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IFA 월드컵 남아프리카 공화국/16강
1. 개요
유럽은 총 13개국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줄줄이 탈락하며 16강에는 잉글랜드, 독일,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포르투갈, 스페인 단 6개국만이 올라왔다. 게다가 16강 경기 중 3경기가 유럽 vs 유럽. 그러니까 '''이 중에 또 반은 무조건 탈락한다'''는 이야기.
남미는 본선진출 5개국이 모두 16강에 오르는 초강세를 보였다(10승 4무 1패, 22득 6실). 특히 칠레를 제외한 4개국은 모두 조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톱시드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1] 게다가 유럽과 같은 참사도 브라질 vs 칠레를 제외하면 일어나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홈대륙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개최국 남아공이 첫 개최국 1라운드 탈락을 하는 등 펠레의 저주가 작렬하며 6개국 중 가나 단 1개국만이 진출했다. 그나마 가나도 조별리그 성적이 영 신통찮아서...
아시아는 월드컵 조별리그의 승점셔틀이란 오명을 마침내 벗어내고 원정 월드컵 첫 복수팀 16강이라는 감격을 맛보았다.[2] 4개국 중 한국, 일본 2개국이 진출했고 호주도 독일전을 제외하면 괜찮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유럽보다 높은 진출률이다.
북중미는 3개국 중 16강 단골로 자리잡은 멕시코와 미국이 이번에도 무사히 안착했다.
오세아니아는 단 1개뿐인 출전국 뉴질랜드가 비교적 선전했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하며 오세아니아 대표 출전국의 2대회 연속 16강[3] 은 이루지 못했다.
1.1. 1경기 : 우루과이 2 VS 1 대한민국
조별 예선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A조 1위로 16강에 자력 진출한 우루과이와 천신만고 끝에 B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한국간의 경기.
선발 라인업은 조별예선 내내 선발로 출전하며 욕이란 욕은 다먹은 염기훈이 라인업에서 빠지고 당시 포항에서 활약하던 김재성이 선발로 출전했다는 점이 특이점.
한국은 초반 박지성의 단독 돌파 등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박지성이 얻어낸 프리킥을 박주영이 멋지게 찼으나 골포스트를 맞고 흘러나왔다. 그 이후에는 양팀이 번갈아가며 공방전을 벌였다. 그러나 전반 8분 디에고 포를란이 올려준 크로스를 골키퍼 정성룡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흘렸다. 그 상황에서 이영표를 위시한 수비수들이 후방에서 쇄도하는 루이스 수아레스를 놓치며, 수아레스에게 골을 허용한다.[4] 이후 우루과이는 수아레스가 부당한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고 뒤이어 페널티박스 안에서 기성용 팔에 공이 맞는데도 주심이 생까는 등 여러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으나 골은 기록하지 못하고 전반을 1:0으로 마치게 된다. 하지만 한국도 차두리의 중거리슛과 박지성의 돌파 등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희망을 키웠다. 실제로 전반 볼 점유율도 한국이 우루과이보다 앞섰고 골 찬스도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특히 박지성은 이날 거의 이니에스타+차비를 보는 듯한 인생경기급 맹활약을 펼쳐보이며 본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월드컵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박지성은 혼자서 우루과이의 미드필더진을 흔들고 다니고, 헤딩슛으로 골대를 위협하는가 하면, 측면을 단독 드리블로 돌파하고 크로스까지 올리는 등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다.
우루과이는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만 해대며 선취골을 지키려 하였고, 한국은 이런 우루과이의 골문을 열기 위해 후반 16분 이른 시간에 김재성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하는 등 영혼을 담아 공격한다. 물론 우루과이가 수비적으로 운영한 면도 있지만 '''한국은 우루과이를 압도하며 주도권을 잡고 맹공을 퍼부었다.''' 후반 23분, 기성용이 프리킥을 올리고 비토리노가 헤딩으로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것을 이청용이 달려들며 헤딩, 동점골을 기록한다. 이청용의 월드컵 2호골. 이 대회에서 최초로 우루과이의 골문을 연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루과이는 이청용에게 골을 먹히기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5] 대한민국 골문을 위협했고, 결국 후반 37분, 아까 골을 넣었던 수아레스가 잘 감아찬 슛이 '''골대에 맞고 들어가고 말았다.'''[6]
우루과이는 다시 수비를 단단히 하며 골문을 걸어잠갔고 한국은 후반 41분 이동국이 박지성의 대지를 가르는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일대일 찬스를 헛발질로 무산시키며 경기가 종료되었다. 이동국의 발에 자블라니가 잘 감기지 않았는데, 이동국이 밝힌 바로는 '비가 와서 '''일부러''' 깔아 찼다'고 한다. 거기에 우루과이의 무슬레라 골키퍼가 알을 깐 뒤 궤도가 바뀌어서 골문 바깥쪽으로 향한 것. 이 슈팅 한 번으로 이동국은 온갖 비난을 받았다. 정작 우리는 2002년 이후로 16강을 두 번째로 간 것인데 말이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상대 공격수인 루이스 수아레스를 막아내지 못하고 두 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반의 박주영의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나간 것과, 후반전 우루과이를 가두고 패는 와중에 박주영, 이청용, 이동국에게 연이어 찾아온 골키퍼와의 1:1 찬스를 모두 날린 것이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말 쓰라린 장면이었다. 경기후 허정무 감독은 '운이 없었다'라고 아쉬움을 털어놓았고, 우루과이의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은 "운이 좋았다"라며 한국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수아레스 역시 두 번째 골은 공을 찬 본인도 들어갈 줄 몰랐었다고. 그만큼 종이 한 장 차이였던 경기. 박지성도 경기 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잡지 못해 아쉽고 본인의 마지막 월드컵이 끝났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만약 한국이 8강 진출했다면 다음 경기가 가나전이었던 만큼 2번째 4강 진출에 희망을 걸어볼 만했다.
