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픽션

 


1. 개요
2. 상세
2.1. Science Fiction의 한국어 명칭 문제
2.2. SF라는 명칭을 둘러싼 혼란
2.3. Sci-Fi
2.4. 사변소설
2.5. 분류 및 하위장르
3. 과학자들과의 관계
4. 한국의 SF
4.1. 한국의 SF 시장
4.2. 한국 SF의 역사
4.2.1. 영화
4.2.2. 학계
5. SF문학상
6. SF 작품
7. 관련 문서


1. 개요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 약칭 SF는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담은 문학 장르인 '''과학소설'''을 지칭하는 단어이며, 나아가서는 그런 요소를 가진 다른 매체들의 장르를 의미하는 단어다.

2. 상세


SF란 명칭은 미국에서 1926년에 세계 최초의 SF 전문지 《어메이징 스토리즈》를 창간한 휴고 건즈백의 조어 사이엔티픽션(Scientifiction)에서 유래했다.[1]
SF의 정의에 관해서는 1세기를 넘는 긴 논쟁의 역사가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캐나다의 대표적 SF 작가인 로버트 J. 소여처럼 ''현재에는 없을지라도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인간의 인식이 닿을 수 있는 부분을 다루는 장르' 정도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얘기지만, SF의 정의에는 어떤 식으로든 과학이 들어간다.
미국의 SF 작가이자 편집자인 데이먼 나이트(Damon Knight)는 "과학 소설이란 내가 손을 들어 '이것이 바로 과학 소설이다'라고 가리키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2] 나이트의 정의는 유아론(唯我論)에 가깝다는 맥락에서 종종 논쟁을 불러일으키곤 하지만, SF의 정의는 시대적 환경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더라도 상업적인 출판 장르로 명확한 실체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학이나 과학기술을 주요 소재로 삼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진입 장벽이 있는 편이다.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없으면 제대로 쓸 수 없는 탓에 다른 장르에 비해 이공계 학위를 소지한 작가들도 많은 편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는 교육체계가 인문계와 이공계로 너무 확연하게 나눠져 있어 인문계를 위한 과학 교양이나 이공계를 위한 글쓰기 교육이 워낙 부실한 탓에 문과틱한 소프트 SF는 많아도 제대로 된 하드 SF를 쓰는 작가는 아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영화 등을 통해 대중에 익숙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도 SF의 큰 뿌리를 이루는 하위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본으로 삼을 수 있는 고전들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탓도 있어서 아직도 쓰는 작가가 거의 없다.
그에 비해 일본의 경우는 북미에 이어 세계 2위의 SF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하야카와 출판사(早川書房)처럼 50여년에 걸쳐 2천 권 이상의 SF소설을 출간한 전문 출판사가 있을 정도로 사회적인 인지도가 높지만, 21세기 들어서는 소설을 읽지 않고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의 시각 매체로만 SF를 즐기는 독자들이 늘어난 탓에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 반면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에서) 국가적으로 SF를 지원해 온 중국은 아시아 최초의 휴고상 수상자를, 그것도 2년 연속[3]으로 배출하며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지만, 체제 비판을 용납하지 않으며 검열이 횡행하는 공산국가라는 특수성과 비교적 짧은 역사 탓에 작품의 다양성과 깊이라는 면에서 아직 북미나 일본에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2.1. Science Fiction의 한국어 명칭 문제


일단 국내에서는 20세기까지도 'Science Fiction'의 번역 명칭으로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명칭이 주로 쓰여 왔는데, 이것은 1960년대에 국내 출판사에서 영한(英韓) 사전을 만들 당시 영일(英日) 사전의 Science Fiction 항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70년이나 된 일본식 역어가 그대로 국내에 정착해 버린 결과라고 알려져있다.
문제는 이것이 정확한 역어가 아니라 1959년에 창간된 일본의 SF 잡지 SF 매거진(S-Fマガジン)이 미국의 SF 잡지인 Fantasy & Science Fiction와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이 잡지명을 '판타지'''와''' 과학소설'이라고 정확하게 번역하지 않고 '空想科學小說'이라고 대강 뭉뚱그려 오역했을 때의 부산물이라는 점이다. (60년대의 일본에서는 80년대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설 장르로서의 판타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타지가 환상도 아닌 '공상'을 의미하는 일반명사라고 착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 '공상과학소설'이 SF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 것은 10여년에 불과하고, 1970년대 들어서는 형용사로도 쓰기 편리한 'SF'라는 약어로 완전히 대체되면서 사어가 되었다.
사이언스 픽션의 Fiction은 '공상'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문학의 범주인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이며, 한국어의 '공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리어 보는 행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외삽법을 통해 당장 현실이 되지는 않더라도 '''실현될 가망이 있는 세계를 논리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지향하는''' 사이언스 픽션에 굳이 오역에서 비롯된 '공상'이라는 단어를 갖다붙이는 행위가 반어적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런 이유에서 21세기 들어 국내 출판계나 학계에서는 '''과학소설'''이라는 명칭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SF라는 용어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공상과학'이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알기도 쉽고 쓰기도 쉬운 표현은 지금도 여전히 보도 매체 종사자를 포함한 일반 대중 사이에서 끈질기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 결과 의도적이든 아니든 SF와 판타지를 동일시하는 잘못된 시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그에 따른 폐해와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소설 형태의 "Science Fiction은 '과학소설'로 표기하고, Science Fiction Film이나 Science Fiction Comics 같은 비주얼 매체의 경우는 국제 기준에 맞춰 'SF 영화'와 "SF 만화'로 표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비평가 김상훈을 필두로 하는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4]

2.2. SF라는 명칭을 둘러싼 혼란


SF라는 명칭이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탓에 한국에서는 간간이 영화쪽 용어인 SFX(특수효과물) 등과 혼용되어 사용될 때가 종종 있다. 판타지 괴수물인 《디 워》를 할리우드의 SF 블록버스터와 맞먹는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SF영화'라고 대놓고 홍보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이건 뭐 변명의 여지가 없다.[5]
원칙적으로는 ScienceFiction이라는 엄연히 '두 단어'의 줄임말이라, 약어는 소문자 표기인 sf로 쓰면 안 되고, 될 수 있으면 S.F.라고 부호를 찍거나, 대문자 표기인 SF로 쓰는 편이 옳다. 하지만 영어권의 대중 매체에서 통용되는 약자 표기는 여전히 다음 문단에서 후술할 '''Sci-Fi'''가 일반적이고, '''SF'''라는 이니셜 약어 표기는 주로 SF 팬덤이나 문학 비평 쪽에서 많이 쓰인다. "SF적(Science Fictional)"을 줄여 'SFnal'이라고 쓰는 형용사적 용법도 가끔 볼 수 있다.

