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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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미국의 문학 평론가, 문학 교수.
세계 문학의 고전에 대한 방대한 논문집을 편찬하고 그 모든 서문을 썼다. 그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의 문학 평론가로 평가받는다. 뉴욕 타임스는 그를 '가장 재능있는 비평가 중 한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2. 견해
문학 비평에 있어서 블룸의 위치는 ‘보수파'라고 볼 수 있다.
블룸은 <해럴드 블룸의 독서 기술>(원제 How to read and why)에서 고전을 읽는 몇 가지 방식을 제시한다. 그 첫번째가 “머릿속에서 은어를 제거하라”다. 그가 ‘은어’라고 말한 것은 “한 분파나 수상쩍은 비밀 집회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용어”다. 즉 블룸은 역사주의, 페미니즘, 해체주의, 마르크스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근대적 주체를 해체하고 저자를 죽이는 모든 사조에 저항한다. 블룸에 따르면 독서의 즐거움은 사회적이기보다 이기적이다. 책을 더 잘, 깊이 읽는다고 타인의 삶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 그는 "독서를 통해 이웃이나 주위 사람을 개선하려고 시도해서도 안된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자신을 튼튼하게 하고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를 깨닫기 위해 책을 읽는다.”라고 말한다. 독서의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 후 블룸은 “내면의 빛에 비추어” 읽어볼 만한 장·단편 소설, 시, 희곡 60여편을 제시한다.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월트 휘트먼, 마르셀 프루스트를 거쳐 윌리엄 포크너, 코맥 매카시까지 이른다. 새 장르를 소개할 때마다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로 이정표를 제시하는데, 그렇다 해도 블룸의 글은 읽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견해는 그의 저서 '해럴드 블룸의 독서 기술'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블룸은 좋은 문학작품에 대해 "나는 독창성·초월성·보편성을 지닌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책[3] 에서 나는 ‘광채’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서로 광채(영향)를 비추고 반사하며 함께 빛난다. 오래도록 남아 타인의 정신을 살찌우고 영감을 안겨주는 작품이 명작이 아닐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2.1. 서구문학의 정전
블룸의 대표작. 1994년 출판된 이 책은 서양 문학의 대가 26명과 그들의 작품을 엄선해 분석한 책이다. 제목은 서구문학의 정전正典(The Western Canon)이다.
14세기 이후 유럽과 아메리카의 주요 문학작품을 조사한 그의 저서 '서구 문학의 정전'은 블룸이 숭고하고 그들의 국가와 서양 정전의 대표작이라고 여겼던 26명의 작가들에 작품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전의 다양한 대표작에 대한 분석 이외에도, 블룸이 그 저서에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그가 언급한 "분노의 학파"로부터 문학을 되찾는 일이었는데, 이는 주로 독서에 사회적 목적을 지지한 학문적 비평가들이었다.[4]
2.1.1. 26명의 작가들
이 저서에서 언급한 26명의 위대한 작가들이다.출처 순서는 순위가 아니라 시대순이다. 다만 블룸은 셰익스피어가 가장 중요한 작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를 맨 먼저 소개했다.
2.2. 4개의 시대
출처
블룸은 서양문학을 4개의 시대로 구분했다. 서양 문학의 영향을 끼친 책들을 정리한 것으로 서양이 아닌 국가들도 존재한다. 이것은 요약본으로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서 볼 수 있다.#
2.2.1. 신정 시대
기간: 기원전 2000년 ~ 기원후 1321년
2.2.2. 귀족 시대
기간: 1321 ~1832
- 스페인: 돈키호테 (세르반테스), 세비야의 트릭스터 (티르소 데 몰리나)
- 포르투갈: 루시아드 (루이스 드 카몽이스)
2.2.3. 민주 시대
기간: 1832 ~1900
- 영국 & 아일랜드: 오만과 편견 (오스틴), 올리버 트위스트 (디킨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 스페인: 포르투나와 자힌타 (갈도스), 라 레젠타 (알라스)
- 미국: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모비 딕 (허먼 멜빌)
- 러시아: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
2.2.4. 혼돈 시대
기간: 1900 - 현재
- 이탈리아: 작가를 찾는 여섯글자 (피란델로), 제노의 양심 (스베보)
- 프랑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 이방인 (알베르 카뮈), 고도를 기다리며 (베케트)
- 스페인 & 포르투갈: 집시 발라드 (로르카), 분노의 책 (페소아)
- 미국: 위대한 개츠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러시아: 왕의 시간 (흘레브니코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라틴 아메리카: 픽션들 (보르헤스). 모두의 노래 (네루다),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아프리카: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아체베), 한 톨의 밀알 (티옹오)
- 호주 & 뉴질랜드: 아이들을 사랑한 남자 (스테드), 상상속의 삶 (말루프)
2.3.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는 블룸이 생각한 역사상 최고의 작가이며 동시에 가장 중요한 작가다. 블룸은 셰익스피어를 서양 문학 정전의 중심이라고 평했다. 블룸은 문학적 위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성경에 유일하게 맞먹는다고 단언했다.'''하느님 이외에는 신이 없으며, 그의 이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다.'''
