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일주

 

프랑스어: Le tour du monde en 80 jours
영어: Around the World in 80 Days
[image]
1873년 초판의 표지
1. 개요
2. 등장인물
2.1. 필리어스 포그(Phileas Fogg)[1]
2.2. 장 파스파르투(Jean Passepartout)
2.3. 아우다 부인
2.4. 프랜시스 크로마티 준장
2.5. 픽스 형사
2.6. 스탬프 프록터 대령
2.7. 앤드루 스피디 선장
2.8. 포그의 친구들
3. 줄거리
3.1. 여행의 시작
3.2. 영국 ~ 인도
3.3. 인도 ~ 미국
3.4. 미국 횡단
3.5. 여행의 막바지: 미국 ~ 영국
3.6. 여행의 결말
4. 정리
5. 현대에 재현한다면?
6. 실제로
7. 그 외
8. 애니메이션
9. 영화화
10. 게임화


1. 개요


쥘 베른의 모험소설로 1873년에 발표되었다. 많은 재산을 가진 영국의 부자 신사 필리어스 포그가 프랑스 출신의 하인 장 파스파르투를 데리고, 80일 동안의 세계일주에 도전한다는 내용이다. 쥘 베른이 쓴 모험소설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며, 여러 차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가 영국인이라 영국 소설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인 작가 쥘 베른이 쓴 프랑스 소설이다. 쥘 베른의 또 다른 대표작인 《15소년 표류기》도 등장인물 절대 다수가 영국인이지만, 진 주인공은 프랑스인이다.

2. 등장인물



2.1. 필리어스 포그(Phileas Fogg)[2]


영국 신사이자 파스파르투의 고용주로, 금발에 창백한 인상을 가진, 바이런을 닮은 장신의 미중년[3]으로 묘사된다. 나이는 약 40대 초반으로 추정되며, 기계적인 성격의 완벽주의자로서, 딱히 돈이 벌릴 만한 구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약 '''4만 파운드'''의 거금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이며,[4] 오로지 리폼[5] 클럽이라는 동호회의 회원일 뿐, 클럽에 가서 친구들과 카드놀이[6]를 즐기는 것이 일상이다. 다른 집단에는 속해 있는 것 같지 않다. 작중 묘사를 보면 돈을 걸고 하는데, 대부분 포그가 이긴다고 표현되었다. 게다가 내기에서 딴 돈은 친구들에게 다시 돌려주거나 자선 사업에 쓴다. 돈 같은 물질적 가치에 초연하고, 지적 유희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독자 입장에선 가진 게 돈밖에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하도 삶이 비밀에 싸여있다 보니 픽스 형사가 그가 세계여행에 나섰다는 것에 그를 은행 도둑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작중 포그가 돈이 많다는 암시는 등장하지만 포그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해서 돈을 벌었는지는 나오지 않으며, 상당히 미스테리하게 등장했다. 단, 후반부에서 배를 휘어잡고 지휘하여 직접 항해까지 하는 걸로 보아서는, 한때 뱃일에 몸담았다고 볼 수도 있고, 그 정도로 돈이 많은 걸 보면 젊은 나이에 선장이나 1등 항해사 등, 고급 상선사관 신분이었을 것이다.[7] 작중에서 포그는 리폼 클럽을 제외한 그 어떠한 곳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나와 있다.[8]
그가 사는 집은 새빌 로(Savile Row)에 있는데, 작중 설명에 따르면 과거 셰리던이라는 명연설가가 살던 집이라고 한다. 딱히 직업은 없는, 돈 많은 한량으로, 집에서는 몸단장을 하거나 잠을 자는 게 전부고, 오후부터 자정까지는 클럽에 가서 밥 먹고 신문 보고 카드 게임하는 게 전부인 한심하다면 한심한 사람.
그의 삶은 앞에서 언급한 완벽주의자답게 아주 '수학적'이라고 할 만큼 체계적인데 그가 사는 새빌 로의 저택의 초 단위까지 잘 정비된 시계로 보여지듯이, 아주 일반인이 보기에는 타이머가 붙은 기계처럼 체계적인 삶을 산다. 그의 옷 역시 아주 체계적인 방식으로 구획[9]되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리폼 클럽에 갈 때에도 아주 체계적인 보행[10]에 맞추어서 가는 사람이다. 또한 특별히 서두르는 일도 없지만 늘 제시간에 도착하는 사람이다.
일상 생활도 거의 시간, 분 단위로 정밀하게 기획되어 있었고[11] 가족이나 친구가 없이 하인 하나만을 거느리고 살고 있다. 포그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리폼 클럽에서 보내기 때문에 하인은 별로 할 일이 없었지만 포그가 정해놓은 규정을 어기면 절대 용서받지 못했다. 아침식사 시간에 전(前) 하인 제임스 포스터가 면도칼을 데울 온수의 온도를 섭씨 29도로 1도 낮게 맞췄는데도 곧바로 해고되었다.[12]
그리고 때 맞춰 장 파스파르투가 포그의 하인자리를 지원했고 포그는 간단한 면접 후 파스파르투를 고용한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마치고 리폼 클럽에 도착한 포그는 신문을 보다가 친구들과 80일 동안 세계일주가 가능하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거기에는 거쳐가야 할 나라들과 이동수단 및 소요시간까지 세부적으로 상세히 정리되어 있었고 이 기사의 내용이 정말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기자의 허풍인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다가 포그가 내기를 제안한다. 포그는 전자에, 친구들은 후자에 걸기로 했지만 처음엔 분명 농담이었는데 일이 갑자기 진담으로 벌어졌고, 친구들도 이런 일로 내기를 하는 것에 몹시 꺼림칙해 하였다. 그렇지만 정작 긴 여정을 떠나야 하는 당사자인 포그는 여유롭게 친구들에게 카드놀이를 계속하자며 패를 돌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포그는 파스파루트를 불러서[13]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짧게 알려준 뒤 간단한 옷가지와 양말, 그리고 여행 경비 2만 파운드를 챙기고 기차역에서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오후 8시 45분에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나머지 2만 파운드는 베어링 형제의 은행[14]에 있던 돈으로써 수표를 건네며 내기를 위한 판돈으로 걸게 된다.
작중에서 예정이 지체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당시 존재하는 탈것들을 다 이용했고, 여행 경비 또한 아낌없이 쏟아 붓는 모습을 보이기에 계산적인 성격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 도중 안내를 해준 안내인에게, 용도를 다한 코끼리(이름은 키우니)를 안내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걸로도 자네에게 진 빚을 다 갚을 수는 없을 거야"라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불운했던 여인 아우다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모습을 보면 냉철하고 계산적인 사람 같은 면모와는 달리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이다.[15][16] 또한 파스파르투의 실수로 인해 많은 돈을 날리는데도 뭐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17]
작중에서 사격[18], 카드놀이, 항해 지휘[19] 등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걸 보면, 진짜 젊었을 적에는 무엇을 하며 살았을지 궁금해지는 인물이다.[20]

2.2. 장 파스파르투(Jean Passepartout)


필리어스 포그의 하인. 파스파르투는 본명이 아니라 일종의 애칭이며, 성씨에 대해서는 작중 명기가 되어있지 않다.[21] 파스파르투는 프랑스어로 ‘지나가다’, 'to pass'인 passer동사의 3인칭 직설법현재형인 passe와 '어디나(everywhere, wherever)'를 뜻하는 부사 partout의 합성어며, '어디든지 통한다, 어디든지 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일반명사로는 '만능열쇠' 내지 '만능연장'을 뜻한다. 작중 그가 온갖 궂은 일을 처리하는 걸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고우영 화백의 만화에서는 파스파르투가 동양인으로, 작가의 오너캐를 썼다. 성룡이 만든 영화판에서는 파스파르투가 성룡이다. 이름이 뭐냐는 말에 얼떨결에 여권을 보고 중국인 발음으로 "패스포트"라고 했던 것을 잘못 알아듣고 파스파르투가 된 것.
프랑스 출신의 집사로 과거 소방관, 체육교사, 서커스 단원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이력의 소유자.[22] 84℉(약 28.8℃)의 면도물(포그는 86℉(30℃)의 더운 물을 쓴다)을 가져온 전 하인 제임스 포스터가 해고당한 뒤 새로 고용되었다. 그런데 정작 파스파르투는 여행 중 주인의 지시를 거역하는 등의 행동을 저지르면서도 해고당하지는 않았다.
나이는 30대로 추정되며 쾌활한 성격에 재주도 좋고 힘도 세지만, 머리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슬슬 조용한 삶을 원해서 포그의 하인이 되었는데, 고용된 첫 날에 뜬금없이 세계일주를 한다는 주인을 따라 함께 세계를 여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고 "그냥 변덕이시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그의 말이 진담임을 깨달아 솔선수범해서 협력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물품인 절대 틀리지 않는다는 시계를 늘 가지고 다니는데, 여행 내내 시계의 시간을 조절하지 않아 쭉 그리니치 평균시를 가리키게 된다. 작중에 픽스와 인도에서 만난 영국 신사에게 이걸 지적받지만,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 사람이 "그러면 당신 시계가 태양과 맞지 않을 텐데"라고 하자, '''"태양이 안됐죠, 뭐! 틀린 쪽은 태양이니까!"'''라고 하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여행 도중 딱 한번 시간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역시 내 시계는 틀리지 않아'라며 기뻐했지만, 사실은 그때가 태평양을 지나는 시점이라서, 그리니치 표준시와 딱 '''12시간''' 차이가 날 때였다. 작중 배경을 감안하면 (쿼츠 시계가 유물로 나돌지는 않을 시점이므로) 아마 기계식 시계로 보이는데, 오차율이 0에 가까울 정도였다면 확실히 값지고 가치있는 물건이었음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시차는 시차인지라... 그런데 떠나기 전부터 포그한테 자기 시계보다 4분 늦다는 말을 듣는다. 포그가 가진 시계는 픽스에게 체포되었을 때 정시보다 2분 빠르다고 나온다.
작중 포그 일행 최고의 재주꾼으로, 아우다 부인 구출, 항해, 인디언과의 싸움에서 활약했으며, 그에 더해 자주 사고도 쳐서 포그의 여행 경비를 소모시키는 주원인이다. 맨손 싸움 실력은, 힌두교 사제 2명을 발길질 1번과 주먹질 1번으로 때려눕히거나, 혼자서 인디언들 3명을 떡실신시킬 정도로 잘 하는 듯. 여기에 픽스 형사도 파스파르투에게 걸려 얻어맞은 적이 있다.
덤으로 여행 첫 날에 자기 방의 가스등 끄는 것을 잊어서 돌아온 그날 어마어마한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다행히도 봉급보다 비싼 액수는 아니었다고. 작중에 언급된 파스파르투의 가스등 요금 계산법으로 계산해 보면, 파스파르투는 7파운드 18실링을 가스등 요금으로 물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그가 세계일주 도전 성공 상여금으로 5백 파운드를 주되 가스 요금을 공제하고 줬다는 언급을 보면, 적자는 면한 것으로 보인다.
포그가 내기에서 이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포그와 아우다 부인의 결혼식을 위하여 교회에 갔다 아직 80일이 되지 않았다는 것, 즉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리나케 뛰어와 포그에게 알리고 리폼 클럽의 휴게실에 '''3초'''를 남기고 들어가 내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방법이 걸작인데, 마차를 잡아서 '''100파운드를 약속하고 아무튼 빨리 리폼 클럽으로 가 달라고 요청한다'''. 이건 필리어스 포그 본인이 여행 중 많이 썼던 방법인데 같이 다니다가 물든 모양이다(...).