2.3. Sci-Fi


1954년, 미국 SF 팬덤계의 거물 포레스트 J. 애커맨은, 저예산의 B급 SF 영화와 펄프 SF 소설을 Sci-Fi(싸이파이)라고 지칭했으며, 그 결과 1970년대까지는 주로 오락 위주의 싸구려 SF를 경멸적으로 일컫는 용어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그런 경멸적인 뉘앙스는 많이 사라졌고, Sci-Fi Film 처럼 (일반인들이) 주로 SF 영화를 지칭할 때 많이 쓰인다. 그러나 SF 문학을 논하는 경우는 Sci-Fi Literature하는 식으로 줄이지는 않고 Science Fiction이라는 본래의 표현을 그대로 쓴다.

2.4. 사변소설


사변소설로 번역되는 Speculative Fiction이라는 표현은 SF 작가인 로버트 A. 하인라인이 1947년에 신문의 기고 기사에서 SF의 동의어로 처음 썼는데, 당시만 해도 심심풀이용 도피소설로 간주되던 판타지와 차별되는 SF의 논리성을 부각시킬 목적이었다고 한다. 누가 들어도 싸이파이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덕에 SF를 문학적으로 세련시키려는 뉴웨이브 운동이 활성화된 1960년대에 SF작가이자 편집자인 주디스 메릴이 이 용어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사변소설이란 용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판타지호러 등 사실주의에 기반을 두지 않은 여러 장르를 포괄하기에 이르렀고, 그 탓에 현재는 비평 분야를 제외하면 SF의 동의어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2.5. 분류 및 하위장르


이분법을 좋아한다면 과학 기술에 중심을 둔 SF는 하드 SF, 사회성이나 성격묘사에 더 비중을 둔 SF는 소프트 SF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자에 비해서 후자의 정의가 워낙 두리뭉실한 탓에 큰 의미는 없다. 작가의 교육 환경이나 작품 성향에 따라 문과계와 이과계로 나누는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그다지 의미가 있는 구분은 아니다.
사실, 1940년대까지의 SF는 일부 사변적인 작품을 제외하면 스페이스 오페라가 주류를 이뤘지만, 주요 독자들이었던 남자 청소년들이 나이를 먹고 독자층이 다양화된 1950년대부터는 메이저 SF 잡지인 <어스타운딩>지의 명 편집자이자 과학적으로 엄밀한 외삽법의 신봉자였던 존 W. 캠벨의 주도하에 사회과학이나 역사 쪽으로도 영역을 넓히게 되는데,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나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미래역사(Future History)》 시리즈를 이런 경향의 대표로 꼽을 수 있다. 히피 운동을 위시한 카운터컬처의 전성기였던 1960년대 들어서는 영국에서 마이클 무어콕의 잡지 <뉴월즈>를 중심으로 문예부흥 사조인 뉴웨이브 운동이 활성화되었으며, 이것이 같은 영어권인 미국의 SF계로까지 확산되면서 아메리칸 뉴웨이브라고 불리는 포스트 뉴웨이브 운동이 일어나게된다. 뉴웨이브는 현대문학의 눈높이에 맞춘 성숙되고 세련된 소설들을 통해 장르 외변을 확대함으로써 영어권에서 많은 걸작 SF를 배출했지만, 그와 동시에 SF의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래리 니븐과 아이작 아시모프 등을 중심으로 하드 SF의 재평가 운동이 일어났는데,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판타지 장르의 융성과 뉴웨이브 운동에 대한 미국 SF계의 반발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1980년대 들어 윌리엄 깁슨과 브루스 스털링 등의 신예 작가들을 중심으로 맹위를 떨친 사이버펑크 운동은 1960년대의 뉴웨이브 운동과 1970년대의 하드 SF 재평가를 융합시킨 측면이 강하다.
장르의 역사가 긴 만큼 하위장르 역시 상당히 다양하다. 시간여행, 외계인과의 퍼스트콘택트, 초능력, 포스트 아포칼립스, 밀리터리 SF, 대체역사물, 가상생물학 등 고전 SF의 소재를 기반으로 한 공시적인 분류가 존재하는 한편, 하드 SF, 테크노 스릴러, 사이버펑크, 스팀펑크처럼 SF 문단 내부의 통시적인 문학적 경향이 하위장르로 정착한 경우도 있다.

3. 과학자들과의 관계


"과학자들은 SF를 싫어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지만, 적어도 서구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어릴 적에 SF를 읽고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는 얘기를 곧잘 들을 정도로 SF를 과학자로서의 일종의 기본적 소양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SF의 핵심을 이루는 하드 SF 분야에서 칼 세이건, 프레드 호일, 아서 C. 클라크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역 과학자 출신의 SF 작가가 많다는 점만 보아도 SF와 과학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실감할 수 있다. 사실 SF가 즐겨 다루는 아이디어는 작가의 산물이 아니라 실제 과학자들의 가설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6] 이에 대해 스티븐 호킹은 "한때 SF(science fiction)에 지나지 않던 상상 속의 산물들이 과학적 사실(scientific fact: SF)로 판명됨을 생각하면, 현재 기술력의 한계일 뿐 이론적으로 명백히 가능한 것은 많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4. 한국의 SF



