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작법/구체적 요소/인물
1. 인물의 의미
작품에서 가장 역동적인 존재. 배경이나 사건이 스스로 움직이거나 변화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1] 독자는 인물을 가장 기억한다. 유명한 작품들을 여러 개 떠올려보자.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 《스타 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와 다스 베이더. 그리고 인물은 작품 속 요소를 넘어 작품의 존재 목적이 되기도 한다. 작품을 그리기 위한 인물이 아닌, 인물을 그리기 위한 작품도 존재할 수 있다(ex. 전기물).[2]'''넌 마법사야, 해리.'''
인물을 만드는 방법에는 즉흥적으로 감정이입해서 쓰는 스타일과 인간의 심리 및 행동패턴을 분석해서 쓰는 스타일이 있는데, 여기서는 후자에 대해 서술한다. 인물의 패턴을 분석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프로파일링으로, '이 인물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해석 하나하나가 캐릭터의 정보로 바로 연결되고, 이것을 기반으로 글을 쓰면 자동으로 개연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초보 작가에게 굉장히 유용하다. 보통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먼저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나중에 설정을 갖다붙일 때 많이 나오지만,[3] 본문처럼 하면 미리 설정을 잡고 그에 맞춰 행동을 서술하기 때문에 흔들릴 일이 없기 때문. 또한 이렇게 확고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어느 상황에 가져다 놓아도 개성을 유지하므로, 활용도가 높아 원 소스 멀티 유즈로도 확장할 수 있다.
다만 작가가 연재하다 보니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설정변경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연재분에 그대로 영향을 주므로 가급적이면 설정변경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매우 악명높고 논란이 많은 사례 중의 하나가 하이바라 아이/캐릭터 붕괴인데, 기존의 '과거 때문에 쿨하지만 쉽사리 감정을 내보이지 못하는 소녀'가 뜬금없이 '단순히 쉽게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말괄량이'가 되어버렸다. 이 사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 근거 없는 2~3개의 에피소드만으로 설정변경을 시도하다가 캐릭터 하나를 말아먹었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처럼 사전에 캐릭터를 잘 잡아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정말 답이 없어서 설정을 변경해야 한다면 설정이 변경될 만한, 아니 '''변경될 수밖에 없는''' 사건을 던져주자. 충격이 크면 클수록 그 파장에 의해 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기 쉽다. 물론 해당 사건과 관계없는 캐릭터가 뜬금없이 변한다면 당연히 문제다.[4]
처음부터 캐릭터를 확고하게 만들고 싶다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생물이나 사물'''을 모티브로 삼아보자. 특히 동물처럼 움직임이 많고 외모가 뚜렷할수록 도움이 된다. 가령 코끼리를 보자. 거대함, 느릿느릿함, 유순함,[5] 회색 등 여러가지 이미지가 곧장 떠오를 것이다. 이것을 그대로 캐릭터에게 반영하면 (코끼리 같은) "캐릭터"가 하나 완성된다. 비슷한 예로 악마의 열매라는 이름으로 온갖 사물 및 동물을 캐릭터화한 원피스(만화)가 있고, 더 나아가 총기나 함선 등 무기류를 캐릭터화한 소녀전선 등의 밀리터리 콘텐츠도 참고할 수 있다. 단, 무생물이거나 특성이 부족할 경우 추가로 감정이나 요소를 만들어서 넣어야 하니 주의할 것.
혹은 '''역사적 인물이나 기존 콘텐츠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삼아도 된다. 특히 역사적 인물같은 경우엔 전반적으로 행적과 성품이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 당장 역사적 인물을 여러 작가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낸 결과물이 바로 사극이다. 용의 눈물과 정도전(드라마)의 경우 이성계와 그 측근을 다루었음에도 (시대의 영향도 있겠지만) 작가에 따라 다르게 묘사되지 않는가. 당연히 역사적 인물을 다뤘다고 해서 반드시 사극이나 역사물을 쓸 필요는 없고, 성격만 빌려다 쓰면 된다.
2. 인물의 다차원적 설계
인물은 다양한 차원에서 설정될 수 있다.