2.3. 아우다 부인


인도 여인으로 뭄바이의 부유한 무역상의 딸이었고, 그 미모는 주위에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덕에 유럽식 교육을 받아 영국 문화 등에도 익숙하며, 영어 실력도 훌륭해 포그 일행과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하여 역시 유럽 위주라는 비판이 따른다. 실제 당시 인도의 많은 여성들은 유럽식 교육을 거부했다. 19세기 중후반, 영국 여성들이 바느질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하는 솔선수범을 하자, 인도 여성들은 '바느질은 천민들이 하는 건데 이 흰둥이들이 돌았나?'라고 야유하며, 이런 교육을 한 영국 여성들을 외면하고 나간 일이 허다했는데, 영국에서는 이걸 야만이라고 날뛰며 비난했다. 다만 그녀는 인도 토착민이 아니라 서구와 가까웠던 소수민족인 파르시 출신이라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유색인종이긴 하지만, 영국 백인과 다를 바 없을 만큼 피부가 희다는 언급이 있다.
운수가 사나워서 지방의 늙은 토후와 억지로 결혼했다가[23] 그 토후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남편의 시체와 함께 산 채로 화장당할 뻔했다가[24], 파스파르투가 토후의 시체로 변장해 들어가 제단에서 아우다 부인을 당당하게(?) 안고 나와 구출했다. 이에 다들 시체가 부활한 줄 알고 기겁하여 엎드린 틈에, 그는 부인을 안고 태연히 걸어 나오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 덕분에 무사히 구조된 뒤 여행에 동참했다.[25] 재수가 더더욱 없던 게 그 토후는 분델칸트 지방을 다스리는 토후였는데, 인도에서는 이러한 풍습이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지역이 있다고 크로마티 준장이 얘기한 곳 중 하나가 분델칸트였던 것.
처음엔 홍콩에 친척이 있다고 해 왔더니만, 친척들이 다 유럽에 가서 포그 일행을 따라다니게 된다. 종반부에 세계일주에는 성공했지만, 내기에는 패배한 포그에게 청혼했고, 포그가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포그가 내기에서 이기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뒤[26] 마지막에는 포그의 아내가 되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2.4. 프랜시스 크로마티 준장


인도 주둔 영국 육군 여단장으로, 젊은 시절부터 인도에 오래 주둔한 터라 인도의 사정에 밝다. 파스파르투가 힌두교 사원에서 곤혹을 겪은 걸 듣고는,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아우다 부인을 산 채로 화장하려는 바라문 교도들의 행동에 대해 설명해줄 정도.
포그 일행과 같은 배로 인도에 도착했고, 기차에서도 동승하다가 주둔지까지 동행하면서 아우다 부인을 구출할 때도 함께 나섰다. 이때 모든 걸 기계처럼 철저히 계산하고 움직이는 포그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다만 포그가 먼저 아우다 부인을 구하자고 하니, "당신도 인간의 심장을 가지고 있군요!"라고 말했다. 그 다음엔 기차역에서 포그의 여행이 성공하길 빈다며 포그 일행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헤어진다. 나중에 포그와 아우다가 결혼한 걸 알게 되면 또 한 번 놀랄 듯.

2.5. 픽스 형사


잘못된 범인을 잡기 위해 지구를 한 바퀴 돈 불쌍한 인물. MPS 형사로 수에즈에서 등장 영국 은행 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되는 필리어스 포그를 잡기 위해, 포그 일행의 뒤를 밟으며 여행을 방해했다가, 홍콩 이후에는 아예 포그 일행의 일원이 되어 세계일주를 돕게 되었다. 사실은 포그를 잡아 상금을 얻기 위한 욕심으로 행동한 것이며, 때문에 포그가 아낌없이 여행 경비를 퍼부을 때마다 자기 몫이 줄어든다는 사실에 발을 동동 굴렀다. 현상금은 범인을 체포하여 몰수한 돈에서 일정비율로 계산한 액수이기 때문. 홍콩까지는 체포 영장이 도착할 때까지 포그 일행의 발목을 붙들기 위해 방해 공작을 하지만, 포그의 돈지랄에 전부 실패했고, 홍콩을 떠난 이후에는 아예 하루라도 빨리 포그를 영국까지 가게 만들기 위해 협력했다.
당시 몽타주가 포그와 너무나도 흡사했고, 좀 수다스러워 보이는 파스파르투에게 접근하여 정보를 캤다. 그랬더니 포그가 세계일주에 나섰고, 파스파르투는 포그가 세계일주를 하기로 결정한 그날 하인으로 고용되었다고 하니, 거액을 훔쳐 해외로 도피하려 한다고 의심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정황이었다.[27]
천신만고 끝에 가까스로 리버풀까지 도착한 포그를 바로 체포했지만,[28] 이미 진범이 잡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자신의 착오였음을 알고 용서를 빌었지만, 픽스 탓에 내기에 패배하게 되어 분노한 포그의[29] 펀치를 맞고 뻗어버리는 걸로 출연 끝. 파스파르투가 "그게 바로 세계 일주를 해 본 세계적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세계적인 영국제 주먹맛[30]이지!"라며 신랄한 말장난을 한다. 하지만 포그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그의 결혼을 축하해주었고 포그는 남은 1천 파운드의 절반을 나눠주는 것으로 화해한다.
나름 악역인 셈이지만 오해가 있었을 뿐 악당은 전혀 아니다. 더구나 인디언 때문에 기차를 놓친 포그에게 뉴욕까지 갈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고,[31] 형사로서 포그의 세계일주를 입증하는 증인이 된 셈이라, 본의는 다른 데 있었어도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됐다. 작중 여행으로만 흐르는 스토리에, 포그를 범죄자로 생각해 세계를 돌며 쫓는 픽스 형사의 긴박한 스토리가 가미되어 더 흥미진진하게 해 준다. 포그 자신도 어쨌든 픽스 덕분에 즐거웠기 때문에 500파운드를 나눠줬다.

2.6. 스탬프 프록터 대령


포그가 미국에 와서 맺은 악연으로, 첫 만남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 패싸움에서 마주치는 심히 불쾌한 만남이었다. 이때 포그와 서로 영국 놈, 양키 놈 소리를 해가며 다음에 두고 보자는 식으로 헤어졌지만, 열차의 정차에 기관실로 달려가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포그와 같은 대륙횡단 열차에 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때 최고 속력으로 달려가면 무너지기 직전의 다리를 넘을 수 있을 거라는, 심히 정신 나간 주장을 펼친다. 무서운 건 거기에 찬성하는 미국인들. 마지막으로 그냥 걸어가면 된다고 주장하던 파스파르투마저, 그의 도발에 "프랑스인도 얼마든지 미국적일 수 있다고!"를 외치면서 찬동했다. 물론 말끝에 "역시 그냥 걸어가면 되잖아"하고 꿍얼대긴 했지만. 그때 포그 일행은 아무것도 모른 채 카드놀이에 열중하고 있었으며, 중요한 건 그 미친 짓이 '''통했다'''는 것이다.
이후 카드놀이 중이던 포그 일행에게 끼어들어 훈수를 두다가 말다툼이 벌어져, 포그와 결투를 하려고 드나 때마침 수 족의 습격에 흐지부지된 채 맞서 싸우게 되었다. 그 뒤 사타구니에 중상을 입어 역으로 먼저 향했다는 언급을 끝으로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대령으로 부르기는 하는데 정말 미합중국 육군 장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대령"이 미국에서 적당히 나이 든 남자의 존칭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2.7. 앤드루 스피디 선장


리버풀 행 직통선이 떠나버린 포그가 대신할 배를 찾다가 만난 석탄 운반선 앙리에타(헨리에타)의 선주 겸 선장으로, 보르도까지 석탄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부디 아일랜드까지만 가달라는 포그의 부탁과 뇌물에도 요지부동이다가, 그럼 보르도까지만이라도 태워달라는 포그의 타협안과 많은 돈에 승선을 허가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못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또다시 돈을 요구하자 선원들을 돈으로 포섭한 포그에게 선상 반란(?)을 당해 감금되었고[32], 배는 포그의 지휘 하에 리버풀로 가게 되었다. 이때 픽스는 포그가 이대로 해적이 될 거라고 생각하여 이 일에 나선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석탄이 떨어지기 시작해 망망대해에서 조난당할 상황에 처하자, 포그는 '''목재 부분을 땔감으로 써서 항해를 계속'''하기 위해 그를 풀어준 다음 매수하려 했다. 이때 선장은 '''"5만 달러나 되는 내 배를 땔감으로 태우겠다고?!"'''라며 길길이 날뛰었지만, 포그는 쿨하게 '''"여기 6만 달러가 있소"'''라며 돈다발을 선장의 눈앞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러자 선장은 자신의 배의 목재 부분은 태우지만 배 값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계와 선체는 그대로 자신의 몫이 된다는 조건에다 20년이나 지난 배임에도 원가보다 높은 돈을 받게 되자 당장에 사근사근해진다! 그리고 직접 앞장서 배의 목재 부분을 다 때려 부수는 등, 퀸스타운까지 가려고 아등바등한다. 가까스로 퀸스타운에 도착한 뒤 걸레가 된 배와 함께 포그와 이별하게 된다. 작중 보면 아주아주 행운아다. 한동안 감금당하고 배가 걸레가 되긴 했지만 그걸 만회하고도 남는, 여태까지의 모든 인물들보다도 더 많은 보상금을 받아냈다.
물론 포그에게는 그것을 가져봐야 골치만 아팠을 뿐이다. 앞서 인도에서 안내인에게 코끼리를 준 것도, '''어차피 다시 인도에 오지 않는 이상에야''' 가져갈 수도, 가져간다 해도 여행 내내 최고의 짐+골칫거리기 때문. 여기에 배나 기차에 태우기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코끼리를 안내인에게 공짜로 준 것은 선행이 맞긴 맞다. 산 가격보다 더 싸게 팔아도 안내인으로서는 "감사합니다!"라고 할 수 있는데, 공짜로 코끼리를 얻었으니. 인도에서는 이틀을 벌었기에 설령 안내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줘도 큰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이때는 1분 1초가 아까운 마당에, 안내인보다 성격 더러운 선장과 말싸움할 겨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럴 때 확실한 방법은, '''입 닥치게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제시하는 것'''. 어차피 선장도 먹고 살려고 일을 하는 것이니, 원가보더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기계와 선체(船體)를 넘겨주면 선장은 그 돈으로 도착 후에 목재를 구해서 배를 수리하면 끝,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러고도 포그가 준 6만 달러는 줄어들지언정 많이 남을 것이다. '''괜히 자기 배 때려부순 게 아니다.''' 설령 배를 수리하지 못한다 한들 어차피 5만 달러짜리 20년 묵은 배를 6만 달러 받고 팔고도 고철이 있으니 고철까지 팔면 끝. 이러니 스피디 선장은 최소한 차익 1만 달러+배의 고철들은 건진다. 또한 어차피 포그 입장에서도 그깟 배 가져봐야 쓸데도 없다. 배를 사서 퀸스타운에서 연료를 충전해 영국까지 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요 선장 태도를 보면 또 보상금을 내줘야 가능, 여기에 영국까지만 가면 배를 가진들 쓸 곳이 없으니까 이럴 바에야 선심쓰듯 배를 줘버리고 대신 선장이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데다가 다시는 아무 말 않게 하는 게 낫다.[33] 게다가 보면 알겠지만 잘못했던 쪽은 선원들을 선동하여 선장을 구금한 포그 쪽으로 영국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문제다. 이러니 자기가 가져봐야 이익도 없을 것은 그냥 냅다 줘버리고 대신 선장 쪽이 자신을 고소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귀찮게 하지 않게 방지하는 게 나을 것이다. 어차피 선장 쪽도 자기가 본 손해라곤 며칠간 구금된 것일 뿐 이익이란 이익은 다 봤으니까 며칠 갇힌 거 따위는 성격상 신경도 안 쓸 것이다.
단, 안내인은 공짜로 안내하는데도 아우다 부인을 구하는 일이 위험한데도 말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포그에게 있어서는 정말 고마운 일을 해준 덕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나중엔 아우다 부인은 포그의 부인이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아내를 구해준 은인이 아닌가'''.

2.8. 포그의 친구들


포그가 다니는 리폼 클럽의 회원들. 하나같이 쟁쟁한 부자들이다. 이름은 각기 엔지니어 앤드류 스튜어트, 은행가 존 설리번과 새뮤얼 폴린턴, 고티에 랄프(이 사람은 그 중에도 도둑맞은 영국은행의 이사이자 부총재이다.), 양조업자(맥주공장 사장) 토머스 플래너건이다. 포그와 같이 담소를 나누고 카드 게임도 하지만 사적으로 친한 사이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같은 클럽의 아는 회원이자 카드 게임 멤버 관계일 뿐. 딱히 직업이 없는 포그와 달리 뚜렷한 직업이 있으며 상류층이라 부를 만한 사람들이다. 랄프와 스튜어트의 말싸움 와중에 옆에서 듣던 포그가 80일 동안 세계일주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바람에 사건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 중 스튜어트는 처음부터 포그의 여행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일축하며 실패한다에 돈을 걸었지만 마지막에 포그가 여행을 완수하면서 도리어 거액을 날렸을 듯. 하지만 상류층이기에 그다지 큰 타격은 안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34]
파스파르투는 이들을 그리 신뢰하지 못하는지 픽스 형사에 대한 정체를 처음에는 이들이 보낸 스파이로 생각했다.