― 해럴드 블룸 #
해럴드 블룸은 그의 저서 '세계문학의 천재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언어의 거장들조차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현실을 재연하는 셰익스피어의 능력에 비하면 영원히 적수가 되지 못한다. 셰익스피어 속에 있는 의식은 너무나 방대하여 세르반테스, 몽테뉴, 프로이트, 혹은 비트겐슈타인 등 수많은 천재들 속에서도 그의 맞상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블룸에 따르면 셰익스피어는 언어를 다루는 천재성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세속의 신성(神聖)"이었다.
2.4. 세계 문학의 천재 100명
2003년 출판된 블룸의 저서 <세계문학의 천재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언어적 천재 100명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천재들을 신의 위치에 놓고 각각의 천재성을 조명하면서, 그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어떻게 그 천재적인 빛을 공유해왔는지를 탐구한다. 블룸은 이를 위해 '영지주의와 카발라'라는 도구를 선택하였다. 영지주의는 신비한 영역에 대한 지식을 추구하고, 카발라는 '생명의 나무'인 세피라에 의해 신이 현현한다는 교의를 따르는 종교이다. 영지주의자인 저자는 100명의 천재들을 10개의 세피라에 배치하고, 고유한 광채로 서로를 비추게 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천재들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대부분 문학적 천재들이지만 '언어' 천재들인 철학자와 종교작가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또한 독자의 반응에서 창출되는 주관적 비평인 '독자반응비평'으로 자유분방하게 천재들을 다루고 있다.
2.4.1. 목록
'''I. 케테르 Keter 왕관'''
[ 광채 1 ]
[ 광채 2 ]
'''II. 호크마 Hokmah 지혜'''[ 광채 3 ]
- 여호와 문서
[ 광채 4 ]
'''III. 비나 Binah 사유 능력'''[ 광채 5 ]
[ 광채 6 ]
'''IV. 헤세드 Hesed 성약聖約의 사랑'''[ 광채 7 ]
[ 광채 8 ]
'''V. 딘 Din 엄중한 심판'''[ 광채 9 ]
[ 광채 10 ]
'''VI. 티페렛 Tiferet 아름다움'''[ 광채 11 ]
[ 광채 12 ]
'''VII. 네자 Nezah 신의 승리'''
[ 광채 13 ]
[ 광채 14 ]
'''VIII. 호드 Hod 위엄'''[ 광채 15 ]
[ 광채 16 ]
'''IX. 예소드 Yesod 근본'''[ 광채 17 ]
[ 광채 18 ]
'''X. 말쿠트 Malkhut 왕국'''[ 광채 19 ]
[ 광채 20 ]
2.5. 그 외의 문학적 견해들
- 노벨문학상을 비판적으로 봤다. 그는 "노벨문학상은 문학적 가치보다 다른 요인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알다시피, 국적이나 인종 같은 정치적인 요인이다.”라고 평했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했다.
『죄와 벌』은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결함, 즉 어떤 특정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당파심이 강해서 맹렬한 관점이 언제나 글에 두드러지게 묘사된다. 그의 계획은 라자로처럼 허무와 회의에서 독자들을 일으켜 세워 러시아 정교회로 개종시키려는 것이다. 체호프나 나보코프 같이 뛰어난 작가들도 그의 그런 태도를 참을 수 없어했다. 그들이 볼 때 도스토예프스키는 예술가보다는 날카로운 예언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죄와 벌』을 매번 읽을 때마다 강력하고 사악한 시련을 발견한다. 마치 맥베스 자신이 쓴 『맥베스』같은 느낌이다.
