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주요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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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게이트라고 하는데요. 사실은 게이트를 넘어서는 게이트입니다."
"국민들이 수치감을 느끼잖아요. 예를 들면 부정부패를 하거나 아니면 무능하거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당장 자신의 일은 아니니까, 뭐, 인내할 수 있어요. 나중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국민들 모두에게 수치심을 주잖아요. 자괴감. '''아이고, 내가 저런 사람들한테 지배를 당했단 말이지?'''[3]
이런 심리 상태인데 이게 지금 어떤 수를 쓰더라도 누그러지지 않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잖아요.'''"
1. 개요
2016년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많은 사람들에게 '''순실 증후군'''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전율이 일만한 충공깽을 선사했지만, '''사건 초창기까지만 해도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본질을 흐려서 혼란을 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나도 연설문 쓸 때,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와 같은 의견이 대표적일 것이다. 박근혜 자신의 사과문 역시 그런 취지였다. 그리고 이런 쉴드와 사과문에 넘어가, 정말로 박근혜가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고 생각하거나 조언 좀 받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정도로 해당 사안을 경미하게 인식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게다가 대통령 측근과 엮인 범죄는 이승만 이래로 한국 정치계의 고질병이었기 때문에, 단지 측근 인사가 무언가 큰 범죄를 저지른 것만으로 이다지도 소란스러운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측근이 국정 자체를 좌지우지 했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터진 측근 범죄와는 급이 다르다. 이전 정권까지 일어난 측근 범죄는 대개 권력형 비리였다. 대부분이 대통령의 위세에 기대 호가호위하면서 주변 인물을 등쳐먹고 각종 이권에 끼어들거나 혹은 대통령에게 받은 직위를 이용하여 뇌물을 받고 인사청탁을 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런데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이 대통령의 '''위에 서서''' 연설문과 정관계 인사 문제, 국가 사업 수주처럼 중대한 문제를 자기 일당들과 마음대로 결정하여, 사실상 '''국정을 우롱'''했다. 심지어 세월호 사건이 터진 당일조차 청와대에 들어와 문고리 3인방들과 회의를 주재한 사람은 대통령이 아닌 민간인 최순실이었다. 이것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의 '''행정부를 컨트롤하는 최상위 기관인 청와대 시스템 자체가 붕괴'''한 것이다. 막말로, 만약 '''최순실이 단순한 강남 아줌마가 아니라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외세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었다면 한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국가의 중대 사안이나 정책은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과 적법한 국가 기관, 더 나아가서는 국민 모두가 함께 논의해 판단할 일이다. 그런데 선거를 통해 '''국민의 적법한 선택을 받은 적도 언론을 통해 제대로 신상이 노출된 적도 없던''' 사람이 청와대의 주인 행세를 하면서 몇 년간 몰래 이를 대신했으니, 국민들이 놀라지 않고 분노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순실은 측근인 차은택이나 고영태를 비롯한 다른 일반인까지 멋대로 끌어들여 국정을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 770억 규모인 비리 재단 설립, 편법과 인맥을 이용한 평창군 지역의 대규모 부동산 매입, 부정한 수단을 통한 공사 수주, 수십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금 세탁, 은행 인맥을 이용한 외화의 무단 반출, 행정부(대표적으로는 문체부) 산하 기관들을 이용한 인사 청탁이나 예산 남용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백 번 양보해서 설령 최순실이 불법적이긴 해도 사심 없이 최소한의 성과라도 보였으면 모를까[5] 알다시피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게다가 국정 운영에 개입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보통 문제가 아니었을 터인데, 온갖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며 국가 예산과 정책을 본인 일가 및 측근들의 호의호식과 이권을 위해 이용했다는 것은 세금을 낸 국민들 입장에선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 모든 일의 근원이자 장본인이 '''바로 박근혜 본인이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박근혜는 법치와 대의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면서 오히려 본인 스스로 이를 부정하고 누더기로 만들어버렸다.''' 후술하겠지만 이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인정해 준 유권자들, 특히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배신한 셈이어서 더욱 큰 비난을 받았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이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도 이 맥락과 비슷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이전 대통령들의 측근 비리보다 훨씬 더 중대하고 충격적이게 대중들에게 다가온 이유는 이 사태가 국민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오랜 기간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전 대통령들의 측근 비리의 경우 비리 주모자들의 존재는 비리 이전부터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따라서 의회와 언론의 감시도 어느 정도는 작동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 비선들의 활동은 고작해봐야 인사 청탁 수준이었지, 온갖 국정에 개입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최순실의 개명 후 이름)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 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순실의 존재는 철저하게 숨겨졌으므로 의회, 언론 등 권력을 감시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들이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최순실의 권력은 대통령 그 자체 아니 이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막강해졌다. 대통령이야 전면에 나서 비판과 견제, 조언을 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지만 비선은 책임질 이유가 전혀 없으니...만약 최순실의 존재가 일찍 공개되었다면 당연히 의회,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있었을 것이며, 그랬다면 국정 개입 등의 사단이 아예 사전에 차단되거나 아님 논란은 있어도 최순실이 공직에 임명되는 합법적 수순을 밟았을 것이다. 허나 박근혜와 최순실은 이 일을 '''집권 4년차까지도 철저히 함구했고,[6] 정윤회 문건 파동에서 알 수 있듯 오히려 이에 저항하는 낌새를 보인 공직자나 이를 탐사하려는 언론은 철저히 탄압'''했다. 그리고 막바지엔 자신을 선출해준 '''국민들을 상대로까지 철저한 거짓말로 기만 행위'''를 벌였지만, 결국 언론 탐사 보도 등으로 사단은 나고 말았고 본인들도 자괴감을 느끼는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된다.
