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의 방정식

 


1. 소개
2. 각 조건의 필요 이유
3. 한계 및 비판
3.2. 무의미한 숫자놀음
4. 재해석
5. 역대 최종 우승팀이 충족한 방정식
6. 결론


1. 소개


서울대 야구부 감독인 이광환 감독이 내놓은 지론이다. 아래의 5가지 조건을 보면 그 팀의 성적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1. 선발 15승 능력을 가진 에이스의 유무
2. 30세이브 이상을 기대할 마무리 투수의 유무
3. 타율 3할, 30홈런, 90타점 이상을 기대할 해결사 유무
4. 타율 3할, 30도루가 가능한 준족의 1-2번타자 유무
5. 수준급 안방마님 존재 여부
5개에 접근한 팀은 당연히 우승후보고, 상위권에 들려면 4가지는 갖추어야 하며, 3개 이상을 가지지 않은 팀은 포스트시즌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한다.

2. 각 조건의 필요 이유


  • 에이스: 선발 투수진의 주축이 되는 선수로, 꼭 필요할 때마다 승리를 챙겨주거나 팀의 연패를 끊는 역할을 한다.
  • 해결사: 중심타선의 주축이 되는 선수. 필요한 상황에서 타점을 먹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될 때 강력한 한 방으로 분위기를 가져오는 일도 한다.
  • 리드오프: 테이블 세터의 주축이 되는 선수. 투수의 공을 골라내며 다음 타자들에게 투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출루한 이후로는 주자로서 투수를 흔들거나 루를 훔치며 득점권 찬스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 안방마님: 수비진의 중심이 되는 선수. 야수들 중 수비력을 가장 많이 요하는 포지션으로, 논란이 되는 포수 리드는 제하더라도, 신예 투수들을 다독이며 이끌어나가고, 블로킹을 통해 폭투를 막거나 도루저지를 하여 주자를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코칭 스태프로부터 사인을 받아 야수들에게 전달하는 일도 맡는다. 여기에 공격력까지 갖춰준다면 금상첨화.

3. 한계 및 비판



3.1. 본말전도


해당 방정식은 사실 상 본말이 전도되어 "우승을 위해서는 무엇을 갖추어야 한다."가 아닌 "해당 조건이 어느정도 충족되면 적어도 4강은 갔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도 그럴게 몇몇 팀들은 얼핏 보면 '''조건이 다 갖춰져 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으며, '''당장 3개 이상을 갖춘 것 같아 보였던''' 팀이 4강에서 떨어졌고 시즌 성적을 보면 저 조건을 3개 이상 만족시키는 경우는 없다. 즉 아무리 수준급 기량을 갖췄어도 '''그 시즌 못하면 소용없는 셈'''이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류현진이 20승 이상을 거둘 수 있는 실력인 거하고 암흑기를 보내는 팀을 등에업고 실제 특정 시즌에 몇 승을 거두었냐는 전혀 다른 경우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기량을 가지고 평가하자니, 우연에 따른 행운, 슬럼프, FA로이드 같은 변수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사례를 인정하는 것도 논란을 일으킨다. 결과적인 수치만으로 판단할 처지라서 본말이 전도된 공식이다.

3.2. 무의미한 숫자놀음


사실 각 기준들 자체도 너무나도 엄청난 조건들이라 따지는 거 자체가 무의미하다. 실제로 해당 방정식을 3개 이상을 충족하고도 해당 시즌에서 떨어진 사례는 당연하지만 아직 '''없다.''' 반대로 지금까지 방정식을 모두 충족하면서 우승한 경우 역시 '''없다.''' 그 중에서 가장 가까운 사례는 4가지 조건을 충족한 2000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현대 유니콘스,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NC 다이노스 뿐이다.
이는 144경기 체제 이전에 "투수진이 총합 70승하면 4강에 든다."식의 주장과 비슷하다. 또 육상으로 따지면 "100m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8초만에 100M를 달리면 됩니다."같은 발언이고, 축구로 따지면 "적어도 38경기중 50골을 넣은 선수가 존재하면 강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식의 이론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제법 큰 조건을 제시했으므로 어지간해서는 다 들어맞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4. 재해석