4.1. 한국의 SF 시장


SF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마이너 장르 취급을 받아 왔으나, 2010년대 후반에 들어와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장르 중 하나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예 SF 자체가 '소수의 특이 취향' 취급받은 적이 있으며 한때는 팬덤 내부에서도 "한국의 SF 시장은 사실 서로가 작가이자 독자인 '''500명'''의 인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자조적인 밈이 있었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SF를 쓰는 작가들이 많이 늘었으며, 90년대 데뷔한 작가들이 스스로의 역량 탓이든, 타의에 의해서든 활동을 이어가지 못한 탓에 최악의 작가 기근을 맞았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졌다. 2021년 상반기 현재 SF만을, 혹은 적어도 SF를 중심으로 장르문학을 꾸준히 출간하는 전문 출판사가 여러 곳이며 [7] SF소설 시장은 10년새 5.5배 성장했다. [8] 주류 언론에서도 SF소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9]
국내에 번역되는 해외 SF의 경우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번역서가 나왔다 하면 꾸준히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가도 있으나 베르베르의 팬을 자처하는 한국 독자들 다수는 베르베르를 SF 작가로 인식하지 않으며 출판사인 열린책들 역시 출판 전략상 베르베르의 작품을 SF소설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지는 않는다.[10] 베르베르의 팬픽 공모전이었던 《나무 2》 이벤트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문학평론가 이남호가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삶과 세상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상과학소설과 구분된다"는 황당한 멘트를 내놓은 것도 이런 출판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타임슬립 전쟁물을 포함한 대체역사물의 경우는 SF의 하위장르라는 점을 감안하면 80년대 비명을 찾아서부터 웹소설이 대세가 된 지금까지 꾸준히 창작과 수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2000년대 후반 도서대여점에서 유행했었던 게임 소설 역시 엄밀히 따지자면 SF의 하위 장르인 사이버펑크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11] 대다수 한국 독자들은 대체역사물이나 게임 판타지 작품들을 SF라고 의식하고 읽지는 않는다.
그나마 2010년대 이후 웹소설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웹소설 붐을 타고 조아라문피아 등지에서 신의 아바타, 킬 더 에일리언, 우주게임의 사령관, 좌천된 하급 장교가 살아남는 법 등의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들이 판타지 소설의 카테고리 안에서 조금씩 유료연재로 팔리고는 있으며 그중에서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작품도 있지만, 연예계물, 스포츠 판타지 등 확실한 수요가 있어서 공급도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다른 웹소설 내부의 하위 장르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종이책으로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은 베르베르의 <개미>와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인데 전자는 뉴에이지 운동의 영향을 받아 과학적 타당성에 크게 얽매이지 않은 소프트 SF, 후자는 삼국지와 전국시대 군담물를 바탕으로 우주스킨을 씌운 일본식 스페이스 오페라다. 베르베르는 독자가 골치아파하지 않으면서 일정 수준의 재미는 보장되는 무난한 장르물을 프랑스 작가가 쓴 고급스러운 지적 오락으로 포장한 출판사의 홍보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경우이고, 은하영웅전설은 동아시아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플롯과 작가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성에 민주정과 전제정의 대립이라는 있어 보이는 구도로 90년대의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정통 SF 작가중에서 한국 독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뿌리 내린 사람은 21세기 최고의 현역 SF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테드 창이 유일하다. 그의 중편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2016)의 높은 비평적 평가에 힘입어 제1작품집인《당신 인생의 이야기》(2002)와 제2작품집인 《》(2019) 양쪽이 국내에서 베스트셀러 자리까지 오른 매우 희귀한 사례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뽑혔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숨》의 경우는 버락 오바마의 2019년 여름 독서 목록에서 "가장 좋은 종류의 SF 소설(the best kind of science fiction)"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SF중에서도 진입 장벽이 특히 높다고 간주되는 하드 SF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일단 사 놓고 보는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들었다는 점이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SF보다는 작가 테드 창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 있다.