3. 줄거리




3.1. 여행의 시작


리폼 클럽[35]에 다니는 자산가인 필리어스 포그는 숫자와 시간관념이 굉장히 철저한 사람이다. 하루 일과를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기본, 물의 온도도 정해놓은 수치의 것만 이용했고, 심지어 '''클럽으로 걷는 발걸음 수(1150발자국이라고 책에 기록되어 있다)'''까지도 정확히 정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디 밖에 나가본 적이 없어 보이고, 매일 같은 곳만 다닌다.
1872년 10월 2일에 영국의 대형 은행에서 55000파운드[36]라는 거액이 털리는 강도 사건이 일어났고, 포그는 늘 하던 대로 클럽 사람들과 카드놀이를 하던 중 은행강도의 도주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80일 내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2만 파운드[37]의 거액을 걸고 내기를 하게 되었다. 사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신문에서 어떤 사람이 그냥 단순히 떡밥처럼 던진 이야기였다. 자기 나름대로 내역을 짜서 올린 걸 보고, 포그가 "불가능할 것도 없어 보이는구만"이라며 평한 것. 하지만 친구들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돈을 걸었고, 이에 포그도 무덤덤하게 내가 한 번 해보겠다고 한 것.[38] 그곳을 지났다는 증표로 그 나라의 대사관 등지에서 여권에 대사의 사증을 받는 것이면 증거로 충분하지 않겠냐고 포그가 말하자, 클럽 회원들은 포그의 신사로서의 명예를 존중한다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파스파르투[39]는 세계일주를 떠나는 그날 아침에 새로 고용된 하인으로, 파리 출신 프랑스인이다. 프랑스인에 대한 선입견에 맞게, 활기차고 오만가지 표정이 다채로우며, 고아로 태어나 소방수, 곡예사, 거리 악사, 하인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한 끝에, '편하고 조용한 생활'을 하기 위해 포그 가에 들어왔고, 거의 기계와 같은 삶을 사는 필리어스 포그를 보면서 '기계를 모시는 것도 나쁘진 않지'라고 새 주인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와중에 포그는 파스파르투가 목숨을 걸 정도로 소중하게 여기는 시계가 4분 늦는다고 충고해 주었다. 이 집 안의 모든 시계들은 '''초 단위까지''' 일치했다.[40]
헌데 하필 그날 주인이 세계 일주를 떠난다고 하는 바람에 급하게 끌려 나가게 되면서 자신의 소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때 너무 급하게 나가서 가스등을 켜고 나가는 바람에, '''80일 동안 그 가스비가 밀렸다'''. 더욱이 파스파르투는 가스등을 켜고 나온 것을 깨닫고 당황한 채 포그에게 말했더니, 포그는 쿨하게 '''80일간의 가스비는 자네 급여에서 제하면 된다'''고 말해서 나중에 본인 돈으로 지급했다.[41] 어쨌든 그날 20:45에 포그가 런던을 떠나는 기차에 오르며 내기는 시작됐고, 정확히 80일 뒤인 1872년 12월 21일 20:45까지 리폼 클럽에 도착해야 승리한다.

그의 여행은 런던에서 곧 엄청난 이슈가 되었고, 너도 나도 이 세계일주에 내기를 걸게 되었는데 대부분은 포그가 처참하게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었고, 런던의 주요 일간지도 모두 포그를 욕했다. 그나마 《데일리 텔레그레프》만이 부분적 지지를 보냈지만 결국 지지를 철회했다. 어느 늙은 귀족[42]은 성공한다고 걸었다가 노망났다는 소리만 듣게 되었다. 또한 영국 증권가에는 "필리어스 포그권"이라는 이름의 증권까지 등장했다.
한편 모종의 사건으로 이 여행은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하는데, MPS의 픽스 형사가 포그를 문제의 은행강도를 일으킨 범인으로 의심했다. 용의자 몽타주와 포그가 닮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픽스는 범인을 체포하거나 체포에 큰 공을 세우면, 범인이 강탈해간 금액의 일부(체포 당시 범인이 소지하고 있는 금액 전체에서 5%)를 현상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에[43] 거의 눈이 뒤집혀 적극적으로 이 일에 뛰어든 것이었다. 영장을 신청하고 그의 출국을 거부할 것을 담당 관리에게 요청했지만, 적법한 출국요청이니 무단으로 거부할 수 없다고 거부당하자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전술(前述)했다시피 여러 상황이 픽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3.2. 영국 ~ 인도


이들의 여행은 순조로웠다. 열차와 기선을 이용하여 프랑스이탈리아를 경유한 다음 이집트수에즈로 가서, 기선 몽골리아 호를 타고 예정보다 이틀 일찍 인도뭄바이에 도착했다. 몽골리아 호는 원래부터 정시보다 일찍 들어오는 배로 유명했고, 거기에다 추가로 필리어스 포그가 더 일찍 들어오면 포상금을 주겠다고 공언했으며 이틀 일찍 들어옴으로써 약속을 지켰다.
인도 뭄바이에 도착 후 포그는 숙소에서 쉬고 파스파르투 혼자 관광을 갔다가 말라바르 힌두교 사원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몰라 그냥 들어갔다가 힌두교 성직자들에게 신발을 빼앗기고 구타당하다, 격분한 파스파르투가 성직자들을 몸싸움으로 밀어붙이고 탈출했는데 이는 나중에 여행에 걸림돌이 된다.
그리고 새로 개통된 인도 대륙횡단 철도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이 철도가 완전 개통이 아니었다! 클럽에서의 대화 중 이 노선이 개통되었기에, 이제 80일 만에 세계 일주가 가능해졌다는 떡밥이 내기로 진화한 것이었다.[44] 그런데 정작 콜비(Kolbhi) ~알라하바드(Allahabad)의 80km 구간이 완공이 안 되었던 것이다. 더욱 어이없는 건, 열차표에는 "봄베이(뭄바이)~캘커타(콜카타)"라고 버젓이 인쇄되어, 누가 봐도 대륙횡단노선으로 알게끔 발매됐다는 점이다. 그나마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몽골리아 호에서 이틀을 벌어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랄까.
결국 말부터 시작해 사람이 끄는 철도까지 모든 교통수단이 이미 매진된 지 오래였기에, 열심히 발품을 판 파스파르투가 코끼리를 간신히 수배해왔다. '키우니'라는 이름의 이 코끼리는 싸움용으로 훈련을 시작한 상태였으며, 당시 상당히 귀한 놈이었기에 파르시 출신[45] 조련사로부터 무려 '''2,000파운드'''를 주고 '''구입했다'''. 처음엔 대여하려 했으나, 포그는 아예 코끼리를 구매하겠다고 나서자 포그 일행에게서 돈냄새와 다급함을 눈치 챈 코끼리 주인은 배짱을 튕기며 가격을 점점 올렸고, 파스파르투는 이 바가지에 분개하여 반대했으나 결국 2,000파운드라는 거액을 주고 사게 되었다. 다행히 코끼리 조련사 겸 안내인은 한 친절한 파르시 청년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후술하겠지만, 당시 2,000파운드는 지금의 '''4억원''' 정도 된다.
그 뒤 코끼리를 타고 철도가 없는 부분을 지나다가, 필라지 사원에서 화형[46]당할 위기에 처한 인도 여인 아우다를 구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체로 변장하여 잠입하는 등 위험을 무릅쓰며 파스파르투가 구한 것인데, 정작 아우다 부인은 포그에게 더 고마워했다. 물론 최종결정은 포그가 내렸고, 시간적 여유가 남는다는 핑계로 주도적으로 구출을 지시한 것도 포그가 맞다. 아우다 부인은 영국식 교육을 받았고, 피부색은 백인 수준으로 하얀 색이었다. 또한 부모의 사망 이후 강제로 늙은 토후와 결혼했다가 그 토후가 죽자 화형을 당할 뻔한 것이다.
아우다와 함께 콜카타에 도착했을 때, 픽스의 방해 공작으로 법정에 불려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죄목은 "성지(聖地: 옛날 사원) 침입"이었다. 성난 힌두교 성직자들에게 파스파르투는 "저자들이 '''필라지''' 사원에서 아우다 부인을 화형에 처하려고 했다고요!"라고 항의했지만, 힌두교 성직자들은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어리둥절했다. 알고 보니 파스파르투가 처음 인도에 와서 멋도 모르고 구둣발로 뭄바이 '''말라바르''' 사원에 출입한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원은 맨발로 들어와야 하는 성스러운 곳인데, 프랑스인인 파스파르투는 당연히 그것을 몰랐고, 분노한 힌두교도들이 파스파르투에게 달려들어 강제로 구두를 벗겼지만, 파스파르투는 '대체 이 양반들이 왜 이러는 거지?'라고 하면서 완력으로 그들을 때려눕히고 달아난 적이 있었는데, 그 일을 알아낸 픽스 형사가 성직자들에게 고소하면 많은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추겼던 것이다.
결국 파스파르투는 15일간의 구류와 300파운드의 벌금을, 포그(주인이라는 이유로)는 8일간의 구류와 150파운드의 벌금을 선고받지만, 포그는 거액의 보석금(1인당 1,000파운드)을 지불한 다음 곧장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때 파스파르투가 자기 신발 내놓으라고(당시 신발을 빼앗긴 후로 가짜 진주가 달린 불편한 슬리퍼를 계속 신어야 했기에) 악을 써서 돌려받은 후, '한 짝당 1,000파운드라니 겁나게 비싸네!' 하고 한탄했다.
픽스는 그들이 금고형에 처해져서 포그와 파스파르투가 감옥에 갇히면, 그 안에 자신이 영국에 신청해둔 체포영장이 와서 그들을 체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좋아했지만, 포그가 보석금을 내고 나오는 걸 보고, "저것들이 내 현상금 다 축내네!" 하고 울부짖었다. 보석금(保釋金)은 말 그대로, 당신들을 내보내주긴 하겠지만, 이후 당신들이 재판에 나올 것을 보장한다는 증거로 대신 맡아둔다는 보장석방금이다. 당연히 포그는 재판에 나가기는커녕, 그대로 내기의 세계일주를 계속 할 셈이니 이 돈은 당국에 몰수된다. 포그를 은행강도범이라고 믿고 있는 픽스 형사로서는, 자신이 받을 현상금의 액수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니, 속 터지는 것도 당연하다.

