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멸망/원인
1. 개요
망해가는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요인과 특징들. 구 표제어는 "국가 막장·멸망 테크"로, 여기서 '테크'는 인터넷에서 흔히 쓰이는 테크 트리의 준말이다. 이는 '망국의 징조'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며, 해당 단어로도 이 문서로 넘어올 수 있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책 《문명의 붕괴》의 이스터 섬 및 그린란드 같은 환경 변화에 따른 문명 붕괴 사례나 로마 제국 중기 마리우스의 군제 개혁에서처럼 경제 및 사회 구조에 의한 로마의 위기처럼, 국가의 위기는 정치가 아닌 사회 구조, 환경, 경제 같은 다른 요인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역사상 망국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요인들 간에 서로 인과관계를 맺거나 하나의 사태로 동시다발하는 경향이 짙고, 전형적인 때는 의외로 드물다. 이 문제를 확장하면 끝내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뭔가'라는 물음으로 귀결하는데, 이건 이미 수많은 학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이론에 맞춘 주장을 제시했지만 멸망한 사례도 많으니 정설은 없다. '위기 → 극복실패 → 붕괴'라는 구조 외의 구체적인 것은 하나로 집어 말할 수가 없다.
기반이 막강하거나 아직 국운이 다하지 않은 상태라면 망국의 징조가 하나둘 나타나더라도, 위상만 급격히 떨어질 뿐 망하지는 않는다. 백제가 아신왕 때 국가 멸망 징조의 상당수를 겪었음에도 살아남은 것과 몰락과 중흥을 반복한 동로마 제국이 그 예다. 하지만 그후에는 나라가 예전의 위상을 되찾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데, 정말 먼치킨인 국가지도자가 나타나 나라를 간신히 반석에 올려놓는다고 해도 전성기만큼의 국력을 두 번 다시 못 찾는 경우는 동서고금 막론하고 흔한 일이다. 12세기 중흥기와 9세기 초 아바스 왕조의 영토를 비교하면 감이 올 것이다.
2. 목록
3. 분석
3.1. 한비자
중국 전국시대의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는 망할 징조(亡徵)라는 글에서 국가 멸망의 징조를 47가지나 제시한다.망징편 상 망징편 하
- 실제로 당대에 나라가 없어지거나, 왕이 폐위되거나, 체제가 전복되거나, 전국에 혼란이 야기 되었을 경우만 쓰세요. (그냥 별 도움도 안 되는 짓을 했지만 그게 딱히 당대에 나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경우는 제외. [예시:] )
- 무릇 임금의 나라는 작은데 대부의 식읍은 크고 (몽골 제국), 임금의 권위는 가벼운데 신하의 권세가 무거우면 망한다. (주나라, 신성 로마 제국,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왕국)
- 법령을 깔보고 모략에만 힘쓰며(나치 독일, 일본 제국), 국내가 황폐하여 원조에만 의지하면 망한다.(아르헨티나, 나우루, 아이티)
- 신하들이 학문만 익히고(양반) 공자들이 논쟁만 즐기며, 상인들이 저축만 하고 백성들이 곤궁해지면 망한다 (에도 막부, 잃어버린 10년/일본).
- 궁궐과 누각과 정원을 만들기 좋아하고, 수레와 의복과 사치품과 예술품을 좋아하여 백성을 괴롭히고 재화를 낭비하면 망한다. (사마염, 시황제, 영호해, 수양제)
- 미신을 쓰고 귀신을 섬기며, 점술을 믿고 제사를 좋아하면 망한다. (남조, 진양군, 명성황후)
- 신하들의 의견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말을 비교하여 알아보지 않고 오직 한 사람과만 소통한다면 망한다. (유선)
- 관직을 구하기 어렵고, 벼슬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망한다.(한나라, 앙시앙 레짐, 세도정치)
- 너그러워 성취하지 못하고 유약하여 결단하지 못하며, 좋고 싫음을 결단하지 못해 자립하지 못한다면 망한다. (니콜라이 2세, 루이 16세)
- 탐욕이 지나쳐 만족하지 못하고, 이익을 가까이하여 얻기 좋아한다면 망한다. (차우셰스쿠, 백두혈통)
- 잔혹한 형벌을 좋아하여 법을 고르게 적용하지 않고 (이디 아민, 시황제, 김정은), 논쟁하기만 즐겨서 그 실용에 힘쓰지 않고, 아름다운 문장에 빠져서 그 공로는 돌아보지 않으면 (청담사상) 망한다.