4.2. 한국 SF의 역사


한반도에 최초로 소개된 SF소설은 쥘 베른의 작품들이다. 1907년 재일유학생 박용희가 《해저 2만리》를 《해저여행기담》이란 제목으로 번안하여 학술지 태극학보(太極學報)에 연재하다 중단되었으며 1908년 신소설가 이해조가 《인도 왕비의 유산》을 《철세계》라는 단편으로 번안하여 연재했다.
한국 최초의 창작 SF로 유력한 작품은 김동인의 1929년작 단편 《K박사의 연구》이다.[12][13]이 작품은 질적 편차가 심한 김동인의 단편 중에서 유머와 상상력, 확실한 기승전결을 고루 갖춘 좋은 SF단편이지만 김동인은 《젊은 그들》, 《운현궁의 봄》, 《대수양》 같은 역사소설에 더 관심을 기울여서[14] 이 한 작품외에 SF는 쓰지 않았고 해방이 찾아왔다.
해방에는 SF는 아동문학가 한낙원이 있었다. 해방전 이북에서 방송 일을 한 인연으로 한국전쟁 발발후 월남하여 유엔 방송 업무를 맡게 된 그는 이때 미국산 SF소설들을 번역, 번안하며 SF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하여 50년대부터 여러 잡지에서 아동용 SF 작품들을 연재했다. 하지만 그가 한창 활발하게 활동한 50~70년대 한국은 아동용 장르문학을 대거 소비해 줄 수 있는 경제상황이 아니었다. 이로인해 병원 사무장 일로 생계를 이었고 80년대들어 SF 창작활동이 줄어서 90년대까지 어린이 잡지에 그의 작품이 계속 실렸음에도 오늘날 잊혀진 이름이 되었다.
그 다음은 문윤성이다. 그가 1965년 발표한 장편 《완전사회》는 한국 최초의 성인용 장편 SF 소설이다.[15] 남성들이 여성에 의해 화성으로 추방되어 여성들로만 가득찬 사회를 그리고 작품으로 자위행위 권하는 우파와 동성애를 원하는 좌파의 갈등이 등장한다. 다시 말하지만 60년대 작품이다. 엄청난 파격이었지만 문윤성은 본업이 추리소설가라 역시 이외에 SF소설을 쓰진 않았다.
만화계에서 국내 최초 창작SF는 1959년 나온 시리즈물 만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가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매카시즘이 팽배하던 한국사회 분위기에 휘말려서 정권의 탄압을 받았고, 작가는 곧바로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일회성에 그치고 만다.
오해하면 안되는게 한국 SF는 처음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게 아니다. 비록 창작 SF는 한낙원, 문윤성과 복거일 사이에 거대한 공백이 존재하나 일본어판 중역 위주의 해외 SF 번역은 퀄리티가 심하게 떨어질 지언정 60년대 말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정부가 과학기술발전을 장려한 80~90년대 사회분위기 덕분에 장르판에서 곧잘 묶이는 판타지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16] 물론 정권의 문화규제와 사회적 편견도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그건 추리, 판타지, 무협 등 타 장르들도 공통적으로 겪은 일임을 감안하면 한국 SF의 초라한 현실은 어디까지나 대중적인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작가들이 모이지 못하게 만든 스스로의 무능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과거 개발독재 시대는 경제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과학기술을 중시하던 사회분위기[17]였고, 이런 배경속에서 과학소설이란 타이틀을 단 SF는 꾸준히 발매되었다. 70-80년대 학원사나 삼성출판사에서 일본 중역판의 청소년 취향의 SF 전집이 발매되었다. 이 시기에는 "공상과학소설"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유통되었는데 직지프로젝트로 온라인화된 아이디어회관 문고는 1975년에 간행되었는데 당시 유명 아동문학가인 이원수씨의 서문이 붙어 있다.
50~80년대 사이에 나온 고전SF의 번역본들은 고전 판타지 소설이 그랬듯이, "과학소설"이란 타이틀을 따로 달지 않고 일반 순수문학전집이나 아동문학전집에 들어가 어린 독자들과 만나는 일도 흔했다.[18] 80년대를 대표한 추리문고집이었던 자유사상사의 《자유추리문고》에 아이작 아시모프의 《강철도시》와 어슐러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 처럼 추리소설과 함께 묶이는 일도 많았다. 인터넷도 없고 대학마다 운동권이 득세하던 군사정권 시절 대학생들이 눈치 안보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팬덤 활동은 없었지만 이때 뿌려진 씨앗은 90년대 한국 SF 전성기의 밑거름이 되었다.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돌려보면 70년대에는 일본의 《마징가Z》를 베끼긴 했지만, 김청기의 《로보트 태권 V》를 시작으로, 해마다 극장판 로봇이나 SF 애니메이션이 나왔다.[19]
제5공화국 시절의 경우 당시에 《UFO로보 그렌다이저》가 한국에 수입되었는데, 이걸 전두환 전 대통령 영부인 이순자 여사가 보고, 허무맹랑하고 폭력적인 로봇 애니메이션을 수입하지 말라는 뉘앙스의 일장연설을 했다는 카더라가 있는데 메칸더 V사이코아머 고바리안은 대체 뭐란 말인가? 여기에 《우주선장 율리시즈》나 《우주전함 야마토》 같은 애니메이션도 지상파에서 방영되면서 최소한 어린이들 사이에선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20]
이외에도 《렌즈맨》, 《캡틴 퓨처》, 《미미의 컴퓨터 여행》 등의 SF적인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은 많이 지상파를 통해 가정에 전해졌으며, 김형배와 고유성 같은 작가들은 SF성향이 가미된 만화들로 인기 작가로 자리 잡았다. 외화로 시선을 돌리면 《타임머신》이나 《V》를 비롯한 여러 SF 소재 미국 드라마들이 80년대 컬러TV의 보급과 함께 방송을 탔으며, 이 또한 SF 쪽 팬층이 생겨나는 바탕이 되었다.
이렇게 5공화국 시기 SF 장르는 책과 TV로 어린이부터 청소년 계층에 걸쳐서 나름대로 인기를 얻으며 자리를 잡게 된다. 당시 어린이 도서의 붐 속에 좀 더 어린 독자층이 보게 편역된 SF 소설들이 쏟아졌으며, 이런 소설들 역시 SF 팬덤의 확대에 일조했다.
그리고 성인 SF도 결코 90년대부터 번역된게 아니다. 한국에서 아서 클라크 팬덤을 형성시킨 모음사의 과학소설걸작선 초판은 1979년에 나왔다. 아서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최후의 인간》, 레이 브레드버리의 《화성 연대기》, 반 보그트의 《스페이스 비글》 같은 명작 SF들이 포함되어 있는 이 걸작선은 90년대까지 꾸준히 재판되었다.
90년대들어 출판시장이 호황을 맞고, 인터넷이 들어오고 군사정권이 무너지면서 정치적인 족쇄가 사라지자 SF 출판시장은 더욱 활발해졌다. 90년대 초반부터 SF 빅3라고 하는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A. 하인라인, 아서 클라크의 주요 작품들이 번역되면서 SF인기에 불을 지폈다. 이외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도 출판되었고, 대중적인 작품을 잘 쓰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작품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 시기 주목해야 할 출판사는 나경문화, 현대정보문화사, 고려원 그리고 시공사다. 나경문화는 그전부터 인문계 출판사를 운영하던 실업가 조명준이 컴퓨터/기술 서적 출판에 손을 뻗쳐 만든 출판사였는데[21] 1992년 나경 SF페어라는 전집을 기획해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과 《도시와 별》, 호세 필립 파머의 《연인들》, 폴 앤더슨의 《타우제로》[22]를 출간했고 그외에 사이언톨로지 교주 로널드 하버드의 《배틀필드》와 데이비드 비숍의 《우주사냥개》, 제임스 블리시의 《우주도시》(1권만)를 출간했다.[23] 또 1993년부터 《나경SF 매거진》이라는 SF전문 잡지를 출간했는데 서점에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SF독자들이 인당 1만원씩의 회비를 내면 무료로 분기별로 한 번씩 보내주는 비상업용 잡지였다.
현대정보문화사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와 《로봇 시리즈》, 《우주 3부작》에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를 들여와 국내 아시모프 팬덤의 총본산 역할을 했다. SF 번역/평론가 박상준이 이 현대정보문화사의 과학소설을 통해 SF판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오만가지 장르를 모두 취급하던 거대 출판사 고려원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과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 아서 클라크와 젠트리 리가 공저한 《라마 시리즈》를 출판하면서 아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고려원은 심지어 《스타워즈》의 확장 세계관을 다룬 《쓰론 트릴로지》 3부작과 《스타트렉》 소설까지 출판했다. SF에 대한 깊은 관심이라기보다는, 무조건 손에 잡히는 대로 일단 내고 본다는 고려원의 영업전략의 일환이었지만, 정상적인 경로라면 거의 출판될 수 없는 작품들이긴 했다. 현재도 이 작품들은 중고책 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인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 《세계 SF 걸작선》, 《코믹 SF 걸작선》, 《시간여행 SF 걸작선》이란 3권 단편집이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과 묶여 전집으로 출간되었으며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는 고려원의 문고판으로 나온 것이 90년대 최후 판본이다.
마지막으로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이 인수해서 키웠다가 28년만인 2018년에 다시 매각한 시공사는 은닉 재산을 둘러싼 정치적인 시비에 휘말리면서도 2000년대 전후의 한국 서브컬쳐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른 출판사들이 외환위기의 광풍속에 스러져 가는 사이에도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이 출판사는 SF 번역가인 김상훈의 기획을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SF 팬덤의 단비였던 《그리폰 북스》를 발간했고 수익성만 생각했으면 절대 번역/출간될 수 없는 마이너한 작품들을 한국에 지속적으로 들여왔다.
90년대 내내 국내에서 SF의 붐을 일으키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바로 SF 전문 번역가인 김상훈과 SF 해설가인 박상준이다. 국내파인 박상준은 고려원을 비롯 많은 출판사들을 통해 꾸준하게 SF를 기획했으며, 명번역자이자 해외 SF 전문가로 알려진 김상훈은 1990년대 중반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후 시공사의 그리폰 북스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SF 총서를 기획하고 직접 번역함으로써 1차 SF 출판붐의 불을 당겼다.
SF팬덤의 발전 양상을 살펴보면 80년대 후반부터 PC통신이 대중화되면서 서브컬쳐라 할 수 있는 SF동호회 활동이 표면화되었다. 통신 동호회 활동을 통한 개인 번역과 통신소설 연재는 SF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성수의 《아틀란티스 광시곡》이 출판된 시기는 1989년인데, 천리안에서 연재되던 것이다. 그것을 시발로 PC 통신연재 후 서적출판되는 작품들이 줄줄이 나왔다.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는 처음부터 서적판이었지만 92년간 《파란 달 아래》[24]는 통신연재였다. 을지서적판 《은하영웅전설》이 통신상에서 광범위한 인기를 자랑하던 시기도 이 때고 이한음이 대중과학잡지 과학동아에 SF꽁트를 연재하던 때도 대략 이 즈음이다.