3.3. 인도 ~ 미국


보석금을 낸 포그 일행은 홍콩 행 증기선인 랑군 호에 탑승, 벵골 만,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를 거쳐 홍콩에 도착했다.[47] 픽스 형사에게는 최후의 보루. 같은 영국 식민지인 싱가포르에는 잠시만 머무를 예정인데다 홍콩은 당시 그들의 여행 경로에서 지나는 마지막 영국령이었기 때문에, 여기를 벗어나면 당연히 체포 영장의 효력이 없어지므로 상당히 골 때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계속해서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픽스를 수상하게 여긴 파스파르투는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가, 클럽 회원들이 포그를 감시하라고 보낸 스파이라고 결론내리고, 픽스에게 다음에도 또 계속 보게 될 테니 또 보자며 빈정댔는데 이에 찔리는 데가 있던 픽스는 식겁했다. 여행 도중 일행이 탄 배가 폭풍을 만나 여정이 지체되자, 주인의 여행 내기에 지장이 생길까봐, 파스파르투는 폭풍을 향해 고래고래 저주와 욕을 퍼붓기도 했었다. 게다가 배 여기저기를 날다시피 뛰어다니면서 폭풍과 싸우는 선원들을 도왔으며 그 날랜 몸놀림과 힘에 베테랑 선원들도 혀를 내두른 바 있었다. 폭풍 때문에 여객선은 홍콩에 예정보다 24시간 늦게 도착한다.
포그와 파스파르투는 원래는 아우다와는 홍콩까지만 함께 하고 거기서 헤어질 계획이었으나 아우다의 먼 친척이 네덜란드에 정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계일주를 같이 하고 친척에게 데려다줄 겸 해서 아우다를 유럽까지 데려가기로 한다. 그리고 파스파르투는 포그의 지시로 요코하마 행 배의 표를 구하러 갔는데, 이미 놓쳤다고 생각한 요코하마 행 기선의 출항시간이 보일러 점검으로 예정보다 하루 늦어졌다는 소식과, 조금 이후 보일러 점검이 빨리 끝난 덕에 그날 저녁에 기선이 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행에게 이를 전해주러 가던 도중, 픽스에게 이끌려갔다. 파스파르투가 자신의 정체를 안 것이라고 걱정하던 픽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파스파르투가 포그의 공범은 아니라고 판단해 그를 회유할 작정이었던 것. 술집에서 픽스는 파스파르투에게 자신의 신분과 포그의 정체를 밝힌다. 이때쯤 파스파르투는 주인인 포그가 무척 마음에 들었고, 주인어른의 내기 성공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인의 무고를 주장하면서, 설혹 은행강도라 해도 자신에게는 이상적인 주인이니 그럴 수 없다며 펄펄 뛴다. 픽스는 진정하라며 술을 권하고, 슬쩍 아편을 권해 취하게 만들었다.
아편에 대해 전혀 몰랐던 파스파르투는 아편에 취해 곯아 떨어졌고, 픽스는 혼자 빠져나갔다. 파스파르투를 저대로 놔두기만 하면, 포그는 요코하마 행 기선을 놓칠 테니, 옆에서 감시하며 기다렸다가 영장이 도착하면 체포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파스파르투는 단련을 많이 하여 체력이 강했고, 주인어른에게 기선의 일정이 변경된 것과, 픽스의 정체를 어떻게든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다. 그러나 아편 탓에 제정신이 아니라서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어찌어찌 항구까지는 갔는데 아편과 술에 취해 헤롱대는 승객들을 많이 다뤄본 선원들은, 파스파르투를 술주정뱅이로 생각해서 그가 중얼대는 배 이름(카르나틱 호)과 그의 소지품에서 표를 확인해서 선실에 던져줬다. 이로 인해 포그와 아우다 부인은 일본요코하마로 가는 기선을 놓쳐 홍콩에 남게 되었고, 파스파르투 혼자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포그 일행의 옆에서 픽스는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자신도 요코하마로 가려던 참인데 이것 참 난감하게 됐다고 연기했다.
이에 포그는 550파운드를 지불하고 번스비 선장에게 탕카데르 호라는 소형 요트를 한 척 빌려, 태평양 횡단 기선이 출항하는 상하이로 갔다. 원래는 요코하마로 가려 했는데, 선장이 '태평양 횡단 기선은 나가사키와 요코하마에 잠시 정박할 뿐 원래는 상하이에서 출발하니 상하이나 나가사키로 가는 것은 어떠냐'고 했기 때문. 당연한 이야기지만, 홍콩에서 출발하면 상하이(800해리)나 나가사키(1100해리)가 요코하마(1600해리)보다 더 가깝다. 그리고 픽스 형사에게 요코하마로 가는 배를 놓치셨다면 같이 타고 가시겠냐며 권하기까지 한다. 픽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다시 동행한다.
포그의 이 짓도 상당한 용자 짓인데, 극중 탕카데르 호는, 포그와 처음 만난 번스비 선장이 "안녕하세요. 항구 유람을 하시려고요?"라고 호객할 정도로 작은 범선이었다. 항구 주변에서 뱃놀이나 할 배를 가지고 홍콩에서 상하이까지 간 것이다. 선장도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포그가 내미는 돈다발에 결국 승낙했다. 게다가 포그는 처음에는 아예 요코하마까지 갈 생각이었다. 이에 대해 선장이 이 배로는 불가능하다며, 태평양 횡단 기선이 상하이에서 출발하여 나가사키요코하마를 경유하기 때문에 상하이로 가면 된다고 말린 것. 게다가 상하이로 가던 와중에 태풍까지 만났다. 선장이 태풍을 예측하고, 위험하긴 하지만 태풍을 타고 더 속도를 낼 수도 있다고 조언하자, 포그는 당연히 속도를 내자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장이 포그에게 태풍의 기미를 알리자 포그가 잠시 생각하다 '그건 순풍입니까 아니면 역풍입니까?'라고 담담히 물었다.[48] 그 뒤는.... 덕분에 일행은 일정을 앞당기는 대신 태풍 속에서 죽을 뻔했다.
그 뒤 상하이 항구를 딱 3해리(약 5.5km) 남겨두고, 부두를 막 떠나는 태평양 횡단 기선을 발견하고, 탕카데르 호를 세우고 신호탄을 쏘고 영국 국기를 반기 상태로 내려서[49] 휘두르는 등 구조 요청을 하여 기선을 세우고 가까스로 올라탄다. 그리고 기선이 요코하마에 들렀을 때, 서커스단에서 알바 노릇을 하고 있던 파스파르투와 재회했다.
조금 이야기를 되돌려서, 기선에서 정신을 차린 파스파르투는 포그와 아우다 부인이 타지 않았단 사실에 경악했고, 요코하마에 내리면 자신이 외국에서 빈털터리란 사실에 또 경악. 일본이란 나라에서 음식을 사먹을 돈도 없을 테니, 배에서 미친 듯이 음식을 먹어치운 다음[50] 요코하마에 내려 포그를 찾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사실 포그는 탕카테르 호 탑승 직전, 영국과 프랑스 대사관에 들러 파스파르투의 사정을 설명하고,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넉넉한 여비를 맡겼다. 파스파르투도 대사관에 들릴 생각을 했지만, 차마 그 사정을 설명할 용기가 나지 않아 가지 못했었다.
결국 자신의 양복을 팔았는데, 이때 자신의 시계도 팔까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유품이라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허름한 일본 옷으로 갈아입고 일식집에 들어가 닭고기 조금과 쌀밥을 먹으며 버티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기 전 마지막 일본 공연을 앞두고 있는 서커스단(미국인 윌리엄 버틀러가 운영하는 서커스단)을 발견하고, 미국으로 가서 포그를 찾기 위해 서커스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파스파르투는 어릴 적부터 여러 운동을 하여 몸이 날렵하고 힘이 장사며, 서커스 경험도 있었다.
그런데 포그와 아우다가 그 서커스단의 일본에서의 최후의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고, 묘기[51] 중에 주인을 발견한 파스파르투가 감격하여 대열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감격스러운 주종상봉은 이루었지만, 서커스는 엉망이 되었다. 분노해서 길길이 날뛰는 서커스 단장에게, 포그는 막대한 보상금을 쥐어주어 입을 다물게 한 다음 파스파르투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이에 파스파르투는, 나란 하인은 주인님의 돈을 낭비하게 하는 몹쓸 놈이라며 자책했다.

3.4. 미국 횡단


배에서 픽스와 마주친 파스파르투는 닥돌하여 픽스에게 주먹을 날린다. 원래 파스파르투는 전부터 의도적으로 접근한 픽스가 자주 술도 사주고 말동무도 해줘 그런 픽스를 정말 좋아했지만, 이 사건 이후 절대로 픽스를 믿지 않게 되었다.
떡이 되고도 픽스는 파스파르투를 회유했다. 픽스는 영장을 손에 쥐긴 했지만, 영국에서 신청한 후, 그를 따라서 릴레이식으로 우송되며 도착이 지체되었고, 무엇보다도 영장 자체가 영국 본토나 영국령이 아니면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포그가 영국으로 잘 도착하게끔 자신이 도와야 하는 입장이 되어, 결국 포그의 여행을 돕겠다고 나섰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자신의 주인, 포그와 중간에 합류한 아름다운 미망인을 떠올린 파스파르투는, 그분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약속을 지키라는 다짐을 하고 픽스의 정체를 밝히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즈음 아우다는 자신을 구해준 신사, 필리어스 포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초월해 사모하는 마음이 피어났고, 그의 여행의 성공을 마음속으로나마 간절히 기원하지 않고는 못 배길 지경이 되어 있었다.
이윽고 태평양 횡단을 마친 다음 포그 일행은 미국 땅에 발을 디뎠다. 그들은 공화당민주당의 치안 판사를 뽑는 선거를 위한 전당대회의 패싸움에 휘말려 흥분한 프록터 대령에게 혼날 뻔했지만, 픽스가 고기방패를 자처한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 거기다 픽스가 포그 대신 주먹질을 맞아 줬다는 말을 들은 파스파르투가 "저 놈이 이제 개심했나 보다"라며 안심하게 하는 효과도 의도치 않았지만 냈다.[52]
그 이후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미국을 가로지르는데, 아우다는 여기서 조금 전에 만났던 프록터 대령과 우연히 마주쳤다. 이에 필리어스 포그와의 충돌을 우려한 픽스, 파스파르투와 의논한 끝에, 휘스트 게임으로 그의 정신을 돌려놓기로 한다. 휘스트는 카드 게임의 일종으로, 필리어스 포그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 리폼 클럽에서도 매일 밥 먹고 신문 보고 친구들과 카드 게임하는 게 전부였으니까. 실제로 아우다 부인은 그 필리어스 포그에게서 칭찬을 들을 정도로 잘했고, 픽스도 상당했다. 중간에 들소 떼의 행진에 지체되고, 무너지기 직전의 매디슨 보우(Madison Bow) 다리는 너무 오래되어서 폐쇄된 상태였지만, 다른 기차를 기다리려면 최소한 몇 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던 상황. 이에 파스파르투는 사람들에게 먼저 기차에서 내려 걸어서 건넌 후 기차가 건너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다들 무시했다. 결국 기관사는 속력을 최대한 높여 빠른 속도로 다리를 통과했고, 다리는 기차가 건너자마자 무너졌으니 조금만 늦었다면 큰일 날 뻔했던 상황.
대체적으로 횡단은 순조로운 편이었다. 유타 주를 통과할 때는 몰몬교 전도사가 등장했고, 솔트레이크 시티에서는 일부다처제와 관련된 약간의 해프닝도 발생했다.[53]

