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재판/최순실·안종범·정호성/2017년
1. 2017년 1월 5일 - 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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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5일, 첫 공판기일을 시작했다. 피고인 3명은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증거기록은 총 27,000쪽이다. 최순실·안종범이 공범으로 명시된 공소사실은 총 11개였고, 검찰은 PPT를 동원해 약 1시간 동안 설명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PPT를 동원한 설명에 불만을 표하며, 이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대체적으로 검찰의 증거 설명 도중 끼어들어 반박을 하거나, 동의했던 증거를 부동의하는 등 다른 재판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변론 형태를 견지했다. 이에 대해 검찰도 크게 반발해 양측이 날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증을 통해 조성민 더블루K 대표가 김종을 '골든벨'로 휴대전화 다이어리에 표기해둔 사실,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비서관이 조성민에게 "점심식사 약속을 간청했다"는 사실, 안종범이 갖가지 증거인멸 전략을 짜내는 와중에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돌린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안종범은 조선족 명의의 대포폰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최순실이 롯데그룹으로부터 '하남 체육시설' 건립 명분으로 받은 70억 원을 6월 9일부터 13일까지 순차적으로 돌려준 이유가 드러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70억 원을 받은지 8일이 지난 2016년 6월 2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6월 10일에는 롯데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최순실에게도 금전적 타격을 준 정운호 게이트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2. 2017년 1월 11일 - 서증
2017년 1월 11일 제2차 공판기일에서, 이경재 변호사는 최순실의 서울구치소 출정 기록을 요구하며 검찰의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부장검사가 직접 나서 최순실에게 강한 질책성 훈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조서의 효력을 흔들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아울러 안종범 측도 자신의 수첩 17권에 대해 "검찰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며 독수독과이론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판이 밤 10시까지 이어졌음에도 검찰의 서증 설명은 여전히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고영태와 노승일의 집을 압수수색했을 때에도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등 각종 정부 문건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청와대의 한 행정관은, 검찰이 자신이 작성한 문건을 제시하자 "이것도 유출된 것이냐"며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최순실은 피의자 조사 중 "정호성을 통해 재단과 관련된 통화를 한 사실은 있고, 2012년 대선부터 연설문이나 말씀자료 등에 대한 의견을 주며 일부를 받아들여 수정된 사실은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은 정호성에 대해 "정호성이 워낙 충신이라 대통령의 뜻을 잘 표현하기 위해 내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3. 2017년 1월 13일 - 서증
2017년 1월 13일 제3차 공판기일이 돼서야 검찰의 서증이 끝났다. 이어 최순실 측 최광휴 변호사의 반박 의견 제시 후 공판이 마무리됐다. 검찰의 서증에 따르면, 박근혜는 장시호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차은택의 인터플레이그라운드를 위한 영업을 직접 뛴 정황이 드러났다. 황창규 KT 회장에게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소개했고, 허창수 GS그룹 회장에게는 인터플레이그라운드를 소개한 것이다.
이어 최순실의 빌딩 관리인이 "인테리어 공사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청와대 관저 내 박근혜의 침실 인테리어 공사에도 동원된 정황도 드러났다. 해당 관리인은 최순실의 지시로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했고, 박근혜도 구체적인 사항을 지시했다고 한다. 출입은 대통령경호실 직원의 안내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외에도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최태원의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안종범에게 "하늘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 살리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정황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정치인 이 모 씨가 "조선일보 수뇌부와 만나서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최태원 회장이 조속히 나와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걱정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톤의 사설을 기재한다'고 했다. 잘 부탁드린다"고 안종범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정황도 드러났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2015년 8월 14일자 사설 "特赦 기준, '대통령 재량'에만 맡기지 말고 法으로 정해야"에서 최태원을 언급하며 사면에 관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해당 재판에서 드러난 안종범의 문자메시지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이 이야기를 누락했다.#
그외에도 ▲정유라가 최순실의 여비서에게 "나도 대포폰을 달라"고 요구한 정황 ▲최순실이 관세청 인사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보이는 문건이 류상영 더블루K 과장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정황 ▲박근혜가 "박정희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념관 리모델링에 미르재단을 참여시키라"고 안종범에 지시하고, 이후 우병우 재직 시절의 민정수석실이 리모델링을 주관했다는 정황이 담긴 2016년 3월 14일자 '대통령 주요지시사항 이행 상황표' 등도 공개됐다.
최순실 측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모두 차은택이 주도한 것이고, 더블루K는 고영태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은 재단 관련 이권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셈이다. 이어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외장하드 속 문서에 대해서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의견 없이 강행한 것"이라면서, 증거능력상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이 일방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거쳐 확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를 인용해 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이경재는 검찰의 공소 제기 논리를 "청와대가 정책을 선도하면, 기업이 거절하지 못해 순응하기 때문에 강요"라고 정리하며, "군부독재시대 동굴에 갇힌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데아의 그림자를 보고 실체라고 믿는다"는 플라톤의 비판을 토대로, 검찰의 공소를, 나아가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 전반에 대해 "실체라고 믿고 있을 뿐인 그림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볼 개연성이 있다.
4. 2017년 1월 18일 - 서증
2017년 1월 18일 공판기일에서는 정호성의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관한 검찰의 공소사실·서류 증거 요지 설명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정호성은 최순실에게 다음과 같은 문건들을 넘겼다.
정호성과 최순실이 연락한 횟수는 2년 간 2,092회였고, 그중 895회는 전화통화였다고 한다.▲ 17부 3처 17청 정부조직도 및 인사안·감사원장 및 국정원장 등 인사안
▲ 국가정보원 2차장 및 기획조정실장 인선발표안
▲ 중국 특사단 추천안 등 13건의 인사자료
▲ 대통령 말씀자료: 11차 국무회의 비공개 부처별 지시사항 등
▲ 대통령 업무보고서
▲ 외교상 기밀문건: 미국·일본·중국 등 각국 정상들과의 전화통화 자료, 미국 국무장관·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접견자료
▲ 대통령의 해외순방 자료 및 일정표
한편, 정호성은 차기환 변호사가 불출석하고, 강갑진 변호사만이 출석한 가운데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도 인정한다"면서, 제2차 공판준비기일과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모라는 말은 법률적 개념과는 별개로 저나 일반인의 시각에서 '둘이 짜고 나쁜 짓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최순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라'고 말씀하신 것은 맞다"면서도, "매 건마다 지시하신 것은 아니고, 국정을 운영하시는 데에 있어 뭔가 잘 해보고 확인해보려고 하신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도 조금이라도 잘 보좌하려고 했던 일"이라면서, "그런데도 공모를 했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당시의 발언, 즉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였다"거나,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고 하고,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과 맥락이 완전히 일치한다.
즉,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한 말과 똑같은 말을 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박 대통령과의 공모를 인정한 것 같지만, 박 대통령과 똑같은 입장을 드러냄으로써 "악의적 유출은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함에 따라 교묘하게 공모를 부인한 것으로 조심스럽게 해석해볼 수도 있다. 다른 해석을 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의견을 추가해주시길 바란다.
5. 2017년 1월 19일 - 증인: 이승철·이용우
2017년 1월 19일 공판기일에는 이승철 전경련 상임부회장과 이용우 사회본부장이 각각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밤 11시 40분까지 진행됐을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이승철은 "'VIP께서 주요그룹 회장들과 문화·체육 관련 재단을 각각 하나씩 만들라고 이야기가 다 됐고, 규모는 각 300억 원씩이니 확인 후 설립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재산 출연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재단의 취지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잘 몰랐고, 청와대가 하라고 해서 전경련 임직원들도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철의 증언에 따르면, 재단 설립 지시를 한 사람은 안종범이었다.
이승철은 "2016년 9월 이후 '두 재단을 통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면서, "이용우로부터 '최 여사님의 뜻'이라는 정동춘의 전언을 들었다"는 증언도 했다. 이 전언은, 정동춘이 "나와 김필승 등이 통합재단의 이사를 맡고, 특히 나는 통합재단의 이사장을 맡는다는 것이 최 여사님의 뜻"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았음에도, 노승일에 대한 징계 관련 이사회를 주관하는 등 여전히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정동춘의 상황과 맞물리는 흥미로운 증언이기도 하다.
이어 증언한 것은 안종범의 증거인멸 지시였다. 이승철의 증언에 따르면, 안종범은 수시로 말 맞추기를 지시했다. 이승철은 "늘 가지고 다닌다"면서, 이승철 자신이 전화통화로 들었던 안종범의 지시를 옆에서 전경련 직원이 메모했던 포스트잇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순실 측은 이승철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의 강요로 재단의 기금을 출연했다는 재벌 총수는 없었다"며 '위증죄'를 거론했다. 안종범 측은 "양 재단의 출범 과정에서 증인의 역할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전경련 부회장으로서는 꼭두각시나 허수아비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고 이승철에게 모욕을 주기도 했다. 이승철은 이런 추궁에 대해 차라리 "이 일에 대해서는 그렇다"며 인정하는 방향으로 증언을 했다. 모욕을 주면서 원하는 증언을 얻어내려는 시도에, 모욕을 감수하면서 원하는 증언을 하지 않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수사팀 확대·야당 특검은 전혀 걱정안하셔도 되고, 새누리당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먼저 컨트롤하기 위한 것이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문제 없으니, 고생하시겠지만 너무 걱정말라."
이어 증언한 이용우 본부장은 더욱 적나라한 증언을 했다. "전경련 직원을 파견해달라"는 미르재단의 요청을 거절하자, 이성한이 "이용우가 왜 이렇게 뻣뻣하고 비협조적이냐"고 성토했고, 이어 이승철의 질책을 들은 이용우는 이성한의 사무실에 케이크를 들고 가서 "파견만 철회해주시면 날마다 와서라도 회의하겠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미르재단의 사무실을 김소영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이 직접 나서서 알아봤다는 취지의 증언 ▲일부 기업이 재단 출연 약정서를 내지 않자,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現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아직도 내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며 청와대·전경련 담당자 간 회의에서 짜증을 냈다는 취지의 증언도 이어졌다. 이용우의 증언에 따르면, 최상목이 화를 내면서 회의 분위기도 험악해졌다고 한다.