방정식에서 제시한 기준이 15승, 30세이브, 30홈런, 30도루와 같은 클래식 스탯으로 세이버메트릭스가 활성화된 현대 야구의 선수 평가기준으론 그 선수의 실제 경기력을 반영하지 않은, 그냥 누적된 경기 결과물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예를 들어 2020년 현재 당신이 '어떤 투수는 15승을 했으니 에이스고, 다른 투수는 14승밖에 하지 못했으니 그냥 흔한 선발'이란 말을 하면 당연히 야알못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따라서 이 방정식을 심층적으로 재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 15승 선발 투수 → 좋은 기량의 선발투수
우리는 이를 에이스나 이닝 이터라는 말로 부르고 선발진의 중심으로 세운다. 또한 15승 투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팀 공격력이 훌륭하며 불펜진이 제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다. 1선발이 갖춰진 팀이라면 류현진 시대 한화 이글스 정도가 아니고서야 선발진이 평균 이하가 되긴 어렵다.
  • 30세이브가 가능한 마무리투수 → 안정적인 마무리의 존재.
전술했듯이 세이브 갯수가 많다는 건 승리할 기회가 많았다는 얘기지만, 벌떼 불펜이나 퀵후크처럼 불펜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할 경우 팀의 불펜 시스템이 혹사로 인해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30세이브 마무리투수는 단순히 본인 능력뿐 아니라 그 선수를 중심으로 한 불펜 운용이 단단했다는 이야기다.
  • 3할 30홈런 90타점 가능한 해결사 → 중심타선의 안정적인 장타 및 타점 생산
팀 득점력에 가장 중요한 요인중 하나가 장타율 및 장타이다. 따라서 많은 장타, 승리에 기여하는 좋은 장타를 때릴 선수가 있다는건 타선의 중심이 잡혔단 이야기다.
  • 3할 30도루가 가능한 리드오프 → 상위타선의 높은 출루율 및 스몰볼 전환 능력
팀 득점력의 또다른 중요 요인중 하나가 출루율. 높은 출루율과 기동력을 가진 리드오프 히터가 있으면 득점력 및 타점생산에 시너지효과가 나고, 이 선수의 출루로 1점을 짜낼수 있는 접전에서의 승률이 높아진다.
  • 수준급 안방마님 → 주전 포수 확보 및 해당 포수의 공백 최소화
예나 지금이나 야구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포지션이 포수이다. 최고의 타선으로 이름난 팀들도 포수는 돌려막기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공격,수비 어느 한쪽에서건 상위권 기량의 포수가 많은 이닝을 출장하는 것 만으로도 전세계 야구팀 공통의 과제인 팀의 구멍 메우기 하나가 단번에 해결된다. 또한 주전 포수의 공백이 발생 시 이를 메꿀 수 있는 수준급의 백업 포수 역시 중요하다.
이렇게 바꿀 경우 강팀의 방정식의 5대 요소들은 모두, 야구팀의 시즌 운용에 뼈대가 되는 선발투수진,불펜투수진,클린업 트리오,테이블 세터,포수진을 이끄는 기둥급 선수이며 이 선수를 중심으로 롤플레이어를 채우면서 뎁스를 강화하는 말 그대로 강팀의 전력을 쌓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 야구계 최고의 시스템 덕후인 이광환의 야구철학을 요약해주는 것이나 다름 없을 정도.'''
이는 5대 요소를 하나도 갖추지 않고 우승한 1987년의 해태 타이거즈 및 2005년과 2013년의 삼성 라이온즈를 보면 알 수 있는데, 2013년 삼성의 경우 15승 선발은 없었지만 14승, 13승 투수만 3명이 나왔고, 30세이브에 2개 모자란 28세이브 오승환, 30홈런에 1개 모자란 최형우, .295에 23도루를 찍은 중견수 배영섭을 가지고 있었다. 요건에 2% 부족한 5대 요소중 4개를 갖춘, 그야말로 뼈대가 단단한 팀이었고 실제로 2013년 삼성 라이온즈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2% 부족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결국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또한 이를 반대로 보면 약팀의 방정식(...)이라는 공식도 나온다.
'15승 선발 투수 → 좋은 기량의 선발투수'와 대치되는 사항.
'30세이브가 가능한 마무리투수 → 안정적인 마무리의 존재'와 대치되는 사항.
'3할 30홈런 90타점 가능한 해결사 → 중심타선의 안정적인 장타 및 타점 생산'과 대치되는 사항.
  • 뇌주루는 물론이고 출루조차 못하는 리드오프
'3할 30도루가 가능한 리드오프 → 상위타선의 높은 출루율 및 스몰볼 전환 능력'과 대치되는 사항.
'수준급 안방마님 → 주전 포수 확보 및 해당 포수의 공백 최소화'와 대치되는 사항.