3.5. 여행의 막바지: 미국 ~ 영국


그 이후 필리어스 포그는 휘스트를 하다 프록터 대령과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고, 시비 끝에 객차 끝에서 결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총을 발사하기 직전, 시우족 인디언이 열차를 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54] 이에 포그와 프록터 대령은 결투를 멈추고 인디언들에게 총을 쏜다. 승객들도 총을 들고 싸웠다. 포그 일행의 총은 '혹시나 해서' 파스파르투가 사 온 것이다. 콜트 리볼버를 무려 여섯 자루나 사 왔다고(전당대회에서 프록터 대령과 싸웠던 당시 파스파르투는 총을 고르고 있었다).[55] 심지어 아우다 부인마저 총을 들고 인디언들에게 발사했다. 이때 인디언 추장이 기관사와 화부를 기절시키고 기차를 멈추려고 했는데, 속도조절기의 핸들을 다룰 줄 몰라서 조절기를 닫는다는 게 오히려 활짝 열어젖혀서 최대 속도로 달리게 되었다. 바로 다음 역인 (미군 부대가 주둔해 있는) 카니 역에서 열차가 멈추지 못하면 승객들이 패배할 상황이었는데, 파스파트루는 목숨을 걸고 기차 밑을 가로질러가 기관차와 객차 연결을 해제했다. 덕택에 기관차가 떠나 버린 기차는 카니 역에서 군대의 도움을 받아 인디언들을 몰아냈지만, 파스파르투는 다른 백인 승객 두 명과 함께 인디언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프록터 대령은 인디언이 쏜 총탄에 부상당한 뒤 등장하지 않았다. 포그는 승객들 모두를 위해 희생한 파스파르투를 구해야 한다며 떨쳐 일어났고, 그 의기에 감탄한 기병들이 돕겠다며 따라나선다. 픽스는 그를 말렸지만, 포그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아우다 부인을 지켜달라고 하여,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픽스는 찌그러진다. 그런데 겨우 그들의 근거지를 찾아냈다 싶었는데, 그때 이미 파스파르투는 자신들을 감시하던 인디언 둘을 때려눕히고 탈주하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가 버린 기관차가 돌아와서 객차를 연결하고 열차가 떠나 예정보다 20시간이나 늦어버린 데다, 다음 열차는 그 다음날 밤에야 오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무너진 매디슨 보우 다리 때문에 더 늦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결국 돛을 달아 개조한 썰매를 빌려 '''20노트'''(약 37km/h)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바람을 타고 빙판을 가로질렀는데, 간간히 굶주린 늑대들도 쫓아왔지만 썰매는 속도를 늦추지 않아 그들을 따돌린다. 북쪽으로 휘어져 있는 철도를 따라가지 않고 지름길을 따라 오마하 역까지 가서 시카고 직행열차를 잡아타고 시카고에 도착하자마자 뉴욕행 급행열차로 갈아타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겨우겨우 뉴욕에서 대륙 횡단을 끝냈지만, '''45분 차이'''로 큐나드 해운의 대서양 횡단 기선 '차이나 호'를 놓쳤다.
절망하다 못해 자책(自責)하는 파스파르투에 비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표정한 포그는 다음날 출발하는 느려터진 이민선과 이틀 후에 출발하고 프랑스를 거쳐서 영국까지 가는(=시간이 더 소요되는) 프랑스 고속 여객선을 과감히 무시하고 항구를 둘러보다 화물선 '앙리에타 호'를 발견한다. 그 배는 프랑스 보르도까지만 가는 화물선이었다. 스피디 선장은 태워달라는 요구를 계속 거절했지만, 1인당 2,000달러의 돈을 쥐어주자 승낙했다. 항해 도중에도 포그는 제발 리버풀까지 가자고 선장과 협상했지만, 선장이 워낙 완고하게 거부하자 평소 선장이 선원들에게 거칠게 대해 평판이 안 좋은 것을 이용해서, '''선원들을 모조리 선동, 매수하여 선장을 감금'''한 다음 자신이 항해를 지휘했다. 배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듯 포그의 지휘는 매끄러웠지만, 원래 항해여정을 초과했으니[56] 당연하게도 연료인 석탄이 부족해지고 있었다.
이쯤에서 대서양에 있는 픽스 형사는 모르고 있었지만, 포그가 떠난 지 76일이 되던 날인 12월 17일에 5만 5천 파운드 도난 사건의 진범인 제임스 스트랜드가 체포되면서 포그에 대한 관심이 영국에서 다시 들불처럼 되살아났다. 다시 포그 주식이 급등하고 리폼 클럽 회원들도 슬슬 긴장하기 시작했으며, 앞서 서술했던 중풍에 걸린 노인은 1대 1의 액수를 걸었다.
다시 대서양, 연료가 떨어지는 배 위에서 포그는 선장을 감금에서 풀어줬다. 분노로 포그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는 선장의 눈앞에 시퍼런 지폐다발을 쌓아서 바로 진정시킨 다음 재깍 포그에게 싹싹해지도록 만들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만든 지 20년 된 5만 달러짜리 배를 6만 달러의 거금을 주고 사겠다고 했으니... 당시 시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현대의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을 때,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들 중 하나가 이 대목이다. 갑자기 6만 달러라는 돈이 갑툭튀하니 무리도 아닌데, 당시의 6만 달러는 당시의 영국 돈으로 '''1만 2천 파운드''' 정도였다. 소설이 집필되었던 당시의 영국 화폐 파운드 스털링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꿰어 차고 있었으며, 미국 달러보다 5배 정도 더 가치가 높았다.
당시 선장은 4만 달러를 이득 보았다고 좋아했으니 배 수리비용은 2만 달러인 듯.[57] 통째로 사는 거라고 해도 터무니없는 가격인데, 거기에 배값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로 된 부분은 선장에게 준다는 조건으로. 이런 횡재에 배의 나무로 된 부분을 선장이 더욱 더 적극적으로 도끼로 쪼개고 부숴서, 석탄 대신 연료로 사용하지만 그래도 연료가 부족한 나머지 원래 목적이었던 리버풀까지는 못 가고 대신 아일랜드의 퀸스타운[58]까지 가까스로 갔다.
퀸스타운에서 더블린까지 급행열차를 타고 간 후 더블린에서 쾌속 우편선으로 갈아타서 영국 리버풀에 도착했지만, 픽스가 가지고 있던 체포영장의 효력이 발생하는 바람에 세관에 감금되었다. 영국 본토나 영국 식민지 내에서만 효력이 있는 영장이었기에, 여행 경로에서 마지막 영국령이었던 홍콩을 떠난 시점부터 무용지물이었다. 작중에도 픽스가 홍콩에서 여기가 마지막 영국 땅이라며 꼭 포그 일행을 잡아야 한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묘사되었다. 사실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1937년이기 때문에 작중 시점상으로는 아일랜드에서부터 이미 효력은 있었다.[59]
오후 2시, 즉 리버풀에서 런던 행 열차가 출발하는 시각이 되자 포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드러난다. 얼굴이 약간 찌푸려지는 게 다였지만. 33분 후 뻘쭘해하면서 돌아온 픽스 형사 曰, "3일 전에 진범이 이미 잡혔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자 포그는 벌떡 일어나 '''픽스에게 주먹 두 방을 날려 때려눕혔다'''. 당연히 픽스는 아무 말도 못 했고, 포그로서는 아마도 생전 처음으로 신사다운 품위를 저버린 행동이었을 거라는 서술이 극중에 있다. 사실 그로서는 매우 많이 참아준 셈. 그리고 파스파르투는 환호하면서 더 때리라고 했다.
그 뒤 풀려난 포그는 일행과 같이 리버풀에서 열차를 전세내서 런던까지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도착했을 때 시각은 1872년 12월 21일 '''20:50'''…
결국 그는 패배를 인정하고, 자택으로 돌아와 좌절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자살이라도 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그를 위로하던 아우다 부인이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아내로 맞아주시지 않겠느냐?'[60]며 '''여자 쪽에서 먼저''' 청혼했다! 진작 픽스의 정체를 주인님께 밝혀야 했는데, 나 때문에 이 꼴이 되었다며 자책감에 좌절하던 파스파르투[61]는 그 소식을 듣고 기뻐하면서, 그들을 위해 결혼식 주례 약속을 잡으러 윌슨 목사를 찾으려고 했는데…

3.6. 여행의 결말


사실 그들은 '''12월 20일에 도착했다'''.
포그 일행은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지구를 한 바퀴 돌았고, 경도를 1˚씩 넘을 때마다 4분씩 시간이 단축되었다. 경도는 총 360˚이므로 계산하면 $$4\times360\div60=24$$로 딱 24시간이 나온다. 결국 자신들도 모르는 새 하루를 벌게 되었고, 80일이 아닌 79일 만에 세계일주를 하게 된 것이다. 즉, 만약에 이들이 지구를 반대로 돌았더라면 하루를 잃었을 것이다.[62]
이 작품이 출간된 때는 아직 날짜 변경선이 없었다. 이 문제를 인지하고 날짜 변경선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 1884년으로, 이 작품보다 10년 가량 늦다. 정식으로 날짜 변경선이 생긴 것은 1917년으로, 시간관념이 철저한 포그가 이걸 놓친 것도, 날짜 변경선이라는 개념이 그 시대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할 때 주의할 점은, 내기에 이기고 지는 것이 날짜 변경선이 있고 없고에 관계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면서 하루를 벌게 된다는 사실을 놓친 이유가 시차를 보정하기 위한 날짜 변경선이란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만일 영국 시각 기준으로 맞춘 시계를 조정하지 않고 계속 들고 있었다면, 세계일주를 완주했을 때 정확하게 79일째를 가리키고 있었을 것이다. 시간 보정을 해줄 개념이 없던 시기라서, 오히려 철저하게 자신이 여행하면서 여행하는 곳의 현지 시간대로 시계를 조정하다보니 착각을 하게 된 것. 예를 들어 런던에서 정오에 출발하여 2시간 후 도착한 이스탄불의 시각이 오후 3시라면,[63] 여행에 걸린 시간은 실제로 2시간이고 이스탄불에 도착한 시점의 영국의 시각은 오후 2시이다. 하지만 일행은 이스탄불의 시각인 오후 3시로 시계를 조정하고는 3시간이 지났다는 착각하에 행동을 한 것이다. 이런 오차가 계속 누적되면서 결국 세계 일주 시점에서는 24시간까지 늘어난 것이며, 이런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 날짜 변경선.
그런데 현대의 번역본에서는 어째선지 이렇게 된 게 날짜 변경선 '''때문'''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사실 당시 이미 수십 일이 지나도 분 단위 이하로만 오차가 나는 시계기술은 개발되어 있긴 했다. 작중에서도 파스파르투의 시계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좋은 시계로, 1년에 4분밖에 틀리지 않는다는 언급이 있다. 다만 기계식 시계는 특성상 중력, 습도, 온도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후 및 풍토가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외국여행에서 제 성능을 보장하기는 매우 힘들었다. 현대의 기계식 시계는 이런 점을 많이 보완하긴 했지만, 이건 기술력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시점에서의 이야기고, 이런 초정밀 기계시계는 정말 집값과 맞먹을 정도로 비싼 것도 있다. 따라서 그 당시 상황에선 시계에 의지를 안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정확도 문제와는 상관없다며 영국 본토 시각과 똑같이 가는 계기판을 가진 듀얼타임 기능을 갖춘 시계를 지녔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건 당시의 시대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가공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서도 이런 듀얼타임, 캘런더 등 부가기능을 갖춘 기계식 시계는 돈많은 호사가들의 장난감이지 일상생활용이 아니다. 기계류는 특성상 특정기능이 추가되면 해당부속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으며 내부공간이 매우 좁은 시계류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1860년대부터 이런 기능이 있는 시계가 팔렸다고 하나 상업적 이득이 있으면 빨리 특허출연을 해야 정상인데 무려 30여년이나 지난 90년대에 출연한 것만 봐도 장난감 수준에 불과했단 걸 증명한다. 애시당초 위에서 언급된 듀얼타임, 캘린더 같은 부가기능이 기계식 시계에 들어가게 된 것이 일본의 세이코 사가 세계 최초로 석영의 진동을 이용한 쿼츠 시계를 내놓은 이후 시계산업 자체가 대격변을 겪게 되면서 상류층 및 시계 매니아를 공략하여 살아남은 극소수 스위스 시계업체가 명품화한 자사의 제품을 더더욱 차별화하기 위해 집어넣은 것이며 기계식 시계가 현역이었던 시기엔 쓰이지 않았다. 산업 혁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던 당시엔 경도 측정용으로 정밀한 계측이 필수불가결인 크로노미터(항해용 시계)도 극소수 장인들이 겨우 만들던 상황 속에서 복잡한 기능을 갖춘 기계식 시계를 내구성 및 신뢰성, 휴대성까지 갖추면서 만들어 내기는 불가능이었으므로 변화무쌍한 해외여행에 써먹을 수도 없었다. 특히나 식민지 같은 미개척지에선 돈이 있어도 고칠 기술자 자체를 구할 수 없으니 무쓸모나 마찬가지였으니....또한 주인공 포드가 상류층 인사인 만큼 이런 물건도 있단 걸 몰랐을 가능성은 희박하며 매우 신중하고 꼼꼼하지만 필요할 땐 욕쟁이 선장에게 거금 던져주고 배를 통째로 사는 등 과감성도 갖추고 있었던 성격까지 고려해보면 몰라서 구입 안 한 게 아니다. 얼리어답터도 아닌 이상 말그대로 전재산을 건 도박에 나서는 판국에 이런 돈만 비싸고 쓰잘대기 없는 물건에 투자할 가치를 못 느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결국 파스파르투는 결혼식 장소를 알아보러 갔다가 약속 시간을 10분 남긴 8시 35분, 목사가 내일은 일요일이라 결혼식을 할 수 없다는 말에, 오늘이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 즉, 약속의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교회에서 튀어나온 파스파르투는 죽을 둥 살 둥 3분 동안 전력질주[64]해서, 8시 38분에 저택에 도착하여 주인에게 사실을 설명하려 했다가, 오늘은 일요일인데 무슨 소리냐며 의아해하는 주인에게 자세히 설명할 시간도 아까웠던 터라, 주인의 '''목덜미를 잡아채어''' 거의 질질 끌다시피 하여 마차에 태웠고, 이번엔 파스파르투가 마부에게 100파운드를 낼 테니 리폼 클럽으로 총알처럼 달리라고 독촉했고, 마차는 노점상을 뒤엎고, 마차 5대와 충돌하고, 길가는 개 2마리를 치어 죽이는 등의 난폭운전 끝에 7분 만에 클럽에 도착했다. 그리고 포그는 8시 44분 57초에 클럽의 문을 열고 들어온 다음, 거의 1초도 남지 않은 시점에 방으로 들어오면서 '''내기에 이겼다'''.
사실 포그는 돈을 여행 경비로 다 써서 실질적으로 번 돈은 거의 없었다. 내기 승리금 2만 파운드에서 여행 경비 1만 9천 파운드를 빼면, 순수익은 1천 파운드뿐이며, 그마저도 추적자 겸 여행 동료였던 픽스와 하인 파스파르투에게 반반씩 나눠줬다.
픽스는 일행 외 제3자의 입장에서 여행 과정을 목격했으니, 만일의 경우 증언도 해줄 수 있는 증인이다. 더욱이 경찰이니 증언의 효력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파스파르투는 실수로 켜놓고 온 가스등이 태워먹은 가스비를 공제당해 500파운드를 다 받진 못했다. 작중에 하루 2실링 정도라는 계산이 나왔으니, 가스요금은 8파운드가 약간 안 되는 정도. 그래도 남은 돈이 492파운드나 되니 파스파르투 입장에서도 절대 손해본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해도 20,000-19,000+20,000-500-500=20,000이라 포그는 본전치기, 전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이득이었다. 80일의 시간과 그 기간 동안 심적인 부담감을 안기는 했어도 공짜로 세계일주를 한 셈이며 미인 아내까지 얻었으니 말이다.[65] 그리고 그는 일상으로 돌아와 아우다와 결혼을 한 뒤 파스파르투와 짧게 뒷얘기를 하는 걸로 끝.
이때 파스파르투가 인도를 거치지 않았다면 78일 만에 일주를 끝냈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포그는 "그러지 않았기에 아우다와 결혼할 수 있었다"라고 일축했다. 해당 문장 뒤에 "그리고…"라며 말을 흐리는데, 이는 아마도 파스파르투 이야기인 듯.
마지막 문장이 독자에게 여운을 남겨준다.

