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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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대한민국의 외교관, 관료. 외교관 출신으로 국무총리까지 오른 인물인데 이 점은 박정희 정부의 최규하와 비슷하다.
2. 생애
1930년 2월 28일 평안남도 강서군 강서면 학천리에서 출생하였다. 평양제이중학교 졸업 후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1949년 서울로 월남하여 195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입학 후 2주 만에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서울 수복 후 군에 입대하였다. 군 복무 중인 1953년 2월 부산에서 열린 제4회 고등고시 행정과 3부(이후 외무고시)에 합격하였으나 당시 규정상 군 복무자는 수습 행정관으로 채용될 수 없었다. 이에 방법을 찾던 중 외국의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서와 장학금 또는 재정 보증서를 받고 유학 시험에 합격하면 제대가 가능하였기에 유학길에 올라, 1955년 미국 켄터키 주립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하여 외무부(현 외교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1968년부터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를 지내면서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로널드 레이건과 친분을 쌓았고,[2] 1972년에는 주 뉴델리 총영사로 부임하여 인도와 대사급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데 기여하였다.[3] 1974년부터 2년간 외무부 차관을 지냈고, 1976년 제네바 주재 대표부 대사로 부임하였다.
전두환이 집권한 직후인 1980년 9월 외무부 장관에 임명되었고 정통 외교 관료답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든가 일본과의 경제 협력 등을 진두지휘하는 탁월한 솜씨를 보였다. 대일 경제 협력의 경우 1982년 당시 세지마 류조가 방한하자 일본으로부터 한국이 공산권을 방어하는 보루이고 이에 의해 일본이 안보에서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서 경제 협력 차관을 받아낸 일화가 유명하다.[4] 1982년 6월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사건에 따른 민심 수습책에 따라 국가안전기획부장에 임명되었다.[5] 사실 군사 정권에서 정보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라든가 역할을 감안하면 순전히 외교에만 능통한 노신영을 국가안전기획부장에 앉힌 것 자체가 매우 의아한 상황이기는 했다. 전두환에게 꿍꿍이가 있었던건데 자신의 집권을 적극 도운 군부 출신 인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던 것. 물론 국가안전기획부의 역할 중에서 해외 공작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외교에 능통한 노신영의 노하우가 분명 도움이 될 법도 했기에 이 점도 고려 대상이기는 했다. 그렇게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임명된 뒤 가장 먼저 해결한건 바로 김대중 석방. 1982년 12월 김대중이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어 미국으로 갔는데 이는 노신영 국가안전기획부장이 외무부 장관 시절부터 김대중을 석방시켜야 한다고 전두환을 설득해온 결과였다.[6]
1983년 5월 일어난 중공 여객기 불시착 사건 때는 미국과의 협의는 물론이고 당시 '중공'이라는 멸칭으로 불렀던 적성 국가 중화인민공화국과의 협상을 진두지휘하여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중국 여객기가 불시착한 곳이 하필 주한미군 기지라서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우리 군과의 소통도 필요했는데, 김윤호 대한민국 합동참모의장 등의 군 수뇌부가 국가안전기획부장의 지시를 받을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과의 외교적 문제가 얽혀 있어 군부 단독으로는 해결을 못하다보니 전두환이 군부 세력 견제도 할겸 외교 전문가인 노신영 국가안전기획부장에게 맡겼던 것이라서 군 수뇌부측은 국방부 장관을 통해서 지시하라는 절충안을 내놓아서 무난하게 해결되었다. 현재의 국가안보실장에 해당하는 직위가 없다보니 생긴 해프닝인 셈.
반면 외교가 아닌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허수아비 수준이었는데 대표적으로 김영삼의 단식 투쟁과 상도동계-동교동계 정치인들이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결성할 때 아무런 대응을 못한 것. 외교 전문가였던 노신영에게 있어 국내 공작 업무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보자면 군사 정권답지 않게 정보 기관이 매우 유연한 시기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의 신임을 계속 얻었으며 1983년 10월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로 정부의 주요 관료들이 대거 사망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장세동 대통령경호실장과 함께 유임되었다.[7]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있던 시절 천안 독립기념관 건립을 구상하였으며 졸업정원제에 대해 반대하였다.
1985년 2월 제1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한민주당이 선전한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하였으나 오히려 국무총리로 임명되었다.[8] 그리하여 노태우, 장세동 등과 후계자로 주목받았으나 일반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낮았고 노태우, 정호용 등 군부 출신에 의해 견제를 받았으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책임을 지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 장세동과 함께 물러났다.
공직을 떠난 이후에는 롯데복지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1995년에는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겸직했다가 2012년 롯데그룹 총괄고문으로 추대되면서 이사장직을 신영자에게 넘겼다. 그 외에 1997년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1998~2002년까지 '안중근 의사 숭모회' 6대 이사장 등을 각각 지냈다. 2019년 10월 21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향년 89세로 사망했으며 묘소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다.