1995년부터 상술한 《그리폰 북스》가 출판되고, PC통신과 맞물리면서 국내SF의 재도약이 이루어진다. 해외의 명작들이 속속들이 번역출판되고, PC통신을 통해서 자체적인 정보교환이 가능해지자, 국내에도 확실한 '''SF 팬덤'''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PC통신에 기반한 팬덤의 바탕 위에서, 1990년대 내내 엄청난 양의 창작 SF들이 쏟아졌다. 90년대는 그야말로 한국 SF 창작의 전성기였다. 출간 자체도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구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급진적인 학생운동의 쇠퇴로 갈 길을 잃은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들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헤맸는데, 그 중에 하나가 SF였던 것이다.[25] 대표적인 예가 들녘 출판사.[26]
1990년대는 PC 통신 발 소설 붐과 관련하여, 문돌이들이 아닌 이공계 전공자들의 SF 창작활동이 활발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성수의 《아틀란티스 광시곡》, 임준홍의 《네메시스의 서》, 염승호의 《하이브리드》, 정년철의 《헤테로》, 박석재의 《가리봉의 비밀》,[27] 이한음의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 노성래의 《바이너리 코드》, 김호진의 《인디케이터》, 이종호의 《피라미드:정복자 세트》, 이영의 《신화의 끝》 등이다. 이중 《헤테로》와 《인디케이터》는 90년대 한국 SF 추천할때 곧잘 포함되는 작품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들은 2000년대 한국 SF의 쇠락속에 아무도 창작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당시 교보문고, 영풍문고 같은 대형서점에는 SF만을 진열하는 서가가 있었을 정도였으니[28] SF는 하나의 명확한 장르로서 사람들에게 인식되면서, SF만을 찾는 독자층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심지어 '''문단의 대접까지 좋았다.''' SF팬들의 일부는 기성 문단이 SF를 무시한다고 지레짐작하고 심지어는 적대시하는 경향까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상술한 이남호의 경우처럼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주류문학 인사들의 망언이 이런 편견을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악의라기보다는 무지에서 비롯된 발언이며, 문단이나 출판사 인사들은 오래 전부터 SF에 대해 (그 상업적인 가능성과는 별도로)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1987년 발표된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는 한국 최초의 포스트모더니즘 소설로서 문단에 거대한 충격을 주었고, 문단에 SF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계기가 되었다. 80년대 최고작가인 이문열의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1989)를 비롯해 구광본의 《처음이자 마지막, 끝이고 시작인 이야기》(1990), 고원정의 《대한제국 일본침략사》(1994), 김란기의 《21세기 배달민족사》(2005) 등 기성작가들이 복거일의 영향을 받아 대체역사물을 집필한바 있고 듀나는 전성기 끝물에 나온 태평양 횡단특급으로 2003년 동인문학상 후보로 올라갔으며 대학 재학중 《클론 프로젝트》로 SF 소설가로 데뷔했던[29] 장강명은 2011년 한겨레 문학상으로 등단해 일반문학과 SF를 오가며 잘만 활동하고 있다. 본인은 SF를 쓴다는 자각이 없었는데 SF쪽에서 먼저 받들어 모신 케이스인 배명훈은 문단에서 총애한다고 코어 SF팬덤에서 싸잡아 욕하던 작가고 2011년 젊은작가상 수상자에 판타지/SF 소설가 김이환이 들어가고 정세랑은 한국 문학계 한축인 창비에서 챙겨줬다.
하지만 2000년을 전후로, 아마추어 창작의 장이던 PC통신 연재소설의 헤게모니는 90년대 대히트한 퇴마록드래곤 라자의 열풍을 앞세운 판타지 소설이 쥐게 되었고[30], SF 관련 팬층은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국민들의 독서량이 제법 많았고 백만단위 판매고가 가능했던 90~00년대 초반의 흥기를 판타지는 잡았고, SF는 잡지 못했다. 이는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까지, 판타지는 이우혁의 《퇴마록》과 이영도의 《드래곤라자》가 100만 이상을 팔아치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화에 완벽하게 성공한 반면에, '''한국 창작SF는 고상한 사고실험과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찰을 하며 평론가와 코어 팬덤 보기 좋은 작품만 쓰다 히트작을 내는 데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31] 그나마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가 비평과 판매량 모두에서 성공했지만, 《퇴마록》이나 《드래곤라자》에 비하면 코끼리 앞의 쥐였다.[32] 여기에 해리 포터 시리즈가 번역되고 반지의 제왕 실사영화 시리즈가 개봉해 판타지는 세대를 아우르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자기네들끼리 놀던 SF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결국 90년대에 출현했던 숱한 한국 SF 작가들은 논객활동에 빠져 외도하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돌아온 복거일과 제대로 된 장편 하나 못쓴채 전성기 끝난 듀나를 제외하고는 창작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SF 소설가 시어도어 스터전은 "SF 소설의 90퍼센트는 쓰레기들이라고 정의하는 기준대로면 모든 것의 90퍼센트 역시 쓰레기들이다. 모든 것은 같은 품질비율을 가지기 때문이다."라는 발언(흔히 Sturgeon's law로 불리는)을 남겼다. 이런 극단적인 발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하나의 걸작 아래에 아홉개의 범작과 졸작이 존재하니 질적 향상을 위해선 우선 상업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2000년 전후부터 최근의 신진 작가들의 대두 이전까지, SF는 거의 사멸상태에 가까웠고, 대부분 게임이나 영화 같은 (주로) 외국에서 제작된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향유되거나, SF 분류로 놓을지 과학교육동화로 부르는 것이 좋을지 미묘한 몇몇 소설들이 이따금 나타나는 식이었다. 그 외에 박민규, 백민석, 이영도 같은 작가들이 SF적으로 슬립스트림을 시도해 왔고, 근래 SF 소설가를 표방한 몇몇 작가가 월간지나 무크지에 단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독창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며, 외국 SF를 조금씩 변형한 수준에 그쳤다고 봐야 한다. 박민규 같은 표절작가는 여기에 끼워놓고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21세기의 한국 SF 팬덤은 오프라인에서는 거의 활동하지 않는 데다가 대표성을 가진 온라인 커뮤니티조차 없어서 존재 여부 자체가 불확실한데, 이런 팬덤을 타겟으로 지목한 1인 출판사 불새는 1기 첫 3권의 권당 판매량이 '''300권'''에 불과해 시작하자마자 좌초위기를 맞었고 결국 3기를 완결짓지 못한채 폐업했다. 최근 들어 나름 SF팬덤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는 중소 출판사 아작이 2016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체체파리의 비법》 출간을 앞두고 펀딩을 했는데 참여 인원은 고작 600명 이었다. 당연히 목표금액은 못채웠는데 600명이 참여한건 그때까지 최고 기록이었다. 저 300~600이 한국의 코어 SF팬덤의 화력이란건데 조아라만 가도 저거보다 많이 나오는 작품 꽤 있다. 불새의 발악, 페미코인까지 긁은 《체체파리의 비법》 펀딩
상황이 이러니 올드비를 자처하는 많은 SF 팬들이 '보고 싶은 SF 소설이 정발되면 '''무조건''' 사라'고 충고하는데, 실제로 국내 출판사에서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10년이 넘어서야 재판을 한다거나, 아예 재간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서, 인기 있는 작품의 경우는 중고 책에 높은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여기에서 자유로운 출판사들은 민음사 계열인 황금가지, 시공사, 열린책들, 현대문학 산하의 폴라북스, 문학동네출판그룹 계열의 북하우스 같은 거대 출판사들밖에 없다. 이 출판사들은 E-Book 전환도 잘 되어 있고, 빠르게 절판되는 일도 없으며, 절판되어도 물량이 많이 풀려있어 상태 좋은 중고책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제대로 된 시장 조사도 하지 않고 무작정 SF 출판에 뛰어든 소규모 출판사는 거의 예외없이 실패했고, 절판된 그들의 책은 희귀본이 되었다.
2010년대 후반 들어서는 3세대 한국 SF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김초엽은 2020년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정세랑, 이산화, 홍지운, 심너울 등 신예 작가들과 듀나, 곽재식, 정소연 등의 작가들이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SF소설을 잇달아 집필하고 있으며 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의 SF소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배일 정도다. #
래디컬 페미니즘 광풍에 소프트 SF가 운 좋게 올라탔다는 악평도 있지만, 래디컬 페미니즘과 한국 SF소설의 관계가 어떤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또 남성에 대한 매도가 많다기엔 바로 위에서 언급된 작가들의 작품엔 애초에 남성이 별로 등장하지도 않고, 남성에 대해서 (다른 작품군과 비교해서) 유달리 따로 얘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게 표현된 문구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남성에 대한 매도가 중심적이라고 말하려면 그에 대한 작품, 그리고 그 작품을 그렇게 평가한 논문이나 기고문 등을 인용해야 한다.[33] 그리고 SF 시장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인 휴고상의 2014년을 기점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속으로 여성 작가가 최우수 장편 부문을 수상했으며, 상을 받은 작품들의 성격 역시 바로 페미니즘 SF 또는 우주 일상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러한 악평은 한국 SF 소설 팬덤이 전세계적인 경향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34] 하지만 듀나, 이산화같은 일부 SF 작가들[35]트페미적인 모습과 페미니즘과 거리가 있는 타 장르에 배타적인 성향 및 선민사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서 위와 같은 악평이 생기고 한국 SF 진입의 장벽을 세웠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2009년에는 SF와 판타지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최초의 도서관 SF&판타지 도서관이 개관하였다. 현재 파주로 이전 휴관중이며 2021년 정식개관 예정이다.