특히 후반전 도중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결국은 수중전이 되어 그렇지 않아도 점점 경기 조건이 나빠졌고 이에 당시엔 기량이 만개하기 전인 기성용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정무 감독은 후반 16분 김재성 > 이동국, 후반 40분 기성용 > 염기훈 카드만 쓰고 교체 카드 한 장을 남겨뒀었다. 조커로 쓰려고 데려간 안정환이나 유망주로 데려간 이승렬 등이 벤치에 있었지만 허정무 감독이 카드를 아낀 이유는 어떻게든 한 골 넣고 승부차기까지 간다는 복안으로 승부차기에 극강인 이운재 카드를 마지막까지 쥐고 기다렸던 것.
이동국은 경기 전 '''"12년을 기다려 왔는데 며칠을 못 기다리겠는가. 꼭 골을 넣겠다"'''라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은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루었고, 그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뛰었고, '''투혼'''을 보여주었다.
덧붙여 이 경기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이 치른 경기 중, 심판진의 판정이 이상하단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주심 '볼프강 슈타르크'의 판정은 딱히 어느 한쪽에 편파된 판정은 아니었으나, 심판이 카드를 줄 상황을 안주고, 페널티 킥을 선언할 상황을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던 경기였다. 우루과이를 위한 오심 연발이라고 비난하는 이도 있는데, '''전반 26분 수아레스의 1:1찬스가 오심으로 인한 오프사이드로 무산되고 기성용의 핸드볼 반칙을 그냥 넘어간 것'''을 상기하자. 편향된 오심이라기보다는 정말로 나는 관대하다 모드로, 우루과이든 한국이든 대범하게 이런저런 반칙들을 그냥 넘어간 거든지 아니면 눈이 영 좋지 않아서 못 보고 넘어간 것 같다. 결론은 오심이라기 보다는 직무유기. 실제로 차범근도 "심판이 관대하네요!" 라고 하기도 했다. 이는 우루과이 언론 쪽도 마찬가지.
사실, 이 시합의 주심은 U-17 청소년대회에서 한국에게 좋게 판정해준 심판이라며 언론과 몇몇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번에도 기대(?)를 받았으나 경기 끝난 후 까임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네티즌 수사대들은 필사적으로 그의 트위터는 물론 각종 신상명세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째 잘해주고도(?) 욕 먹는 상황. 굳이 잘못한 사람을 찾는다면 선제골 상황에서의 정성룡의 크로스 처리 미숙과 한국 수비진의 집중력 부족이었다.
이 경기의 SBS 중계는 클로즈업 선수들의 번호 이름 포지션 등의 자막이 거의 없어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했다.
한편 판정의 괴랄함으로 경기가 혼돈으로 빠진 것을 제외하면 정말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의 치열한 승부'''를 보여줬기 때문에 경기 자체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우루과이가 무난히 이기겠거니 예상하며 경기를 지켜본 해외팬들도 의외의 명경기와 한국의 기대이상의 경기력에 호평을 보냈다. 또한 한국 미드필더들의 수준은 세계에서 손 꼽을 수준이라는 것도 위안. 우루과이의 감독 타바레스도 월드컵에서 가장 힘든 경기가 한국과의 16강전이었다며 회고할 만큼 이 날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와 경기력은 크게 호평받아 마땅하다. 다만 수비수들이 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라는 상당히 나이 많은 인물들로 구성됐을 정도로 수비 문제는 고질적이어서 추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되었다.[7]
월드컵 4위에 골든볼까지 받은 선수와 훗날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되는 선수를 보유한 상대로 엄청난 경기력으로 정말 아깝게 패했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흔히들 말하는 '졌잘싸'의 표본 같은 경기로 평가된다.[8] 시간이 지날수록 허정무호의 경기력과 스쿼드가 재평가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되는 경기.
여담으로 이 경기 중반까지를 예언한 글은 한국이 16강 확정하기 전에 등장했다. 6월 22일.
한편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가장 먼저 한국 진영으로 달려와 박지성과 유니폼을 교환하는 장면이 알려져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수아레스는 경기 후반에 교체되어 나간 뒤 벤치에서 긴 트랙수트 차림으로 있다가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박지성에게 달려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또한 경기 후 우루과이 선수 4명이 저지를 교환하러 한국 대표팀 라커룸을 찾아왔다는 후일담도 있다. 사실은 경기장에서 교환하려고 했는데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은 상태여서 차마 바꾸자는 얘기를 못했다고 한다.
1.2. 2경기 : 미국 1 (a.e.t.) 2 가나
경기 시작 후 불과 4분만에 가나의 케빈 프린스 보아텡이 문전으로 쇄도해가면서 그대로 중거리슈팅, 선제골을 가져갔고 케빈 프린스 보아텡에게 공을 뺏긴 리카도 클락은 전반 29분 바로 교체됐다. 미국은 어떻게든 만회를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기회를 날려먹었고, 가나 또한 안드레 아이유를 앞세운 왼쪽 공략으로 추가득점을 노려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공방이 오가던 후반 15분, 클린트 뎀프시가 가나측의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공을 몰고 갔다가 조나단 멘샤에게 태클을 당해 넘어졌고 미국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키커로 나선 미국의 레전설, 랜던 도노반은 침착하게 동점골을 성공시켰으나 이후 양팀 모두 추가 득점없이 지루한 공방을 이어나가며 경기는 그대로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연장 전반 2분, 가나측 수비가 길게 걷어낸 공을 미국측 진영에서 받은 아사모아 기안이 그대로 문전까지 쇄도, 골을 꽂아넣었다. 이로 인해 통합 3득점이 되어 득점 공동 1위에 등극. 사실 이전에 넣었던 두 골이 다 페널티킥인지라 스트라이커로써의 체면이 좀 살지 않았던 상태였지만 이 필드골을 터뜨리면서 자존심을 살렸다.
