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물

 



1. 개요
2. 한국의 영지물
2.1. 2000년대의 영지물
2.1.1.1. 국제정치 - 춘추전국시대
2.1.1.4. 환경과 자원
2.1.1.6. 엔딩
2.1.2. 문제점
2.1.2.1. 개관
2.1.2.2. 상비군 문제
2.1.2.3. 인재/기술 문제
2.1.2.4. 경제 문제
2.1.2.5. 그럼에도 개념작을 꼽는다면?
2.1.2.6. 정리
2.1.3. 결론
2.1.3.1. 보론: 2000년대 영지물을 통해 본 오늘날 역사연구와 대중문화 사이의 간극
2.2. 2010년대 이후: 영지물의 몰락
3. 일본의 내정물
4. 작품 목록
4.1. 한국
4.2. 일본
4.3. 서구권


1. 개요


영지를 운영하고 키워나가는 것을 내용으로 삼는 판타지 소설을 말한다. 일본 라이트 노벨에서는 내정물(內政物)이라고 부른다.[1] 봉건제 때문인지 동양 문화 비슷한 배경의 영지물은 엄청나게 적고, 대부분이 중세 서구권에서 따온다. 다만 후술하겠지만 배경만 중세 서구권 모티브이지 실질적인 내용 전개나 클리셰는 춘추전국시대위진남북조시대 같은 중국의 역사와 연의 소설, 특히 '''삼국지연의'''에서 따왔다고 할 수 있다.[2]
대체역사물도 보통 트립한 시점의 나라를 발전시키는 전개가 주류이므로 넓은 의미로는 규모가 큰 영지물이라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대체역사물과 영지물의 유사성은 2010년대 이후 한국의 웹소설 시대에서 대체역사물이 영지물을 완전히 대체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도서대여점 시절에 전성기를 맞았던 장르이고, 수많은 영지물 판타지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그만큼 다양한 문제점이 표출되었으며, 2010년대 이후에는 완전히 몰락하여 사장되어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장르이다.
하지만 거꾸로 일본에서 2010년대 이후로 내정물(영지물)이 소설가가 되자이세계물 붐을 타고 현재까지도 활발히 창작되고 있다.

2. 한국의 영지물



2.1. 2000년대의 영지물


90~00년도의 도서대여점 시절에는 이고깽과 편의주의적 양판소가 주류를 이루었었고, 당시 영지물은 그저 주인공을 위한 사회와 우매한 영지민 위주의 소설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고 웹소설 시장으로 체제가 바뀌며 독자들의 성향도 달라지자 기존 영지물은 모조리 몰락하였고, 현재 한국의 웹소설 시장에서 영지물은 그 자취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몰락한 상태이다.

2.1.1. 클리셰


  • 보통 주인공은 국왕이나 황제한테서 영지를 수여받는다.
  • 이 영지는 몬스터, 드래곤, 날뛰는 도적/산적떼들, 도로 마비, 기후 문제로 다른 귀족들은 기피하던 지역에 있다.
  • 주인공이 군공을 세워서 받는다는 전개가 많은데, 그럼에도 이렇게 후진 영지를 받는 것은 앞으로의 발전을 염두하는 것도 있지만 보통 주인공이 혈혈단신이라 무력 외에는 아무것도 기댈 지지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정치싸움에서 밀려서다.
  • 영지는 겨우겨우 죽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되고 있었다.
  • 영주민들은 순박하거나, 매우 부지런하거나 가혹한 환경으로 인해 억세다. 이 때문에 징집하면 훌륭한 병역자원이 된다. 아무튼 게으르다느니 부정적이니 하는 부정적인 성격은 없다.
  • 보통 부임해 오면 주인 없이 알아서 영주의 저택/성을 관리하던 전문 관리인이나 집사가 있다. 색마 주인공이면 저택을 모조리 여자로 채우고 싶다면서 간혹 남자집사를 해고해 버리기도 하나, 보통 이런 인재도 아깝다며 그대로 중용하고 잘 대접해준다.
  • 영지상태는 엉망진창이다. 성벽이 없다시피 하다든가, 몬스터 대비가 전무하다든가.
  • 영지의 산업은 농업,사냥,벌목,약초채집 같은 농&임업계 1차산업이 대부분. 그나마도 부진한 상황.

2.1.1.1. 국제정치 - 춘추전국시대

2000년대 영지물에서 보통 나오는 타 영지와의 전쟁을 통해 영지를 넓힌다는 설정은 춘추시대 (秦)나라의 서융지패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또한 주변 국가를 압박하고 흡수하는 방법이 춘추시대 초나라 문왕, 또는 성왕 시절의 모습과 흡사하다. 초나라가 스스로를 천자국이라고 쓰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영지가 성장해 주인공이 황제를 자칭하는 모양새도 춘추시대와 많이 비슷하다.
또한 삼국지연의초한지, 열국지 등 중국 연의 소설에서 차용한 듯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인재를 영입하는 장면이나 이종족과의 전쟁, 영지전, 영지 경영, 유능한 책사, 용맹한 기사, 꼭두각시 왕부패한 중앙귀족, 주인공을 위협하는 이웃 영지들 같은 영지물의 클리셰는 삼국지연의나 열국지 등지에 나오는 모습과 놀랍도록 흡사하다. 배경은 판타지지만 실제로는 중국 연의 소설이나 군담 소설 또는 춘추전국시대, 초한쟁패기, 위진남북조시대오호십육국시대 같은 중국의 역사, 특히 중국의 난세를 판타지 배경으로 옮겨놓은 느낌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지물이 실제 중세 유럽과 비교했을 때 고증이 맞지 않은 이유이며, 후술할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다.

2.1.1.2. 정치

왕이 엄청나게 무능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에게 질투심도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절대왕정이 아니라서 주인공에게 이리저리 치이기만 한다. 또 이 판타지 세계의 국왕정부에는 간사한 후작/공작이 나오는데, 이들은 주인공을 음해하고 왕과 주인공이 한판 붙게 만들기도 한다. 왕은 무능하고 주인공은 유능하니 역성혁명이 아주 쉽다.
가끔 개념왕이 나오긴 한데, 그러면 위에 언급한 후/공작같은 놈에게 후사없이 죽어서 주인공이 쿠데타를 진압하며 왕 자리를 꿀꺽하거나, 자식이 있긴 한데 뒤를 이을 아들이 무능한 바보 멍청이라 역성혁명이 나오거나 주인공에게 왕위를 선양한다. 선양한 다음에도 '강압적이다', '아무리 선대왕의 후계자가 국정을 운영할 수 없어도 이건 모반이다' 같은 식의 불만여론은 하나도 없다 .[3]
어째서인지 유능한 최종흑막형 왕은 나오질 않는다. 무능한건 사실 연기고 실제로는 절치부심하며 때를 기다렸다가 귀족들을 모조리 박살내는 친위 쿠데타로 중앙 집권화를 꿈꾼다던가 하는 기믹도 나올 법한데 말이다.
드물게 여왕이나 여황제도 나온다. 임자는 없거나 있었지만 사별하고 과부. 미모는 괜찮지만 대개 공략대상은 안된다. 왜냐하면 어리고 미혼이라면 주인공을 촌구석에 처박기보다는 귀족들 견제할 겸 아예 결혼하려 들 것이며, 나이가 많으면 나이차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보통 왕자는 존재감이 없다. 국왕이 암살당해서 왕위가 비면 가끔 부각되는데, 이러면 주인공이 손쉽게 밀어내고 왕국을 통째로 삼켜버린다. 가아아끔 왕자가 그나마 머리 돌아가고 개념있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향후전개가 두 가지다.초중반에 빠르게 전사하든가 암살당하고 리타이어한다. 아니면 주인공이 작정하고 밀어줘서 왕국을 재건하는 대신 대공작이 된다. 왕자는 가진 걸 모두 잃었다가 주인공의 도움으로 다 포기한 왕위를 되찾았으니 물주가 된 주인공의 말이면 뭐든 따르는 예스맨이 되며, 자연스럽게 국가 대내외적으로 왕자보다 주인공을 권력자로 여긴다. 이러면 대체 악역 공/후작을 박살내는 의미가 없다.
2000년대 양판소가 다 그렇지만 이쪽은 더욱 취급이 좋지 않다. 정략결혼으로 팔려가는 신세가 될 뻔하다 구출되기도 하고, 개념없으면 처절하게 주인공한테 참교육당하기도 한다. 뭐가 되었든 등장한다면 죽지 않는 이상 주인공이 차지하는 전리품이 된다.
상당히 높은 확률로 부패했고 썩은 집단으로 나온다. 좀 멀쩡한 놈이면 일찍 리타이어하거나 주인공의 후견인이다. 사회 기득권에의 증오와 불만을 귀족이라는 대상에 투영하는 듯하다. 이들의 작위에 따라서 나름의 클리셰가 있다. 여기서는 남자로 가정한다.
  • 공작: 보통 왕위를 노리는 역적급 수괴자. 검술이나 마법으로 알아준다. 황제나 왕이 무력하면 바지사장 취급하면서 이미 실권자일 확률이 높다.나름 길게 쓰겠다는 작품에서는 '카리스마 보스'도 맡는다.
  • 후작: 대단한 권세가 있지만 미묘하게 2류이며, 주로 음모가이다.
  • 백작: 그런 대로 이름 있는 귀족 정도로 취급한다. 전쟁이 시작되면 중간급 지휘관으로 등장한다.
  • 자작: 존재감이 없다. 초반 주인공 주변영지에서 우호적이고 자식이 장성한 영주가 많다.
  • 남작: 주로 초반의 병신 찌질이 정도의 작위로 취급한다. 여자나 희롱하고 부정부패에 찌든 안여돼 귀족으로 나오다 주인공에게 두드려 맞고 작위를 뺏긴다. 실제론 남작이라도 자신의 영지에선 무시하기 어려운 실력자지만, 2000년대 영지물에선 그런 건 그냥 무시한다. 오등작의 마지막이라고 '귀족'의 최하급 계급으로 인식하는 경향 탓인 듯하다.
  • 여자 귀족
여자귀족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나온다. 비중은 적지만, 전개상 하렘멤버를 영입해야 하니 어떻게든 나올 수밖에 없다. 귀한 혈통의 여성이니 데려올 핑계도 충분하다.
  • 왕/황제의 비(妃): 현모양처이며,후궁의 시기를 한몸에 받는다. 멀쩡한 성격이면 유약하거나 병약하다.정치에 휘말리면 남편이랑 같이 죽어나간다.간혹 음모가이면 공/후작 등 대귀족의 힘을 빌리려 한다. 이러면 얘들과 바람피운 상태가 많다.
  • 후궁: 보통 비보다 어리다.총애를 받지만 독살 등 암살하고 통수치려 든다. 아들이 있으면 태자로 올리기 위해 온갖 음모를 마다하지 않는다. 개념있는데 나이가 매우 어리고 왕/황제가 매우 늙었다면, 결혼만 했지 처녀라는 이유로 주인공이 먹튀한다.
  • 귀족부인: 남편을 충실히 내조한다. 궁중에 출입하면 후궁이나 비 한쪽에 붙어 궁중암투의 한 축이 된다. 과부거나 젊은데 남편과 사이가 나쁘면 노려진다. 히로인이 되면 연상녀가 많다.
  • 미혼 아가씨: 어차피 임자도 없겠다 한둘 쯤은 하렘멤버가 된다.플래그가 꽂혔는데 제3자와 강제결혼을 당하면 탈출하든가 주인공이 영지로 먹튀한다.
  • 관직이 있는 경우: 여기사 등으로 복무하고 있다. 여공급이면 소드마스터 등 막강한 무력이 있다. 높은 확률로 정치투쟁이나 음모에 휘말리고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 그 댓가로 들어온다. 이러면 사무라이처럼 주인공 전속 호위담당이 된다.
  • 이웃영지
근처에 보통 주인공과 달리 썩은 귀족인 악덕 영주가 다스리는 영지가 흔하다. 이들은 처음엔 저런 치안 개판인 오지를 맡다니 완전 바보얼간이라면서 무시하지만, 주인공이 고속성장을 하면 초조해한다. 보통 영지민들이 폭정을 견디다 못해 주인공 영지로 야반도주하는 묘사가 나온다. 아무튼 질투하든가 자기 수입이 떨어지는 걸 견디다 못해 털려고 쳐들어오지만 당연히 관광당한다. 부패한 초반 악역이다보니 이런 악덕영주는 전투중, 혹은 전투 후 배신으로 칼빵당해 죽는다. 여기 살던 백성들은 주인공을 해방자(?)로 취급하며 열렬히 환영한다. 영지전을 벌이는데 중앙정부는 국가가 혼란스러우면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모르며, 그나마 멀쩡히 돌아가서 분쟁을 보고받을 경우 중앙 고위귀족이 첩보로 주인공 영지상황을 알아채고 '호오?그놈 좀 하는걸? 지켜봐야겠어' 하는 전개가 많다.
주변에 털러 올 영지가 없다고? 영지가 둘뿐이면 영지 개념이 아니라 나라 VS 나라라고 봐야 한다.
가끔, 제 3의 이웃이 나쁜놈이 아닐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이런저런 문제로[4] 허약해져 있으므로 주인공 말고 위의 악덕영주가 집어삼키려 들며, 이러면 대부분 주인공의 발전상을 보고 나쁜놈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 하에 도와달라며 제3의 영주가 돕는 댓가로 자기 딸을 준다. 그리고 주인공은 하렘멤버도 얻고 땅도 확장한다. 꿩먹고 알먹고가 따로 없다. 이 딸은 클리셰가 보통 두 가지인데, 머리가 좀 돌아가면 주인공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여 부모가 제안하기 전에 스스로 주인공과 결혼하려 든다. 원체 똑똑하니 자연스레 주인공의 하렘확장사업도 묵인한다. 반면 개념이 없으면 멍청하거나 돈도 없는데 사치를 부리며, 가진 거라곤 미모와 자기 부모님밖에 없다. 이러면 영주가 어떻게든 억지로 주인공한테 들여보내며, 주인공은 친히 과소비와 성격을 참교육해준다.