(전략) 그러나 그 후론? 포그는 이 여행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야 할까? 그렇다. 아무것도 없다 - 사실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로 만들어준 아름다운 여인을 빼고 나면 말이다.

사실 이것보다 보잘것없는 것을 위해서라도, 세계일주는 해볼 만한 것이 아닐까?


4. 정리


포그 일행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검은 구간은 철도, 푸른 구간은 선박, 노란 구간은 코끼리(인도)/썰매(미국)다.
[image]
여기서 남반구는 지나가지 않고 북반구만을 거쳤다. 정확히는 말라카 해협을 비롯한 말레이 반도 부근에서 적도 이남으로 살짝 내려갔지만, 육지에 기항하지 않고 그저 배를 타고 통과한 구간이니 남반구 땅을 밟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덧붙여 들고 간 물건은 셔츠 2장과 스타킹 3켤레, 매킨토시 방수코트, 여행용 망토, 여분의 신발, 브래드쇼의 가이드뿐이었다. 인도에서 파스파르투가 구두 땜빵으로 산 가죽신, 일본에서 기념품 삼아 가져온 서커스용 날개와 코 의상, 미국에서 산 콜트 리볼버 여섯 자루(와 약간의 탄약)가 추가되긴 했지만. 아, 물론 비장의 무기(?) '''돈가방'''도 포함.
'''여행 일정'''[66]
'''경로'''
'''이동 수단'''
'''이동 기간'''
런던수에즈
기차&증기선
7일
수에즈봄베이
증기선 몽골리아 호
13일
봄베이캘커타
인도 반도 철도&코끼리
3일
캘커타홍콩
증기선 랭군 호
13일
홍콩요코하마
증기선 카르나티크 호/요트 탄카데르 호
6일
요코하마샌프란시스코
증기선 제너럴 그랜트 호
22일
샌프란시스코뉴욕
퍼시픽 철도/썰매/시카고-록아일랜드 노선/피츠버그-포트웨인-시카고 노선
7일
뉴욕런던
화물선 앙리에타 호&철도
10일
'''여행 비용'''[67]
'''사용 내역'''
'''금액(파운드)'''
코끼리 구입 비용
2,000
아우다 부인의 외투
75
인도 법정에 지불한 보석금
2,000
탕카데르호 이용 비용
750
카니의 미국 병사들에게 특별 수당
1,000
앙리에타호 이용 비용
12,000
런던에서 마차의 마부에게
100
여행 경비 및 기타 포상금
약 1,275
'''총합'''
약 19,000
이것으로 포그의 세계일주 도전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사람은 포그 일행이 대서양을 건널 때 이용했던 앙리에타호의 앤드류 스피디 선장임을 알 수 있다. 반면 포그 일행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탕카데르 호의 존 번스비 선장과 그 선원들에게는 550파운드만이 주어졌다는 걸 감안해 본다면, 세상은 부조리하다는 것 역시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또 스피디 선장이 돈돈거리는 인간인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돈돈 거리는 인간에게 돈을 던져주는 것만이 답이니 할 수 없다. 다만 일본에서 엉망이 된 서커스단 단장에게 준 보상금도 몇천 달러는 되었을 텐데 이것이 빠져 있으므로 실제로는 거의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혹은 적자였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1870년대의 20,000 파운드의 가치를 21세기 초로 환산하면, 한화로 40억원[68]이 넘으니 포그 일행은 하루에 5000만원 이상을 뿌리고 다닌 셈. 파스파르투가 포상금으로 받은 500파운드도 1억원을 훨씬 넘으니, 그깟 80일간의 가스등 요금쯤이야 뭐…

5. 현대에 재현한다면?


교통수단이 엄청나게 발달한 21세기에는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80일은커녕 평균시속 700km짜리 비행기를 이용하면 60시간, 다시 말해 이틀하고도 반 정도밖에 안 걸린다.
비행기는 너무 사기 아이템이니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고 작중에서처럼 육해로만 이동한다고 해도, 시베리아 횡단철도 같은 당시에는 없었던 철도가 잘 깔려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쓴다면 80일은 여유로운 수준이다. 가령 작중에선 영국→일본에 42일이 걸렸지만, 런던에서부터 철도를 타고 파리와 모스크바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러시아를 일주일만에 횡단해,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출발해 강원도 동해시를 거쳐 일본으로 가는 DBS크루즈훼리를 이용하면 열흘 정도면 가능하다.
시베리아 쪽 루트가 아닌 원래 포그가 가려고 했던 경로를 이용한다고 해도 80일까지는 걸리지 않는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잡아타고 파리까지 간 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기차나 자동차로 통과하고 수에즈를 거쳐서 인도로 배를 타고 간 후 인도 횡단 철도를 타고 인도를 가로지른 후 싱가포르행 배를 타고, 홍콩으로 환승하고, 바로 요코하마로 간 후에 태평양 횡단선을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여객열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뉴욕까지 가서 대서양을 횡단하면 끝. 단, 인도는 지금도 철도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은지라 일정이 꼬일 수 있는데 작중에서도 포그의 여행경로는 인도에서부터 꼬였다. 그래도 그때와 달리 인도 횡단철도는 완전히 이어져 있고 도로망도 19세기보다는 잘 되어 있으므로 코끼리 사서 정글을 횡단할 필요는 없다.
한가지 변수가 있다면, 달라진 교통수단 환경이 문제가 된다. 예전과 달리 대양을 가로질러 가는 대륙간 여객수송은 선박이 아닌 비행기가 담당하기 때문. 연락선 등 수많은 여객용 선박들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오가던 과거와 다르게 현대에는 비행기가 이를 맡고 있어 이 용도로 오가는 배가 거의 없고, 대양을 항해하는 배들은 거의 대부분이 상선이다. 따라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횡단하면서 사람을 태우는 선박들은 대부분 이동이 목적이 아니라 탑승 그 자체가 여행 목적으로 쓰이는 크루즈선들이다. 크루즈들은 항해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빠르게 속도를 내지도 않으며 태평양이나 대서양 횡단에 15~16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정도 비행기처럼 매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 맞추지 않으면 생각외로 난관인 장벽이다. 과거와 달라진 환경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셈.
결론을 내리자면 비행기를 쓴다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고, 작품과 동일하게 육상 해상 교통만 이용한다면 시간 자체는 단축되었으나, 대양 횡단 선박이 드물다보니 일정을 맞추기에는 더 까다로워진다. 물론 작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면 화물선을 매수했던 포그처럼 대양을 오가는 컨테이너선 등 각종 화물선은 매일 지나가고 있으니 이걸 포그가 했던 것처럼 돈 내고 대절해서 얻어타면 되긴 한다. 꼭 대절이 아니라도 화물선도 일반 승객 탑승이 가능하다. 물론 화물 운송에 지장없는 소수에 한정되지만, 작중 포그 일행 정도 인원이라면 가능하다. 사례


6. 실제로


  • 이 소설에 나오는 교통수단은 모두 실제 있던 것이지만, 의외로 베른은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 가지 오류를 범했다. 프랑스에서 이탈리아까지 가는 철도를 몽 스니 고개를 넘는다고 했는데, 사실 소설이 나오기 1년 전인 1871년 프레쥐스 터널이 완공되어 몽 스니 철도는 폐쇄된 후였다. 몽 스니 철도는 프레쥐스가 완공되기 전 몇 년만 사용되었다.
  • 1889년 11월 14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두 여성 기자가 실제로 80일간 세계일주를 나섰다. 두 기자는 경쟁하던 두 신문사들(조지프 퓰리처의 뉴욕 월드와 존 브리스벤 워커(John Brisben Walker)의 코스모폴리턴(Cosmopolitan)) 소속으로 지원을 받아 각자 반대 방향으로 출발하였다. 두 기자의 이야기는 엄청난 화제가 되었는데, 결과는 동쪽으로 간 뉴욕 월드의 넬리 블라이(Nellie Bly)[69]가 72일 6시간 11분 14초로 완주했고, 서쪽으로 간 코스모폴리턴의 엘리자베스 비스랜드 웨트모어(Elizabeth Bisland Wetmore)는 76일을 조금 넘어서 완주했다.
  • 2017년 기준으로 가장 빠른 세계일주 기록(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의 궤도 비행은 제외)은 1992년 에어 프랑스콩코드가 세운 32시간 49분 3초. 승객으로서 일반적인 노선을 이용해서 기록한 가장 빠른 세계일주는 1980년이며, 영국의 David Springbett가 역시 콩코드를 주로 타고 세운 44시간 6분이다.
  • 배를 타고 가장 빠른 세계일주 기록을 세운 사람에게는 이 작가의 이름을 빌린 쥘 베른 상이 주어지며, 이 상이 생긴 처음 생긴 1990년대 이후 2017년까지 9번 수상이 이루어졌다. 현재 기록 보유자는 프랑스의 Francis Joyon이 2017년에 세운 40일 23시간 30분 30초.

7. 그 외


  • 주인공이 영국인이라 그 입장을 반영해서인지, 다녀가는 곳이나 만나는 사람들이 주로 영국 관련 인물들(식민지 현지인, 특히 인도인)이고, 영국인의 심성에 관한 묘사가 많다. 주로 "전형적인 영국인"이라고 언급하는 식. 게다가 영국인의 자부심(or 오만함?)을 나타내기 위함인지 다른 문화의 인물들을 까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작가인 쥘 베른은 프랑스인인데다가,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식으로 영국인을 은근슬쩍 엿 먹이는 묘사를 가끔 한다.[70] 포그는 숙소에 죽치고 있고 파스파르투만 관광을 나가는 대목에선 '영국 신사들이란 관광도 하인을 시켜서 하는 족속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무자비한 묘사를 하고 있다.
  • 작가가 프랑스인인데도 주인공이 영국인인 이유는 픽스 형사의 영장 효력 문제가 주 소재 중 하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는 거의 아프리카에 있었고, 프랑스 본토를 통과할 때와 인도 횡단 도중 프랑스령 찬데르나고르를 기차 타고 지나갈 때를 제외하면 포그 일행이 프랑스 식민지를 지나간 적도 없다.
  • 인도에서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재판이 열리는 장면에서는 판사가 서기의 가발을 모르고 잘못 썼다가 판사가 '내 가발이 아니잖아'라고 말하다 서기가 '그거 제 것인데요'라고 하고 이에 판사가 '넌 판사가 서기 가발을 쓰고도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라는 콩트가 나온다. 이 부분은 몇몇 판본에서는 생략되어 있다.
  • 다녀가는 곳들에 대한 언급도 나름대로 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게 주인공이 아닌 하인 파스파르투의 시선인데다 80일이라는 시간 관계상 수박 겉핥기식으로 설명한다는 것. 또한 제국주의 국가의 시선에서 바라봐선지,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시선도 좋지가 않다. 게다가 주인공과 그 일행은 다 좋은데 그들을 방해하는 이들은 다 악당 비스무리하게 묘사한다. 스피디 선장만 해도 돈벌레로만 묘사되니… 그나마 방해한 이들 중에 긍정적인 인물이라면 사원이 더럽혀져서 분노했던 힌두교 승려들 정도? 근데 이건 다 그렇다. 픽스 형사만 해도 돈 때문에 세계일주한 거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 인도 해운 회사 선박들의 불안정성이 언급되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 불안정한 배들 중 한 척의 이름이 코리아 호다!
  • 능력자 주인공과 그의 열혈(?) 하인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레이튼 시리즈허셜 레이튼(입버릇이 "영국 신사라면…")과 루크가 생각난다. 다만 루크 쪽은 열혈이긴 한데, 싸움 잘하고 몸을 잘 쓰는 쪽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 머리는 레이튼만큼은 아니라도 잘 쓴다만.
  • 고우영이 이 작품을 만화화기도 했다. 고우영이 이 작품을 유일하게 서구 소설을 만화화했다고 서술되기도 했는데 틀렸다. 추동성이란 예명을 쓸때 이미 서구를 배경으로 한 동화나 소설도 여럿 만화화했으며 종교 신문 및 관련지라고 해도 크로닌 소설인 <천국의 열쇠>를 만화로 그렸고 <몬시뇰키호테>라는 제목으로 돈키호테를 각색해 만화로 그렸듯이 80일간의 세계일주만이 서구 소설로 만화한 유일한 게 아니다. 2005년에 자음과모음에서 올컬러로 복간됐으나 고우영이 사망한 뒤 나온 터라 작가의 말이 빠져 있다.
  • 몇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아래 문단의 성룡 주연 영화 외에도, 1989년 피어스 브로스넌과 줄리아 닉슨이 각각 필리어스 포그와 아우다 부인 역으로 등장한 동명의 TV 미니시리즈 버전이 존재한다. 각색을 많이 한 성룡 버전보다 원작에 충실한 편이며 감상은 여기로.
  • 아마도 서양 네임드 소설가들의 작품 중에 백인이 유색인종과 결혼하는 이야기를 쓴 첫번째 작품일 것이다. 비슷한 류의 수많은 소설들에서는 '사실은 그녀는 백인의 자손이었다' 이런 사족을 달아놓게 마련이고 그래도 대부분 비극으로 끝나는 클리셰가 있었는데, 아우다는 (서구와의 접촉이 있었고 피부 역시 유럽계 수준이라고 묘사는 했지만)완전한 현지 유색인종이다. 소설이 쓰인 년대를 생각하면 대단한 일.
  • 1988년에 스포츠서울에 6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여행기가 연재된 바 있다. 누가 봐도 이 소설을 따온 제목인데 한국인 여행가가 세계 여행하며 지구를 한바퀴 돌았던 이야기를 사진과 같이 싣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해외여행이 제한되어서 세계여행 가는 건 무척 드물었기에 제법 화제가 되었고 나중에 책도 나왔다. 다음 해인 1989년에서야 드디어 해외 여행 자유화가 된다.[71]