2:1로 앞서나가는 상황이 된 가나가 침대축구를 구사한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물론 2:1 상황이 되어서 마음놓고 드러누운 감은 있지만 연장전이면 사실 드러누울 만도 하다. 게다가 미국과 가나는 복싱으로 치면 노가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서로 미친 듯 공방을 퍼부어댔으니 체력 소모도 엄청났다. 가나가 1: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대세와는 달리 잠그는 운영을 하지 않았으니 후반에서 잔디에 드러누운 건 침대라기보단 정말로 드러누운 거라고 보는 편이 맞다.
다급해진 미국은 골키퍼 팀 하워드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팀 하워드는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돌입한 무렵 도노반의 코너킥이 가나의 골대 근처로 날아오자 가나의 골키퍼 리차드 킹슨과 함께 골키퍼끼리 공중볼 경합을 펼치는 해괴한 장면을 만들어냈으며, 상대편 골대임을 망각하고 골키퍼의 본능으로 무의식 중에 펀칭을 사용해 공을 치려는 바람에 하마터면 파울 판정을 받을 뻔했다. 두 나라 골키퍼들이 동시에 마주보며 펀칭을 하는 장면은 어떤 의미에선 명장면이었다.
이러한 투지에도 불구하고 연장 후반까지 마무리되면서 2:1로 가나가 승리,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던 미국은 여기서 너무 일찍 미드를 마무리짓게 됐다. 뭐 너무나 할리우드 영화같이 올라와서 지긴 했다.
1.3. 3경기 : 독일 4 VS 1 잉글랜드
전반 19분, 골키퍼 노이어의 골킥을 받은 클로제가 그대로 잉글랜드의 골대로 쇄도해오며 슛을 날렸고, 잉글랜드의 골키퍼 제임스가 이를 막기 위해 앞으로 나왔지만 클로제의 슛이 잉글랜드의 골망을 흔들며 독일이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그리고 31분, 뮐러의 패스를 받은 포돌스키가 왼쪽에서 절묘한 각도로 슈팅을 날려 추가 득점, 독일이 2:0으로 앞서나가면서 전세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잉글랜드는 데포 등을 앞세워 역습을 노렸으나 탄탄한 독일의 수비진에 저지당했으며 예전 경기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웨인 루니는 이번에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되레 수비수인 업슨이 전반 39분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흐름을 되돌렸다.
흐름을 탄 잉글랜드는 램파드의 강렬한 중거리 슛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키나 싶었지만, 크로스바에 맞고 수직으로 튕겨내려왔다가 다시 위로 튕겨올라 크로스바에 맞고 떨어지는 공을 노이어가 잡아내는 마치 게임 알카노이드에서나 연출될 법한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고, 분명 크로스바에 튕겨 떨어졌을 때 공이 골라인을 넘어 골대 안으로 들어갔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은 골을 선언하지 않았다. 조별리그 H조 스페인 VS 칠레전에 이어 이번 월드컵 최악의 오심이 작렬하였다. 뒤늦게 문제의 장면을 재생한 결과 골라인을 넘어간 것이 확인되었지만 이미 판정을 되돌리기엔 늦었다. 심지어 해외에서는 1966년의 업보 때문에 꼴 좋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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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영국의 중계 캐스터는 충격과 공포를 감추지 못하고 아래와 같은 반응을 토해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잉글랜드는 빠른 시간 안에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인지 최종 수비수를 하프 라인 부근까지 끌어올리는 공격적인 전술로 나섰지만, 그것이 이후 벌어진 실점의 빌미였다.'''ANOTHER FOR ENGLAND AMAZING! WHAT A CHIP BY LAMPARD! NO! THE REF RULES IT OUT! WHY? It's clearly a foot over the line after coming back down off the underside of the bar! Terrible, terrible decision!(잉글랜드의 어메이징한 추가골! 램파드의 절묘한 슛! 아니! 심판이 {크로스바를 맞고} 아웃{즉 노골}을 선언하는군요! 왜죠? 분명히 크로스 바 밑을 맞고 골라인을 넘어간 후 나온 공인데요! 참으로 최악의, 최악의 판정이 아닐수 없습니다!)'''
후반 21분, 잉글랜드의 프리킥을 막아내고 수비진이 비어있는 틈을 타서 공을 몰고 들어온 슈바인슈타이거의 패스를 받은 뮐러가 독일의 세 번째 골을 기록했다. 뮐러는 이어서 24분, 또 공격에 집중하느라 수비가 비어있던 틈을 타서 공을 몰고 들어온 외질의 패스를 받고 독일의 네 번째 골을 기록, 잉글랜드에게는 더 이상의 꿈도 희망도 전부 다 사라졌다.
조 콜과 헤스키를 교체 투입하면서 어떻게든 역습을 노린 잉글랜드였지만 그러기에는 람반장이 버티고 있는 독일의 수비가 너무 단단했으며, 스코어 차이마저도 심하게 컸다. 전반 램파드의 중거리슛만 골로 인정됐어도 분위기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덧붙여서 램파드는 전반전의 중거리슛이 노골 판정이 되면서 최다 슈팅 무득점 기록을 타이가 아닌 단독으로 세워나가게 됐다.