2.1.1.3. 사회

국가급의 전력이 있으며, 돈을 어음으로 준다고 해도 목숨도 내다 버리는 신뢰성 높은 용병단이 나오는데 보통 적이나 주인공의 빵셔틀이다. 소설 중에서 용병이 나오는 경우는 100% 확률로 용병들을 총괄하는 중앙집권화한 용병길드가 있으며, 등급별로 발급하는 용병패로 전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서비스와 신분보증을 받는다. 그만한 병력에 시스템이면, 그냥 작은 나라를 쳐서 독자정권을 수립할만도 한데 이들은 그저 스트레스받으면서 남의 말 듣는 용병질을 하고 있다. 거기다 정작 이런 서비스 유지를 위한 행정체계에 대한 설명은 한마디도 없다. 또한 그들의 수장은 용병왕이며, 전장에서 오랫동안 구른 베테랑에다가 대부분 소드마스터의 경지이다. 그러나 뭔가 한두개가 모자라서 주인공과 싸우면 1~5쪽 안에 진다. 간혹 처음부터 주인공이 노리고 용병왕이 되어 용병집단을 이끌게 되면, 각국이 가장 믿음직해하면서 동시에 무서워하는 최강군이 된다. 물론 2000년대 영지물이니 용병들 통째로 사병화하는 전개로 간다.
그리고 상비군은 늘 국민병에 정예이고, 용병은 늘 전쟁이 날 때만 급하게 고용하는 머릿수 채우기 용이고 군기가 빠지고 통제불능인 집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유럽에서 상비군 자체는 중세 말에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행정적,경제적,사회적 어려움으로 근대적인 상비군[5]은 프랑스 혁명 이후에나 보급되었고, 중세에는 용병이 높은 전투력으로 유명했고 실제로도 대량으로 동원되었다.[6] 기사들도 자체적으로 자기 성을 지키기 위한 수비대를 휘하에 두었지만, 이들은 개인을 모시니 근대적인 국민병이 아니라 사병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당시 징집병들은 대부분 농한기에 농부들 데려다 쓰니, 오히려 이쪽이 오합지졸에 머릿수 채우기용일 가능성이 컸다.
  • 악독한 상단
보는 눈은 있지만 돈만 밝히는 상단이 발전중인 주인공 영지에서 들어와 행패를 부리려다 주인공에게 돈은 돈대로 털리고 심하면 중앙정부에 압송되어 처벌받기도 한다. 소동 수습 후 멀쩡한 멤버가 좀 남으면 주인공이 신규인원을 보충하고 경영권을 장악하든가, 아예 공중분해되면 남은 상단의 자금은 모두 주인공 수중으로 떨어진다.개념있고 멀쩡한 놈이 남아있으면 주인공이 영지재정담당으로 포섭하고, 상단주의 딸이나 아내가 있으면 매우 당연히도 미인이고 이들은 주인공의 하렘멤버로 들어간다. [7]노예상단이 가장 단골로 나오고 각종 이종족이 섞여 있으며 구해주면, 남자면 용병, 여자는 섹돌이 되곤 한다. 가끔씩 가뭄에 콩나도록 주인공이 잡혀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노예상단 중심부까지 들어가서 다 털어먹기 위한 하나의 소설적 장치이다. 상인이 주인공인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권 내에 공을 세우고 작위를 얻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다.
주인공의 집사는 영지 관리에 탁월하여, 주인공이 마구잡이로 일을 벌여놓으면 뒷수습을 모두 맡는다. 주인공은 거기에 신경을 안 쓰고 자기가 잘나서 자기 계획이 착착 나가는 줄 안다. 그리구 하술할 수많은 시녀 혹은 하녀들을 빼면 저택에서 사실상 청일점인데 여자문제는 절대 터지지 않는다. 집사는 홀아비로서 죽을 때까지 주인공 보좌만 충직하게 수행할 뿐이다. 가끔 배신크리를 때리지만, 그런 집사는 반드시 끝이 나쁘다.
주인공의 저택 혹은 성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잔뜩 들여온다. 하렘확장사업의 핑계가 되기도 한다. 시녀장/메이드장은 집사를 보조하기도 하며, 간혹 주인공을 쩔쩔매게 하기도 한다. 전투 메이드들이라 주인공의 여성 친위대라면 금상첨화. 간혹 거주지가 없어진 엘프나 다크엘프를 마을 통쨰로 메이드로 들이기도 한다.이런 이종족들은 처음에는 주인공 모시기를 꺼리다, 결국은 잘 배워서 밤시중도 잘 들게 된다.
  • 근면하고 긍정적인 영주민들
영주민들은 무조건 긍정적이다.조금 비관적이라고 해도 주인공이 일장연설 늘어놓으면 감명받고 각성한뒤 주인공의 지시에 충실히 따른다. 반항이나 태업은 없다.무조건 예스맨이다. 초반에는 촌장이니 여인숙 딸이니 해서 약간 나오지만,영지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잊혀진다. 그리고 주인공이 정책을 펼치며,주민들은 오오 우리영주님 짱짱 하고 끝이다.발전이 좀 많이 후진 지역이라면 남들을 앞서기 위해[8] 죽어라 일해서 커버해야 할 텐데, 이런 노동력 투입은 별 묘사가 없다. 이종족이나 유민 포섭으로 퉁치니 상관없다고 보는 듯하다.
덤으로 외지인이 새로 들어오는데 텃세가 전혀 없이 매우 개방적이다. 별다른 경계심이 없다.오크같은 몬스터는 그나마 나오지만,같은 인간이면 짤없다.무조건 환대한다.
  • 노예는 무조건 해방
간혹 노예제가 나온다.인신매매가 겉으로는 불법이지만 부자들이나 귀족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시행하기도 하고,그냥 대놓고 합법이라 마구 잡아서 팔기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사들이든 무력으로 강탈해서 확보한뒤 이들을 해방한다. 그러면 노예들은 감격스러워하며 충직한 주민으로 변신한다. 전자야 불법이니 그럴 듯 하지만, 후자도 한결같이 그러니 문제가 된다. 귀족과 평민들이 전직 노예라고 멸시하든가 하는 사회적 갈등은 나오질 않는다.[9]
주인공이 당대의 보편가치관을 타파하고 큰 이득을 본다는 건 거의 기본. 대상은 주로 신분제, 정치체제, 전쟁양상이며, 종교나 문화사를 건드리기도 한다. 목욕도 모르는 미개인들에게 비누와 목욕문화를 전파한다거나,기사와 용병이 주력인 동네에서 국민개병제 개념을 도입한다던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만을 보고 전혀 다른 종족/종교세력과 동맹을 맺는다던가, 정통성 있는 통치자의 영역을 침범해 기존 질서를 뒤흔든다던가, 신성불가침을 침해한다던가 등등. 작중 주인공은 모두 잘 풀어나가지만 당연히 실제론 매우 어렵다. 비누+물값은 공짜가 아니고, 기사들과 당대 지휘관은 바보가 아니며, 보편적 가치를 위반하는 현실주의적 이익추구는 언제나 그 '후계자들의 확대해석'과 '다른 국가들의 모방'을 불러와 되려 이득을 취한 자를 옥죈다. 말하자면, 실제 역사를 보면 당대인들이 '바보라서' 미개하고 후진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독자가 사는 현대와는 다른 사회적, 물질적 조건에서 현대인과는 다른 합리적 결론을 도출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단순무식한 기사돌격이 중세 전장을 풍미한 이유는 중장기병의 돌격을 저지할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던 냉병기 시대에 그보다 더 효율적인 전술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고,[10] '국익'을 보고 기존의 관습을 버리고 이질적인 세력과 동맹을 맺으면 기존의 동맹/우호 세력들이 이반하여 오히려 국익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 등.

2.1.1.4. 환경과 자원

영지가 몬스터로 골치를 앓는데 알고 보니 뒷산에 드래곤이 있더라, 하는 전개가 많다. 드래곤들은 퇴치해서 보물을 얻거나, 부하로 삼거나, 동료로 만들거나 한다. 또는 미소녀폴리모프시켜서 하렘에 넣기도 한다. 게다가 악역이라도 맡지 않는 한 드래곤은 주인공의 빵셔틀일 확률이 무려 100%다. 주인공이 입을 털든,내기에서 이기든,힘으로 굴복시키든, 마법 제약으로 강제로 복종하든 아무튼 마구마구 자기 보물창고에서 필요하면 다 퍼준다. 악룡이나 블랙 드래곤 등 드래곤 악역이 나와봐야 1~2권만에 주인공 손에 끔살당해서 장기기증과 재산헌납[11]으로 끝난다.
한줄 요약하면 주인공의 초반 물주.
앞산에서 뭔가 안 좋은 상황에 처한 드워프 부족을 도와준다. 보통 '안 좋은 상황'은 '부패한 인간들과 맺은 불평등 계약'때문이거나, 쳐들어오는 몬스터,마족문제가 많다. 아무튼 문제를 풀어주면 드워프 부족은 주인공의 부하가 되어 광산에서 광물 캐고, 슬슬 주인공 영지의 인간 대장장이로는 한계가 오는데 이들이 양질의 무기를 붕어빵처럼 쫙쫙 찍어내서 해결해준다. 이고깽이 섞여 있다면 주인공이 자동소총등 현대화기를 요구할 때도 있는데, 말만 하면 연구도 시행착오도 없이 대량으로 찍어준다. 뒷산에 사는 드래곤 시다바리[12] 역할도 한다. 그리고 여자 드워프 문제로 섹돌은 거의 없다.[13] 드워프는 거진 99.9999%가 중장년 남성이고, 늘 수염이 나 있으며 평소에 자주 쓰니 익숙하다면서 무기로는 양손도끼를 쓴다. 활을 쓰는 드워프는 없다. 그리고 미스릴,금,은 등 귀금속을 좋아하고, 진귀한 금속이 나오면 그걸 가공해 바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워한다.
한줄 요약하면 채광,금속류 생산업 담당.
옆동네에 있던 엘프와도 만난다. 이쪽도 인간들의 성노 목적의 사냥,몬스터나 마족같이 아무튼 뭔가 문제가 있다. 도와주면 대부분 부족장의 딸 정도 되는 적당히 높은 신분의 젊고 예쁜 엘프가 동료로 들어온다. 이후 엘프들은 마법사나 궁수 용병으로 뛰거나 마법으로 도움을 주거나 섹돌역할도 기꺼이 맡는다. 아주 높은 확률로 엘프는 극 여초 집단이니, 일반적으로 하렘멤버를 최소 한명은 건질 수 있다. 심하면 남자엘프가 전쟁이나 사냥으로 전멸했다고 해놓고 종족보존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엘프마을 전체가 주인공 하렘에 들어가기도 한다. 당연히 전원 절세미녀.주인공은 이렇게 자기 욕망을 채우는 대가로 엘프 부족의 숲을 보전하지만, 이러면 목재는 어떻게 충당하는지 좀 궁금해진다. [14] 가끔 엘프들을 위해 도시에 숲도 만든다. 보통 2000년대 영지물에서는 드워프가 물건을 만들고, 엘프가 마법을 걸어줘서 주인공이 이 마법 무구를 비싸게 팔아먹는 분업화가 되어있다.
한줄 요약하면 마법, 섹돌 공급처.
간혹 다크엘프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박해받고 있으며, 숨어 살면서 도둑질이나 살인청부업을 하고 있다.보통은 잘 나가는 주인공을 처리하기 위해 악역들이 목을 따려고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해서 주인공의 침실에서 조우하게 되는데[15][16] 당연히도 역관광당하고 정체가 드러난 다. 다크엘프는 박해도 받겠다 불평등한 계약을 맺어 억지로 악역한테 협력하는데 주인공은 당연히 악역을 박살내주고 다크엘프를 구원해준다. 이후 자연스럽게 섹돌화.역시 엘프처럼 극 여초이니 일족 전체가 주인공 하렘에 들어가는 전개도 가끔 나온다. 일단 우호관계가 되면 본업을 살려 정보수집/첩보/암살을 전담해준다. 마족같이 어둠 쪽 종족이니 암흑계 마법이나 정령도 가끔 부리며 드워프나 엘프에 비해 무기를 별로 가리지 않는다.[17] 그리고 구린 일을 하니 미인계 목적으로 익힌 밤일 실력도 좋다.
한줄 요약하면 암살/첩보담당, 섹돌공급처2.
  • 강건너 오크 등 몬스터
보통 토지는 비옥한데 오크 등 몬스터들이 창궐해서 인간들이 개척할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은 오크를 퇴치하거나 개심시킨다. 퇴치쪽으로 가면 멸종 수준으로 모조리 씨가 마른다.만약에 개심한 경우, 오크 부족은 주인공의 노예로 전락한다. 그리고 용병(을 가장한 화살받이)으로 쓰이거나 농장/광산에서 노동을 하면서 악랄하게 착취당한다. 자기들이 살던 땅은 당연히 인간들이 집어삼킨다.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미국인 관계가 따로 없다. 그리고 대사에 '"취익"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취익! 소리는 빠지고 사람이랑 똑같이 대화한다. 분명 지능이 낮을 텐데 말도 잘 통하고, 매일 착취당하는데도 절대 뒤에서 배신하지 않는다. 주인공이이들을 좀 신경쓰면 군용 장비라도 괜찮은 걸로 마련해줄 때가 있다.이유는 간단하다.너무 최전방에서 죽어나가면 그게 더 손해니까.
가끔 트롤이나 오거같이 중대형 몬스터도 튀어나온다. 만약 환협지 요소가 있다면 침맥빨로 조종하거나,아예 지능이 낮으니 정신이 취약하다는 핑계로 마법으로 단체세뇌한다. 그리고 이들은 생체공성병기로 뛰거나 작업용 우마를 대체하게 된다.
한줄 요약하면 육체노동 담당.
간혹 주인공의 거점이 해안지역일 때가 있다. 이럴경우 주인공네 앞바다에서 인어가 등장한다.인간을 첫눈에 보고 반하든, 해양 몬스터의 습격에서 구해주든 어쨌든 인어들을 도와주면 이들도 주인공의 밑으로 들어온다. 엘프 못지않게 이쪽도 극 여초집단이니 역시나 한꺼번에 하렘으로 들어온다. 바다 종족이니 육상에 올라오는 대신, 우호적인 해양 몬스터를 부리거나 정령술을 쓰거나 해서 해전에서 주인공을 서포트해준다.
한줄 요약하면 해양담당,섹돌공급처3.
주인공이 산속을 돌아다니다 지능이 높아 말이 통하는 영물이나 몬스터와 만난다.보통 희귀종이며, 이들도 뭔가 문제를 품고 있다. 해결해주면 원래는 안되지만 너는 특별하다며 동료가 된다. 작고 귀여우면 일행의 마스코트가 되며, 덩치가 좀 크면 탈것신세가 된다. 여성형이라고? 설명이 더 필요한가?
  • 뒷산 몬스터 숲
2000년대 영지물에서는 대개 몬스터가 잔뜩 낀 암울한 영지라는 패턴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주인공 입장에서는 그냥 돈줄이다. 특히 먼치킨 주인공 + 동료도 먼치킨 모드가 되면 이 불쌍한 몬스터들은 발견되는 족족 가죽은 뜯기고 피나 손발톱, 혹은 이빨이 뽑혀 주인공의 초기 투자금이 된다. 때로는 숲을 불태워 화전으로 써먹기도 한다. 설령 주인공이 몬스터 씨를 말려도 별 문제가 안된다. 어차피 인간에게 위험한 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몬스터가 사는 숲은 노다지 그 자체이다. 주인공이 등장하기 직전까지는 그저 암울하고 사람들이 들어가면 바로 비명횡사하는, 말 그대로 마의 숲이였지만 말이다.
  • 풍부한 지하자원
대개 주인공의 영지면적만 쓸데없이 잡아먹는다고 알던 산자락들이 사실 무궁무진한 광물의 보고였다는 설정. 앞에서 언급한 앞산 드워프들을 풀어놓으면 그들은 알아서 철이고 구리고 금이고 미스릴이고 오리하르콘이고 쑥쑥 캐내서 주인공에게 가져다 바친다. 간혹 석탄도 캔다.
다른 요소는 다 빼도 광물은 거의 필수다. 지하자원 없는 나라에 태어나 한인 듯하다. 주인공이 드워프를 산에다 갈아넣으면 순수한 (귀)금속이 쏟아져 나온다. 당연히 현실성 없는 소리다. 극소수 사례를 빼면 금속들은 암석에 끼여 있거나 같이 녹아 있는 형태로 산출되며, 폐석을 깨서 버리고 원하는 금속을 녹여서 정제하려면 엄청난 공이 든다. 사금? 사금은 확실히 순도가 매우 높지만, 비중이 무거운 특성상 지층 밑바닥이나 냇물 바닥에 숨어 있어서 찾아내기 어렵다.사금채취 문서를 들어가서 방법을 훑어보자.뭐 하나 쉬운 건 없다.
여기다 그런 대규모 광산을 설령 찾아낸들 제련시설, 기술, 운반수단, 광독으로 오는 오염대책 같은 건 다 어디서 무슨 돈으로 풀까? 그렇다보니 일일이 생각하기 귀찮아서 '드워프들이 알아서 잘했습니다'로 때우지만.
추가로 생각해볼 사항은 '과연 국왕이나 대귀족들이 이 광물자원들을 그대로 주인공이 캐도록 둘까' 하는 것이다.2000년대 양판소에서 흔히 나오는 철,구리,금,은,미스릴,오리하르콘은 모두 막대한 가치를 지닌 전략자원이다. 지금도 현실에서는 광물자원이 법으로 강한 통제를 받아 민간인이 허가 없이 함부로 캘 수 없다.[18] 그런데, 대륙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거대한 광산(들)이 코딱지만한 주인공의 영지에서 발견되었다고? 돈 때문에 골아픈데 캐기만 하면 한큐에 빚도 갚고 떼부자가 된다고? 타 귀족들이나 국왕으로서는 개입의 동기가 너무나 크다. 대부분의 주인공은 추반에 정치세력으로는 미약하겠다 서로 광물을 나눠먹으면 음모자들끼리 아무도 손해보지 않아도 되니 자기들끼리 쑥덕거려서 핑계를 만들어 주인공을 쫓아내기도 쉽다. 보통 영지가 상전, 심지어 국왕이라고 해도 함부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그건 일반적인 경영에 감 놔라 배추 놔라 할 수 없는 것이지, 이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면 개입할 건덕지가 충분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보통의 2000년대 영지물들은 그런 거 없다. 주인공은 광물을 캐서 팔고, 주변에선 속이 쓰려서 부러워할 뿐이다.
  • 비옥한 토지
토지는 거의 대부분 비옥하다. 하지만 인구가 부족하거나,치안이 불안하거나, 몬스터가 이미 자리잡고 있어서 농민들이 엄두를 못 낸다는 설정이 붙는다. 물론 설정일 뿐이며, 부임하자마자 주인공이 싹 깨끗이 청소해버린다. 그리고는 모조리 농지로 개간해서 한번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무조건 해마다 풍년, 풍년, 풍년만 온다. 중세 유럽에서 삼포제를 시행한 걸 지적하기 전에, '정말 저렇게 퇴비도 안 뿌리고 매년 재배만 하면 지력이 순식간에 고갈된다. 시비법이 개발되기 전에 조상들이 휴경을 했던 건 바보라서가 아니다. 여기다 위에서 썼듯 2000년대 영지물에선 기이하게도 화폐가 널리 유통되는데, 풍년이 들어 물량이 끝도 없이 쌓이면 당연히 곡물값이 똥값이 되어 농민들이 작살난다. 사람은 빵만 먹고 살 수 없으며, 화폐가 유통되니 농작물을 팔아 화폐를 얻어 원하는 걸 구매해야 하는데 곡물이 똥값이 된다? 안그래도 인구도 얼마 없을 주인공의 영지는 시작부터 붕괴된다. 먹고살 수 없으니 주인공한테 칼끝을 들이댈 만도 한데 그런 묘사 따위 없다.
아무튼 한번 토지를 개척하면 거기서 끝없이 농작물이 쏟아져나오는건 일상이다. 어떻게 그 넓은 농지를 지키는지,농업기술 개발을 했는지, 체계적으로 대규모 토지를 경영하는지는 아무 언급이 없다. '아무도 경작 안한 비옥한 토지다.그러므로 작물을 심기만 하면 풍년이다.끝'으로 나오기 일쑤다.
  • 무한한 숲
막대한 숲이 영지에 넓게 퍼져 있다. 그래서 대규모로 벌채해서 잘 써먹는다. 물론 몬스터나 맹수가 우글거리지만, 미리 주인공이 '청소'해둔다. 엘프와 우호관계가 되면 일정한 비율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을 하곤 한다. 문제는 화수분 취급을 받는다는 것. 주인공이 확장사업을 한다는 건, 달리 말하면 목재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당장 목재의 용도를 떠올려보자. 땔감,가구, 각종 농기구/공구/무기의 자루, 건축물,가구,공성병기 등등, 여기에 해상무역을 한다고 선박을 건조하기 시작하면 수요가 수직으로 뛰어오른다. 특히 땔감이 문제가 되는데, 현대에도 저개발국의 삼림파괴가 문제가 되는 건 숲 훼손의 해악을 주민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나무 외에 가정용 연료를 대체할 방법[19]이 마땅찮아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들여 조림사업을 하며 엄격히 숲을 관리한다든가, 석탄개발 등으로 목재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묘사는 없다.
  • 길가에 놓인 돌멩이 or 앞뜰에 있는 풀 or 뒷산에 있는 동굴
이것도 가끔 마나석이라거나, 마나석 동굴이라거나, 금광이라거나, 약초라거나 해서 주인공이나 주인공 친구 마법사, 드워프, 용병 등이 알아보고 영지의 특산품이 된다. 평민들은 길 가다가 발에 채여도 그게 뭔지 모른다.
독특한 사례로는 영지민들이 만지면 따뜻해지는 마법의 돌이라고 소중히 가지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우라늄이라서 영지민들을 구하러 뛰어다닌다는 전개도 있다. 정말 우라늄이었다면 이 사건처럼 숭배고 뭐고 하기 전에 영지민들 다 죽었을텐데 말이다. 돌을 만지니 따뜻해졌다는 것은 광석 내부에서 에너지가 생성되고 있다는, 즉 자연 상태에서 핵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그러니까 방사능을 풍풍 뿜어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중히 가지고 있으면 피폭이다.
가끔 영지의 발달을 가속화시키러 부족한 노동력이나 자원의 괴리를 메우는 시도로 등장한다.예로 감자나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 도입,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병력을 상대하는 신무기와 전술의 도입이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등장하면 주민들과 측근들이 거의 거부감없이 받아들인다. 반발이 있어도 몇 쪽만에 아닥하게 만든다. 당연히 말이 안 된다. 자세한 비판은 현대인 천재론 참조.