6. 2017년 1월 20일 - 증인: 이한선·정현식
2017년 1월 20일 공판기일에는 재판부가 안종범의 수첩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는 안종범 측 주장을 기각하며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열람 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검사는 범죄수사 중 실체적 증거를 발견하면 확보해 입증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 판단에 따라 압수했다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압수 대상은 동종 유사범죄와 관련 있는 물건도 압수할 수 있다"며, "안종범의 수첩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같거나, 김 씨에 대한 증거인멸을 의심할 만한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안종범은 이에 대해 "국가의 기밀도 수첩에 적혀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며, "검찰에도 그점을 말씀드렸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러면서 "돌려준다고 했음에도 아직도 원본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수사를 받을 때에도 수첩에 대해서는 원본이 아닌 복사본을 보며 진술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는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연이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한선은 "차은택의 소개로 이성한·김성현·김홍탁 등과 함께 최순실을 만났다"면서, "최순실은 '대한민국은 문화가 발전해야 앞으로 살아남는다'며, '대한민국의 문화 융성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최순실이 미르재단의 실소유주라는 취지의 증언이다.
그러면서 "차은택의 제의로 김성현·김홍탁 등과 함께 최경희 당시 이화여대 총장을 찾아가 최경희는 물론, 미르재단의 '페랑디 미르' 사업 협의를 위해 식품영양학과 교수들을 만났다"거나 "차은택과 김성현은 '최순실·차은택·김성현·최경희 등 4명이 63빌딩에서 만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는 증언을 이어갔다. 최경희는 2016년 12월 15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정유라의 학부모로 알고 2회 만났다"고 말했기 때문에, 최경희에 대한 위증 의심을 더욱 굳힐 수 있는 증언이었다.
이한선은 청와대의 재단 운영 개입에 대한 증언도 했다. "중국에 출장을 갈 때는 청와대 행정관이 신속하게 비자를 받도록 도와줬고, 사무실을 알아볼 때에는 안종범과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이 개입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이용우와 똑같은 취지의 증언이다. 뿐만 아니라, "내(이한선)가 '회의가 많이 귀찮다'고 말하니, 김 비서관은 'VIP가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했다. 이에 대한 물증으로, 검찰은 이한선이 가지고 있던 청와대 관계자들의 명함을 제시했다.
검찰은 이에 덧붙여 "미르재단이 추진한 케이밀 사업(아동영양식 개발사업)은 최순실이 코리아에이드 사업을 미리 알고 개발한 사업으로 보인다"며, "최순실이 개발한 레시피의 케이밀이 코리아에이드의 치적으로 홍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현식은 "최순실이 뭔가 지시하면, 안종범이 1~2일 후 전화를 해서 똑같은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르면, 심지어 안종범은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의 연봉 문제에까지 개입했다고 한다. 정현식의 증언에 따르면, 2016년 6월에 위촉한 태권도 지도교수의 연봉을 1억 3천만 원으로 책정했더니, 최순실은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면서, "이 재단이 어떻게 만들어진 재단인데, 재단을 말아드시려고 그러느냐"고 질타했다고 한다. 안종범도 미르재단 임직원 연봉에 대한 보고를 받더니, "너무 과하고 높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종범은 정현식에게 조성민 더블루K 대표를 소개하면서 "이 사업은 VIP께서 관심을 가진 사업이니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안종범이 유정복 인천시장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소개해줬고, 2016년 3월 롯데그룹에 "누슬리의 기술을 이용해 가설 형태로 시설을 건립하겠다"며 지원을 요청하는 PPT를 진행하는 현장에도 안종범이 직접 참석했다고 한다.
심지어 부영그룹이 재단 기금 출연에 대해 '세무조사 무마'를 거론한 현장에도 안종범이 있었다고 한다. 부영의 조건을 들은 최순실은 "그런 조건을 달면 필요 없다"며, "받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안종범 측은 "안종범은 그 현장에 없었다"고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정현식도 "분명히 수석님도 동석중이었다"고 맞섰다.
참고로, 정현식이 최순실을 부르는 호칭은 '회장님'이었고, 안종범을 부르는 호칭은 '수석님'이었다. 정현식은 "K스포츠재단에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와 연결돼 실질적으로 재단의 업무를 관장하고 지원한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7. 2017년 1월 24일 - 증인: 정동춘·노승일
2017년 1월 24일 공판기일에는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노승일 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동춘은 "전경련이 기업들로부터 협찬을 받으려면 대통령 정도의 권력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며, 그 이유에서 "재단을 만든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재단의 중요 의사 결정 및 운영은 최순실의 지시를 받아 안종범의 확인을 받은 뒤 이루어지는 식"이었고, "재단 이사진들은 바지사장 노릇과 유사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안종범과 최순실이 직접 소통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 안종범이 했던 말을 증언하기도 했다. 정동춘이 증언한, 안종범의 말은 "VIP 앞에서 최 여사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금기"라는 것이었다. 정동춘은 최순실 측 신문에서는 "최순실이 세세한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노승일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장과 직원 간 수직적 관계로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더블루K는 전략을 짜며 지시하는 헤드이고, K스포츠재단은 돈 가지고 실행만 하는 몸통"이라는 등 최순실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6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어갔다. 아울러 "최순실이 원했던 K스포츠재단 기금은 1천억 원"이었고, "더블루K와 누슬리 간 에이전트 계약도 청와대가 뒷배경이 아니었으면 안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노승일은 "더블루K가 제안했던 여자 배드민턴 팀 창단을 포스코가 거절했을 때에도, 최순실은 '감히 누가 지시하는데 못하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안종범은 보좌관을 보내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가 검찰에 출석하기 전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며, 안종범 측이 보냈다는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10월 27일 독일에 체류중이던 최순실과 통화를 나눈 것을 녹음한 파일도 법정에서 재생됐다. 이에 따르면, 최순실은 게이트 정국 초반 ▲이성한을 협박범으로 몰아 사태를 해결하려고 했고 ▲"나도 검찰 불려가서 구속될지 모른다"며 자신의 구속을 예감했다. 또한 ▲최순실이 "이 사람들이 급하니 안 수석한테 그러는 모양[1] 인데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청와대가 안종범에게 독박을 씌우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정황도 드러났다. 노승일은 최순실의 업무 지시가 고스란히 드러난 포스트잇 메모 5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일단 "존재 자체만 증거로 인정하는 선"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한편, 이경재 변호사는 노승일과 고영태의 개인정보에 대한 질의를 하려다가 검찰과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어 이완영·이정국 정강 상무 등과 함께 한 '고령향우회 술자리 사진'이 억울했던듯, "잘못된 사진이고, 3년 전 일이므로 사건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했다. 아울러 "정동춘이 직원들에게 '최순실의 면회를 간다'고 이야기를 했다"는 노승일의 검찰 진술에 대해 "최순실은, 변호인 외에는 면회가 금지됐는데 무슨 말이냐"고 추궁하다가, 노승일이 "(그 말을 해준 직원들에게 지금) 전화해볼까요?"라고 반박함에 따라 방청객들도 웃는 일이 있었다.
8. 2017년 1월 31일 - 증인: 김성현·박헌영
2017년 1월 31일 공판기일에는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과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은 각각 재단에 대해 "최순실이 모든 업무를 관장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김성현은 "최순실·차은택·이한선과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최경희 당시 이화여대 총장을 63빌딩에서 3회 만나 명함도 직접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로써, 국정조사 제2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정유라의 학부모로 알고 2회 만났다"고 증언한 최경희의 위증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한선 전 미르재단 이사도 같은 취지의 법정 증언을 했던 적이 있다.
이어 "장순호가 플레이그라운드 재무이사로 재직하는 동안은 최순실의 회사라고 생각하고, 최순실이 '손을 떼겠다'고 말한 뒤 차은택이 등장했다"는 증언이 나옴에 따라, 플레이그라운드의 실소유주 여부를 둘러싼 최순실과 차은택의 책임 공방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성현은 이에 관해 "차은택은 차명으로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월급을 가져갔다"며, "최순실로부터 '광고도 못따오면서 월급만 가져간다'고 질타당한 뒤, 월급을 가져가지 못했다"는 증언을 남기기도 했다.
박헌영은 "최순실은 감정기복이 심하고 무서운 사람"이라며, "고영태도 최순실 앞에서는 쩔쩔 매서 더 무서웠다"는 증언을 했다. 그러면서 노승일이 제출한 바 있는 '최순실의 업무 지시 포스트잇 메모'에 대해 "최순실의 자필"이라는 증언을 했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은 '포스트잇을 잘 쓰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며, 사무함을 가져다놓고 포스트잇을 종류별로 배치해 사용한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평창올림픽 시설에 대한 누슬리와 더블루K 간 에이전트 계약에 대해서도 "최순실은 '안종범과 김종이 업무협약식 체결 현장으로 곧 갈 것"이라고 말했고, 1시간 30분 후 안종범과 김종이 순차적으로 업무협약식을 방문했다"고 증언했다. 박헌영은 "최순실은 '5%가 명시돼 있어야 안종범과 김종도 참석한다'고 말했다"며, "안종범과 김종이 나타나자 누슬리 사람들도 놀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순실은 재판 종료 무렵 "제가 실무를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의견을 제시했을 뿐인데 다 제가 한 것처럼 해서 억울하다"며, "제가 이야기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사실관계가 다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저한테도, 증인한테 (질문을 할)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9. 2017년 2월 6일 - 증인: 이성한·고영태
2017년 2월 6일에는 가장 관심을 끌었던 증인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연이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성한은 "2015년 9월 미르재단 관계자들 간 모임에서 최순실이 '백제의 문화적 혼이 문화융성에 모티베이션(Motivation)이 될 수 있느냐'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마치 박 대통령의 발언처럼 '혼'이 언급됐기에 눈길을 끈 증언이었다. 이어 2016년 7월 고영태의 연락을 받고 한강변에서 최순실의 차 안에서 최순실을 만나 나눈 대화를 최순실 몰래 녹음했던 것이 재생되기도 했다. 휴대전화를 바깥으로 빼놓은 채 대화를 나눈 것이었지만, 이성한의 품 속에는 다른 녹음기가 있었던 것이다. 최순실은 이 대화에서 "기막히게 둘(차은택과 이성한)이 싸움에 (최순실 자신의) 새우등 터지는 거잖아. 본인들 싸움에 내가 터진거지, 뭐."라고 말하며, "내가 뭘 이득을 봤어? 뭘 봤어?"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최순실은 발언권을 얻어 이성한에게 "누구 전화기로 녹음한 것이냐"며, "계획적으로 녹음기를 가져온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이성한도 "당신이 나를 미친 놈으로 생각한다고 봐서였다"고 반박했다. 최순실은 이에 "당신과 한미약품 간 사업상 소송 때문에, 당신이 내게 '땅을 사주든지 5억을 주든지 하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이성한을 성토했고, 이성한은 "그런 적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오후에는 초미의 관심 대상이었던 고영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영태는 최순실과 알게 된 계기에 대해 "최순실과는 '빌로밀로'로 가방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됐고, 친구였던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이 '최태민의 딸'이라고 말해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차은택의 추천대로 장관이 임명되고, 예산이 최순실의 의사대로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겁이 났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대통령 연설문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을 정윤회의 부인이라고만 알았다"던 안봉근의 검찰 진술과는 달리, 고영태는 "2012년 말, 청담동 카페에서 최순실과 함께 안봉근을 만났다"는 증언을 했다. 이어 최순실의 관세청 인사 개입에 대해서도 보다 자세히 증언했다. 최순실이 "인천세관장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함에 따라, 류상영이 김대섭 현 인천세관장의 이력서를 전해줬고, 고영태는 이를 받아 최순실에게 줬다는 것이었다. 이어 김대현으로부터 상품권을 받아 최순실에게도 전달해줬다. 뿐만 아니라 인사국장에는 "최순실의 해외 출국 시 편의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상기 관세청 과장을 추천했다고도 증언했다."2015년 1월, 더블루K 사무실 내 최순실의 방에 있던 컴퓨터 화면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봤다. 최순실이 자기 방에서 문서 작업을 하다가 프린터가 안된다길래 들어갔다가 본 것이다."