- 신체적 차원
- 정신적 차원
- 가지고 있는 기술, 능력, 재능의 차원
- 신분, 경제적 차원
- 과거사
위의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라면, 게임 스테이터스를 설정하듯이 만들어도 된다. 자세히 보면 위의 기준과 비슷하거나 다른 점들이 있으니, 위의 기준대로 설계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 성별
- 힘/근력
- 체력/지구력/저항력
- 마력/초능력[6]
- 지능
- 매력/인간관계/정치력/처세술
- 민첩성/손재주/기민함
- 정신력/인내심/근성
그리고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냉혹한 인간과 감정적인 인간, 길거리에서 자라난 고아와 좋은 부모 아래서 자란 사람, 재벌과 하층민, 장애인과 비 장애인,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여성과 남성 등등 반드시 인물들은 '''누군가와 대칭이 될 만한 요소를 최소 1개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좋다.''' 똑같은 인물이 똑같은 삶을 살면 독자들은 지루할 수밖에 없다. '다름'과 '틀림'의 차이에 대해 많이 혼동하듯, 대칭적인 요소는 갈등을 일으켜 소설의 사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군이거나 친밀한 관계에 있는 캐릭터라도 대칭적인 요소를 넣어두는 것이 나중에 스토리를 풀어낼 때 편하다.[7]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요인(ex. 차별)을 소재로 삼는 방법도 있는데, 독자의 관심을 많이 끌 수 있지만 어설프게 풀어냈다간 양쪽 모두에게 비판을 받기 쉽다. 설령 스토리에 문제가 없어도, 동성애물처럼 시대나 문화상 '받아들여지기는 아직 이른' 주제라면 뭘 해도 비판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성격 및 신체적 장단점을 지니게 된 이유나 원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아무리 혼돈 계열의 성향이라도 그 행동의 동기는 있는 법이다. 이렇게 이유와 원인을 만들면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가 얽혀 하나의 긴 역사를 만들기 때문에 더더욱 실존인물처럼 보이는 장점이 있다. 쉬운 예로 이 녀석도 사실은 불쌍한 녀석이었어만 봐도 과거사가 엄청나게 펼쳐진다. 이렇게 인생역정을 겪을수록 특정한 목표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고, 그럴수록 주연으로 활약하기 쉬워진다. 이것이 없으면 위의 모든 설정은 그냥 패션에 지나지 않는다.[8]
3. 사건과 캐릭터의 함수화
인물과 사건의 관계를 컴퓨터처럼 도식으로 만들면 인과관계를 좀 더 명확하게 구성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그 캐릭터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도식의 구성은 보통 3단계로 나뉜다.
- 입력(사건)
캐릭터와 별개로 구상된 상황. 대개 캐릭터가 개입하기 직전인 경우가 많다.
- 처리(인물 설정)
윗 문단에서 구상한 캐릭터의 여러 특성들 중 하나.
- 결과(인물의 행동과 대사)
사건에 개입한 캐릭터의 반응. 행동, 대사, 표정 및 심리 묘사 등이 해당된다.
위에서 적었듯이 보통 캐릭터는 각자 다르게 만들어져 상반된 입장을 지니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 대해서 다른 반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바로 갈등이다. 디지몬 어드벤처를 예로 들어보자.- 사건
9화에서 선택받은 아이들이 데블몬에 의해 흩어졌고, 매튜와 태일이 함께 하게 됨. 리키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음.
- 인물 설정
- 매튜 : 날이 서 있고, 리키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
- 신태일 : 리더십이 강하며 매튜와 항상 충돌한다.
- 반응
- 패닉에 빠져 동생을 찾겠다는 매튜 vs 때려서라도 말리려는 신태일의 구도가 된다. 결국 매튜는 신태일에게 맞고서야 약간이나마 냉정해지고 동생을 걱정한다.
4. 사건-캐릭터 네트워크
마인드 맵을 인간관계에 도입한 것이라 보면 된다. 캐릭터는 모두 장단점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캐릭터가 많아질수록 서로의 입장이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파악하고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럴 때 네트워크를 사용하면 관계를 한눈에 파악하기 쉽다. 연습장 펴놓고 펜으로 마인드 맵 하듯이 직접 그려나가면 그 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다.
네트워크를 캐릭터 관계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 협력/갈등 관계
캐릭터가 서로 협동하는지 대립하는지를 표시한다. 협력 관계는 (=)[10] 로, 갈등 관계는 (↔, 필요하다면 물결 효과 첨부)로 표현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론 일방적인 관계는 (→)나 (←)로 표시하면 끝. 이는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 정해진 규칙은 없으니 각자 입맛대로 정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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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예시라고 할 수 있는, 만화 헌터×헌터의 집단인 조르딕 가문의 내부 관계도이다. 모든 관계를 화살표로 처리한 것만 빼면 대강 참고가 될 것이다.