물론 비선 자체가 무조건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영삼 역시도 비선을 수시로 활용한 대통령이었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실시 등 여러 굵직한 업적들을 이루어냈다. 김영삼은 이러한 비선 조직에 전문가를 등용하고, 사익에 비선을 이용하지 않았으며, 비선에 대한 국가원수로서의 통제권을 확고하게 쥐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전문가를 등용하지도 않았고, 사익을 추구했고,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했다.
2. 상세
2.1. 지지자들을 배신한 박근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속속 드러나는 전말은 이렇다. 대통령 눈치를 보면서 스리슬쩍 자기 욕심을 채운 역대 비선들과는 달리 최순실은 아예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자기가 관리했다. 박근혜가 연설문을 비롯한 각종 국가기밀자료, 들고 다닐 물품, 심지어 의상까지 최순실에게 맡길 정도였다. 박근혜가 아이돌이라면 최순실은 그 아이돌 기획사의 사장이나 매니저 비스무리한 노릇을 한 것이다. 그래서, 최순실은 구한말 시절의 진령군이나 러시아 제정 말기 시절의 그리고리 라스푸틴과 닮았다는 평도 나왔다.미국인들은 당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지, 저나 레이먼드 터스크를 선출한 것이 아닙니다.
(The American people voted you president, not me, not Raymond Tusk)
- 프랭크 언더우드, 하우스 오브 카드(미국 드라마) 시즌2 2화
그리고 이는 박근혜가 실정만 골라서 저지르는데도 그녀를 지지했던 상당수 국민에게 큰 배신감과 충격을 줬다. '''박근혜를 지지한 국민들은 선거에서 박근혜를 뽑았지 최순실을 뽑은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 자체를 통째로 범죄 조직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표현할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인데 이 정부의 탈을 쓴 범죄조직에서 박근혜는 보스 노릇조차 못했다. 법치와 민주 국체의 제1수호자가 되어야 했을 일국의 대통령이, '근혜파'의 두목짓도 아니고 ''''순실이파'의 얼굴 마담에 불과했다'''는 점이 또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국민들의 박근혜에 대한 감정이, 부패와 기만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라 '''경멸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순실의 실제 포지션은 영부인에 가까워 보이지만, 오히려 모든 정무를 직무유기하고 최순실에게 국정을 일임했다는 점에서 최순실이 사실상 대통령이고 박근혜는 꼭두각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최순실은 박근혜 집권 초기만 해도 정윤회와 함께 국정을 농단하면서도 상당히 행보를 조심했다고 한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능력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청와대 조직관리를 하던 사람이 전 비서실장을 해본 경험이 있는 정윤회였다고 한다. 그러나 정윤회가 문건 파동으로 인해 더 이상 비선이 아니게 되었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지지율이 굳건하자 홀로 남은 최순실이 기고만장하게 거리낌없이 날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이런 막장스런 사태 때문에 대통령을 굳게 믿고 따르던 정관계 인사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이미 박근혜의 가장 가까운 충신이라는 이정현 의원이나 김진태 의원 등은 어설프게 변호를 시도하다가 역풍을 맞아 정치인이라는 자리마저도 위태로운 상태에 이르렀다. 나머지 친위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장은 숨을 죽이지만 언론사는 이미 과거에 대통령(을 가장한 최순실의 전횡)을 옹호했던 발언과 행적을 하나하나 찾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4년에 국회 교문회에서 정유라를 옹호했던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사건 직후부터 대차게 까였다. 게다가 진일보한 미디어 기술과 정치인들의 공적 발언 하나하나를 끈질기게 뒤쫓는 언론사들 성격 때문에 여기 연루된 인사들은 발뺌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박근혜는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자신에게 충성을 바쳤던 황교안을 제대로 된 통보도 없이 단칼에 교체하려는 등, 그야말로 본인 입으로 말한 배신의 정치가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심지어 총리 교체를 문자로 통보해줬다는 소문까지 돌았을 정도였다. 실제로는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황교안과의 식사 중에 알려준 것이라고 한다. 본인도 얘기를 듣기 전까지 몰랐다고.
불통을 고집하던 대통령에게 비판을 아끼지 않던 사람들 또한 망연자실했다. 이제까지 해온 온갖 고민과 기대가 애초부터 헛짓거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적어도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최소한의 자질이나 리더십은 갖춘 사람이라 믿 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대통령이 소통의 자세만 갖춘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지만 그동안 국민들이 해방, 독재,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쌓아온 역량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1월 3일 썰전 방송에서 유시민이 '''"황교안 국무총리도 제대로 일 시키면 잘한다."''' 같은 발언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박근혜는 대통령이면서도 이런 '''도움을 받을 능력조차도 없는''' 거의 피성년후견인 수준의 무능한 인간에 불과했다는 게 드러났고 그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2.2. 박근혜 본인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른 중범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2016년 10월 27일 제시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기타 관계자들'''이 저지른 범죄 혐의는 아래와 같았고, 게다가 여기에는 2016년 10월 28일 이후로 밝혀진 범죄는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혐의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일단 검찰은 최순실에게 2016년 11월 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공동정범) 및 사기미수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최순실과 청와대 관계자의 군사기밀보호법위반죄
- 최순실의 군사기밀 탐지·수집 (제11조)
- 청와대 관계자의 국가기밀 누설 (제12조)
- 청와대 또는 외교부 관계자의 외교상기밀누설죄 (형법 제113조 제1항)
- 청와대 관계자의 공무상기밀누설죄 (형법 제127조)
- 최순실과 청와대 관계자의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위반죄 (제30조 제3항, 제19조)
- 최순실, 안종범 수석 등의 수뢰죄, 기업 대표들의 뇌물공여죄 (형법 제129조 제1항, 제133조)
- 안종범 수석 등의 제3자 뇌물공여죄 (형법 제130조)
- 재단 출연 기업 대표들의 업무상 횡령죄
- 최순실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관계자의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죄 - 재단 돈을 비덱 등으로 유출한 의혹
그러나 박근혜는 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는 고사하고 시인조차 하지 않았다. 2016년 10월 25일 녹화방송으로 한 대국민사과에서, 박근혜는 '''고작''' 최순실이 연설문의 첨삭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그마저도 집권 초기에나 있던 일인 것처럼 거짓말로 사건을 은폐/축소했고, 걸린 시간은 겨우 2분 이내. 더군다나 이렇다 할 질의도 없이 사과문만 무미건조하게 읽었을 뿐, 기자들이 한 질문도 모두 무시한 채 모습을 감추었다. 그 뒤로 11월 4일 다시 대국민담화를 했지만, 발언 또한 자기 변명과 책임 회피일 뿐이었다. 게다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 든다''' 같은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네티즌들에게 굳이 먹지 않아도 될 온갖 비아냥까지 사서 얻어먹었다.