독일은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잉글랜드를 4:1로 발라버리는 위엄을 보여줬다. 미하엘 발락이 부상으로 월드컵 참가가 무산되었을 때에는 많은 걱정들이 있었으나, 외질과 케디라, 뮐러 등 젊은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하나인 존 테리를 중심으로 하는 잉글랜드 수비진을 완벽하게 쌈싸먹고 제롬 보아텡은 잉글랜드의 공격을 잘 막으며 세간의 우려를 비웃었다.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이탈리아와는 사뭇 달랐다.
그리고 대표팀에만 오면 갑자기 각성하는 포돌스키와 클로제 또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독일의 승리에 일조했다. 그리고 독일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후 56년간 15회 연속으로 월드컵 8강에 진출'''하는 대기록도 수립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팀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간 가운데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독일은 3회연속 4강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02, 2006, 2010)
잉글랜드가 16강이나 8강에서 탈락하는 모습이야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 정도의 압도적인 스코어 차이로 패배한 적은 좀처럼 없었기에 충격은 크다. 웨인 루니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램파드는 여러 차례 강력한 중거리슛과 좋은 패스를 보여주며 공격을 이끌었으나 '''회심의 알카노이드 슛으로 얻은 골을 심판진에게 강탈당하며''' 불운에 울어야 했다. 만약 그 골이 인정되어 스코어가 2:2가 되었다면 경기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업슨의 만회골이 36분 49초쯤에 나왔고, 1분도 지나지 않은 37분 45초 쯤에 바로 렘파드 슛이 나왔다'''. 만일 이게 골로 인정되었다면 독일 입장에서는 1분만에 2골을 먹힌거니 멘탈이 흔들렸을 가능성이 높다.
수비진도 총체적 난국을 보였는데, 매튜 업슨은 클로제를 잘 막지 못했고 존 테리도 외질과 포돌스키 등 독일의 빠른 선수들을 상대하는데 애를 먹었다. 스코어가 벌어진 후에는 조직력까지 와해되는 모습을 보였다. 부상으로 빠진 리오 퍼디난드의 빈 자리가 유난히 커 보였던 경기. 하지만 부상으로 따지면 독일 측이 부상당한 선수가 더 많다. 발락만 없는게 아니라 롤페스 등 부상으로 빠진 선수가 많다. 케디라와 슈바인슈타이거의 백업 자원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어쨌든 앙숙이자 라이벌인 독일에게 참패를 당하며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구겼고, 월드컵 진출국 감독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으며 팀을 이끌던 ‘우승 청부사’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에 큰 흠집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제라드, 제임스 등은 오심 이전에 독일에게 경기력이 밀린 것을 인정하였다. 완파당한것을 단순히 오심탓만으로 돌릴수는 없다는듯.
그리고 과학동아에서 당시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왔는데 '''특정 위치에서는 골라인을 넘은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주심이 이 특정 각도에서 목격하고 판정을 내린 거라면 기가 막힌 운명의 장난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여담이지만 만약 단순 계산으로 잉글랜드의 골을 인정한다면 스코어는 4 : 2. 이래저래 1966년 월드컵 결승전을 생각나게 하는 상황이다.
한편 영국의 '''어떤 지방'''에서는 잉글랜드가 탈락하자 환호를 했다.(...)
이 경기에서 발생한 희대의 오심으로 인해 2006 FIFA 월드컵 독일 때부터 문제가 제기되어 왔던 오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카메라 판독이나 FIFA의 심판 제도 변화 논의 등 각종 개선 사항이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는 오심 행진이 줄을 잇고 있으며[9] 그로 인해 심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상한 상황. FIFA는 일단 위 사항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하니, 한 번 지켜보도록 하자.
결국 이 오심 사건을 계기로 FIFA는 공인구에 칩을 내장하여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는 순간 심판에게 즉각적으로 알려주는 기술을 구상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골라인 판독기술(Goal-line technology)'''. 골라인 판독기술은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에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공인구 안에 칩이 내장되어 있고 주심은 자기 손목에 스마트 워치 같은 디바이스를 장착한다. 공이 골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디바이스에 'GOAL'이라고 즉각적으로 표시되어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아도 바로 골을 선언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골이 다다음 대회에서 연출되었지만 이때는 골라인 판독 기술 덕분에 즉각적으로 제대로 된 판정이 나올 수 있었다.[10]
1.4. 4경기 : 아르헨티나 3 VS 1 멕시코
2006년 월드컵 때와 같이 16강에서 만난 두 팀. 언제나 그랬듯이 경기 초반 리오넬 메시의 움직임은 수비수들의 집중마크에 봉쇄당하고 멕시코는 에르난데스와 도스 산토스가 아르헨티나측에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면서 대등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경기가 치열하게 진행되던 전반 26분, 메시가 상대 진영에서 흘러나온 공을 잡고 달리다가 스루패스를 찔러주자 이를 받은 테베즈가 골대까지 공을 몰고 들어가던 도중 페레스 골키퍼에게 저지당해 공을 흘렸다. 이렇게 흘러나온 공을 메시가 로빙슛을 쐈고 테베즈가 이를 헤딩, 골로 연결했지만 헤딩을 할 때 테베즈는 완벽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이에 멕시코 선수들은 경기가 재개되기 전에 거세게 심판판정에 대해 항의했지만 주심은 이를 묵살하고 그냥 득점으로 인정해주는 쿨한 오심을 선보였다. 바로 전 경기인 독일 vs 잉글랜드 경기에서도 경기의 흐름을 뒤바꾼 치명적인 오심이 나왔던지라 씁쓸한 상황. 이 골을 넣은 테베즈는 가만히 놔둬도 들어갈 볼을 억지로 건드렸다고 '''스탯덕후'''라고 까였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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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그럭저럭 버티다가 오심으로 1골을 내준 멕시코는 침착함을 잃으며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전반 32분, 오소리오가 자신측 진영에서 토로스에게 공을 준다는 것을 너무 약하게 차버리는 바람에 달려오던 이과인이 그대로 이를 가로채 골키퍼를 제치고 골로 연결시켰다. 2:0. 이 와중에 멕시코 선수들은 마르케즈가 같은 팀인 메시에게 거친 파울을 범하는 등,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수비실책까지 더해진 멕시코는 후반전에서 진정은 커녕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으며 후반 6분, 테베즈의 멋진 중거리슛이 작열하며 3:0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골 자체는 멋졌지만 전반전의 오심골을 생각하면 어째 경애하는 감독님의 과거가 생각나는 묘한 상황. 3골을 넣은 아르헨티나는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였는지 공격은 전방의 공격수 2~3명에게 모두 맡겨두고 수비 라인을 내리며 방어에 들어갔다.