[image]
위 사진은 예시라고 할 수 있는, 만화 헌터×헌터의 집단인 조르딕 가문의 내부 관계도이다. 모든 관계를 화살표로 처리한 것만 빼면 대강 참고가 될 것이다.
- 노드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를 뜻한다. 캐릭터는 작품에서 최소 1가지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와 어떻게든 접점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런 접점이 많아질수록 주연에 가까워서 중앙에 놓이게 된다. 반대로 관계를 다 따져봤는데 가장 변두리에 있고 접점도 얼마 되지 않는다면 병풍에 가까우니, 다른 캐릭터와 엮을 만한 설정이 있는지 점검하고 없으면 그 캐릭터를 빼는 게 좋다.
- 허브
가장 많은 캐릭터와 협력-갈등 관계를 가진 노드를 뜻한다. 그래서 이 허브가 사건에 휘말리면 다른 캐릭터들도 굴비 엮듯이(…) 우르르 사건에 휘말리기 쉬워진다. 이 노드에 해당하는 캐릭터의 성격이 트러블메이커, 리더, 정신적 지주, 왕따 등에서 무엇인가에 따라 사건의 흐름도 결정되며, 작품의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주인공이냐 빌런이냐가 갈린다.
- 집합관계
현실이든 가상이든 외모나 개성은 제각각이어도 의견이나 가치관은 일치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고, 그렇게 같은 편을 모아 집단을 이루다 보면 한 주제에 대해서 의견이 크게 둘로 나뉜다.[11] 물론 한 캐릭터는 여러가지 가치관을 지닐 수 있게 여러 집단에 소속될 수 있고, 이렇게 입장을 확실히 할수록 갈등관계도 두드러지고 독자도 아군과 적군의 식별이 쉬워진다. 이 중에서도 구심점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생기는데 이것이 위에서 말했던 허브다.
- 게이트키퍼
위의 집합관계에서 기타 입장은 그 사이에 있는 제3세력으로서 회색지대에 놓이는데, 이들 중 중립을 지키지 않고 입장이 바뀔 수 있는 캐릭터들을 게이트키퍼라고 할 수 있다. 선거로 치면 캐스팅보트. 보통 이런 게이트키퍼들은 특정 입장의 원군이나 배신자 내지 이중간첩으로 활약하며 사건의 흐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들 중 하나[12] 로서 작동한다.
5. 인물의 유형론
5.1. 주동적 vs 반동적
- 참고 : 반동인물
5.2. 전형적 vs 개성적
전형적 인물이란 편견과 시대적인 가치관을 반영하는 스테레오타입이다. 문자나 학문이 퍼지지 않은 고대~중세 등에선 독자나 청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캐릭터가 특정 사상이나 의견을 대변하는 경우(즉, 의인화)가 많았고, 자기모순이 발생하지 않도록 언행에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민중을 통제하기 위한 프로파간다적 성향도 있다보니 독자는 선택권이 없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 독자들의 이해력이 높아지면서 작중 인물은 물론 당대의 사회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되자, 그들의 입맛에 맞는 캐릭터가 생겨나까지기 시작한다. 즉 개성적인 인물이란 그 시대상에 맞지 않는, 편견을 깨부수는 인물이다. 삼국지연의 등에서 흔히 나오는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을 떠올리면 되겠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전형적인 인물은 나쁘고 개성적인 인물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배트맨 시리즈처럼 개성적인 인물(빌런)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면 누군가는 전형적인 인물(히어로)로서 평화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전형적과 개성적은 반드시 긍정/부정의 개념보다는 성향에 나오는 질서/혼돈의 개념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5.3. 성장형 vs 완성형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은 점차 성장해나갈 수도 있고, 퇴화할 수도 있고,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의 변화는 정신적인 변화에 가깝다. 후술하겠지만 능력적인 성장은 스토리 전개상 필수적이기 때문. 일반적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의 경우 어리석거나 오만하거나 무모한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감동적인 교훈이나 주제가 없는 소설일수록 평면적인 등장인물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트러블 다크니스》의 유우키 리토나 《니세코이》의 이치죠 라쿠처럼 대부분의 러브 코미디는 완성형 주인공이 나온다. 추리물/스릴러 소설에서도 성장형 주인공이 아닌 완성형 주인공이 필요한데, 작품의 내용이 주로 미해결 사건을 유능한 주인공이 해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 에도가와 코난, 김전일 등은 모두 훌륭한 추리물 완성형 주인공의 표본에 속한다. 물론 독자의 재미를 위해 가끔가다 의외의 이유로 실패하여 완급조절을 주기도 한다.