5. 역대 최종 우승팀이 충족한 방정식


  • 기록이 아닌 보직을 기준으로 작성합니다.
  • 포수의 경우 스탯티즈KB리포트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기준으로 WAR 수치 4 이상의 포수만을 작성합니다. 두 사이트간의 기준이 다르므로 여기서는 두 사이트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선수만 기재합니다.
'''연도'''
'''우승팀'''
'''15승 투수'''
'''30세이브 투수'''
'''안방마님'''
'''리드오프'''
'''해결사'''
'''충족 개수'''
1982년
OB 베어스
박철순




1
1983년
해태 타이거즈
이상윤




1
1984년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




1
1985년
삼성 라이온즈
김일융, 김시진

이만수


2
1986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




1
1987년
해태 타이거즈





0
1988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


이순철

2
1989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 이강철




1
1990년
LG 트윈스
김태원

김동수


2
1991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 이강철




1
1992년
롯데 자이언츠
염종석, 윤학길


전준호

2
1993년
해태 타이거즈
조계현
선동열



2
1994년
LG 트윈스
이상훈, 정삼흠, 김태원
김용수

유지현

3
1995년
OB 베어스
김상진, 권명철




1
1996년
해태 타이거즈
조계현, 이대진


이종범

2
1997년
해태 타이거즈
이대진


이종범

2
1998년
현대 유니콘스
정민태


전준호

2
1999년
한화 이글스
정민철, 송진우



데이비스
2
2000년
현대 유니콘스
정민태, 임선동, 김수경
위재영
박경완

박재홍
4
2001년
두산 베어스



정수근

1
2002년
삼성 라이온즈
임창용



이승엽, 마해영
2
2003년
현대 유니콘스
정민태

김동수

심정수
3
2004년
현대 유니콘스
피어리
조용준


브룸바
3
2005년
삼성 라이온즈





0
2006년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1
2007년
SK 와이번스
레이번




1
2008년
SK 와이번스
김광현


정근우

2
2009년
KIA 타이거즈




김상현, 최희섭
1
2010년
SK 와이번스
김광현


정근우

2
2011년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최형우
2
2012년
삼성 라이온즈
장원삼
오승환



2
2013년
삼성 라이온즈





0
2014년
삼성 라이온즈

임창용


최형우, 이승엽
2
2015년
두산 베어스
유희관

양의지


2
2016년
두산 베어스
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

양의지

김재환
3
2017년
KIA 타이거즈
헥터, 양현종


버나디나

2
2018년
SK 와이번스


이재원

로맥
2
2019년
두산 베어스
린드블럼, 이영하




1
2020년
NC 다이노스
루친스키
원종현
양의지

나성범, 양의지
4
'''충족 조건 수'''
'''횟수'''
'''0'''
4
'''1'''
11
'''2'''
18
'''3'''
4
'''4'''
2
'''5'''
0

6. 결론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 방정식을 액면가 그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일각에서는 이광환의 야구팀 운영철학을 왜곡해서 받아들였다는 의견도 존재하나, '''애당초 수치상으로 재단하여 이론을 편 사람은 이광환이었다.''' 따라서 본인의 의중이야 어떻든 간에 본인도 이러한 비판에 시달릴 현실이다. 포수의 경우 이광환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논란이 있다. 참고로 나무위키에서는 WAR값 기준으로 통상적으로 입지가 탄탄한 선수 내지는 올스타에 준하는 수치인 4 이상을 만족 시키는 선수를 기준으로 했다.
실제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조사해 본 결과 조건을 많이 충족시킨 사례는 총 4가지를 만족시킨 2000년과 2020년이며, 대부분 우승팀들이 1~2개만 충족시킨 사례가 많다. 그러므로 너무 저 조건의 수치에만 집중하려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중요한 건 저 다섯가지 항목을 만족시키는 아니 항목에 도달 못 해도 '''비슷한''' 성적이라도 내 주는 선수들의 유무에 따라 팀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고로 그저 "이 스탯을 만족시키는 선수가 없으니 너흰 안 돼!" 이런 사고 방식은 곤란하다.
비슷하게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포스트시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어떠한 요소가 가장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왜 빌리 빈의 머니볼은 플레이오프에서 실패했는가? 너무 많은 변수가 있어 '방정식'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칼럼에서는 투수의 삼진율, 탄탄한 수비진 그리고 단단한 마무리가 그나마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