- 천박하여 알기 쉽고, 누설되어 감추지 못하고, 기밀을 유지하지 못하고 신하들의 말을 옮기면 망한다.(일본 제국, 남베트남)
- 너무 드세어 화합하지 못하고, 간언을 무시하고 이기기만 즐기며, 사직은 돌아보지 않고 경솔히 자신이 믿는 대로 한다면 망한다.(유선, 의자왕)
- 외교에 의지하여 이웃 나라를 깔보고, 강대국의 원조를 믿고 가까운 나라를 업신여기면 망한다. (조지아, 남오세티야 전쟁, 북한)
- 객지에서 더부살이 하는 선비가 가족과 재산을 국외에 둔 채로 위로는 국책에 간여하고 아래로는 치국을 함께하면 망한다.
- 백성이 그 재상을 믿지 않고, 아랫사람들이 그 상전을 받들지 않는데도 임금이 총애하고 신뢰하여 내치지 않는다면 망한다. (그리고리 라스푸틴, 허션)
- 국내의 인재는 쓰지 않고 국외의 선비만 구하며 공을 세우도록 시험해보지도 않은 채 명성만 듣고 쓰거나 떠돌이들을 예우해서 원로들을 업신여기면 망한다. (서로마 제국)
- 그 적자를 경시하고 서자와 대등하게 삼으며, 태자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군주가 죽으면 망한다. (원소, 유표, 이궁의 변)
- 임금이 마음으로 수치를 모르고 국내의 재정은 살피지도 않으며, (칼리굴라, 엘라가발루스, 만력제, 연산군) 나라가 어지러운데 자만하여 이웃의 적을 쉽게 여기면 망한다. (선조(조선), 인조)
- 나라가 작은데도 겸손히 처신하지 않고, 힘이 적은데도 강국을 겁내지 않으며, 무례하여 큰 이웃 나라를 업신여기고, 탐욕스러워 외교하는 데 졸렬하면 망한다. (추축국, 북한, 조지아, 이라크)
- 태자를 이미 정했는데 강성한 적국에서 후처를 맞아들이면, 태자는 위태로워지고 그러면 신하들은 마음을 바꿔먹을 것이니 망한다.
- 겁이 많아서 주장이 약하고, 짐작은 하면서도 성정이 우유부단한 나머지 그래야 하는 줄 알면서도 결단을 내려 감행하지 못하면 망한다.(니콜라이 2세, 루이 15세, 루이 16세)
- 군주가 국외에 나가 있는데 국내에서 지도자를 바꾸거나, 볼모로 나간 태자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군주가 태자를 바꾸어서 국론이 분열되면 망한다. (동로마 제국, 소련 해체, 보리스 옐친)
- 대신들을 능욕하여 그들을 업신여기고, 백성들을 주륙하여 부림이 가혹하면 원한을 품고 수치를 새기니 이것이 거듭되면 적(賊)이 생기고, 적이 생기면 망한다.(주지육림, 동탁, 북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남베트남)
- 두 대신의 권세가 막중하고 친족들의 세력이 강하여, 안으로 당파를 이루고 밖으로 원군을 빌어다가 힘을 다투면 망한다. (연남생과 연남건, 무로마치 막부의 오닌의 난)
- 시녀와 후궁의 말에 귀 기울이고 총신과 측근의 꾀에 따라서, 안팎으로 슬픔과 탄식이 가득한데도 거듭 법을 어기면 사망한다.(오스만 제국)
- 대신을 업신여기고 친족에 무례하며 (김정은), 백성을 괴롭히고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 죽이면 망한다. (북한)
- 꾀로써 법을 곡해하기 좋아하고 사사로운 일로 공공의 일을 그르치게 하며, 법령을 쉽게 바꾸고 자주 휘하에 호령하면 망한다. (추축국, 대한민국 제1공화국)
- 국방이 튼튼하지 않고 성곽은 허술하며 (청나라, 중화민국/국민정부, 프랑스 제3공화국, 북송, 조선), 축적된 것이 없고 재물은 적어서 싸우고 지킬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가볍게 적을 공격하면 망한다. (추축국)
- 왕족들이 요절해 군주가 잇따라 죽고 어린애가 임금이 되어 대신이 전횡하며(서태후, 원나라), 떠돌이를 등용하여 당파를 만들고 거듭 국토를 떼어 원조를 바라면 망한다. (동진, 석경당)
- 태자가 존경받고 부각되어 그를 따르는 세력이 강해지고 강대국과의 교섭이 빈번하여 일찍부터 위세가 갖추어지면 망한다. (김정일)
- 임금이 소심하고 성급하여 아무 일에나 쉽게 흔들리며, 상황에 대한 이해득실을 헤아리지 못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이 없으면 망한다. (선조(조선), 고종(대한제국))
- 군주가 분기가 많아 군사를 즐겨 일으키면서 산업을 가벼이 여기고 전쟁을 쉬이 일으키면 망한다. (수양제, 오스만 제국)
- 귀족들이 서로 시기하고 대신들의 힘이 융성하여 밖으로 적국에 빌붙고(비드쿤 크비슬링, 영국 명예 혁명, 아르투어 자이스잉크바르트, 가이 포크스, 백제) 안으로 백성을 괴롭히며 원수를 공격하는데 군주가 주륙하지 않으면 망한다(고려).