2.1.1.5. 경제

주로 초기에 부각되는 문제. 위 토지에서 상술했듯,초반에는 괴롭히지만, 극초반에는 주인공이 식량을 구매해서 기근을 넘기고,나중에는 주변 토지를 개척하니 풍년 연속.끝!이 대부분이다. 작물은 무조건 식량작물이다. 그토록 풍년이 들어 식량문제가 해결되고 화폐가 널리 쓰일 정도면 비싼 환금작물들을 키울 생각도 할만한데 별다른 언급이 없다. 농지 관리, 농기구 개량,농업기술 연구까지 언급하면..뭐 입이 아프다.
농업보다도 존재감이 없다. 인구가 늘어났으니 고기 수요도 뛰겠다 배경을 고기 많이 먹는 유럽에서 따왔겠다 대량 개간한 농지를 갈아야 하니 우마보급이 필요하겠다 대목장을 조성해서 말, 소, 돼지, 닭, 오리, 양을 키울 만도 한데 없다. 특히 양은 털을 뜯어서 모직물 원료로 팔 수 있는데!
극초반 영지의 생계수단으로 나온다. 어장은 극히 생산량이 좋다. 어업이 융성하려면 대규모 강이나 호수를 끼거나 아예 바다를 끼고 있어야 하는데 내륙에 있으면 언급되는 게 다행이고, 바다를 끼면 해적토벌,해전,대륙간 무역에 더 비중이 쏠린다.
  • 사냥,약초채취,벌목 등 임업
숲이 넓으니 사냥감도 많고, 약초도 많아서 가져오기만 하면 떼돈을 번다는 식의 묘사가 많다. 그런데 전제가 있다. 숲을 적절히 보존해야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실무자나 부하들에게 가서 나무 좀 베오라고만 하지 숲을 관리할 생각은 안한다.중세에는 이미 숲이 중요자원이라 백성들의 출입을 엄금했으며, 도벌과 밀렵을 사냥터지기를 고용해서 단속했다. 나무를 무작정 계속 베기만 하면 당연히 해당지역 생물자원은 씨가 마른다.
중후반에는 대부분 드워프에 떠넘기니 존재감이 옅어진다. 드워프에 맡긴다 쳐도, 광산을 계속 파내려가면 갱도가 길어져서 관리가 급속히 힘들어지지만 역시 언급이 없다.
'돈 번다'는 개념과 밀접하고, 위의 1차산업들로 돈 벌 물자가 쌓였으니 팔아야 하므로 자연스레 나온다. 적당하고 믿을 만한 중소규모 상인 길드를 영입해서 맡기거나, 위에 언급한 악독상단의 멤버를 숙청하고 경영권을 장악하든가, 아예 주인공이 직접 상단을 꾸려 떼돈을 번다. 하지만 역시나 묘사가 조악하다. 관세나 도로정비 언급을 하면 다행이다. 육로든 해로든, 무역을 위해 장거리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들고 위험한 일이지만 언급이 적다. 이것도 귀찮으면 마법길드나 마탑을 등장시켜 순간이동 마법진을 곳곳에 깔아버린다. 사용료는 비싸지만 어차피 귀금속이 길가 돌멩이보다 흔한 주인공에겐 의미없어서 유통걱정을 한큐에 해결해준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부실하다. 귀금속이 그토록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면 관리도 힘들겠다 은행을 설립할 만도 한데 어째 상단이나 상인길드가 금융기능을 모조리 떠맡는다. 그러면서 물가조작을 시도하면 귀신같이 주인공이 알아채고 개입한다. 특히 돈은 왜인지 유통이 되기만 하고 누가,어느 국가에서,귀금속 함유량을 얼마나 정해서 조폐권을 얻어 제조하는지는 묘사가 아예 없다시피하다. 어디선가 제조하고,사람들은 아무튼 화폐를 쓴다. 화폐 신뢰도는 극히 높다.
주인공 영지는 바나나 영지이다. 위에서 언급하듯, 각종 자원이 풍부하긴 하다. 그런데 이를 가공해서 더 비싸게 팔아치우려 들기보다는, 그냥 갖다 판다.양조업, 직물업, 보석세공업, 가구 등 생각해보면 만들어 팔 품목이 꽤 많은데 있어봐야 드워프빨로 갑옷과 무기를 찍어내서 분쟁지역에 팔아치우는게 끝이다.제조업만 보면 주인공 영지는 군수품 수출이 밥줄이다.
연극이나 연주회,회화, 조각 등을 말한다.주인공이 미적 재능이 있으면 비싼 재료에 창작하여 팔아치운다. 하지만 돈이나 정복사업에 더 관심이 많으면 '시장에서 떠돌이 예술가들이 공연한다. 주민들이 즐긴다.' '천재적인 예술가가 의탁을 요청한다.수락하고 후원하면 비싼 작품을 찍어낸다. 끝'이 대부분이다.


2.1.1.6. 엔딩

보통 영지물의 스토리 진행은 변경의 소영주에서 시작해서 영지전과 불모지 개척을 통해 영지의 크기를 키우고 대영주가 된 뒤, 더 이상 영지가 커지기 어려운 후반에는 주인공이 왕으로부터 왕위를 선양받거나 아니면 공주와의 결혼이나 쿠데타를 통해 스스로 왕위에 오르거나,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지지하는 공주나 왕자 등을 왕으로 옹립한 뒤 주인공이 비선실세권신이 되는 등 중앙 정계로 진출하거나, 아니면 왕국에 내전이 일어난 틈을 타 국가를 건국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영지의 독립을 선포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상술한 모든 전개의 공통점은 '''영지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으니 스케일을 더 키워서 영지 경영에서 국가 경영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영지물은 후반에 가서는 정치물이나 삼국지연의초한지 같은 전쟁소설의 양상을 띄게 되며, 보통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세운 나라, 또는 주인공이 실권을 잡은 나라가 세계의 패권이 걸려 있는 세계 대전에 휘말리고, 마지막에 최종 승리하여 천하통일 엔딩으로 끝내거나, 아니면 주인공의 국가가 세계의 패권을 잡은 초강대국이 되어서 태평성대를 누리는 결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최후반부에 들어서 마계에서 마왕이나 마족이 침공하는 형태의 작품도 존재하기는 했으나, 영지 경영과 국가 경영 등 어쨌거나 경영이 장르의 주요 테마인 영지물의 특성상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다만 작품 초반의 영지 경영에서 후반부의 전쟁소설이나 정치물, 국가 경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커져가는 스케일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여 스토리가 붕괴되거나 소드마스터 야마토가 되어버리는 작품이 대다수였으며,[20] 이것이 영지물은 엔딩을 내기 어려운 장르라는 세간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된다.

2.1.2. 문제점


위에서도 언급했듯, 2000년대의 영지물은 사실상 판타지 스킨만 씌운 연의 소설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으며, '''중세 판타지 배경이지만 실상은 춘추전국시대위진남북조시대 같은 중국의 난세를 판타지 세계관에 그대로 이식한 것에 불과했다.''' 이것이 바로 아래의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봉건 귀족의 영지를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특성상 경제, 경영, 군사학 등 다루어야 하는 분야가 방대해 잘 쓰려면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작가의 지식 수준이 스케일에 걸맞지 않게 크게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오류가 넘쳐난다. 사실 잘 쓸 정도로 지식이 풍부하다면 아예 본업으로 직접 장사를 하고 있던가 교수를 하고 있을 것이니 이해가 안 될 부분은 아니지만, 정말 상식 수준의 지식조차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비판거리가 되는 것.[21] 단적으로 경제학을 소재로 사용한 작품으로 유명한 늑대와 향신료만 보더라도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경제 이야기도 전문적이진 않으나 최소한 경제학 논리에 의해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사니, 교수니 할거 할거 없이 작품에 사용될 소재에 대한 사전조사만 해도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수 있다. 그래서 독자들도 어느정도의 고증만 필요하면 되기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진 않는다. 정말로 현실의 이론과 경제학, 사회학을 일일이 다 넣어서 이야기를 진행해버리면 고증은 정확할지언정 소설이 아니라 논문을 재밌게 가르쳐 주기위한 학습용 서적이 되어버린다.
다만 영지물은 어디까지나 소설이기 때문에 소설 내부의 설정이 충분히 깔려 있다면 상식 수준인 지식에서 벗어나도 문제는 없다. 아무리 현실에 비추었을 때 어이없는 전개가 벌어진다고 해도 그 소설 내부에서 합당한 근거를 마련해뒀다면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해서, 이 문서에서 맹렬히 비판하고 있는 생산력 문제 같은 경우도 어차피 가상 세계가 배경인 판타지인 이상 '이 세계의 밀은 잡초보다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서 실수로 마당에 밀 낱알을 흘리면 그 밀이 주변 잡초들을 싹 말려죽이면서 마당에서 밀 여러 포대를 수확할 수 있다'고 설정하면 그만이다. (물론 특수한 밀이거나 다른 영지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거나 하는 묘사 정도는 있어야 한다.) 독자들이이런 작가 편의주의적 설정을 가지고 작품의 완성도에 태클을 거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어쨌건 그게 틀렸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왜나하면 판타지니까.
따라서 판타지 소설의 특성상, 작품의 완성도를 따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 내용 자체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훨씬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러한 작가 편의주의적인 설정조차도 없거나, 전혀 설명하지 않는 작품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이 있으면 비록 독자의 공감은 얻지 못할지라도 작중 내부의 설정으로는 말이 된다고 커버라도 칠 수 있을텐데, 작중의 설정이 없으면 결국은 현실의 기준에 빗대어 비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2000년대 영지물은 작가의 지식 부족으로 인해 현실의 기준으로 비교하면 전혀 말이 안되는 내용이 쓰여져 있기 때문에 개연성 면에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2.1.2.1. 개관

진행과정상 경제학 전반을 훑고 지나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설명만 들으면 깊이 있는 장르처럼 들리겠지만, 대다수의 2000년대 영지물은 이런 중요한 과정들이 치트키 쓴 《심시티》 수준으로 진행된다. 대개 작가가 경제학의 지식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지가 핵심 소재면서 정작 영지를 제대로 묘사하지 않는다. 물론 그 정도까지 지식이 있는 양반이라면 본인이 직접 사업하지 소설을 쓰지는 않으므로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22] 문제는 기초 상식조차 무시한 전개가 너무 많다는 것.
한쪽에서 주인공이 명령 하나를 내리면 다음 쪽에서는 명령을 따라 불과 며칠 사이에 부강한 영지의 모습이 나오는 등 시간 감각이 없고 필수적인 중간 과정을 모조리 생략했으며, 사소한 권리 하나에도 봉건 귀족과 상인, 농민의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봉건제 사회를 모르기에 등장세력들을 악한 봉건귀족과 착한 상인, 농노로 이분화하고, 봉건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봉건제를 몰라 모든 일을 '주인공의 명령 - 아랫사람의 복종 - 이득 쟁취'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처리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작가의 역량 수준이 떨어지다보니, 주인공과 대립할 상대 나라가 주인공을 가로막으며 위기에 몰아넣는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상대 나라가 주인공에게 쉽게 발리는 주인공 만만세 전개로만 흘러가는게 대부분이다.
또한 봉건사회의 이해수준이 떨어지다보니[23] 사회의 운영체계도 불명확하거나 전 세계의 봉건체제의 특징 중, 서브컬처로 접하기 쉬운 특징들만 입맛에 따라 끼워넣기를 한 경우가 많아서 실질적으로는 절대로 운영 불가능한 사회체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 역사에선 작위가 높다고 중앙정계의 끗발이 높은 것도 아니고, 평민출신 재상들도 많았던 것에 비해서 2000년대 영지물 소설속에서는 담당부서도 뭐도 없이 작위빨로 다 해먹는다.
중국 춘추시대만 해도 진(晉)나라가 6경을 두어 조선시대의 6방과 비슷한 정치시스템을 갖췄음을 생각하면,[24] 보통 2000년대 영지물의 사회체제는 심각한 모순이다. 물론 실제 중세 유럽의 행정시스템은 춘추전국 시대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주인공이 활약하는 전쟁양상은 일본의 전국시대처럼 명분같은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거나, 황제나 교황 등에게서 명분을 얻는 묘사도 빈약하다. 이런 명분싸움은 동양에서만 벌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2000년대 영지물들의 배경으로 나오는 유럽에서도 선전포고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명분없는 전쟁을 벌였다가는 다구리맞기 십상이였다.

