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1. 개요
'''지방자치'''('''地方自治''', Local Autonomy)는 지방분권을 위하는 행정형태. 전국이 아니라 일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단체나 주민이 선출한 기관을 통해서 스스로 그 지방을 통치하는 정치체제이다. 별명은 '''"풀뿌리 민주주의"'''.[1]
지방자치가 고도로 발전하여 각 지방이 국가에 해당될 정도로 권한이 강력해지면 연방제가 된다.
2. 종류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의 두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단체자치'란,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사무가 중앙정부의 권한에 귀속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권한을 받아 사무를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자치'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조직에서 지역사회의 각종 사무를 공식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아래 기술한 '단체자치'와 '주민자치' 중 주민자치에 부합하는 의미이다. 풀뿌리는 하나만 있으면 쉽게 뽑히지만 여러 개가 얽히고 뽑히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뿌리는 곧 주민을 의미한다.
미국과 영국 같이 전통적으로 지방분권이 발달한 국가는 주민자치의 성격이 강하고(아래로부터의 지방자치), 프랑스 같이 중앙권력이 강한 나라에서 지방자치가 발달하면 단체자치의 성격이 강하다(위로부터의 지방자치). 대한민국도 중앙권력이 강한 나라라서[2] 단체자치의 성격이 강하다.
3. 선출 방식
지방선거의 형태로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들을 선출한다.
지자체장(지방행정부)과 지방의회가 분립하는 이원형 지방자치(지자체장을 주민들의 직접선거로써 선출)를 하는 국가도 있고,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형성된 지방의회가 지방행정부를 구성하는 일원형 지방자치(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를 하는 국가도 있다. 의회에 의한 지자체장 간선은 말하자면 '지방판 의원내각제'인 셈.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
현행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지방의회를 반드시 두라고만 직접 규정하였지, 이원형 지방자치(지자체장 주민 직선제)를 할 것인지 일원형 지방자치(지자체장 지방의회 간선제)를 할 것인지 여부는 법률로 위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헌재 판례[2016.10.27. 2014헌마797]에서 헌재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역시 다른 선거권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 24조에 의해 보호되는 기본권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라고 하여 헌법 118조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을 주민의 의한 선거로 제한하였다.
4. 지방자치와 부정부패
지방자치제도가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지의 여부는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1 관련기사 2 관련기사 3
물론 지방자치제가 '이론대로'만 돌아간다면 부정부패가 줄어들고, 지방행정의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 시민의 감시를 통해 공무원들의 부정을 막겠다는 취지 자체는 좋으나 실제로 그렇게 돌아가는지는 조금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의 국정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사람들이 태반인데, 작은 단위인 지방행정에 대해서는 말 할 것도 없다. 여론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어 부정부패와 비효율, 전시행정만 유발하는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지방자치는 어떤 경우는 오히려 중앙에 의한 감시를 약화시킴으로써 부정부패를 더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기존의 부패가 해결되지는 않은 상태에서 중앙에서 발생하는 부패의 유형이 지방에서 똑같이 나타내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규모가 작은 지역의(즉, 구성원 수와 영역이 작은 곳) 지방차지는 작은 사회 및 닫힌 사회가 자주 발생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럭저럭 잘 굴러가는 경우가 많지만 규모가 크면 저런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5. 지방 자치의 필요성
일부에서는 한국 같은 좁은 땅에는 지방 자치는 말이 안된다, 지방 자치가 토호 주머니만 채운다는 이유를 들어 지방 자치를 없애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방 자치를 들여온 사람들은 멍청이가 아니다.
고지식한 일부 사람들은 새롭고 낯선 제도를 아니꼽게 바라볼 때가 있는데,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한계가 많고 문제점이 있다는 식의 견해를 고집한다. 손가락 아프다고 손가락을 자르지 않듯이[3] 지방 자치에 한계가 있으면 개선을 하면 되는 일이지, 이 제도를 없애버려 보편적 트렌드에 뒤쳐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가 발전하고 새로운 보완책이 생겨나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5.1. 국민의 정치적 권리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론적으로 국가의 전제 권력을 배제한다. 지방자치제는 전체주의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비대한 중앙 권력은 필연적으로 정책의 사각 지대를 낳게 되고, 주민들의 수요를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지방자치가 없다면 중앙 정부는 과도하게 커지며, 국민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역으로 부패는 더욱 심해진다.