- 임금이 불초한데 (환제, 영제) 측근이 현명하고, (십상시) 태자가 가벼워서 서자가 대항하며 (수양제, 차대왕), 관리가 약해져서 백성들이 발호하면(황건적, 홍건적)이로써 나라가 혼란해지니 나라가 혼란해지면 망한다.
- 분노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며, 죄 있음만 드러내고 처벌하지 않아서 신하들이 내색하지 않아도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언제 어찌 될 지 몰라하면 망한다.(루이 16세)
- 군대의 장수에게 너무 큰 권한을 주거나 변방의 수령에게 너무 높은 지위를 주어서 법을 남용하여 전횡하거나 군주의 명령에 따르지 않게 되면 망한다.(당나라, 예니체리, 이성계)
- 왕후가 음란하고 모후가 추잡하면 안팎이 뒤섞여 통하게 되고 남녀의 분별이 없어지니 이에 군주가 둘이라고 하는데, 군주가 둘이 되면 망한다. (가남풍, 서태후)
- 왕후가 천하고 빈첩이 귀하며, 태자가 낮고 서자가 높으며, 재상이 가볍고 서리가 무거우면 이에 따라 안팎이 어그러지니, 안팎이 어그러지면 망한다.
- 대신이 지나치게 귀하여 당파가 강해져서 군주의 판단을 가로막고 나라를 제멋대로 하면 망한다. (위그노 전쟁을 위시한 16~17세기 유럽 각국의 종교 내전에 따른 파벌, 권문세족, 세도정치)
- 권문세족이 임용되어 유공자가 밀려나고(고려), 촌뜨기의 선행으로 관리들의 노고가 무시되어 사적인 행동을 귀히 여기고 공적인 공로는 천시하게 되면 망한다.
- 국고는 비었는데 대신들은 배부르고 (앙시앵 레짐), 정착민은 빈곤한데 떠돌이는 부유하고 (바나나 공화국), 농사 짓고 싸우는 이는 곤궁한데 상공인이 이로우면 망한다. (올리가르히)
- 큰 이익을 보고서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재앙의 징조를 듣고도 대비하지 못하고, 싸우는 일을 천박하게 여기고 인의로 자신을 치장하면 망한다. (서로마 제국, 북송, 조선)
- 군주의 효도는 하지 않고 필부의 효도만 흠모하며, 사직의 이익은 생각지 않고 모후의 명령만 들으며, 여자가 나라를 다스리고 (양귀비) 환관이 국사를 좌우하면 망한다. (여후, 가남풍, 휘렘 술탄, 십상시, 위충현)
- 논설에 익숙하나 법에는 어긋나고, 마음은 지혜로우나 술수가 부족하고, 재능은 많으나 법도에 따라 처리하지 못하면 망한다. (대한민국 제2공화국)
- 신참이 승진하여 고참이 밀려나고, 불초자가 중용되어 현량자가 엎드리고, 무공자가 귀히 되어 유공자가 천시되어 아랫사람들이 원망하게 되면 망한다. (의종)
- 친족과 대신들의 봉록이 공로보다 후하거나, 복식이 지위를 넘어서거나, 궁실과 음식이 너무 사치스러운데도 군주가 금하지 않아서 탐욕이 끝없이 되면 망한다. (서진, 니콜라이 2세, 루이 16세, 시황제)
- 왕실의 사위나 자손들이 백성들과 한 마을에 살며 그 이웃들을 핍박한다면 망한다. (권문세족)
각 문서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이 실제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일들이다. 한비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인류역사 초기에 해당하는데도, 그 뒤로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가 된 상황이 많아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망할 징조(亡徵)라는 것은 반드시 망한다(必亡)는 것은 아니지만, 망할 수 있다(可亡)는 것을 말한다. 무릇 요 임금이 둘이라 해도 함께 흥할 수는 없으며, 걸 임금이 둘이라 해도 함께 망할 수는 없다. 흥망의 분기는 그 다스려짐과 어지러움, 강함과 약함이 서로 어긋나는 데에 있다.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분명 벌레가 갉아먹은 때문이며,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분명 균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에 벌레가 살아도 태풍이 아니면 부러지지 않으며, 담장에 균열이 있어도 폭우가 아니면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만승의 군주는 술(術)에 따라서 법(法)을 행하고 망할 징조가 있는 군주에게 태풍과 폭우가 되니, 천하를 어렵지 않게 겸병하였던 것이다.