2.1.2.2. 상비군 문제

과학기술의 발달과 자동화 기계화로 인해 육체적인 노동자의 숫자가 덜 중요하고, 생산직에서 서비스직으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현대에서도 세계의 군대 비율은 약 0.5%정도가 평균이며 과거에는 보통 1-2%였다. 조선임진왜란 당시 중앙집권제에다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900만의 인구에서 16만의 군대를 동원하는게 한계였다.[25]
반면 일본군의 경우 인구 약 2300만명이었는데 원정군의 한계상 35만명을 동원했는데 이것도 어마무시 한 것이다. 당시 일본의 경우 대락 인구 1만명당 250명 동원을 의무로 정해 두었다. 인구비례 2.5%를 동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구비례상 7~80만명은 동원 가능 할 것 같지만 자기땅에서의 방어전에서나 가능한 병력이고, 원정군의 경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까운 큐슈 같은 곳은 1만명 당 250명 전원 동원이지만 거리에 따라 1/2 동원, 1/3 동원 식으로 감해 주었다. 심지어 일본 동쪽은 세력상 막강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었는데도 아예 동원에서 제외해 주었다.[26] 그렇기 때문에 원정군의 한계상 35만명 밖에 못 보낸 것이다.[27]
근데 배경이 임진왜란 보다 과거인 중세[28]라면서 20~30%의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개 소귀족의 영지에서 병사들이 천~만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정신줄을 놓은 전개도 흔한데, 인구 3만이면 병사가 1만명씩 쑥쑥 나온다. 아마도, "전 인구의 반은 여자고, 남은 남자중에서 노인과 애들을 빼면 대충 1만명쯤 남으니 전부 전쟁터 내보내면 1만명 되겠지 후후후......" 이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만 명 이하는 아예 병력으로 보지 않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이런 병력 인플레는 갈수록 심하다.
세상물정 모르는 꼬꼬마라면 모를까, 김정률 같은 중년의 메이저 작가도 이러니 기가 찰 노릇이다. 김정률의 《소드 엠페러》를 보면 인구가 200만명 미만인 나라에서 20만 군대가 있다. 《트루베니아 연대기》나 《하프블러드》에선 한 술 더 떠서 대륙 전체의 인구가 수백만인데, 단 두 나라에서 전쟁에 동원한 병력이 백 만 가까이 나온다. [29] 기본적인 인구대비 군사력의 비율마저 못 맞추므로 세계관의 크기가 아무리 커도 깊이가 얕고 몰입이 잘 안된다. 저런 설정은 현실에선 당연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세 시기의 유럽은 도시의 기준이 인구 1천 명이다.'''[30]
평시 신성 로마 제국의 사례를 보면 제국대장(帝國臺帳, Reichsmatrikel)에는 각 영주들이 보내는 병력의 숫자가 정해져 있었는데, 현재 프랑스의 알자스 로렌 지역에 있던 크리칭겐 백작령(Grafschaft Kriechingen)의 예를 보면 1522년 기준으로 기사 2명, 보병 4명 그 외에 금전으로 20굴덴을 보내기로 되어 있었다. 이 영지의 인구는 16세기의 통계가 없어 알 수는 없으나 1793년에 사라질 당시에는 100 km² 면적에 인구는 4천 명이었다. 260년 세월 동안 인구가 4배로 늘었다고 가정해도 군인의 비중은 영지민의 0.6%에 불과했던 셈.[31]
사실 현실에서 이러한 설정을 몸소 실천하는 군대가 있지만, 정작 북한의 인구비 병력규모는 전체 인구의 5% 정도다.[32] 그 정도 비율인데도 병영국가네 하는 폐단이 있는데[33] 2000년대 영지물처럼 전체인구의 10% 내지는 3분의 1을 군사력으로 충당하면 당연히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원래 군대가 완전히 비생산적이어서 돈만 처먹는 집단이지만 현역 100만이 넘는다는 북한 인민군의 과반수 이상은 실제로는 노무부대이다.그래서 농어업부터 인프라 보수,건설현장,장사,밀수(?!)까지 투입이 안되는 곳이 없다. 즉 인건비가 필요없는 노동력으로 생산할동에 종사하는 셈이다. 그래서 북한이 과도한 군인비율에도 불구하고 밀수 및 중국의 지원과 더불어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리드리히 대왕 치하의 프로이센이 인구 220만에 병력 19만을 찍었지만, 당시 프로이센은 계몽군주를 표방한 근대시대였으므로 판타지의 주 배경인 중세 봉건국가에 비해 중앙집권/행정/법 체계가 훨씬 발달했다.[34] 이를 바탕으로 최대한 장정들을 징집해서 군대를 뻥튀기하려고 애썼지만 안그래도 3~400만 정도이던 프로이센의 인구로는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외국인으로 병사들을 채워야 했다.
그리고 프로이센이 저런 막장 병력규모를 유지할 때는 순전히 자력이 아니라 영국 등의 바깥에서 자금/물자 지원을 받았고, 유럽 정세변화로 영국이 지원을 끊자 당시 15만이던 가용 병력이 6만명으로 급속히 쪼그라들기도 했다. 저 병력도 전부 국민들을 모병/징병해 만든 병력이 아니라 7할이 용병이었다. 프로이센의 옆 동네 헤센도 17~18세기에 인구의 7% 가량을 병력으로 유지했는데, 헤센은 이 비정상적으로 늘린 군대를 여기저기 파병해 돈을 버는 걸 국책사업으로 삼은 용병국가였다. 헤센의 주 거래대상 중 하나는 영국이었고, 미국독립전쟁 때도 영국에 병력을 줬다.
현대의 상비군은 외인부대등 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전 국민으로 구성된 말 그대로 상시대기 전력이라서, 인구의 10분의 1이 '경제학적으로 놀고 먹는' 병력이면 당연히 나라가 휘청거린다. 실제 역사에도 소수나마 엄청난 수의 군사를 동원했으나 대부분 국가 존망의 위기일 때로 한정했고, 이런 짓을 벌였다가 몰려오는 엄청난 후폭풍은 잘 아는 대로 . 조나라는 장평대전 에서 최소 30만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구 200만 가량의 고구려는 주필산 전투에서 15만을 동원, 인구 300만 가량의 고려는 정규군을 제외하고도 별무반 17만을 동원한 기록이 있는데 어디까지나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일시적으로 다 끌어모은 것이라 봐야 한다. 그 북한도 그대로 뒀다간 아예 나라 자체가 굴러가질 않으니 결국 군인 다수가 농사나 공사에 동원되는 사실상 군복입은 저임금노동자 신세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보통 2000년대 양판소에서는 인구의 10% 정도는 상비군으로 보유하고, 인구의 1/3 정도면 농민에 농노까지 무장해서 끌고 나온 수준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그만큼 끌고 나온 인식도 '건곤일척의 승부를 위한 최후의 최후의 카드'가 아니라 "그까짓 농민군은 또 징발하면 돼."라는 정도이고, 실제로 패배하면 초한대전의 소하마냥 어디서 또 그만큼 징발해온다. 조선후기 군역은 갓난아기에게 군포를 징수했지만, 판타지 군역은 갓난아기를 실제로 징병하며, 군대는 시장에서 파는게 아니라 지원 못해주겠다는 스탈린과는 달리 판타지 군대는 진짜 군대를 시장에서 사오는 격이다.
게다가 그만한 인구를 순식간에 무장시키까지 한다. 영지가 부유하다고 묘사하지 않는 이상 농노병에게는 병기래봐야 고작해야 솜 누비옷에 나무방패에 창 1자루 정도 쥐어주겠지만, 인구의 1/3의 인원에게 저만한 장비를 며칠 안에 조달해 지급한다. 만약 당신이 서울 시장이라면, K2 자동소총 300만정과 탄약 수천만발[35]을 이레 안에 구해 올 수 있겠는가? '그야 물자를 미리미리 비축해둬서 가능하지!'라고 반문하고 싶다면, 저 엄청난 인구를 모두 무장시키는 물자의 생산비,보관비,보관할 창고의 확보가 기다리고 있다.[36] 그리고 전투준비태세를 해보면 알겠지만 대대급으로 빠르게 무장하는 것도 귀찮고 힘든 짓이다. 현역만으로 구성된 단위당 4~500명인 보병대대로 이런 판인데, 훈련수준 미달로 인한 전투력 부재를 논외로 하더라도, 쌩판 민간인들 30%를 1주 안에 무장시킨다고? 실제로 이걸 진짜 해낸 현실 국가는 카르타고#s-2.1.4이긴 한데 그마저도 수도 공방전 즉 최후의 전투여서 가능했다.
총 인구수 대비 동원가능 병력의 비율을 대강 따지면, 일단 인구 중 절반은 일반적으로 병사로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여성이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남성 중에서도 징병에 적합하지 않은 장애인이나 15세 이하의 연소자와 60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낮게 잡아도 1/3이다. 즉, 노동가능한 연령의 청장년 비율 자체가 총 인구의 1/3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나마 저것도 청장년비를 최대한 높게 잡아서며, 게다가 중세시대의 의학수준을 감안한다면[37] 남성 청장년층의 비율은 더욱 줄어든다. 그리고 전쟁을 빼면 출산으로 인해 여성의 사망률이 더 높아서 여성인구가 더 적다. 청장년층 여성인구는 전쟁 없이도 남성의 반토막이다.[38] 결국 사회 구조 유지는 둘째치고 군대 구조를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인력 소모까지 감안하면, 보통 '징병 대상인 청장년'의 비율은 총 인구수에서 굉장히 적은 비율이라고 간주해야 한다.
그럼 총 인구의 1/4까지 병력을 만드냐? 저 징병 대상인 청장년은 실질적으로 해당 국가의 생산력을 지탱하는 인적 기반이다. 위에서 사회 구조나 군대 구조를 유지하러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으로 설정한 인원의 상당수는 주로 관리나 사무, 기타 비생산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예컨대 현대전에서 병사를 훈련소로 실어나를 기차 승무원은 징병할 수 없다. 그리고, 군대에 식량 실어다줄 트럭 운전사도 징병하면 안 된다. 징집영장을 날릴 공무원을 징병할 수도 없다. 이런 짓을 실제로 하면 일본군의 재림 이전에, 군대라는 조직 자체가 유지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볼 때, 평시에 생산력의 저하를 감수하지 않고 유지 가능한 병력의 규모는 총 인구의 1% 정도다.[39] 사실, 한국도 1%를 훌쩍 넘는 상비군을 유지하러 상당한 국가적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데 당장 현재 수많은 논란이자 문제점이 되고 있는 열악한 병사복지와 대우가 이 때문이다.[40] 이는 현대 사회에 대입 가능한 수치지만, 많은 2000년대 영지물의 대상인 중세시대 비스무리한 설정에도 비슷한 추세가 보인다. 현대도 그렇지만 중세의 경우 특히 여성이 일상 생활/가족 부양시 남성 업무에 대체 가능한 노동력이기에 유지 가능한 병력은 3% 정도로 본다. 다만, 적정선이 1~3%라는 말이지, 한계선은 현대 사회가 더 높다. 현대 사회는 현대화, 기계화, 관료제 등으로 기존에는 생산에 비적합하다고 여겼던 사회 구성원이 생산직 청장년층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쥐어짜낸 상태, 즉 더 동원이 불가능할 만큼까지 쥐어짜낸 한계가 총 인구수 대비 10% 정도이다. 예를 들어 2차대전 종전시점에 미국이 징병한 총인원이 1,500만명(!)이었는데 이는 전인구의 10%가 조금 안되는 수준이며 이것이 국가가 체제를 유지하면서 뽑을 수 있는 최대치일 것이다.
10%대까지 병력을 동원하면 주로 패전 직전의 교전국에서나 그렇고, 이 지경이면 아마 국가 총 예산 대비 교전비용의 비율은 미친 듯한 징발 + 국채 남발 등으로 100%를 훌쩍 넘은 상태일 것이다. 전쟁에 져서 당장 망하느니 몇 년 있다가 망하더라도 일단 되는 대로 질러보자거나, 어차피 망할 것 여력을 남기고 전쟁 뒤의 일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겠다는 수준으로 병력을 총동원했을 때 나올 병력이 생산노동 인구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인 총 인구의 10%이라는 이야기다. 자기 일터에서 인원 절반이 군대에 끌려갔을 때 일터가 제대로 움직일까? 그것도 단순히 일만 2배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군대 간 사람들의 가족까지 부양해야 한다는 조건이라면? 그리고 후방이라 신경쓸 여유도 없다고 아무 보조도 안 해준다면? 당연히 효율이 극도로 떨어진다.[41]
게다가 동물조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기 일쑤에, 재료와 돈만 있으면 모든 물건이 숨풍숨풍 쏟아져 나온다. 2000년대 영지물 주인공의 배경인 시골벽지나 약소국의 기술자 수준이나 숫자까지 고려해야 할텐데 그거도 반영 안된다. 예를 들어 김정률의 《소드 엠페러》에서는 인구 수백명의 세르보네 마을의 대장장이들이 불과 한달여 사이에 수만명분의 갑옷을 찍어냈다.[42] 저 인구로 보면 기껏 있어봐야 한둘, 그것도 농기구수리나 할 법한 대장장이들이 드래곤본과 강철을 다루고 중병기와 풀플레이트 갑옷을 몇만명 분이나 만드신다. 설사 어찌어찌 교육받아서 만드는 방법을 안다 해도 원래 갑옷(특히 풀플레이트 아머)라는게 한두명이 만들 수 있는게 아니다. 철광석을 녹여 철판과 철사를 만드는 사람, 철사를 고리로 만들어 엮어 사슬 갑옷 부분을 만드는 사람, 철판을 형틀에 대고 두들겨 모양을 만드는 사람,각 부품을 조립하는 사람 등 수십명 이상의 기술자들이 협력해야 만들 수 있는 물건이다. 다른 사람과 협업 해 본 사람은 다들 잘 알겠지만, 10명이 1시간만에 완성하는 일이라고 해서, 1사람이 10시간에 완성하지는 못한다. 한 달이 아니라 1년에 한 벌 완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중반 이후엔 드워프 빨이 무조건 나오니 그걸로 감안하더라도, 이건 게임을 소설로 썼다고만 봐야겠다.
정리해보자. 성인 남자 청장년층을 군대로 억지로 꾸역꾸역 넣으면 1/3 정도의 인원이 나오긴 한다. 근데, 이들을 다 징집하면 농사는 누가 짓고 영지 운영은 누가하냐가 문제다. 영지 행정도 마비되고, 치안도 무너지며, 농지는 황폐화하고, 경제는 작살난다. 진짜 너죽고 나죽자식의 결전이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나라 파탄내는 대가로 징집하는 셈이다.
그러면 농업 수준의 산업으로 어떻게 대규모 병력을 유지할까? 바로 둔전제가 있다. 장기적으로 장정들일 계속 붙잡아 놓을 수만은 없으니, 아예 농지를 지급하여 평시에는 농사를 짓다 유사시에 동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이미 괜찮은 토지는 민간에서 대부분 가져갔을 테니, 필연적으로 황무지같은 농사짓기 어려운 곳에 농지가 있게 된다.또 유사시가 농번기라면 그해 농사는 포기해야 한다. 즉, 아무리 잘 쳐줘봐야 생산력 저하를 부분적으로 메꾸는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 인구에 비해서 많은 상비군을 뽑아내는 방법은 바로 세병제가 있다. 세병제는 중국의 삼국시대 당시 널리 사용된 군사 제도로써, 인구에 비해서 많은 상비군을 뽑아낼수 있다. 일례로 조위의 경우에는 약 490만명의 가량의 인구로 50만 대군을 유지했으며, 촉한의 경우에는 108만 가량의 인구로 10만 대군을 유지했다. 허나, 이런 제도 자체는 엄격한 법령과 관료제가 형성되어 있고, 군호에게 배분해줄 충분한 토지가 있어야 시행가능하다. 하지만 관료제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조직규모가 있어야 형성이 되는데,[43]많아야 열댓명에 불과한 2000년대 영지물 주인공 따위의 세력은 관료제가 형성되기 힘들 정도의 코딱지만한 조직인데다가, 일개 소영주 따위가 배분해줄만한 막대한 토지 따위 있을리 없기에[44] 세병제가 형성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도, 세병제는 오랜 전란으로 대규모의 유민이 발생한 삼국시대의 상황에서 유민들을 정착시켜 치안 위협 요소를 줄이고 병력도 확보하는 제도로 기능한 것이므로 대규모 유민이 없는 평시에는 아예 시행할 수 없는 제도이다.
종종 꼼수(?)를 부려, 몇몇 작가들은 극소수의 지배층을 제외한 인구 전원을 노예화해서 노예들을 생산, 군인 층으로 분화시키는데, 이건 아예 부적절한 방법이다. 이 파트에서 누누히 지적하는 '인구 대비 과다한 병력 수'의 본질은 '생산 활동의 주축이 되어야 할 건강한 성인남성을 군대로 보내면 사회 전반적인 생산력 손실이 일어난다.'는 것이고, 이 문제는 해당 인구 집단이 노예이건, 자유민이건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실제 역사에서 노예들을 군인으로 징발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유는 노예들을 무장시킬 경우 그 무기가 적이 아닌 주인들에게 향할 가능성이 상당했기 때문.[45] 어떤 사회건 무기는 '그 사회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구성원'들에게만 들려주었다. 그나마 노예병을 대규모로 운용한 사례가 중세 이슬람권의 맘루크 정도인데, 맘루크들은 출신은 노예였으나, 일종의 특권계층이라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았다.[46] 설사 전인구가 맘루크처럼 신뢰가 가능해도 이런 체제는 무척 부적절하다. 각 분야별 계층을 나눠서 상비군을 대규모로 유지한다고 해도, 이런 체제는 문제가 많다. 쉽게 말해서, 인구에 비해 많은 군대를 유지할지는 몰라도, 나라는 거지꼴이 된다.
그럼 스파르타는 어떤가? 시민 전원이 병사인데? 맞는 말이긴 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든 스파르타인은 병사였지만, 그런 스파르타인을 먹여 살리기 위해 스파르타인들보다 훨씬 많은 노예 계층인 헤일로타이가 생산활동에 종사했다. 고대의 스파르타인들이야 '우린 헤일로타이와 다름!' 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현대 사회의 논리에 따르면 군사 귀족인 스파르타인과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반 노예계급인 헤일로타이로 해석할 일이지, '우왕! 스파르타 사회는 모두가 병사인데도 사회를 유지했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스파르타는 역사적으로도 가혹한 선군 체제 때문에 고통받다 몰락했다. 시대의 발달에 따라 다른 그리스 폴리스들이 식민도시 건설과 확장, 진출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을 때 스파르타는 노예계급인 헤일로타이의 반란 가능성 때문에 일정수 이상의 인원이 도시에 남아 있어야 하므로 항상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소극적인 태도의 원인은 마찬가지로 시민 계급이 전사할 경우 인원보충이 너무나도 어운게 한몫했다. 그 때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지형지물을 이용한 아테네의 계략으로 고작 44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이 포로 신세가 되자 국가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져버리기도 했다.
그럼, 춘추전국시대 중국은 어떤가? 수백만 인구로 수십만 대군을 유지했는데 이건 뭐냐고? 당시 중국이 수백만에 불과한 인구로 수십만, 수백만 대군을 유지한 게 사실이다. 허나, 당시 중국은 위에서 언급한 스파르타처럼 군인 전원이 상비군이 아니었다. 당시 중국의 군인들은 일종의 순환근무제를 시행해서, 일정 기간에는 상비군으로 복무하고, 일정 기간에는 생업에 종사했다. 그러니깐 수십만 군인이 상비군이 아니라, 일종의 예비군 개념처럼 지냈다는 얘기다.
생산을 적게 하는 유목 민족이나 바이킹들은 전투원의 비율이 높다. 그런데 이 역시 상비군이라 못하니, 상비군은 제대로 체계 잡힌 조직체에서 상시 주둔하는 군대를 뜻한다. 즉 바이킹이나 유목 민족의 군사는 상비군이 아니다! 그런 걸 차치하더라도 몽골이 제국을 이룬 뒤에도 생산을 안 하고 전쟁만 했나? 아니다. 거대한 몽골 제국을 건설한 후, 최고위층에 군림하는 몽골인들은 수많은 피지배 민족들을 지배하기 위해 실무 담당으로 색목인을 등용해야 했다. 그리고 유목민들이라고 해서 군 복무가 편하고 유목 국가들이 항상 병력을 많이 동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요와 몽골의 유목민들은 중앙 정부의 병력 징집과 노동력 징발 때문에 경제적으로 많은 손해를 보았으며 과중한 군역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왕조 후반에 가서는 많은 수의 유목민 평민들이 피폐해지고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이들이 급증했으며 중앙 정부는 군사력의 기반인 유목민들이 몰락해서 전쟁 수행 능력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약탈을 일삼던 바이킹은 결국 타 유럽지역에게 발전이 뒤쳐졌다.[47] 바이킹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야 전원이 전투원이라도 상관없지만, 이건 2000년대 영지물이다. 애초에, 유목민이나 바이킹 사회에서 전투원의 비율이 매우 높은 이유는 그들의 사회적 생산능력 자체가 낮았고, 부족한 부분을 약탈로 메웠기 때문이다. 즉, 유목민이나 바이킹들에게는 약탈 자체가 산업이었다. 고로, 인구를 전원 병사로 한다는 설정을 하고 싶으면 2000년대 영지물을 쓰지 말고 다른 장르를 쓰는 게 좋다.