5.2. 정치적 통일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을 분산하고 주권을 국민이 행사하도록 강제한다. 지방 자치제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 주민들의 정치 의사를 즉각 반영할 수 있으며 정치 권력을 더 효율적으로 국민 개인에게 돌릴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정치적인 통일을 보장한다.
5.3. 중앙 정부의 한계
중앙정부는 태생적으로 주민 수요를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지방정부는 그 지방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더 효율적으로 정책을 마련해준다. 지방정부는 국가 행정을 지역 단위로 지원해 주며, 적절히 기능을 분담하기 때문에 지방 자치가 없을 때보다 효율적이다.
5.4. 위험성 분산, 성공 기회 확대
지방 자치는 정책의 시행착오를 분산시킨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중앙정부가 오롯이 모든 정책을 국가 단위로 일제히 시행해야 하고, 만약 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 그 피해를 전국이 뒤집어 쓴다. 그러나 지방 정부는 오로지 일부 지역에서만 정책을 실시하기 때문에 다른 지방에 반면교사가 되거나 참고 사례로 기능할 수 있고, 실패의 부담도 최소화한다.
6. 대한민국
6.1. 역사
1948년 대한민국 헌법에서 지방자치를 명시하고, 이듬해인 1949년 최초의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 당시의 지방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로서 특별시(서울특별시)와 도, 기초자치단체로서 시·읍·면을 두었다. 현재와는 달리 구나 군은 기초자치단체가 아니었다는 것과[4] ,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실시하지 않고[5] 지방의회 선거[6] 만 실시하였다는 것 등의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 최초의 지방선거는 1952년에 실시되었다.
이후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나고 개헌을 통해 제2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지방선거 대상이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인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고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만들어, 지방의회를 해산하고 지방자치단체를 명목상으로만 유지하고 실질적으로는 폐지하며, 지방자치의 부활을 남북통일 이후로 유보한다고 결정함으로서 지방자치제도가 명목상으로만 유지되고 실질적으로는 폐지된 흑역사가 있다.[7] 이 때부터 특별·직할시장, 도지사, 시장, 군수 등 각급 행정구역의 장을 모두 중앙정부(내무부)에서 직접 임명하는 '''임명제'''(관선제)가 실시되었다. 거기에 본래는 읍과 면이 기초자치단체였는데 이를 이 임시조치에서 군이 기초자치단체격을 갖는 것으로 바꿨다.
그러다가 1987년 6월 항쟁으로 인해 개헌이 이루어지면서 임시조치법은 폐지되고, 개정 헌법에 따라 1987년 지방자치법이 부활하여 1991년부터 지방선거가 다시 치러지기 시작하였다(지방의회 선거는 1991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1995년부터 실시). 1987년 지방자치법의 부활과 함께 특별시와 자치구도 법률상 지방자치단체로 인정되었다. 현행 지방자치제의 본격적인 시작은 1995년 7월 1일로 본다.
6.2. 조항
현행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지방자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지방자치를 명시하지 않은 국가들도 상당히 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명시한 이유는 위의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보듯 임시조치법 등으로 지방자치를 무력화해 버린 흑역사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또 지방자치가 무력화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제헌헌법에서부터 현행헌법까지 지방자치에 관한 조항은 전부 있었으나, 제3공화국부터 제5공화국까지의 기간중에는 부칙으로 지방의회의 구성을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사실상 유보를 시킨것이다. 특히 제4공화국 헌법 부칙 제10조에서 지방의회의 구성시기를 통일전까지 구성을 아예 못하게 막음으로써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한 3, 5공에 비해 매우 퇴보하였던 흑역사가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관해서는 지방자치법 문서로.
6.3. 한계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제도는 제도의 구조상 난맥과 미성숙으로 '''현재 썩 좋은 편은 아니다.'''
6.3.1. 열악한 재정자립도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인데, 일단 제도적 측면에선 세제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가 열악하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에 대한 높은 재정의존도는 지자체가 예산심의를 하는 국회에 크게 의존하게 하여 국회의원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퍼주기예산 공약을 통한 득표라는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지방살림은 지방에서 맡아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예산을 기대는 우스운 꼴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엄연히 지방에도 지방의회가 있음에도 전체적인 국가의 시스템을 관리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지방에 시도때도 없이 기웃댄다.[8]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지방자치를 애초에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국회의원의 타락에도 한몫한다. 중앙에서 강력한 돈줄을 쥐고 있으니 국회의원들에게 여러가지 비리를 저지를 만한 구석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스레 돈과 권력있는 자들의 로비가 줄을 이으며 정치판의 타락에도 기여한다.