수사를 미온적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검찰마저도 11월 16일에 이르러서는 관계자들이 "대통령이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버티기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만으로도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에 이르렀다. # 그리고 결국 검찰은 최순실 등을 기소하면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공동정범(공소외인)으로 공소장에 적시하였고, 이를 계기로 이 사태는 급속히 탄핵정국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청와대도 새로운 공범으로 떠올랐으며, 제101경비단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그래서 대통령경호실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만 봐도 미국의 시크릿 서비스를 제외하고 경찰조직이 맡는다. 일본인들이 신성하는 천황마저 일본 경찰청 부속기관인 황궁경찰본부가 맡고 있다. #
그 동안 안보라는 이유로 청와대의 불심 검문이 잘 알려지지 않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청와대의 힘이 약해지자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 인근 사는 주민들에게 불심검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심검문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있는 것으로, 범죄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경찰은 반드시 신분증표를 제시하고 소속과 성명을 밝혀야 한다는 것인데,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제5조)도 범위에 대해서 해석을 악용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더 나아가 청와대가 너무 권위적이고 왕궁 같다는 비판도 재점화되었다. 이른바 '김신조 사건'으로 알려진 1.21 사태 전까지는 1948년 9월 말부터 대통령이 "민의에 귀 기울이겠다."며 매주 목요일에는 청와대의 전신인 경무대에서 일반 국민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었다. 허나 이후 청와대는 점점 요새화되었고, 민주 정부 들어서부턴 다시 청와대 개방이 많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탄핵소추의결서에 열거된 박근혜 본인의 범죄 혐의들은 다음과 같다.[7]
-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설립·모금 관련 범죄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관련 범죄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최순실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관련 범죄
- 케이디코퍼레이션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플레이그라운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주식회사 포스코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주식회사 케이티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그랜드코리아레저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문서 유출 및 공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 관련 범죄 - 공무상비밀누설죄
- 최순실과 공모하여 이재용으로부터 뇌물수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 최순실과 공모하여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제3자뇌물수수죄)
- 김기춘과 공모하여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블랙리스트 정책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들의 사표를 받는 과정과 노태강 전 체육국장 등의 부당한 인사 조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의 승진 과정에 개입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2.3. 민주주의를 말살한 대통령
현재(탄핵 전) 형식적으로 궐위되지는 않았지만 국민들 마음속에는 이미 대통령의 자리는 비어 있다.
사이비 종교 관련한 추문이나 기타 최씨 일가와 얽힌 각종 스캔들은 백억 보(...)쯤 양보해서 더럽게 기분 나쁜 것으로 치고 넘어간다 치더라도, '''민주공화국 제1의 원칙인 민주주의가 흔들린 것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민주공화제 자체를 부정하는 엄청난 국기 문란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민주주의가 흔들린 것은 '''국가 최고법(最高法)이자, 국가의 체제와 원칙을 정하는 법치주의의 상징인 헌법(憲法)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교과서에서도 이르기를, 국가 형태 및 국가의 기본 질서 등은 개헌으로도 바꿀 수 없음이 다수설이고, 대한민국은 기본 질서로 '민주주의'를 천명하여 헌법 제1조에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그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다(헌법 제66조 2항, 심지어 취임식 때 선서도 한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져버렸으며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되어버렸고, 박근혜 스스로 대통령의 자질을 의심 받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러한 점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비리나 친목질 따위가 아니다. 모든 과정에서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법치 국가라는 개념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러가지 사항이 있겠지만, 항목 분류상 '민주주의'에 관한 내용만 서술한다.)
- 우선 현대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본인 삼권분립주의를 훼손했다. '삼권분립'은 국가의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 세 영역으로 분리한 것인데, 이는 각각 영역끼리 서로를 견제하여 어느 한 영역에 권력이 쏠리지 못하도록 하여 국민 주권을 실현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 세 영역에 대해 각각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각종 불법적인 행위들을 자행하였다. 본인들과 엮였다는 이유로, 비리로 얼룩진 인사를 두둔하기 위해, 입법부를 깡그리 무시하고 사법부에게 힘을 실었다. 그 외에도 박근혜 자신의 당내 세력과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한손에는 행정부를, 한 손에는 입법부를 손에 쥐고[8] 압박하면서 정책 결정을 최순실 일당의 요구에 따르게끔 만들었다.
- 또한 행정부의 뿌리인 관료제를 편법과 위법으로 완전히 무시했다. 현대 행정학의 한 분야인 '인사행정론'에 의하면, 현 '정부관료제'는 정실주의[9] 와 엽관주의[10] 를 배격하고 '실적주의'[11] 에 입각한 인사를 시행하는 것이 정석이며, 이는 (각주에서도 나왔지만) 정치에 구애받지 않고, 국민을 위한 객관적인 행정을 시행함을 뜻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최순실 및 비선라인을 통해 실적주의 관료제를 모두 무시한 의사결정을 하였다. 대통령 연설문 수정사건부터, 국가적 행사에 최씨의 의견이 담긴 오방낭 퍼포먼스를 한다던지, 대통령 의상을 비서실이 아닌 최순실에게 자문을 구한다던지 등 너무 많아서 다 나열할 수도 없다. 사소한 것부터 국가 중대사까지 모두 비선라인에게 자문을 구할 거면 세금으로 월급 주는 비서실은 왜 있고 각종 참모들은 뭐하러 두었나. 더구나 박근혜는 대면보고를 받지 않는걸로 유명했는데, 행정 관료제의 수장으로서 관료들과의 소통 부재 행위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결국 비선에, 비선에 의한, 비선을 위한 주관적인 행정이 되어버렸다.