8. 애니메이션


  • 1983년에 일본 닛폰 애니메이션과 스페인 BRB 인테르나시오날이 공동 제작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이 있는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만들어져 필리어스 포그는 사자로 나온다. 26부작인데 일본에선 22부작만 방영하였고 1990년 10월 2일부터 1991년 1월 7일 월,화에 걸쳐 KBS-2에서 더빙 방영되었을 때 일본처럼 22편만 방영했다. 이후 투니버스에서도 방영, 포그 성우는 이완호.
  • Air Programs International(호주)에서 만든 50분 정도 단편 애니메이션도 있다. 80년대에 세계명작특선 시리즈로 유명 소설을 애니화하던 이 회사 시리즈를 방영할 때 KBS-1에서 더빙 방영했는데 여기선 사람으로 그려져 나온다. 이 애니에선 마지막에 픽스 형사가 파스파르투에게 된통 처맞는다...(정확히는 집으로 찾아와 사죄하자 포그는 "나야 당신에게 유감이 없지만 당신 뒤에 있는 내 하인은 유감이 많은 모양이오...알아서 하시오..."라고 말하고 픽스가 슬쩍 보더니 알았다면서 문닫고 파스파르투와 같이 나가자 우당탕 쿵쾅 소리와 처맞는 소리가 엄청 난다.)
  • 토에이 애니메이션에서 1976년에 만든 장화신은 고양이-80일간의 세계일주도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83년 대영비디오에서 더빙 비디오로 낸 바 있는데 주인공 고양이 성우가 탁원제. 또한 위에서 거론한 TV 시리즈도 대영비디오에서 발매하였다.

9. 영화화


'''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
[image]
'''최우수 작품상'''
''' 제28회
(1956년)'''

''' 제29회
(1957년)'''

'''제30회
(1958년) '''
마티#s-2

'''80일간의 세계일주'''

콰이 강의 다리#s-3
[image]
명작답게 여러 번 영화화, 미니 시리즈화 되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건 1956년에 나온 마이클 앤더슨(1920~ 2018. 《오르카》 감독이기도 하다. 1999년에 피노키오의 새로운 모험이란 96년판 실사 피노키오 영화 속편을 감독한 게 유작. 2018년 4월 25일에 만 98세로 세상을 떠났다.) 감독의 3시간짜리 영화로, 1957년 제 2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 음악상, 작품상, 촬영상, 편집상을 휩쓴 걸작. 영국 신사의 전형으로 꼽히던 데이비드 니븐이 필리어스 포그 역을 맡았고, 엉뚱하게 멕시코 출신인 배우 칸틴플라스(1911~1993)가 파스파르투 역을 맡았다. 그 외에도 셜리 맥클레인이 아우다 부인 역을, 미국 장면에서 잠깐 지나가는 단역으로 마를렌 디트리히프랭크 시나트라가 출연하는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였다. 평도 좋고 흥행도 좋아, 600만 달러로 만들어 북미에서만 4,200만 달러에 달하는 7배 대박을 거둬들였다. 배급사는 유나이티드 아티스트(MGM/UA) 영화사.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남인 필립 안 역시도 본작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연기력도 좋고, 흥행도 평도 좋았지만, 군데군데 묘하게 각색해놓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어른의 사정으로 스페인 투우 장면을 넣으면서, 원작에는 없는 스페인을 거치게 된 데다가, 요코하마에 상륙한 파스파르투가 순식간에 카마쿠라의 대불 앞에 서 있는 등 , 고증 오류도 제법 있는 편. 《주말의 명화》로 1988년 11월 12일에 더빙, 방영한 적도 있는데 너무 길어서인지 30분 넘게 삭제되었었다. 원작에서는 열기구가 안 나오는데 이 영화를 시초로 영화화가 될 때마다 열기구가 나온다.
국내에도 DVD로 나왔지만 번역은 기대하지 말자.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일일전보라고 한다.
고우영의 만화판 《80일간의 세계일주》도 기본적으로 이 영화에서 캐릭터나 기타 설정을 가져왔다.
미니 시리즈로 유명한 건 피어스 브로스넌이 나오는 1989년작 작품. 2004년에 나온 성룡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했다. 자세한 것은 《80일간의 세계일주(2004년 영화)》 문서 참고.
이 영화의 테마 음악은 극장판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에서 번안되어 나왔다. 달걀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玉子の中にはなにがある)란 제목으로 영화 초반부에 사카가미 타쿠미가 혼자 노래를 부르는 장면과 후반의 뮤지컬에서 수록곡으로 등장한다.

10. 게임화


80 Days라는 이름으로 inkle Ltd라는 회사에서 어드벤처 게임으로 만들어 스팀과 iOS에 출시하였다. 원작과는 달리 인도에서 아우다를 구출하는 줄거리 자체가 없어지고[72] 대신 세계 각국에서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엔지니어/선원 직종에 종사하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며[73], 세계가 좀 더 스팀펑크화 되어서 증기 로봇 군대를 오스트리아가 굴리고 러시아 제국은 초고속 시베리아 횡단 증기부양열차를 운행하며 잠수함과 비행선이 대중화되어있는 등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다.
원작과 가장 가까운 첫번째 클리어 이후에는 8개의 스토리 시드#s-3 중에서 하나가 선택되어 줄거리가 크게 달라지는데, 그나마 원작과 가까운 첫번째 시드를 제외하면 포그/파스파르투의 성격과 이용 가능한 여행 경로 등이 크게 달라진다. 포그가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면서 사냥총을 들고 시작하는 시드가 있는가 하면, 특정 시드에서는 북극 근처를 비행선으로 여행해서 20일 이내로 끝나는 야매 세계일주를 할 수도 있다. 돈 관리는 조금 까다로워져서 시작 경비는 4천 파운드뿐이고 나머지는 시세 차익을 이용한 거래로 충당하거나 은행에서 인출을 해야 한다. 그 대신 거래를 잘 하고 다녔다면 원작과는 정반대로 2만 파운드 이상을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

