 등, 자기네 나라의 전통적 요소를 잔뜩 집어넣는 것에 대한 부러움으로부터 생겨났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이것은 우리나라가 이쪽으로 크게 떨어진다기보다는 일본이 유독 발전했다고 보는 편이 맞는데, 일본 문화 자체가 자포네스크라는 방식으로 이미 해외에 17세기부터 소개, 재해석되어왔고, 일본인들 역시 자국 문화요소의 재해석에 거리낌이 없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3] 엘프, 드워프를 한국식으로 개조한다던지, 기존 장르에서 한국적이거나 전통적인 소재를 핵심 설정으로 사용한다던지. 혹은 서구의 에픽 판타지 전개를 그대로 도입하면서 설정과 용어를 한국의 것으로 사용한다던지.[4] 예를 들어 한국 전통 건물들의 이미지를 가져간다 쳐도, 한국 전통 건축 자체가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만의 독특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를 만들기가 애매모호하다.[5] 게다가 세심하고 방대한 중국의 환상 소재 자료는 굉장히 자주 참고되기 마련이라, 동양 판타지 세계관을 만들면 아무래도 중국적인 색채가 들어가기 쉽다.[6] 다만 한국형 판타지를 쓰면서 무협적 스타일을 '소재'로 쓰려 시도한 경우도 몇 있긴 했다.[7] 흥행, 미디어믹스 등. 특히 반지의 제왕 실사영화 시리즈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8] 당장 양판소를 봐도 중세 왕과 귀족의 관계는 조선시대 왕과 대신의 수직구조처럼 그려지며, 대부분의 귀족이 영지가 있는데도 왕의 부름에 응하고, 또 공후백자남은 철저한 상하관계로 묘사된다.[9] 사실 고대 한국이 모든 역사의 주도적인 배후였다던지[10] 당장 위에서 예시를 든 슬레이어즈나 로도스도 전기 등은 서구 판타지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작품을 이루는 감성은 지극히 일본적이다.[11]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원피스. 일본도가 주인공의 무기로 나오는 것부터 해서 일색이라 비판받는 욱일기와노쿠니까지 갈 것도 없이 등장인물의 세세한 행동거지부터 일본식이다. 그 외에도 스토리 등 여러 부분에서 야쿠자를 소재로 하는 일본산 느와르 작품들에 대한 오마쥬가 많다고 평가받는다.[12] 이점은 《반지의 제왕》이 북유럽 신화중세의 기사도 문학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북유럽 신화와 기사도 문학은 주로 거대한 괴물과의 전투와 비장미 넘치는 전쟁, 영웅의 일대기적 서사극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반지의 제왕》이 그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할리우드가 추구하는 블록버스터적 요소와 잘 맞아떨어져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것이다.[13] 갑을관계, 헬조선 유행, 수저계급론, 열정 페이, N포세대, 무전유죄 유전무죄, 노오력 드립, KPOP, 재벌 등.[14] 서로 경쟁적인 이세계에 갔기 때문이라기보단, 난데없이 이세계에 떨어진 현대 한국인들이 보일 수 있을법한 비정한 서사를 그려내는 것.[15] 반대로 실체가 있는데 명칭이 없는 장르로는 한국식 이세계물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