3. 가족관계
부인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동기로, 2009년 먼저 별세했다.#
장남 노경수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이고, 그 부인은 정세영(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정주영의 동생)의 딸이다. 차남은 홍진기(전 내무부 장관 및 중앙일보 회장)[9]의 차녀와 결혼했으며, 막내딸 노혜경은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의 차남 류진 회장에게 시집갔다.
4. 기타
- 백선엽 장군과는 같은 동향의 같은 면의 바로 옆마을 출신이다. 이러한 인연 덕분인지 노신영이 사망할 때까지도 서로 자주 연락했다. 두 사람은 1년 차이로 노신영이 2019년, 백선엽은 2020년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 후임 외무부 장관을 지낸 이범석과는 같은 평안남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외교가에서 경쟁해서 그런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이범석이 외무부 장관에 임명된 뒤로는 화해했다고 한다. 1983년 10월 전두환이 버마 순방을 논의할 때 이범석과 함께 반대하기도 했는데 전두환이 고집을 꺾지 않으면서 결국 이범석이 사망했지만 만약 화해하지 않았더라면 노신영의 마음이 매우 복잡했을 듯하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노신영, 한승수 전 국무총리.
- MBC 드라마 제4공화국에서는 성우 장광,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는 배우 김병기가 노신영을 연기했다. 김병기의 경우에는 세지마 류조와 나오는 연기는 훌륭했으나 단신에 대머리가 아니었던 관계로 싱크로율은 떨어졌다.
5. 소속 정당
[1] 전임 국무총리인 진의종이 사임하면서 정식으로 취임 전까지 국무총리 서리 수행. (1985년 2월 19일 ~ 1985년 5월 15일)[2] 이 덕분에 훗날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이 된 후 제5공화국의 외무부 장관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3] 이때 반기문이 초임 외교관으로 노신영 총영사 아래에서 근무하였다.[4] 일본의 반응은 차가웠는데 "당신네 나라는 싫어하는 나라의 기술을 배우고 돈을 빌리러 오기도 하시오? 차라리 돈이 부족하면 빌려달라고 하지 무슨 안보 운운하면서 말을 돌리시오?"라는 면박을 줬다. 한편 소노다 스나오(1913~1984) 당시 외상은 겉으로는 묵묵히 노신영의 말을 듣다가 회담 내용을 살짝 흘려 버리고 협상을 파탄 직전까지 몰기도 했다.# 심지어 온갖 우여곡절 끝에 받아낸 차관 금액조차 목표치보다 적었다.[5] 애초부터 외교관으로 지내온 마당에 정보 분야의 최고 책임자를 맡는게 내키지 않은터라 사양했지만 전두환이 계속해서 설득하는데다 전임자인 유학성 또한 "대통령이 하라는데 별 수 있습니까? 하라면 해야죠."라는 말로 수락을 종용하면서 결국 국가안전기획부장 자리에 오르게 된 것.[6] 김대중 사형 집행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전두환에게 노신영은 한미 관계에 악영향이 온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전두환이 김대중을 석방시킬 경우 정국이 시끄러워진다고 우려하자 "외교는 줄다리기입니다. 힘들다고 줄을 놓아버리면 줄다리기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줄다리기를 하되 얼마나 잘해내느냐, 그게 외교의 관건입니다."라는 명언으로 전두환의 결심을 이끌어냈다.[7] 노신영 국가안전기획부장은 애초부터 전두환이 순방지에 버마를 추가하려 하자 이범석 외무부 장관과 함께 반대했기 때문에 국가안전기획부가 북한의 테러 공작을 파악하지 못한 것과 별개로 책임을 묻기도 애매했다.[8] 사실 전두환은 명색이 국가안전기획부장이라는 노신영의 선거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점을 문제삼아서 노신영을 국가안전기획부장에서 자르기는 했는데 이것만 빼면 일을 잘해서 웬만하면 다른 자리에라도 앉히고 싶어했다. 헌데 국가안전기획부장은 장관급보다 높은 부총리급인지라 다시 외무부 장관으로 보내기도 그렇고 해서 고심 끝에 국무총리에 임명했던 것.[9] 홍진기는 이승만 정권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으로 4.19 혁명 당시 유혈 진압의 책임을 지고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이후 삼성그룹에 들어가서 중앙일보와 TBC의 초대 사장이 되었다. 홍진기의 장녀가 바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와는 사돈 관계로 그가 삼성그룹에서 매스컴 분야를 책임지게 된건 이 때문이다.[10]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과 신설 합당, 이른바 3당 합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