[1] 번안 과정에서 피니어스 포그(Phineas Fogg)라는 이름으로 개명된 적이 있다. 피니어스는 19세기에 간혹 쓰던 이름이었고 필리어스라는 이름은 이 작품에서 처음 사용된 이름이다.[2] 번안 과정에서 피니어스 포그(Phineas Fogg)라는 이름으로 개명된 적이 있다. 피니어스는 19세기에 간혹 쓰던 이름이었고 필리어스라는 이름은 이 작품에서 처음 사용된 이름이다.[3] 그래서인지 포그의 여행이 알려진 후 여자들이 그를 많이 지지하였다고 쓰여 있다.[4] 포그는 자신의 주거래 은행의 은행장인 베어링스 형제로부터 추천 받아 리폼 클럽에 입회할 수 있었다. 이는 포그가 은행의 VVIP 고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5] 일부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개혁, 또는 혁신 클럽이라고 나온다.[6] 휘스트 게임이다. 여행 중 몽골리아호를 타면서도 그것을 같이 할 상대들을 만나 그것을 즐긴다. 거의 포그의 유일한 취미나 다름없다.[7] 그러나 런던 강 유역이나 항만에 ‘필리어스 포그’ 명의로 된 배가 들어 온 적이 없다고 한다.[8] 다만 그가 런던 출신이 아닐 것 같다고 묘사가 되어 있어서 런던에 연고가 전혀 없는 타지역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그가 그의 입으로 직접 어필하거나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포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른다.[9] 옷장의 옷들은 골고루 잘 갖춰져 있으며 옷에는 번호표가 붙어 있고 그것이 의상 출납부에 일정한 패턴으로 기재되어 있다.[10] 575 걸음 정도로 발걸음 수가 쓰여 있다.[11] 잘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분 단위까지 정밀하게 구획된 삶이다. 그래서 파스파르투가 이 시간표를 보고 경악할 정도.[12] 원문에서는 면도용 온수는 화씨 86도의 물이어야 하지만, 화씨 84도의 물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이 온도를 섭씨로 바꾸면 각각 30도와 29도가 된다. [13] 파스파르투는 주인인 포그가 평소대로라면 그 시간에 부를 일이 없었기 때문에 몹시 놀랐다.[14]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훗날 닉 리슨 때문에 파산하게 되는 베어링스 은행이다.[15] 아우다를 구해내기 위한 상황은 전혀 여유롭지 못했다. 구출 행위 자체가 너무나 위험했는데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이었다. 또한 포그는 돈을 건 내기에서 이기기 위한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다음 행선지로 이동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철저하게 계산적인 포그는 여유시간을 계산해두었고 24시간이나 여유가 있다며 구출 작전 참가를 마다하지 않았다.[16] 그리고 포그는 평소에 익명으로 기부도 많이 했다고 한다. '기부'라는 행위가 계산을 하거나 조건을 걸고 하는 행위는 아니므로 이 사람이 마냥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칼같고 인색해보여서 그렇지 사실은 의외로 따뜻하고 정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만과 편견의 남자주인공인 미스터 다아시도 처음에는 굉장히 오만하고 차갑고 계산적이여서 인정도 없을 것 같은 사람으로 오해받았지만 나중엔 이런 속성을 지닌 인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17] 일단 집에서 나올 때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가스등을 끄지 않은 거라든가 (물론 질책은 안 했지만 급여에서 제한다고 선은 그었다) 중간에 파스파르투가 일행과 헤어져 임시로 서커스를 하는 도중 포그 일행을 알아보고 앞뒤 안 보고 빠져나와 쇼를 엉망으로 만들었을 때도 서커스 단장에게 쿨한 태도로 위약금을 냈을 뿐 파스파르투를 탓하지는 않았다.[18] 기차에서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포그를 비롯한 기차 직원들과 승객들은 모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다.[19] 마지막으로 타게 된 배 앙리에타호의 선장에게서 앙리에타호를 정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들이고 선원들도 돈으로 휘어잡아 자기 말만 듣게 하여 배의 행선지를 바꿔버렸다. 그리고 총 지휘를 포그가 했는데 사실상 포그가 배의 선장이나 다름없게 되었다.[20] 묘사되진 않지만 젊을 적엔 생각보다 꽤 다양한 일을 하며 거금을 모았을 가능성도 있다.[21] 다만 인도에서 자신의 실수로 재판에 설 때 장 파스파르투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스스로도 거의 본명 취급하는 듯. 사실 서구권에서는 이러한 별칭이나 통칭이 공식적으로 본래 성명인 것처럼 취급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기 베라(로런스 피터 베라)나 치퍼 존스(래리 웨인 존스 주니어), 버스터 포지(제럴드 뎀프시 포지 3세), 블라디미르 레닌(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처럼 별명이 사실상 이 사람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굳어진 좋은 사례이다. 서브컬처에서 예를 들면 인디아나 존스도 헨리 존스 주니어라는 본명이 있지만 자칭한 이름인 인디아나 존스로 더 유명한 것과 동일하다.[22] 그러나 1989년작 TV 시리즈에서는 경력증명서를 제출하면서 나폴레옹 3세제2왕정 몰락 전까지 모셨다고 주장하면서 과거에 서커스 단원이었던 사실을 숨긴다. 물론 여행 중간에 탄로 나기는 하지만...[23] 책에선 그녀가 고아라고 명시되어 있어, 그녀가 부유한 집안 출신은 맞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가세가 기울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으므로 마땅한 선택권이 없었을 것이다.[24] 이 악습을 사티라고 부른다. 동아시아권의 순장과도 비슷한 개념.[25] 물론 나중에 속임수가 들통났고 격분한 장례식장의 인도인들이 쫓아와서 포그 일행은 필사적으로 도주해서야 겨우 따돌렸다.[26] 결혼식 날짜를 정하기 위해 포그가 파스파르투를 교회로 보냈고, 이로 인해 파스파르투가 자신들이 하루 일찍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27] 파스파르투 이외에도 추가 증언해 줄 참고인들(가족, 친구 등등)이 더 있었더라면 범인이라고 단번에 확신하진 않았을 것이다. 픽스 형사가 이렇게 확신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포그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28] 포그를 쫓기 전에 서장에게, 한쪽 손을 포그의 어깨에 올려놓고 다른 한쪽 손으로 체포 영장을 들이밀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했다.[29] 다 된 죽에 픽스가 코 빠뜨린 셈이니 말 다한 셈이다. 실제로 포그는 파스파르투에게 사실은 하루 일찍 온 것이라는 것을 듣기 전까지는 해탈해 있기도 했었고.[30] 원문은 "영국 주먹의 멋진 일격"인데,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영국제 레이스"와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해 픽스를 놀린다.[31] 물론 이는 절대 포그를 위함이 아니었고 포그가 빨리 영국에 도착해야 체포할 수 있어서였다. 픽스는 처음에는 요코하마에서 체포 영장을 받았지만 알다시피 포그의 여행 경로에서 보면 홍콩이 마지막 영국 영토였기에 멘붕했다가 '이렇게 된 바에야 포그를 빨리 영국으로 가게 해서 잡아야겠다.'라는 심정으로 함께 한 것이었다.[32] 이 앤드루 선장은 선원들에게 걸핏하면 월급을 깎겠다고 협박하며 마구 부려먹는 악덕 업주였다. 그래서 자꾸 돈을 요구하는 선장한테 화가 나 있던 포그가 선원들 전원이 선장을 증오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들한테 접근해 돈으로 포섭했다. 이때 선장은 갇히면서 선원들한테 모두 해고이며 월급은 없다고 고래고래 소리쳤으나 선원들은 어차피 이번 항해만 끝나면 모두 그만둘 생각이었고 미리 포그한테 돈을 받았기에 그를 가둔 것을 하나같이 고소하게 여겼다.[33] 배를 가진 뒤 영국에서 다시 스피디 선장에게 파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흥정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34] 실제로 상류층은 도박이나 도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러저러한 내기를 하는 것이 취미생활이었다. 당장 이 멤버들이 하던 것도 카드 게임이였고, (비록 루머이긴 했으나) 샌드위치의 어원이 샌드위치 백작이 카드 게임 하느라 바빠 고안한 음식이었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으니.[35] Reform Club. Reform은 '개혁'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개혁 클럽'으로 번역된다. 일본판을 중역(重譯)했던 판본에서는 ‘혁신(파) 클럽’ 등으로도 표기되었다. 실제로 영국에 존재하는 클럽으로, 1836년에 신사 전용 클럽으로 개관했지만, 1981년부터 여성도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도 운영되고 있으며, 사이트는 여기다.[36] 현재 가치로 110억원을 조금 넘는다.[37] 현재 가치로 약 40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38] 도박, 내기라면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은 역사와 전통이 유구하다.[39] 일종의 별명. Passpartout. 프랑스어로 '만능열쇠'. 본명은 장(Jean). 성씨는 언급되지 않는다.[40] 현대의 쿼츠 시계에 익숙한 독자들이 보았을 때도 대단할 정도의 결벽증이지만, 당시의 시계는 기계식 시계다! 게다가 오늘날의 그나마 정확한 기계식 시계도 아니고, 19세기의 기계식 시계들은 가장 정확한 시계라 하더라도 일주일에 1-3분 정도는 차이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게다가 모든 시계들이 동일한 오차를 지닌 것도 아니니 거의 매 시각마다 시계를 맞추지 않는 한, 저렇게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41] 세계일주 여행을 끝낸 공로로 포그가 5백 파운드를 주었는데 여기서 제했다고 나온다. 하루에 2실링이 가스 요금으로 나간다고 작중에서 언급되는데, 파스파르투가 내야 할 총합은 8파운드(현재 가치로 160만원 조금 넘음)가 약간 안 되는 정도.[42] 앨버매일 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중풍환자였다.[43] 5%니 500파운드. 당시로 '''1억'''.[44] 실제로도 수에즈 운하(1869), 미국 대륙횡단철도(1869), 인도 대륙횡단철도(1870)의 개통시기가 딱 맞아떨어지면서 세계일주에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쥘 베른도 이 소식을 듣고 바로 소설 집필을 시작했으니 괜히 80일간의 세계일주 떡밥이 나온 것이 아니다.[45] 인도에 거주하는 조로아스터교 신도를 일컫는 말로 '파시'라고도 한다. 뭄바이를 중심으로 살고 있으며, 이들은 유대인처럼 상업에 능통해 부를 쌓았다. 현재 인도 최대의 재벌로 꼽히는 타타그룹도 그들의 것이다. 아래 나오는 아우다 부인도 이들의 일족이다.[46] 인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아내 화장 '''악습'''"인 사티(Suttee, Sati)를 말한다. 요즘은 화장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거행되는 곳이 있고, 때려잡는 경우도 생겼다. 주방에서 타죽은 부인 문서 참고.[47] 어떤 책에서는 중간에 연료 공급 사유로 싱가포르에 경유한다고 부가적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크라 운하 같은 건 지금도 개통이 안 됐으니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으면 현재의 인도네시아를 빙 둘러 가야 하기 때문.[48] 항해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 위에서 언급한 포그의 상선사관 출신설을 보강한다.[49] 조난 신호.[50] 다행히 밥값은 이미 배표 값에 포함되어 있어서 공짜로 먹을 수 있어서, 파스파르투는 자신의 몫뿐만 아니라 포그와 아우다 부인의 몫까지 모조리 먹어치웠다.[51] 이른바 '긴 코'라는 묘기로, 피노키오처럼 긴 코가 달린 텐구 가면을 쓰고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 묘기였다.[52] 처음에는 무슨 주지사급 정도되는 전당대회인 줄 알았다가 겨우 치안판사인데도 저 난리를 쳐서 포그 일행은 물론 독자들까지 모두 어이없게 한다. 한편 드잡이질 중에 포그와 픽스의 옷이 만신창이가 되는 바람에 포그가 자신을 구해준 보답으로 옷까지 맞춰준다.[53] 집필시기인 1873년은 몰몬교가 아직 일부다처제를 유지하던 때였고, 이게 폐지된 것은 1890년. 이 소설에서는 몰몬교에 대해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우스꽝스러운 신흥종교 정도로 묘사하고 있다.[54] 들소와 마주치거나 인디언을 만나는 건 당시 실제로 자주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열차에는 '''기차의 속도로 들소를 쳐내기 위해''' 배장기가 설치되었고, 인디언(정확히 말하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국인들의 개척으로부터 영토를 지키기 위해 긴 항쟁을 했다. 이에 대해선 문서 참고. 여기선 도적 떼에 야만인으로 나왔다.[55] 지금도 그렇지만 이 당시 리볼버는 재장전이 많이 느려서 여러 자루를 미리 장전해놓고 한 명이 사격하는 사이 다른 이가 재장전해야 지속적으로 사격할 수 있었다. 1872년이면 콜트 싱글 액션 아미조차 출시되지 않은 옛날이다. 작중 포그 일행이 사용한 건 아마 1851 내지는 1860 모델인 듯.[56] 원래는 뉴욕에서 보르도까지 쉬엄쉬엄 달릴 석탄을 싣고 있었다.[57] 폐기처분 비용이었다거나 그건 너무 비싸다며 그냥 난파시키면 될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선박을 고의로 침몰시킬 경우, 중형으로 이를 엄격히 처벌했었다. 메리 셀러스트호 사건 참고.[58] 현재 이름은 코브(Cobh).[59] 픽스가 리버풀까지 와서 포그를 체포한 것은 소설적 장치이다. 아일랜드애 도착하자마자 체포했으면, 날짜 변경선이고 나발이고 거기서 끝나 버린다.[60] 당시 침울해 보이는 포그에게 아우다 부인이 친구를 만나서 그 우울함을 좀 덜라고 권유했지만, 포그는 자신에게 친구가 없다고 했으며, 가족이라도 만나라고 하자 역시 없다고 했다.[61] 이 내기에서 진 이유가 전부 자기 탓이라고 저주하라고 하였지만, 정작 포그는 아무도 저주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더 죄송함이 들었을 것이다.[62] 장소간 시차 때문이지 실제로 절대적인 소요시간을 잃어버렸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갔어도 이동 시간이 똑같았다는 가정하에서는 같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63] 물론 이는 예를 든 것이고, 소설상에서는 이스탄불이 아닌 이집트의 수에즈로 갔으며, 여행시간도 2시간이 아닌 7일이었다.[64] 해보면 알겠지만, 이게 가능하다는 건 정말 굉장한 체력이다. 실제로 작중 파스파르투의 체력은 웬만한 운동선수 수준이다.[65]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면, 80일간의 모험 수기를 출간하면 역시나 큰 돈을 벌 수 있고, 신문에서 하던 설정놀음 세계일주를 실제로 성공한 인물이니 세계 모험사에 작게나마 족적을 남길 수도 있다. 여튼 신사들이 중히 여기는 명예를 상당히 얻을 수 있는 일인 것은 자명하다. 또한 이렇게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그렇듯이 사회 지도층에 편입될 수 있고, 각계에서 후원이나 협찬은 물론, 여행 경험을 토대삼아 각종 강연에 나서거나 비슷한 단체의 자문위원 형식으로 명함도 달고 다닐 수도 있다. 그야말로 떼돈을 긁어 모으게 된다는 얘기.[66] 작중에서 작가가 날짜 계산을 하루쯤 잘못한 부분도 있다.[67] 작중에서 언급한 비용만을 더한 것으로, 여행 경비 및 작중에서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언급되지 않은 포상금은 모두 기타 경비로 처리했다.[68] 1파운드가 약 20만원 정도. 소설 초반부의 포그에게 구걸하던 여자 거지는 20기니를 받았는데 1기니는 1.05파운드이니 420만원을 받은 셈이 된다.[69] 필명. 본명은 엘리자베스 코크레인.[70] 특히 《15소년 표류기》에서는 주축 인물 중 브리앙 형제는 프랑스인이고, 고든은 미국인, 드니펜과 다른 소년들은 모두 영국인이다. 이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생각해보면(…).[71] 사실 그 이전까지 한국 국민이 해외여행을 가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고위 공직자나 사업가 같은 상류층이 아닌 평범한 사람한테는 해외여행 허가 받기도 어려웠다. 오죽하면 1970년 3월 17일에 살해당한 여인인 정인숙의 소지품 중에서 해외여행을 위한 여권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크게 놀랐을 정도였다.[72] 대신 원작의 아우다를 패러디한 아"오"다라는 여성이 등장. 이쪽은 원작과는 달리 남편 사후 시크 용병단을 이끌고 대영제국에게 무력으로 저항하는 여걸로 묘사된다. 단 선택지에 따라서 포그와 썸씽이 있는 걸로 묘사되기도 한다.[73] 파스파르투의 성격상 이들 중 대다수와 짧은 로맨스를 벌일 수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루트가 3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