특히 예산의 대부분이 중앙에서 내려오는데다가 쓰고 남은 예산은 거둬가버리니, 주어지는 예산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감도 극히 미비하다. 예산을 아껴 모아서 다른데에 쓸 수 있다면 헤프게 쓰진 않을텐데, 남은 예산은 거둬가버리니 남는 예산으로 보도블럭이라도 갈아야겠다며 허구헌 날 온 동네의 보도블럭을 갈아엎어대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행동이 실질적으로 시민 생활에 와닿기 힘들어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치적쌓기나 보여주기 행사에 정신을 파는 경우가 많다.
6.3.2. 지방세의 작은 비중
한국의 법 자체가 각 지방이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태로 짜여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각 지방에서 벌어들이는 세금에서 대부분의 세목을 국세로 지정해놓아 중앙정부로 흘러가고, 반면 지방이 번 돈이 지방자치단체의 손에 들어가는 지방세 항목이 많지가 않아서 각 지방이 알아서 뭔가 하기엔 돈이 없어서 제대로 할수가 없으니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태로 법이 짜여 있는 것.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울산광역시 등 일부를 제외하면 많은 지자체들이 재정자립도가 50%조차 넘지 못하여 중앙정부의 교부세와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게 대한민국 지방자치제도의 현실이다. 당연히 교부세와 보조금에 의존하게되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중앙정부에 구속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슨 사업을 하려 해도 중앙정부에서 교부세/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뒤집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이런 상황을 두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자치는 없고 지방선거만 있다'''며 비판했을 정도다.# 한마디로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벌릴 수단도, 재원도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중앙정부에만 의존하게 만드는게 무슨 지방자치냐는 것.
현재 한국의 조세 중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국8:지2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그 2의 지방세를 광역(시/도)와 기초(시/군/구)가 나눠야 하기 때문에(나누는 방식은 광역시냐 아니냐, 도 소속의 대도시냐 아니냐, 대도시도 50만이냐 100만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돌아가는 외국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지방세 지분이 지나칠정도로 너무 적다. 따라서 국세와 지방세 배분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해야 한다.
6.3.3. 대형 사업에서의 갈등
지방자치단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대형사업, 즉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대형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사업이 바로 '''교통과 교육'''사업인데 이 두 사업은 예산규모가 큰 만큼 당연히 '''중앙정부'''한테 예비타당성조사와 예산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허가권'''이 넘어가있는 상태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무리 계획을 짜도 중앙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로 지방정부의 결정을 간단히 뒤집을 수 있다. '''국비 지원이 없다면 지하철 공사 등의 공사는 지자체의 자체 예산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돈이 없다. 대규모 사업이 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영구적으로 폐지되는 것이다. 예타를 설령 통과한다 하더라도 예산지원을 '''수익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 아닌 중앙정부 입맛에 맞게 조절'''하면서 티스푼 공사와 선개통 후완공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러다보니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교통시설 계획들이 중앙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가장 부유하다는 서울특별시조차 중앙정부의 외환위기를 핑계로 중앙정부에서 '''3기 지하철 계획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학교 신설 및 폐지 계획은 교육청이 하지만 실제 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자체이며, 건설비 및 각종 설비비, 운영비는 '''지자체에서 지출'''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고유권한인 도서관, 지방문화시설 등도 교육청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계획을 공유하여 협력하도록 하고 있다. 보통 광역시나 특별시, 특별자치시의 시립도서관은 교육청이 계획을 세워서 광역자치단체가 집행하며, 기초자치단체 소속의 공공도서관은 기초자치단체가 계획 - 건설 - 운영을 전담하나 지역 교육지원청과의 계획협의가 필수이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비교적 소액으로 보여도 '''중앙정부의 입맛에 따라 마구잡이로 바뀌기 일쑤'''라는 것이다. 학교의 운영부터 대한민국 교육부와 예산을 기획재정부에서 시시콜콜한 점까지 태클걸기 일쑤요, 도서관 같은 경우 500억원 이상 안 들어가게하려고(500억 이상 들면 기획재정부 예타를 거쳐야한다) 장기적인 생존이 담보되지 않는 작은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인데도 규모를 일부러 줄여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는 편법을 쓴다. 당연히 규모가 줄면 지역주민들만 피해를 본다.