4.2.1. 영화


소설이 아닌 영화의 경우, '''대한민국은 SF 영화의 불모지'''라는 자조섞인 평가를 받아왔을 정도로 사이언스 픽션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진 연출자나 각본가가 전무하다. 2021년 현재, 한국 SF 영화의 가장 큰 고질로 지목되는 '''신파''' 체질과 '''반지성주의적''' 성향을 극복하고 SF의 내용과 형식 양쪽을 만족시키는 세련된 상업영화를 찍을 수 있는 능력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거액의 제작비를 동원해서 이른바 'SF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와 내츄럴 시티(2003)는 엄청난 혹평과 함께 흥행에서도 참패했고, 사회적으로도 물의를 빚은 D-WAR(2007)의 경우는 SF가 무엇의 약자인지도 모르고 괴수가 등장하는 판타지물을 'SF 영화'라고 강변하는 제작자의 돌출 행동[36] 탓에 그렇지 않아도 척박했던 국내 SF 영화의 창작 환경을 한층 더 악화시켰다. 그나마 《설국열차》(2013)가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건 원작이 외국 만화인데다가 장르 영화라기보다는 봉준호 특유의 우화적 작가주의 판타지에 가까워서 SF 팬덤에서는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저예산으로 찍은 시간여행 영화인 《열한시》(2013)는 각본면에서는 상당히 선전했지만 SF라기보다는 무미건조한 스릴러 영화에 더 가깝다는 평과 함께 흥행에 실패했으며, 《로봇, 소리》(2016)는 평이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역시 흥행에서는 실패하고 말았다.
2021년 2월에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는 한국에서는 처음 제작된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인 데다가 한류 버프 덕인지 공개 첫날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으며 스트리밍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일반 관객들이 보아도 좀 과할 정도의 B급 SF 영화 클리셰신파 코드로 점철된 탓에 실제 반응은 선의에서 나온 호평과 현실적인 혹평이 반반 섞여 있는 것에 가깝고, SF 팬덤 쪽에서는 어차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4.2.2. 학계


한국 SF에 대한 학계 연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석박사 레벨에선 박상준, 김상훈이 쓴 글을 거칠게 베낀 논문도 보인다. 학계가 장르문학을 백안시해서 그런 건 아니고, 제대로 된 논문이 쌓이기엔 아직 역사도 짧고,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이나 자료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5. SF문학상