또한 배틀물에서도 완성형 주인공이 활약할 수 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쿠죠 죠타로나 《원펀맨》의 사이타마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우월한 주인공이 악당들을 호쾌하게 쳐부수는 임팩트 있는 연출과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다. 다만 이런 완성형 주인공을 대충 썼다가는 이야기가 엉망이 된다. 사이타마는 주인공이 너무 강해서 아예 주인공의 비중이 가면 갈수록 줄어들고 조연, 악역들 비중이 늘어난다. 죠죠는 주인공이 강하지만 적들도 주인공의 약점을 찌를 수 있을 정도로 머리가 좋았고, 본체는 그냥 인간이란 특성상 스탠드 간 정면대결을 피하고 본체를 노린다면 약한 능력의 적이라도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었으며,[13] 조연들도 활약을 시켜줬으며, 최종보스는 주인공보다 훨씬 더 우월한 힘으로 압박했다. 주인공이 호쾌하게 쳐부수면 처음에는 임팩트가 있다. 하지만 그걸 몇번이고 반복하면 약빨이 떨어지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외에도 딱히 교훈이나 주제가 없는 양산형 이세계물에서도 평면적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그저 작가가 입체적 인물을 만들 역량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5.4. 우월 vs 무능
주인공이라고 해서 꼭 능력자일 필요는 없다. 일반인보다 평균 이하의 능력을 가진 캐릭터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직접 집필해보면 느끼겠지만 천재 주인공보다는 부족한 주인공으로 작품을 진행하기가 더 좋다. 주인공이 부족할수록 더 많은 장애물과 맞닥뜨리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다 스토리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주인공을 너무 답이 없을 만큼 결정투성이로 만드는 것도 좋지는 않다. 결점이 많더라도 독자가 혐오를 느끼지 않을 수준에서 끊어야 한다. 아무리 성장형 주인공이라 해도 장점이 아주 없다면 안 된다. 결점이 너무 많은 주인공은 고구마니 뭐니 하고 온갖 오명과 혹평을 뒤집어쓰기 쉽다. 주인공이 아닌 캐릭터가 무능하면 캐릭터를 없애라고 난리인데, 주인공이 그렇다면 작품을 없애라고(…) 난리를 칠 것이다. 아니, 그 전에 그냥 조용히 관심을 끊고 더 보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주인공이 유능한 것도 문제가 될 건 없지만, 지나치게 유능할 경우 시련을 부여하기가 어렵다. 주인공이 유능하다면 장애물은 그 능력에서 예상치 못했던 맹점을 찌르도록 하자. 이를 잘 구현한 예시로는 DC 코믹스나 마블 코믹스의 등장하는 히어로들이 있다. 온갖 능력을 가진 괴물들이 판을 치면서도 서로 상성이 존재하는 편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캐릭터는 보기 힘들다.
꼭 능력자물이 아니더라도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같은 딜레마를 던져주면 능력은 능력대로 강조하면서 그 한계도 드러낼 수 있다.가장 흔한 패턴은 능력자일수록 사회성이 떨어지는, 통칭 '''천재는 고독하다'''이다. 그 외에 파트너의 부재, 동료의 배신, 도덕적 딜레마, 트라우마, 소중한 사람의 죽음 등을 시련으로 꼽을 수 있다. 《원펀맨》의 사이타마는 작중 최강자이지만 자신의 강함을 싫어한다. 적을 박살내 놓고는 "또 한 방에 끝내버렸다..." 라는 자기혐오에 빠지며, 때문에 자신의 힘을 남용하지 않고 조연들에게 비중을 양보해 밸런스를 맞춘다. 반면 《그래플러 바키》의 주인공이 한마 바키가 아니라 한마 유지로였다면 작품이 무슨 꼴이 났을까를 생각해보자. 관련 작품의 주인공이 그런 노선을 밟았다가 1~2권 내내 주인공의 미친 피지컬을 선보이는 짤막한 에피소드만 진행되고 본래 스토리는 나오지도 않았다. 결국 3권 즈음에 가서야 라이벌 조직과의 항쟁 등 본격적인 '시련'이 등장한다.