- 무엇보다도, 대의민주제를 뿌리째 부정하였다. 전술했듯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므로 국가 중대사를 논할 경우 국민들의 뜻을 물어야 하지만, 매번 그렇게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채택하여[12] 국민들의 권력을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이다. 즉, 대통령은 국민들의 주권을 행사하는 대리인일 뿐이다.[13]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 증언 및 검찰 조사 등을 통해 최순실 및 비선라인들이 국가 중대사에 깊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개 개인이 국가를 제멋대로 주물렀다는 것이 기정 사실화되었다. 결국 국민 주권을 완전히 부정당한 셈이다. 대리인이면 대리인답게 위임된 권력을 잘 행사해야지 누가 그것을 비선에게 넘기라고 했나. 누가 표결조차 붙이지 않고, 최소한의 감사조차 받지 않으며, 그 자격조차 논의되지 않은 한낱 개인과 국가의 최고 수반이 쏙닥거려 내린 정치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나. 국민들이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로 뽑은 것은 박근혜지, 최순실이 아니다. 오죽하면 한 초등학생이 김제동 사회로 진행된 촛불집회 자유발언에서 "국민이 준 소중한 권력을 최순실에게 줬다."라고까지 하겠나.[14] '국민의 뜻'을 중요하게 여기는 민주주의의 특성상 이런 사적인 관계는 민주주의(대의민주제)의 실현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이 사태는 국민으로부터 대표성을 갖게 된 대통령이 스스로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였고, 그로 인해 민주주의의 근원적이고 실질적인 가치까지 손상시켰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악평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금껏 사회 교과서에나 나오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으로만 여겨졌던 '민주주의'를 국민들에게 크게 환기시킴으로써 국민들 스스로 주권재민의 원리를 깨우치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체감하게 해준 점은 결과론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므로, 그것만큼은 칭찬할 만 하다는 자조적 만담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2.4. 사이비 종교 논란으로 인한 국민 정서 자극 및 국가 신뢰도 하락
사실 민주주의나 법치 같은 말은 일부 국민들에겐 당장 확 와닿지 않는 주제일 수 있고, 부정부패도 '윗대가리란 것들이 다 저래!' 정도로 국정이나 잘 신경 쓰라며 묵인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잘못했어도 '이게 다 국회 탓!'을 시전하는 강성 지지자도 일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대통령이 사이비에게 휘둘려 국정을 좌지우지 당했다'''는 믿음이 퍼지면서,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던 이들조차도 분노하게 만드는 한 원인을 제공했다. 당장에 나무위키 본 문제점 편집 역사를 보더라도 끊임없는 수정과 편집이 계속되었고, 일부 외신이나 4chan 등에서도 '샤머니즘'(...)이라는 한마디로 본 사건을 재단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였다.'''향원(鄕原)[16]
은 덕을 해치는 적이다. (鄕原, 德之賊也.)'''
공자 (논어 17:13)
이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여러 부분에서 국민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마마걸처럼 꼭두각시 행세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크게 분개했다. 그런데 이를 조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음모론에 걸맞은 엄청난 거물(프리메이슨, 다국적 기업, 거대 금융재벌, 정보기관 수장 등등)도 아니었고, 박근혜가 큰 도움을 받았고 의지할 수 있는 (정상적인 의미의) '은인', '멘토'와 같은 지식인이나 일반적인 기성종교(불교, 개신교, 카톨릭, 원불교 등등)의 특정 종교인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박근혜와 피를 나눈 형제인 박지만이나 박근령 혹은 그녀의 올케나 제부와 같은 친인척도 아니었다. 이렇게 '인간적인' 이유가 있을 법한 인사도 아니고, 그 인물인 최순실이 한낱 사이비 무당으로 의심받는[17] 강남 아줌마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를 자극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최순실 일당이, 자신들의 입지를 '흠은 있지만 나름 괜찮은 점도 있을 것 같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에서, '그저 사이비성 짙은 강남 아줌마에게 농락당한 꼭두각시를 추종한 바보들'로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분노했다. 반대로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대통령의 실체가 뭔지도 모르고 거기에 농락당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허탈감과 분노를 느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괴력난신을 금지하는 유교적 분위기가 조선시대부터 있던 나라다. 즉,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특정한 종교를 믿지 않고 있고, 일반적인 특정 종교 신자들이라도 세속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단 뜻이다. 특히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매우 싫어해서 헌법 20조 2항에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는 규정을 둘 정도로 정교분리를 강하게 규정하고 있고, 종교를 믿는 신자들은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이 특정 종교인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 특정 정치인이 자신의 종교색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도 영 좋게 보지 않는다.[18] 오죽하면 '한국 정계에서 성공하려면 기불릭(...) 신자여야 한다'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정교분리 의식이 강한 나라다. 이런 정교분리 의식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인원 동원력과 자금력을 지니고 있는 개신교나 통일교를 등에 업은 특정 종교 정당들이 직접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다거나, 대선에 나오는 종교인 후보들(목사, 승려)이 번번이 죽을 쑤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때문에 박근혜 이전의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 공식적으로 무종교인 노무현[19] 을 제외하고 다 하나씩 특정 종교가 있는 대통령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20][21] 이들의 정치적 행보에서 신앙과 관련된 행보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이명박이 서울 봉헌 발언이나 불교 홀대 논란이 있는 정도였고, 그나마도 그 둘 때문에 엄청 까였다.[22]
그런데 기성 종교만 해도 이 정도인데, 최순실은 사이비 종교를 창시한 교주 최태민의 딸인지라 알게 모르게 그 반감이 더욱 컸다. 한국 곳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암약하는 온갖 사이비들[23] 때문에 사이비 종교 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사기꾼들이 경찰에 잡혀가지 않고, 거리에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것만 봐도 돌아버릴 지경인데, 한 사이비 종교인과 관련된 사태 때문에 나라가 개판이 됐다는 사실은 그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무당 논란이 일었던 최순실의 행보는 무속인들도 매우 싫어한다. 당장 무속인 협회인 무신교총연합회의 이원복 총재는 최순실에게 무당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사실 무속인들의 입장에서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청천벽력이다. 몇 가지 용어와 개념만 훔쳐갔을 뿐 신내림을 받거나 관련 지식이나 전승을 물려받지도 않은 인물 때문에, 조용히 사는 엄한 무속인들까지 한동안 싸잡혀 괜시리 모독을 당했다. 이는 과거 구국선교단으로 재수없게 최태민과 얽힌 크리스천들이 최태민에게 목사 타이틀이 붙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것과 비슷하다. '신학교를 나오지도 않은 주제에, 어디서 감히 목사라고 떠드냐?'고 항변한 셈이다.