"2016년 8월에는 최순실이 인호섭 미얀마 무역진흥국 서울사무소 관장 겸 MITS코리아 대표,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과 함께 미얀마를 방문해 유재경 대사를 만났다"는 증언도 있었다. 고영태는 유재경과 최순실의 관계에 대해서도 "2016년 4월 초에도 있었던 그 사람들과의 회동에서 '아그레망을 보내주겠다'는 등의 대화를 했다"는 증언도 했다.
한편, 최순실의 변호인들은 "빌로밀로는 구두 제작 업체 아니냐"며, 고영태에게 "구두 제작 기술이 있느냐"고 추궁하거나 "더블루K에는 최순실의 집무실이 없다"면서 도면을 토대로 고영태를 추궁하다가 고영태에게 "더블루K 사무실을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도면으로 뭘 안다는거냐"는 반박을 당하는 등 방청객들조차 웃음을 참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최순실 측이 이런 식으로 고영태를 추궁하자 격분한 노년 여성 방청객이 최순실 측 변호인들을 향해 "천벌을 받을 것"이라며, "왜 그렇게 증인을 다그치냐, 돈이 그렇게 좋느냐"고 고함을 치다가 퇴정당하는 일도 있었다.
최순실도 직접 발언권을 얻어 고영태를 공격했다. 7분 간 이어진 설전에서 최순실은 고영태에게 "여자랑 2명이서 신용불량이 걸려 있어서 카드 못 쓰고 통장거래 안 됐다. 내가 변호사를 소개해줘서 (해결)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공격했고, 고영태는 "신용불량에 걸린 적 없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고민우라고 명함을 파서 포스코에 갔고 개명사무소에 가서 개명하려고 했는데 마약 전과 나와서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공격하자, 고영태는 다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고영태는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 이중환이 주장한 불륜설에 대해서도 "답할 가치가 없고 신경쓰지 않는다"며, "신성한 헌법재판소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역겹고 인격 모독"이라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과연 그게 국가 원수의 변호인단이 할 말인지 참 한심할 따름"이라고 이중환을 비판했다.
10. 2017년 2월 7일 - 증인: 조성민·김형수
2017년 2월 7일 공판기일에는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와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이 각각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성민은 2016년 1월 15일부터 3월 15일까지, 불과 두 달만 대표로 재직한 뒤 사직한 사실이 있다. 조성민은 이에 대해 "최순실은 부하 직원들에게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다"며, "모멸감을 주고 억압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안종범·김종·김상률 등 청와대와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더블루K에 업무 관련 연락을 하는 일을 겪고, '권력형 비리를 토대로 영업하는 회사'라는 생각을 했다"는 점도 들었다. 이어 "등기상 대표이사라 이용당할까 봐 우려됐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더블루K에 대해 "사소한 것도 최순실에게 사전·사후 보고한 뒤, 최순실의 최종 결재가 있어야 한다"고 증언했으며, "최순실은 더블루K 사무실에서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를 둘 다 자신의 소유처럼 지휘했다"고 덧붙였다.
김형수는 "차은택이 미르재단 업무나 주요 인사 문제에 대해 뭔가 이야기를 하면, 안종범도 며칠 안에 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남겼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도 "최순실로부터 지시를 받으면, 며칠 안에 안종범이 전화해서 같은 말을 했다"는 증언을 남겼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증언이다.
김형수와 검찰이 제시한, 차은택과 안종범이 했던 같은 말은 ▲이성한에 대한 사무총장 직 해임 요구 ▲이한선 상임이사에 대한 이사회의 해임 시도에 대한 반대 ▲검찰 조사 전 "전경련이 이사장에 추천했다고 말하되, 청와대의 추천은 없었다"고 하라는 요구 등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차은택이 '안종범 수석에게는 내가 관여된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던 김형수의 증언도 의미심장했다. 정말로 안종범이 모르게 하라는 것인지, 김형수에게 '보안 유지'를 하려는 것인지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11. 2017년 2월 13일 - 증인: 이 모·이수영·박찬호
2017년 2월 13일 공판기일에는 미르재단 설립에 참여한 전경련 직원 이 모 씨·이수영 전 청와대 행정관(現 금융위 근무)·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각각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씨는 "청와대의 지시로 재단 출연금을 모금한 것"이라며, "검찰 조사에서는 청와대의 지시로 '전경련 주도로 재단을 설립했다'고 진술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전경련 사회공헌팀장 재직 시 300억 원을 회원사로부터 출연받은 적이 없다"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60억 원을 모금한 것이 가장 많았던 액수"라고 덧붙였다.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은 이 씨를 조사하면서 '피의자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협했다"며, 이 씨에게 "검찰로부터 들은 진술거부권 요지를 기억해서 말해보라"는 요구를 해 일부 방청객들이 웃기도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심야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이 전 팀장과 이 상무에게는 변호인이 동석돼 끝까지 함께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수영은 "대기업이 돈을 내서 문화재단을 만든다고 들었다"는 증언을 반복했다. 이수영은 "기업들이 문화 관련 재단을 만들기로 했고, 실무는 전경련이 책임진다고 한다. 1주일 안에 최대한 빨리 설립해야 하니 최대한 챙겨보라"는 것이 안종범의 지시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주재한 설립 관련 회의에서 '롯데를 제외한 9대 그룹을 상대로 300억 원을 모금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청와대에서 미르재단 사무실까지 알아보는 등 일부 정황에 대해서는 "의아했다"는 증언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박찬호는 "대통령의 말씀이 있으셨고, 경제수석실의 지시가 있었다"며, "자발적 출연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수석실은 기업들에 하늘같은 존재"라며, "인·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골병이 든다"는 증언도 덧붙였다. 출연 과정에 대해서도 "'비상식적이고 예에 어긋나서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전경련 근무 33년 동안 "죄송하다"는 말을 그때 제일 많이 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12. 2017년 2월 14일 - 증인: 정동구·김필승·이철용·김정훈
2017년 2월 14일 공판기일에는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동구는 44일 만에 이사장 직에서 물러난 계기에 대해 "2016년 1월 19일 안종범의 연락을 받고, 다음날 안종범을 직접 만났다"며, "안종범은 '이사장께서 너무 알려져 계신 분 같으니, 이사장 직에서 물러나 고문을 하시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정동구가 2016년 10월 21일 검찰 조사에서 '전경련의 추천으로 이사장이 됐다'는 허위진술을 한 다음날 안종범이 전화해 '고맙다'고 말했다"면서 허위진술 종용 의혹을 제기했다. 안종범 측은 "안부전화였다"고 반박했지만, 검찰은 "2분 32초 간 통화를 했다"며, "안부라고 하기엔 긴 시간"이라고 재반박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도 "안종범의 보좌관 김건훈을 통해 안종범으로부터 '전경련이 추천한 것으로 해 달라'는 요구를 듣고, 검찰에 허위진술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공개된 안종범의 수첩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풀이하면, "박 대통령과의 면담한 결과, 양 재단에 대한 솔루션으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만든 재단으로서, 청와대(BH)는 무관하며, VIP과 대기업 회장 간 공감으로 설립된 것'으로 해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의미이다. 김필승은 최순실의 재단 운영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K스포츠재단 임직원 들 사이에서 최순실과 박 대통령의 친분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증언했다.
이철용 K스포츠재단 부장은 "K스포츠재단 직원이 더블루K 사무실에서 더블루K의 사업에 동원되는 일이 많았다"며, "노승일은 2월 초까지, 박헌영은 계속 더블루K 사무실에 출근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박헌영은 '회장님(최순실)이 이랬다 저랬다' 업무를 시키는 것이 힘들다'고 여러 번 하소연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고영태에 대해서는 "한두 번 만났는데, '체육 현실이 좋지 않으므로 재단을 잘 지켜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을 남겼다.
김정훈 미르재단 전 사업본부장은 미르재단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입사하자마자 한 것은 출연금 받는 일이었다"면서, "청와대 관련 사업만 하느라, 전문가들을 모아놓은 사업본부의 프로젝트는 거의 배제됐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이 한 대표적인 사업이 무엇이냐"는 최순실 측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 "하나도 없는데, 뭘 말하나?"라고 강하게 쏘아붙이기도 했다.
한편,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녹음한 '고영태 녹음파일'은 최순실 측이 신청한 5개에 한해 20일 법정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출한 29개에 대해서는 최순실 측이 녹음은 동의하되, 녹취서는 부동의했다. 재판부도 "29개를 모두 재생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일단은 보류해 둔 상황이다.
13. 2017년 2월 16일 - 서증
2017년 2월 16일 공판기일에는 정호성의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 이번에도 차기환 변호사는 불출석했고, 정호성은 "공소사실은 인정하되, 잘 해보려고 한 것"이라는 입장은 유지했다. 이어 "기존 증거신청과 증인신청을 전부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정호성의 공판 일정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증거 설명에 이어, 향후 진행될 공판에서 피고인신문을 진행한 뒤, 구형을 거쳐 선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선고는 최순실·안종범과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3월 중으로 추정했다.