예를 들어서 2,000여세대 대단지 아파트를 짓게 되어 분양시에 거둬들인 부담금으로 학교를 신설하기로 했는데, 중앙정부에서 교육청에 압력을 넣어서 학교를 못 짓게 하는 사례가 '''실제로 있다'''. 당연히 아파트 단지 부지에 공터가 뻥 뚫린 채로 수년간 방치되고 있다. 입주민들의 자녀들은 이 결정으로 인해 통학거리가 늘어나고, 하필이면 학군에 배정된 학교들이 주변에 러브호텔이 있는 곳인데다 길이 대로라서 아이들한테는 위험한 곳이다.
6.3.4.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부권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 침해도 심각하다. 특히 행정안전부 장관한테는 지방자치제도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이 하나 있다. 바로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을 통과한 조례 의결에 대한 거부권'''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가 타당하다고 보고 수용해서 행안부한테 조례 회람을 요청할때, 행정안전부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조례 수용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자의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심지어 이게 자주 행사된다.''' 1년에 30번 이상은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광역이건 기초건)의 조례 의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여 일이 생기곤 한다. 지자체가 핵심 사업에 대해 심의하여 올려보냈는데, 행안부가 턱하고 앞길을 막아버리는 것. 이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갈등을 많이 빚는다.
6.3.5. 지방 토호
중앙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틈을 타 지방 토호들과의 유착이 심한 경우가 많다.[9] 지자체들이 지방채를 무리하게 발행하여 유리궁전으로 호화청사를 짓고는 나중에 중앙정부에 구조 요청을 하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지곤 한다.
상기한 토호와 지자체간의 유착은 강릉시 비리 사례, 섬노예, 황제노역 사건 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군수가 더욱 심한데, 인구가 3~5만이 대부분인 군에서 뽑히는 군수는 해당 군에서의 영향력 있는 토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10] 이런 작은 군의 군수가 된 토호가 수십년간 알고 지낸 다른 토호들과의 유착으로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르다가 들통나서 파면된 군수들이 꽤 있다.
토호뿐만 아니라 부패한 지역 토착 기업도 큰 문제다. 생탁으로 유명한 부산합동양조의 경우가 좋은 예인데,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근무환경과 수많은 노동법 위반을 저지르고도 기업이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은 주 소비층이 노년층이라는 것도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심각한 부산광역시가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토착 기업들이 각종 갑질과 착취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지방의 취업난, 경제난과 재정자립도가 낮아 섣불리 쳐내지 못하는 까닭도 있다.[11]
현재 곳곳의 자치단체장들이 실적쌓기를 위한 온갖 전시행정을 남발하고, 이 과정에서 단체장들은 공무원들과 한통속이 되어서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 결과 지방재정은 고갈이 날 정도로 악화되고 선거 끝나면 그만인 자치단체 정치인들과 달리 그 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의원들은 자기들이 지역토호인 것을 이용해서, 오히려 한편이 되거나 자신들이 더 주도적이 되어버리는 등 부정부패를 막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다. 높은 이상을 가지고 출발한 지방자치제가 최악의 사람을 만날 경우 최악의 제도가 되는 것이다. 다만 이는 그 지방 자치가 발달했다는 선진국들에서도 이런 문제에서는 각자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탈리아의 경우 마피아 집단과 지방정부가 결탁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특히 이는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선진국들에서도 겪는 문제로[12] '고인물이 썩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황제노역 사건이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처럼 공권력이 지역과 밀착된 상태이거나 전라남도 신안군[13] 등 일부 지역에서 공권력 전체가 지역 토호로 구성된 노예주들과 한패거리라는 것이 대표적인 작은 사회 및 닫힌 사회 범죄인데, 이는 해당 지역 사람을 그대로 파견 배치하고 장기간 그 자리에 앉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래서 작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치안인력의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교대 배치하여 임지를 수시로 바꾸고, 이를 통해 지역 토호와의 유착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6.3.6. 지방 불균형