큰 활약을 보여준 테베즈가 들어가고 노장 베론이 들어온 뒤 얼마 지나지 않은 후반 25분, 토라도의 패스를 받은 퍼거슨의 선택 에르난데스가 진행방향으로 턴하며 슛, 멋진 만회골을 터뜨림으로써 멕시코에 희망의 불꽃을 되살렸다. 하지만 1골을 허용한 아르헨티나는 그대로 수비를 굳히고 침대축구까지 동원, 끝내 3:1로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첫 골이 오심에 의해 터져버렸으니 멕시코는 그야말로 폭발 1초전 상황. 경기가 끝난 뒤 멕시코 선수들은 집단으로 심판진에게 항의했으며, 한 선수는 주심과 유니폼 교환을 제안하기도 했다.
찝찝하긴 했지만 16강전에서 멕시코를 꺾은 아르헨티나는 8강전에서 독일과 조우하며 2006 월드컵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재현했다. 심지어 승패까지.[12]
1.5. 5경기 : 네덜란드 2 VS 1 슬로바키아
네덜란드는 카메룬전에서 짤막하게 교체투입됐던 로번을 선발출장시켰는데, 로번은 부상을 극복한 듯 연신 활발하게 움직이며 슬로바키아를 위협했고 끝내 전반 18분, 스네이더의 패스를 받은 뒤 볼을 몰고 슬로바키아측 진영까지 들어와서 수비수들 사이로 낮게 깔아차는 왼발 슛 을 날리며 선취득점을 올렸다.
선취득점을 뺏겼음에도 슬로바키아는 침착하게 경기에 임하는 가운데 간간히 함식과 비텍이 공격에 나섰고 네덜란드는 슬로바키아의 젊은 미드필더진으로부터 이어지는 역공이 신경쓰여서인지 함부로 공격을 나오지 않으면서 남은 전반전은 꽤 루즈한 양상이 되었다.
후반이 되자 네덜란드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로번, 반 봄멜, 판 페르시, 스네이더, 카윗 등이 번갈아 위협적인 슈팅을 날려댔으며 슬로바키아도 스토크가 두 번의 슈팅을 날렸지만 두 번 다 스테켈렌부르흐 골키퍼에게 막혔다. 게다가 비텍의 슛은 하늘을 갈라버렸고...
후반 39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찬 프리킥을 슬로바키아측 진영에 있던 카윗이 그대로 받았고 공을 몰고 왼쪽으로 들어오던 카윗을 막기 위해 무차 골키퍼가 나왔지만 중앙으로 돌진해 들어오던 스네이더가 카윗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었다. 2:0.
후반전 추가시간마저 다 끝나갈 무렵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몰고 들어오던 야쿱코에게 스테켈렌부르흐가 태클을 가하면서 경고를 받았고 슬로바키아측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하지만 비텍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킴과 동시에 경기가 종료되면서 2:1로 네덜란드가 승리, 8강에 진출하게 됐다. MOM은 아르연 로번이 가져갔다.
비록 팀은 탈락했지만 마지막 페널티킥으로 비텍은 4득점을 기록했다.
1.6. 6경기 : 브라질 3 VS 0 칠레
비엘사 감독에 힘입어 화끈한 공격축구로 거듭난 칠레지만 지역예선에서 브라질에게 발목을 잡혀 2위를 차지했었고, 상대전적으로 봐도 브라질에게 불리한 상황. 게다가 수비의 핵심이었던 폰세와 에스트라다, 메델이 스페인과의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얻은 레드 카드 및 경고 누적 등등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햄스트링 부상의 여파로 많은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던 움베르토 수아소는 선발로 투입되어 풀타임을 소화해냈다.
브라질은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엘보 어택으로 퇴장당하는 바람에 포르투갈전을 뛰지 못했던 카카가 선발로 투입되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고, 덕분에 브라질의 공격은 포르투갈전에서의 기대 이하였던 모습을 벗어나 연신 매섭게 칠레를 몰아붙였다. 칠레도 빠른 공수전환을 앞세워 많은 공격 찬스를 잡았지만 브라질의 탄탄한 수비에 모두 가로막혔다.