초보 작가들이 자캐를 주인공으로 설정할 경우 주인공이 지나치게 유능해져서 문제가 생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양판소나 소설가가 되자산 이세계물의 경우, 그저 멋지고 강하고 대단한 주인공이 좋아서 작가가 완성형 먼치킨 주인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사토 펜드래건이나 키리토.
만약 무결점의 인물을 창조해버렸는데 의외로 매력이 철철 넘친다면, 이 캐릭터를 반동인물이나 빌런, 안티히어로로 배치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들은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이에 영향을 받아 결점이 생기곤 한다. 완벽한 인물에게 금이 가면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14] 그리고 무결점하기 때문에 세밀하게 공을 들일 필요 없이 손쉽게 주인공을 가로막는 시련이자 주인공에게 성장의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로 써먹을 수 있다. 슬램덩크의 윤대협,[15] 내일의 죠의 호세 멘도사가 좋은 예다.
또한 반동인물은 빌런이 아니어도 된다.《레 미제라블》의 자베르 형사는 장 발장의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에 악역으로 분류되지만, 이 캐릭터 자체는 법의 수호자인 경찰이다. 자베르 형사는 장 발장만 없었다면 청렴하고 정의로운 경찰로서 일생을 평범하게 살다 갔을 인물이다. 오로지 발장의 '적'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설 속에서 악역이 된 캐릭터이다.
5.5. 능동적 vs 수동적
주인공은 '''능동적'''인 성격일 것이 매우 권장된다. 이런 캐릭터는 작가가 작은 사건만 던져줘도, 깔아놓은 화약처럼 알아서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나 수동적인 캐릭터는 작가가 작정하고 주인공을 '저격'해야지만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성격만 확실하다면, 능동적인 캐릭터는 약간의 가정만 해줘도 작가의 예상을 넘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크게, 더 크게. 몽키 D. 루피가 신중한 캐릭터였다면 위대한 항로의 파도는 꽤 잔잔했을 것이다. 독자는 루피를 알기에 '조만간 또 대형사고 치겠구나' 하고 새로운 사건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13. 캐릭터가 자기 주장을 하도록 한다. 작가로서는 소극적이고 온순한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몰라도, 관객들에게는 독이 된다.
#13: Give your characters opinions. Passive/malleable might seem likable to you as you write, but it’s poison to the audience.
픽사의 스토리 아티스트였던 엠마 코츠
어두운 분위기의 주인공도 충분히, 오히려 더 능동적일 수 있다. 성격이 어찌됐든 욕구와 목적이 분명하면 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목적을 이룰 때까지 끊임없이 수단을 찾아 행동할 것이다. 《데스노트》의 주인공인 야가미 라이토는 악당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으로 철두철미하고 잔인한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만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그 '무슨 짓'으로 인해 그의 대적자의 눈에 들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와 목적을 위해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만약 야가미 라이토에게 '정의'라는 이름의 욕구와 목적이 없었다면 대적자를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데스노트》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반면 《전설의 용자의 전설》의 작가는 주인공을 수동적인 캐릭터로 만드는(성격이 '귀찮음'이다) 실수를 했는데, 그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본인의 실수를 깨닫고 메인 스토리 들어갈 쯤에 주인공 성격을 고쳐버렸다.
수동적인 주인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대부분 주인공을 강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인물이나 설정이 붙는다. 예를 들어 고전부 시리즈에선 게으른 남주인공을 강제로 움직이는 여주인공이라는 구도를 만들었다. 고전부 시리즈야 작가가 캐릭터 관계에 밀당을 잘해서 어찌어찌 인기는 끌었지만,[16] 끌려가는 주인공은 '주인공 같은 캐릭터'를 하나 더 만드는 꼴이기 때문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초보 작가라면 가급적 주인공을 능동형으로 잡는 것이 쉽고 편하다.