그리고 이 단락의 제목처럼 이 모든 것이 국내에만 미친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쳐서 이 사건은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었다. 이는 박근혜정부는 물론이며 차기 정부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도까지 갉아먹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국민들 스스로도 저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전혀 관련 없는 타국 시민들, 심지어 이런 사람과 외교통상을 하거나 정치적 협상을 진행했던 타국의 정치인들이 이런 황당한 사태에 무슨 생각을 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이기 때문이다.
사실 법적으로는 대통령이 특정 종교적 발언을 한다거나 심지어 자신의 종교적 동기를 정책에 투영하는 것이 정교분리에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정교분리는 국가 권력과 특정 교단을 결부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 공적인(public) 장에서 종교적 요소 자체를 지운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교분리를 후자로 빡빡하게 해석하는 국가는 서구 선진국 중 프랑스만이 유일하고,[24] 한국의 정교분리는 전자에 가까운 독일&미국식이다. 때문에 독일처럼 종교정당이 원내에서 활동을 하든, 미국처럼 대통령이 성경을 이용하여 선서하든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당장 박근혜 탄핵 결정문 막판에도 이정미, 김이수, 안창호 등등 여러 개신교 신자들인 재판관들의 영향으로 바이블이 인용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법적인 시각에서는, 가톨릭이든 개신교이든 불교이든 영세교이든 어차피 다 똑같은 종교다. 다만 영세교가 '신흥 종교'라는 차이가 있을 뿐.
하지만 어디까지나 법적으로 정교분리에'''는'''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다. 쉽게 이해를 하기 위하여, 1990년대 이후의 한국 대통령 중 특정 종교의 매우 독실한 신자였던 두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해 보자. 김대중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매우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고, 대부인 장면 전 국무총리와의 인연으로 사실상 첫 정치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종교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장면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았다. 또한 장면 총리가 그러하였듯이, 김대중 역시 그 개인에게서는 정치적 성향과 종교적 성향이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하지만 김대중은 가톨릭에게 혜택을 주는 등의 종교적 편향성을 드러낸 사례가 없고, 임기 동안에 주교나 신부가 정치를 좌지우지한 것도 아니다. 김수환 추기경과 사적으로 친분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사적 친분이었지 공적으로 김수환 추기경이 김대중 대통령을 어떻게 컨트롤한 것은 아니었다. 천주교 추기경이라는 종교 원로로서 사회 문제에 대한 원론적인 권고를 한 게 전부였고, 이는 국민들 중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대부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다음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보자. 이명박은 매우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며, 심지어 과거 서울시를 봉헌한다는 발언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바도 있다. 또한 수도권 대중교통 시스템에서 불교 사찰들의 표기가 빠져 있어서 논란이 되기도 하였고, 영부인은 동자승들을 푸대접해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봉헌 발언은 (발언 자체의 적절성 여부와는 별개로) 공식석상이 아닌 사적인 자리(교회 예배)에서 나왔으며, 대중교통 시스템의 경우 그 방법이 매우 유치하기는 하였으나, 표기의 누락 자체가 나라를 근본적으로 말아먹는 그런 행동은 아니었다. 또한 김윤옥 전 영부인의 경우 역시 어디까지나 김윤옥이라는 특정 인물 한 사람에게 향한 비판이었다. 당시 여론의 경우도, 극단적인 안티크리스찬을 제외하면 대통령의 종교적 편향성과 유치함을 비판하였지 대통령이 사적으로 매우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는 점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명박은 개신교 목사에게 정책을 좌지우지 당한 적이 없다. 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전 대통령들의 종교적 성향과 비교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전 대통령들은 국정을 사제나 목사에게 맡긴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종합하자면 이러하다. 만약 박근혜가 단순히 특정 종교에 개인적 호감을 가진 경우였다면, 어디까지나 대통령 개인의 종교이므로 논란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통령의 정책에 종교적 동기가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었다면, 그래도 정교분리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므로 논란 자체는 생길지언정 현 상황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대통령이 믿는 혹은 믿었던 것이 과거 논란이 많았던 신흥종교=사실상 사이비 종교인데다가, 그 '''사이비 종교와 밀접하게 관련된 자에게 국정을 맡겼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대로 된 기성 종교, 가령 가톨릭의 교황이나 추기경 혹은 불교의 종정이나 '큰스님'이라 불리는 고위급 승려에게 국정을 맡겼다 해도 중세 유럽이 아닌 이상 대중들이 보기엔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사이비 종교이기까지 하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런 정서 자극과 바닥을 친 대통령에 대한 신뢰성, 이도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해명 때문에 박근혜는 이후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각종 루머나 음모론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음모론. '7시간 공백'이라는 것이 생긴 이유로 '박근혜와 최순실 단 둘이 대응 방안을 상의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는 그나마 합리적인 주장 외에, '박근혜와 최순실이 최태민 추도굿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켜 굿의 희생 제물(인신공양)로 삼았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별의별 주장들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당연히 이런 음모론은 근거 없는 낭설로 일축했을 것이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경우 상황이 너무나 급작스럽고 충격적으로 펼쳐져 오히려 이런 주장마저 '혹시 그럴지도 몰라'라는 인식 아래 꽤 유행했다.