-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 코맥 매카시, 필립 로스를 가장 중요한 미국 현대 소설가로 평했다.# 코맥 매카시의 '핏빛 자오선'을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이후의 가장 훌륭한 단일 책"이라고 평했다.
- 흔히 반지의 제왕이나 스티븐 킹을 혹평한 것 때문에 장르소설을 싫어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8] 그의 엄청나게 긴 Western Canon 목록을 보면 멋진 신세계, 1984, 중력의 무지개, 보르헤스의 소설 등 장르로 분류될 수 있는 소설은 물론이고 스타니스와프 렘, 어슐러 K. 르 귄, 존 크롤리, 토마스 M. 디쉬, 머빈 피크 등 완전히 장르 작가들 또한 여럿 있다. 심지어 데이빗 린지의 판타지 소설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을 정말 좋아해서 그에 영감을 받아 The Flight to Lucifer을 쓴 적도 있는데 이것은 블룸이 평생 쓴 유일한 소설이다. 다만 작가로서의 능력은 많이 떨어졌는지 반응도 별로였고 본인도 나중에 흑역사라고 인정했다.
- 해리 포터 시리즈를 굉장히 경멸했다. 그는 "『해리 포터』? 완전히 쓰레기(garbage)다. 소설이나 문학이란 단어를 붙여서도 안 된다. 그 속에서 어떠한 문학적 가치도 찾을 수 없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세계적 붐은 한마디로 ‘재앙’이다. 좋은 문학 작품을 읽고 자양분을 얻어야 할 젊은이가 그런 책에 빠진다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 반짝이는 듯 보이는 대중소설이 100년 뒤에도 생명력을 유지할까?"라고 매몰차게 혹평을 남겼다. 또한 스티븐 킹 역시 경멸했다. 킹이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수상자로 결정되자 블룸은 “싸구려 모험 소설이나 쓰는 작가가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우리 문화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출처
3. 기타
- 1930년 뉴욕의 정통파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난 블룸은 유대인 언어인 '이디시어'로 된 시를 읽으며 처음 문학을 접했다. 젊은 시절 한번 앉은 자리에서 1천쪽의 책 읽을 정도의 독서광이었다고 고백한 블룸은 "그들(문학 작품)은 자유로움을 선사하며, 원초적인 충만함으로 나를 해방한다"고 말했다.
- 1990년 GQ의 '사랑 속의 꽃'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는데, 이 기사에서 블룸이 대학원 여학생들과 불륜을 저질렀다고 고발했다. 블룸은 이 기사를 보고 "혐오스러운 인물 암살"이라고 말했다. 블룸의 친구이자 동료인 전기작가 R. W. B. 루이스는 1994년 "블룸의 방황은 과거의 일이다. 말하기는 싫지만 오히려 자랑을 늘어놓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여러 해 동안 그리 비밀스러운 일이 아니었다."라고 블룸의 불륜을 인정하는 이야기를 했다.
[1] 이 날은 한국의 가수인 설리의 기일이기도 하다. [2] 미합중국 국무부가 주관하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교육과 연구의 국제교류를 목적으로 1946년 창설된 이래, 미국 대학생과 교수뿐 아니라 전세계 국가의 학자와 대학생들의 연구와 업적을 바탕으로 기금을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국제 교육 장학 프로그램이다.[3] 그의 저서 '세계 문학의 천재 100명'[4] 페미니즘 비평가들,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들, 라캉주의자들, 신 역사주의자들, 해체주의자들, 기호학자들이 주 비판 대상이었다.[5] 프랑스의 극작가[6] 영국에서 처음으로 근대적인 영어사전을 만들어 영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7] 블룸은 킹 제임스 성경이 문학적으로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했다.[8] 사실 반지의 제왕에 대한 혹평은 장르 내부에도 많다. 마이클 무어콕이나 차이나 미에빌 등이 대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