검찰이 공개한 신문조서에 따르면, 검찰은 정호성에게 "대통령이 왜 대포폰을 쓰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정호성은 답변을 거부했다. 이어 "대통령이 최순실이 도움받는 빈도는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는 "'상당히 자주, 자주"라고 답변했다. 다만, "최순실은 국정 전반에 대한 말씀자료를 수정할 능력은 없었다"며,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어서 대통령이 좋아하시는 표현이나 속마음을 잘 알아서 단지 의견을 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검찰은 익히 알려진 47건의 문건 내역을 공개했고, 정호성·박근혜·최순실 간 3자 대화의 녹취도 공개했다. 최순실은 ▲박 대통령 해외 순방 전 '대수비'[2] 개최 제안 ▲국무총리 대국민담화 발표 시간 지시 ▲'대수비'에서의 박 대통령 발언을 미리 조정했다. 한편, 정호성이 "(자료에 대해) 선생님하고 상의했다"고 말하자, 박근혜가 "예, 예"라고 말하는 녹취도 공개됐다. 이 대화 후 정호성은 최순실에게 "VIP께서 선생님 컨펌 받았는지 물어보셔서 '아직 컨펌 못 받았다'고 말씀드렸는데, 빨리 컨펌 받으라고 확인하십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한편, 검찰은 "태블릿 PC의 주인은 최순실"이라며, "최순실의 개인적 사진들이 있었다"거나, "태블릿 PC의 사용 위치와 최순실의 국내외 거주 지역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순실의 태블릿 PC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갤럭시 탭"이라며, "증거로 확보된 태블릿 PC의 중복파일 저장 시 숫자 추가 형식은 안드로이드 체제의 형식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14. 2017년 2월 20일 - 증인: 김건훈·고영태 통화녹음 증거조사
2017년 2월 20일 공판기일에는 안종범의 보좌관 김건훈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건훈은 안종범의 지시를 받아 김필승·이용우·김형수 등에게 허위진술과 증거인멸을 요구했다고 한다. 공소장에도 안종범의 공범으로 명시돼 있다.
김건훈은 대체로 "수석님의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으며, 김필승에 대해서도 "재단의 당시 상황을 물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안종범의 대포폰 사용에 대해서도 "안종범의 지시는 없었고, 대포폰의 명의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종범 수첩'의 특검 제출 경위에 대해서도 "검찰에 제출한 11권은 검찰에 보여주기만 하려다가 압수를 당한 것이고, 압수수색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더 가진 것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부담감을 벗기 위해 남은 39권도 특검에 제출했다"고 증언했다.
오후에는 '김수현·고영태 등 통화녹음'이 3시간 동안 재생됐다. "VIP는 최순실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등 이미 알려진 녹음 내용도 있었고, 류상영이 "박헌영에게 들었다"며, "최순실이 고영태에게 어버이연합 게이트 등 문제를 맡겨, 고영태가 그로기 상태로 지쳐서 그냥 멍해 있다"고 말하는 내용도 있었다. 류상영은 "얘(고영태)는 솔직히 왕의 남자인데, 여기서 비즈니스하고 앉아 있으면, 이게 되겠냐"며, "회장님은 영태를 그냥 남자로 데려가고 싶은 것 같아"라고 말하는 등 너무 노골적이라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의아했던 것은 "고영태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고 했다"는 등 반박에 나선 이경재 변호사가 최순실을 망신시킬 만한 내용이 담긴 녹음도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이경재가 공개한 녹음에 따르면, 김수현은 "고영태가 최순실을 다루는 방법"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편, 최순실은 재판이 마무리될 무렵, 직접 발언에 나서 "윤전추를 통해 대포폰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언니가 한 번 쓴 것을 장시호가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경재는 최순실에 대한 접견금지를 해제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하기도 했다."그게, 영태 형이 소장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본 거에요. 막 몰아세우다가 감정적으로 다가가서 한 번, 그리고 또 정색하고 얘기하고…. 이런 부분이 영태 형이 소장을 다루는 방법이에요. 영태 형이 소장을 감정적으로 그렇게 컨트롤한다고 하면, 업무적으로는 우리가 해야 되는데…."
15. 2017년 2월 21일 - 증인: 최철·조영석·이혁주
2017년 2월 21일 공판기일에는 최철 전 문체부 장관 정책보좌관·조영석 CJ그룹 전략지원실장·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이 각각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철은 '김수현·고영태 등 통화녹음'에도 등장하는 사람이다. 최철은 "고영태 등과도 친분이 있는 여성 이현정으로부터 고영태를 소개받았다"고 하며, 이현정은 "고영태는 최순실과 연결됐다. VIP의 가방도 만들었고, 알고 지내면 좋다"며, "최순실은 정윤회의 부인이고, 박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비선 실세라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압력 행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고영태를 소개했다고 한다. 최순실 측은 이현정도 증인으로 신청한 상황이다.
최철은 "고영태 일당이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고 했다"는 최순실 측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최철은 "고영태는 최소한의 행정적·법적 지식도 없고, 메커니즘 이해가 떨어진다"며, "고영태가 최순실과의 관계를 과장해서 이야기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영태 등이 나눈 사업 관련 이야기들은 계획이 담보되지 않은 허세 섞은 이야기에 불과하다"면서, "그들은 사업을 할 능력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영태는 최순실의 아우라가 없으면 실체 없는 무직자에 불과하다"는 증언도 했다.
이어 "고영태는 '최순실이 민정수석실로부터 일정한 정보를 듣고 있다'는 말을 했다"면서, "2016년 3월 경 고영태가 '소장에게 들으니, 청와대 민정수석이 너(최철)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 안 좋은 말이 올라가니 조심하라'고 말했고, 이후 민정수석실의 연락을 받아 2회에 걸쳐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조사를 받았다"는 증언도 했다.
조영석·이혁주는 "경제수석의 지시사항이고,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 연이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는 증언을 했다. 조영석은 "정권에 잘못 보여 불이익을 받고 있는데, 출연까지 거부하면 더 큰 불이익도 걱정돼 응한 것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혁주는 "하현회 LG유플러스 사장에게 전경련의 출연 요청을 보고하니, 하 사장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다른 기업을 지켜보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16. 2017년 2월 27일 - 증인: 김 모·김 모·최 모
2017년 2월 27일 공판기일에는 김 모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지원팀장·김 모 두산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최 모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 등이 연이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팀장은 "상관인 서 모 전략지원실장으로부터 '우리도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재단에 대한 출연금을 준비해서 진행하라. 권력기관이 요구하면 할 수 밖에 없다.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깰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을 듣고 실무를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김 실장은 "청와대로부터 '포괄적으로' 밉보여서 좋을 것은 없다"며, "'밉보여서'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응하지 않아서 좋을 것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증언했다. 최 모 센터장도 "안내면 '찍힐 수 있다'는 염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증언을 남겼다.
오후 일정에는 '안종범 수첩' 중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박근혜는 안종범에게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고 모 씨의 임기 연장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유는 "신망이 두터워서"였다. 또한 최순실 측의 요구로 일명 '고영태 통화녹음도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고영태·김수현 등의, 법정에서 차마 재생하기 민망한 욕설 가득한 대화와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겠다"는 등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그들의 대화들이 재생됐다.
검찰은 이를 들으며 대놓고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을 정도였다. 이경재 변호사는 "고영태가 더블루K의 실소유주"라며, 고영태 대표라고 호칭했다. 하지만 고영태는 통화 중 "관세청장을 구하는 것이 '오더'"라고 표현하며,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을 역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게다가 고영태는 관세청장과 국세청장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으며, 행정고시라는 말도 쉽게 생각하지 못한다. 검찰조차도 이를 지적하며 "고영태는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고 해도, 장악을 할 능력이 안 된다"고 촌평했을 정도였다.
17. 2017년 3월 6일 - 증인: 김홍탁·전병석
2017년 3월 6일 공판기일에는 김홍탁과 전병석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3] 이사가 각각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은 각각 "돌아보면 최순실이 인터PG의 실소유주였다"거나 "인터PG 임원들은 최순실에게 중요한 업무 진행 사항을 보고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남겼다. 김홍탁은 "차은택이 모스코스 설립 과정에서 설명한 '확실한 자금력'의 근원은 돌아보면 최순실"이라면서, "최순실이 인터PG의 실소유주라는 것은 짐작으로 알았다"는 증언을 남겼다. 그러면서 "다들 알면서도 숨기는 분위기였고, 불안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차은택은 검찰 조사에서 "형식상 최순실이 (차명을 이용해) 인터PG의 지분 70%를 소유했고, 내 지분은 20%였으며, 김홍탁과 김성현이 각각 5%를 소유했다. 하지만 최순실은 실질적으로 100%를 지배했다"고 말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전병석도 "인터PG 입사 당시에는 차은택의 회사로 알고 있었지만, 나중에 최순실이 지배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재무이사를 맡았던 장순호는 회의가 끝나면 '조금 기다려보자'고 말한 뒤,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며, "그 결과는 며칠 후에 알려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장순호가 뭔가 말하면, 장순호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를 아니까 '회장님의 지시'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미르재단과 인터PG 간 '총괄 파트너 계약'을 근거로, "인터PG는 사업 용역 7건을 맡아, 7건 모두 용역 보고서를 제때 내지 못하고 연기제출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추궁했다. 전병석도 "제출할 만한 퀄리티의 보고서를 제출할 수 없어서 연기했다"며, 이 사실을 시인했다.
한편, 최순실은 김홍탁과 전병석에게 직접 질문을 하면서 "인터PG의 실소유주는 차은택이고, 대통령과 나는 사익을 취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사익을 취한 적 없다"는 주장은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특검이 추가기소한 안종범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병합 심리를 결정했으며, 최순실에 대한 특검 추가 기소에 대해서는 "공판준비절차는 당분간 별도로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특검이 2017년 2월 28일 추가기소한 안종범의 뇌물수수 혐의는 박채윤으로부터 2014년 8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약 4,9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이다.
18. 2017년 3월 7일 - 증인: 차은택
2017년 3월 7일 공판기일에는 차은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원래는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도 증인 출석이 예정됐지만, 잠적 상태로 소환장 등을 받지 않고 있으며 연락도 안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차은택에 대해서만 5시간 가량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차은택은 "최순실이 미르재단·인터PG를 사실상 실제로 운영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자신이 재판을 받고 있는 주 혐의 '포레카 지분 강탈 미수'에 대해서도 "최순실의 지시"라며, "최순실은 포레카 지분 구성에 대해서도 포스트잇에 써서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어 미르재단에 대해서도 "최순실은 2015년 초부터 '문화재단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최순실은 이한선·이성한·김성현 등을 통해 업무를 다 장악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최순실은 인터PG의 지분 70%를 차명으로 지배했고, 30%에 대해서도 주주포기각서를 받았다"면서, "장순호는 매주 인터PG 업무 사항에 대해 최순실의 전달사항을 받아와 김성현에게 전했고, 김성현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증언도 덧붙였다. 아울러 "송성각을 통해 김성우에게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을 의향이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으며, 최순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증언도 남겼다. 그러면서 "최순실과 대통령이 직접 통화를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봤다"거나 "최순실이 국무회의 관련 자료를 수정하고 있는 것을 봤다"는 취지의 증언도 남겼다.