다만 이러한 한비자의 경고는 어디까지 군주를 대하는 입장에서 서술했으니, 군주제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 전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비자는 전국시대, 난세 중의 난세를 살다 간 사나이다. 오히려 치세에 태어났으면 그의 사상은 묻혔을 것이다. 일례로 30번째 항목에서 왕세자가 너무 잘났으면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 같은 사태가 터진다고 충고하지만,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그야말로 사극에나 나올 법한 옛날 이야기다. 여자가 나라를 다스리면 망한다는 말 또한 여성의 정치 참여가 여왕, 수렴청정 등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금지된 전·근대 사회에서만 통한다. 전·근대 국가에서 여자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권력 체계가 흔들리다 못해 막장이 됐다는 뜻이지만, 현대 국가에서는 충분히 합법적인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비자에서 말하는 여자가 나라를 다스리면 망한다는 말은 문맥상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즉위한 여왕, 여황 같은 군주가 아니라 왕권에 기생해서 또는 강대한 친정의 권세에 의지해 권력을 쥔 후궁, 모후의 입김 같은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정치개입에 가까운 의미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그러니까 현대에 와서는 성별을 떠나서 정당한 군주가 엄연히 있는데 제3자가 당연하다는 듯 개입하는 상황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현대에도 적용 가능한 몇 가지 항목만 추려서 '한비자의 나라가 망하는 10가지 징조'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덧붙여 읽다 보면 한비자의 음양가(5), 유교(41·43·44), 유세객(16·29·42)에 대한 비판적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비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러저러한 47가지 징조가 보인다고 반드시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징조가 내게 있다면 빨리 고칠 것이고 반대로 남에게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때려잡아라.' 그야말로 동양판 군주론이라고 볼 수 있다.
3.2. 간디
마하트마 간디는 국가 멸망의 징후 7가지를 제시했다.
간디가 제시한 7가지 요소는 국가 멸망의 징조라기보단, 보편적인 만악의 근원에 더욱 가깝다.인류 사회에서 모든 악덕(폭력)은 다음의 되풀이되는 일곱 가지 실수들에서 나타난다.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믿음, 그리고 원칙 없는 정치.[원문]
<젊은 인도(Young India)>, 1925년 10월 22일
3.3. 테인터
조지프 테인터(Joseph A. Tainter)는 자신의 저서인 '문명의 붕괴(The Collapse of Complex Societies)'에서 한 국가가 멸망하는 것에 대하여 순환 공식을 설명했는데,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다만 이러한 정의는 기본적으로 전제군주제 체제라는 전제가 있다. 테인터는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전제로서,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투자 대비 한계수익은 점차 줄어든다는 경제이론에 근거를 둔다. 즉 국가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투자에 비해 얻는 이익은 점점 줄어든다.
농업을 예로 든다면 복잡성이 낮은 사회는 중심지 인근의 비옥한 토지에서 농사를 지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인구와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그 사회는 기존에는 경작하지 않았던 황무지를 개간하거나, 관개작업에 착수하거나, 어쩌면 중심지와 먼 거리에 있는 토지를 개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땅은 최초 경작했던 비옥한 땅보다는 경작은 수고로운데 수익이 적거나, 혹은 동일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 들이는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관개 사업은 기본적으로 대량의 노동력이 소모되며, 수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동력이나 행정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1] 추가로 개간할 토지가 없다면 노동집약적인 농업을 밟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러면 단위면적 당 생산량은 증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들이는 노동력마다 받을 수 있는 수익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드넓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농업을 비교해보자.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라면 우리나라가 높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지자면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만약 그 땅이 중심지와 먼 거리에 있는 땅이었다면 운송비가 추가로 소모될 것이다.