칠레도 브라질의 공격을 잘 막아내긴 했으나 공을 계속 라인 바깥으로 걷어내면서 브라질에게 숱한 코너킥 찬스를 줬고 끝내 전반 33분, 브라질의 여섯 번째 코너킥 상황에서 주앙의 헤딩골이 터졌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은 전반 38분 카카의 패스를 받은 루이스 파비아누가 브라보 골키퍼를 뛰어넘고 골을 넣으면서 브라질은 순식간에 2: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후반전의 브라질은 루시오, 마이콘, 바스토스 등의 수비라인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이며 수비에서 순식간에 공격으로 전환되는 정교한 패스와 개인기로 더 무섭게 칠레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14분, 세자르의 골킥을 길게 걷어낸 칠레 수비수의 공을 받고 그대로 칠레측 문전까지 공을 몰고 쇄도해온 하미레스의 패스를 받은 호빙요가 브라질의 세번째 골을 기록했다.
칠레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곤잘레스 대신 발디비아를 투입, 공격을 가다듬었지만 역시 브라질의 수비에 다 차단당했고 그나마도 발디비아나 수아소, 보세주르가 날린 슈팅은 번번이 세자르에게 막히거나 골대를 벗어났다.
결국 3:0으로 경기 종료. 이변은 없었다.
1.7. 7경기 : 파라과이 0 (a.e.t. 5 : 3 PSO) 0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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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관람석. 이 사진이면 모든 경기 관전평이 요약될 수 있다.
120분 내내 전 세계의 축구 팬들을 잠들게 만든 경기였다. 120분 경기에서 나온 양 팀의 유효슈팅 수가 '''6:3'''이니 '''양 팀 통틀어 평균 15분(!)에 한 번꼴로 유효슛이 나왔다는 뜻이다. 심지어 UEFA의 회장인 미셸 플라티니마저 정몽준 FIFA 부회장 옆에서 꾸벅꾸벅 조는 노습을 보이기도 했다.[13] . 축구 경기를 일종의 축제처럼 취급하는[14] 터키 축구 팬들이 보기에는 자기들의 정신과 맞지 않는 경기 내용이 나와서 사리를 쌓고 암에 걸릴 법한 경기. 이들에게는 차라리 한국 vs 우루과이전이 더 재밌게 보였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경기 전날 출연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머리'''로는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의 선전을 기원하는 동시에 '''가슴'''으로는 파라과이를 응원했다.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준 양 팀'''의 사상 첫 8강 진출을 노리는 맞대결. 일본은 조별예선에서 보여준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을 그대로 들고 나왔는데 문제는 이 전술에 제대로 당한 덴마크를 교훈삼아 '''파라과이 역시 같은 전술을 가지고 나왔다는 것...''' 그리고 전 세계 축구팬들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과연 양 팀의 수비력은 대단'''했으나, 공격력은 막장 수준인데다 애초에 공격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일본은 덴마크전과 마찬가지로 프리킥 찬스를 얻으려 하지만 파라과이는 그 것을 알고 있는지라 초반 2연속 프리킥 골에 무너진 덴마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수비템포를 조절하고 일본의 카운터에 대비하여 몇 차례 찬스를 제외하곤 적극적으로 공격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결과는 '''아주''' 루즈한 무재배 경기.
일단 수비력에선 양팀의 센터백, 일본의 툴리오, 나카자와 듀오는 적절한 커버 플레이와 지역방어를 통해 파라과이의 역습 상황에서 찬스를 내 주지 않았고, 파라과이의 슈팅에는 나카자와와 나가모토의 허슬플레이가, 거기에 가와시마의 선방이 더해져 '''좋은 수비력'''을 선보였다. 포백 수비가 지공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아 전혀 열리지 않은 것도 칭찬할 만 했다. 파라과이는 다 실바와 알카라스가 지능적인 파울로 일본의 공격기회를 저지했고, 일본의 역습시 다 실바의 커버플레이는 오쿠보, 혼다 등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하게''' 했다.
일본은 원 톱으로 나선 혼다 게이스케가 다 실바 등에게 협력수비를 당하면서 제대로 된 연계 플레이를 하지 못했고, 앞선 조별 예선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프리킥만으로 2점을 뽑아냈던 일본을 경계해서인지 파라과이 수비측도 일본에게 되도록 프리킥을 내주지 않는 방향으로 수비의 강도를 조절했다. 파라과이는 남미축구답게 뛰어난 개인기를 보여주며 일본측을 공략해보려 했지만 일본의 골대 앞 밀집수비 및 가와사키 골키퍼의 선방, 산타 크루즈의 '''염발 작렬''' 등으로 득점 찬스를 번번히 놓쳤다. 끝내 두 팀의 승부는 연장전에서도 가려지지 않았고 '''이번 대회 최초'''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첫 턴을 가져간 파라과이의 바레토, 바리오스, 리베로스가 차례로 골을 넣었고 일본도 엔도와 하세베가 골을 성공시켰지만 세번째 키커인 고마노가 그만 크로스바를 때리는 실축을 날리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일본의 네번째 키커인 혼다도 골을 성공시켰으나 파라과이는 나머지 키커인 발데스와 카르도소가 모두 골을 넣으면서 다섯 번의 슛을 모두 성공, 5:3으로 힘겹게 일본을 꺾고 사상 첫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반면 일본은 터키에게 밀려 8강 진출이 좌절되었던 2002년의 전철을 또 한번 밟고 말았다.
하지만 이 날의 파라과이의 경기력을 봤을 때는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개관광을 탈 것'''이라는 게 지배적.