한편, 이경재 변호사는 차은택에게 "이현정[4] 이 연락을 안 받는다"며, "이현정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요구를 해 방청객들이 웃었으며, "왜 이렇게 인사 추천을 많이 했느냐"는 질타를 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질의를 이어 갔다. 뿐만 아니라, "고영태는 '대통령은 최순실을 믿고, 최순실은 나를 믿는다'는 말을 했다"면서, "차은택 증인도 비슷한 말을 하고 다닌 적이 있느냐"는 질문도 남겼다.
차은택은 증언 도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요는, "'대한민국의 문화를 위해 일 해 달라'는 최순실의 말을 믿고 열심히 했는데, 현재는 너무 수치스럽다"며, "모든 것을 지시하고 계획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당당히 한 번만 이야기해주면 그때 그 일을 했던 것이 수치스럽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최순실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가 이렇게 오게 된 것은, 우리가 서로 죄가 있어서 오게 된 것이니 판사님의 재판을 기다려야 한다"고 차은택에게 말했고,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미르재단의 돈을 빼내기 위해 했다는 것이 제일 억울하다"는 주장을 남겼다.
19. 2017년 3월 13일 - 증인: 김종·구현모·이기우
2017년 3월 13일 공판기일에는 김종·구현모 KT 사장·이기우 GKL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종은 "이기우 GKL 사장이 최순실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최순실은 '사장 교체'를 주장했다"면서, "GKL이 더블루K의 요구로 창단한 장애인 펜싱팀의 훈련시설 미비와 관련해 장애인 펜싱팀 선수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투서를 했고, 최순실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세월호에 빠지지 말고, 승마 빨리빨리" 발언에 대해서도 "굉장히 심한 최순실의 압박을 받았기 때문에 말했던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한 2014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체전 승마경기장에 대해서도, "최순실은 '인천에서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은 정유라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곳이다.
김종은 "대학교수를 하다 와서 체육개혁을 멋지게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면서, "'체육을 우리나라 정부 정책에서 주요 정책으로 올리고 싶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어 "최순실이 몇 가지 체육개혁에 필요한 것에 대해 말한 바를 직접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렇게 크게 국정농단의 일부분이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구현모는 "안종범의 요구로 이동수 전무와 신혜성 상무보를 채용했다"고 증언했으며, 이기우도 "안종범과 김종의 지시로 더블루K와 스포츠단 창단 협상을 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20. 2017년 3월 14일 - 증인: 김영수·한상규
2017년 3월 14일 공판기일에는 '포레카 지분 강탈 미수' 사건을 다뤘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는 "최순실과 같은 차를 타고 가다가, 최순실이 평소와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전화를 받는 것을 받아 의외였다. 되게 높은 분과 통화하는 것 같았다"거나, "독일에서 만난 최순실은 '나는 삼성한테 5억 원을 지원받은 것 밖에 없다'면서, '저 위에서 그러는데 한국이 조용해지고 좀 정리되면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아내 신혜성의 KT에서 광고 관련 업무를 맡는 상무보가 된 이유는, 최순실이 광고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로 보내려고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상규는 "자금 사정이 열악한 한상규가 사채업자까지 포레카에 방문하게끔 했으며, 매각 조건과는 달리 직원도 해고했고, 롯데그룹 계열사 앰허브를 입찰 경쟁에서 빠지게 할 목적에서, 한상규가 저(김영수)를 이용했다고 생각한다"는 김영수의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한상규는 "포레카 내부에 있는 김영수·최순실이 데려온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투서를 나에 대한 음해를 했다"고 반박했다.
김영수는 "최순실이 아직도 많이 무섭다"면서, "이렇게 많은 일에 관련돼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소회를 남겼다. 최순실은 김영수의 주장을 부인하며, '포레카 지분 강탈 미수' 사건에 대해 "차은택과 컴투게더 간 이권 다툼이 이어지다가 인수를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1. 2017년 3월 20일 - 증인: 이종욱·권오준·최상목
2017년 3월 20일 공판기일의 오전 일정에는 이종욱 KD코퍼레이션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종욱은 최순실에게 현대차그룹에 대한 납품을 청탁하고 금품을 준 사실을 시인했다. 최순실 측은 "돈은 돌려줬다"는 취지로 반박했지만, 이종욱은 "돌려받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2일 제기했던 '청와대의 KD코퍼레이션 관련 특허심판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시인했다. 이종욱은 "아내를 거쳐 최순실에게 (특허심판에 대해) 말했고, 최순실은 '알아보겠다'며, '도와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이에 대해 제시한 물증은 2015년 10월 22일자 '안종범 수첩'이었고, 이에 따라 박근혜와 안종범의 개입이 유력한 가능성을 얻었다.
오후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미르재단에 30억 원, K스포츠재단에 19억 원을 출연한 경위에 대해 "출연을 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라도 불이익이 있을까 봐 걱정했고,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라 출연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더블루K가 제안했던 46억 원대의 여자 배드민턴 팀 창단·통합 스포츠단 창단 요구에 대해 "''''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우리 지구상에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증언했다.
포레카 강탈 미수 사건에 대해서도 ▲"한상규가 인수 경쟁 상대였던 엠허브를 입찰에서 이탈시키기 위해 우리를 이용했다"는 김영수의 주장을 부인하며 "엠허브는 연간 보장되는 광고물량이 너무 작다'는 이유로 이탈했다"고 증언했고, ▲"포스코가 연간 100억 원의 광고 물량을 주지 않았고, 계속 인수자금의 출처를 문자 삼아서 큰 피해를 입었다"는 한상규의 주장도 부인하며 "포스코 내 긴축 경영을 아주 강도 높게 진행했고, 광고비를 대폭 삭감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5] 은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재단을 만든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청와대는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증언하며, 강제 모금 의혹을 부인했다. "최상목이 회의 중 출연 약정서를 내지 않았던 기업에 대해 '아직도 내지 않은 기업이 있느냐. 명단을 달라'고 화를 냈다"는 전경련 관계자들의 증언에 대해서도 완강히 부인했다. 이에 대해 최상목은 "제가 모금하고 독촉하는 회의가 아니었다"며, "급히 재단을 설립해야 했던 상황에서 저나 전경련 모두 긴장과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고, 저는 약정서 서류를 원하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22. 2017년 3월 21일 - 증인: 김인회·서증
2017년 3월 21일 공판기일에는 김인회 KT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인회는 "안종범이 '대통령 관심사항'이라며 피어링포탈이라는 회사를 소개했지만,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 형식적 협상을 진행한 뒤 거절했다"며, "큰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이 세세하고 작은 이야기를 해서 상당히 의아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황창규 KT 회장과 독대를 하며 더블루K의 3억 원대 연구 용역 자료 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스키팀 창단 관련 자료를 줬다고 들었다"며, "대통령이 더블루K의 연구 용역·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스키 팀 창단 관련 자료를 직접 줬기 때문에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증언도 했다. 아울러 "안종범이 직접 황창규에게 연락해 'KT 스키팀 감독이 정해졌으니 회장이 창단을 잘 챙겨봐 달라'고 말해서 부담스러웠다"며, "시간을 끌면서 다른 의견을 제기해 서서히 거절하는 방법을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김인회에 대한 증인신문 후 공개된 추가 서류 증거 조사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검찰 진술 조서가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대단히 모욕적인 방법으로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는 검찰에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아침식사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두셔야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나서 음식을 안 먹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어 자신의 위원장 직 해임에 대해 '경기장 건설 관련 누슬리의 입찰 탈락'을 이유로 들었다. 조양호는 이에 대해 "누슬리는 최초에 경기장 건설 입찰에서 탈락했다"며, "이 때문에 안종범과 김상률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많은 질책을 들었고, 감사원도 특별감사를 진행하며, 누슬리가 입찰에서 탈락한 소명을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23. 2017년 3월 27일 - 증인: 황은연·조원규·안 모
2017년 3월 27일 공판기일에는 황은연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더블루K의 여자 배드민턴 팀 창단 요구 예산 46억 원은 적정 예산 3배 초과였다"고 증언했고, 조원규 전 포스코 경영지원본부 홍보위원은 "포스코가 내 채용을 꺼리자 대통령이 화를 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정훈 현대차그룹 구매본부장은 "김용환 부회장의 지시로 KD코퍼레이션과의 계약을 추진했다"고 증언했다. 마지막으로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의 비서 안 모 씨는 "검찰이 저를 다그쳤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으며, 최순실은 안 씨를 향해 울먹이며 "많이 힘들어도 끝까지 부탁한다"고 말했다.
24. 2017년 3월 28일 - 증인: 황창규·김용환
2017년 3월 28일 공판기일에는 황창규 KT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황창규의 법정 출석에는 KT 임직원이 30명이나 동원돼, 황창규의 법정 증언을 지켜보기도 했다. 연이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가 이날 출석해 재판부의 배려로 같은 시간에 차은택 등의 공판 관련 증인으로도 동시에 출석한 황창규는, 증인으로 출석한 상황 자체가 불쾌했던지 삐딱한 자세를 유지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에는 삐딱하게 말을 자르며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는 "안종범의 각종 청탁이 있었고, 부담스러웠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으며, "각종 사안에 대해 실무진에 검토를 지시했을 뿐 구체적 보고는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경제수석은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들어주지 않으면 불편할 수도 있다"며, KD코퍼레이션에 대한 납품 및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대행사 선정 등 사안에 대해 "안종범의 요구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증인 자격으로 증인석에 앉은 안종범은 어지간한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남겼다. 김용환과 안종범은 '대통령 면담 후 플레이그라운드의 팸플릿을 준 사람'을 놓고 잠깐의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다. 김용환은 "안종범이 줬다"고 주장했고, 안종범은 "대통령이 줬다"고 주장했다.