2.1.2.3. 인재/기술 문제

그리고 또 다른 게임의 소설화의 징후로 보이는 것은 '머리 좋은' 녀석이 있으면 어디에 짱박아 놔도 제 몫을 다 한다는 것이다. 이 동네는 적성/특기/교육도 없이 지력만이 있을 뿐이다.[48] 머리 좋은 마법사들을 갈아넣으면 영지 운영 따위는 껌이다.
고전 소설 등에서 뛰어난 인재라면서 이런 멀티 플레이어가 종종 나오나, 그게 일반적일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왜 먼치킨 소리를 듣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현실의 먼치킨이 그리 흔하나? 현실에서 그나마 2000년대 영지물 주인공에 가까운 위인의 예로 세종대왕을 들 수 있지만, 여러 재능이 매우 뛰어났지만 성과가 목표의 80% 정도만 나왔다. 그나마도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창제 등 소수 예외를 빼면 신하들이 충실히 보좌해 줬으며, 다빈치는 분명히 희대의 천재가 맞지만 미술 등 일부를 빼면 자신의 발상을 현실에 마음껏 적용하지 못했다.
다만 19세기 근대 이전에는 현대와는 달리 업무가 고도로 전문화되고 처리하는 사무량이 많지는 않아서 글을 읽고 쓸줄 알며[49] 기본적인 소양이 있다면 어느 자리에 가져다 놓아도 웬만큼 활약할 수 있었다. 미국 7대 잭슨 대통령이 엽관제를 도입하면서 '누구나 기본적인 상식만 있다면 공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이는 한정된 업무처리범위 안에서 기본적인 업무를 무난히 처리가능하다는 뜻이지, 사람 하나 던져놓으면 조직 전체를 모조리 커버할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50]. 그리고 산업시대 이전이라도, 각종 행정업무는 기본적으로 초보적으로나마 분할되어 있었다. 국사를 배울 때 질리게 나오는 율령제를 비롯하여 관료제를 떠올려보자. 천재 한둘이서 일을 다 떠맡는다는 게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놓고 주인공의 영지가 슬슬 커지면 '업무 때문에 힘들어요 징징' 소리나 하지 관료조직을 키워서 업무를 분산시키고 자기는 부하들을 관리감독하려 들지 않는다.
간혹 모자라는 인재를 상대편 인물을 회유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도 하는데 초기라면 모를까 어느정도 기틀이 만들어지고 난 뒤라면 기존 인물과의 대립이 있을 텐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평상시 조직 내부에서도 사내정치 등 인사문제로 골치를 썩는데 외부에서, 그것도 어제까지 적이던 자를 영입하고 고위직에 맡긴다고? 불만이 나오면 다행이고 암살이나 당하지 않기를 빌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2000년대 영지물을 쓰는 작가들의 경우 경험에 해당하는 필력이 모자란 데다 작가가 활용이 가능한 지식적 한계가 있어 전체적인 내용의 구성과 극중 전개가 아주 모순이고, 중세 사회 시스템을 전제로 한 작품에 수백년의 기간을 두고 발전한 현대의 인본주의 사상을 급하게 도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터지지 않는다.
현대 기술도 고작 고삐리 한 놈이 간단한 응용(?)을 거치면 마법과학이란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고 튀어나오며 자세한 설명은 결코 없다. 가끔 개념마저도 버린 어린 것이 버리고 쓰는지 가공 상태의 보석이 암석 속에서 갑툭튀하는 등 기본상식도 뛰어넘는다.[51] 거기에 더 막장으로 나가면 팔면체인 다이아몬드 원석이 조각된 형태로 나오거나, 금과 같은 귀금속을 일정한 규격의 괴의 형태로 채광되기도 한다.
이렇게 까이는 일이 늘자 작가들은 'XX급의 YY가 00명이 모이면 수천 수만의 대군도 상대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머릿수 채우기보다 기사나 마법사 육성을 하는 2000년대 영지물도 쓴다. 그나마 납득이 가능하지만 재능있는 인재의 비율도 지나치다. 어떤 커리큘럼이나 기술이든, 빈약한 당신이 할 수 있으면 강대한 적도 따라할 수 있다. 게다가 저런 원오프 타입을 잔뜩 만드는건 당연히 문제가 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에너지원이 필요하고, 내구도가 있으며 적절히 정비하는데 사람은 당연히 스케줄을 짜서 정기적으로 쉬어야 한다. 진짜로 수백명과 수만명이 한번에 충돌해서 수백명이 이길 수 있다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특히 독소전쟁 초반의 독일군 장비는 우수한 편이었지만, 결국 망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누누히 말하지만 사람의 체력은 무한이 아니며, 쉬지 않으면 피로도가 쌓이다 결국 무너진다.

2.1.2.4. 경제 문제

2000년대 영지물에서는 돈, 화폐처럼 쓰는 갖가지 물건, 굉장히 비싼 아이템 등을 굉장히 잘 푸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인플레이션을 부른다. 즉 통화 기능을 하는 물품의 가치는 급락하고 거래가 위축해 경제 활동에 큰 지장을 준다. 예를 들어 16세기 스페인에서는 남미 식민지에서 들어온 막대한 귀금속 때문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국내 경제기반이 큰 피해를 입었고, 결국 이후 스페인 제국은 쇠퇴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영지물에서는 아무리 금과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없고, 도리어 '귀금속의 절대량이 많아졌으니 우린 그냥 부강함!'이 끝이다.
또 세계관이 분명히 중세라는데 화폐경제가 완전하게 돌아간다. 대륙 어딜 가든 화폐가 거래수단으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부족한 행정력과 생산력 때문에 형성된 것이 봉건제이고 농노제이며 이 둘을 바탕으로 중세가 유지된 것인데, 화폐경제가 돌 정도면 생산력 증강으로 시장이 형성되며, 시장이 형성되면 상품화폐경제가 발달하고, 이는 농노(민)들이 세금과 지대를 돈으로 지불하게 되며, 이에따라 장원(영지) 해체가 따라오는데, 신기하게도 돈이 그토록 유통되면서도 귀족들은 자기 영지를 잘만 갖고 있다.
여기다 다른 영주들은 굉장히 정정당당해서 위조화폐 따위는 풀지도 않는다. 어차피 전개상 2000년대 영지물에서는 주인공한테 귀금속이 대량으로 쌓일 테고, 필연적으로 값싼 금속(보통 구리나 은)을 섞은 저급한 화폐가 돌면 치명타를 입기에 성공만 한다면 직접 쳐들어가지 않아도 앉아서 와르르 무너질 텐데 이런 간접적인 공격수단[52]은 절대 안 쓴다.[53] 여기다 쳐들어가려는 생각조차 잘 안한다. '중앙정부나 자기 상전의 허가가 있어야 된다'는데 옆 영지가 무섭게 발달해서 생존에 위협을 느낄 정도면 그런 규약따위 무시하고 선조치 후보고할만하지 않을까? 어찌어찌 이른바 '영지전'을 벌여도 무너지고, 제3자까지 끌어들여 협공해도 주인공 보정으로 탈탈 털리고 도리어 영지만 헌납한다. 아니 다 집어치우고 주인공의 성장 초반에 협공해서 조질 생각조차 안 한다.
다만 경제 분야 문제는 일반인이 고증하기에 더럽게 어려우며 개같이 복잡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개월에서 2개월 내에 한두권 분량을 뽑아내야 하는 글 싸는 기계(...)취급받는 양판소 작가들이 경제학을 공부해서 고증하는 건 엄청나게 어렵다. 그리고 만약 순수하게 약간의 지식, 감각과 발상만으로 경제학을 고증할 정도로 경제적 감각이 출중하다면, 그 사람은 사업하고 있지 이런 더러운 소설업계에서 일하고 있을 리 없다. 결국은 소설가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54] 소설의 필력이나 내면 묘사 등 작가들의 역량이 올라간다면 이런 전문분야는 적당히 덮고 넘어갈 수 있다. 결국은 하도 못 써서 이런 문제가 부각되는 것뿐이다.

2.1.2.5. 그럼에도 개념작을 꼽는다면?