전통적인 클리셰인 '영웅의 여행' 플롯[17] 에서 주인공의 초기 상태는 현실 안주 상태이거나 불만을 가지고 무기력하게 사는 상태이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주인공에게 아주 치명적인 '결점, 차별, 기회', '시련, 사고'를 심어줌으로써 이야기에 불을 붙인다. 가족의 납치나 누군가의 모함으로 인한 피해, 악의 조직의 음모에 휘말리는 것, 한번에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등. 즉 할리우드 영화는 시작지점에서는 캐릭터를 다 만들지 않는다. 영화 시작 20분 동안 서서히 캐릭터의 형태를 굳혀가는 구조다. 그리고 할리우드 주인공은 이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움직여 해피 엔딩을 빚어내므로, 능동적인 캐릭터의 범주에 속한다. 아니면 사건을 접하기 쉬운 직업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형사, 군인, 정부요원, 탐정 등등.[18]
예를 들어서 주먹왕 랄프의 경우 주인공 랄프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주민들의 차별이 싫었던 주인공은 능동적으로 다고쳐 펠릭스를 떠나 다른 게임으로 가버리고 여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반면 주먹왕 랄프 2에서는 역으로 행복한 현실에 만족해서 수동적으로 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작가는 여기에 슈가 러쉬의 핸들이 부서지는 사고를 넣어 랄프가 새로운 핸들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어 이야기를 새로이 시작했다.
일상물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미나미가, 딸기 마시마로의 경우 큰 굴곡이 없는 일상물이며 다들 현실에 안주하지만 미나미 카나, 마츠오카 미우라는 무척이나 능동적이고 현실에 안주 못하는 캐릭터를 넣어서 변주를 주고 사건을 일으킨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연 중에서도 이런 능동적인 캐릭터가 하나도 없으면 이야기는 원 패턴이 되어 재미가 없어진다. 더구나 일상물은 사자에상 시공이거나 옴니버스인 경우가 많아 주역이 아무리 사고를 쳐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세계물들에서는 주로 수동적인 주인공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작가가 쿨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며 세속적인 것을 초월해 집착하지 않고 내려다보는 듯한 신선 같은 주인공이 멋지다고 생각해서 자캐로 삼기 때문이다. 물론 위 문단의 먼치킨적인 강함까지 합쳐져서 시작부터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며, 매우 수동적이고 감정 표현도 없고 무욕하며 다른 사람들을 가볍게 선심쓰듯 도와주는 초월자 주인공이 만들어지게 된다. 주로 데스마치에서 시작되는 이세계 광상곡이나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즉사 치트같은 이세계물 중 상당수도 이런 수동적인 주인공상을 내세운다. 물론 거기서는 기계에 매달린 신이 아닌 주인공 치트가 알아서 해결해 준다. 당연히 이런 것으로 제대로 된 이야기가 만들어질 확률은 지극히 낮다.
수동적인데다가 상찌질이 캐릭터를 설정했는데도 성공한 케이스는 드물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 정도. 이쪽은 그야말로 작가가 천재라서 가능했던 거니까 함부로 따라하지 말 것. 굳이 따라하고 싶은 작가 지망생을 위해 첨언하자면, 신지는 외부 사건 때문에 '''강제로 끌려다녔다.''' 말 그대로 외부 환경이 신지라는 캐릭터를 작품이 끝날 때까지 억지로 견인했다.[19] 이 정도의 묘기를 부릴 수 있다면 에반게리온의 인기를 당신도 얻을 수도 있겠으나, 한 가지 알아두자. 이런 유형의 주인공을 위해 온갖 환경을 준비하고 주변 캐릭터를 짜더라도, 작품은 정상 소리를 들을지언정 캐릭터는 영원히 호불호가 갈릴 확률이 높다. 주인공이라는 감정이입의 대상은 너무 이상적이어도 안 되지만 너무 열등해도 안 된다.
6. 인물의 제시 방법
6.1. 직접 제시
인물의 성격이나 인물이 겪었던(또는 겪고 있는) 사건, 인물 간의 관계 등 인물에 대한 모든 것을 서술자가 '''설명'''을 통해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이다. 주로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사용된다. 독자들이 인물에 대하여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내용 전개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서술자가 등장인물을 너무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면 인물에 대한 독자들 상상의 여지가 차단되어 버리고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게 된다는 단점이 있으니 주의할 것.