그 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로 추가로 밝혀진 내용인데, 미중일 정상, 유엔과 나토 국제기구 수장들과의 통화내용 등 민감한 외교 문서까지 최순실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최순실 파일' 때문에 그간 대통령의 외교 일정과 회담 내용에 대한 우리 측의 구체적 계획이 새어나간 것까지는 알려져 있었으나, 검찰의 수사 결과 다른 정상들의 통화내용까지 일개 민간인에게 새어나갔다는 것이 공식 확인되었다. 때문에 당시 국내에선 국제적 신뢰도의 추락 및 외교 파트너로 기피대상에 오르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국정농단 사건을 뛰어넘어 심각한 국제문제로 비화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뭐 불행 중 다행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그런 사태까지 가진 않았지만 말이다.
2.5. 국정마비에서 비롯되는 엄청난 손실
원래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의 정책 성과가 매우 의심스러웠다. 심지어 긍정적인 평가는 조사해서 찾아보려고 해도 아예 없어서 항목 자체를 비웠을 지경이다. 정치적 능력이나 신념이 없는데도, 권력만 키워서 암군이라는 평까지 튀어나왔다. 그런데 박근혜는 앞장서서 경제, 정치, 안보, 외교, 사회를 비롯한 중대사를 풀고, 자신과 정부의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애써도 모자란 마당에 '''스스로 국정을 마비시켜 버렸다.'''
국정마비는 현실이다. 일단 이 사건 때문에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써 내렸던 정책적 결정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불신하고 받아들이지 않게 되어 박근혜 본인이 파면된 이후엔 아예 수면 속으로 가라앉게 되었다. 게다가 정권이 멈추니까 국회도 덩달아 멈췄다. 때문에 당내 계파 갈등이나 여야간의 대립구도 등으로 시급한 대처가 필요한 국가 현안이나 이슈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파묻혀 버렸으며, 한동안은 이를 제대로 협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히 국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시점으로 한정해도 정말 중요한 사안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퍼진 AI 대란, 해운/조선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성과연봉제 도입 논란, 위험 상태에 빠진 가계부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사드 문제로 인한 한중 갈등 등 향후 한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심각한 문제들이 쌓여있었다. 그런데 이 스캔들로 인해 청와대는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2016년 11월 15일 아시아경제 뉴스에 따르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는 '''지난 10월 11일 이후 한 번도 열리지 못했으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역시 '''지난 10월 20일 이후 한 번도 공식적으로 개최되었던 적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전세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여 바빠진 시점에서도, 청와대의 대응은 기껏해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 것이 전부고, '''안보분야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도 않았고,''' 외교 및 통상 분야에서 한미 FTA 전면 재협상과 같은 굵직한 이슈가 있음에도 그저 '''"현재로서는 미국이 이 말을 꺼내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게 한 국가의 관저에서 나오기에는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발언이지만 아무도 이를 문제삼을 여력이 없었다.
다른 외교 문제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사소하지만 이 당시 대한민국은 쿠바와의 외교도 눈 뜨고 방치해야 했다. 게이트 사태가 한창 벌어질 당시인 2016년 11월 25일 피델 카스트로가 사망했는데, 한국이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적절한 조문 인사를 파견하며 쿠바와의 외교 관계의 회복을 노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게이트로 인해 한국 정부는 도저히 쿠바에 대한 '조문 외교'를 할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 원론적인 공식 조전을 보내는 선에서 그치게 되고 쿠바와의 관계도 다음 기회를 노려야 했다.
박근혜의 잘못은 누가 봐도 탄핵감인지라[25] 하기는 해야 될 것 같은데 새 대통령을 뽑아 내각을 구성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리고 탄핵 → 새 대통령 선출 → 내각 구성까지의 복잡한 절차 또한 문제가 많으며, 여기에 들어갈 혈세나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 휘하의 관련 인사들은 대부분 사표를 수리하고 갈려나갔으며, 그 자리를 일단 다른 사람들로 대체하긴 했지만, 이름만 있을 뿐 그들은 실질적으로는 '''순장조(殉葬組)'''[26] 다. 참고로 이 말을 한 사람들은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으로 있는 이준석과 중진의원 김성태. 대통령의 탄핵안에 대해 회의적이고, 미우나 고우나 대통령의 형식적인 직위나마라도 보장해야 한다고 믿는 여당의원들이 이런 말을 할 정도로 국민 여론이 나쁘다는 의미다. 당연히 당시 새로운 인사의 발언과 정책 결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고, 심지어 자리를 대신 차지한 사람들에 대한 반응도 싸늘했다. 일단 박근혜가 새 내각을 구성하는 절차에서 여당과 야당을 대놓고 무시하는 행보를 보였을 뿐더러, 뽑힌 인물들도 계파나 출신을 떠나서 대통령 쉴드치는데 바쁘기에 무참하게 까였다.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인 김병준은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날 거라는 식으로 발언을 했다가, 실제로는 정확한 약속과 확답을 받은 적이 없음이 드러났고 결국 임명 동의안은 커녕 인사청문회조차 받지 못하고 사퇴했다. 비서실장 한광옥의 경우 바닥을 기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았으며, 민정수석비서관인 최재경은 조선일보 및 정계인사와의 인맥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되다가 사임했고, 후임자는 세월호 특조위를 방해했다고 알려진 조대환 변호사가 맡게 되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창기에 정계에서 논의한 바 있는 거국중립내각의 구성, 즉 박근혜 본인이 2선으로 물러나고 중립 인사인 국무총리가 정무를 책임지는 구성안을 최대한 수용한다고 해도 여전히 상황은 불투명했는데, JTBC 뉴스룸에서 다뤘듯이 거국중립내각의 권한과 총리 및 내각 인사문제 때문에 갈등만 빚어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추천한 인사들을 야당이 총리 및 내각 구성원으로 인정할 리 없으며, 야당 인사들 스스로도 이 임무를 맡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낮다. 