그나마 개념작으로는 《일곱번째 기사》와 《열왕대전기》, 그리고 《남작 군터》가 있다. 또한 미국문학사의 거장 마크 트웨인도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라는 이고깽 + 영지물을 쓴 적이 있는데 이 물건도 문제점은 비슷, 아니 오히려 더 심하다. 그리고 여러 호사가들의 분류를 미루어 보자면, 2000년대 영지물이란 장르 자체가 그나마 개념작은 있어도 절대로 명작이나 수작은 없다. 애당초 2000년대 양판소의 하위 계파인지라... 차라리 정치서사물인 《얼음과 불의 노래》가 쩌는 리얼리티로 인해 훌륭한 2000년대 영지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작에서는 앞서 언급된 《지크》 이후에는 그다지 히트친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이것도 개념작은 아니다. 만화 쪽에선 더 드물다. 굳이 꼽자면 개념작일 수 있었으나 소드마스터 야마토급으로 조기완결난 《노녘의 아리아》 정도가 있다. 판매량이 너무 적어서 조기완결할 수밖에 없었던 것.[55]

2.1.2.6. 정리

발전이 지나치게 빠른 시간 감각의 부재, 병사 수가 현실에서는 못 나올 수준으로 늘어나는 현실적인 군사 및 행정 개념의 부재, 개발하면 돈이 나온다는 수준의 경제 이해 공학 및 경제 개념의 부재, 봉건제를 기사 등장하는 전제군주제 쯤으로 이해하는 태도인 사회 개념의 부재 등등, 지식이 없는 작가들이 좋은 소재를 어떻게 시궁창으로 빠뜨리나 잘 보여주는 장르이다. 상기한 특징들이 많은 부분 시뮬레이션 게임의 특징과 겹치기에 게임에 크게 영향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나 전쟁이나 경제관념, 사회구조의 이해도는 그냥 딱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보고 베껴온 수준의 작품이 많다.

2.1.3. 결론


건설, 경제, 상업, 인구, 정보, 기술, 화폐의 흐름 등에 있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지 않아야 하고, 판타지라는 특성상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아야 한다. 인력의 발달 수순, 자원의 한계, 권력과 정치적 문제, 암살과 같은 위험한 견제 등을 쌈싸먹는 전개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그런 수준이 낮은 글이면 아무도 기억조차 않는다. 본인만 재미있는 글로 장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저 까거나 비웃기만 하고, 심하면 시간을 때울 값어치도 없다.
사실 실제 역사에서도 그렇고 경제니 화폐니 자원이니 다 따져가면서 영지를 발전시키려면 몇 대에 걸친 경제구조의 발전과 개혁, 타 영지나 주군에의 끝없는 영업, 방어와 공격을 적절히 뒤섞은 외교, 그것을 실행할 몇 대에 걸친 지혜로운 영주와 명민한 부하 등이 필요하다. 석유에 비견할 자원이 넘쳐나면 가능하지만, 그것을 잘 써먹게 기술을 먼저 발전시켜야 하며, 석유를 계속 예로 들자면 정유기술이 없다면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땔감이나[56] 방수재에 불과하다.
사실상 1대 만에 영지를 발전시키려면 '닥치고 전쟁'을 거친 정복 뿐이다. 원정 사업을 마무리 못하거나 실패하고 죽은 군주가 얼마나 많은지 세어보자. 대부분 영지를 이루고 사는 문화권이면 전쟁은 일단 경제 규모가 받쳐줘야 할 수 있다. 《손자병법》에서 추상적이지만 전쟁에 드는 돈이나 물자의 양을 말하면서 전쟁은 돈이 많이 깨지고 오래하면 나라가 흔들린다고 경고한다.[57]
위에서 설명한 바대로 앞산 드래곤이나 악덕 영주, 악덕상인들로부터 강탈하는 이익으로 메울 수 있다고 말하는 2000년대 영지물도 있고 실제로 역사상 많은 아랍제국들이 정복시에 편 방식이나, 그렇다고 이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의 기반을 유지하는 정책은 아니었다. 아랍제국은 더 이상 정복전쟁이 어려워지자 정복을 그만두고 상업을 발전시켰으며,전근대 정복제국의 대표주자인 몽골제국도 도로망과 파발제를 정비하고 상업을 촉진시켰다. 말하자면, 원래부터 작고 부실한 영지는 현실적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경영만으로 1대만에 발전할 수 없다란 뜻이다. 이걸 다 감안해서 쓴다면? 모든 2000년대 영지물이 《얼음과 불의 노래》화할 것이다.
사실 이게 2000년대 양판소의 문제인데 2000년대 영지물이라도 초기 작품인 《지크》 하나만 딱 나왔다면 고증이야 어쨌건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도를 한 수작 정도로 평가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가 히트치면 고증이나 참신한 발상을 씹어먹은 작품들이 줄줄이 쏟아지는 2000년대 양판소의 특성상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으로는 앞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정작 위와 같은 문제 요소들을 충분히 인식할 정도로 사회학이나 경제학에 능통한 사람들은 이런 장르의 글을 쓰는 것 자체에 관심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야말로 2000년대 영지물을 쓰려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관련 지식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2000년대 양판소 입장에서 천만 다행인것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양판소 독자들 중에도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문제를 지적할만한 그쪽 계통 지식인은 보통 없다는 것. 애초에 독자층이 전부 해당 분야의 식자층이었다면 2000년대 양판소를 비롯한 시간때우기용 작품들이 이정도로 성장할 수도 없었다. 2000년대 양판소가 무슨 학술자료도 아니고 그들 입장에선 재미도 없는 소설을 굳이 시간내가며 읽을 이유가 없으니까.
물론 이건 2000년대 양판소의 상당수 많은 경우가 이렇단 것이고 비교적 소수지만 이런 현실성들을 어느정도 고려한 작품등도 충분히 있다. 대표적인 경우론 경제에 크게 중점을 둔다는 한계가 있지만 마오유우 마왕용사의 경우 일단 처음부터 점령한게 아니라 세습받은거나 다름없어 기본틀은 마련된 영지, 식량사업, 군사업등을 기초로 최소 몇년후를 내다보고 생각하는 영지육성,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만들어 자금력을 높이는 것등등에 판타지인 만큼 주인공인 용사의 무력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그 무력을 제한시키기도 했으며 전쟁과 기술발달의 어두운면도 제대로 비춰주기도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항목을 참고해보면 알겠지만 마오유우 마왕용사는 비판점도 상당한 작품이며, 메인 홍보 요소로 삼은 경제학 역시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는다. 영지물의 반례로 적절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의미다. 차라리 늑대와 향신료를 예시로 드는 게 더 나을 것이다.

2.1.3.1. 보론: 2000년대 영지물을 통해 본 오늘날 역사연구와 대중문화 사이의 간극

다른 측면에서는, 2000년대 영지물의 양상, 실태는 지금 현재 연구되고 결론이 난 역사연구의 성과가 대중에 퍼지기 이전까지 성립하고 있는 기존의 "낡은 이미지"들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영지물의 기본 전제는 (어떤 경로로든) 현세의 유용하고 발전 된 지식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열등하고 불합리한 당대의 시스템을 일신하여 먼치킨이 된다는 것이다. 즉, 대체역사물이든, 이세계 판타지든 간에 2000년대 영지물의 기본 골자는, "주인공이 놓이게 된 시대배경은 명백히 주인공이 출신한 시대에 비해 열등하다"라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역사학적 측면에서 볼 때 이것은 매우 단선적이고 기계적인 진보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대적으로는 역사학이 현대 학문으로 막 정립될 즈음인 근세 ~ 19세기 근대까지 유행한 시각으로, 말 그대로 인간 역사를 "진보하는의 과정"으로 봄과 동시에, "단선적"인 것으로 본다. 즉, 인간 진보의 양상이 일직선상에, 마치 문명 시리즈 게임의 테크트리처럼 순서대로 주욱 나열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인간 역사의 어느 단계는 그 일직선상의 이전에 나오는 것보다 발전된고 우월한 단계이며, 그 이후에 나오는 다른 것보다는 열등한 단계라는 논리가 성립이 되는 것이다.
뭐,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쉽게 말하면, "옛날 것은 열등한 것"이라는 시각을 전제로 깔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옛 사람들이 운용하던 제도, 옛 사람들이 갖고 있던 철학, 옛 종교, 옛 사회제도 등등은 모두 "보다 발전 된 단계의 것들에 필요한 지식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 또, 그 결과"라고 간주를 하는 것인데, 이는 응당 그 지식을 누군가가 갖고 있다면, 그러한 지식에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이 우월한 방식임을 수긍할 것이며, 따라서, 그 지식을 받아들인다면 누구라도 발전된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사고방식을 낳기 마련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러한 사고방식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서구 열강들의 "문명개화론"을 뒷받침하던 단순 한 발상이며, 동시에 현대에 있어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전파하겠다"는 명분으로 "옛날 지배층, 제도, 권력관계"를 갈아 엎어버리고 무작정 새로운 지식과 제도와 기술에 기반한 친미적 성향의 현대국가를 만들고자 했던 미국이 이라크라는 한 국가를 완전 망쳐버린 것도 모잘라, 오히려 IS라는 더 격렬한 수구적 반동집단의 준동에 방아쇠를 당겨버린 낙후 된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그러한 단선적 진보론은 다분히 "오만한 현대인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더하여, 오늘날 2000년대 영지물과 같은 픽션의 소비자들 외에도 일반 대중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 시각이 있다면, 그것은 1950년대를 전후로 스티븐 런시만 경을 통해 대표되는 중세 역사연구의 경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런시만은 기본적으로 맑시스트 역사학에 큰 영향을 받은 좌파적 역사관을 표방하던 인물로, 19세기의 영웅주의, 낭만주의 역사관의 종식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세에 대한 20세기 중반기까지의 역사학계의 시선은 철저하게 계급적이고 경제적인 것으로 전환이 되었다.
물론, 런시만의 저작들이 '좌파적'이라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역사학 등 인문분야에 있어서 맑시즘의 기여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런시만 경의 업적도 실로 대단한 것이, 기존의 19세기의 역사학이 특정 시대와 인물, 사건을 바라봄에 있어서 "영웅전" "위인전"식 시각을 취하고 있었다면, 런시만 경을 위시로 한 좌파적 역사관은 그 시대의 물질적 토대, 제도적 관계, 부의 흐름, 실제 권력관계의 작용 등을 탐구함으로써 역사에서 낭만주의적인 포장을 걷어내고, 당대의 사람들이 어떤 사회관계, 어떤 동기, 어떤 욕심, 어떤 목적 등을 지니고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갔는지에 대한 실로 깊은 탐구의 지점을 제공하였다.
즉, 쉽게 말하자면, 옛 낭만주의적 역사관 아래 19세기 사람들에게는 고귀하고 우아한 귀족과 영웅적이고 고결한 기사들의 이야기가 익숙할테지만, 오늘날 대중적으로는 "조폭, 깡패와도 같은 폭력적인 귀족과 기사들, 착취와 억압을 위해 철저하게 설계 된 사회구조, 인간의 발전을 저해하는 억압적 종교, 무능과 부패 아래 신음하는 농노들"의 이미지가 훨씬 더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이미지를 정착시킨 일련의 역사연구의 성과가 다름 아닌 런시만 경을 대표로 하는 20세기 중반 좌파 역사관에서 나온 것이다.
왕, 귀족, 성직자, 농노 사이의 사회관계, 억압과 착취, 지배자의 폭력과 피지배자의 고통 등등, 이런 이미지는 2000년대 영지물은 물론 어지간한 라노베, 이세계물, 전생물, 판타지물에 너무나 흔하게 되풀이 된 것이라 신물이 날 정도임은 두말할 것도 없겠다. 대중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퍼져있는 이 이미지는, 역사학이라는 학문에 있어서는 20세기 중반의 것 -- 오늘날로부터 반세기도 넘는 옛날 이야기이다.
1990년대를 지나 21세기 들어온 오늘날 시점에서 역사학적 연구는 이미 단선적, 일원적 진보론에서 많이 물러 난 상태이며, 어느 한 사회와 집단이 어떠한 형태의 제도, 시스템, 사회관계를 만들어나가게 된 계기, 그 원인, 그 동력은 그 사회 내의 내재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본다. 즉,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 역사라는 것이 게임처럼 "A가 개발되면 B가 나오고, B가 나오면 C라는 게 나오고..." 하는 식의 테크트리 타듯 일직선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50년대 런시만 경 등 좌파 역사학에서 주목 한 경제적 관계, 계급관계, 사회관계, 권력관계, 물적토대 등등 중요성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그러한 것들이 인간 사회에 가하는 작용이 테크트리식으로 일직선상으로 배열된 것이 아니며, 단순히 그 시대의 물적, 제도적 배경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 고유의 사고방식, 정신, "심성" 등도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해나간 것으로 보는 것이 오늘날 21세기의 중세사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즉, 흔히 "삼위계"로 지칭되는 귀족, 성직자, 민중(농노)의 중세적 계급은, 20세기 중반의 역사학에서는 귀족-성직자의 연대된 지배계급이 일방적으로 민중(농노)를 착취하는 구조로 파악하지만, 오늘날 중세사 연구에서는 중세의 현실은 그 좋은 점도, 나쁜 점도 결과적으로는 "그러한 지점에서 세 계급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사회구조"라는데 해석이 집중되어 있다. 귀족이라고 해서 아무나 무작정 착취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농노들이 피눈물흘릴 수준으로 착취를 해대는 것이 귀족이라면 애초에 무슨 수로 그런 사회구조가 1천년을 버틸 수 있었을까? 종교가 아무런 이득도, 효과도 없이 새로운 생각과 발전을 막아서기만하는 민폐 덩어리라면, 그런 억압을 1천년 동안이나 민중이 그저 감내만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오늘날 역사학이 파악하는 중세의 현실은 20세기의 역사관과는 매우 다르다.
고대 제국의 붕괴는 당대를 살던 마지막 로마인들에게 "아포칼립스" -- 세상의 종말로 인식될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다. 당장, 행정체계와 관료제, 그리고 군대와 지방을 수호할 무력이 사라져버렸다. 오늘 수원 쯤에 사는 사람이 있는데, 하루 아침에 대한민국이 멸망해서 모든 관공서와 행정시설, 경찰 등이 사라졌다고 생각 해보자. 그러한 발전 된 행정체계와 관료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일상 활동은 의미를 잃고 중단되며, 그 상태가 5년, 10년도 아니고 몇 백년이 계속 되었다. 예전처럼 들어오던 다른 지방 소식도 없고, 왕래하던 사람도 없고, 사람들이 왕래하던 도로의 안전을 지킬 주체도 없으며, 물산의 생산과 교역을 통해 집적되던 부도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교환과 교역, 거래로 이루어질 수 있는 부의 집적수단이 사라지면서 모든 지방, 도시, 마을은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수단을 챙겨야 했으니, 대한민국이 사라지고, 지방 물산과 식재료 등이 반입되고 유통될 수단이 없는 그 수원 시민들은 어떻게 될까? 그 수원에서 먹고 살만한 곳으로 이동하려는데, 그 이동하는 길을 유지하는 곳도 없고, 경찰력도 없고, 도로보수도 없고.. 그냥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배움은 또한 어떤가? 학교가 사라진다. 학교를 유지할 돈을 대는 공적 주체도 없어지고, 먹고 사는 상황이 갑자기 개판오분전이 되어버린만큼 학문을 이어받을 사람도 없으며, 교사들이 더 나오지도 않고, 각종 기술력과 지식도 일제히 쇠퇴하게 된다.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살아 남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오로지 그 먹고 살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농부가 되어감은 당연한 결과이며, 그렇게 모두가 다 자기가 근거한 지방, 지역에 실질적으로 갇혀서 자급자족할 식량생산에 매진하게 되는 상황에서, 누가 그들을 보호해줄 수 있을까?
농민으로 전환된 살아남은 대중이,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게 되었으니, 그들이 바로 장원화 된 사회에서 새로이 귀족이 되는 무력집단이 되는 것이며, 그 무력집단과 농민들 사이의 관계를, 최소한 그들의 현재 상황 아래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중재하고 온존시키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 바로 성직자들이 된 것이다. 즉, 봉건족 장원사회는 그러한 물적 상황, 토대의 변경에 기반하여, 각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그 시대, 그 조건 아래 나름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각 주체가 서로 합의를 통해 만들어낸, 새로운 환경 속에서 통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의 결과라는 것이 오늘날 중세사의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당장, 그 귀족집단이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민중을 핍박하기만 한다면, 다른 곳에서 물산을 사오거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마당에 영지가 개판 되면 그 귀족 스스로부터가 굶어 죽거나 반란에 끔살 당한다(...). 비록, 고대의 행정권력과 법적 시스템은 사라졌으나, 새로 성립 된 사회의 새로운 룰, 관습법, 원칙을 따르지 않고 일방적으로 폭압을 행사한다면 당장 교회가 그것에 태클을 걸고 귀족들을 압박하고 나올 것이며, 아직 교회의 권력이 강성하던 시절이니만큼 그런 압력을 무시하는 귀족은 자칫하다간 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농노들에게 백날 착취를 해봤자 자기가 근거한 장원의 농노들을 착취하는 것은, 귀족이 귀족일 수 있는 물적 토대인 장원을 자기 손으로 파괴하는 멍청한 짓인데, 어느 세상 어느 귀족이 단순히 자기가 귀족이라는 이유 만으로 착취를 일삼을까?
농노들을 맨날 건설이니 노역이니 동원해봤자, 그 농노들이 본업을 못하게 딴데 동원된다면 결국 귀족 스스로만 손해이고, 고대와는 달리 농노들 쥐어 짜봤자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 끽해야 현물인데, 귀족이 그 현물 가득 거둬봤자 창고에서 썩기나 할 뿐이지, 고대처럼 교역이 살아있는 세상이 아니라 그거 갖고 부를 축적할 수도 없다. 귀족과 농노라는 새로운 사회관계 아래 지배계급으로 선 귀족들로 인한 착취가 당연히 존재했으나, 적어도 그 양상이 우리가 대중적으로 익숙한 -- 2000년대 양판소, 2000년대 영지물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교회와 농노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며, 농노들도 완전히 무력하기만 한 집단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당대의 "룰"에 따라 귀족과 교회와 "교섭"하고, 그들을 압박할 수단들이 존재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근본부터 일방적으로 불공정하게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면 1,000년을 갈 수는 없다.
이는, 우리가 2000년대 양판소, 이세계물 등 싸구려 판타지물에서 그려지고 있는 대부분의 귀족, 성직자, 민중 사이의 관계가 철저하게 비현실적이며, 애초에 해당 사회를 이해하는 기본부터가 결여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인식의 부족은 비단, 일부 판타지물의 작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대중적인 지식 수준, 관념과 실제 연구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2000년대 영지물에서의 주인공의 결정, 행동, 그리고 그 결과가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애초에 그 2000년대 영지물이 기반하고 있는, 해당 세계관의 기본적인 인간 관계 및 사회의 모습부터가 쉬이 납득하기 힘든, 작위적인 것이기 때문이라 할수 있다. 어떠한 시대라고 해도, 그 시대의 제도, 시스템, 관습, 풍습, 사람들의 사고방식, 보유한 지식수준조차도, 그 환경이 낳은 결과이며, 그 환경 아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최적의 수단 중 하나라는, 기본적인 이해 및 존중의 마음가짐이 없이, "열등한 것을 계도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당연히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쉬이 말해서, 현대에서 전생한 주인공이 과거 시대의 영지를 꾸린다는 것은, 오늘날로 말하자면 미국과 같은 발전 된 서방세계의 세력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들어가서 그 나라들을 현대적 개발도상국 및 민주주의국가로 탈바꿈 시키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여타 자유세계, 서방세계의 온갖 정책과 군사적 활동, 온갖 지식인들과 행정가의 수단 강구,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수 십년이 지나도 여태 못하게 있는 것이 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중동을 현대국가로 탈바꿈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생하여 "현대적 지식"을 갖고 있는 주인공은, 그렇다면 수 십년 분량의 오늘날 현대 국가의 모든 지식인과 정치가와 경제학자와 군전략가의 지혜의 총합보다도 큰 지혜를 갖고 있다는 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 중세의 역사는 어느 한 사람의 "지식"이 변화를 일으킬만큼 만만치가 않다. 설령, 2000년대 영지물의 주인공이 정말로 그러한 엄청난 천재라고 할지라도,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중세적 세계, 봉건적 환경은 당연히 향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자정작용을 갖고 있으며, 그 아래 살아가는 사람의 인식은 근본적으로 현대인과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만민평등주의나 법치주의, 자유사상 등은 어디까지나 근대 이후 프랑스 대혁명의 시점 전후에 등장한 사상적 조류이자 이념의 전환점에서 유래하는 것이지, 옛날부터 그런 동일한 사상에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라는 이념 자체에는 누구나 동의했다고 할 수는 있는데, 그 구체적 "조건"들에 대한 인식은 천차만별로 달랐다. 노예제가 생산력의 동인으로 작용한 고대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믿었으나, 그 "사람"의 조건이 달랐으며, 누구나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고대의 사고방식에서 인간은 누구나 신들이 각자에게 점지한 운명을 타고 났으며, 때로는 그런 운명 아래 천한 신분이나 노예로 태어난 사람들, 혹은 전쟁이나 재앙을 맞이하여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은 "운명"의 산물이었으며,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그 사실만으로 똑같은 자기결정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때는 그런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고방식은 기독교 세계가 들어서고 중세로 진입하면서, "신 앞에 평등"이라는 사상을 통하여 점차 소멸되어갔고, 종교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고대사의 제약된 계급구조를 벗어나 "모든 자유민은 평등하며, 최소한이나마 신의 자녀로써 가진 권리"라는 자유의 확대에 커다란 사상적 기여를 하였다. 물론, 당연히 그것도 중세적 환경 내에서의 이야기이며, 오늘날의 인권, 평등주의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은 것이었으며, 전체적으로 중세사회에서 같은 기독교민 사이의 노예제가 점차 폐지되는 움직임을 낳은 동시에, 새로운 방식의 예속, 착취관계를 통해 이념적 제약을 회피하고자 하는 구조가 생겨나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설령, 천재적인 주인공이 영지 내 만민의 이익과 평등을 주장하며 모두가 이익을 보게되는 제도를 설파한다 할지라도 당장 그 수혜자가 될 사람들부터가 그 뜻을 이해할 수도 없는데다가, 오히려 위험하고 어이없는 사악한 사상으로 배척받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오늘날에도 찾아보기 매우 쉬운데, 예를 들어, 현대 사회에 들어와 노동자 권리의 보장, 복지의 확충 등을 주장하며 노동조합주의와 노동운동 움직임이 한국 사회에도 등장했음에도, 그러한 사고방식이 자리잡기까지는 무려 반세기 가량이 걸렸다. 그 이전에는, "높은 양반들과 나랏님의 말씀"을 고분고분 따르며 시키는대로 열심히 하는 것이 평범한 "백성"의 도리였으며, 감히 "윗사람들과 맞먹으려 들면서" 불평불만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빨갱이라며 배척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의 대부분 노동자계급 스스로였던 것이다. 각자 다른 처지의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자유와 얼마만큼의 권리 등이 인정되는가 하는 생각은, 전적으로 그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또,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주장하며 사람들은 조직화하여 일을 시키고자 해도, 평범한 농민, 상공인들이 그 말을 왜 따르겠는가? 시계가 발명되고 사람의 하루 활동 및 노동을 시간 단위로 관리, 규제한다는, 오늘날에는 당연한 노동관리 방식 또한 전적으로 근세 이후의 산물이며, 그 이전까지 각자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관습적 생활리듬에 따라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노는" 방식을 매우 느슨하게 적용하는 삶을 살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조직을 짜고, 관료제를 도입하고, 간부를 임명하고 책임자를 두는 방식을 제안했을 때 그것을 처음 듣는 농민, 상공인들의 반응은 심대한 거부감및 "혹사"에 대한 반발일 수 밖에 없다. 또, 그러한 방식이 도입될지라도 생산물의 분배에 있어 농노와 귀족이 공평하게 배분한다는 사고방식은 애초에 성립될 수도 없는데, 그것은 사회 내에서 각자 신분에 따라 의무와 도리가 규정이 되며, 그 의무와 도리에 따라 자원에 대한 권한 또한 차등하게 지정되는 것이 당연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2000년대 영지물이 영지물로 성립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철저하게 역사성을 무시하고, 비역사적, 시대착오적 가치관의 투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2000년대 영지물에 등장하는 "그 세계 사람들"은 '판타지 스킨'만 덧씌운 현대인인 동시에, 그것도 온전한 현대인도 아니고 어딘가 덜떨어져서 낙후되어 있지만 주인공의 계몽과 계도를 받으면 금새 그에 맞춰 실행할 능력이 있는, 실로 괴이하기 짝이 없는 작위적 존재들인 셈이다.
앞으로 영지물이 나온다고 해도, 해당 시대, 해당 사람들, 해당 제도, 해당 관습이 "왜 존재하는지"를 존중하고, 주인공의 색다른 주장이나 사고방식에 어떻게 반발하고 어떻게 충돌해가며, 그러한 세계관의 본질적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를 설득력있게 전개하며 그 세계관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는 영지물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위에 있는 모든 서술과는 별개로 2010년대 이후 영지물은 몰락하였고, 한국 판타지 소설 시장에서는 더 이상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장르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다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2010년대에는 일본에서 내정물이라는 이름으로 영지물을 양산해대고 있다.