25. 2017년 4월 3일 - 증인: 정호성
2017년 4월 3일 공판기일에는 정호성이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정호성은 최순실에 대한 문서 유출에 대해 "대통령은 말씀을 워낙 중요하게 여기셔서 단어 하나, 뉘앙스 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면서 직접 고치셨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 올리는 자료의 완성도를 올리기 위한 조언 등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 차원이었다"며, "국정 운영을 조금이라도 잘 해보기 위해 노력하기 위한 일환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KD코퍼레이션 관련 로열 더치 쉘사에 대한 청탁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와주는 것은 우리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였기 때문"이라고 박근혜를 두둔했다. 플레이그라운드·더블루K 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검찰은 '최순실·삼성 관련 금전 거래'에 대해 특검이 뇌물수수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이중기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박근혜를 기소할 때, 공소장을 전체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6. 2017년 4월 10일 - 증인: 노광일·서증
2017년 4월 10일 공판기일에는 특검이 기소한 안종범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첫 심리를 진행했다. 안종범은 혐의를 부인했고, 직접 마이크를 잡아 "특검이 원하는 방향의 협조를 요구했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저와 가족을 놓고 상당히 많은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수사과정에 한 번도 빠짐없이 변호인의 입회했다"며, "안종범의 말이 사실이라면, 변호인이 의뢰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수수방관했다가 조서에 서명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은, "JTBC 심수미 기자에게 더블루K 사무실 문을 열어줘 태블릿 PC를 가져가게 했다"고 알려진 더블루K 사무실 소재 빌딩 관리인 노광일 씨였다. 노광일은 "내가 더블루K 사무실 출입을 허락한 사람은 심수미가 아니라 김필준[6] ]이었다"고 증언했다. 변희재가 주장했던 것을 법정 증언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필준에게 더블루K 사무실 문을 열어준 이유에 대해 "손석희 사장을 존경하기 때문에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할 것이라고 봐서였다"고 증언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해서는 "취재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최순실 측 이경재 변호사는 "노광일은 정의당 당원이었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리인이 왜 건물주와 임차인 허락 없이 자의적인 정치적 잣대로 문을 열어주고 물건을 가져가게 놔두는 것이냐"고 노광일을 질타했다. 노광일은 이를 순순히 인정하며 "단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증언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심수미가 가져왔든, 김필준이 가져왔든, 태블릿 PC의 증거능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JTBC는 민간인이기 때문에 독수독과이론의 적용 대상자라고 보기 어렵다.
27. 2017년 4월 17일 - 피고인신문: 최순실
2017년 4월 17일 공판기일에는 최순실의 피고인신문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최순실·안종범의 특검 기소 사건 심리까지 모두 마친 뒤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수현·류상영과 연락을 했다"며, "5월 19일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영태·김수현 통화녹음'에 대한 공방이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은 오전 일정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성토했으며, 차은택과 고영태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미르재단·플레이그라운드 운영 개입 및 국정개입 의혹도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박근혜에 대해서는 "(박근혜와의 40년 인연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의를 지켰고, 존경했다"고 말했고, "차은택과 고영태가 실세 놀음을 했고, 저는 허세 놀음을 했다"고 주장했다. 차은택에 대해서는 "고영태와 똑같은 사람"이라며, "그는 '광화문에 무릎을 꿇고 싶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진실을 다 이야기하고 꿇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최순실은 오후에도 고영태 등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최순실은 "처음부터 고영태·노승일·박헌영·류상영에게 속은 것"이라며, "3명이 류상영과 갈등하는 척하며 저를 속였지만, 알고 보니 한통속"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이 허위자료를 만들어 기획 폭로를 했다"고 강조하며, "검찰은 왜 저런 것을 허위기재한 사람들은 안 잡아들이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순실은 박근혜에 대해서는 "제가 고영태·차은택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대통령까지 이렇게 됐다"며, "제가 대통령께 너무 잘못된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대통령은 사심이 없다"면서, "대통령을 뽑은 국민도 있는데, 아무리 검찰이라도 너무 모욕적으로 몰고 가시면 안 된다"고 검찰을 규탄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대기업에 큰 실망"이라며, "검사들이 강요로 몰고 가더라도, 올바르게 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배신 트라우마' 때문에 그렇지, 제가 국민께 죄송하거나 잘못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과 최순실의 공방이 장시간 이어짐에 따라,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은 2017년 5월 19일에 진행됐다.
28. 2017년 4월 20일 - 피고인신문: 정호성
2017년 4월 20일 공판기일에는 정호성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진행됐다. 하지만 실제 신문은 진행되지 않았다. 정호성 측이 의견서로 신문을 갈음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최순실·안종범의 심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공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심리가 모두 마무리된 후 함께 선고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구속기간 6개월 만료 전 선고가 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정호성은 5월 중순 경 석방돼 불구속 피고인 신분으로 선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후 검찰은 2017년 4월 27일 진행한 추가 기소로 그의 석방을 막았다.
29. 2017년 4월 21일 - 피고인신문: 안종범
2017년 4월 21일 공판기일에는 안종범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진행됐다. 안종범은 미르재단에 대해 "국익과 기업가치 존속을 위한 문화교류 목적에서 대통령의 뜻을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기업의 현안과 계획을 듣고 정부 차원 협조를 논의하기 위해 대기업 총수들과 개별면담을 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에 반박했다.
이어 "KT·GKL 등 개별 기업에 대해 더블루K와 플레이그라운드 등 최순실 관련 업체들의 이익을 위해 압력을 가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며, "독촉하지 않았다"는 등의 진술을 남겼다. 자신의 수첩에 대해서도 "조사 과정에서 수첩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기억을 살리느라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며,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는데 다시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답변하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30. 2017년 4월 27일 - 추가 기소
검찰은 2017년 4월 27일 최순실·안종범·정호성에 대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해 기소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피고인 3명은 모두 청문회 출석에 불응했고, 동행명령에도 불응해, 국정조사위원들이 직접 구치소를 찾아가 청문회를 진행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구속 만기에 따른 정호성의 석방은 무산될 가능성이 발생했다. 정호성은 이미 2017년 4월 20일 보석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31. 2017년 5월 1일 - 서증
2017년 5월 1일 공판기일에는 특검이 기소한 안종범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공판기일에는 박채윤·박휘준 남매가 각각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특검의 증거 설명이 길어지면서 남매에 대한 증인신문은 5월 12일 이후로 연기됐다. 안종범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나서면서까지 혐의를 부인했고, "특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대해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진술을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내를 구속시키겠다는 위협도 했다"고 덧붙였다. 안종범의 아내는 "남편 모르게 내가 받았다"고 진술했다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이 공개한 증거에 따르면, 박채윤의 와이제이콥스메디컬에 대한 3년 간 15억 원 상당의 지원을 심사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직원들은 와이제이콥스메디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자신들끼리 이루어진 메신저 대화에서 "개쓰레기"라는 표현도 주저하지 않았다. 와이제이콥스메디컬에 대해 부정적인 취지의 컨설팅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던 이현주 대원어드바이저리 대표에 대해서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이 남편 이 모 씨의 좌천에 대해 "네 아내 탓이고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한 정황도 드러났다. 안종범은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의 중동 진출에 부정적·소극적이었던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보복 조치가 담긴 문건을 촬영해 클라우드에 보관해두고 있었고, 공유자로는 뜬금없이 김무성이 명시된 정황도 공개됐다.
한편, 와이제이콥스메디컬에 대한 특혜는 박근혜가 직접 나서서 안종범을 통해 진두지휘했으며, 정기택 전 보건산업진흥원장은 "문형표는 장관 사임 후 '안종범이 김영재에 대한 지원 미흡을 책임질 희생양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임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의 직원은 자신의 친구에게 "빽으로 신라호텔 면세점에 입점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정황도 확인됐다.
32. 2017년 5월 12일 - 증인: 박채윤·박휘준
2017년 5월 12일 공판기일에는 "안종범에게 뇌물을 줬다"고 알려진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와 동생 박휘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채윤은 자신의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했고, 이날 공판에서도 ▲안종범이 "사위와 마시고 싶다"며 은근히 꼬냑 루이 13세를 요구했고 ▲명품 스카프 및 가방·각종 미용 시술·현금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남겼다. 그러면서 "안종범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해외순방에 동행해서 면세점을 못 가 아내에게 선물을 못 사준다'는 말을 했다"며, "존제이콥스의 신라호텔 면세점 입점에 대해서도 이재용과 만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안종범의 적극성에 대해서도 "동생 박휘준은 '안종범이 우리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자기 일을 챙기는 게 아니냐'는 염려를 했다"고 증언했다.