경기 직후 외신들 역시 덴마크전에서 보내주었던 찬사 대신 '''"승리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도전적인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길 의지가 없었던 경기"''', '''"초반 20분을 빼곤 볼 게 없었던 경기'''(영국의 더 선)", '''"하품 나오는 경기(...)'''(이탈리아의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라며 혹평 일색. 명실공히 이번 대회 최악의 16강전으로 기록되었다. 오죽하면 조별리그 E조 1차전(vs 카메룬)의 참새처럼 이 경기의 진정한 MOM은 전 세계에서 이 지루한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사람들이라는 관전평이 있다.
넷상에서는 주한 파라과이 대사관의 게시판이 축하글로 도배가 되었으며, 고만호라는 사람의 싸이가 털리기도 했다.
이날 SBS 배성재 캐스터의 개그포텐이 제대로 터졌다. 실수로 공이 두개가 들어오자 공이 두 개가 돼야 무슨일이 날거 같다고 그런다던가, 90분 내내 수비 칭찬하는 것도 힘들다던가, 연장전 전후반 모두 봐야 된다며 피곤하다는 듯이 툭툭 날려대는 멘트가 빵빵 터지게 만들었다. 차범근 해설위원도 '''90분동안 수비조직력만 칭찬하기도 힘들거든요''', 남아공 경기도 아닌데 끝날 때쯤에 갑자기 부부젤라소리가 커졌다며 관중들도 잘좀하라는 거 같다, 남의 나라 경기여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타오르지 않는다며 디스를 걸어댔다. 나중에는 16강 경기는 항상 박진감이 넘쳤는데 이번 경기는 좀……하면서 말을 아꼈다. 이런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었던 경기. 다만, 경기의 질이 떨어진다기보다는 재미적인 측면에서의 OME였다는 점은 나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연장쯤 가니까 양 팀 수비가 몇 번씩 뚫리면서 위협적인 슈팅이 꽤 나왔다.
하지만 경기가 재미없는걸 떠나 결과적으론 이 경기로 인해 월드컵 최종 순위는 일본이 한국보다 높게 되었다. 그리고 역대 아시아팀이 남미팀에게 이긴 적이 한번도 없고 비긴 적도 단 3번 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내용 졸전을 떠나 결과론적인 스코어만 놓고 보면 나름 할 만큼 했다고 분석할 여지도 있겠다. 일본도 경기력이 똥망이었지만 늪 축구를 시전한건지 어쩐지는 몰라도 상대팀 파라과이도 경기력 병맛으로 같이 다운시켜버렸기 때문이다.[15]
여담으로, 이날 경기가 얼마나 루즈하고, 지루했는지, 경기 바로 그 다음날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어느 한류 스타의 죽음이 속보를 타게 되면서, 완전히 일본 국내에서도 잊힌 경기가 되었다.
1.8. 8경기 : 스페인 1 VS 0 포르투갈
16강 마지막 경기이자 '''대항해시대 매치''', '''이베리아 반도 더비''', '''미리보는 결승전''' 등등으로 기대를 모았던 매치. FIFA 랭킹 2위와 3위의 대결답게 전반은 매우 팽팽히 흘러갔다. [16] 초반에는 다비드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가 기습적인 슈팅으로 시작했고 이후 포르투갈이 스페인을 강하게 공격했다. 언제나 그렇듯 스페인은 전반 내내 공을 돌리면서 조금씩 압박해 들어갔고, 포르투갈은 선수비 이후 호날두를 중심으로한 역습으로 대응했다. 경기 자체의 흐름은 스페인이 점유율을 쥐고 있었지만 포르투갈이 위협적인 장면은 조금 더 많이 만들어냈다. 스페인은 차비와 이니에스타의 활약이 저조해서 포르투갈의 두터운 수비에 고생했다. 차비는 횡패스는 많이 돌렸지만 전진패스가 부족했고, 이니에스타는 자주 전진패스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무위로 돌아갔다.
후반 들어서 경기가 풀리지 않은 스페인은 세르히오 라모스와 후안 카프데빌라 두 풀백을 공격적으로 가담시켰고, 이에 포르투갈은 역습시 공격의 강도를 더욱 올렸다. 결국 델 보스케 감독은 토레스를 빼고 피지컬 좋은 타겟맨인 페르난도 요렌테를 투입하는 수를 뒀다. 요렌테의 투입은 성공적이었다. 라모스의 크로스를 받은 요렌테가 위협적인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하자 포르투갈 수비진은 점차 중앙쪽 수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한 비야가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린 비야는 후반 18분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차비가 발바닥으로 흘려준 패스를 받아 슈팅을 시도했고, 포르투갈의 에두아르도 골키퍼를 맞고 나온 볼을 다시 한 번 차 넣으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1:0으로 뒤진 포르투갈은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스페인은 오망성 패스를 전개하며 공을 좀처럼 뺏기지 않았다. 이 와중에 포르투갈의 역습 장면에서 스페인의 레프트백 카프데빌라가 공을 놓치고 호날두를 떠밀었지만 주심은 파울을 불지 않으면서 포르투갈의 기회가 무산되었다. 이에 대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스페인 심판 매수설vs호날두 양치기 소년 인과응보설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결국 후반 44분, 막판들어 공격적으로 나서던 포르투갈은 히카르두 코스타가 카프데빌라를 팔꿈치로 가격하면서 퇴장당했고, 경기는 이후 1:0으로 종료되었다.