2.2. 2010년대 이후: 영지물의 몰락


웹소설 시장 이후 영지물은 웹소설 시장의 트렌드와 맞지 않게 되어 완전히 사장된 상태이다.
이는 당연한 일인데, 애초에 '중세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웹소설 시장에서 거의 사장되어버린 이상, 중세 판타지의 일부분이었던 영지물 역시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다만 일부의 의견처럼 영지물이 고증이 맞지 않고 허술한 등 이 문서에 적힌 영지물의 문제점 때문에 사라진 건 아니다.''' 2010년대 이후의 독자들은 판타지나 무협보다는 우리가 사는 세상, 현실을 기반으로 한 보다 적극적인 대리만족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러한 수요에 발맞춰서 현대 판타지, 레이드물, 전문가물 등의 신생 장르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어든 소위 '중세 판타지'는 그대로 비주류로 밀려나 몰락한 것이다.
물론 바로 사라진 건 아니고, 영지물은 사라지기 전까지 웹소설 트렌드와 결합하여 웹소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이 있었다. 다음은 그러한 영지물의 웹소설 시장 적응 노력들을 늘어놓은 것이다.
  • 영지물의 특성상 충성스러운 부하와 유능한 집사가 필수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주인공이 심하게 중립/악 성향으로 기울여 배신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성격일 경우 아예 이를 떼울 게임 시스템을 부여하거나 영지가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고 잘못 관리하면 죽인다고 협박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 원래는 주인공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부하들이 많았지만 트렌드가 바뀌는 과정에서 해당 속성은 주인공보다는 영지 그 자체에 헌신하는 인물들과 주인공과 철저히 계약 관계 또는 약점이 잡힌 부하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배신하거나 영지에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는 선택을 하며 주인공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며 캐릭터들의 입체성이 보다 강해지게 되기도 했었다.
  • 주위의 인물을 기용하고 신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트렌드에 맞춰 주인공의 성향이 변했어도 중립 정도는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영지민들 하나하나에게 공감하고 진심으로 평민들의 인권을 위하는 주인공은 이제 드물어졌지만 주변인만은 확실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 2000년대와는 다르게 현대인 주인공보다는 현지인 주인공을 선호하며, 현대인 천재론은 아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오지 않았다. 세계관 내부의 설정들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진행하기도 했었다.
  • 트렌드에 맞춰 회귀물 요소를 도입하기도 했다.
  • 웹소설 트렌드를 맞추기 위해 영지는 보조적으로,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며 주인공의 행보를 영지와 가신들이 보조하며 돕다가 주인공의 최종 목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거나, 아예 주인공이 방치하다시피한 영지가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었다. 오히려 영지에 매몰된 구 영지물의 특징을 너무 없애 영지가 공기가 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
  • 이전에는 주위의 영지를 점령하거나 싸우는 영지전과 자체의 영지 발전이 주 소재였지만 현재는 영지전보다는 자체 영지 발전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이었다. 주인공이 혼자 다해먹는 분야는 주로 초기 아이디어와 무력에만 한정되고 다른 분야는 인재들에게 상당 부분 이월되었었다. 주인공이 영지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면 인재를 영입하는데 노력하고, 영지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영지에 애정을 가진 집사나 몇몇 인재가 힘겹게 인재를 영입하며 주인공을 갈구고 서류더미에서 신음하는 묘사가 간간이 나오기도 했었다.
  • 하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영지물의 수요는 계속해서 떨어져갔기에, 최후반에는 한국식 이세계물과의 결합으로 현대인들간의 이세계 영지물을 찍는 형태가 나타났다. 철혈의 오버로드가 대표적으로, 이 때는 게임 시스템과 더불어 던전물이나 미궁물의 속성까지 섞은 다음 사이코패스들끼리의 배틀로얄을 찍게 된다. 보통 최종 승자가 무엇이든 빌 수 있는 소원을 가진다던가, 초월자가 된다던가 하는 설정이 덧붙은 경우가 많으며, 세계관 또한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가 아닌, 소환된 현대인들이 허허벌판인 세계에서 시작부터 스타팅 포인트를 정한다던가, 각 영지마다 특수 병과가 존재한다던가, 일꾼을 보내 자원을 채취하여 그것으로 테크트리를 올리고 업그레이드를 진행한다던가 하는 '게임'을 위해 준비된 가상공간과 흡사한 배경으로 변했다. 병사 육성이나 식량 생산을 포함한 영지 발전 대부분을 게임 시스템과 상태창으로 해결하며, 영지 경영을 위한 인재를 랜덤박스로 뽑는 등, 이쯤되면 완전히 영지물이라는 이름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사실상 스타크래프트부족전쟁, 워크래프트 3, 클래시 오브 클랜, 시드 마이어의 문명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을 소설화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작품이 된다. 이렇게 최후반에 나타난 이세계 영지물은 게임 시스템의 도입과 전략 시뮬레이션의 차용, 기존의 중세 판타지와는 동떨어진 세계관의 차용으로 기존 영지물에 제기되었던 고증이나 현실성 관련 비판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결국 유행을 타지 못하였고, 현재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이후, 게임빙의물, 책빙의물과의 결합으로 소위 '중세 판타지'가 어느 정도 세가 살아난 이후에도 영지물의 부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영지물의 강력한 대체재이자 사실상 상위호환 역할을 하고 있는 대체역사물의 존재 때문'''이다.
영지물 서사의 핵심은 '''현대인 천재론경제계획을 활용한 빠른 영지 발전'''인데, 현재 웹소설 시장에서 위와 같은 내러티브를 주로 활용하는 장르는 '''대체역사물'''이다. 현실의 역사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지식을 활용해 국가의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2010년대 이후의 대체역사물은 완전한 가공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영지물에 비해 참고할 자료도 많으며 판타지가 아닌 실제 역사 배경이기에 독자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서사'''로 느껴졌다. '''대리만족을 위한 현실성'''[58]을 중요시하는 2010년대 이후 '''웹소설 시장의 트랜드에는 판타지 영지물보다는 대체역사물이 훨씬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는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술한 것처럼 제대로 된 영지물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 조사와 적절한 고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자료 조사와 고증을 해서 판타지 영지물을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현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물을 쓰는 쪽이 훨씬 더 용이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대체역사물의 완전한 하위호환으로 전락한 영지물은 장르적인 부활에 실패'''하였고, 따라서 2020년 이후 현재 과거 영지물 수요의 대부분을 대체역사물이 대체하면서, 현재의 영지물은 회빙환과 결합한 작품이나 도서대여점 시절의 추억팔이를 의도적으로 노리는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사장되었다.