  • 휴고상(Hugo Award) - SF작가 겸 편집자 휴고 건즈백을 기념하여 1955년 제정되었다. 전세계의 SF와 판타지 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세계SF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월드콘에서 팬투표로 수상작을 결정한다. 네뷸러 상과 함께 장르문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 네뷸러상(Nebula Award) - 미국 SF판타지작가협회가 1966년 제정하였다. 매년 미국에서 출판된 SF 및 판타지 작품을 대상으로 협회 소속 작가, 편집자, 평론가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휴고상과 함께 장르문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 로커스 상(Locus Award) - 미국의 SF 및 판타지 문학 잡지 로커스가 1971년 제정하였다. 1980년부터는 SF와 판타지 부문으로 나눠서 시상하고 있다.
  • 존.W 캠벨 신인작가상(the John W. Campbell Award For Best New Writer) - SF잡지 편집자 존.W 캠벨을 기념해서 1973년 제정되었다. 아래의 기념상과는 별개로 출판된지 2년이내의 신인작가들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월드콘에서 팬투표를 실시해서 수상작을 결정한다.
  • 존.W 캠벨 기념상(John W. Campbell Memorial Award) - SF잡지 편집자 존.W 캠벨을 기념해서 1973년 제정되었다. 매년 평론가들이 미국에서 출판된 장편SF소설을 심사하여 수상작을 결정한다. 줄여서 캠벨상이라고도 부른다.
  • 영국SF협회상(British Science Fiction Association Award) - 영국과학소설협회에서 매년 영국에서 처음 출판된 SF소설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 필립 K. 딕 기념상(Philip K. Dick Memorial Award) - 비운의 SF소설가 필립 K. 딕을 기념하여 그가 사망한 직후인 1983년 제정되었다. 필라델피아 과학소설협회(the Philadelphia Science Fiction Society)에서 주관하여 매년 5명의 심사위원단이 페이퍼백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된 SF 및 판타지 작품 중에서 수상작을 결정한다.
  • 아서.C 클라크 상(Arthur C. Clarke Award) - SF소설가 아서 클라크의 기부로 1987년 제정되었다. 영국과학소설협회(The British Science Fiction Association)가 위촉한 심사위원단이 매년 영국에서 출판된 장편SF소설들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 사이드와이즈상(Sidewise Award) - 미국에서 전년도에 출판된 우수한 대체역사물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상. 1996년부터 시작했으며 매년 세계 SF 대회(월드콘)에서 수상자를 발표한다.
  • 성운상 - 일본의 SF문학상. 항목참조.
  • SF 어워드 - 한국의 SF문학상. 2014년부터 시작했다.
  • 한국 과학 문학상 - 한국의 SF문학상. 머니투데이 주관. 현재 4회 수상작까지 나왔으며 2020년 5회 투고는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다.
  • 문윤성 SF문학상 - 한국의 SF문학상. 2021년부터 개최되며 전자신문 등이 주관한다.

6. SF 작품



6.1. SF 소설


사이언스 픽션/소설 문서 참조.

6.2. SF 영화


분류:SF 영화도 참조.
시리즈, 리부트는 한 번만 표시합니다.