야권 입장에서는 대권주자나 당대표 급의 거물 인사가 새 내각에 동참해야 할 텐데, 고작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대선을 생각하면 손해다. 괜히 대통령과 여당의 뒷치다거리나 하게 되거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주자들의 이미지에 타격이 갈 수도 있기 때문. 거기에 사퇴 및 하야 여론이 무척 강했던 탓에, 괜히 대통령의 형식적 직위를 보장해주는 거국중립내각안에 찬성했다가 역풍을 맞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야당은 거국중립내각안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그 와중에 청와대가 무리하게 새 내각 인사를 제멋대로 단행하는 바람에, 여야 3당의 거물인사들이 대통령의 탈당, 당 수뇌부 사퇴, 대통령의 탄핵 혹은 사퇴를 부르짖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악화되는 여론과 정치인들의 반응을 이기지 못하고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다시 발표, 여야대표들과의 영수회담도 거론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여기서 터져나온 대중들의 반발은 더욱 심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더민주 추미애 대표에 의해 만남이 일방적으로 파기되었다. 당내외의 반발이 너무 거셌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정도로 당시 여론은 전혀 대통령 측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그간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과 정치적 의제에 대해서 분열된 양상이 거의 항상 유지되어왔던 것을 생각하면 당시의 악화된 여론은 수도 없이 강조해도 부족할 지경이였다. 반대로 생각하면 정권 내도록 발생했던 온갖 문제와 그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라고 봐도 될 듯 하다. 그리고 이 모든 물결로부터 대통령을 어느정도 보호해줬던 고령층, 영남, 보수 중심의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리자, 사람들의 시선과 분노는 박근혜라는 한 점을 향해 뭉쳤다.
시국선언과 탄핵시위가 큰 잡음 없이 질서정연하게 이뤄졌던 점, 한국갤럽 기준 IMF 시절 김영삼 정부가 세운 기존 최저 지지율 기록이 갱신될 정도로 지지율(4%)이 폭락했던 점, 탄핵안 표결 당시 여당에서도 절반 가까이가 탄핵에 동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볼 때 당시 여론의 심각성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지지부진한 검찰수사, 제대로 된 책임소명도 하지 않고 어처구니 없는 변명과 책임회피만을 늘어놓는 대통령의 태도와 트롤링을 넘어서서 거의 정치적 자살행위에 가까운 박근혜의 결단 등은, 이런 분노를 식히기는 커녕 더 뜨겁게 달구었다. 당연히 박근혜의 실질적인 통치는 한참 전에 물 건너간 상황이고, 이미 검찰에서도 당장 피의자 신분으로 뒤바꿀 지경이라고 이실직고했다. 탄핵의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대통령이 외환, 내치의 죄를 저질렀을 때인데, 이걸로 탄핵되었기 때문에, 파면 이후 몇주도 안 지나 구속을 당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권에서 발생한 모든 정책적 실패는 해결되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후임 정권과 국민들이 떠안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피해나 문제가 어떤 여파를 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당연히 이 당시엔 국제적 외교 관계가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이미 기능을 상실한 정부나 수반에게 지도자급 만남이나 조약, 협약을 맺자고 제의할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2.6. 신뢰를 잃은 검찰청, 한계를 향해 가는 사법불신
대통령이 앞장서서 잘못을 이실직고하고 수사에 협조한다 해도, 상황은 너무 늦었다. '''이미 대통령(박근혜)과 검찰은 국민들에게 양치기 소년으로 찍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유체이탈 화법이나 남발하면서, 관련성을 부인하는 박근혜의 책임이 제일 크다. 하지만 검찰을 비롯한 사법 기관에게도 책임이 막중하다.
게이트와는 별개로 사법불신은 사법 기관들이 자초했다. 지금 상황은 2017년 현재까지 사법부가 저지른 병폐가 켜켜이 쌓인 결과다. 원래 한국 검찰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직할권과 수사권으로 인한 경찰과의 분쟁, 기소독점주의, 지나친 엘리트 의식, 학맥과 인맥으로 형성된 검찰 내부 카르텔, 국가권력과 재계와 저지르는 유착, 검찰에 대한 감사수단 부족 등 병폐가 산더미처럼 많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검찰의 개혁을 촉구했고, 검찰 안팎에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27]
그러나 검찰을 비롯한 사법 기관들은 이런 지적이나 요구를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 법조비리 나비효과 항목에서 보이듯이, 법조계 전체에서 날이 갈수록 부정부패 사건이 더 많이 터졌다. 뇌물 수수, 전관예우, 권력 집단과의 유착 및 눈 감아주기와 같은 사례들이 줄을 지었고, 수사 과정에서 핵심 용의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나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그렇기에 상당수 국민들은 검찰청 더 나아가서는 사법체계 전부에 상당한 불신감을 갖게 되었다. 권력자에게 굴종하는 검찰을 뜻하는 '견(犬)찰', 떡값을 받아먹은 검찰을 뜻하는 '떡검'과 같은 불쾌한 수식어들을 사람들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2016년 이전부터 영화, 드라마 등 미디어 매체에서 사법 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이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각종 재판 때마다 해당 재판을 맡은 판사, 검사들의 신상 내역과 경력 사항 등이 탈탈 털리는 경우가 매우 빈번해진 것도 이와 연관된다. 이미 많은 시민들은 판·검사들이 100% 정의롭고 공정하게 재판에 임한다는 신뢰를 상당히 저버렸으며, 조금이라도 비리의 가능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점을 찾기 위해 신상을 털고 있다는 의미이다.