33. 2017년 5월 17일 - 정호성 재구속
재판부는 정호성이 신청한 보석을 기각하면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34. 2017년 5월 19일 - 증인: 류상영, 피고인신문: 최순실
2017년 5월 19일 공판기일에는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에 대한 증인신문과 최순실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했다.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는 "아프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류상영은 일명 '고영태·김수현 통화녹음' 속 각종 이야기들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와 과장이 많다"며, "생각과 상상을 말한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K스포츠재단 장악 음모'에 대해서도 "좋은 사업을 기획하려고 한 것"이라며, "국정농단 사건을 조작하고 자금을 빼돌리려는 시도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순실도 언론의 과장된 보도를 보고 저나 고영태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증언했다.연합뉴스
최순실은 "젊은이들이 팝 가수를 좋아하는 것처럼 제 마음 속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관계가 생겼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픈 상처가 많았고, 저는 박 전 대통령의 좋은 시절보다는 그런 아픈 시절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장 후회하는 건 대통령이 되신 후 저희가 떠났어야 했는데, 제 마음에 보이지 않는 신의가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주요 정책을 흔드는 등 국정농단을 하려고 했다면 뭔가 직책을 맡았을 것"이라며 여전히 부인했다. 인사개입 등에 대해서도 "제가 관여한 적이 없고 박 전 대통령도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라고 부인했다.뉴스1
이어 "고영태가 윤석열 검사·이진동 TV조선 기자·김수현과 모의해서 언론을 통해 정권의 비리를 폭로한 의인인 양 조작하려고 했다"며, "검찰도 처음부터 박 전 대통령·안종범·제가 공모해 사익을 추구했다고 자백하라고 하는 등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검찰이 정말 개혁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35. 2017년 5월 26일 - 증인: 문형표·김영재
2017년 5월 26일에는 특검이 기소한, 안종범의 뇌물수수 공판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출석한 증인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이었다. 문형표는 "안종범이 '김영재의원에 대한 지원은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말한 것이 얼핏 기억난다"며, "안종범은 전화통화에서 '좋은 특허를 보유한 성형외과의 중동 진출을 도와줄 길이 있느냐'고 물었고, 보건복지부 직원들에게 이를 안내하면서 '청와대 관심사항'임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으며 전달했다"고 덧붙였다.뉴스1
김영재는 "반성의 의미로 항소를 포기했지만, 의사 자격을 상실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는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그동안 받은 특혜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허탈감을 느끼게 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은 것도 항소를 포기한 이유"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안종범에게 뇌물을 줬다"고 인정했으며, "분명히 고급 양주 루이 13세를 선물했고, 포장을 보니 문 2개가 양쪽으로 열리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고 멋있어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안종범 측은 "박채윤은 양주가 어떤 것인지 기억을 못한다"고 반박했지만, 김영재는 "저는 해외 학회를 많이 다니고, 루이 13세는 남자들은 다 알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2015년 5월에 안종범에게 해준 무료 시술에 대해서도 "안종범의 부인이 안종범의 과로를 걱정하며 안티에이징을 해 달라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뉴스1
36. 2017년 6월 2일
2017년 6월 2일 공판기일에는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지만, 김수현은 불면증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최순실 측은 강제구인을 요구했고, 재판부는 "소재탐지촉탁·야간송달·구인영장 발부를 함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7. 2017년 6월 9일 - 증인: 정만기
2017년 6월 9일 공판기일에는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만기는 "안종범이 박채윤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만남을 주선해서 다소 의아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후 김진수 당시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 '안종범의 지시'라며, '위에서 관심 갖는 사항'이라며 박채윤의 사업 지원 관련 민원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만기는 "약간 황당했고, 깊이 관여하면 문제가 될 것 같아 일부러 거리를 뒀다"는 소감을 남겼다.매일경제
38. 2017년 7월 5일 - 증인: 김수현
2017년 7월 5일 공판기일에는 '고영태·김수현 통화녹음'을 녹음한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수현은 "류상영이나 고영태는 과장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저도 고영태의 허풍이나 허세를 맞춰줬다"면서, '기획폭로설'을 부인했다. 이어 "실제로 그렇게 안 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고, 남자들끼리의 사담, 과장된 허풍이 그대로 나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힘들었다"는 소회를 남겼다. 그동안 각종 법정 절차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녹음 파일이 공개돼 힘들었다"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사실을 들어주실 것 같아 나왔다"고 증언했다.뉴시스
39. 2017년 7월 12일 - 증인: 정호성·조원동·채 모
2017년 7월 12일 공판기일에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안종범의 아내 채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호성은 "최순실로부터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 박채윤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박채윤은 '짝퉁 특허 실을 수출하는 사람이 있으니 확인해주시고, 관세청을 통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2016년 설 선물 세트를 '존제이콥스' 선물세트로 정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박근혜가 'K뷰티 확산' 차원에서 선정을 권했다"며, "본인들이 원한 것이고 청와대는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조원동은 "2014년 3월에 정호성으로부터 '김영재성형외과의 중동 진출을 도와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자신의 경질 과정에 대한 신문 도중 이현주 대원어드바이저리 대표와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자 "녹취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이현주를 컨설팅 전문가로 추천했다가 경질됐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박근혜와 청와대가 박채윤을 챙기는 과정'에 대해 증언하던 중 "어렴풋이 대통령이 성형을 한다고 느꼈다"며, "대면보고를 많이 해서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생리상 비서관들은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평소 안종범의 성품으로 봐서는 대통령의 지시 없이 박채윤을 챙기는 지시를 하는 일은 감히 상상이 안 된다"는 증언도 남겼다.
채 씨는 "박채윤이 명절 때마다 화장품과 현금을 줘서 용돈처럼 사용했는데, 내가 조금 미쳤었나보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돈에 조금 욕심이 났나보다. 그냥 내가 썼다"며, "남편에게 말하면 화를 낼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박채윤에게 가방 2개를 받은 사실을 알고 화를 냈고, 명절과 딸 결혼식에서 현금을 받은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영재에게 받은 성형시술에 대해서는 "남편에게 이야기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40. 2017년 10월 25일 - 정호성 결심·피고인신문: 안종범
검찰은 정호성에게 징역 2년 6월형을 구형했다. 정호성은 ▲공직에 있는 동안 나름대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내 생활을 다 포기하고 최선을 다 했지만 ▲대통령이 아는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통치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으며 ▲나라와 대통령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것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한 최순실의 행동들과 연계돼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사에서 박근혜처럼 비극적인 사람이 또 있겠느냐"는 말도 했다.
오후에는 안종범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진행됐다. 안종범은 "박채윤이 아내에게 현금과 명품가방 등을 준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등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딸의 결혼식 축의금 명목으로 받은 현금 1천만 원에 대해서는 "아내가 관리했다"면서, 관련 수첩 원본을 제출했다. 이어 "결혼식을 안 알렸기 때문에 축의금 접수대를 설치하지 않았고,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한 동문 등이 축의금을 줘 부인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심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축의금이 적힌 수첩을 정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항변했다.
명품가방에 대해서는 "조사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고, "집을 압수수색당한 후에야 아내가 '사실은 가방을 받은 게 있는데 압수가 안 됐다'고 말해서, '왜 이제야 얘기하느냐'고 언성을 높여 싸웠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종범 측은 "박근혜가 박채윤 부부의 사업에 대해 더 많이 알았다"고 주장했고, "그와 관련해 여러 번 '박근혜가 질책을 한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는 등 박근혜에게 책임을 집중시켰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았고, "추후 최순실과 함께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순실은 삼성그룹 관련 뇌물수수 혐의를 심리 중이고, 심리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조속히 선고하겠다"고 덧붙였다.뉴시스
한편, 재판부는 2017년 11월 8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재판/장시호·김종·최순실 중 최순실의 재판을 분리해서, 이 재판에 병합했다.
41. 2017년 11월 9일
2017년 11월 9일 공판기일에는 최순실이 사용한 태블릿이 공개됐다. 최순실이 사용한 태블릿은 갤럭시 탭 8.9 4G LTE 32GB SHV-E140S로써, '20120322'라는 날짜가 작성된 것으로 보아 2012년 3월 22일에 생산된 제품으로 보였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맡기기 전 최순실 측 감정전문가 2명에게 사진으로 촬영할 기회는 주되, 만지지는 못하게 했다. 최순실은 "처음 보는 것이고,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 "1년 동안 '고영태의 계획에 검사 일부가 가담하거나, JTBC가 국정농단을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항변했다.
42. 2017년 11월 15일
42.1. 안종범 보석 심문
안종범은 "보석을 청구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아침 식사 후 설거지를 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거동이 굉장히 힘들다"는 등 보석 허가를 호소했다. 이어 "이런 걸 다 견디고 수감생활을 해야 할 정도로 책임감이 무겁긴 하지만, 기회를 주시면 치료를 받고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면서, "만에 하나 보석을 허가해줘도 치료받는 동안에 가족이나 변호인 외에는 아무도 안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종범의 가족도 '보석 허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특검은 "국정농단 사태는 본질적으로 사안이 중대하고,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수석비서관인 피고인의 범행 가담 정도도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국정농단 사태는 본질적으로 사안이 중대하고,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수석비서관인 안종범의 범행 가담 정도도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보석 기각'을 요청했고, 11월 19일 자정에 만료될 예정인 안종범의 구속기한에 대비해 "석방되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면서 '청문회 불출석' 혐의를 토대로 제3차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연합뉴스 재판부는 2017년 11월 17일 안종범의 보석 신청을 기각한 뒤, 제3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42.2. 정호성 선고: 징역 1년 6월형
정호성에게는 공무상비밀누설죄와 관련해 일부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1년 6월형·문건이 담긴 휴대전화 3대 압수를 선고했다. 일부 유죄인 이유는 "공소 대상 문건 47건 중 14건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었다. 무죄가 선고된 33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대상이었음에도 압수됐고 ▲적법하지 않게 압수했기 때문에 위법수집증거이며 ▲정호성·최순실의 진술 외 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판시됐다. 검찰의 항소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재판부는 '박근혜와의 공모'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근혜와의 공모 여부'에 대해 ▲정호성이 "박근혜가 '최순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하는 등 ▲"박근혜의 포괄적 지시에 따른 범행"이라고 인정한 정황이 있고 ▲최순실이 문건을 받은 것으로 비추어볼 때 "최순실의 의견을 들어보라"는 전제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호성의 양형과 관련해 유리한 사정 중 하나로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도 덧붙였다.
43. 2017년 12월 13일 - 증인: 송승훈·공방
재판부는 2017년 12월 11일 2017고합184 중 최순실·신동빈의 재판을 이 재판에 병합했다. 2017년 12월 13일 공판기일에는 정호성의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던 박근혜·최순실·정호성의 대화 및 전화통화 녹음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송승훈 서울중앙지검 포렌식 수사관은 "녹음을 편집·조작한 적이 없고, 녹취록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공개한 녹음은 ▲'''2013년 2월 17일''' 진행된 박근혜·최순실·정호성의 3자 간 대화 ▲'''2013년 10월 27일''' 진행된 최순실·정호성의 전화통화 ▲'''2013년 10월 27일''' 진행된 박근혜·정호성의 전화통화 ▲'''2013년 10월 30일''' 진행된 최순실·정호성의 전화통화 ▲'''2013년 11월 12일''' 진행된 최순실·정호성의 전화통화 ▲'''2013년 11월 20일''' 진행된 최순실·정호성의 전화통화였다.
위 대화 및 통화에 따르면, 최순실은 ▲박근혜·정호성에게 "국정기조 '경제부흥'을 대사관 등 재외공관에 내려 보내야 한다"고 제안했고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국무회의 및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개최·발언 내용 제안·박근혜의 외부일정 제안 등을 하고 있었다. 최순실 측은 "최순실은 조언한 것에 불과하고, 어디에도 부정한 행위를 공모한 흔적은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최순실도 "검찰이 대화 내용을 잘라내 만들어낸 이야기"라면서, "조언한 것에 불과한 것을, 제가 최서원이라서 '국정농단'이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검찰·특검은 인호섭 MITS 코리아 대표의 진술서·진술조서를 공개하면서 "최순실이 유재경을 주 미얀마 대사로 보내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MITS코리아의 지분 15.3%를 장시호 명의로 챙기는 등 영향력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이날 윤영식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과 관련해 "윤영식에게 로비자금 50억 원 제공을 약속한 뒤 착수금으로 3억 원을 줬다"는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된 한 모 씨에 대한 공소장·박근혜과 윤영식의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했다. 최순실 측은 "왜 결심을 앞두고 제출하느냐"면서, "추가 기소부터 하고 제출하라"는 등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과 최순실 측은 이날 SK그룹 관련 제3자 뇌물요구 혐의 관련 박근혜와 최순실의 공모 관계를 설명하던 중 두 사람에 대해 "인생의 동반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최순실은 "내가 대통령과 연애를 했느냐, 같이 살기를 했느냐"는 등 화를 냈고, "투명인간처럼 살아야 했지만, 어쩌다 노출돼 '고영태 이 사악한 인간'이 저를 압박해서 이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고영태·노승일·정현식·박헌영 등과 짜고 기획수사를 했다"면서, "설령 제가 사익을 취했어도 그들도 이득을 취했으니 함께 기소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했다.