6.3. SF 만화



7. 관련 문서



[1] Scientific + Fiction, 즉 '과학적 소설'을 의미하는데, 이 장르가 청소년 대상의 펄프 잡지를 중심으로 한 상업적인 출판 장르로 자리잡은 1930년대부터는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되었다.[2] 이 말에 감명을 받은 건지, 아서 클라크도 자신의 단편집 서문에서 이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3] 2015년 류츠신의 <삼체>가 장편 부문, 2016년 하오징팡의 <접는도시>가 중편 부문.[4] 과학소설 전문무크 창간호 HAPPY SF 01. SF 독자를 위한 가이드. 김상훈. 박상준. 홍인기. 듀나. 이수현. 구광본. 김봉석 지음. 행복한책읽기. 2004.09.17.[5] 《디 워》는 괴수물로는 봐 줄수 있어도 SF 장르에 포함시키기는 힘들다. 작중 나오는 괴물들이 사실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인공생명체라면 모를까.[6] 그 유명한 워프만 해도 다른 사람도 아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현재 기술로는 무리지만, [7] 아작,허블, 그래비티북스, 안전가옥 등[8]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07/723489/[9]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210, https://www.mk.co.kr/news/special-edition/view/2020/12/1332755/ [10] 프랑스어로 쓰인 베르베르의 작품 대다수가 정통 과학소설이라기보다는 SF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판타지에 가깝다는 점도 일조했겠지만, 열린책들이 SF계의 명번역가이자 기획자인 김상훈에 의해 '경계소설' 시리즈로 명명된 소프트 SF 작품들을 다수 출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SF 독자들보다는 일반 독자들을 중시하는 국내 출판사의 일반적인 풍조를 답습했다고 하는 쪽이 더 정확하다.[11] 실제로 일본의 게임 판타지 장르인 VR게임 소설은 소설가가 되자에서 SF의 하위 장르로 분류된다.[12] 유력하다. 일본은 1900년 오시카와 슌로우가 쓴 《해저군함》, 중국은 1904년 발표된 작자미상의 《달 식민지 이야기》가 각각 최초의 SF로 확인되지만 한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후보가 바로 이 작품.[13] 1921년에 나온 소설 《이상촌》이 먼저라는 주장도 있다.관련 논문 하지만 이상촌은 순수창작이 확실한 《K박사의 연구》와 달리 에드워드 벨러미의 《뒤돌아보며》의 영향하에 있는게 확실해서 《높은 성의 사나이》와 《비명을 찾아서》처럼 모티브만 빌려온건지, 《인도 왕비의 유산》과 《철세계》처럼 번안작인지 연구가 더 필요하다.[14] 일제시대엔 문학으로 먹고 살기 팍팍하면 역사소설을 많이 썼다. 분량도 많이 뽑을 수 있고, 이데올로기에서 한결 자유로우며, 이른바 통속소설 중에서 제일 돈이 되었기 때문. 당시 지금의 양판소나 무협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게 역사소설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1970년대까지도 이어졌다.[15] 1965년 한국일보사의 <주간 한국>에서 주최한 제1회 추리 소설 공모 당선작이었다. 당시엔 SF공모전이 아예 없어서 활발했던 추리소설 공모전에 발표했다.[16] 역시 자주 엮이는 추리의 경우 의외로 외환위기 이전까진 SF, 판타지 다 씹어먹었다. 일제시대부터 채만식, 이해조, 최독견, 김운정, 방정환(그 소파 방정환 맞다. 어린이용 추리작품을 쓰거나 번역했다.) 그리고 김내성 같은 추리작가들을 배출했고 김내성에서 김성종으로 이어지는 굳건한 인기작가 계보가 있었고 SF 팬덤이 존재하지도 않던 71년에 대학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미스터리 클럽을 만들 정도로 팬덤의 역사가 깊었다. 이것은 추리가 유치한 장르소설이 아닌 식자층의 지적유희로 받아들여진 덕분이고, 일제시대에 교육받은 당시의 3, 40대 식자층은 일본어 문고판으로 해외 추리소설을 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지금도 아동들의 사고력, 창의성 증진이란 간판으로 잘 팔린다.) 이 미스터리 클럽은 80년대에 한국 추리작가 협회로 거듭나는데 경제적으로 호전된 80년대에는 상금 1천만원이 걸린 김내성 추리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공모전과 추리 신춘문예, 추리 전문잡지, 추리전문 출판사들이 속속 등장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 전성기는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으나 IMF 외환위기로 직격타를 맞아 신인작가 등용문과 연재장소가 사라지면서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90년대 후반부터 떠오른 인터넷에 판타지처럼 제대로 뿌리를 내렸다면 달라졌겠지만 이때 추리작가들은 이른바 '스포츠신문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젊은층의 취향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후 2000년대 황금가지 등의 노력으로 추리시장 자체는 다시 일어섰지만 거의 다 외국 소설을 번역한 것이며, 국산 추리 소설은 근근히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17] 당시 어린이들의 미래 희망 1순위가 과학자였다. 주변에서 어른들이 그렇게 몰아가기도 했고.[18] 아동도서로 탐정물이 2천년대의 해리포터만큼이나 인기몰이를 하던 80년대에 성인도서 하드보일드 고전 탐정물 역시 교보문고 책장에 수두룩하게 꽂혀 있었음에도 지금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 걸 2000년대 이후 재출간하면서 국내 최초라는 이름을 붙인 경우가 있듯이, SF도 마찬가지 처지로 잊혀진 것이 많다.[19] 저 위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가 그러한 비극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을 것에서, 시대적 여건 등은 논외로 한다면, 해당 정권이 가진 모순에 실소를 금치 못하는 이들이 많다.[20] 사실 이런 것은 SF라기보다는 그 전 세대부터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을 들여오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왜색이 적고 더빙과 색칠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건 그나마 거대로봇물특촬물이니.[21]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는 컴퓨터 책을 출간해 대박을 쳤다. 그전까지 컴퓨터 서적은 딱딱한 기술서적이었는데 나경문화는 당시 잘나가던 코미디언 전유성을 내세운 유머러스한 설명으로 컴퓨터를 배우곤 싶은데 어려워서 거부감을 느끼던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책은 이후 인문계 출판사들이 컴퓨터 서적 출간에 대대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되었다.[22] 이중 《유년기의 끝》을 제외한 3권은 2020년 시점까지 유일한 번역본이며 《유년기의 끝》도 시공사 역본보다 번역 평가가 더 좋다.[23] 《우주도시》 1권과 《연인들》, 《타우제로》는 수능에 출제되어 유명한 희곡 《만선》의 작가 천승세다. 구제할 길이 없는 불량학생으로 주먹질로 학창시절을 보낸 천승세는 고등학교 졸업후 무위도식하다 어머니가 쓴 글을 보고 흥미가 동해 심심파적으로 써본 글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발을 들인 천재과였는데 해양소설을 쓰기 위해 직접 원양어선 선원으로 취직해 세계 바다를 돌아다니다 익히게 된 영어로 번역작업을 했다.[24] SF임을 내세우지 않고 작가 이름을 내세워 라디오 책광고를 하기도 했다.[25] 여담으로 이쪽 인력들이 호구지책을 찾아서 떠난 곳들 중에 하나가 바로 충무로라고 일컬어지는 한국영화계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영화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급성장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26]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헤매던 들녘 출판사는, 결국 《퇴마록》과 《로도스도 전기》라는 공전절후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금까지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두 작품으로 국내에 판타지 붐을 일으키면서, 출판계와 대중문화 그리고 서브컬처에 한 획을 그은 것은 덤.[27] 박석재 박사는 뒷날 송유근 연구부정행위 사건의 주모자로 전국민에게 이름을 알린다. 1997년에 나온 가리봉의 비밀은 IMF 여파로 서점에서 금방 자취를 감췄고 1999년 여주인공 이름을 바꾸고, 1장을 더 추가하고 내용에도 변화를 준 개정판 <코리안 페스트>가 출간되었다.[28] 2010년 이후 대형서점을 가보면, SF소설들은 추리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이 전시된 서가 한 귀퉁이에 마구잡이로 전시되어있다. SF만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방증이다.[29] 장강명은 대학 졸업후 기자생활을 하다가 작가로 전업했다. 《클론 프로젝트》는 학생때 쓴 작품이라서 작가 전업후 쓴 작품들과 비교하면 완성도 차이가 심하다. 그때문인지 작가 본인은 저서 《당선, 계급, 합격》에서 《클론 프로젝트》를 흑역사라 생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30] 그 영향인지, 전자책이 화두가 된 2000년대 후반을 보면, 장르소설 하위 카테고리로 SF와 판타지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31] 90년대 당시 대중적으로 팔릴 만한 이야기를 써보려는 시도가 젊은 이공계 출신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는 했었다. 이성수의 《아틀란티스 광시곡》은 컴퓨터 천재 주인공이 아틀란티스 대륙과 버뮤다 삼각 지대의 비밀을 밝혀내고 아틀란티스인과 힘을 합쳐 아틀란티스를 침략하는 반란군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낸다는 내용이다. 정년철의 《헤테로》는 우생학을 내세워 열등 유전자를 배제하려는 다국적 회사의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임준홍의 《네메시스의 서》는 혜성충돌에 밀리터리 SF를 더했다. 염승호의 《하이브리드》는 인간 게놈 연구에 종사하던 박사가 범죄가 유전된다고 보고 이를 악용하는 범죄집단에 맞서는 내용이다. 하지만 'SF동호회 활동 열심히하는 학생'이었던 이들은 데뷔작 이후 창작활동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명문대학생들의 재기 넘치는 시도 정도로 끝났다.[32] 물론 이 둘은 작품성이나 문단에 끼친 영향력에서 비명을 찾아서와 비교하긴 민망한 작품들이지만 압도적인 상업적 성과로 대중들에게 판타지란 장르를 각인시키고 불모지 한국에 판타지 시장을 만들어냈다.[33] 한편으로 이렇게 본다면 거의 모든 문학 작품은 여성에 대한 매도라고도 볼 수 있다.[34] 한국 SF소설 중 일부가 페미니즘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석하는 논문을 참조해 볼 수 있다.[35]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대부분의 3세대 한국 SF작가들은 페미니즘 성향을 가지고 있고 페미니즘과 거리를 두는 타 장르에 호의적이지 않다.[36] 영화 홍보를 하면서 SFXVFX를 SF의 동의어로 사용함으로써 SF 장르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를 한층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37] 영화 1편이 있지만 BBC의 유명 TV시리즈이다[38] TV시리즈이다[39] 11편의 영화가 있지만 근간은 TV시리즈이다[40] 엄밀히 말하면 이 작품은 마법소녀물이지만, 다른 마법소녀물과는 달리 태양계를 소재로 하는 등 SF물 성격이 짙은데다가 5기에 이르러서는 전 우주로 스케일이 커지게 되었다.[41] 원작소설의 삽화를 맡은미치하라 카츠미의 코믹스판도 있다. 다만 전함이나 무기 등이 애니메이션과는 심히 차이가 난다.[42] 한국 SF 어워드 우수상 수상.[43] SF뿐 아니라 고대문명설이나 전설을 사용한 민속학적 만화도 자주 그린다. 소의 목 괴담을 소재로 한 무나가타 교수 전기담이 대표적.[44] 세이카정 공식 홍보 캐릭터로서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시공관리원으로서 시간여행을 악용하는 범죄자를 차단하는 내용을 공식 만화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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