지방 간 불균형이 극심한 상황에서 실시하는 것도 문제이다. 현재 한국은 인구와 경제력에서 경부축선과 비경부축선 지역의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 특히, 영남권은 인구 1,300만여 명에 광역자치단체만 5개(경상남·북도 및 부산·대구·울산광역시)가 있고, 수도권(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및 경기도)은 인구 2,500만여 명의 세계 4위 광역경제권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자치제를 실시하자는 건 나머지 지역은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도시학, 행정학 등의 학계에서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자치(지방분권)의 양립이 아주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균형발전은 의도적으로 소외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해 줘야 성공할 수 있는데, 각 지역에 주어진 자원의 차이를 인정해버리는 지방자치는 소외지역의 발전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6.3.7. 역사적 생소함
미국, 중국, 러시아, 캐나다, 인도, 브라질, 호주처럼 너무 영토가 커서 분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거나 영국, 독일, 이탈리아처럼 지방 분권의 역사가 오래된 지역의 경우 수백년간 길러진 문화나 사고방식의 문제로 이런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천년 동안이나 중앙집권체제에 워낙 익숙해졌기 때문에 서양권보다 지방자치제가 더 활성화되기 힘들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특히 미국, 영국, 러시아, 독일 등과 같은 나라들은 연방, 혹은 연합 국가라 지방 분권이 불가피하지만 한국은 그런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방 분권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 더 깊이 파고든다면 유럽의 경우에는 로마 제국이 망한 뒤에도 지방들 간의 교류와 왕래가 빈번했으며 국왕은 그저 영주들 가운데 가장 힘이 센 사람에 불과했었기 때문에 영지 하나하나가 각각 하나의 국가나 다름이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중앙집권이 나타났는데, 이때에도 바로 국왕의 권력이 전국 곳곳에 퍼지진 못했거나 귀족연립정권의 형태로 중앙집권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중앙에서 각 지방을 한국과 중국처럼 장악을 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중앙집권을 하려해도 지방에 권력을 주어야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난 2020년 기준으로 발달한 정보통신기술로 중앙집권을 하려면 가능은 하지만 이미 전통이 굳어버렸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변하진 않는다. 러시아처럼 비용이나 중앙이 개입이 어려운 각 지방 사정[14] 이 있는 경우도 있다.
[1] 미국에서는 지역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벌어지는 지역 이기주의를 칭할 때 이 별명을 비꼬는 '인조잔디(Astroturf)' 라는 말을 쓴다.[2] 당장 1961년부터 1991년까지 지방자치제도 자체가 없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틀어쥐고 모든 것을 하던 나라다. 2014년이라고 해봐야 아직 지방자치 30년도 안 됐다.[3] 마찬가지로 수능이 문제가 많으니 수능을 폐지하자, 악플이 문제니 댓글 제도를 없애자는 논리가 얼마나 비판 받는지 다들 알 것이다.[4] 미국이나 일본의 지방자치제와 유사하다. 미국의 경우 City, Town, Village 세 종류의 기초자치단체가 있고, 흔히 '군'이라고 번역되는 County는 여러 City, Town, Village를 묶는 상위 행정구역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과 비슷한 구성의 시정촌이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고, 군은 몇 개의 정·촌을 묶은 지역적 구분에 불과할 뿐 행정력을 가지는 행정기구도, 자치권을 가지는 자치단체도 아니다.[5] 서울특별시장 및 각 도지사, 각 군수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시·읍·면의 장은 기초지방의회에서 의원들이 선출했다. 후자의 시·읍·면장의 경우는 지방판 의원내각제인 셈.[6] 당연히 당시 기초자치단체였던 읍·면에 읍·면의회가 있었다.[7] 명목상으로도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다(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폐지'보다는 '무력화'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당장 임시조치법에서도 '지방자치(단체)'란 용어는 계속 쓰며, 국가(중앙정부)와는 별개의 법적인 지위(법인격)도 그대로였다. 지방재·세정도 기본적으로는 국가재·세정과 분리돼 운용됐다. 가령 서울특별시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은 국가재정이 아닌 서울특별시 재정으로 추진하고, 부족하면 국채가 아닌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했다.[8] 지역구 국회의원은 본질적으로 전국을 일정한 인구 규모를 기준으로 선거구로 구획해 그 선거구를 '''국가적으로 대표하는''' 자리다. 따라서 지역 현안보다는 국가 전체에 관련된 입법 및 행정부 견제 활동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물론 지역문제에 전혀 무관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9] 다만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외국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10] 특정 정당의 콘크리트 지역이라 불리는 TK와 호남에서도 그 특정 정당 군수 후보를 제치고 무소속 군수 후보가 당선되는 게 그 증거다.[11] 여기에 한국의 복지가 열악한 것도 한몫한다.[12] 이 때문에 몇몇 국가들은 소도시나 농촌지역의 치안을 경찰이 아닌 군인에게 맡기기도 한다. 국가 헌병대 문서로.[13] 대표적으로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있다.[14] 정치적, 경제적 등. 예를 든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체첸, 크림 반도, 극동 지역을 들 수 있다. 다만 체첸의 경우는 내전이 일어났기에 중앙정부에서 신경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