44. 2017년 12월 14일 - 최순실·안종범·신동빈 결심
검찰·특검은 ▲최순실에게 징역 25년형·벌금 1,185억 원·추징금 77억 9,735만 원 ▲안종범에게 징역 6년형·벌금 1억 원·명품가방 2개와 4,290만 원 추징 ▲신동빈에게 징역 4년형에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했다.검찰의 구형 논고문과 최순실 측 이경재 변호사의 최후변론 전문
검찰·특검은 "후대 대통령들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고 책무를 다 함에 있어, 대통령과 측근에게 준엄한 교훈이 될 수 있도록 최순실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은 검찰의 구형 후 휴정을 요구했고, 휴정 중 흥분 상태에 빠져 비명을 지르면서 재개정 후에도 법정에 들어오지 않아 변호인이 2명이나 최순실을 진정시키기 위해 급히 법정을 빠져나가는 일도 있었다.연합뉴스 검찰·특검은 안종범에 대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국정농단 범행의 핵심 역할을 했고,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받아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측은 ▲이 사건은 일부 정치세력과 검찰의 '기획된 국정농단 의혹'이고 ▲특검은 최순실에 대해 압력 넣기·언론플레이·특정인에 대한 하도급식 수사 위임 등 위헌 소지가 있으며 ▲허위진술을 하거나 범행 정황이 있는 고영태·박원오·노승일 등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여한 적이 없고 ▲장시호는 출산 후의 정유라를 박대하는 등 사이가 원만하지 않아 공모할 이유가 없으며 ▲박근혜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서 검찰의 주장처럼 '인생의 동반자'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순실은 '건강 상의 이유'를 들어 안종범 측 최후변론 도중 양해를 얻어 먼저 최후진술을 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다음은 최순실의 최후진술이다.
안종범 측은 "박채윤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정황에도 불구하고 기소되지 않은 채 미국으로 출국한 뒤 잠적한 김진수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에 대해 "식사값이 비싼 호텔 망년회에, 아이들까지 다 데리고 온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진수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뇌물수수 정황에도 불구하고 기소되지 않은 특이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각종 공소사실과 관련해 박근혜의 지시에 따랐을 뿐 공모를 한 적이 없고 ▲최순실을 알지도 못했으며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이 출연을 받는 과정에도 구체적으로 관여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각종 모함과 검찰의 구형 등을 비추어볼 때, 지금 대한민국에서 (자신을 놓고) 발생한 사실을 돌아보니 "사회주의보다 더한 나라에서 살고 있나" 싶은 생각을 했다.
저는 한 번도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저에게 1천억 원대의 벌금을 물리려고 한다. 사회주의에서 재산을 몰수하는 것보다 더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 개인을 떠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심에 이르기까지 재판장님을 비롯한 판사님들의 많은 배려 속에서 여기까지 왔다. 1년 동안 인간으로서 최악의 순간을 맞이했고, 고통의 나날들이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재판장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검찰은 처음부터 "대통령과 최서원이 공모해 재단을 설립해 사익을 추구하려고 했고, 대통령 퇴임 후 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는 전제를 토대로 수사를 했다. 저에게는 "도피를 위해 독일에 갔다"는 혐의까지 씌웠고, 변호인 접견도 제대로 못하게 했다. 그런 상황에서 진술서 작성을 강요하더니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했다.
대통령의 의상실에 CCTV를 설치하고 촬영해 유출하는 일은 어느 시절에도 없던 일이고, 역적에 해당하는 음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검찰·특검은 고영태와 그 일당들에게 책임을 전혀 묻지 않았다.
제가 독일에서 귀국한 이유는, JTBC가 태블릿 PC를 터뜨렸다는 것을 접하고 너무 놀라서였다. 하지만 검찰은 시작부터 '경제공동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그 태블릿 PC를 보여주지도 않은 채 마구잡이로 수사했다. JTBC가 그 태블릿 PC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태블릿 PC는 조작된 것이다. 태블릿 PC 안에 그 많은 문건이 있는 줄도 몰랐다. 저는 단지 오랜 인연이 있던 대통령을 도왔을 뿐이다.
대통령을 40년 동안 지켜봤지만, 대통령은 단 한 푼의 돈도 받은 적이 없고, 검소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어떻게 '사익을 취하기 위한 공모'로 몰고 가는지, 살고 싶지도 않다. 검찰은 이제 하다하다 13일 공판기일에서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제가 대통령과 연인 관계라도 되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엮고 있다.
대통령과 함께 한 시간은 어려운 시간들이 더 많았다. 저에게 집중됐던 세무조사와 각종 의혹 제기는 제 삶을 완전히 무너트렸고, 딸 정유라는 마음의 상처를 받아 젊은 모습을 잃었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지금 돌이켜 보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을 때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떠나지 못한 것이 이런 국정농단이 돼 고통스럽다.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
대통령 옆에서 투명인간처럼 살면서 개인적 삶은 실종됐고, 결국 많은 희생을 가져왔다. 하지만 저는 결코 대통령와 공모해 사익을 취한 적이 없다. 기업들의 현안도 모른다. 대통령이 기업의 현안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뇌물로 엮으면 어떤 대통령이든 안 엮일 사람이 없다. 윤석열·신자용[7]
·고형곤[8] 등 검사들, 한 개인과 가족을 놓고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된다.저에게 정경유착을 뒤집어씌우는 검찰과 특검의 악행은 그야말로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고영태의 협박에서 벗어나지 못해 후회스럽다.
차라리 '고영태의 협박'을 터트려서 그때 죄를 받았어야 했다. 너무 많이 참았다. 저는 "고영태 등이 국정농단을 기획한 것"이라고 명확히 생각한다. 검찰과 그들이 협조해 각종 프레임을 짠 것이다. 고영태 등은 더블루K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등 실질적 이익을 취했고, 저는 더블루K에서 어떤 이익도 얻지 않았다. 조언자에 불과했다.
딸은 피습 당했고, 만날 수도 없다. 이런 삶에 더 이상 미련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다. 안민석은 무지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파파라치같이 저희 가족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한 개인과 그 가족을 파멸시키고 사회를 혼돈 속에 밀어 넣었다. 검찰에서 제 차명재산을 찾겠다고 많은 세무사들을 동원했지만,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검찰과 특검은 찾았다면 이야기를 하라. 아니면 아니라고 하라. 왜 자꾸 진실을 숨기고 저한테만 뒤집어씌우나.
검찰은 저에게 "삼족을 멸하고, 직원들도 체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제가 검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른 것은 "훗날 역사에 그들의 이름이 기록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 삶에는 많은 고통이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주변 사람을 잘못 만나 똑바로 못한 죗값은 받을 것이지만, 정당한 죗값을 받고 싶다.
안종범의 최후진술은 다음과 같다.
신동빈 측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은 '준조세'였고 ▲기획재정부·관세청·청와대는 자체적으로 '면세점 특허 추가'를 진행했으며 ▲"신동빈이 청탁을 했다"는 취지로 이어진 안종범의 진술은 여러모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동빈은 "부디 억울한 점이 없도록 잘 살펴주시길 바란다"는 짧은 최후진술만을 남겼다.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대규모 수사가 진행된 것에 대해 대통령의 참모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국가와 국민 여러분께 사죄 말씀을 드린다.
국가와 대통령을 위해 "모든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고 안고 가야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가, 사건의 역사적 중대함과 법의 엄중함을 인지해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진술했다. 기억을 확인하는 절차를 수십 번 넘게 거치는 등 "진정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변명하는 말씀을 드리지는 않으려고 한다. "재판부에서 수정처럼 맑은 혜안으로 성심을 다해 살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창조경제·문화융성을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했다. 이를 기조로 문화·경제 확산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해외순방을 할 때에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은 그런 토대를 바탕으로 설립됐고, 기업의 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했다. 저는 당시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최순실의 존재는 몰랐다. 부끄럽게도 "그동안 정성들여 만든 정책들이 최순실과 연결됐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만약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오늘 이렇게 참담한 모습으로 법정에 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한다.
제 행동이 기업에 부담이 될까 봐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그래서 실제로 대통령에게 건의해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 그런 사례들이 더 많았어야 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이 추진했던 여러 의미 있는 정책들은 언젠가 제도로 재평가되기를 바란다. 또한 "대통령의 모든 일이 전부 잘못됐다"고 평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를 한 가지 들면, 김영삼 대통령 재직 시절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소득과세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기업의 세 부담이 절반 이상 줄어 소득분배 문제가 심화됐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은 "FTA를 통해 우리 기업의 폭 넓은 진출과 수출 확대가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도 "새마을·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명칭을 이어가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내가 박채윤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며, 추호도 거짓 없이 소명했다.
저는 늘 "근면·검소·청렴하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명을 다 한다"는 태도로 살았다. 단 한 순간도 사적 이익 없이 공적 이익을 위해 일했다. 하지만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어떤 변명도 할 수 없게 됐다. 국민께 정중히 다시 고개를 숙인다. 제 건강 상태를 고려해주시면서 배려해주신 재판장님께도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서운한 점이 있었지만, 진행하면서 제 진심을 믿어주고 격려해주신 검사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제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도움을 주신 변호인들께도 감사드린다. 헌신적인 도움을 주신 것을 마음에 간직하겠다.
제 가족은 지금까지 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제가 일에만 몰두하다가 갑자기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 많은 고통 속에서도 저에게 항상 격려와 응원을 해 준 가족 사랑을 깊이 몰랐다가, 수감 생활을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다시 느꼈다.
수사와 재판 중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소중한 가족을 위해 버텨왔다. 가족들에게 반성문을 써 왔다.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자체가 너무 치욕스럽고 참담하고, 사건의 진실을 안 뒤 참담함·비통함 앞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경위를 불문하고 깊이 반성한다.
국민 여러분께 오늘의 역사적 고통을 초래한 것에 대해 대통령의 참모로서 고개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 우리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이 무한히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