경기 내용은 양팀 모두 팽팽했지만, 중앙에 차비와 이니에스타를 두고 FC 바르셀로나의 점유 축구와 비슷한 축구를 펼친 스페인 같은 경우, 점유율이 앞선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교란시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낼 리오넬 메시의 존재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다비드 비야가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 승리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비야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타입이지 만들어내는 타입이 아니라는 점에서 메시와는 차이가 있다. 결국 지루하게 문전에서 볼을 돌리다가 볼을 뺏기고 역습 당하는 장면을 자주 보여주었으며 스피드 있는 침투패스와 과감한 슈팅이 나오지 않은 경기력 자체는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많았다. 포르투갈은 선수비 후역습으로 스페인의 공격을 잘 견뎌냈지만 다비드 비야의 한방을 막아내지 못했고, 역습의 중심이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스페인 수비진을 뚫지 못한게 아쉬웠다. 물론 푸욜과 피케를 중심으로한 스페인 수비진이 좋은 수비를 보이긴 했지만 호날두는 푸욜과 카프데빌라에게 중요한 파울을 2번이나 당하고도 한 번도 파울 판정을 받지 못해 더더욱 힘든 경기를 풀어나가야 했다.
덤으로 이 경기에도 심판 논란이 있었다. 가장 큰 논란이 있었던 것은 다비드 비야의 골 장면으로, 차비의 힐패스 당시 비야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오프사이드 위치였던 건 맞으나 거의 동일선상에 있어서 온사이드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평가인 듯. 결정적으로 부심의 시야에선 포르투갈 수비수들에 의해 비야가 완벽히 가려져서 제대로 판정하기 어려웠다. 다만 이 골 장면을 다루는 화면이 이후 나오지 않아,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FIFA의 음모론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다른 논란거리는 히카르두 코스타의 퇴장 장면으로, 처음 리플레이에는 마치 카프데빌라가 자작극을 하는 것처럼 보여져서 욕은 다 얻어먹었지만, 두 번째 리플레이에서는 히카르두 코스타가 팔꿈치로 가격한 것이 잡혔다. 다만 카프데빌라가 오버한게 아닌지[17] , 그리고 그 장면이 퇴장 당할정도로 심한 장면이었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되고 있다. 설령 이 두 장면이 아니더라도 호날두에게 불리한 파울 판정을 한 것은 사실이어서, 여전히 심판 기량 문제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포르투갈은 죽음의 G조[18] 에서 무실점으로 조2위로 통과했으나 단 1실점으로 인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1.9. 8강 대진표
네덜란드 VS 브라질: 8강 1경기
우루과이 VS 가나: 8강 2경기
아르헨티나 VS 독일: 8강 3경기
파라과이 VS 스페인: 8강 4경기
※ 이후 정보는 8강전, 4강전/3·4위 결정전, 결승전에서 기재.
[1] 코파 아메리카 단골 초청국인 북중미의 미국, 멕시코까지 합하면 7개국이다. [2] 첫 2개 이상 아시아 국가가 16강 이상 진출한 대회는 알다시피...[3] 지난 대회에선 호주가 남미와의 대륙간 PO서 우루과이를 제치고 올라와 OFC 소속으로는 마지막 본선 진출을 했다. 그리고 16강. 그리고 호주는 현재 AFC 소속이다.[4] 참고로 당시 골의 귀책사유를 두고 차두리탓이냐 이영표탓이냐 정성룡탓이냐(.....)가 많은 축구팬들에게 논쟁거리였다. [5] 침대축구의 정석(?)대로 힘들다거나 아프다는건 언제였냐는듯 즉석으로 움직여가면서 상당히 강하게 밀어붙였다.[6] 참고로 당시 수아레스는 에레디비시 득점왕을 차지하여 많은 빅클럽의 관심을 받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계 대상 1호'''였다. 그리고 현재 2020년 기준으로 수아레스는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메시의 파트너이자 라슬로 쿠발라를 밀어내고 역대 바르셀로나 최다 득점자 3위로 오른 데다가 우루과이 축구 대표팀 최다 득점자(113경기 59골)'''로 오를 정도에서 지금 관점으로만 봐도 정말 할 말이 없는 반박불가급의 골이다.[7] 이는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했다가 8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에야 해결되었다.[8] 졌잘싸로 평가되는 또다른 경기로는 94년월드컵 독일전, 2002년 월드컵 직전에 열린 프랑스와의 평가전 등이 있다.[9] 미국은 조별 리그에서 역전골이 인정되지 않았고, 한국과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기록한 세 번째 골 또한 오심이었다. 그 외 찾아보면 더 많다.[10] 다만 2018 월드컵에서는 비디오 판독도 도입되었기 때문에 골라인 판독 기술이 아니더라도 골로 인정받을 수 있긴 했다. 단, 비디오 판독은 골 라인 판독 기술과는 달리 즉각적인 판독이 불가능하고 경기를 일단 중단해야만 한다.[11] 사실 슛이 좀 약해서 수비가 걷어낼 수도 있긴 했다. 테베즈야 자기는 안들어갈 수도 있는 슛을 집어넣었는데 욕먹은 셈[12] 엄밀히 말하면 2006년 8강전은 독일의 승리가 아니다. 승부차기는 공식적으로 무승부로 기록되기 때문.[13] 참고 링크(포르투갈어)[14] 이 때문에 골이 많이 터지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호한다.[15] 참고로 역대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은 월드컵에서 남미 팀을 상대로 3무 15패 절대 열세로 철저히 발렸었고,1966년 북한이 칠레에, 1994년 한국이 볼리비아에, 2010년 일본이 파라과이에 비긴 것을 제외하면 모두 남미 팀이 이겼다는 걸 상기하자. 일본이 3번뿐인 무승부 중 하나는 성공한 것이다.[16] 파라과이 vs 일본 경기 종료후 바로 치뤄진 경기라 대부분의 반응은 '''눈이 정화된다.'''라고...[17] 물론 팔꿈치로 맞으면 축구 선수들은 일단 안아파도 오버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 [18]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