6.2. 간접 제시
주로 인물 간의 대화나 인물의 행동[20] 처럼 '''묘사'''를 통해 인물에 대한 것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으로 주로 1인칭 시점이나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사용된다. 고전소설에서 자주 발견되는 직접 제시 방법과는 달리 현대에 이르러 활성화되었다.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연극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따라서 간접 제시를 잘 활용한다면 작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간접 제시가 지나치다면 인물의 성격이 모호해져 버리며 독자들이 인물을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해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음으로 주의할 것.[21]
[1] 역사물처럼 세계관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장르도 결국엔 거기서 활약하는 인물의 행적을 주로 서술한다. 사건의 흐름만을 나열한다면 그것은 문학 작품이 아니라 연대표 등의 역사적 사료에 가깝다.[2] 실존했던 인물을 다루지만 적절한 미담을 창작해 넣는다는 점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3] 특히 캐릭터의 과거 행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을 부여하는 경우. 가령 아무리 상변태라지만 발차기에 탁월한 요리사가 그 발차기 기술은 어디다 팔아먹고 붙잡힌 히로인이 되어버린다면 십중팔구 캐릭터 붕괴라고 생각할 것이다.[4] 다시금 상디 이야기를 꺼내자면, 작품의 분기점이 되는 졍상전쟁과 그 결과와는 하등 상관이 없음에도 1부와 2부에서의 행보가 엄청 크게 바뀌었다.[5]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이미지이다. 코끼리는 종에 따라 난폭한 부류도 있다. 이를 활용해 '코끼리라길래 조용할 줄 알았더니 난폭하더라' 같은 반전을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6] 물론 해당 능력의 존재를 인정하는 장르(ex. 판타지, 이능력물) 한정.[7]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나라 드라마에 가난뱅이 여자가 부잣집 도련님의 눈길에 들어 성공하는 신데렐라 스타일의 스토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난뱅이와 부잣집이라는 극단적인 차이가 독자의 안타까움을 끌어냈다가, 이런저런 사건을 통해 극복되면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8] 토미노 요시유키가 에반게리온 1화에서 아야나미 레이가 붕대투성이가 된 모습을 두고 '''그건 (부상자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그냥 패션이다'''라고 일갈한 것도 비슷한 맥락. 작품 전반적으로 (스포일러를 감안하더라도) 레이의 배경이 묘사되긴 하지만, 공감할 여지가 적어서인지 동정보다는 모에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9] 물론 조연에게도 사용할 수 있고, 잘만 풀어나가면 그 조연은 주연으로 승격할 수도 있다. 다만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주연급에게만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10] 연인 및 가족 관계라면 (♡)를 써서 강조할 수 있다.[11] 강경파 Vs. 온건파, 명문대 Vs. 지방대, 세계주의 Vs. 자국우선주의, 자본가 Vs. 노동자 등 언론 좀 뒤져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주제들이다.[12] 다른 핵심 요소로는 특정 입장의 주축이 되는 허브나 그 측근들의 상황 변화가 있다.[13] 가장 노골적인 사례는 스틸리 댄. 이외에도 오잉고나 아라비아 팟쵸 등이 있다.[14] 일본만화 《요괴소년 호야》의 최종보스 하쿠멘노모노는 작중 자신의 계획을 '''100%에 가깝게''' 성공시켰다. 하지만 주인공 콤비의 성장에 의해 몰락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예시라 볼 수 있겠다.[15] 단, 윤대협은 너무 결점이 없다 보니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해 작가가 굉장히 불만스러웠던 적도 있다고 한다. 팀은 망가져가며 패배했는데 자기는 만능이니... 그나마 게으르다는 게 단점인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사라진다(…). 그 대신 윤대협을 제외한 나머지 능남의 멤버들이 그만큼 약해서 밸런스 붕괴가 일어나지는 않는다.[16] 다만 고전부 시리즈는 주인공의 그러한 태도와 그 변화 또한 작품의 방향성과 연관되어 있다.[17] 할리우드 영화들이 따르는 공식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참고.[18] 굳이 사례를 들자면 존 맥클레인(형사), 존 람보(군인), 제이슨 본(전직 요원), 셜록 홈즈(탐정) 등이 있다.[19] 하나 더 덧붙이자면, 신지는 결국 문자 그대로 작품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끌려다니지 않고 직접 선택을 한다.''' 이 이상은 스포일러 문제도 있거니와 해당 작품의 중요성을 해치게 되니 해당 문서나 작품을 접하기를 추천한다.[20] 사건에 대한 인물의 리액션 등[21] 예를 들어 자기 딴에는 신중한 성격의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성격에 대한 자세한 설명없이 간접적으로만 제시해버리면 독자들은 그 캐릭터를 답답하고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왜곡되게 인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