광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뒷산 노천광산에서 간단하게 광물을 얻을 수 있지만 이 광물이 고갈되고 나면 깊은 갱도를 파거나, 혹은 먼 거리에 있는 광산에서 광물 채취할 수 밖에 없다. 이 광물의 생산, 운송 과정에서는 최초 노천광산에서 광물을 채취할 때보다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대부분의 산업, 경제분야에서 적용된다.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성이 커질 수록 투자 대비 효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어느 지점을 지나면 투자보다 수익이 적은 경우도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기술 발전이 한계수익률 저하를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지만, 기술발전 자체에 대한 한계수익도 점점 감소한다.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 근래의 정보화혁명급의 기술발전이 아니라면, 전문화가 진행되다보면 기술의 발전도 특정 전문 분야의 효율성 개선에 머무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기술발전에 투자한 비용 대시 효율은 결국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복잡성이 증가하며 팽창해나가던 사회는 어느 시점부터는 복잡성 증가가 정체되기 시작하고 아래와 같은 문제와 마주칠 수 밖에 없다.
1번은 2번으로 잡고, 2번은 3번으로 잡고, 1·2·3번이 잘 돌아가지 않아서 생기는 비상 사태는 4번을 통해서 해결한다. 그러나 4번마저도 끝내 안 먹히거나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 때, 이것이 도미노처럼 무너진 결과는 드디어 1가지 만성 불치병을 제국 체제에 가져다 주게 되는데, 그게 '''재정난'''이라는 괴물이다. 끝내 그 국가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맞이한다.
생각해 보면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이렇게 망했다. 기억하고 조심할 일이다.
3번의 좋은 경우인 로마 제국에 대해 다소 이상한 견해가 있다. 여러 차례 닥쳐온 존망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번영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극복마다 영토(=총 국력) 자체는 감소했다는 점을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견해다. 로마 제국의 각 시대에 대한 모든 성취에 유독 5현제 시대의 로마 제국만, 그것도 영토만 주 고려로 삼아 비교하는 생각은 적절하지도, 공평하지도 못하다. 서로마를 멸망시킨 4세기의 위기를 극복한 동로마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뤘고, 유스티니아누스 때의 재정복 때 갈리아나 이베리아는 회복하지 못했다지만 그 전에 로마가 2~3세기 때 상당히 어려운 상태에서 거기까지 올라온 건 간과한 견해다. 고토 회복전쟁 직후 닥쳐온 역병과 성상파괴령등의 내부 분열, 이슬람 세력의 침공으로 인한 7세기의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고 9세기에 이르러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는데, 사실 이 시기의 영토는 395년 당시의 동로마 제국 영토의 95%에 달하며 인구나 군사력의 지표로 보면 오히려 그 이상이다. 11세기 말 만지케르트 전투의 패배 이후 처했던 존망의 위기에서도 회복하여 콤니노스조의 전성기를 맞이했는데, 영토적 지표로 보면 소아시아 내륙은 영영 상실했다지만 경제나 안보, 사회구조적 진보 면에선 큰 성취를 이루었다. 즉, 로마 제국이 여러 차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체제 개혁을 통한 국가 역량 증대의 공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점을 우선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전 시대로부터 물려받았던 유산이 워낙 충실했어도 대부분의 제국은 한 번 하락세에 접어들면 두 번 다시 일어나기 힘들었다. 4번이나 중흥했던 로마가 대단한 것이다.
여담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이전에 많이 이루어졌던 식민지 지배가 사라진 것은 이것에 기인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즉 위 3번 단계에서 수익이 비용보다 낮아지면서 자발적으로 식민지 지배를 철회했다는 것.
4. 관련 문서
[예시:] 미국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퀴글리라는 점술가 말을 신봉했는데, 그 점술 예언을 듣고 정책 일부를 펼친 게 임기 후에 밝혀졌지만 그걸로 인해 딱히 뭔가 큰 사고가 일어난 게 아니라서 제외. 아래 "미신을 쓰고 귀신을 섬기며"에 해당 된다.[원문] In human society, all violence can be traced back to these seven recurrent blunders: wealth without work, pleasure without conscience, knowledge without character, commerce without morality, science without humanity, worship without sacrifice, and politics without principles.[1] 최초로 대규모 관개를 실시했던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에 따르면, 신들이 수로를 파다가 빡쳐서 대신 그 일을 하라고 만든게 인간이다. 그 정도로 관개 유지는 힘든 사업인데 반해, 관개 수로가 사라지면 그 땅은 순식간에 황무지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관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관장하는 행정력이 끊임 없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2] 이 현상은 당연한 것이, 국가 존폐 위기가 걸린 전쟁 시기에서는 정치, 외교, 경제 등 모든 국가 사무가 군사 행동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모든 사무를 비변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고 자연히 거의 모든 권한이 부여된다.[3] 동로마 제국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