3. 일본의 내정물


일본에서는 해당 장르를 주로 내정물이라고 부르며, 이전부터 팬픽등지에서 가끔 보였던 장르였으나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이후 소설가가 되자에서 이세계물이 유행한 다음이다.
일본의 내정물 유행의 시초는 책벌레의 하극상으로 추정되며, 이후에는 고1이지만 이세계 성주로 부임했습니다, 엘프 신부와 함께하는 이세계 영주생활, 플레임 왕국 흥망기, 현실주의 용사의 왕국 재건기 등의 수많은 내정물이 소설가가 되자에서 현재도 양산되고 있으며 라이트 노벨로 활발이 출판되고 있다.
여담으로 나무위키에 등재된 영지물 작품은 한국 작품보다 일본 작품이 더 많다.

4. 작품 목록



4.1. 한국



4.2. 일본



4.3. 서구권



[1]제로의 사역마》 팬픽에서도 종종 트립퍼 영지물이 있다.[2] 사실 제갈량/업적 문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삼국지 후반부 주인공인 제갈량은 '''실제 역사에서 영지물급 행정/경제/군사적 위업을 달성한''' 유례가 드문 사기캐이긴 했다. 보통 삼국지를 참조했다는 게 이런 내정적인 부분이 아니라 그렇지....[3] 선양 과정에서 늘 빗발치던 반대여론은 중국사에서 여실히 나온다. 선양받는 측에서 아무리 그럴 듯한 정통성이나 명분을 내세웠음에도! 조조가 구석을 받자, 조조군의 일등공신인 순욱조차 이에 반발해서 대립 끝에 항의의 표시로 자결했음을 생각해보자.[4] 흉년이 들어 재정이 쪼들려서 어쩔수 없이 빌린 고리대에 시달리든가,멀쩡히 굴리던 병사들이 몬스터 급습으로 몰살당해 무장해제되든가 등등[5] 절대다수를 일반 국민으로 채우고,실제 국가전력 대다수를 이런 국민군에 의존하는 군대.이런 국민군은 근대적인 민족/국가의식이 있어야 운용할 수 있다.[6] 스위스 용병,란츠크네히트가 유명하며, 이탈리아 용병도 명성을 떨쳤다.[7] 상단주가 미녀이되 말종부하들을 통제 못해서 바지사장일 때도 간혹 있는데,결말은 똑같다.행패부리는놈은 처벌받고 여자는 하렘에 들어가고.[8] 타국 백성들이라고 해서 게으르다는 보장은 없으니까.[9] 그렇다고 노예제를 합리화할 순 없는데다 현대사회에서 노예제는 불법이고 거부감이 크니 이런 묘사 자체는 그럴듯하지만, 진행 과정에서의 갈등이 없는 게 문제다.[10] 중세에도 헤이스팅스 전투나 크레시 전투 등 보병들이 우위에 있던 사례가 있긴 하지만(헤이스팅스에서 보병들이 진 것은 잉글랜드왕이 갑자기 죽어서이지 기사가 영국 하우스칼을 압도해서가 아니었다),지형빨이 없으면 보병은 학살당하기 일쑤였다.'기사 10명은 보병1000명의 가치가 있다'는 격언이 괜히 중세를 풍미한 것이 아니다.[11] 수집하거나 주변에서 갈취하여 쌓아둔 금화, 희귀 아이템들, 그외 드래곤의 가죽이나 심장,뼈같은 육체 그 자체[12] 보통 레어 정비나 정기적인 아이템,무기,방어구 헌납 등[13] 여자 드워프는 항목을 보듯 여러가지 문제로 희귀종이다.[14] 이럴 때는 '엘프는 자기가 사는 숲만 보호받고,나머지는 설득해서 묵인해준다'는 설정이 자주 들어간다.위의 드워프도 필수요소인데, 드워프는 생업상 불 떄려고 무조건 벌채하므로 석탄이나 석유(?!라도 안 쓰는 이상 숲 개간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15] 침실에서 밤에 자고 있을때 습격이 쉬우니까[16] 로도스도전기아슈람필로테스의 암살습격이 원조로 추정됨[17] 아무튼 엘프류이니 활을 쏴도 되고,암살해야 하니 단검 등 암기류를 써도 되고, 검을 들어도 떠돌이 용병이라고 치면 되니 부자연스럽지 않다. 심지어 스태프를 들어도 된다.[18] 예로 대한민국 헌법 120조 1항, 광업법 2조를 보면 된다.[19]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한국의 녹화사업이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당시 박정희 정권이 녹화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막강한 행정력을 동원한 것도 있지만, 사업 전에 이미 연탄 보급으로 땔감수요를 확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떌감대체를 못 하면 조림을 해 봐야 밥먹으려고 국민들이 도로 벌채를 하므로 말짱 도루묵이 된다.[20] 2000년대 당시 도서대여점 독자들에게 수작이라 평가받던 영지물인 열왕대전기 역시 졸속 엔딩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21] 링크속 만화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기근이 들어 식량을 아껴도 모자랄 판국에 문어를 밀가루, 빵가루, 계란, 기름, 소스류를 사용해 먹는 요리를 해결책이랍시고 내놓았다. 생소한 식재료를 먹지 않는 문화권에 생존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식량화시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걸 단순히 굽거나 끓이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작가의 상식 수준을 의심해 볼 수 밖에 없다.[22] 사실 이런 부분은 어느 장르 문학이든 마찬가지만 2000년대 영지물은 최소한 그럴듯하게 보일 정도의 지식, 그러니까 책 몇권 정도만 읽어보면 알 수 있는 지식조차 작가가 얻으려 하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23] 다만 판타지에서 현실의 봉건사회를 고증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개연성이다. 예를 들어, 실제 역사에서 A라는 체제가 나온 후 문제가 생겨 B라는 체제가 다시 등장했는데, 판타지에서 A라는 체제가 (실제 역사에서는 B라는 체제하에서 만들어진) 사회에서 적용된다면 문제를 해결한 다른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24] 단, 이-호-예-병-형-공으로 일컫는 부서중에 병권은 전시, 평시를 막론하고 6경의 순위에 따라 병권 내부의 역할을 또 명확히 구분했다. 이는 관중이 제나라에서 보여준 정치-병권체계가 그 시효다.[25] 근데 이건 조선이 대규모 동원에 익숙지 않은 면이 컸다. 조선보다 훨씬 인구가 적었던 고려도 무신정권 당시 무신만 살아남은 결과(...)군대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졌고(물론 국방력 강화 때문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안정 유지를 위해서였다), 이 흔적이 남아 있던 고려 말기에도 홍건적의 침입 당시 20만 대군을 동원할 수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위화도 회군에서 이성계가 거느린 군대도 6만 명에 이르렀다. 침략을 목적으로 징발한 군대인데도![26] 이는 뒤에 도쿠가와가 에도막부를 세울 수 있게 되는 기반이 되었다.[27] 처음 보낸 군대는 15만. 이것들이 계속 죽어서(...)끊임없이 배로 보내 증강하였다. 물론 저 35만 명 중 실질적으로 전쟁 최전방에 있는 고니시 유키나가가토 기요마사에게 무사히 도착한 건 별로 없었다.[28] 물론 동유럽은 재판농노제 덕에 발전이 지체되지만, 보통 유럽사의 발전은 서~남유럽을 기준으로 하므로 논외로 하자.[29] 긴급사태,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전쟁이 터지는 상태라면 중국과 인도가 수천만에서 억대의 군대를 징집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말하지만 '''국가의 존망이 걸린 대전쟁'''의 이야기이며, 전쟁이 종전되자마자 대다수 군인들은 다시 생계로 돌아가야 한다.[30] 동시기 송~명이나 이슬람권 도시들은 수십만을 찍었지만 보통 2000년대의 양판소는 배경설정을 유럽에서 따오니 논외로 하자.[31] 게다가 이 사이 (비록 알자스-로렌이 완전한 독일이라기에는 무리가 있다해도) 독일을 아작 내놓은 30년 전쟁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인구가 얼마나 늘고 줄었을지는...[32] 2014년 국방백서 남북군사력 비교에서 보자면 4.8%[33] 예비전력을 포함시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34] 보통 근대 서구 행정학의 기원을 프로이센의 '관방학'(官房學)으로 친다.[35] 한명당 30발만 쥐어줘도 9천만발이며,보통 전투준비태세 때 알보병에게 지급하는 탄약은 1인당 100발이 넘는다![36] 전시에 쓸 전략물자이니 품질확보를 해야 한다.여기에 물자를 보호해야하니 벽이나 울타리를 두르고 철통 경계해야 한다.화재 등 재해에도 대비해야 한다.거기에 쌓아놓기만 해놓고 전시에 제대로 불출이 안 되면 의미가 없으니, 정기적으로 훈련을 해야한다.이게 다 돈이다.[37] 12세기 서양의 평민 평균 수명이 30세이며 오래살아야 40대다. 50세 이상은 귀족들이나 가능하다.[38] 참고 문현: 로베르 들로로 '서양중세의 삶과 생활, 중세로의 초대'[39] 1%라도 생산력이 떨어진다. 어디까지나 사회가 감당할 임계점 정도라는 뜻이다.[40] 2014년 국방백서 남북군사력 비교에서 보자면 1.26%[41] 1차대전 때 유럽 국가들이 전초에 마구 공장 노동자들을 징집하다 그만둔 게 이 떄문이다. 각 노동자의 숙련도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당장 다 끌려가면 공장을 가동할 수가 없다.[42] 2000년대 양판소의 주 배경인 중세 봉건제 시기에서 철제 갑옷 하나 제대로 만드는거는 현대에서 전차 만드는 수준과 비슷할 정도로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든 전차로 유명한 T-34조차 수백만명의 노동자가 수년 사이에 겨우 9만대만 찍어냈고, 이마저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연합국의 엄청난 물자 지원과 소련의 산업역량의 대부분을 모조리 T-34 생산에 투입해서 겨우 가능했다.[43] 행정학이나 조직론을 배웠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관료제는 분업을 기반으로 대규모 조직을 운용하는 데에 적합하지,가족 몇명이서 대충 굴리는 구멍가게에서는 크게 필요가 없다.[44] 이 부분은 보통 '땅 자체는 많지만 몬스터나 산맥,기후 등으로 실제로 쓰는 땅이 아주 적다'는 식으로 커버한다.[45] 일반 평민들조차도 반란을 일으키는데, 평민들보다 더 억압당하는 노예들이 무기까지 쥐어줬으면 반란을 안일으킬리가 있겠는가? 18~9세기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의 반란이 '내트 터너의 반란' 외에는 없다시피한 것도 철저하게 백인 노예주들이 흑인 노예들을 비무장화하고 억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46] 널리 알려진 살라흐 앗 딘의 사례를 보더라도 격무에 지친 살라딘(임금님이다!)이 지금 너무 피곤하니까 나중에 다시 오라고 하는 임금님에게 서류를 들이대며 빨리 읽고 서명하라고 윽박지른다거나, 윽박지름을 참다 못한 살라딘이 지금 잉크가 없어서 서명할 수가 없ㅋ엉ㅋ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자 '저기 잉크병 있지 않냐고 응수하는 등, 살라딘이 유별나게 관대한 인물이었음을 감안해도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누렸던 것.[47] 실제 유럽사를 공부하다 보면 바이킹 이후 북유럽 쪽은 존재감이 급속도로 떨어진다.[48] 이런 특징은 전형적인 2000년대 영지물(특히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물건들)에서 세운다는 '학교'의 설정을 보면 잘 알아볼 수 있는데, 가르치는 과목이 검술/마법/역사뿐이다. 검술과 마법은 전투원을 뽑아내는 데 쓰고, 만능형 문관 양성 과정은 대체 왜인지 '역사' 교육과정이다. 그래서 교육과정이 딸랑 저 셋 뿐이다. 심하면 모든 아동청소년의 교육을 실시한다는 설정이 있는 작품에서조차도 저 모양이다! 욕먹고 행정을 가르친다는 작품도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18세기에 나타난 것이 근대행정학이다. 따로 전문관료양성과정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전근대 유럽 어디에도 없었다.[49] 20세기 이전에는 문맹이 매우 흔했으니까[50]세종대왕도 황희, 장영실, 이천, 이순지, 정인지, 맹사성 등 무수한 인재들을 발탁 등용하고 나서야 성군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실록을 읽어보면 세종대왕 한 명이 저들을 다 합친 것에 맞먹는 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주굇수였는데도 말이다.[51] 어떤 소설에서는 청동 광석(?!)을 입으로 감별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감별이 가능하냐는 둘째치고 청동은 합금이다. [52] 적의 경제구조 자체를 무너뜨리는 건 엄연히 전략 중 하나이다.2차대전을 떠올려 보자.[53]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보면 알겠지만, 위조화폐는 어설픈 경영을 하는 사람을 속여먹기 좋은 수단이다. 게다가 그 대상이 영지 하나 딸랑 있는 기반 약한 주인공이다. 서로 위폐로 공격한다는 개념은 정작 2000년대 영지물도 아닌 김철곤의 《SKT - Swallow Knights Tales》에서 개그 에피소드로 튀어나온 바 있다.[54] 제아무리 경제를 열심히 공부해도 작가가 현실의 사업가만큼 철저한 경제스토리를 짤 수 없고, 제아무리 군사를 열심히 공부해도 작가가 현실의 장성만큼 군 문제에 통달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그쪽 전문직만큼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그냥 그 일에 종사하는 것이 더 이득이 나므로.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 사업가라고 해도 모든 걸 다 알 수 없다. 괜히 사업을 말아먹고 망하는 사업가들이 생기는 게 아니다.[55] 해당 작가는 이후 다음 웹툰에서 궁중암투, 전쟁, 정치경제를 일리아스에 도입하여 재해석한 작품인 카산드라(웹툰)을 연재하면서 이런 분야에서 상당히 뛰어난 감각과 지식, 그리고 묘사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카산드라는 현재 플랫폼 연재를 작가 사정으로 그만두고 블로그에서 지지부진 진행되고 있으며, 일라이스 자체가 이 만화 주인공인 카산드라 입장에서는 새드엔딩이기에 이쪽도 독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결말을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56] 이 때문에 석유 정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동물기름을 썼는데, 그 주된 공급처는 고래.그래서 19세기부터 수많은 고래가 포경으로 죽어나갔다.[57] 실제로 역사적인 전쟁에 든 비용을 보면 짧게는 몇 달인 전쟁에 국가의 몇년치 세액인 비용이 들어갔다. 작은 전투라도 순간적으로 드는 비용은 당장 사용가능한 비용보다 훨씬 더 많다. 일단 간단하게 보이는 것만 해도 아군이 공격하는 정복을 전제로 병사들의 봉급, 식량, 무기, 군마, 텐트, 요새or목책등의 물자등등을 구입하는데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고 이걸 관리하고 운송하는데 드는 추가 인건비에 전쟁에 맞춰 솟아오르는 물가에 전쟁으로 사람과 군마등이 죽고 장비와 땅등이 훼손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인한 손해액에 유행병, 돌림병등이 돌 때에 병을 고칠 비용같이 여러갈래로 또 빠지는 추가비용등등 평소에 이것저것 많이 쌓아두던지 어떻게 순간적인 비용증가를 감당할 경제 구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까놓고 말해 가난하면 전쟁이고 뭐고 아무 것도 못한다.[58] 이 현실성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스토리가 전개되고 영향을 주는 토대가 현실인, 즉 대리만족의 무대가 동떨어진 이세계에서 보다 직접적인 현실로 옮겨진 점도 있고, '갑-을,사이다 클리셰'처럼 현실의 문제를 강하게 반영하는 의미 등도 있다. 인과관계나 현실적인 반영만으로 보기엔 복합적인 의미의 현실인것이다.[59] 1부는 영지물이 전혀 아니다. 2부 시점에도 영지물의 특색이 나오기 시작하긴 하지만 본격적인 영지물 시작은 3부부터. 그것도 주인공 마인이 영주가 아닌데다 어리고 책에 관련되면 폭주하는 특성상 다른 영지물들과도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