더 큰 문제는 누구보다도 이런 상황에 밝은 위치며, 병폐를 고쳐야 될 대통령이 앞장서서 부패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정권 초창기에 뽑힌 채동욱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법과 원칙을 우선하는 행보를 보이자[28] 그의 혼외자 논란을 언론에 터뜨려 사실상 강제로 내쫓았다. 뿐만 아니라 김기춘, 황교안, 우병우를 비롯한 법조계 인사를 정권 요직에 앉히고, 그들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검찰을 쥐락펴락하며 온갖 전횡을 저질렀다. 더 씁쓸한 사실은 검찰이 이에 저항하기는 커녕 오히려 청와대의 의지에 복종하며 제멋대로 비리를 방치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치 주인에게 보답이라도 하듯이 역으로 최순실과 대통령이 연관된 비리들을 적당히 눈감아주면서 서로 쿵짝이 잘맞아 들어가는 행보를 보였다.
이는 정윤회 문건 파동 등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몇년전 이미 검찰 측에서도 최순실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확률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이 벌 떼처럼 최순실과 그 일당의 비리들을 폭로할 때까지 검찰이 잠잠했다는 대목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만약에 검찰이 최소한 지금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웠다면 최순실 일당이 그렇게 뻔뻔하게 비리와 전횡을 저지르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최순실 등 관련자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한편 끊임없는 늦장 수사로, 바로 '''정권 교체 이전까지도''' 열의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행정관 및 비서관들에 대한 수사도 상당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연히 지금까지 다른 사건에서 보여줬던 대검찰청의 수사력이나, 국민과 언론이 앞장서서 온갖 증거를 제공했단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합리적인 의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실로 드러났다.###
심지어는 한 술 더 떠서,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이 본인이 아니라는 '''대역설''', 처음부터 검찰이 증거 확보에는 관심이 없다는 '''빈 상자'''설[29] 등, 원래라면 사람들이 귓등으로 넘길 음모론도 진지하게 나돌았을 정도. 그리고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포함한 재산 은닉 과정에서 독일 검찰은 수사를 이미 완료하여 한국 검찰의 협조 요청만 있으면 된다고 했으나, 한국 검찰은 독일 검찰에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순실 등에 대한 기소를 기점으로 이후 뇌물죄 입증을 위해 국민 연금을 압수수색하거나 청와대 민정실 압수수색으로 우병우를 조준하는 등 변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수사 초기에 보인 미온적 태도로 인해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결국 저런 움직임도 권력이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자 그제서야 눈치껏 행동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것.
그리고 이런 난장판 속에서 당시 국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고 적당히 꼬리 자르기,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면죄부를 부여한 채 흐지부지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일부 가지기도 했다. 실제로도 우병우 전 수석을 조사하던 당시 검찰의 태도를 보면 국민들이 불안해 할만한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2016년 11월 7일자 조선일보 1면에 나온, 우병우 항목에도 나와 있는 일명 "황제소환" 사진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과정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되었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비롯한 거물급 인사들도 기어코 구속되면서 사법부가 어물쩡 일을 덮으려 한다는 우려는 벗게 되었다. 다만 검찰 개혁에 묻혀서 별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사법부 또한 만만찮은 필수 개혁 대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9월부로 퇴임했지만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부터 뿌리내린 전관예우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병폐로 인해 사법부는 민주주의&법치주의 수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져버린지 오래라는 것. 원래 법관이라 함은 법을 수호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하기에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상당수 법관은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교묘하게 악용하고, 돈과 권력을 취하기 위해 재벌과 공생을 시도하면서 재벌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판결만을 남발해 왔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 그리고 이 주장은 2018년에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되면서 점점 사실로 드러나는 중이다.
또한 사법부와 상관없이 행정부 소속인 검찰은 2017년 5월 제19대 대통령 선거로 정권 교체가 된 이후 대대적인 개혁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권에서는 검찰의 수사독점권 박탈[30] 논의는 물론 일명 공수처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찰총장 직선제 등에 대한 논의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에 꽤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2.7. '엘리트'에 대한 불신의 폭발
이제껏 사회에서 '엘리트'라는 특정 소수 집단이 권력을 차지했음에도 대중이 이것을 인정한 까닭이 있었다. 엘리트가 권력을 행사할 만한 능력을 갖추었고,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따른다고 대중들이 믿었기 때문이었다.[31] 하나 이 게이트에서 엘리트 집단인 사람, 즉 대통령인 박근혜를 비롯한 국가 지도부, 기업인, 문화인, 언론인, 법조인은 그러지 못했다. 아무런 능력도 지위도 검증 받지 못한 최순실에게 굽신거렸고, 그가 내뱉은 말을 그대로 따르면서, 최순실이 노리던 이익을 위해서 능력을 발동했다. 대중들이 엘리트들에게 요구하는 의무를 저버렸다는 얘기다. 위에 언급된 사법불신도 결국 대중이 요구하던 사법부의 의무를 방기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아이고, 내가 저런 사람들한테 지배를 당했단 말이지?' 이런 심리 상태인데 이게 지금 어떤 수를 쓰더라도 누그러지지 않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잖아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발언.
이 때문에 이전부터 학벌 문제, 계급 고착 문제 같은 여러 문제에서 파생된 불신은 순식간에 폭발했다. 대중주의가 엘리트주의를 밀어낼 정도로 득세한 까닭이 이 때문이다. 박근혜가 권좌에서 쫓겨나서 문재인 정부로 교체된 뒤에도 엘리트에게 품은 대중들의 불신은 갈수록 거세지는 판국이다. 여기서도 법조인과 언론인에게 품은 불신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